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빼기 3 - 어느 날… 남편과 두 아이가 죽었습니다
바버라 파흘 에버하르트 지음, 김수연 옮김 / 에이미팩토리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벽에 걸린 시계는 오후 4시를 가리키고 있다. 홈즈는 담배를 물고 창밖을 내다보고 있다.)

홈즈 : 이 친구, 3시까지 온다더니 벌써 4시가 다되어 가잖아. 무슨 일이 생긴건가? 어, 저기 오는군...

왓슨 : 홈즈, 미안하네. 많이 늦었지. 후배 결혼식에 참석하느라 말이야. 주말이라 차가 많이 막히더군. 
 

홈즈 : 후배? 누구? 내가 아는 사람은 아닐테지?

왓슨 : 자네는 모르는 친구들이야. 홈즈, 시원한 물 한 잔 주겠나? 서둘러왔더니 목이 타는구만.

홈즈 : 자, 여기 있네. 

왓슨 : 오늘 결혼했다는 그 후배들은 한 10년 넘게 알고 지내온 친구들이지. 연애를 10년정도 했다네. 그 친구들이 연애를 하는 동안 나는 가정을 꾸리고 결혼생활을 했고. 친하게 지내서인지 감회가 새롭더라고... 그들의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해주었네. 그러면서 내 결혼생활을 돌아봤지. 

홈즈 : 그래, 자네 결혼한 지도 벌써 10년이 되었군...  

왓슨 : 참, 오늘 우리가 나누기로 한 책은 바버라 파흘 에버하르트(이하 바버라)의 <4-3>이지? 오는 동안 결혼, 가족, 이별, 고통, 슬픔, 분노, 죽음, 삶, 기쁨, 용서, 성장, 사랑, 일상 같은 단어들이 머릿속에 떠다니기 시작했네. 난 아직 어떤 걸 취하고 어떤 걸 버려야 할 지 아무것도 정하지 못했네.

홈즈 : 그 후배의 결혼도, 자네의 결혼생활이 10년째인 것도 축하할 일이군. 하지만 삶은 우리에게 확실한 미래를 약속하진 않네. <4-3>을 읽으면서 그 사실을 한 번 더 확인할 수 있었지. 

왓슨 : 맞아, 그렇네, 홈즈. 나는 말이야, 내 아내에게 기회만 되면 '내가 다시 한 번 인생의 반려자를 선택할수 있다해도 주저없이 당신을 택할 거야'라고 말한다네. 하지만 우리에게 단 8년간의 결혼생활만 주어진다해도 그렇게 말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네. 


나와 남편은 '평생' 서로 사랑하고 존중하고 아껴가며 살기로 서약했었다. 평생 동안 우리는 서로를 배신하지 않고 기쁠 때나 슬플 때나 함께 하기로 서약했었다. 하지만 우리는 몰랐다. 우리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그토록 짧을 줄은……. 나는 지금 이 순간도, 내 남편 헬리를 사랑하고 존중하며 아낀다. 처음 본 그때처럼. <4-3> 14p
 

홈즈 : 왓슨, 지금까지 내가 자네를 지켜본 바로는 자네는 8년이 아니라 1년의 결혼생활만 주어진다해도 같은 선택을 하리라 믿네. 자네는 아내는 물론이고 아이들을 너무나 사랑한다는 걸 알고 있네. 그러니 의문가질 필요없네. <4-3>은 실화를 바탕으로 쓰여졌기 때문에 독자의 가슴 속에 일으키느 파장이 더 크다네. 생각해 보게. 8년간 사랑하며 가정을 이루었던 네 사람이 있었네. 그런데 한 순간에 셋이 세상에서 사라지고 하나만 남았다면 그 남겨진 하나의 심정이란 어떨 지를 말일세. 남편과 두 아이를 다시는 볼 수 없는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이전과는 전혀 다른 세상에서 어떤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과연 살아갈 수나 있을까?  

왓슨 : 홈즈, 난 의사네. 의사인 나도 늘 잊어버리는 몇가지 사실이 있네. 그것은 이런 것들이네. '사람은 누구나 태어나면서부터 시간적으로 제한된 삶을 선고받는다', '그 제한된 기간이란 평균 수명을 의미하지 않는다', '우리는 언제라도 죽을 수 있다'. 나의 죽음이든 남의 죽음이든 죽음은 늘 우리곁에 있네. 이따금씩 죽음을 기억하는 사람은 무척이나 지혜로운 사람이네. 

죽음이란 언제나 우리 곁에 있고, 우리의 '왼쪽 어깨'에 짊어지고 가는 것임을 충분히 느끼고 살아간다면, 그것은 우리 삶의 진실한 '동반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두렵기는 하지만 지혜로운 교훈의 샘물이 되어 줄 것이다. 죽음의 교훈을, 즉 우리가 살고 사랑할 시간이 제한되어 있다는 사실을 염두해 둔다면 시간을 최선으로 이용하고 생을 최대로 충만학 살려고 노력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왼쪽 어깨 위에 짊어지워진 죽음의 실재를 부인하고, 당당하게 직면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죽음이 주는 지혜로운 교훈을 스스로 버린 결과, 현명한 지식을 가지고 충만한 사랑을 할 수 없게 된다. 우리가 죽음을 피해서 떠나가면, 또 항상 변화하는 삶의 본질을 외면해 버린다면, 우리는 불가피하게 삶으로부터도 피해가게 되는 것이다. - 스캇 펙 <아직도 가야 할 길>

바버라가 직면한 현실이 가슴아프지만 그 아픈 현실은 바버라와 독자인 우리에게 삶의 지혜를 선물하고 있다네. 결국 죽음의 메시지는 삶이네. 

홈즈 :  그렇군. 삶의 문제는 분명 죽음의 문제와 맞닿아 있지. 하지만 삶을 묻는 것보다 죽음을 묻는 것이 더욱 삶의 긴장감과 절박함을 이끌어내는 것 같군. 삶은 일상으로 이어지고 일상은 규칙적이고 단조롭지. 죽음은 그런 일상에 삶의 생기를 불어넣네.

왓슨 : 홈즈, 죽음이 삶의 생기를 불어넣는다는건 좀 지나친 말 아닐까? 바버라는 남편과 두아이를 잃고 나서 거의 바닥까지 내려갔다 왔다는 걸 자네는 읽지 않았나. 처음에는 의연한 듯  감정을 절제하고 장례식마저 영혼의 축제로 승화시켰지만 감정의 둑이 터져 고통, 슬픔, 분노의 터널을 거쳐 단절과 공허의 강을 건너 겨우 일상으로 다시 돌아오고 있는 중이란 말일세.

나는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했다. 대화와 관심, 그리고 서로 연락이 닿는 일은 내게 절실했다. 지금 당장은 아니라도 나중에, 언젠가라도…. 더 이상 잃을 것도 없는 나였지만, 하나의 걱정이 있다면 그건 바로 '단절'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나를 대하는 게 부담스러워 친구들이 나를 피하면 어쩌나 염려했다. 사람들이 길에서 나를 만나도 부끄럽고 어색해서 피하면 어쩌나 두려웠다. 다른 그 어느 때보다 사람들의 온기가 필요한 이 때, 혼자 외툴이가 되면 어쩌나 두려웠다. <4-3> 85p

홈즈 : 오해하지 말게, 왓슨. 난 궁극적으로 바버라가 도달한 어떤 것에 대해 말한걸세. 슬픔을 지나 도달한 지점,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돌이키는 방법 같은 것 말이야.

어느새 나는 이 슬픔이 아직 내게 가르쳐줄 것이 많이 남았다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게 됐다. 이제껏 한 번도 자세히 들여다보지 못한 나 자신에 대해 탐구하기, 상처의 이해와 치유 같은 수업이 준비돼 있다. 거기다가 내면을 성찰할 시간, 삶의 의미, 목표와 가치 등의 다양한 과목까지 준비해둔, 슬픔은 너그럽고 인내심 많은 스승이다. 내가 제대로 못하면, 보충 수업 시간도 만들어준다. 언젠가 졸업 시험을 보게 되는 걸까? 아니면 '합격하셨습니다'라는 증명서라도 한 장 받게 될까? 아니, 그럴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그런 순간이 온다면 더 슬퍼질 것 같다. 어쨌든, 나는 지금 이 순간 모든 수업 하나 하나에 감사할 따름이다. <4-3> 105p

"그 누구도 당신이 티모에게서 느끼는 그 큰 사랑을 '받을'자격이 없습니다. 사랑은 그냥 거기 있는 겁니다. 그 사랑을 받아야 하는 게 아닙니다. 그게 바로 사랑의 특징입니다. 우리는 불완전한 인간으로 세상에 왔고, 누구나 실수를 합니다. 실수를 돌이킬 수 없지만, 그 실수를 통해서만 배우고 성장할 수 있어요. 실수를 돌이키고 싶다면, 이게 그 방법이에요. 배우고 성장하세요. 티모가 옆에서 지켜보며 기뻐할 거예요. <4-3> 238p

왓슨 : 음, 알겠네. 나는 바버라가 장례식을 준비하는 장면이 퍽 인상적이었네. 나 같았으면 그렇게 못했을걸세. 엄숙하고 무거운 기존의 장례식 풍경과는 완전히 달랐으니까. 내 생각엔 기존의 장례 방식이 고인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생각되네만 바버라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지. 

화가 나 어머니가 입구에 있는 노부인들 흉내를 낸다. "아니, 이게 대체 무슨 난장판이래요? 세상에 어쩜 저렇게 괴상한 장례식이 다 있어요?" (중략) '난장판이 아니고, 피에로들이 도와주는 거예요. 오늘 우리들 마음을 가능하면 가볍게 만들려고 일부러 초대한 제 동료들이에요. 저는 여기 온 아이들이 즐거워했으면 좋겠어요. 우리 아이들도 피에로를 좋아했어요. 게다가 남편 헬리도 피에로였어요.' "하지만 아무도 이런 식으로 장례식을 치르지는 않아요." '제 피에로 친구들은 슬픔을 감추고 최선을 다하고 있는 거라고요. 저들도 친구 헬리를 잃어버렸어요. 저 사람들한테도 분명 쉬운 일은 아닐 거예요. 하지만 제가 부탁했기 때문에 해주는 거라고요. 저들이 밝은 모습을 보여주면 제게 힘이 되니까요." "피에로는 서커스에나 어울리지, 공동묘지랑은 안 어울려요!" '제 친구들은 삶의 기쁨을 표현하기 위해 와 있는 거예요. 그래서 여기 모인 사람들이 한 번쯤은 웃을 수 있도록 말이에요. 삶이 아무리 힘들어도 아름다운 것이라는 걸 우리에게 상기시켜 주려고요.' <4-3> 129-130p

피에로다운 생각이었다고 할까? 바버라가 첫 피에로 워크숍에 참여했던 장면(159p~162p)을 잘 살펴보게. 그때 강사가 이런 말을 한다네. '우리가 지금부터 보게 될 모든 것은 새로운 것입니다. '이름'도 '의미'도 없습니다.' 홈즈, 바버라는 이 수업을 몸속에 각인해둔 것 같네. 그래서 그런 멋진 장례식을 준비한 것 아니겠나? 완전히 새로운 의미를 부여해서 말일세.

홈즈 : 자네 말에 백번 동의하네, 왓슨.  난 그 장례식을 준비하면서 바버라가 보낸 메일을 주목해서 읽었네. 바버라가 장례식에 참석할 사람들에게 부탁한 것은 옷도, 먹을 것도, 살 집도 아니었네. 그건 바로 남편과 아이들과 함께 했던 '이야기'였지. 이야기...이건 바버라가 앞으로 살아갈 삶의 양식되리라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지.  
 

저를 위해서는 이야기를 가지고 오시길 바랍니다. 헬리, 티모, 피니와 함께 했던 일들을 적어주십시오. 그들과의 기억, 가장 인상적이었던 일, 제가 모르는 재밌는 추억들, 그도 없다면 세 장의 종이에 적은 세 가지 단어도 좋습니다. 색깔이 있는 종이에나 흰 종이에나 상관없이 써주십시오. 이건 제게 정말 중요한 일입니다. 저는 이 이야기들을 모아 두꺼운 책 한 권을 만들고 싶습니다. 저는 제 천사들에 대한 기억을 97세가 될 때까지라도 생생히 간직하고 싶습니다. 도와주세요! <4-3> 82p

왓슨 : 홈즈, 바버라는 운명이 자신에게 쏟아부은 많은 고통과 슬픔을 헤치고 일상으로 나왔네. 그 고통과 슬픔 덕에 바버라는 많은 일상의 진주들을 찾게 되겠지. 삶은 더욱 반짝일 것이고.

홈즈 : 왓슨, <4-3>은 전 독일 국민을 울린 감동 실화라고 소개되어 있었네. 근데 난 한 방울의 눈물도 흘리지 않았네. 삶에 있어서 죽음의 이미지는 여전히 어둡고 칙칙하고 무거운 것이지만 '삶은 즐거운 놀이'라는 바버라의 메시지를 정확히 이해했다고 생각하네.  

왓슨 : 냉정한 친구..난 엉엉 울었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타임북스트윗지기 2011-02-23 1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우연히 리뷰를 읽었습니다.
"이야기"가 삶의 양식이 됨을 재확인시켜주시는 글.. 감동의 마음을 바칩니다.

BOOK소리 2011-02-23 15:30   좋아요 0 | URL
타임북스트윗지기님 정말 반갑습니다. 긴 리뷰 읽어주신 것 고맙습니다.
그리고 님의 감동의 마음 감사히 받겠습니다.^^
삶의 양식이 될 좋은 이야기들 풍성한 하루 하루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또 뵙겠습니다.

북매니아 2011-04-07 0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들러봤습니다. 전 왓슨과 홈즈를 너무나 좋아해서 한번에 다 읽어버렸는데요...
대단한 서평입니다...어쩜, 이런 방식도 다 있군요~

BOOK소리 2011-04-07 13:01   좋아요 0 | URL
북매니아님 반갑습니다. 과찬이세요.
홈즈와 왓슨, 저도 무척 좋아하죠. 제 리뷰 속에 종종 등장시킬겁니다.
고맙습니다.

보늬 2011-05-02 15: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4-3을 읽어보고 싶어집니다..아..그보다 리뷰의 도입부문이 더 재미있네요...결혼식을 가는 왓슨으로부터 4-3 주인공의 장례식으로 이어지는 설정이요.^^

BOOK소리 2011-05-02 22:41   좋아요 0 | URL
보늬님 반갑습니다. 이 책은 겪어온 삶과 살아갈 삶을 깊이 생각해보게 하죠.
읽어 보세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