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혹하는 글쓰기 - 스티븐 킹의 창작론
스티븐 킹 지음, 김진준 옮김 / 김영사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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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밌는 걸. 글쓰기, 그 중에서도 소설 쓰기가 이런 것이라면 단편 소설 정도는 쓸 수 있겠는데."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 마지막 책 장을 넘기며 든 생각이다. 

 대체로 글쓰기에 관한 책들은 매뉴얼에 가깝다. 매뉴얼은 체계적이지만 기계적인 특징을 가진다. 딱딱하고 단조롭다. 글쓰기의 기술을 배우고 익힐 수 있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가독성이 떨어지고 쉽게 지루해지는 단점이 있다. 글쓰기를 알려주는 책들은 목차에서부터 숨이 막힌다. 글쓰기 전략을 세워라, 테마를 잡아라, 문장은 이렇게 써라, 단어를 잘 골라라, 구성력을 키워라 등등의 명령형 문장들이 피로를 불러온다. 학창시절 수업 시간 내내 칠판 한 가득 판서만 하시던 선생님의 모습이 떠오른다. 물론 그 속에서도 배울 것이 있고 그래서 나의 실력이 향상되리라는 믿음이 있었지만 얼마 못가서 무작정 공책에 필기만 하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하고는 허무해지기도 했다. 

 하지만 <유혹하는 글쓰기>는 그렇지 않다. 스티븐 킹, 세계적인 이야기꾼답게 마치 소설을 쓰듯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놓고 있다. 한바탕 재밌는 이야기로 내내 웃으며 시간가는 줄 몰랐지만 끝나고 나면 내용이 고스란히 떠오르는 수업같다. 같은 내용이지만 재밌는 수업. 이런 수업은 세상의 모든 선생과 학생이 꿈꾸는 것이다.

 <유혹하는 글쓰기>는 크게 이력서, 글쓰란 무엇인가, 연장통, 창작론 그리고 인생론으로 엮여있다. 

 먼저 이력서에서 스티븐 킹은 어린 시절부터 세계적 명성을 얻은 지금까지 자신의 성장과정을 마치 이야기하듯 들려준다. 그러니까 책을 시작하면서부터 킹은 이력서의 형식을 뛰어넘어 독자에게 다가오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킹이 살아온 삶의 단편들을 읽으며 그의 작품 세계 심연에 깔린 배경들을 짐작할 수 있고, 학창 시절의 독특함도 볼 수 있다. 중간 중간에 숨겨진 작가관, 글쓰기에 대한 아이디어도 찾아낼 수 있다. 또한 어머니의 글쓰기에 대한 격려, 아내 태비의 철석같은 믿음 등 가족들의 응원가가 홈페이지 배경음악처럼 들려온다. 무엇보다 명성을 얻기 전 궁색한 삶이었지만 킹 자신은 작가로서의 삶을 낙관하고 있었다는 것이 맘에 든다. 이력서 부분을 읽으면서 나는 내 인생에 표류하는 수많은 이야기들이 떠 올랐고 그것들을 글로 써 보고 싶은 충동을 느꼈으며 할 수 있겠다는 용기를 얻었다.   

이 세상에 '아이디어 창고'나 '소설의 보고'나 '베스트셀러가 묻힌 보물섬'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소설의 아이디어는 그야말로 허공에서 느닷없이 나타나 소설가를 찾아오는 듯하다.(중략) 그러므로 소설가가 해야 할 일은 아이디어를 찾아내는 것이 아니라 막상 아이디어가 떠올랐을 때 그것이 좋은 아이디어라는 사실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유혹하는 글쓰기> 43p
 

"어떤 이야기를 쓸 때는 자신에게 그 이야기를 들려준다고 생각해라. 그리고 원고를 고칠 때는 그 이야기와 무관한 것들을 찾아 없애는 것이 제일 중요해." 내가 처음으로 두 건의 기사를 제출하던 그날, 굴드는 그밖에도 흥미로운 조언을 해주었다. 글을 쓸 때는 문을 닫을 것, 글을 고칠 때는 문을 열어둘 것. 다시 말해서 처음에는 나 자신만을 위한 글이지만 곧 바깥 세상으로 나가게 된다는 뜻이었다. <유혹하는 글쓰기> 69p

"이번엔 베끼지 않은 거니?" 끝까지 읽은 후 어머니가 물었다. 나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어머니는 책으로 내도 될 만큼 훌륭하다고 말씀하셨다. 그렇게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말은 지금껏 어느 누구에게서도 들어본 적이 없다. <유혹하는 글쓰기> 32p

우리들이 살아 있다는 것을 기억해주는 것은 가스 회사와 전기 회사뿐이었다.(중략) 우리는 우리 자신과 아이들과 서로를 보살피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태비는 분홍색 유니폼을 입고 던킨 도너츠에서 일했으며, 커피를 마시러 들어온 술꾼들이 소란을 피우면 경찰을 불렀다. 나는 모텔 침대보와 수건 따위를 빨면서 공포 영화 대본을 썼다. <유혹하는 글쓰기> 87p

내가 햄프던에서 교사 생활을 하던 (그리고 여름 방학이 되면 뉴프랭클린 세탁소에서 빨래를 하던) 그 2년 사이에 결정적인 도움을 준 사람은 아내였다. 나는 폰드 스트리트의 셋집 현관이나 허먼의 클래트 로드에 있던 임대용 트레일러의 세탁실에서 소설을 썼는데, 만약 아내가 그것을 시간 낭비라고 말했다면 나는 용기를 잃고 말았을 것이다. 그러나 태비는 단 한 번도 의심하지 않았다. 그렇게 마음놓고 당연시할 수 있는 요소가 그리 많지 않던 시절에 그녀는 언제나 변함없이 나를 격려해주었다. <유혹하는 글쓰기> 89p

 이제 <유혹하는 글쓰기>의 두번째 부분인 '글쓰기란 무엇인가'로 넘어가보자. 독서는 시대, 장소, 세대를 뛰어넘는 만남과 소통의 장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여기에 더해 킹은 글쓰기를 정신 감응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는 적절한 예를 통해 작가와 독자가 같은 방안에 있기는 커녕 같은 연도에 있지도 않지만 글을 통해 '함께' 있고 '가까이' 있는 정신의 만남을 갖고 있음을 역설하고 있다. 글쓰기란 무엇인가 부분은 여섯 페이지 밖에 되지 않는 짧은 장이니 꼭 한 번 읽어보기를 권한다.(나는 블로그에 이 부분 전체를 발췌했다.)  

 다음은 연장통 부분. 킹은 어떤 작업을 할 때 우리가 연장들을 사용하듯이 글쓰기에도 다양한 연장들- 이를테면 어휘나 문법, 형식과 문체같은-이 필요하다는 걸 구체적 문장과 예문을 보여줘 가면서 익살스럽게 들려준다. 이런 기본적인 연장들은 연장통의 맨 위층에 골고루 갖춰놓고 필요할 때 곧바로 집어들고 일을 시작할 수 있도록 하라고 조언한다. 특히 문법을 이야기하면서 킹이 쏟아낸 말들에 나는 엄청 낄낄거리다 연신 '맞아 맞아, 그래 그래'를 연발했다.

동사에는 능동태와 수동태 두 종류가 있다. 능동태는 문장의 주어가 어떤 행동을 하는 것이다. 반면에 수동태는 문장의 주어에게 어떤 행동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주어는 그저 당하고 있을 뿐이다. '수동태는 한사코 피해야 한다.' <유혹하는 글쓰기> 148p

지옥으로 가는 길은 수많은 부사들로 뒤덮여 있다고 나는 믿는다. 지붕 위에서 목청껏 외치라고 해도 기꺼이 하겠다. <유혹하는 글쓰기> 151p

나는 문장이 아니라 문단이야말로 글쓰기의 기본 단위라고- 거기서부터 의미의 일관성이 시작되고 낱말들이 비로소 단순한 낱말의 수준을 넘어서게 된다고-주장하고 싶다. 글이 생명을 갖기 시작하는 순간이 있다면 문단의 단계가 바로 그것이다.(중략) 글을 잘 쓰려면 문단을 잘 이용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그러려면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 장단을 익혀야 하기 때문이다. <유혹하는 글쓰기> 164p

 킹은 <유혹하는 글쓰기>의 본론 격인 창작론 부분에서 '좋은 소설을 쓰는 방법에 대하여 자기가 알고 있는 모든 것(174p)'을 이야기 하고 있다. 조금 진부하긴 하지만 작가가 되고 싶다면 기본적으로 죽어라고 열심히 노력해야 하고 반드시 '많이 읽고 많이 쓰는 것'이 동반되어야 한단다. 지름길은 없다고 단언하고 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즐거움이 없다면 아무리 해도 어떤 단계를 뛰어넘는 황홀경에 이르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인다. 소재, 서술, 묘사, 대화, 스토리와 주제, 자료조사, 퇴고에 이르기까지 창작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들도 말해 준다. 대중적으로 성공을 거둔 자신의 작품에 대한 인용과 살아온 삶에 대한 이야기들이 잘 곁들여져 있다. 

탁월한 묘사력은 후천적인 능력이므로, 많이 읽고 많이 쓰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 묘사의 '방법'을 아는 것만으로는 부족한다. 묘사의 '분량'도 그만큼 중요하다. <유혹하는 글쓰기> 212p

좋은 소설의 기본 원칙 가운데 하나는 독자에게 어떤 내용을 설명하려 하지 말고 직접 보여주라는 것이다. <유혹하는 글쓰기> 221p

처음부터 이런 문제나 주제 의식을 가지고 출발하는 것은 형편없는 소설의 지름길이다. 좋은 소설은 반드시 스토리에서 출발하여 주제로 나아간다. 주제에서 출발하여 스토리로 나아가는 일은 좀처럼 없다. <유혹하는 글쓰기> 256p

 킹은 <유혹하는 글쓰기>를 집필하는 도중 일생 일대의 큰 사고를 당한다. 책의 마지막 '인생론' 부분에서 킹은 사고 마저도 웃음이 나오도록 기술해 놓고 있다. 작품의 재미만큼이나 삶의 여유와 유머를 추구하는 킹의 인생관을 엿볼 수 있다. 킹은 사고에서 회복되는 가운데 깨달은 글쓰기의 목적을 이야기하면서 책을 마무리하고 있다.   


글쓰기의 목적은 돈을 벌거나 유명해지거나 데이트 상대를 구하거나 잠자리 파트너를 만나거나 친구를 사귀는 것이 아니다. 궁극적으로 글쓰기란 작품을 읽는 이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아울러 작가 자신의 삶도 풍요롭게 해준다. 글쓰기의 목적은 살아남고 이겨내고 일어서는 것이다. 행복해지는 것이다. <유혹하는 글쓰기> 334p

 킹은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이미 있는 것을 발견해 내는 것이라 한다. 마치 고고학자가 유물을 발굴해내는 것처럼. 미켈란젤로도 비슷한 말을 했다. "모든 대리석은 그것의 내부에 조각상을 가지고 있으며 그것이 참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조각가의 일이다." 이런 말을 들을 때면 나는 혼란스럽다. 작품을 만들어내는 작가나 예술가들이 겸손의 미덕을 보이기 위해 이런 말을 하는 것인지, 그런 발견의 순간이 없는 내가 게으른 것인지, 능력이 없는 것인지...의문 가득한 안개 속에 갇힌 느낌이 든다. 하지만 나는 킹의 말을 믿기로 했다. 이 믿음을 근거로 내 작품을 꿈꿀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수많은 이야기의 바다에서 표류하는 내 삶의 단편들이 하나의 목적지를 향해 갈 수 있도록 등대가 되어 줄 것이기 때문이다.  

소설은 이미 존재하고 있으나 아직 발견되지 않은 어떤 세계의 유물이다. 작가가 해야 할 일은 자기 연장통 속의 연장들을 사용하여 각각의 유물을 최대한 온전하게 발굴하는 것이다. <유혹하는 글쓰기> 199p

 제목 '유혹하는' - 물론 원제는 <On Writing>이다 -은 다분히 중의적이다. 첫째, 독자들이 <유혹하는 글쓰기>를 읽고 싶은 마음이 들게끔 도발한다는 점에서, 둘째, 유혹할 만한 글을 쓸 수 있도록 알려준다는 점에서, 셋째, 독자로 하여금 매혹적인 글쓰기를 시도케 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제 나는 마지막 유혹을 받아들여 내 삶의 이야기들을 써 보려고 한다. 킹이 그랬듯 문을 닫아 놓고 지난 시절의 일기장, 수첩, 졸업 앨범, 사진첩, 편지를 몽땅 꺼내놓고 내 기억을 되살려 재미있는 이력서를 만들어 볼 작정이다. 문을 열었을 때 나의 이야기들도 저 세상 속에서 생명을 얻게 되기를 꿈꾸면서 말이다. 또한 나 역시 그런 글쓰기의 과정 속에서 순수한 즐거움을 잃지 않고 나도 남도 풍요롭게 되기를 바란다.

내가 글을 쓴 진짜 이유는 나 자신이 원하기 때문이었다. 글을 써서 주택 융자금도 갚고 아이들을 대학까지 보냈지만 그것은 일종의 덤이었다. 나는 쾌감때문에 글을 썼다. 글쓰기의 순수한 즐거움때문에 썼다. 어떤 일이든 즐거워서 한다면 언제까지나 지칠 줄 모르고 할 수 있다. <유혹하는 글쓰기> 30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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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 네트워크 - The Social Network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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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즈 : 왓슨, 자네와 같이 영화를 본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네.

 

왓슨 : 그러게 말일세. 뭐 극장은 아니지만 DVD로 한 편 보는 것도 나쁘지 않군.

 

홈즈 : 지난해 개봉했을 때부터 이 영화 <소셜 네트워크>는 꼭 챙겨 봐야겠다고 다짐했었는데...

마음처럼 되진 않았어.

 

왓슨 : 생각보다 재밌었네. 실화를 소재로 하는 건 늘 뭔가를 엿보는 재미가 있으니까 말이야.   

 

홈즈 : 그렇지. 전세계 207개국, 5억명의 회원을 확보한 온라인 소셜 미디어 '페이스 북' 이 어떻게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느지를 흥미롭게 풀어냈더군. 

 

왓슨 : 페이스 북의 현재 가치가 무려 250억 달러라니 정말 믿어지지 않는군. 인터넷이라는 무한한 가상 공간에는 성공의 기회가 널려 있는 것같네. 나야 그 분야에 젬병이지만.

 

홈즈 : 성공이야기가 나왔으니 그 말꼬리를 잡아볼까?

 

왓슨 : 자네 설마 또 물질적 성공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려고 그러는 모양인데...내 이야기를 마저 듣고 하게. 페이스 북을 만든 마크 주커버그는 그 아이디어 하나로 엄청난 돈을 벌었네. 경제적으로 성공했다는 말일세. 무려 5억명의 회원들이 엄청나게 저렴한 비용을 들여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으니 인류에 공헌한 바도 지대하다고 생각하네. 한 사람이 평생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사람의 수가 얼마나 될까, 홈즈. 오프라인에서는 공간적으로 시간적으로 한계가 있네. 그걸 생각한다면 주커버그의 성공은 곧 우리 인류의 진보네.

 

홈즈 : 일리 있는 말일세, 왓슨. 자네도 알다시피 나는 성공을 돈에 두는 사람이 아닐세. 나는 성공을 관계의 측면에서 보네.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말일세. 자네도 방금 말했듯이 페이스 북은 사람사이의 관계를 위한 소셜 네트워크네. 그런 점에서 <소셜 네트워크>는 시사점이 많다고 생각하네. 소셜 네트워크에서 자유로울수 없는 현대인들이 한 번쯤은 봐야 될 영화지 싶네.

 

왓슨 : 관계라...그렇다면 홈즈, 좀 더 구체적으로 영화 이야기를 해 볼까?

 

홈즈 : 좋지. 난 먼저 영화가 시작되자 마자 주커버그의 여자 친구 에리카가 그를 차는 장면이 가장 인상적이었네. 그 첫 장면은 인간이 얼마나 관계 지향적인지 극단적으로 보여주거든. 주커버그는 관계지향적인 인물이네. 하지만 관계의 기술은 상당히 부족한 듯 보였네.

 

왓슨 : 그렇지. 여자 친구의 생일날인데도 전혀 배려하지 않더군. 차이고 나서도 자신의 블로그에 여자친구를 비방하는 글을 써 올린 것도 그렇고.

 

홈즈 : 음, 그것도 문제였지만 주커버그는 파이널 클럽이라고 불리는 엘리트 클럽에 집착하더군. 그 클럽에 가입하는 것이 특별하고 재미있으며 더 나은 삶으로 이끌어 줄 거라고 믿고 있었지. 과연 그럴까? 그리고 에리카에게 하는 말은 더 가관이더군. "내가 파이널 클럽에 들어가면 파티에 너를 데려갈거고 그러면 넌 평소에 만나지도 못할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라고 말이야. 좋은 관계는 자유와 평등을 전제로 하네. 동등함 말일세. 그런 남자 친구를 차버린 에리카는 참 지혜로운 사람이네.

 

왓슨 : 하지만 그런 주커버그가 누구나 가입할 수 있는 페이스 북을 만든 건 참 아이러니 아닌가?

 

홈즈 : 왓슨, 주커버그의 페이스 북이 처음부터 세계 207개국, 5억명의 사람들이 사용하게 된 건 아닐세. 하버드대 학생들만 회원 가입이 가능한 폐쇄적인 소셜 네트워크였네. 시간이 지나면서 단계적으로 개방성을 확대한 것이지. 

 

왓슨 : 음...

 

홈즈 : 자, 왓슨, 자네와 지금 얘기하면서도 <소셜 네트워크>의 한 장면이 계속 리플레이 되는군. 

 

왓슨 : 그래? 그렇게 충격적인 장면이 있었나?

 

홈즈 : 충격적? 그래 충격적이라 할 수 있지. 그건 주커버그의 친구이자 페이스 북의 공동창립자 에두왈도 세브린이 페이스 북 가입자 100만명 축하 파티에 참여하는 장면이지. 그 장면 중에서도 에두왈도가 주커버그의 노트북을 박살내는 컷이네. 두동강이 난 건 노트북이었지만 사실 이컷의 진정한 의미는 주커버그와 에두왈도의 우정이 산산조각 나버렸다는 거야.

 

왓슨 : 자네 말을 들으니 주커버그의 성공을 다시 생각하게 되는군. 절반의 성공 정도로 수정해야겠어.

 

홈즈 : 왓슨, 한 방송사에서 지난 설 명절 특집 방송으로 방영한 '세시봉 콘서트' 봤나?

 

왓슨 : 어? 어, 봤네. 근데 뜬금없이 세시봉 콘서트라니? 작년 추석때도 조영남, 윤형주, 송창식, 김세환이 그 프로그램에 출연했지. 물론 그때도 봤고. 개인적으로 난 70년대 통기타 문화에 가까운 사람이지. 

 

홈즈 : 그 네사람 말고도 세시봉을 아지트로 삼았던 많은 사람들이 있었네. 하여간, 그들과 같은 시대를 살아온 세대들은 말할 것도 없고 그들을 몰랐던 젊은 세대들까지 60이 넘은 통기타 가수들의 노래와 이야기에 매료되었네. 나는 세시봉 친구들이 가까운 세대에는 살아있는 역사가 되고 먼 세대에게는 전설과 신화가 되리라 믿네. 왜 그럴까, 왓슨. 

 

왓슨 : 글쎄, 요즘 젊은 가수들에게는 없는 것들을 가지고 있어서 아닐까? 가창력, 아름다운 노랫말, 정확한 가사 전달같은.

 

홈즈 : 내가 보기에 대중이 그들에게 열광하는 이유는 40년이 넘도록 세시봉 친구들이 맺어온 관계의 토대때문일세. 그 토대는 우정과 의리지. 마크 주커버그가 가상공간에 24시간 내내 접속 가능한 페이스 북을 만든 것이 관계의 토대가 될 수는 없네. 더 넓은 공간을 얻으면 우리의 활동 폭이 더 넓어지나? 그건 착각이네. 24시간 접속가능하면 우리의 관계는 더 깊어지나? 그건 오산이고. 주커버그가 사랑과 우정을 잃어버린 채 쌓아올린 페이스 북은 모래위의 성일지도 모르네. 사람들은 페이스북의 엄청난 회원수와 자본적 가치때문에 놀라고 부러워하지만 말이야.

 

왓슨 : 맞는 말일세. 난 물질적으로 크게 성공하진 못했지만 내 삶이 성공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이유를 대라면 홈즈, 자네같은 친구와 이렇게 평생 사귀고 있다고 말할테니까.

 

홈즈 : 우정과 의리는 고갈되지 않는 '관계의 연료'네. 친환경 무공해 연료지. 인류가 화석연료를 처음 발견했을때 그건 축복이었네. 하지만 그 축복은 시한부지. 또한 시간이 지날수록 파괴된 환경은 인류도 무사하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네. 우리의 목을 겨누고 날아오는 부메랑이 되었지. 난 페이스 북이 화석연료처럼 느껴지네. 그것을 사용하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그것이 우리가 본래 가졌던 우정과 의리를 훼손시키지는 않을까하는 두려움이 있다네.  멸종되고 나서 책에서만 볼 수 있는 동식물처럼 우리 관계의 토대가 되었던 전통적 가치들도 가상공간의 어디론가 사라져버리지는 않을까하는 의구심이든단 말일세.

 

왓슨 : 홈즈, 걱정하지 말게. 자네같이 현명한 사람들이 끊임없이 경고하는 한 그런 일은 없을걸세. 그리고 요즘 내가 <소셜 네트워크 e혁명>(매튜 프레이저,수미트라 두타), <페이스북 이펙트>(데이비드 커크패트릭)를 읽고 있으니 소셜 네트워크의 긍정적 측면을 찾아 자네에게 얘기해줌세. 약속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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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빼기 3 - 어느 날… 남편과 두 아이가 죽었습니다
바버라 파흘 에버하르트 지음, 김수연 옮김 / 에이미팩토리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벽에 걸린 시계는 오후 4시를 가리키고 있다. 홈즈는 담배를 물고 창밖을 내다보고 있다.)

홈즈 : 이 친구, 3시까지 온다더니 벌써 4시가 다되어 가잖아. 무슨 일이 생긴건가? 어, 저기 오는군...

왓슨 : 홈즈, 미안하네. 많이 늦었지. 후배 결혼식에 참석하느라 말이야. 주말이라 차가 많이 막히더군. 
 

홈즈 : 후배? 누구? 내가 아는 사람은 아닐테지?

왓슨 : 자네는 모르는 친구들이야. 홈즈, 시원한 물 한 잔 주겠나? 서둘러왔더니 목이 타는구만.

홈즈 : 자, 여기 있네. 

왓슨 : 오늘 결혼했다는 그 후배들은 한 10년 넘게 알고 지내온 친구들이지. 연애를 10년정도 했다네. 그 친구들이 연애를 하는 동안 나는 가정을 꾸리고 결혼생활을 했고. 친하게 지내서인지 감회가 새롭더라고... 그들의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해주었네. 그러면서 내 결혼생활을 돌아봤지. 

홈즈 : 그래, 자네 결혼한 지도 벌써 10년이 되었군...  

왓슨 : 참, 오늘 우리가 나누기로 한 책은 바버라 파흘 에버하르트(이하 바버라)의 <4-3>이지? 오는 동안 결혼, 가족, 이별, 고통, 슬픔, 분노, 죽음, 삶, 기쁨, 용서, 성장, 사랑, 일상 같은 단어들이 머릿속에 떠다니기 시작했네. 난 아직 어떤 걸 취하고 어떤 걸 버려야 할 지 아무것도 정하지 못했네.

홈즈 : 그 후배의 결혼도, 자네의 결혼생활이 10년째인 것도 축하할 일이군. 하지만 삶은 우리에게 확실한 미래를 약속하진 않네. <4-3>을 읽으면서 그 사실을 한 번 더 확인할 수 있었지. 

왓슨 : 맞아, 그렇네, 홈즈. 나는 말이야, 내 아내에게 기회만 되면 '내가 다시 한 번 인생의 반려자를 선택할수 있다해도 주저없이 당신을 택할 거야'라고 말한다네. 하지만 우리에게 단 8년간의 결혼생활만 주어진다해도 그렇게 말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네. 


나와 남편은 '평생' 서로 사랑하고 존중하고 아껴가며 살기로 서약했었다. 평생 동안 우리는 서로를 배신하지 않고 기쁠 때나 슬플 때나 함께 하기로 서약했었다. 하지만 우리는 몰랐다. 우리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그토록 짧을 줄은……. 나는 지금 이 순간도, 내 남편 헬리를 사랑하고 존중하며 아낀다. 처음 본 그때처럼. <4-3> 14p
 

홈즈 : 왓슨, 지금까지 내가 자네를 지켜본 바로는 자네는 8년이 아니라 1년의 결혼생활만 주어진다해도 같은 선택을 하리라 믿네. 자네는 아내는 물론이고 아이들을 너무나 사랑한다는 걸 알고 있네. 그러니 의문가질 필요없네. <4-3>은 실화를 바탕으로 쓰여졌기 때문에 독자의 가슴 속에 일으키느 파장이 더 크다네. 생각해 보게. 8년간 사랑하며 가정을 이루었던 네 사람이 있었네. 그런데 한 순간에 셋이 세상에서 사라지고 하나만 남았다면 그 남겨진 하나의 심정이란 어떨 지를 말일세. 남편과 두 아이를 다시는 볼 수 없는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이전과는 전혀 다른 세상에서 어떤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과연 살아갈 수나 있을까?  

왓슨 : 홈즈, 난 의사네. 의사인 나도 늘 잊어버리는 몇가지 사실이 있네. 그것은 이런 것들이네. '사람은 누구나 태어나면서부터 시간적으로 제한된 삶을 선고받는다', '그 제한된 기간이란 평균 수명을 의미하지 않는다', '우리는 언제라도 죽을 수 있다'. 나의 죽음이든 남의 죽음이든 죽음은 늘 우리곁에 있네. 이따금씩 죽음을 기억하는 사람은 무척이나 지혜로운 사람이네. 

죽음이란 언제나 우리 곁에 있고, 우리의 '왼쪽 어깨'에 짊어지고 가는 것임을 충분히 느끼고 살아간다면, 그것은 우리 삶의 진실한 '동반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두렵기는 하지만 지혜로운 교훈의 샘물이 되어 줄 것이다. 죽음의 교훈을, 즉 우리가 살고 사랑할 시간이 제한되어 있다는 사실을 염두해 둔다면 시간을 최선으로 이용하고 생을 최대로 충만학 살려고 노력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왼쪽 어깨 위에 짊어지워진 죽음의 실재를 부인하고, 당당하게 직면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죽음이 주는 지혜로운 교훈을 스스로 버린 결과, 현명한 지식을 가지고 충만한 사랑을 할 수 없게 된다. 우리가 죽음을 피해서 떠나가면, 또 항상 변화하는 삶의 본질을 외면해 버린다면, 우리는 불가피하게 삶으로부터도 피해가게 되는 것이다. - 스캇 펙 <아직도 가야 할 길>

바버라가 직면한 현실이 가슴아프지만 그 아픈 현실은 바버라와 독자인 우리에게 삶의 지혜를 선물하고 있다네. 결국 죽음의 메시지는 삶이네. 

홈즈 :  그렇군. 삶의 문제는 분명 죽음의 문제와 맞닿아 있지. 하지만 삶을 묻는 것보다 죽음을 묻는 것이 더욱 삶의 긴장감과 절박함을 이끌어내는 것 같군. 삶은 일상으로 이어지고 일상은 규칙적이고 단조롭지. 죽음은 그런 일상에 삶의 생기를 불어넣네.

왓슨 : 홈즈, 죽음이 삶의 생기를 불어넣는다는건 좀 지나친 말 아닐까? 바버라는 남편과 두아이를 잃고 나서 거의 바닥까지 내려갔다 왔다는 걸 자네는 읽지 않았나. 처음에는 의연한 듯  감정을 절제하고 장례식마저 영혼의 축제로 승화시켰지만 감정의 둑이 터져 고통, 슬픔, 분노의 터널을 거쳐 단절과 공허의 강을 건너 겨우 일상으로 다시 돌아오고 있는 중이란 말일세.

나는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했다. 대화와 관심, 그리고 서로 연락이 닿는 일은 내게 절실했다. 지금 당장은 아니라도 나중에, 언젠가라도…. 더 이상 잃을 것도 없는 나였지만, 하나의 걱정이 있다면 그건 바로 '단절'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나를 대하는 게 부담스러워 친구들이 나를 피하면 어쩌나 염려했다. 사람들이 길에서 나를 만나도 부끄럽고 어색해서 피하면 어쩌나 두려웠다. 다른 그 어느 때보다 사람들의 온기가 필요한 이 때, 혼자 외툴이가 되면 어쩌나 두려웠다. <4-3> 85p

홈즈 : 오해하지 말게, 왓슨. 난 궁극적으로 바버라가 도달한 어떤 것에 대해 말한걸세. 슬픔을 지나 도달한 지점,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돌이키는 방법 같은 것 말이야.

어느새 나는 이 슬픔이 아직 내게 가르쳐줄 것이 많이 남았다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게 됐다. 이제껏 한 번도 자세히 들여다보지 못한 나 자신에 대해 탐구하기, 상처의 이해와 치유 같은 수업이 준비돼 있다. 거기다가 내면을 성찰할 시간, 삶의 의미, 목표와 가치 등의 다양한 과목까지 준비해둔, 슬픔은 너그럽고 인내심 많은 스승이다. 내가 제대로 못하면, 보충 수업 시간도 만들어준다. 언젠가 졸업 시험을 보게 되는 걸까? 아니면 '합격하셨습니다'라는 증명서라도 한 장 받게 될까? 아니, 그럴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그런 순간이 온다면 더 슬퍼질 것 같다. 어쨌든, 나는 지금 이 순간 모든 수업 하나 하나에 감사할 따름이다. <4-3> 105p

"그 누구도 당신이 티모에게서 느끼는 그 큰 사랑을 '받을'자격이 없습니다. 사랑은 그냥 거기 있는 겁니다. 그 사랑을 받아야 하는 게 아닙니다. 그게 바로 사랑의 특징입니다. 우리는 불완전한 인간으로 세상에 왔고, 누구나 실수를 합니다. 실수를 돌이킬 수 없지만, 그 실수를 통해서만 배우고 성장할 수 있어요. 실수를 돌이키고 싶다면, 이게 그 방법이에요. 배우고 성장하세요. 티모가 옆에서 지켜보며 기뻐할 거예요. <4-3> 238p

왓슨 : 음, 알겠네. 나는 바버라가 장례식을 준비하는 장면이 퍽 인상적이었네. 나 같았으면 그렇게 못했을걸세. 엄숙하고 무거운 기존의 장례식 풍경과는 완전히 달랐으니까. 내 생각엔 기존의 장례 방식이 고인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생각되네만 바버라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지. 

화가 나 어머니가 입구에 있는 노부인들 흉내를 낸다. "아니, 이게 대체 무슨 난장판이래요? 세상에 어쩜 저렇게 괴상한 장례식이 다 있어요?" (중략) '난장판이 아니고, 피에로들이 도와주는 거예요. 오늘 우리들 마음을 가능하면 가볍게 만들려고 일부러 초대한 제 동료들이에요. 저는 여기 온 아이들이 즐거워했으면 좋겠어요. 우리 아이들도 피에로를 좋아했어요. 게다가 남편 헬리도 피에로였어요.' "하지만 아무도 이런 식으로 장례식을 치르지는 않아요." '제 피에로 친구들은 슬픔을 감추고 최선을 다하고 있는 거라고요. 저들도 친구 헬리를 잃어버렸어요. 저 사람들한테도 분명 쉬운 일은 아닐 거예요. 하지만 제가 부탁했기 때문에 해주는 거라고요. 저들이 밝은 모습을 보여주면 제게 힘이 되니까요." "피에로는 서커스에나 어울리지, 공동묘지랑은 안 어울려요!" '제 친구들은 삶의 기쁨을 표현하기 위해 와 있는 거예요. 그래서 여기 모인 사람들이 한 번쯤은 웃을 수 있도록 말이에요. 삶이 아무리 힘들어도 아름다운 것이라는 걸 우리에게 상기시켜 주려고요.' <4-3> 129-130p

피에로다운 생각이었다고 할까? 바버라가 첫 피에로 워크숍에 참여했던 장면(159p~162p)을 잘 살펴보게. 그때 강사가 이런 말을 한다네. '우리가 지금부터 보게 될 모든 것은 새로운 것입니다. '이름'도 '의미'도 없습니다.' 홈즈, 바버라는 이 수업을 몸속에 각인해둔 것 같네. 그래서 그런 멋진 장례식을 준비한 것 아니겠나? 완전히 새로운 의미를 부여해서 말일세.

홈즈 : 자네 말에 백번 동의하네, 왓슨.  난 그 장례식을 준비하면서 바버라가 보낸 메일을 주목해서 읽었네. 바버라가 장례식에 참석할 사람들에게 부탁한 것은 옷도, 먹을 것도, 살 집도 아니었네. 그건 바로 남편과 아이들과 함께 했던 '이야기'였지. 이야기...이건 바버라가 앞으로 살아갈 삶의 양식되리라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지.  
 

저를 위해서는 이야기를 가지고 오시길 바랍니다. 헬리, 티모, 피니와 함께 했던 일들을 적어주십시오. 그들과의 기억, 가장 인상적이었던 일, 제가 모르는 재밌는 추억들, 그도 없다면 세 장의 종이에 적은 세 가지 단어도 좋습니다. 색깔이 있는 종이에나 흰 종이에나 상관없이 써주십시오. 이건 제게 정말 중요한 일입니다. 저는 이 이야기들을 모아 두꺼운 책 한 권을 만들고 싶습니다. 저는 제 천사들에 대한 기억을 97세가 될 때까지라도 생생히 간직하고 싶습니다. 도와주세요! <4-3> 82p

왓슨 : 홈즈, 바버라는 운명이 자신에게 쏟아부은 많은 고통과 슬픔을 헤치고 일상으로 나왔네. 그 고통과 슬픔 덕에 바버라는 많은 일상의 진주들을 찾게 되겠지. 삶은 더욱 반짝일 것이고.

홈즈 : 왓슨, <4-3>은 전 독일 국민을 울린 감동 실화라고 소개되어 있었네. 근데 난 한 방울의 눈물도 흘리지 않았네. 삶에 있어서 죽음의 이미지는 여전히 어둡고 칙칙하고 무거운 것이지만 '삶은 즐거운 놀이'라는 바버라의 메시지를 정확히 이해했다고 생각하네.  

왓슨 : 냉정한 친구..난 엉엉 울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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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북스트윗지기 2011-02-23 1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우연히 리뷰를 읽었습니다.
"이야기"가 삶의 양식이 됨을 재확인시켜주시는 글.. 감동의 마음을 바칩니다.

BOOK소리 2011-02-23 15:30   좋아요 0 | URL
타임북스트윗지기님 정말 반갑습니다. 긴 리뷰 읽어주신 것 고맙습니다.
그리고 님의 감동의 마음 감사히 받겠습니다.^^
삶의 양식이 될 좋은 이야기들 풍성한 하루 하루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또 뵙겠습니다.

북매니아 2011-04-07 0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들러봤습니다. 전 왓슨과 홈즈를 너무나 좋아해서 한번에 다 읽어버렸는데요...
대단한 서평입니다...어쩜, 이런 방식도 다 있군요~

BOOK소리 2011-04-07 13:01   좋아요 0 | URL
북매니아님 반갑습니다. 과찬이세요.
홈즈와 왓슨, 저도 무척 좋아하죠. 제 리뷰 속에 종종 등장시킬겁니다.
고맙습니다.

보늬 2011-05-02 15: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4-3을 읽어보고 싶어집니다..아..그보다 리뷰의 도입부문이 더 재미있네요...결혼식을 가는 왓슨으로부터 4-3 주인공의 장례식으로 이어지는 설정이요.^^

BOOK소리 2011-05-02 22:41   좋아요 0 | URL
보늬님 반갑습니다. 이 책은 겪어온 삶과 살아갈 삶을 깊이 생각해보게 하죠.
읽어 보세요. 고맙습니다.
 
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
베른하르트 슐링크 지음, 김재혁 옮김 / 이레 / 2004년 11월
평점 :
절판


눈이 쏟아지던 어느 날 저녁, 홈즈와 왓슨이 창 밖을 내다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왓슨 :  홈즈, 세상 모든 눈이 여기에 다 내리는 것 같구만.

 

홈즈 : 그렇지? 엄청나게 내리는군.

 

왓슨 : 이러다가 완전히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될 것같은데...

 

홈즈 : 왓슨, 무슨 걱정인가. 내 방에서 하룻밤 묵어가면되지. 하하.

 

왓슨 : 하긴 그러면 되겠군. 그런데 홈즈, 난 이렇게 많은 눈이 내리는 걸 보면 말일세, 처음엔 기분이 좋고 편안함을 느끼다가도 이내 조바심이 생기고 덜컥 겁이난단 말이야.

 

홈즈 : 그래? 그렇다면 자네 분명 눈에 대한 어떤 추억이 있을테지?

 

왓슨 : 그 친구 탐정아니랄까봐...맞네.

 

홈즈 : 들어볼까?

 

왓슨 : 벌써 20년이 다 되어 가는군. 겨울 산행이었지. 대입 시험을 마치고 고3 마지막 겨울방학이 막 시작될 12월말 즈음이었네. 계룡산으로 MT를 갔었지. 2박 3일의 일정 중 마지막날, 우리는 아침 일찍 계룡산 정상을 향해 오르기 시작했네. 지금 생각하면 위험하기 짝이 없는 산행이었네. 등산화를 신고 아이젠 착용하기는 커녕 고작 운동화, 심지어 구두를 신은 친구들도 있었으니까. 산 허리쯤 올랐을까, 눈발이 날리기 시작했어. 정상 쉼터에 도착한 우리는 이미 얼어버린 김밥으로 배를 채우고 서둘러 하산을 준비했지만 웬걸 등산로는 눈에 덮여버린지 오래였네. 계룡산 정상에 완전히 고립되어 버렸지. 일행 40명이 제각각 어쩔 줄 모르는 표정으로 서로를 쳐다보고만 있었네. 

 

홈즈 : 거 참, 난감했겠군.

 

왓슨 : 더 말해 무엇하겠나. 바로 그때 한 선배가 남여 3~4명씩 조를 지어주며 더 늦기전에 내려가자고 하더군. 나도 남자 동기 하나, 여자 동기 둘과 함께 조심조심 발걸음을 아래로 떼어놓기 시작했지. 원하지 않는 고립의 상태에 던져진 난 세상과 단절 될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느꼈네. 홈즈, 자넨 고립된다는게 뭔지 경험해 본 적이 있나? 아니면 생각이라도 해 본 적이 있나?

 

홈즈 : 음, 난 고독과 사색을 즐기는 편이지. 하지만 고립 원하는 사람은 아니네. 하지만 자네가 그렇게 말하니까 말인데 최근 읽은 책, <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군 그래.

 

왓슨 : 독서도 경험의 일부가 아닌가? 흥미로운데. 그래, 그 책이 고립에 대한 이야긴가? 어딘가에 갇혀 있다가 극적으로 탈출하는 그런 이야기겠지? 톰 행크스 주연 <캐스트 어웨이>나 팀 로빈슨 주연의 <쇼생크 탈출>같은 영화처럼 말이야. 책 제목이 조금 동떨어지긴 해도...그렇지?

 

홈즈 : 왓슨, 아쉽지만 <더 리더>는 자네 기대처럼 그런 작품이 아니네. 자네가 말한 <캐스트 어웨이>나 <쇼생크 탈출>은 어쩔 수 없이 직면케된 고립의 상태를 적극적으로 헤쳐나와 마침내 끊어진 세상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잃어버린 꿈을 찾아 새로운 삶을 열어가는 감동적인 이야기지. 하지만 <더 리더>는 그 반대라네. 

 

왓슨 : 반대라니? 잘 이해가 안 되는데, 홈즈.

 

홈즈 : 그러니까 <더 리더>의 두 주인공 미하엘 베르그(이하 미하엘)와 한나 슈미츠(이하 한나)는 고립을 향해 나아가는, 아니 고립으로 도피해 가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네.

 

왓슨 : 그럼 그들이 스스로 고립을 선택한다는 말인가?

 

홈즈 : 그렇네. <더 리더>는 3부로 구성되어 있네. 1부는 15세 미하엘과 36세 한나가 어떻게 만나서 어떤 관계를 맺는지, 2부는 법대생이 된 미하엘과 과거 나치의 강제수용소 감시원이었던 한나가 법정에서 다시 조우하면서 한나의 과거가 어떠했는지, 또 미하엘은 어떤 심리적 갈등을 겪는지, 3부는 교도소에 갇힌 한나에게 지속적으로 책을 녹음해서 읽어주는 미하엘의 관계가 어떻게 전개되는지를 보여주고 있지.

 

왓슨 : 아, 홈즈, 창밖을 좀 보게. 눈이 점점 더 쏟아지는군.

 

홈즈 : 흠, 오히려 잘됐네. 이 참에 간단히 저녁을 먹고 따뜻한 난로 곁에서 <더 리더>를 읽어보는 게 어떻겠나? 더 풍성한 나눔이 될 것 같은데. 자네가 다 읽을 때까지 나도 다른 책을 읽으면 되니까.

 

왓슨 : 좋아, 홈즈. 일단 집에 전화 한 통하고...

 

<왓슨은 11시쯤 되자 책을 내려 놓는다>

 

왓슨 : 음, 무슨 말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 지 모르겠네. 한나가 갇힌 것인지? 미하엘이 갇힌 것인지? 감옥에 갇히고 문맹에 갇힌 건 한나지만 미하엘은 시종일관 감정의 이쪽 끝에서 저쪽 끝으로 시계추처럼 왔다갔다를 반복하며 어딘가에 갇혀 있다는 느낌을 받았거든.

 

홈즈 : 그렇지, 왓슨. 나 역시나 이 두 주인공 미하엘과 한나의 성적 관계, 문맹과 책읽기, 재판, 그들의 감정 변화가 공간을 바꿔가며 시간 위로 펼쳐질 때 다차원 미로 속을 헤메는 기분이었네.이게 사랑이야긴지, 문맹이야긴지, 역사와 개인사를 다룬 것인지 뭐가뭔지 몰라서 미하엘과 한나가 어딘가에 갇힌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내가 갇힌 기분이었으니까. 그래서 말인데, 왓슨, 이건 어떤가? 먼저 문맹과 고립의 관계를 살펴보는 것 말일세.

 

왓슨 : 문맹과 고립의 관계?

 

홈즈 : 그 관계를 먼저 정리하고 나면 자네와 나도 미하엘과 한나의 미로에서 길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네만.

 

왓슨 : 일단 그 방향으로 가보세. 문맹과 고립의 관계..

 

홈즈 : 문맹은 글을 읽거나 쓸 줄 모르는 것이네. 능력 부재지. 고립은 다른 사람과 어울리어 사귀지 못하는 것이네. 글을 읽거나 쓸 줄 모르면 관계의 폭은 아주 좁아질 수 밖에 없는 건 당연하겠지. 그런 점에서 문맹은 고립의 원인이며 고립의 문맹의 결과일세.

 

왓슨 : 그렇군. 자네가 말한 문맹의 정의를 듣고 보니 문맹의 의미를 확장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군.

 

홈즈 : 그래?

 

왓슨 : 그렇네. 문맹이 글을 읽거나 쓸 줄 '모르는 것'이라면 문맹의 의미를 '무언가에 대해 무지한 상태'로 확장할 수 있지 않겠나? 이런 논리를 적용한다면 미하엘의 성적(性的) 무지 상태도 확장된 문맹의 범주에 포함할 수 있지 않을까? 미하엘의 성적 무지 상태를 편의상 성맹(性盲)이라 할 수 있다면 이런 성맹의 결과로 미하엘은 이성으로부터 고립되어 있었다고 할 수 있겠지. 미하엘은 한나와의 관계-육체적 관계를 포함해서-를 통해 이성을 배움으로써 학교에서 이성을 대할 때 여유롭고 자신감이 넘치게 되었지. 물론 15살 남자아이가 36살의 성인 여자와 그런 관계를 맺은 것이 세월이 꽤 흐른 아주 나중까지 여유와 자신감을 준 건 아니었지만 말일세.

 

홈즈 : 오호, 왓슨. 자네 정말 '같은 책을 읽고 함께 이야기하는 기쁨'을 만끽하게 해주는구만.

 

왓슨 : 공감해주니 고맙네, 홈즈.

 

홈즈 : 왓슨, 우리가 문맹과 고립의 관계, 문맹의 의미 확장까지 이르렀으니 이제 문맹을 벗어나는 과정의 이야기길 하는 것이 자연스럽겠지. 좀 거창하게 말하자면 난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미하엘과 한나의 힘겨루기가 이어졌다고 생각했네. 그건 어떤 지식의 전수과정, 즉 문맹-확장된 의미의-으로부터 벗어나도록 돕는 행위를 통해 맺어지는 권력적 종속관계가 아닐까 하고 말일세. 

 

왓슨 : 홈즈, 말이 좀 어렵네. 하하.

 

홈즈 : 그렇지? 나도 어렵군, 내가 말해 놓고도 말이야. 그러면 다시 책으로 돌아가서 이야기해 보겠네. <더 리더> 1부에서 미하엘은 한나를 통해 이성에 눈을 뜨게 되네. 한나를 통해 경험적으로 이성을 알게 된 미하엘. 그 지식을 전수한 한나는 그녀가 어떤 힘을 행사했는가에 관계없이 미하엘의 감정과 행위를 완전히 장악했네. 미하엘은 쇠붙이가 자석에 끌려가듯 그렇게 한나에게 자신의 몸과 마음을 완전히 넘겨주었네. 밀고 당기는 건 한나의 마음대로였고. 아마 21살이라는 나이 차이, 10대의 미숙함도 한 몫 했을걸세. 불완전하게나마 성에 대해 알게된 미하엘은 하나의 고립에서 빠져나오는 동시에 또 다른 고립에 빠져버린 셈이지. 한나에 대한 지식이 없었기 때문에 한나라는 또 다른 고립 상태에 이르게 되어 버렸지. 미하엘은 한나와 공유하는 생활이 없었네. 그건 관계를 진전시키는데 있어 치명적 약점으로 작용한다네. 미하엘은 시간이 많이 흐른 나중에야 한나의 과거를 알게 되었네. 난 이 장면을 보면서 하나의 무지에서 탈출하면 또 하나의 무지가 우리를 고립시킬 수 있다는 걸 배웠네.

 

왓슨 : 이해가 되는군. 그렇다면 <더 리더>의 2부, 법정에서 다시 만난 한나와 미하엘은 과거의 추억만을 간직한 채 현재의 어떤 유기적 관계도 없는 상태였네. 시간도 꽤 흘렀고해서 둘 사이의 권력관계는 어느 정도 균형을 이루었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엄밀히 말해서 미하엘의 감정 상태를 고려해보면 여전히 한나 쪽으로 기울어 있는 상태 아니었을까 싶네. 미하엘은 한나의 갑작스런 증발의 이유가 자신의 배반때문이었다고 굳게 믿고 있었고 나중에 그 이유가 문맹을 감추기 위한 도피였다는 걸 알고 나서도 배반의 죄책감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기 때문이지.

 

홈즈 : 이제 힘의 균형이 미하엘 쪽으로 넘어가는 3부의 장면을 볼까? 한나는 법정에서 종신형을 선고받고 교도소에 수감되네. 문맹을 감추기 위해 감옥에 자신을 감춰버렸지. 이중 잠금장치. 하지만 미하엘은 한나에 대한 죄책감-10대 때 한나를 사랑할 때 단행했던 일종의 배반 행위와 법정에서 문맹 사실을 적극적으로 해명하지 않은 것에 대한-을 조금이라도 벗고자 한나를 처음 만났을 때 했던 의식 중 하나인 책읽어주기를 다시 시작하네. 이러한 미하엘의 시도는 한나가 문맹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노력으로 이어졌고 결국 한나는 그 오랜 세월 동안의 고립에서 탈출하게 되지. 문맹을 벗어나도록 이끈 사람은 미하엘이었으니 이제 미하엘이 힘을 장악하게 된 거야. 그건 한나가 미하엘에게 그랬듯 미하엘도 한나에게 어떤 힘을 행사하지 않았지만 한나의 감정과 행위를 장악한 거라네. 한나는 글을 읽고 쓸 줄 알게 되면서 미하엘에게 편지를 보냈고 그의 목소리가 담긴 녹음테이프보다 그의 글씨가 쓰여진 편지를 애타게 기다렸으니까 말이야. 한나 역시 문맹에서는 벗어났지만 미하엘을 알지 못했기 때문에 미하엘이라는 감옥에 다시 갇혀버리고 말았고 결국은 스스로 목숨을 끊음으로써 영원히 무덤에 고립되지.

 

왓슨 : 홈즈, 우리는 지금까지 문맹과 고립의 관계, 문맹의 의미 확장, 문맹으로부터 벗어나는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련의 권력배치를 살폈네. 그 와중에 내가 깨달은 한 가지는 글을 깨우쳐 문맹 자체를 벗어나는 것만큼 그 읽고 쓰는 능력으로 삶과 세계를 해석하고 관계를 넓혀가는 일상의 삶이 얼마나 중요한가하는. 지식을 습득해서 고립을 벗어나는 것만큼 그 지식을 활용하여 일상을 풍요롭게 만들어가는 것 말이야. 미하엘과 한나의 관계처럼 어떤 미성숙의 단계에서 머물지도, 권력적 종속관계로 남아서도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홈즈 : 왓슨, 내가 눈여겨 본 것이 또 하나 있네. 그것은 감정도 감옥이 될 수 있다는 점이네.

 

왓슨 : 감정의 감옥? 어떤 감정을 말하는 건가?

 

홈즈 : 미하엘의 배신에 대한 자괴감, 죄책감, 한나의 열등감과 수치심이지. 이런 감정은 한 인간의 전생애를 피폐하게 만드는 감옥이네. 극복해내기 힘들어. 참, 왓슨, 아까 저녁 먹기전에 했던 자네의 계룡산 MT이야기는 마저 해야지.

 

왓슨 : 그럴까. 하하. 왜? 궁금한가? 나와 함께 내려왔던 그 친구들하고 나는 그 이전에는 별 친분이 두텁지 않았던 사이였어. 나도 그 친구들도 서로에 대한 지식이 없었으니까. 그러니까 서로에 대해 문맹 상태였다네. 우린 공간적으로는 산 정상에 고립되어 있었고 심리적으로는 서로에 대해 고립되어 있었지. 길도 보이지 않았던 그 위태위태한 내리막 눈길 속에서 우린 각자 고3 생활, 가족, 졸업 후의 삶 따위를 이야기했다네. 서로에 대한 무지를 벗고 문맹을 탈출해서 친구의 삶을 읽어냈던 순간이었지. 생사를 함께한 전우들 마냥 우린 한동안 그 이야기를 무용담처럼 자랑했어.

 

홈즈 : 서로의 삶을 읽어 냈다...그렇지. 문맹이 야기하는 가장 큰 손실은 나와 남의 삶을 읽는 능력까지 앗아가버린다는 점이지. 하여간 정말 부러운 추억이군, 왓슨.

 

(홈즈는 눈내리는 창가에 서서 왓슨을 쳐다보면서 오늘 이 폭설이 어떤 사람들에게는 고립의 악몽을 가져다 줄 수 있겠지만 자신에게는 친구를 읽어내는 소중한 순간을 만들어 주니 오히려 삶의 고립을 벗어나게 하는 축복을 가져다 주었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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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꿈꾸는 기적 : 인빅터스 - Invictus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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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연휴를 보내면서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영화 <우리가 꿈꾸는 기적 : 인빅터스 Invictus>를 봤습니다.
  

영화이야기 

27년간의 수감생활을 마치고 1994년 남아공의 첫 흑인 대통령으로 선발된 넬슨 만델라(모건 프리먼)는 거의 백인으로 이뤄진 자국 럭비팀 ‘스프링복스’와 영국의 경기에서 흑인들이 상대팀 영국을 응원하는 것을 목격하게 되죠. 만델라는 럭비를 통해 모두의 마음을 하나로 연결할 것을 결심, ‘스프링복스’의 주장 프랑소와 피나르(맷 데이먼)를 대통령 집무실로 초대합니다. 그리고 1995년 자국에서 열리는 럭비 월드컵에서 우승해 달라고 부탁하죠. 당시 전력으로는 국민 어느 누구도 믿지 않았고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일입니다. 결과적으로 스프링복스는 온 국민에게 기적 같은 우승을 선사합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답니다. 

 

명장면

영화 속에서 인상적인 장면이 있었습니다. 

첫번째 장면 

만델라가 대통령 경호실의 부족 인원을 4명의 백인 경호원으로 충원하자 경호책임자인 제이슨 차발라라가 대통령께 확인하러 갑니다. 물론 지극히 불편한 기색이 얼굴과 말투에 확 드러납니다. 그때 만델라가 제이슨을 설득하면 장면이죠. 


만델라는 경호실은 국가의 얼굴이며 다인종국가의 화합은 거기서부터 시작한다고 말하죠.
하지만 제이슨은 얼마 전까지해도 흑인들을 죽이려했던 백인들과의 화합을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만델라는 "용서 또한 거기서 시작된다"라고 제이슨을 설득합니다.
그리고 "용서는 영혼을 자유롭게 하고 공포를 사라지게 한다네. 그래서 용서는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네"라는
말로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 라는 제이슨의 답을 이끌어 내더군요.
 

두번째 장면 

만델라가 남아국의 국가대표 럭비팀 '스프링 복스'의 주장 피나르를 자신의 티타임에 초대해서 두 사람 나누는 대화 장면입니다.  


피나르는 스프링 복스를 이끄는 주장이죠. 만델라는 남아공의 새 대통령이고요.
만델라는 꺼낸 이야기의 주제는 리더십입니다. 만델라가 먼저 이야기를 합니다. 

"말해보게, 리더십에 대한 자네의 철학은 뭔가? 자네 팀이 최선을 다하도록 어떻게 자극하나?"

"예를들면, 저는 항상 모범이 되어 팀을 이끌려고 합니다."

"그렇지, 그건 정확히 옳은 말이야. 하지만 팀원들을 그들이 생각하는 이상으로 이끌려면 어떻게 해야하나? 그건 정말고 어려운 일이지. 영감을 불어넣은 것인데 말이야. 우린 어떻게 스스로 자극을 줘서 위대함에 이르게 할 수있을까? 할 수 있는게 거의 없는 상황에서도 말일세. 우린 어떻게 우리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영감을 불어 넣을 수 있겠나? 난 종종 타인이 해낸 일을 가지고 생각해본다네. 로벤 섬(만델라가 27년간 수감되었던)에서 나는 한 편의 시에서 영감을 얻었네. 하고자 하는 모든 것들이 깨져버렸을때 난 그 말때문에 견딜수 있었다네."
 

이 말을 들은 피나르는 팀원들을 이끌고 로벤섬, 만델라가 수감했던 그 감옥을 방문하게 되죠.
만델라가 영감을 받은 그 시. 그 시가 궁금하지 않습니까?  월리엄 어니스트 헨리의 인빅터스라는 시죠.
아래 쪽에 따로 소개해 놓았습니다. 
 

리더의 조건 

리더의 조건을 생각해봤습니다. <우리가 꿈꾸는 기적>에서 찾은 조건은 세가진데요. 명장면을 소개하면서 다 나왔던 것들입니다. 첫째, 모범적인 삶이죠, 둘째, 용서할 수 있는 관대함이고요, 셋째는 능력이상의 것을 끄집어 낼 수 있도록 영감을 불어넣는 것입니다. 영화 자체는 우리에게 낯선 럭비를 다루고 있지만 실화의 감동은 그대로 전해져 옵니다. 그리고 모범적인 삶, 용서할 수 있는 관대함, 영감을 불어넣는 능력을 가진 리더가 절실히 요구되는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는 크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시간이 걸린다해도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이 '나 자신'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돕고 자유롭게 꿈을 실현하고 자존감을 세워갈 수 있는 사회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러려면 만델라같은 리더들이 나와야겠지요? 도대체 얼마나 꿈꾸어야 이런 기적이 이뤄질까요? 회의적이되기도 합니다만 월리엄 어니스트 헨리의 시에서 희망을 가져봅니다. 

영화의 원제목인 라틴어 Invictus는 '불굴의, 굴하지 않는'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고요, 앞서 언급했듯 월리엄 어니스트 헨리의 시(詩)이기도 합니다. 월리엄 어니스트 헨리는 12세때 결핵을 앓고 10대 후반에 왼다리를 절단하는 삶의 어려움 속에서도 그 병상에서 이 시를 썼다고 합니다. "나는 운명의 주인, 내 영혼의 선장" 이라고 노래한 마지막 시구는 유명하죠.   

이제 그의 시에서 제가 영감을 받을 차례인 것같습니다. 
 
 

Invictus

William Ernest Henley  (1819-1903)    
                                      

Out of the night that covers me,
Black as the Pit from pole to pole,
I thank whatever gods may be
For my unconquerable soul.

In the fell clutch of circumstance
I have not winced nor cried aloud.
Under the bludgeonings of chance
My head is bloody, but unbowed.  

Beyond this place of wrath and tears
Looms but the Horror of the shade,
And yet the menace of the years
Finds and shall find me unafraid. 

It matters not how strait the gate,
How charged with punishments the scroll,
I am the master of my fate,
I am the captain of my s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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