논리철학논고의 저자가 품은 우선적인 관심은 삶의 계도의 영역으로 사변의 영역이 침범해 오는 것을 막아내자는 것이었다. 그는 이성의 침입으로부터 환상을 보호하고자 하였고, 자발적인 감정이 합리화에 의해 질식되는 것을 막으려 했다. 비트겐슈타인은 이성이 오직 선한 사람의 것일 때만 선을 위한 도구가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선한 사람의 선함은 그의 합리성이 작용한 결과가 아니라 그가 환상의 삶에 참여함으로서 비롯된 것이다. 선한 사람에게, 윤리는 삶의 방식이지 명제들의 체계가 아니다. 엥겔만이 얘기하는 것처럼, 윤리적인 명제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윤리적인 행위들만이 있을 뿐이다. 따라서 논리철학논고는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형태의 합리적인 윤리 체계에 대한, 다시 말해 인간 행위의 근거를 이성에 두려는 모든 윤리 이론에 대한 공격이었다. 물론 논리철학논고는 도덕성이 이성에 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하지는 않았다. 단지 도덕성의 토대가 다른 곳에 있다고 주장했을 뿐이다. 그러므로 칸트와 대조적으로, 쇼펜하우어와 비트겐슈타인 두 사람은 도덕성의 기반을 '정당한 이성' 이 아니라 '올바른 감정' 에서 찾았다. -32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