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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빌런들 - 당신이 소비하는 사이, 그 기업들은 세상을 끝장내는 중이다
이완배 지음 / 북트리거 / 2024년 5월
평점 :
경제 분야의 책들이 자본주의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그 역사는 어떠하며
투자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려준다면
이 책은 제목 <시장의 빌런들>에 맞게 '빌런'에 중심을 두고 있다.
특히 서문에서 예를 들고 있는
1973년 GM의 자동차 폭발 사고는 이 책이 말하려는 하는 바를 명확히 보여준다.
차량의 결함으로 자동차가 불타서 사람이 죽었는데
이유는 GM이 결함을 알고도 리콜하지 않았기 때문.
차량 결함으로 사망자가 발생할 때 필요한 비용과
결함을 알리고 리콜하는 비용의 차이에서
후자 쪽이 압도적으로 비용이 컸기 때문에 외면한 것.
이 책에 나오는 사례들이 모두 이런 식인데,
저자는 "시장과 자본주의가 등장한 이래로 오랫동안 통용된 기업관"이 정말 옳은지 질문하며
그러면서 이들 거대 기업의 횡포를 막는 것이 시민과 소비자의 역할이라고 강조한다.
이 책은 코카 콜라, 미쓰비시처럼 창업한지 100여 년을 훌쩍 넘긴 기업부터
아마존과 우버라는 새로운 방식의 기업까지 다룬다.
제약회사의 로비에 따라 말라리아 치료제로도 사용되는 AIDS 치료제의 값이 폭등한 예라든지
마약이 너무나도 많이 퍼진 미국의 상황, 가습기 살충제의 옥시레킷벤키저 등
현재 직면한 사회문제를 포함하고 있어 신문 사회면을 읽는 듯한 기분도 든다.
264쪽의 책에 24 챕터로 이루어져 있어서
짧은 분량 탓인지 각 챕터별, 빌런 회사별 설명이 자료가 부족해서
어떤 이들은 각 회사의 입장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아 공정하지 않다는 리뷰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윤을 창출하기 위한 자본주의 산업사회에서
거대 기업이 소비자와 사회에 끼칠 수 있는 해악을 줄이기 위해서는
시민사회의 견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한 사례집이라고 본다면 괜찮은 편.
저자가 기자라 그런지 신문 칼럼 같은 맛이다.
비문학 읽기를 해야 하는 청소년,
사회문제에 관심이 생긴 성인들에게 적합한 책.
TMI
1. 하인리히 법칙은 1 : 29 : 300 = 1명 사망 : 29명 부상 : 300명 다칠 뻔
2. 샌드위치 기법 : 화법 중 하나인데, 주로 아이들에게 하는 칭찬-꾸중 기법.
- 1. 잘한 점을 찾아 칭찬 먼저 2. 부족한 점 지적, 개선점 제시 3. 긍정적인 점 강조
- 부정적인 피드백이 아니라 '개선'을 위한 피드백이라는 것
- 자녀와 긍정적인 관계 유지에 좋음.
- 언제나 개선과 반성이라는 결과가 나타나는 않는다는 점도...
일본인이 재앙을 망각하지 않는다는 뜻에서가 아니라, 인류는 모두 망각이라는 비슷한 습성을 지니고 있다는 의미에서다. - P25
하인리히는 사고를 분석할 대 노동자 사망사고와 부상 사고, 사고 징후만을 조사대상으로 삼았지만 버드는 여기에 ‘아차 사고(near miss)‘(실제로 사고로 이어지진 않았으나 위험했던 순간)라는 개념을 추가했다. 그리고 사망 사고와 부상 사고, 물적 손실을 불러온 사고, 아차 사고의 통계적 비율을 1:10:30:600이라는 숫자로 도출해냈다.
숫자가 조금 바뀌었어도 하인리히와 버드가 이야기하려는 바는 같다. 사망 사고 같은 대형 사고는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나지 않으며, 그전에 이미 수많은 징후가 나타난다는 게 두 법칙의 핵심이다. - P51
‘애그플레이션agflation‘이라는 단어가 있다. 애그플레이션은 농업을 뜻하는 ‘애그리컬쳐agriculture‘와 물가 상승을 의미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이라는 두 영어 단어가 합쳐진 말이다. 그러니까 애그플레이션은 ‘농산물의 값 급등‘ 혹은 ‘농산물 값이 상승해 물가가 전체적으로 오르는 현상‘을 뜻한다.
……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2011의 조사에 따르면, 1년 동안 전 세계에서 약 13억 톤의 멀쩡한 식량이 버려지고 있다. 그 말인즉, 식량이 남아돈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2008년 애그플레이션이 발생했고, 이 때문에 방글라데시와 브루키나파소, 카메룬 등에서 굶주린 국민이 폭동을 일으키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 P58
하지만 우버를 비롯한 그 어떤 회사도 이들의 회사를 위해 일하는 노동자들이 ‘노동자‘임을 인정하지 않는다. 노동자를 노동자라 부르지 못하는 이 현실은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의 처지와 닮았다. 수백 년 동안 싸우면서 획득한 노동자들의 권리를 우리가 ‘인류의 역사적 진보‘라고 부른다면, 이들 기업은 지금 현대 사회에서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역사의 퇴보를 자행하고 있는 셈이다. - P135
미스씨비시그룹은 일제의 침략을 미화하고 독도를 일본 땅이라 주장하는 우익 단체 ‘새로운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을 후원한다. - P175
총의 발명은 인류 역사에 어마어마한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한 지점은 ‘살인의 죄책감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약해졌다‘는 사실이다.
……
미국 사회 각계의 전문가은 그들이 도대체 왜 이런 일을 저질렀는지 분석에 나섰다.
……
그렇지만 아무리 여러 방면으로 분석한들 이 처참한 사태의 도화선은 뚜렷했다. 바로 고등학생 신분이던 해리스와 클리볼드가 너무나도 쉽게 총기를 구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 P192
한편 베를루스코니의 입지를 공고히 하기 위해 방송사들은 뉴스에 ‘샌드위치 기법‘도 사용했다. 보통 방송사가 정치 관련 뉴스를 보도할 때는 정부와 여당의 입장을 먼저 내보내고, 야당의 반론을 그 뒤에 덧붙이게 마련이다. 하지만 그 당시 이탈리아 방송국들은 베를루스코니 개인의 의견이나 정부와 여당의 입장을 먼저 보도한 뒤, 야당의 주장을 가볍게 한두 마디 끼워 넣었다. 그리고 마지막엔 반드시 베를루스코니의 의견이나 정부와 여당의.입장을 다시 다루면서 마치 샌드위치를 만들듯이 이슈 보도를 마무리했다. 이렇게 하면 모든 쟁점이 메를루스코니와 여당의 주장으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 P260
기업의 입장에서 도덕과 사회적 책임을 경시하는 경영은 앞으로 결코 용납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우리에게 역시 소비자로서, 또 시민사회의 일원으로서 이와 같은 빌런 기업들을 감시하고 응징할 책무가 있다.. - P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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