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적 글쓰기 - 퓰리처상 수상 작가가 들려주는 글쓰기의 지혜
애니 딜러드 지음, 이미선 옮김 / 공존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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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미국에서 초판이 나온 애니 딜러드(Annie Dillard)의 에세이 <창조적 글쓰기>(원제:The writing life)는 20년이 지난 2008년 국내에 소개됐다. The writing life라는 원제에 '창조적 글쓰기'라고 국문 제목을 붙인 것만큼이나 표지 그림도 다르다. 내가 굳이 영문판, 국문판의 제목과 표지 그림을 들먹이는 이유는 그것들로부터 건질 것이 있기 때문이다.

 

영문판 제목과 표지 그림, 국문판의 그것 중에 어느 것이 더 책의 내용과 부합하는가? 답하기 어렵다. 저자 애니 딜러드가 사방이 바다로 둘러싸인 외딴섬의 개인 서재에서 자신의 일상, 경험, 사색을 글쓰기와 연관지어 말하는 에세이라는 점에서 보자면 영문판의 'The writing life'라는 원제가 더 나은 것 같다. 하지만 한편으론 낯익은 일상을 재발견하고  어떤 대상에게 글쓰는 이의 목소리와 놀라움을 부여하며 그래서 결국 나와 글이 하나가 되는, 세상에는 없는 글을 써내는 창조적 글쓰기를 하게 하는 것이 책의 궁극적 목적이라면 국문판의 '창조적 글쓰기'라는 제목이 더 나은 것 같기도 하다.

 

표지 그림도 영문판의 표지 그림은 읽기 전에 글쓰는 이의 삶에 대해 짐작케한다는 점에서 더 비교우위에 있고 언뜻 보기에는 관련없는 비행기, 나방, 의자, 체스말, 악어, 볼트와 너트 등이 타자기를 둘러싸고 있는 국문판의 표지 그림은 책을 다 읽고 나서 어떤 관련이 있는지 '아하!'하고 무릎을 치게 한다는 점에서 우위에 있다.

 


제목과 표지 그림의 차이는 이 책을 보는 시선의 차이로 해석할 수 있다. 이는 내가 말하고자 하는 창조성의 원천과 관계가 있다.

 

우린 글에 어떻게 창조성을 불어 넣을 수 있을까? 작가가 아니라 하더라도 글쓰는 일이 만만할 순 없다. <창조적 글쓰기>엔 '글쓰기가 얼마나 어렵고 힘든 일인가'를 아주 직설적으로 들려준다. 북극의 어느 추운 겨울캠프에서 한 여성이 모든 사람이 죽은 다음 자신의 허벅지를 떼어내서 낚시를 하는 장면은 글쓰기의 시작이 얼마나 혹독한가를 잘 보여준다. 글쓰는 법은 끈기 있게, 온 힘을 다해 무뚝뚝하게 지면을 채워나가야만 죽음의 지면이 가르쳐준다니 아찔하다. 글쓰는 삶은 세미놀 악어와의 목숨을 건 사투며 언제 조류에 휩쓸려 망망대해로 떠 내려가 버릴지도 모를 해안가에서 배를 타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니. 책을 덮어버리고 싶은 심정이다.

 

누가 내게 글 쓰는 법을 가르쳐 줄까? 한 독자가 궁금해 했다. 지면과 지면이, 그 끝없는 공백이(시간의 낙서를 권리로, 글 쓰는 이의 대담무쌍함을 필연성으로 확인하면서) 그가 천천히 메워나가는 영원함의 공백이 그것을 가르쳐 준다. 망치면서도 그의 자유와 행동할 권리를 주장하고, 건드리는 모든 것을 망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동하는 것이 그냥 불투명하게 여기 존재하는 것보다는 더 낫기 때문에 건드린다는 것을 확인하면서, 그가 무뚝뚝하게 메워나가는 지면이 그것을 가르쳐 준다. 가능성의 순수함을 보여주는 지면이 그것을 가르쳐 준다. 그가 온 힘을 다해 끌어 모을 수 있는 불완전한 장점들로 맞서보는 그의 죽음의 지면이 그것을 가르쳐 준다. 그 지면이 그에게 글 쓰는 것을 가르쳐 줄 것이다.  <창조적 글쓰기> 89p-90p



 

이 모든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문장을 좋아하고 문학을 즐기며 독서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글쓰기에 도전할 것이고 자신이 쓴 글이 '지금 세상에 나와 있는 것과 다를 수 있다면...' 하고 소망할 것이다. 책을 읽는 동안 머리 속을 둥둥 떠 다녔던 '창조성의 원천은 무엇일까?'라는 물음에 대한 답을 나는 두 가지로 갈무리했다. 하나는 '일상의 재발견-낯설게 보기'이며 또 하나는 '물아일체(物我一體)-나의 확장'이다.



 

다행스럽게도 창조성은 타고난 재능이나 특별함의 산물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만나는 일상과 몸에 익은 익숙함 속에 숨겨져 있다. 바로 '일상의 재발견-낯설게 보기'가 창조성의 보고다.  중요한 것은 다른 지식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관점을 가지는 것이다. 다른 시선으로 대상을 표현한 결과가 한 켜 한 켜 쌓여 하나의 탑, 하나의 작품을 만든다.

 

눈을 뜨고 있다고 보는 것은 아니고, 본다고 관찰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내 주변에 널려 있는 많은 것들을 우리는 지금 이 순간에도 놓치고 있다. 눈을 뜨고 있어도 보지 못하고 그저 무심히 바라보기 때문에 잡아내지 못하는 것이다. 내 마음의 시각을 바꾸는 순간, 매일 주변에서 보던 모든 것이 내게 새로운 의미를 주는 관찰 대상이 된다.  - 백지연 <크리티컬 매스> 167p

 

버틀런드 러셀은 지금껏 당연하게 여겨온 모든 것들을 낯설게 바라보고 문제에 부딪힐 때마다 스스로 생각하고 의견을 만들어 가야만 '우리' 를 위한 부속품에서 벗어나 '나'로 존재할 수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낯설게 보기'는 창조성의 원천인 동시에 나의 확장이다. 나의 확장은 대상과 내가 하나되는 물아일체로의 고양된 형태로 나타나며 궁극적으로는 세상에 없던 새로움으로 이끌어 창조성의 모태가 된다.

 

화가는 세상을 고정시키기 위해 물감을 풀이나 나사처럼 사용해서는 안 된다...(중략)...자기 자신을 물감통의 내용에 맞추라고 파울 클레(스위스 화가)는 말했다. 물감통의 내용에 자기 자신을 맞추는 것이 자연이나 자연에 대한 연구보다 더 중요하다고 그는 말했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화가는 물감을 세상에 맞추지 않는다. 그는 자기 자신을 물감에 맞춘다. 자아는 물감통과 그 통 속에 들어 있는 내용을 나르는 하인이다. 클레는 이런 통찰을 상당히 정확하게 "완전히 혁명적인 새로운 발견"이라고 불렀다. <창조적 글쓰기> 96p-97p

 

클레처럼 화가가 물감이 되고, 바이올리니스트가 바이올린이 되고, 테니스 선수가 라켓이 되고, 요리사가 요리기구가 되고 글쓰는 이가 펜이 되는 물아일체의 순간 '나'는 대상으로 확장되고 그 확장된 나를 통해 경이로운 창조가 이루어지며 그 창조의 결과물또한 '확장된 나' 된다. <창조적 글쓰기>의 마지막 장章에는 데이브 람이라는 곡예 비행사의 이야기가 나온다. 곡예 비행마저도 예술이 될 수 있을까? 비행사가 비행기가 되는 순간을 상정해 보라. 당연히 가능하다. 

 

"모든 아름다운 가치는 행동으로 나타난다." 라고 예이츠는 말했다. 람은 의도적으로 그 자신을 하나의 형상으로 바꿨다. 멀리 떨어진 비행기의 조종석에 보이지 않게 앉아서 그는 예술과 창조의 도구이자 작인이 됐다. 곡예비행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을 때 그는 자신이 어떤 기분을 느꼈는지 내게 알려주지 않았다. 대신 그는 밝은 하늘을 배경으로 자신의 비행기와 그 비행기가 만들어내는 선이 관객에게 어떻게 보일지에 대해 주의를 기울인다고 말했다. 그가 자신의 기분에 신경을 썼더라면 그 일을 해내지 못했을 것이다. 비행기라는 옷을 입은 그에게서는 성직자처럼 특색이 사라져 버렸다. 그는 배우나 왕처럼 자신이 맡은 역할에 빠져 있었다. 자신의 비행에 대해 그는 단지 "리듬을 탄 다음 그것을 따르는 거죠." 라고만 말했다...(중략) 비행할 때 람은 예술의 한가운데에 앉아서 자신을 예술 속에 묶었다. 그는 회전하며 예술을 사방에 펼쳐 냈다. 그 자신은 그것을 보지 못했다. 촬영해 놓은 것이 아니라면 보지 못 했을 것이다. 그것은 마치 베토벤이 자신의 마지막 교향곡을 들을 수 없었던 것과 같았다. 그러나 그 이유는 그가 청력을 잃었기 때문이 아니라 그가 자신이 쓴 종이 속으로 들어가 있었기 때문이다. 람 역시 그런 일이 벌어지는 것을 분명히 느꼈을 것이다. 상상과 금속의 융합, 동작과 생각의 융합이 일어나고 있음을. <창조적 글쓰기> 155p-156p 

 

글쓰기도 다르지 않다. 나도 단 한 번만이라도 그런 순간을 경험하고 싶다.

 

자신의 일상과 경험 속에서 찾아낸 글쓰기에 대한 저자의 통찰이 돋보인다. 한 순간 떠올랐다 섬광처럼 사라지는 이러한 지혜는 저자의 깊은 사색과 성찰 덕분에 잡아둘 수 있었다고 본다. 독자로서 저자같은 통찰과 지혜를 얻게 된 것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독서의 큰 기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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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그대만 - Always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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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시작과 동시에 남루한 작업복 차림으로 생수를 배달하는 남자 주인공 철민(소지섭 분) 등장, 그는 야간에는 빌딩 주차관리를 한다. 3분후 여자 주인공 정화(한효주 분) 등장, 재고 빼고 할 것 없이 철민과 만난다. 관객의 인내를 테스트하지 않는다. 빠른 전개. 좋다.

 

그런데 어라, 여주인공 정화가 앞을 못본다. 얼씨구, 철민의 전직은 권투 선수네. 아이쿠, 철민은 고아에, 정화는 사고로 부모잃고 혼자 살고. 아하...치명적인 병이 있는 여자 주인공, 삶이 고달픈 전직 복서라~ 마르고 닳도록 우려먹은 가을의 최루성 러브 스토리. 걱정이 앞섰다. 이럴 때 쓰라고 이런 말이 있다. "안 봐도 비디오, 안 들어도 오디오"

 

그래도 혹시나, 끝까지 봐야지. 맙소사, 이젠 운명의 장난질까지 더해지다니. 영화같은 이야기가 영화 속에 펼쳐진다. 잘 나가던 복서에서 '빚 대신 받아주는 사람'으로, 그러다 사고치고 학교(?)까지 다녀와 비루한 생을 계속하는 철민. 철민이 친 사고와 정화네 가족의 사고가 바로 하나로 엮여있다는 비극적인 현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은 완성된다는 또 하나의 믿을 수 없는 사실.

 

뭘 믿고 송일곤 감독은 이런 뻔~한 이야기를 또 하나의 영화로 만들어낸 걸까? 곁에 있다면 묻고 싶다. "감독님, 이 영화가 관객동원에 성공할 것 같습니까?  가을마다 간직해야 할 눈물겨운 사랑 이야기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는 신념때문인가요? 소지섭과 한효주의 네임 밸류에 대한 확신이 있어서 인지요?" 라고 말이다. 그런데 말이다, 더 믿을 수 없는 사실은 11월 현재 <오직 그대만>의 관람관객수는 100만을 넘었다. 오 마이 갓!

 

그렇다면 어쩔 수 없다. 감독을 만나 물을 수 없다면 내 스스로 흥행의 이유와 영화의 의미를 찾는 수 밖에.

 

먼저, 관객이 돈을 내고 표를 사도록 하려면? 그래 배우의 네임 밸류, 무시할 수 없다. 또 얼리 어답터(early adopter)들의 입소문도 좋아야 하고. 하지만 실패하지 않을 만큼만 관객을 확보할 수 있는 소재가 있다면? 일단 영화를 시작할 수 있다.

 

'가을 사랑이야기'는 그런 것이다. 사랑을 기대하는 청춘들, 지금 사랑을 진행중인 연인들, 뜨거운 사랑의 경험이 있는 중년들, 가슴 아픈 사랑의 상처를 가진 남녀들, 다시 사랑하고 싶은 사람들, 그 누구에게라도 보편적으로 호소할 수 있는 바로 그런 소재. 성공을 장담할 순 없지만 실패의 확률을 확 줄일 수 있는 소재. 

 

<오직 그대만>은 '사랑과 관련된 관객'들을 불러 모았다. 그들은 마치 새로 나온 커피에 호기심을 가지고 맛 보기에 나선 커피매니아들처럼 영화가 뿜어내는 진한 사랑의 향기에 '괜찮네' 라는 평을 내놓기 시작했다. 나도 그렇게 영화를 보게 됐으니까.

 

왜 관객들은 '괜찮네' 라는 평을 내놓았을까?.(완전 주관적인 견해로)  이유는 두 가지다. 군더더기 없이 신속한 사건 전개와 주제 집중도. 따라서 관객은 영화에 몰입할 수 있고 영화의 메시지에 공감할 수 있었다고 본다. 관객이 집중한다는 건 그만큼 영화의 완성도가 높다는 뜻이다. 관객은 바보가 아니다. 뭘 보고 나온건지 생각나지 않는다면 만 원도 안되는 관람료가 아깝기 마련이니까. 하여간 <오직 그대만>은 인물의 과거와 현재를 잘 직조해서 관객이 지루할 틈을 주지 않았다.

 

주제도 제목처럼 오직 '사랑'에만 집중하고 있다. 만약에 영화가 정화와 철민의 '사랑'에 집중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정화를 범하려했던 직장 상사 마팀장(김정학 분)의 이야기를 좀 더 전개했다면? 직장내 성희롱, 불륜, 장애인 인권 문제로 접근해가지 않았을까? 또 철민이 격투기로 재기에 성공했다면, 그래서 링에서 자신을 칼로 찌른 민태식(윤종화 분)을 통쾌하게 복수했다면?(영화를 본 남자들은 그랬으면 하고 바랬을 것이다.) 그랬다면 어줍잖은 액션이나 헝그리 스포츠 영화로 흐르지 않았을까? 곁가지를 사족처럼 달지 않고 두 주인공의 사랑이야기에 집중한 송일곤 감독에게 박수를!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제일 중요한 영화의 의미를 찾아야 하니까.

 

<오직 그대만>은 '눈뜬' 동시에 '눈먼' 이야기다. 무슨 소린고? 자, 들어보시라. 정화는 불의의 사고로 시력을 잃어버렸다. 앞이 보이지 않는 장님이다. 철민은 세상에 대해 마음을 닫아버렸다. 미래가 보이지 않는 영혼, 그 또한 장님이다. 사랑은 둘을 눈 뜨게 한다. 세상도 보이고 미래도 보인다. 왜냐고? 동시에 그들은 사랑에 눈 멀어버렸기 때문이다. 이해가 되는가? 이해가 됐으면 눈뜬 동시에 눈먼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내 말에 동의할 것이다. 내가 찾은 이 영화의 첫번째 의미는 '사랑은 눈뜨게 하는 동시에 눈멀게 한다' 이다. 

 

<오직 그대만>은 '손' 이야기다. 또 이건 무슨 소리냐고? 자, 또 귀를 쫑긋 세워 들어보시라. 정화는 손으로 세상을 만진다. 만지는 행위는 그녀가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이다. 그녀는 대학시절 조각을 전공한 예술가였으며 시력을 잃고는 점자로 책을 보고, 안마로 사람을 읽는다. 철민은 주먹으로 세상을 때린다. 때리는 행위는 그가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이다. 복서일땐 상대에게 펀치를 날리고 빚 받아내는 일을 할 땐 채무자를 가혹하게 두들겼다. 만지는 행위는 창조의 행위지만 때리는 행위는 파괴의 행위다. 누가 이길까? 힌트를 주겠다. 정화는 철민의 얼굴을 점자를 읽듯 만질 수 있지만 철민은 정화의 얼굴에 손 끝 하나 댈 수 없다. 내가 찾은 이 영화의 두번째 의미는 '만지는 손이 때리는 손을 이긴다' 이다.

 

<오직 그대만>은 '공간' 이야기다. 진짜 이건 무슨 소린지 도무지 모르겠다고? 글쎄, 나도 그렇다. 그래도 할 말은 해야겠다. 한 번만 더 들어보시라. 정화는 낮에도 볕이 잘 들지 않는 연립주택에 거주한다. 독서실처럼 칸막이로 구분된 지정석에 앉아 하루 종일 전화상담을 한다. 철민의 세상은 사각의 링, 복역했던 학교(?), 주차관리요원용 콘테이너 박스다. 그들의 공간은 좁고 폐쇄적이다. 어둡고 퀴퀴하다. 사랑이 시작되자 그들의 공간이 넓어지기 시작한다. 철민은 정화의 집을 볕이 잘 들도록 수리해 준다. 정화는 철민을 '사각의 링' 위에서 내려오게 만든다. 마지막 재회의 장면을 보라. 탁트인 공간에서 뜨겁게 포옹하는 그들을 말이다. 내가 찾은 이 영화의 세번째 의미는 '사랑은 넓은 공간, 밝은 공간으로의 이동이다' 이다.  

 

후유, 이제야 맘이 좀 풀린다. 

 

<오직 그대만>을 봐야 할 이유를 묻는 그대에게 이 글을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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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티컬 매스 - 1퍼센트 남겨두고 멈춘 그대에게
백지연 지음 / 알마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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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지연이 성공을 화두로 독자를 인터뷰하기 시작한다. 사람의 몸을 입고 인생의 무대에 올랐다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든 세대, 어떤 개인이라도 새롭게 던져야 할 삶의 질문들을 던진다. 

 

'우린 왜 뛰고 있는 걸까?', '성공한 사람들은 무엇이 다른 거지?', '왜 그토록 많은 책을 읽어도 내 삶에 변화는 일어나지 않는 것인가?', '세상에 무엇이 가치가 있는 것인가?',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 '성공이란 무엇인가?'

 

자신의 인터뷰 프로그램(피플 인사이드)에서 마음에 울림을 준 인터뷰이(interviewee)들을 다시 등장시켜 자기를 대신해 답하게 한다. 그리고 '지금, 바로 이 순간부터라도 당장 자신을 바꿀 수 있다'는 환상적인 사실을 발견하곤 감격해한다. '누구든 할 수 있다'는 진리를 동시적, 통시적으로 검증해내면서 '아무것도 손에 쥔 것 없는 사람이 최대치의 성공을 이뤄낼 수 있'다며 이렇게 외친다. '거 봐! 인생은 해볼 만한 거야.'

 

꿈과 성공을 다룬 책이 끝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시대, 백지연이 <크리티컬 매스>를 쓴 이유는 무엇일까? 자칫 진부한 동어반복과 인터뷰 프로그램의 재판이라는 비아냥을 들으며 독자의 신뢰를 잃고 나아가 자신의 이름을 건 프로그램 시청률마저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최악의 경우 시류에 편승한 장삿속이라는 따가운 눈총도 각오해야 한다. 하지만 그녀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독자에 대한 애정과 '과거와 현재를 관통하는 진리'로 성공의 핵심 가치를 짚어주면서 감정적 동의와 이성적 지지를 동시에 이끌어 낸다. 

 

 

인터뷰는 나와 동시대를 사는 사람들만의 아카이빙(archiving, 파일보관)이지만 시간의 범위를 확장한다면 더 검증된 지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마음에 울림을 준 인터뷰이를 만날 때마다 과거 수백 년 전, 혹은 수천 년 전 그와 비슷한 생각을 했거나 삶을 살았거나 혹은 같은 내용의 말을 표현만 달리한 사람들을 찾아가보곤 했다. 과거와 현재라는 시간을 관통하는 진리를 찾고 싶었던 것이다. 9-10p

 

내가 이 책을 쓴 이유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아주 간단하다. 나는 이 책을 읽는 모든 사람이 '잘 살기'를 바란다. <피플 인사이드>에서 만난 100여 명의 이야기를 예화로 삽입한 까닭은 삶의 모양새가 저마다 제가각이어도, 성공한 삶을 이룬 사람들 사이에는 공통의 성공 요인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그 공통의 요인을 가지고 '누구든 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주고 싶었다. 그리고 이 책에서 동서양 역사 속 인물들이 자주 등장하는 이유는 책을 어렵게 쓰기 위함이 아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류의 핵심 가치와 핵심 진리는 몇가지가 안 된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하고, 그 핵심 가치만 철저히 지키면 지금이라도 더 멋진 삶을 살 수 있음을 객관적으로 이야기하기 위함이다. 64-65p

 

내가 인터뷰했던 사람들의 이야기 자체가 사람에 관련된 이야기다. 이는 사람에 관련된 학문, 곧 인문학과 같은 것이다. 그래서 나는 무언가 이루어낸 사람들의 이야기를 짚어보고 또 짚어보며 날실과 씨줄을 엮어 독자들에게 보여줄 이 책을 직조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들이 걸어온 길을 들여다보며 당신의 길을 찾아보라는 것이다. 183p

 

 

크리티컬 매스 Critical Mass. 백지연이 책의 제목으로 삼았을 만큼 중요한 이 용어는 본래 물리학의 개념으로 '어떤 핵분열성 물질이 일정한 조건에서 스스로 계속해서 연쇄반응을 일으키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질량'을 말한다. 비행기는 활주로를 시속 250km~300km로 달려야 한다. 그 이하의 속도로는 땅을 박차고 이륙할 수가 없다. 이륙한 비행기는 바퀴를 제 몸 속으로 집어넣고 가공할 속력으로 창공을 유유히 날아가는 것이다. 크리티컬 매스는 이륙직전까지 전속력으로 활주하는 비행기를 연상하게 한다. 

 

<크리티컬 매스>는 '크리티컬 매스의 의미 제시-성공의 재정의-성공의 방법' 순으로 컴팩트하게 성공의 이야기를 구성해 놓았다. 1부에서는 폭발하기 직전에 멈추는 우를 범하지 말고 긍정의 힘을 믿고 '나'를 발견-정체성, 자존감, 자신감-해 스스로 감동하라고 말한다. 2부에서는 성공을 재정의하고 있는데 가장 짧은 내용이었지만 내겐 가장 인상적이었다. '나 때문에 한 사람이라도 행복해지는 것', '100년 전에도 100년 뒤에도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는 것', '세상에 기여한 흔적을 남기는 것'이 성공이라면 나도 '가치 있는 것을 선택할 수 있는 성공'에 이를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었다. 돈이 모든 성공을 대표하는 우리 시대의 성공담에 넌더리가 나 있던 나는 속이 트이는 청량감을 맛봤다. 3부에서는 소위 성공에 이르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는데 질투와 분노마저도 성공의 징검다리가 될 수 있다는 그녀의 말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자기가 태어나기 전보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놓고 떠나는 것.

자신이 한때 이곳에 살았음으로 해서

단 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는 것.

이것이 진정한 성공이다.

- 랠프 월도 에머슨 <무엇이 성공인가> 중에서

 

책을 읽다가 문득 더 실제적이고 몸에 와 닿는 크리티컬 매스의 기억이 떠 올랐다. 내가 어렸을 때 동네 어른들은 경운기 모터에 ㄱ자 레버를 걸어 수동으로 시동을 걸었다. '경운기 발동 걸기'는 레버를 천천히 돌리다가 점점 가속을 붙여 발동의 순간 레버를 뽑아내는 나름 고도의 기술이었다. 별 것아니라고 우습게 보다가는 우스운 꼴 되기 쉽상이었다. 발동이 걸리기까지 힘을 주고 버티지 못하면 레버를 돌리던 팔이 반작용으로 역회전하며 튕겨져나간다거나 레버가 빠져 이따금씩 다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발동의 순간이 지나면 시동은 꺼지지 않았고 경운기는 짐도 싣고 사람도 싣고 제 역할을 다했다. 발동이 목적이 아니라 발동을 건 이유가 목적이다.

 

좀 더 생각해 보면 크리티컬 매스의 의미는 백지연이 말하는 '개인적인 성공에 이르기 위한 최소한의 절대 노력'에서 더 나아가 '타인의 생각과 행동에 변화가 일어나는 지점  또는 사회의 긍정적 변화를 불러오는 개인의 성공 지점'으로 확장해 볼 수 있다. 박찬호가 만든 크리티컬 매스는 개인의 성공과 동시에 우리 사회의 많은 이들이 도전하고 변화하게 만드는 불꽃이 되지 않았는가? 나는 이것이 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하는데 성공이 목적이 되지 않고 그것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가 성공의 목적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5월 구본형의 <깊은 인생>은 꿈에 대해 깊이 묵상하게 하더니 6개월이 지난 지금 백지연의 <크리티컬 매스>는 성공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한꺼번에 읽지 않고 시차를 두고 만나니 나를 지속적으로 성찰할 수 있어 고마운 마음이 든다.

 

어젯밤 가족과 산책을 나갔다. 저녁 늦게 솟은 달은 유독 노랗고 커 보였다. 밤을 환히 밝히는 달을 보면서 나는 달이 되고 싶었다. '하기야 인간은 달이 될 수 없지'하다가 '달이 될 순 없지만 달에 갈 순 있잖아?'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소리 후미히코 감독의 영화 <핑퐁>에서 주인공 페코가 다리 난간에서 뛰어내리며 외치는 한마디가 가슴을 환하게 밝혀왔다.

 

"난 하늘을 날겁니다. 달에 가 닿을 수는 없겠죠? 하지만 날 수 있어요."

 

안철수, CF 뮤직비디오 감독 차은택, 29세 광고인 이제석, 빅앤트 대표 박서원, MCM 회장 김성주, 다트머스대학 총장 김용, 숙명여대 총장 한영실, 가수 이은미, 영화감독 박찬욱, 미국 워싱턴주 상원 부의장 폴 신(신호범), 영화감독 장항준, 헬렌 켈러, 메이저리거 추신수, 피아니스트 서혜경, 팝의 거장 퀸시 존스, 첼리스트 정명화,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단 소프라노 신영옥, 영화감독 봉준호, 영화배우 김혜자, 사진작가 강영호, 패션 디자이너 폴 스미스, 화가 모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박웅현, 사진작가 김중만, 작가 황석영, 세계적 방송인 바버라 월터스, 영화배우 장혁, 탐험가 박영석, 팝스타 빌리 조엘....더 할까? 이들도 다 날아 올랐단다. 그리고 정말 가슴떨리도록 굉장한 비밀은 이들도 우리와 똑같은 지구인이라는 사실이다.

 

양 팔을 들고 겨드랑이 아래를 만져보라. 접힌 날개가 보일 것이다. 우리에게 본래 있던 날개다. 그렇다면 날아오르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 인상깊은 구절


우리는 대단한 천재가 아닐 수 있고, 뾰족하게 뛰어난 능력을 가지지 못했을 수도 있다. 대단히 노력하며 살아오지도 않았고, 오히려 스스로 생각해도 나태하기 그지 없어서 자괴감이 들 정도일 수 도 있다. 그러나! 정말이지 환상적으로 다행인 사실 하나는 지금, 바로 이 순간부터라도 당장 자신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22p 

 

왜일까 많은 사람들이 성공한 그들의 책을 읽으며 무언가 자신의 삶에 혁신적인 계기를 만들어줄 실마리를 기대하건만, 왜 그토록 많은 책을 읽어도 내 삶에 변화는 일어나지 않는 것인가? 바로 이것 때문이었다. '아는 것'과 '이해하는 것'은 다르고, 또 무엇보다 이해하는 것과 삶에 '적용하는 것'은 다르다. 책을 읽으며 마음으로 감동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해도, 적용하지 않고 활용하지 않고 응용하지 않으면 책에서 읽은 그것은 활자에 그칠 뿐 살아 움직여 내 삶을 변화시킬 에너지가 되지는 못한다. 24p

 

인생을 자신이 원하는 모양대로 만들어가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차이, 성공을 만들어내는 사람과 열패감에 젖은 사람들의 차이. 그것은 능력의 있고 없음, 가능과 불가능에서 유래하는 것이 아니었다. 바로 이 크리티컬 매스(Critical Mass)를 만들어내느냐 못하느냐의 차이였다. 25p

 

크리티컬 매스, 임계질량이란 말은 원래 물리학에서 나온 개념이다. 어떤 핵분열성 물질이 일정한 조건에서 스스로 계속해서 연쇄반응을 일으키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질량을 말한다. 이 개념은 사회학, 심리학, 경영학 등에서 광범위하게 차용되면서 널리 알려졌는데, "유효한 변화를 얻기 위해 필요한 충분한 수나 양"의 개념으로 다양하게 쓰인다. 27p

 

바로 이것이다. 내 인생을 내가 원하는 멋진 무엇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내 안에 크리티컬 매스가 만들어져 폭발이 일어나야 한다. 28p

 

크리티컬 매스에 이르기 전까지는 겉으로는 아무런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 바로 그런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중도에 포기한다. 31p

 

성공한 그들은 모두 한결같이 인생의 어느 순간, 질풍노도처럼 무언가를 위해 집중적으로, 말 그대로 미친 듯이 열심히 매달린 시기가 있었다. "어떤 문제에 부딪히면 나는 미리 남보다 시간을 두세 곱절 더 투자할 각오를 한다. 그것이야말로 평범한 두뇌를 지닌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수학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필드상 수상자, 히로나카 헤이스케) 33p

 

평범한 성취와 구별되는 그 무엇을 이루어낸 사람들에게는 이처럼 한결같이 태풍처럼 자신을 휘몰아치며 집중적으로 노력한 시간이 있었다. 그것이 크리티컬 매스가 되어 특별한 그 무엇을 만들어낸 것이다. 36p

 

그들과 나의 차이는 능력이나 운명의 차이가 아니라 크리티컬 매스를 만들어내기까지 참았느냐, 아니면 조금 행보다가 매번 포기하고 말았느냐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37p

 

"내가 딛고 선 한 평의 땅을 믿고 과감하게 모험을 즐겨라." (세계적 패션업체 MCM 회장 김성주) 51p

 

"아들아, 넌 누구냐? 세상에 무엇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세상이 어떻게 보이느냐?" "세상에 무엇이 가치 있는 것이냐, 누가 가장 위대한 사고를 하는 사람이냐?" "너는 어떤 사람이 될 수 있느냐?"  그런 어머니의 교육은 김 총장이 의학 공부를 지식의 습득으로만 여기지 않고 왜 의학을 공부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사유하도록 이끌어주었다. 그러한 교육이 김용 총장의 가치관 형성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길게 설명할 것도 없이 다음의 한 문장으로 짐작하고도 남는다. "우리는 작은 마을에 살고 있었어요. 그러나 우리가 생각하는 세계는 무한히 컷어요." (다트머스대학 김용 총장) 56p

 

'나'를 아는 것, 제대로 보는 것이 모든 것의 출발점이다...(중략)...성공은 우리 시대에 언어 인플레이션이 가장 심한 단어 중 하나다. 언어 오염도 심하다. 애초에는 좋은 말이었을 테지만, 오용되고 남용되다 보니 본래 뜻을 잃어버렸다. 세상에서 말하는 성공이 우리 모두가 목숨 걸고 지향해야 할 유일한 답도 아니고, 성공의 객관적 정의가 쉽지 않음에도 그 잣대는 획일적으로 그어진다....(중략)...결국 성공이라는 것은 내가 내게 부여하는 삶의 의미를 완수하는 것, 혹은 가까이 가는 것 아니겠는가. 66-69p

 

'나'의 재발견은 내가 진정 원하는 것과 내가 진정 잘할 수 있는 것, 내가 진짜 행복한 것을 재점검하는 작업에서 출발해야 한다...(중략)...내가 나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우선은 자기 이미지를 바람직한 모습으로 만드는 작업부터 해야 한다. 타인의 인정은 내가 나를 인정한 뒤에야 따라온다. 69-70p

 

따라가지 말고, 휩쓸리지 말고 내가 다른 사람과 구별될 무엇이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내 안에 있는 특이점, 나만이 갖고 있는 장점 혹은 강점을 찾아내, 다른 사람과 구별되는 무엇을 만들어야 한다. 72p

 

숙명여대 한영실 총장은 이런 말을 했다. "저는 모든 것이 훈련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교육도 훈련이죠. 책을 많이 읽으라면 학생들은 '또 그 소리'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그게 정말 중요합니다. 저는 책을 살 때마다 미안한 마음이 들어요. 책 한 권이 만 원, 2만 원 하는데 '저자가 이 책 한 권을 쓰는 데 얼마나 많은 힘을 쏟고 얼마나 많은 고생을 했을 텐데, 내가 단돈 만 원에 어떻게 이 사람의 사상과 생각을 가질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거든요. 결국 자기 정체성을 확립하고 사고의 폭을 넓혀야 창조성이 나오고 다른 것에 대한 이해가 생기거든요. 그런데 모든 것을 다 경험할 수 없으니까 그런 것을 채워넣는 방법은 독서밖에 없습니다." 77p

 

인생의 성패는 능력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그 문제를 대하는 태도에서 판가름이 난다. 단지 능력이 부족해서 일어서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대하는가 하는 태도에 달렸다. 성공한 이들에게서 보이는 공통점은 바로 이 지점에서 남다른 태도를 취한다는 것이다. ...(중략)... 나를 일으켜 세우고, 살려내고, 지켜내는 믿음이란 나 아닌 다른 존재로부터 내게로 향할 수도 있고 내 안에서 스스로 만든 씨앗일 수도 있다. 그 씨앗이 어디서 왔든지 간에 내 마음에 키운 믿음의 씨앗은 상상도 못할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큰 열매를 맺는다. 87p, 93p

 

분명있건만 우리가 보지 못하는 것일 뿐이에요.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우리는 가끔 있는 별도 없는 것처럼 잊어버리고 살죠. 111p

 

랠프 월도 에머슨은 그의 시 <무엇이 성공인가>에서 이렇게 말했다.

"자주 그리고 많이 웃는 것. / 현명한 이에게서 존경을 받고 / 아이들에게서 사랑을 받는 것. / 정직한 비평가의 찬사를 듣고 / 친구의 배반을 참아내는 것.  /  아름다움을 식별할 줄 알며 / 다른 사람에게서 최선의 것을 발견하는 것. / 건강한 아이를 낳든 / 한 뙈기의 정원을 가꾸든 / 사회 환경을 개선하든 / 자기가 태어나기 전보다 / 세상을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놓고 떠나는 것. / 자신이 한때 이곳에 살았음으로 해서 / 단 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는 것. / 이것이 진정한 성공이다." 117p

 

"죽고 나면 제가 없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제가 있음으로해서 여러 가지로 사람들의 삶이나 생각에 어떤 조금만 흔적이라도 남길 수 있다면 제가 그냥 덧없이 사라지는 것과는 다르잖아요?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 조금이라도 기여한다면 그게 제가 살았다 없어지는 어떤 값어치가 될 거라고 생각하죠.... 그래서 제가 죽을 때 이 인생을 성공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면 그런 흔적들 때문일 것 같더라고요." (안철수) 121p

 

인생의 진로를 결정하는 것, 삶의 목적을 설정하는 것, 그리고 성공과 행복의 의미를 성찰하는 것 등은 오직 나만이 심사숙고하여 점검 또 점검, 설정 또 설정해야 한다. 그런데 어째서 우리는 유독 인생의 성공에 대해서 나의 기준이 아닌 세상의 기준에 따르는지 , 희한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내가 무엇을 할지, 그래서 어떤 성공을 만들어내고 어떤 행복을 그려갈지는 누구도 대신해 생각해줄 수 없다. 132p

 

나는 갑자기 그(퀸시 존스)가 못 견디게 고마웠다. 아무것도 손에 쥔 것이 없는 사람이 최대치의 성공을 이뤄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그가 고마웠다. 도전해보지도 않고 절망하거나 자살하려는 사람들에게 '거 봐! 인생은 해볼 만 한 거야'라며 내 인터뷰 프로그램의 시창자들에게 외치듯 증명해준 그가 고마웠다. 145p

 

눈을 뜨고 있다고 보는 것은 아니고, 본다고 관찰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내 주변에 널려 있는 많은 것들을 우리는 지금 이 순간에도 놓치고 있다. 눈을 뜨고 있어도 보지 못하고 그저 무심히 바라보기 때문에 잡아내지 못하는 것이다. 167p

 

그들은 똑같은 지구인이지만 우리와 다른 점은 관찰의 습관, 그 작은 관찰들을 모으고 모아서 거대한 탑을 만드는 과정을 끈질기고 꾸준하게 참아냈다는 것이다. 끊임없는 노력과 관찰, 재시도, 훈련 이런 것들의 크리티컬 매스가 쌓이고 쌓여 특별한 성취가 이루어진 것이다. 179p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들이 걸어온 길을 들여다보며 당신의 길을 찾아보라는 것이다. 당신만의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183p

 

안데르센은 이런 말을 했다. "내가 살아온 삶이야말로 내 작품 최고의 주석이 되리라." 192p

 

심호흡을 크게 한번 해보자. 그리고 고개를 주욱 빼고 당신을 둘러싼 세상을 다시 바라보자. 좋은 대학만이, 대기업으로 대표되는 안정된 직장만이 당신 인생의 목적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협소하고 너무 초라하지 않은가? 과연 무엇이 당신 인생의 목적이어야 할까? 사유해보자. 당신 인생의 주인이 되기 위해서. 221p

 

우리는 착각한다. 내가 한 노력에 대해. 얼마나 너그러운 착각을 하는지 모른다. '나름대로 정말 열심히 준비했다. 그런데 왜 나만 안 돼?'라든지. '이 정도면 훌륭한 것 아니야? 붙은 저 애와 떨어진 내 차이가 뭐야?'하는 식의 용감무쌍한, 아니 만용에 가득한 착각을 하는 것이다. ...(중략)... 탈출하라! 착각으로부터. 230-231p

 

빌리 조엘의 사연 속에서 이미 해답을 찾았을 것이다. 어려운가, 지금? 혹시 고통스러운가, 지금? 고통만 바라보지 말라. 고통을 숭배하지 말라. 고통이 거인처럼 커지도록 방치하지 말아야 한다. 끊어내라. 당신이 더 크다. 더 큰 당신이 이겨낼 수 있다. 236p

 

나는 앞으로 10년 후에도 20년 후에도 마찬가지로 인터뷰어의 자리에 앉아 있을 것이다. 독자들을 향한 내 절절한 사랑을 담은 이 책이 혹시 당신 안의 크리티컬 매스를 만들어내는 데 불꽃을 튕겨주어 머지않은 미래에 당신이 인생의 꽃을 피웠을 때, 그때 나와 인터뷰이로 마주 앉게 되기를, 초대할 그날이 있기를 진심으로 소망한다. ...(중략)...그대, 그대 인생에 꽃을 피운 날, 내게 꽃잎 하나 선물해주길. 270-27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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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코 - Naoko-winning runners
영화
평점 :
상영종료



 

한 편의 영화가 끝나면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을 꼽아보곤 한다. 머리와 가슴에 동시에 각인된 그런 장면들은 시간이 지나도 영화 제목보다 먼저 떠 오른다. 가령 <벤허>의 전차 경주 장면, <브레이브 하트>에서 주인공 월레스가 형틀 위에서 "프리덤"을 외치는 장면이 그렇다.

 

머리 속에 후루야마 토모유키의 <나오코>를 단 한 장면만 저장할 수 있다면 나는유스케가 육상부 감독을 끌어안은 채 나오코에게 손을 내미는 바로 그 순간을 선택하겠다. 어찌나 그 순간이 눈부시던지, 이 영화 <나오코>는 바로 이 장면을 찍기 위해서 만들어진 영화라고 믿어버렸다. <나오코>는 그렇게 내 마음 속에 남게 됐다.

 

<나오코>에는 10대의 남, 여 주인공이 등장한다. 먼저 이키 유스케. 일본 남해의 나미키리지마 고교의 달리기 선수다. 일본의 바람(日本海の疾風)으로 불리며 언론의 주목을 받는 100m 유망주지만 정작 본인의 꿈은 '고교역전 마라톤' 출전이다. 아버지 영향이었을 터. 유스케의 아버지 역시 '일본의 바람'으로 불리며 학창시절 유명세를 탓지만 유스케가 초등학교 6학년때 사망한다. 천식 치료차 섬을 찾았던 한 여자아이가 뱃전에서 바다로 떨어지자 유스케의 아버지는 소녀만 구해내고 자신은 물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이 여자아이의 이름은 시노미야 나오코. 꽤 오랜 시간이 지난 후 고등학생이 된 나오코와 유스케는 동경의 한 육상경기대회에서 다시 만난다. 유스케는 선수로, 나오코는 진행보조요원으로.

 

둘의 시간은 오르막 구간에서부터 시작된다. 나오코는 유스케에게 씻을 수 없는 죄책감을 가지고 있다. 사고였다고 해명할 기회도, 잘못했다고 용서를 빌 시간도 없었다. 설령 그런 자리가 마련된다고 해도 유스케의 마음이 열리지 않는 한 나오코의 죄책감은 사라지지 않는다. 유스케는 더 이상 나오코를 보고 싶지 않다. 아버지의 죽음이후 상실감을 달래기 위해 달리기로 자신의 시간을 채웠다. 부서진 마음과 닫혀진 마음, 나오코와 유스케는 그렇게 고독한 시간을 견디며 홀로 달린다. 

 

나오코는 유스케의 나미키리지마고 육상부가 '큐슈역전마라톤'에 출전한다는 소식을 듣고 동경에서 토호쿠로 날아온다. 육상부원이 부족해 나미키리지마고의 요시자키는 나오코에게 유스케가 뛰는 구간의 급수를 부탁한다. 하지만 나오코가 들고 있던 생수병을 유스케는 받지 않고 지나쳐 간다. 유스케는 급수없이 선두 경쟁을 하다가 오버 페이스, 결국 탈수로 쓰러진다.

 

유스케의 아버지가 죽은 후 유스케를 아들처럼 보살펴온 나미키리지마고의 육상부 감독은 나오코로부터 모든 이야기를 듣고 유스케를 나무란다. 그는 나오코와 나오꼬의 부모에게 '아이들의 멈춰버린 시간을 다시 움직이게 하고 싶다'며 여름방학 훈련기간동안 나오코가 나미키리지마고의 육상부 매니저로 봉사해주기를 부탁한다. 

 

이후 나오코, 유스케, 육상부 감독, 육상부원들의 이야기가 차례 차례 펼쳐진다. 역전마라톤을 통해 정신적으로 성장해가는10대들의 모습을 잘 그려내고 있다. 전형적인 청소년 성장 소설, 아니 청소년 성장 영화라고 봐도 된다. 역동적인 달리기 장면과 정적인 인물들의 심리 묘사, 특히 대사가 거의 없는 나오코의 표정 연기 그녀의 심리 상태를 알아내는데 부족함이 없다. 일품이다. 

 

우리는 인생의 길 위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원치않는 갈등을 겪게 되고 삶의 가치들을 고민하게 된다. 특히 10대의 시간은 스펀지처럼 흡수력이 뛰어나 감정적으로 축축하고 습할 때가 많다. <나오코>는 시원하고 상쾌한 바람이 불고 따뜻한 볕이 드는 양지의 공간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좀 아프고 힘들긴 하지만 마음 속에 생긴 인생의 물음표는 경쾌하게 길 위를 달리다보면 느낌표로 바뀔 것이라는 메시지를 가지고서 말이다. 

 

<나오코>에는 여러 차례 '왜 달리는가?'를 묻는 장면이 나온다. 육상부 감독은 '우리는 뭘 위해 달리는 걸까하고 수없이 물어야' 한다고 말하기도 하고, 유스케의 뛰어난 달리기 실력에 열등감을 갖고 있던 육상부원들이 '나는 누구를 위해 뛰는가?'를 묻기도 한다. 유스케 역시 경기중에 '아버지, 왜 이렇게 뛰어야 하지요?'하고 자문한다. 그것은 등산을 하는 사람에게 '왜 산에 오르는가?'라고 묻는 것이며 궁극적으로 '왜 사는가?'에 대한 물음이다.

 

<나오코>의 답변은? 주인공들의 달리기를 참고해 보면 되지 않을까? 쫓고 쫓기는 달리기는 시작부터 한계를 지니고 있다. 오버페이스, 열등감, 강박증을 동반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혼자서 달리기는 고독의 공포에 시달리기 쉽다. 물론 스스로 질문하고 돌아볼 수 있는 좋은 면도 있지만. 멈춰서서 뒤돌아 달리는 역주행은 최악이지만 새로운 출발점이 되기도 한다. 제일 좋은 달리기는 함께 달리기다. 서로에게 용기를 불어넣고 믿음과 우정을 쌓아 더 멀리 더 빨리 뛸 수 있게 한다. 유스케와 나오코가 혼자 뛰는 장면과 함께 뛰는 장면을 비교해 보라. 함께 뛰는 모습이 보기도 훨씬 좋다.

 

그리고 코치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금상첨화다. 나오코와 유스케, 유스케와 육상부원들이 하나의 완전하고 아름다운 사슬이 되어 달릴 수 있었던 건 육상부 감독이 아이들에 대한 무한한 사랑과 신뢰 덕분이다. 같은 극을 가진 자석들처럼 서로를 튕겨 내기만 했던 이들이 마지막 순간 범위를 넓혀가는 호수의 동심원처럼 커다란 포옹을 만들어 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자니...퍽 감동적이었다. 함께 뛴 시간을 간직하고 있다는 건 삶에 대한 긍정의 에너지를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이들의 아름다운 달리기 속에 나의 '오래달리기' 추억이 오버랩된다. 
 


오래달리기

“3학년 1반 1번이 누구냐?” 체육 선생님께서 교실 문 앞에서 큰소리로 물으셨다. “접니다.” 내가 손을 들었다. “그래, 오늘 네가 너희 반 체력장 인솔 조장이다. 반별로 1번이 조장하기로 했으니 오늘만 수고해라.”

선생님께서는 급하게 2반으로 가셨다. 내가 가타부타 말할 새도 없었다. 그저 선생님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볼밖에. 고3 체력장이 열리던 날 아침이었다.

체력장 종목은 여섯 종목. 제자리 멀리뛰기, 턱걸이, 윗몸 일으키기, 공 던지기, 100미터 달리기, 오래달리기였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오전에 치러지는 다섯 종목만으로도 20점 만점을 다 따내고 오후엔 느긋하게 오래달리기에 임했다. 그 날 점심을 먹고나서 난 우리 반 아이들의 점수를 확인했다. 50여명 중에 서너명 말고는 다 만점을 따 놓은 상태였다. 운동신경이 둔한 그 서너명이 문제였다. 

그때 왜 그랬는지 아직도 모르겠다. 난 교탁 앞으로 걸어나가 아이들을 향해 말했다. “오후에 오래달리기 할땐 다같이 줄을 맞춰서 뛰자. 아직 만점 못 받은 친구들이 있으니까 그렇게 같이 뛰면 다 만점 받을 수 있을 거 같다. 어때? 괜찮지 다들?” “그래, 그래. 그러자.” 너나 할 것없이 동의하는 분위기였다.

3학년 1반부터 순서대로, 그러니까 우리 반부터 오래달리기를 시작했다. 우린 약속한대로 출발선에 4열 종대로 길게 늘어섰다. 아직 만점을 얻지 못한 아이들을 중간에 배치했다. 선생님의 호루라기 소리가 출발을 알렸다. “삐익.” 난 마치 군부대의 소대장처럼 옆에 서서 구령을 외쳤다. “하나, 둘, 셋, 넷” 선생님들이 처음엔 의아한 듯 보셨지만 두바퀴를 그렇게 돌자 흐뭇한 미소를 지으셨다.

세바퀴째. 한 친구가 내게 다가와 뭔가 속삭이고는 속도를 내며 저만치 달려나갔다. 대열이 흐트러지고 아이들이 술렁거렸다. “야, 야, 다들 신경쓰지마. 쟤는 체육학과 지원할거래. 체력장 모든 종목 기록이 중요하다니까 놔 둬.” 네바퀴째. “그런 게 어딨냐. 다같이 하기로 했으면 해야지. 그럼 나도 그냥 빨리 뛸란다.” 누군가 그렇게 말하고 뛰쳐나가자 대열은 완전히 무너졌다. 당연히 ‘운동신경 둔한 그 서너명’은 맨 뒤로 쳐졌다. 

속에서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그렇다고 내가 한 말을 먹어버릴 순 없었다. 난 가장 운경신경이 둔한 녀석과 뒤로 쳐졌다. 우리 반 친구들 모두가 결승점을 통과하고선 반바퀴나 뒤쳐진 우리를 주목하고 있었다. 그날 난 정말로 ‘오래’ 달렸고 난생 처음 꼴찌를 했다. 결승선에서 생물선생님께서 내 손바닥에 검은색 사인펜으로 기록을 써 주시며 말씀하셨다. “하하, 난 네가 그렇게 굼벵인줄 몰랐다. 실망이야.” 웃으며 하신 그 말씀... 평소 친분으로 생각해보면 농담삼아 하신 말씀이셨지만 그날 내 속은 밴댕이보다 더 좁아져 있었다.

다들 꼴도 보기 싫어 혼자 교실로 들어와 버렸다. 잠시 후 친구들이 뒤따라 들어왔다. 체육학과 지원할 거라던 그 친구가 내 앞으로 걸어왔다. “미안하다. 그럴려고 했던 건 아닌데.” 또 다른 녀석들이 내 주위로 몰려들었다. “끝까지 책임지려고 꼴찌로 들어오는 거, 멋지더라. 화 풀어라.” 그리고 같이 꼴찌로 들어온 그 친구가 악수를 청했다. “고맙다. 평생 기억날 거야.” 

집으로 돌아오면서 나는 정말 기분이 좋았다. 돌이켜보면 내가 그 날 잃어버린 거라고는 꼴찌로 들어온 그 친구와 뛴 몇 분 정도의 시간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때로 돌아가 다시 ‘오래’달리기를 하라면 몇 번이고 뛸거다. 꼴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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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 부의 미래지도
배동철.최윤식 지음 / 지식노마드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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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홈즈가 왓슨의 병원에 들어선다. 병원 외벽에는 "인공관절 수술로봇, 로보닥 도입" 이라는 문구를 새긴 현수막이 걸려있다. 
 

홈즈 : 왓슨, 정말 오랜 만이야. 잘 지냈나?

 

왓슨 : 이 사람, 그래 그 동안 무척이나 바빴다며? 안 그래도 깡마른 자네가 더 핼쑥해 보이는군.

 

홈즈 : 하하. 그렇지. 그러면 잘 나가는 왓슨병원의 병원장께서 친구를 위해 한 턱 내지 그래? 들어오다 보니 수술로봇을 들여놨다고 홍보현수막도 크게 붙여 놨더구만.

 

왓슨 : 봤나? 들여 놓은 지 얼마 안됐어. 자네도 알다시피 병원도 최신 장비와 시설로 무장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든 시절이 됐어. 미래를 위한 선택일세.

 

홈즈 : 비용이 만만찮게 들었겠는데? 하여간 최근엔 로봇 수술이 많아진 모양이야. 한 보름 전인가 내가 거주하는 하숙집 주인 허드슨 부인말이야. 갑상샘암(갑상선암) 수술을 했지 뭔가?

 

왓슨 : 갑상샘암 수술이라구? 그럼 미리 연락을 주지 그랬나? 내가 아는 의사라도 소개해주고 병문안이라도 갔을텐데.

 

홈즈 : 미안허이. 나도 못갔어. 허드슨 부인 말로는 간단한 수술이라고 했네만 그래도 난 암이라고 해서 한 두 달 입원하는 줄 알았거든. 근데 일주일도 안돼서 퇴원한거야. 문병을 미룬게 잘못이었지. 하여간 허드슨 부인도 로봇 수술을 했다고 들었네.

 

왓슨 : 요즘 갑상샘암 수술은 로봇 수술을 많이 하네. 아마 '다빈치'라고 하는 수술 로봇일걸세. 다빈치는 사람의 몸에 구멍을 내고 로봇 팔을 집어 넣어 수술하는 '복강경 수술로봇'이지. 우리 병원에 들여 놓은 '로보닥'은 무릎 관절을 깍거나 인공관절을 심는 '정형외과형 수술로봇'이고. 현재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활용되는 수술 로봇들이야.

 

홈즈 : 그렇군. 의료분야도 급속하게 변하가는게 느껴지네. 다가오는 미래에는 더욱 깜짝 놀랄 일들이 많아 지겠지?

 

왓슨 : 이전에도 그랬지만 미래의 의학은 눈부시게 발전하는 과학기술의 영항을 더욱 더 받을 수 밖에 없네. 잠깐 미래의 의료산업이 어떻게 될 지 한 번 들어볼텐가?

 

홈즈 : 그러지. 구미가 당기는데?

 

왓슨 : 미래의 의료산업은 바이오 기술, 뇌신경기술, 나노 기술, 로봇 기술과 결합해서 가장 급속하게 또 가장 폭넓게 시장을 형성할 걸세. 먼저 바이오 기술을 응용한 줄기세포 기술은 인간의 생명연장의 꿈을 차근 차근 실현해가게 되겠지. 인간 게놈 프로젝트는 유전성 질병 6,000여 종을 더욱 자세히 연구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네. 유전자 검사를 치료에 이용하는 유전자 의료 서비스나 유전자 제약 시장도 폭발적으로 성장하겠지. 향후 수 년 내에 3D 입체 화상 진료 기계가 등장하게 되면 병원에 직접 가지 않고도 재택 진료가 가능하게 될 걸세. 세계 정상급 의료진들에게 앞다퉈 진료하려는 환자들이 줄을 잇겠지. 인공지능 컴퓨터를 통한 처방 시스템도 발달하고 있네. 이미 영국 캡슐Capsule이라는 처방 조언 프로그램을 사용해 의사가 홀로 내린 처방보다 70%가 더 정확하다는 임상 결과을 이끌어 냈지. 향후 20년 이내에 줄기세포를 활용해 인간의 손상된 장기를 바꿔 끼워주는 기술도 완성될 것이고. 여러가지 윤리적, 종교적 문제를 안고 있지만 현재의 생명공학 기술은 이론적으로 원하는 스타일의 아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수준에 까지 와 있어.

 

홈즈 : 정말 놀랍군. 공상 과학 영화에서나 봤던 이야기들이군.

 

왓슨 : 홈즈, 인간은 처음에는 공상하고 상상하네. 그리고 소설과 영화로 만들어내지. 그러다가 결국 눈 앞의 현실로 보여주지 않던가?

 

홈즈 : 영화 이야기를 하니 1987년 개봉했던 '이너 스페이스Inner space'가 생각나는군. 주인공이 극소형 잠수함을 타고 인간의 몸 속에 들어간다는 발상이 참신한 영화였지. 자네도 기억하지?

 

왓슨 : 당연하지. 자네 그런 극소형 잠수정이 있다면 인간의 몸 속에 침입한 유해 바이러스를 퇴치할 수 있겠다 뭐 그런 생각이 드는 모양이지?

 

홈즈 : 맞네. 하하. 오늘 자네 물 만난 고기 같아. 미래엔 그런 기술도 가능한가?

 

왓슨 : 자네도 나노 기술이라고 들어 봤을 걸세. 나노Nano 라는 단위는 머리카락 위에 수 만 개의 섬유를 올려 놓을 수 있는 정도의 크기라고 보면 되네. 얼마전 한국에서는 탄소 나노튜브의 불완전한 양극성 문제를 해결한 초절전 나노 집적회로 제작 기술이 개발됐지. 바야흐로 나노로봇Nanobot의 등장이 멀지 않았네. 적혈구보다 작은 치료용 나노로봇이  우리 몸 속을 돌아다니며 혈관 속에 쌓여 있는 콜레스테롤 찌꺼기나 독성 물질들을 청소하고 또 손상된 장기나 DNA를 수리하거나 몸에 침투한 나쁜 바이러스를 퇴치하게 될 걸세. 전문가들은 나노로봇이 인간의 뇌세포까지 침투할 수 있게 되면 치매, 파킨슨병 등의 치료 뿐만 아니라 인간의 지적 능력까지도 크게 향상 시킬 수 있으리라 보고 있어.

 

홈즈 : 하하, 이 친구 계속 하다가는 오늘 밤 새겠는데. 하지만 정말 놀라운 이야기들이야.

 

왓슨 : 홈즈, 의료분야 뿐 아니라 다른 분야의 미래도 어떻게 변해 갈 지 궁금하지 않나?

 

홈즈 : 궁금하네만 그래도 저녁은 먹어가면서 얘기하면 좋겠네. 하하.

 

왓슨 : 그래, 미안 미안. 저녁 먹는 동안은 그간 어떻게 지냈는지 얘기하도록 하고. 내가 했던 의료분야의 미래전망은 이 책에 다 나오는 내용이네. 빌려줄테니 주중에 읽고 주말에 병원에 한 번 더 들르게. 유용한 미래 정보와 재밌는 얘깃거리들이 많아. 향후 20~30년 내에 도래할 인류의 미래를 진단하고 개인과 조직의 생존, 성공, 부의 확보를 위해 대처할 방도를 소개하고 있어.

 

홈즈  : 음, <2030년 부의 미래지도>라...하여간 왓슨, 고맙네. 잘 읽어보겠네.

 

왓슨 : 자, 나가자구. 병원앞에 새로 생긴 레스토랑에 가서 맛있는 스테이크를 살테니.

 

(토요일 오후, 왓슨의 병원)

 

홈즈 : 왓슨, 여기 <2030년 부의 미래지도> 돌려 줌세. 잘 읽었네. 아시아미래인재연구소 배동철, 최윤식 공동소장이 과학적 미래예측기법을 활용해서 책을 집필했더군. 자네 말대로 의료분야뿐만 아니라 금융산업, 자원과 에너지분야, 물과 식량산업, 바이오 산업, IT산업, 로봇산업, 나노기술, 양자역학 응용산업에 대한 미래 전망들을 보면서 정신이 아찔하더군. 

 

왓슨 : 그렇지? 우리가 얼마나 살진 모르지만 앞으로 30~40년 더 산다고 보면 저자들이 전망한 미래는 우리 시대가 될 거란 말이지. 미리 대비하면 부의 축적이 가능한 기회가 될 테지만 그렇지 않으면 생존도 성공도 없는 암울한 미래가 있을 뿐이네.

 

홈즈 : 왓슨, 하나씩 이야기 해보세. 난 저자들의 현실인식과 미래전망에는 무척 신뢰가 가네. "2008년 촉발된 세계적 금융위기와 신기술 버블로 인해 향후 20년 이내에 최소 5번의  전 세계적 경제 혼란이 오고 이 과정에서 세계경제는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 같을 것"이며 "사회, 문화, 환경, 제도, 영성 등 모든 영역에서 새롭게 파생되는 변화로 인해 마치 경련이 일듯 요동치는" "월드 스패즘(World-spasm : 세계적 경련 현상)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예상하더군. 좋아. 그러면서 왜 월드 스패즘의 시대가 도래할 수 밖에 없는지, 어떤 형태로 요동칠 것인지, 임박한 신기술은 무엇인지, 세계 경제의 지배자는 누가 될 것인지를 예측해 놓았네. 이것도 좋고.

 

왓슨 : 그런데 뭐가 문젠가?  

 

홈즈 : 좀 근본적인 문젠데 말일세. 난 말이지 저자들이 <2030년 부의 미래지도>를 집필한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봤네. 

 

왓슨 : 집필 의도나 목적은 프롤로그와 책 첫장에 잘 나와 있지 않나? 중간 중간에 언급해 놓기도 했고 말일세.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개되는 새로운 미래에 개인, 기업, 국가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미래의 부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것이 바로 이 책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내용의 핵심이다. 13p

 

(생존하기 위해서는) 미래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면서 자기를 스스로 지킬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2가지의 능력을 반드시 가져야 한다. 하나는 은퇴 후에도 스스로 부(소득)를 만들어 낼 수 있는 '혁신적으로 일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동시에 은퇴하기 전까지 모아 둔 '부를 잘 관리하는 능력'을 스스로 기르지 않으면 안 된다. 이것이 바로 당신이 이 책을 끝까지 읽어야 할 이유이다. 64p

 

미래의 부자가 되기 위한 무기들 즉, '부를 관리하는 시스템'과 '혁신적으로 일하는 시스템'을 몸에 장착하면 불안에 떨며 노예처럼 일하지 않고도 미래의 부자가 될 수 있다. 준비되었는가? 85p

 

그렇다면 이런 사회에서 성공하기 위해서, 인재로 인정받기 위해서, 혁신적인 부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176p

 

미래의 부자가 되고 싶은가? 지금부터라도 당신의 감성을 훈련시켜라. 244p

 

 

 

홈즈 : 그렇지, 왓슨. 이 책은 자본주의를 모태로 하고 있네. 책을 집필한 이유를 보게. '왜 부자가 되고 싶은가?'를 묻지 않네. '미래의 부자가 되고 싶은지'를 묻고 있을 뿐이거든. 역사적 변화의 방향성을 읽어 현실을 냉철하게 분석하고 그래서 다가올 미래를 전망하는 이유, 끊임없이 자기를 개발하는 이유, 통찰력을 키우고 풍부한 감성 능력을 기르는 이유가 미래의 부를 확보해서 생존하고 성공하는 것, 한 마디로 부자되는 것이라는 말 아닌가? 

 

왓슨 : 듣고 보니 그런 면도 없진 않지. 하지만 전적으로 그렇다고 몰아세울 순 없네. 저자들은 에필로그에서 '영혼이 살아 있는 부자'가 많이 탄생하기를 바란다고 하지 않던가? 저자들은 누구보다 자본주의 약점을 잘 알고 있는 것같네.

 

필자는 '영혼이 살아있는 부자'가 많이 탄생하기를 바란다. 영혼이 살아 있는 부자는 자신만의 욕심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생태학적 관점에서 나와 이웃, 나와 공동체, 나와 국가, 나와 세계를 함께 생각하며 지속가능한 세상을 위해 노력하는 부자를 말한다. 270p

 

홈즈 : 나는 필자의 에필로그가 책 전체에 펼쳐놓은 부의 옹호에 대한 물타기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군. 자네가 말했듯 저자들은 다가올 시대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네. 하지만 더 크고 놀라운 부의 선점이라는 기회 앞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성장통' 정도로 여기지. 놀랍게도 이런 태도는 가파른 성장 가도를 달리던 자본주의의 데자뷰처럼 보였네. 더군다나 신자유주의가 맹위를 떨치고 있는 지금, 세계사에서 한 인간의 독재는 점차 사라지고 있지만 자본은 유래없는 독재의 시대를 열어가고 있네. 자본은 인정 사정 볼 것없이 모든 것을 먹어치우고 스스로만 살찌우는 불가사리같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극심한 빈부 격차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 청년실업문제는 안 중에도 없어. <2030년 부의 미래지도>는 다가올 미래가 새로운 부를 창출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만 내놓고 있네. 내 생각인데 그건 자본을 가진 자들에게나 가능한 이야기 아닐까 싶어.

 

심각한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는 환경 문제로 인한 이간을 향한 자연의 공격, 화석에너지의 고갈로 인한 에너지 공황의 가능성, 이로 인한 새로운 대체에너지의 긴급한 필요성을  교묘하게 이용해 만들어지고 있는 또 다른 금융 거품들, 사이보그 및 인공지능 기술의 진보가 가져올 인간 본연의 존재론적 문제, 줄기 세포 기술과 기타 생명공학 기술 등이 불러올 생명윤리를 둘러싼 대립과 갈등, 가상 현실 기술의 발달로 인한 다양한 인격과 의식의 출현, 산업이동을 통해 디커플링화되는 노동시장과 그에 따른 실업대란과 신용붕괴, 점점 빠른 속도로 벌어지고 있는 국가적 빈익빈 부익부 현상으로 인한 글로벌 빈곤 문제와 이런 불평등을 매개로 한 지역분쟁과 국제적 테러의 증가, 종교 간의 대립과 갈등, 문화권의 충돌 등 수많은 미래 문제들을 우리는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까? 17p

 

변화의 고통은 인류가 좀 더 위대한 사회로 한 단계 더 발전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겪게 되는 성장통의 일부이다. 따라서 지금이야말로 좀 더 위대한 사회를 향한 발전이 시작되는 시점이러고 보고 전략을 수립해야 할 때이다. 그렇기 때문에 변화의 파도를 잘 타는 사람에게는 역사상 유례가 없는 기회의 시기가 될 것이다. 103p

 

 

왓슨 : 홈즈, 자네 너무 부정적인 것 같은데. 자네가 내 입장이라면 <2030년 부의 미래지도>가 다르게 읽혔을지도 모르겠군. 난 의사지만 병원을 운영하는 경영자이기도 하네. 자넨 내가 병원을 경영하고 환자를 치료하는 목적이 뭐라고 생각하나? 내가 왜 수술용 로봇 '로보닥'을 도입했다고 보는가? 오직 돈을 벌기 위해서라고 생각하진 않겠지?

 

홈즈 : 음...

 

왓슨 : 현실적으로 난 가족이 있네. 그리고 병원에서 일하는 동료 의사들과 직원들도 수십명이야. 그들의 가족까지 합하면 줄잡아 100여명은 될 걸세. 병원은 우리 모두의 삶이 직결되어 있는 일터야. 또한 하루에도 환자 수백명이 드나드는 곳이지. 환자들에게 최선의 서비스로 치료하는 것이 나의 사명이기도 하네. 내 스스로 경쟁사회를 만들지는 않았네만 세상은 그렇게 지구적 경쟁으로 우리를 몰아 넣고 있네. 생각해보게. 내가 만일 미래에 대한 정보가 없어서 10여년 뒤에 병원 문을 닫게 된다고 말이야. 나를 믿고 찾아 주었던 환자들에게, 왓슨병원에 삶이 직결되어 있던 직원들과 가족들에게 무슨 면목이 있겠나? 그런 점에서 <2030년 부의 미래지도>는 내게 신선한 충격이었네. 느슨했던 삶을 더욱 채찍질 할 수 있었고 거창하게 인류에게 공헌은 못해도 내가 사는 지역사회에서 봉사하며 '영혼이 살아 있는 부자'가 되야 겠다고 다짐도 했네. 내가 보기엔 괜찮은 책이야.

 

홈즈 : 자네 말도 참 공감이 가네. 하지만 내가 책만 읽고 세상 물정 몰라서 한 말이라고는 여기지 말게. 식민지주의-제국주의-자본주의-신자유주의로 지금까지 이름만 바꿔 세계를 지배해온 서구 사회의 지배방식이 미래에도 여전히 위세를 떨칠 것같아 몹시 걱정스럽네. 대한민국 또한 그 지배방식을 가장 잘 추종해온 국가 가운데 하나 아닌가? 가장 수혜를 입은 국가 이기도 하고 말이야. 왓슨, 정말로 미래 신성장 동력산업이 없어서 경제가 성장하지 못하면 의식주가 해결되지 못하고 미래의 풍요로운 삶은 없는 것일까? 개발과 성장없이는 불가능한 것일까? 나만 살려고 하지 말고 다 함께 살 수 있는 나누고 베푸는 네트웍 사회의 구축은 너무 먼 이야기일까?   

 

왓슨 : 글쎄 말이야. 어렵군, 홈즈. 지상낙원이 아닌 다음에야 그건 너무 꿈같은 이야기 같은데.

 

홈즈 : 어, 자네 내가 주중에 왔을때는 인류는 상상하는 것을 늘 현실로 만들어왔다고 했잖나? 벌써 잊어버렸나? 이 사람 참.

 

왓슨 : 하하, 그랬지. 그랬어.

 

홈즈 : 그래서 내가 자네에게 책 두 권을 선물하려고 가져 왔네. 내가 백 번 설명하는 것보다 책으로 답하는 게 좋겠다 싶어서 말이야.

 

왓슨 : 뭘 두 권씩이나?

 

홈즈 : 한 권은 청소년 도서네. 이현의 공상과학 소설 <로봇의 별>이야. <2030년 부의 미래지도>를 소설로 본다고 생각하게. 정말 재밌네. 에, 또 한 권은 더글러스 러미스의 <경제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라는 책이야. <2030년 부의 미래지도>와는 또 다른 미래 처방이라고 볼 수 있네. 현실과 진실(상식)에 한 걸음 다가 서게 해 줄 걸세.

 

왓슨 : 고맙네. 다음 주엔 내가 자네 사무실에 가겠네.

 

홈즈 : 내가 많이 배웠네, 왓슨. 다음 주에 보세.

 

왓슨 : 조심해서 들어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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