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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 네트워크 - The Social Network
영화
평점 :
상영종료

홈즈 : 왓슨, 자네와 같이 영화를 본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네.
왓슨 : 그러게 말일세. 뭐 극장은 아니지만 DVD로 한 편 보는 것도 나쁘지 않군.
홈즈 : 지난해 개봉했을 때부터 이 영화 <소셜 네트워크>는 꼭 챙겨 봐야겠다고 다짐했었는데...
마음처럼 되진 않았어.
왓슨 : 생각보다 재밌었네. 실화를 소재로 하는 건 늘 뭔가를 엿보는 재미가 있으니까 말이야.
홈즈 : 그렇지. 전세계 207개국, 5억명의 회원을 확보한 온라인 소셜 미디어 '페이스 북' 이 어떻게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느지를 흥미롭게 풀어냈더군.
왓슨 : 페이스 북의 현재 가치가 무려 250억 달러라니 정말 믿어지지 않는군. 인터넷이라는 무한한 가상 공간에는 성공의 기회가 널려 있는 것같네. 나야 그 분야에 젬병이지만.
홈즈 : 성공이야기가 나왔으니 그 말꼬리를 잡아볼까?
왓슨 : 자네 설마 또 물질적 성공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려고 그러는 모양인데...내 이야기를 마저 듣고 하게. 페이스 북을 만든 마크 주커버그는 그 아이디어 하나로 엄청난 돈을 벌었네. 경제적으로 성공했다는 말일세. 무려 5억명의 회원들이 엄청나게 저렴한 비용을 들여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으니 인류에 공헌한 바도 지대하다고 생각하네. 한 사람이 평생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사람의 수가 얼마나 될까, 홈즈. 오프라인에서는 공간적으로 시간적으로 한계가 있네. 그걸 생각한다면 주커버그의 성공은 곧 우리 인류의 진보네.
홈즈 : 일리 있는 말일세, 왓슨. 자네도 알다시피 나는 성공을 돈에 두는 사람이 아닐세. 나는 성공을 관계의 측면에서 보네.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말일세. 자네도 방금 말했듯이 페이스 북은 사람사이의 관계를 위한 소셜 네트워크네. 그런 점에서 <소셜 네트워크>는 시사점이 많다고 생각하네. 소셜 네트워크에서 자유로울수 없는 현대인들이 한 번쯤은 봐야 될 영화지 싶네.
왓슨 : 관계라...그렇다면 홈즈, 좀 더 구체적으로 영화 이야기를 해 볼까?
홈즈 : 좋지. 난 먼저 영화가 시작되자 마자 주커버그의 여자 친구 에리카가 그를 차는 장면이 가장 인상적이었네. 그 첫 장면은 인간이 얼마나 관계 지향적인지 극단적으로 보여주거든. 주커버그는 관계지향적인 인물이네. 하지만 관계의 기술은 상당히 부족한 듯 보였네.
왓슨 : 그렇지. 여자 친구의 생일날인데도 전혀 배려하지 않더군. 차이고 나서도 자신의 블로그에 여자친구를 비방하는 글을 써 올린 것도 그렇고.
홈즈 : 음, 그것도 문제였지만 주커버그는 파이널 클럽이라고 불리는 엘리트 클럽에 집착하더군. 그 클럽에 가입하는 것이 특별하고 재미있으며 더 나은 삶으로 이끌어 줄 거라고 믿고 있었지. 과연 그럴까? 그리고 에리카에게 하는 말은 더 가관이더군. "내가 파이널 클럽에 들어가면 파티에 너를 데려갈거고 그러면 넌 평소에 만나지도 못할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라고 말이야. 좋은 관계는 자유와 평등을 전제로 하네. 동등함 말일세. 그런 남자 친구를 차버린 에리카는 참 지혜로운 사람이네.
왓슨 : 하지만 그런 주커버그가 누구나 가입할 수 있는 페이스 북을 만든 건 참 아이러니 아닌가?
홈즈 : 왓슨, 주커버그의 페이스 북이 처음부터 세계 207개국, 5억명의 사람들이 사용하게 된 건 아닐세. 하버드대 학생들만 회원 가입이 가능한 폐쇄적인 소셜 네트워크였네. 시간이 지나면서 단계적으로 개방성을 확대한 것이지.
왓슨 : 음...
홈즈 : 자, 왓슨, 자네와 지금 얘기하면서도 <소셜 네트워크>의 한 장면이 계속 리플레이 되는군.
왓슨 : 그래? 그렇게 충격적인 장면이 있었나?
홈즈 : 충격적? 그래 충격적이라 할 수 있지. 그건 주커버그의 친구이자 페이스 북의 공동창립자 에두왈도 세브린이 페이스 북 가입자 100만명 축하 파티에 참여하는 장면이지. 그 장면 중에서도 에두왈도가 주커버그의 노트북을 박살내는 컷이네. 두동강이 난 건 노트북이었지만 사실 이컷의 진정한 의미는 주커버그와 에두왈도의 우정이 산산조각 나버렸다는 거야.
왓슨 : 자네 말을 들으니 주커버그의 성공을 다시 생각하게 되는군. 절반의 성공 정도로 수정해야겠어.
홈즈 : 왓슨, 한 방송사에서 지난 설 명절 특집 방송으로 방영한 '세시봉 콘서트' 봤나?
왓슨 : 어? 어, 봤네. 근데 뜬금없이 세시봉 콘서트라니? 작년 추석때도 조영남, 윤형주, 송창식, 김세환이 그 프로그램에 출연했지. 물론 그때도 봤고. 개인적으로 난 70년대 통기타 문화에 가까운 사람이지.
홈즈 : 그 네사람 말고도 세시봉을 아지트로 삼았던 많은 사람들이 있었네. 하여간, 그들과 같은 시대를 살아온 세대들은 말할 것도 없고 그들을 몰랐던 젊은 세대들까지 60이 넘은 통기타 가수들의 노래와 이야기에 매료되었네. 나는 세시봉 친구들이 가까운 세대에는 살아있는 역사가 되고 먼 세대에게는 전설과 신화가 되리라 믿네. 왜 그럴까, 왓슨.
왓슨 : 글쎄, 요즘 젊은 가수들에게는 없는 것들을 가지고 있어서 아닐까? 가창력, 아름다운 노랫말, 정확한 가사 전달같은.
홈즈 : 내가 보기에 대중이 그들에게 열광하는 이유는 40년이 넘도록 세시봉 친구들이 맺어온 관계의 토대때문일세. 그 토대는 우정과 의리지. 마크 주커버그가 가상공간에 24시간 내내 접속 가능한 페이스 북을 만든 것이 관계의 토대가 될 수는 없네. 더 넓은 공간을 얻으면 우리의 활동 폭이 더 넓어지나? 그건 착각이네. 24시간 접속가능하면 우리의 관계는 더 깊어지나? 그건 오산이고. 주커버그가 사랑과 우정을 잃어버린 채 쌓아올린 페이스 북은 모래위의 성일지도 모르네. 사람들은 페이스북의 엄청난 회원수와 자본적 가치때문에 놀라고 부러워하지만 말이야.
왓슨 : 맞는 말일세. 난 물질적으로 크게 성공하진 못했지만 내 삶이 성공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이유를 대라면 홈즈, 자네같은 친구와 이렇게 평생 사귀고 있다고 말할테니까.
홈즈 : 우정과 의리는 고갈되지 않는 '관계의 연료'네. 친환경 무공해 연료지. 인류가 화석연료를 처음 발견했을때 그건 축복이었네. 하지만 그 축복은 시한부지. 또한 시간이 지날수록 파괴된 환경은 인류도 무사하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네. 우리의 목을 겨누고 날아오는 부메랑이 되었지. 난 페이스 북이 화석연료처럼 느껴지네. 그것을 사용하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그것이 우리가 본래 가졌던 우정과 의리를 훼손시키지는 않을까하는 두려움이 있다네. 멸종되고 나서 책에서만 볼 수 있는 동식물처럼 우리 관계의 토대가 되었던 전통적 가치들도 가상공간의 어디론가 사라져버리지는 않을까하는 의구심이든단 말일세.
왓슨 : 홈즈, 걱정하지 말게. 자네같이 현명한 사람들이 끊임없이 경고하는 한 그런 일은 없을걸세. 그리고 요즘 내가 <소셜 네트워크 e혁명>(매튜 프레이저,수미트라 두타), <페이스북 이펙트>(데이비드 커크패트릭)를 읽고 있으니 소셜 네트워크의 긍정적 측면을 찾아 자네에게 얘기해줌세. 약속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