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정당 체제에서 정당이 대표하는 사회 균열의 범위와 기반은 매우 협소한 반면, 정당간 갈등의 강도는 격렬할 정도로 강하다. 역설적에게도 이렇게 갈등이 높은 이유는 갈등의 범위가 매우 좁기 때문이다. 정당들의 이념적 기반이 유사한 조건에서 정당간 차이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소재란, 내용은 없이 감정을 자극하고 적대적 열정을 동원하는 것 밖에 없다. 마키아벨리가 스파르타와 베니스의 예를 통해 강조했듯이, 정치공동체의 규모가 커지면 갈등의 범위를 억업하는 것만으로 체제를 유지할 수 없다. 갈등의 표출을 확대하여 '갈등을 통해 갈등을 완화하는 것' 만이 민주주의를 지키는 유일한 방법인 것이다.-24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