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가 된 바바 왕 ㅣ 현북스 바바 왕
장 드 브루노프 글.그림, 길미향 옮김 / 현북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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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상치 못하게 만난 또하나의 따뜻한 그림책 <산타가 된 바바왕>

 한여름에 만나는 산타라니? 뭔가 쌩뚱맞아 보이지만 아이들에게는 그래서 더 즐거운 책이 되었나 봅니다. 작년 크리스마스 이후 산타할아버지의 존재를 알게된 5살 난 우리집 공주에게 유일하게 먹히는 협박은 "동생이랑 싸우고 울고 떼쓰면 산타할아버지가 선물 안 주실거야."입니다. 아이들에게 선물을 빙자한 이런 엄포가 교육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까하는 고민은 젖혀두고서라도 즉각적인 효과 하나만큼은 100점입니다. 외로워보이지만 자기 아이에게만 선물을 사달라는 어른들의 청탁을 피하고 모든 아이들을 평등하게 사랑해야 한다는 산타 정신을 지키기 위해 춥고 외딴 곳에서 산타 할아버지는 아이들만큼이나 순수하고 착한 난쟁이들과 살아갑니다. 이렇게 춥고 외진 곳까지 산타할아버지를 직접 만나기 위해 찾아온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바바왕이 처음이었죠. 뚱뚱하고 덩치는 산만한데다가 왕관까지 쓰고 있는 왕이라는 권위적인 자리에 있을 법도 하지만 왕관을 숨기기 위해 모자를 쓰고 여행자를 위한 허름한 여인숙에 묵으면서까지 산타를 찾으러 길을 다니는 모습은 사랑스럽기만 합니다.

 

 묘하게도 엄마, 아빠가 좋아하는 책은 아이들도 유난히 더 좋아합니다. 책을 받고 며칠 간은 독후놀이 없이 그냥 읽어주기만 했습니다. 아이들이 그 책에 흠뻑 빠져 뭔가를 갈구할 그 시점을 기다리는 거죠. 사실 딸아이가 1박2일 캠프를 가는 바람에 온전히 관심을 집중시키기에는 여느때보다 시간이  더 걸리긴 했습니다. 금요일 저녁, 잠들기 전에 "크리스마스 오르골"을 들으면서 <산타가 된 바바왕>을 읽어주었습니다. 산타로 부터 커다란 선물 바구니를 받는 행복한 꿈을 꾸며 편안한 잠자리가 되길 바라면서요.

 

 (잠자리에 들 때 가끔 오르골을 들려주며 재웁니다. 오르골 소리가 아이들의 정서적인 면에 좋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거든요. 저 역시 그 소리가 편안하게 들려 단잠에 절로 빠져들게 되구요. 단, 이게 습관이 되어버리면 잠자리에 들때마다 오르골을 틀어달라고 졸라대더군요. 이럴 때는 태엽감는 오르골이 최고입니다. 정해진 시간만큼만 들려주고 나고 나면 자연스레 꺼지니까요. 그리고 디지털 음색보다 투박하면서고 거친듯한 느낌이 더 듣기 좋기두 하구요.)

 

← [안드로이드 마켓에서 다운 받은 "우리 아기 크리스마스 캐롤 뮤직 박스]입니다.

 

 

 

잠들기 전에 캐롤 오르골을 들으며 <산타가 된 바바왕>을 읽은 덕분일까요? 토요일 아침 아이들은 일어나자마자 눈꼽도 안 뗀 부스스한 얼굴로 <산타가 된 바바왕>을 펼쳐 듭니다. 두둥! 이럴때가 최고의 기회죠. 아이들이 원할 때, 아이들이 보고 싶어 할 때, 아이들이 하고 싶어 할 때 말입니다. 부모가 원하는 시간이나 정해진 계획으로의 시작이 아니라 아이들의 자발적인 동기에 의한 독서놀이가 최고의 효과를 보이는 시점. 그게 바로 오늘 아침이었습니다. 때마침 주말에 하려고 준비했던 재료들을 이것저것 꺼내놓습니다. 물론 한꺼번에 다 드러내면 재미 없어요. 조금씩 천천히 아이들의 호기심과 궁금증을 유발해야 합니다.

 "아빠가 뭘 하려는거지? 다음에는 뭘까?"

자꾸 궁금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야 더 하고 싶어지니까요. ^^

 

 

[일어나자마자 어제밤 읽었던 <산타가 된 바바왕>을 펼쳐드는 아이들]

 

 

<산타가 된 바바왕>을 읽고 난 후, 제가 계획한 독서놀이는 다음과 같습니다.

하나. 우선 크리스마스가 되면 갖고 싶은 선물을 골라 산타할아버지에게 편지를 씁니다.

둘. 코끼리 마스크를 직접 만들어 쓰고 산타를 찾아 나서는 바바왕이 되어 봅니다.

셋. 스티로폼 공을 이용해서 산타할아버지와 난쟁이들을 만듭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물감도 이용해 볼거예요.

넷. 아이들이 만든 산타를 집안 여기저기에 숨겨 놓고 "우리집 지도"를 들고 산타 찾기 여행을 떠납니다.

다섯. 산타와 난쟁이 다섯명을 모두 찾으면 "선물"을 받게 됩니다.

 

전체적인 흐름은 산타를 찾아 떠나는 바바왕의 여정을 따라가 보는 것입니다. 직접 바바왕이 되어 산타를 만나고 선물까지 얻게 되는 활동이 연속적으로 이어 지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한꺼번에 할 수는 없을거 같습니다. 아이들의 집중역이란. 다들 아시잖아요. ^^ 특히 누나가 하는 거라면 뭐든지 하려고 덤벼드는 세살 된 우리 꼬맹이까지 참여시키려면 오늘 진땀 좀 빼야겠네요.

 

 

 

자, 그럼 <산타가 된 바바왕>의 신나는 독서놀이를 시작해 볼까요?

 

먼저, 산타할아버지께 크리스마스에 받고 싶은 선물을 써서 편지를 보내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막 글자를 쓰기 시작한 5살 공주님과 글씨와 그림을 구분이나 할 수 있을지 의심스러운 3살 왕자님에게 "편지쓰기"란 도무지 가당치 않은 말이겠지요. 그래서 글쓰기를 통한 편지 만들기보다는 잡지책에서 원하는 물건을 찾아 오리고 붙이는 스크랩 활동을 통한 편지쓰기를 하기로 했습니다. 우리 둘째는 팔이 떨어져 나간 로보카 폴리를 대신할 로이와 헬리를 잘라 붙이고, 딸래미는 자기 닮은 공주 인형을 원하는지 아름다운 드레스는 입은 모델을 잘라 붙이네요.

 

[크리스마스에 받고 싶은 선물을 잡지책에서 골라 가위로 오리고 편지지에 붙여 산타할아버지에게 편지 쓰기 활동]

 

 

 

자. 산타할아버지에게 보낼 편지가 완성되었으니 이 편지를 들고 찾아갈 배달부가 필요하겠죠? <산타가 된 바바왕>에서 바로 그 우체부 역할을 한 인물이 코끼리 바바왕이었습니다. 그럼 우리도 바바왕이 되어서 편지를 들고 산타를 찾아 나서면 어떨까요? 코끼리가 되려면 코끼리 모습을 갖춰야 할텐데 구글에서 "elephant mask"라고 검색하니 자료가 넘쳐납니다.  올레~!

 

 

 

 

이제 도안을 구했으니 아이들과 마스크를 만들어봐야겠죠?  저는 위의 그림처럼 두가지 종류의 도안을 준비했습니다. 1번 도안은 1장짜리라 가위질만 하면 쉽게 만들 수 있고, 두번째 도안은 2장짜리인데 얼굴, 코, 귀로 나누어져 있고 이를 다시 붙여야 하기에 첫번째 도안보다는 조금더 어렵습니다. 게다가 프린터로 A4사이즈로 출력을 하면 크기가 조금 작아 보입니다. 그래서 전 A4 사이즈로 출력한 후 다시 B4 사이즈로 확대 복사를 하였습니다. 그런데 확대 복사를 해서 크기는 어느정도 아이들 얼굴에 맞아 보이는데 용지의 두께가 얇아서 마스크로 쓰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듯 하더군요. 그래서 뒷면에 마분지(두꺼운 도화지)를 덧대어 두께감을 주었습니다. 그러고 나니 이젠 마스크로도 손색 없네요.

 

 

[두가지 도안을 이용하여 코끼리 마스크를 만들어 쓰고 바바왕이 되어 봅니다]

 

 

두께감을 주려고 마분지를 덧대었더니 아이들이 자르기에는 너무 두꺼워졌나 봅니다. 아이들 손힘으로는 오리기 힘들어 하길래 살짝 살짝 도와주었어요. 마무리도 제가 다듬어 주었고요. 원하는 색으로 색깔도 입혀보았는데 핑크 코끼리가 탄생했네요. 코끼리 머리에는 리본 머리핀도 그려지고, 립스틱도 칠해졌습니다. 그래서 제가 "이 코끼리는 여자 코끼리인가 보다 바바왕은 남자 아니었을까?"라고 물었더니 딸아이 대답이 걸작입니다.

 

"준현이가 만든건 바바왕이고, 제가 만든건 셀레스트 왕비예요."

 

이쯤 되면 한번 와락 껴안아줘야겠지요? 서너 번 반복해서 읽어주긴 했어도 셀레스트 왕비 이름까지 기억하고 있을줄은 몰랐네요. 코끼리 마스크가 바바왕에서 셀레스트 왕비로 바뀌면서 우리의 독서놀이도 <산타가 된 셀레스트 왕비>로 변하게 되었습니다. 원래 계획과는 조금 달라졌지만 꼭 바바왕이어야 할 필요가 있나요? 원래 계획했던 큰 틀은 지켜지되 그때의 상황과 느낌에 따라 새로운 질서와 규칙이 생겨날 수도 있는 것. 개인적으로는 그게 바로 진짜 독서놀이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아참, 눈 부위를 뚫을 때는 칼을 예리하게 이용해야 하기에 아이들 혼자서는 불가능합니다. 안전상의 문제로 눈구멍은 제가 다 뚫어주었습니다.

 

 

 

 

 

위 사진에 보면 코끼리 코에 긴 호스가 있는데 저 호스를 입에 대고 불면 "뿌뿌~"하는 코끼리 소리가 제대로 납니다. 언젠가 딸아이가 어린이집에서 활동하고 나서 받아왔었는데 잘 챙겨두었더니 이런날 요긴하게 쓰게 되네요. 포털에서 "뿌뿌 코끼리"라고 검색하면 관련 자료들을 많이 찾으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어린이집에서 활동하고 가져왔길래 쟁겨둔 자료들 중에 하나더 득템한 것은 저기 위에 보이는 노란색 왕관입니다. 코끼리 가면에 노란 왕관까지 쓰고 나면 이제 진짜 바바왕이 탄생하게 되는 겁니다.

 

 

[짜잔, 드디어 셀레스트 왕비와 바바왕 탄생하다]

 

 

 

 자, 이제 셀레스트 왕비와 바바왕도 탄생했으니 산타를 찾아러 가볼까요? 우선 우리가 찾아야 할 산타와 난쟁이들을 직접 만들어 보기로 했습니다. 종이로 만드는 건 이제 코끼리 가면을 만들면서 해보기도 했고 만든 산타를 숨겨 놓고 찾아야할 다음 활동을 생각하니 재료로 "스트로폼 볼"을 사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스트로폼 공 윌부분을 빨간색 색칠해 산타 모자를 만들고 스티커로 눈, 코, 입을 붙인 다음 싸인펜으로 눈동자와 입술라인만 콕 찍어주면 간단하게 만들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난쟁이와 산타할아버지를 구분하기 위해 산타할아버지는 가장 큰 공으로 만들엇고 난쟁이들은 작은 공을 이용했습니다. 아직 어린 아이들이라 붓놀림이 익숙치 않은 탓에 핑거페인팅을 주로 해왔는데 간만에 붓을 건네주니 너무 좋아하면서도 진지해지네요. 물감에 붓을 콕콕 찍어 나름대로 섬세하게 칠하는 모습이 제법 의젓하게 보입니다.

 

 

 

 

 

 하지만 우리집의 꼬마 말썽쟁이가 사고 아닌 사고를 쳤네요. 핑거페인트라 그런지 일반 수채물감보다 마르는 속도가 더디더군요. 그 사이을 못참고 물이 가득 든 분무기를 건조중인 스티로폼 볼에 사정없이 난사하여 열심히 색칠한 빨간모자는 온데간데 없어지고 공포물에서나 봄직한 피흘리는 머리통 5개만 베란다 한 쪽 구석에서 나뒹굴고 있었습니다. 어쩔수 없이 작전을 바꾸었습니다. 색종이로 꼬깔모자를 만들어 씌우기로. 그런데 빨간색 색종이가 남아있지 않아서 어떤 색으로 대체하면 좋을지 아이들의 의견을 물어보니 자주색이 좋겠다더군요. 그래서 자주색 모자를 쓴 산타와 난쟁이들이 만들어졌습니다.

 

 어찌되었건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산타와 난쟁이들이 모두 완성되었습니다. 일렬로 세워놓고 사진을 찍으니 귀여워 보이지만 독서놀이가 모두 끝나고 난 뒤 산타와 난쟁이들은 머리카락과 리본을 그리지 않았다며 재창조에 들어간 딸래미 덕분에 싸인펜을 홀라당 뒤집어 쓴 유령으로 변하는 슬픈 운영을 맞이하게 된답니다.

 

 

[바바왕과 셀레스트 왕비님, 어서 저희들을 찾아 아이들이 원하는 선물이 적힌 편지를 전해주세요.]

 

 

 

 

 편지도 바바왕도 산타도 모두 완성되었습니다. 이제는 편지를 전해주러 산타할아버지를 찾아 떠나는 일만 남았습니다. 다섯명의 산타와 우리 바바왕들과의 숨바꼭질이 시작됩니다. 우선 엄마가 아이들을 살살 달래서 간식을 먹이는 동안 저는 집안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산타와 난쟁이들을 숨겼습니다. 그리고 나서 <산타가 된 바바왕>에서 바바왕이 가판대에서 우연히 산 산타책과 듀크의 후각을 이용하여 산타를 찾아 나선 것처럼 저도 아이들에게 산타를 찾을 수 잇는 보물같은 힌트가 담긴 지도를 건네주었습니다.

 

 

 

[산타와 난쟁이가 있는 곳을 알려줄 우리집 지도] 

 

 

 그 지도가 뭐냐구요? ^^  저희가 사는 아파트 평면도입니다. 아파트 분양 홈페이지를 찾아 갔더니 다행히 홈페이지가 아직 살아 있더군요. 평면도를 다운 받아서 인쇄한 다음, 아이들을 모아놓고 우리집 구조를 훑어 보았습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현관으로 들어와서 신을 벗고 각자의 방으로 들어가는 익숙한 동선을 먼저 설명하며 산타할아버지가 숨어있는 위치가 표시된 지도에 "방 이름"을 써넣었습니다. 벌써부터 아이들의 환호성이 쏟아집니다. 3살 둘째는 뭔지 알고 들떠 있는지 가장 기분 좋을 때 내지르는 괴성 "파워페인져 엔젠포스"를 마구마구 외쳐 댑니다. 산타가 숨어 있는 곳을 꼼꼼히 다시 한번 설명해 준 뒤 아까부터 들썩거리는 엉덩이를 주체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집 안에 풀어 놓습니다. 잠시 뒤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아빠 못찾겠어요.", "아니, 찾았어요!".  "나는 벌써 2개다." 등 아이들의 쿵쾅거리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이럴때마다 마음씨 고운 우리 아래층 아주머니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요로코롬 별난 아이들인데도 뵐때마다 "괜찬아요. 저희들은 늦게 들어와서 뛰는지도 모르겠어요. 어릴때 충분히 뛰고 놀아야지요."라고 말씀해주시는 고마운 이웃. 제 글을 읽지는 못하시겠지만 이자리를 빌어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성취감을 주기 위해 일부러 쉽게 숨겨놓기는 했지만 비교적 찾기 어려울거라 생각했던 거실 자동차 안의 산타할아버지와 식탁 의자에 슬쩍 올려두었던 난쟁이까지 단번에 찾아냅니다. 모두 찾아 담아 놓은 통 속에는 뎅굴뎅굴 굴러다니는 산타할아버지와 난쟁이 5명이 보이네요.

 

 

[산타와 난쟁이가 어디 숨어 있나? 여기 있나? 찾았다!]

 

 

 독서놀이가 막바지에 접어드니 자그마한 고민이 생깁니다. 길고 길었던 활동도 잘하고 산타까지 몽땅 찾은 아이들에게 무슨 선물이라도 주어야 할텐데. 아빠의 뽀뽀가 선물이라면 엄청난 질타를 받을게 뻔하고, 사탕 한 개 쥐어주자니 왠지 너무 가벼운 느낌이 들고. 어쩌지 어찌지 하고 있는 찰나!

 

 "띵똥!"

 

초인종을 누르고 등장한 택배아저씨~! 저의 구세주입니다. 때맞춰 오신 택배아저씨가 들고 오신 건 다 부서진 폴리와 엠보를 대신해 엄마가 G시장에서 그저께 주문해 두었던 로보카 "로이"와 "헬리"였습니다!!!

택배아저씨야 말로 저에게도 우리 아이들에게도 진정한 산타임에 틀림없습니다. 덕분에 감사하게도 뜻하게 않게 급 훈훈한 마무리로 활동을 마치게 되었답니다.

 

 

[택배 산타 아저씨가 배달해준 선물을 받고 즐거워 하는 우리의 셀레스트 여왕과 바바왕]

 

 

 

 

비오고 축축한 주말, <산타가 된 바바왕> 덕분에 아이들과 신나고 즐거운 시간 보냈습니다. 어제 토요일보다 오늘은 비가 더 심하게 내리네요. 더군다나 천둥번개까지 가세해 주시구요. 덕분에 원래 주말에 계획했던 야외활동 잠시 미뤄두고 이렇게 컴퓨터 앞에 앉아 글을 쓸 여유도 생겼습니다. 하지만 처음으로 아이들과의 독서놀이(독후활동)을 다른 사람에게 보인다고 생각하고 신경써가며 사진을 찍다보니 이런저런 포즈도 요구하게 되고 카메라를 들고 있는 순간 만큼 아이들에게 집중하지 못했던 점도 있었습니다. 다음에 혹시 또 이런 기회가 온다면 그때는 사진이 팍 줄어들지도 모르겠습니다. ^^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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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모를 거야 ㅣ 우리 집 도서관 1
구드룬 파우제방 지음, 안상임 옮김, 송경옥 그림 / 북스토리아이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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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모를거야" 그리고 "금방이라도 울먹일듯한 표정을 한 채 맨발로 어디론가 뛰어 나가는 남자아이"

제목과 표지만이 주는 첫 느낌은 부모와의 불통과 트러블로 집을 뛰어나가며 겪게 되는 좌충우돌 성장 소설이 아닐까 하는 정도였다. <엄마는 모를거야>를 만난 첫인상은 그러했었다. 하지만 가족간의 갈등을 풀어나가는 이야기겠거니 생각했던 내 예상은 책을 읽으며 "이게 아닌데.."로 바뀌어갔다.

 

 독일의 시골마을 슈타인바흐에서 나고 자란 다비트는 도시에서 직장을 구한 엄마를 따라 정든 고향을 등지고 낯선 도시로 이사를 오게 된다. 세상에서 가장 따스한 품을 가진 할머니와 기억에도 없는 아빠를 대신해주는 든든한 로베르트 삼촌과 엄마를 세상의 전부로 생각하며 행복하게 살았던 슈타인바흐를 떠나와 만나게 되는 도시의 풍경들은 낯설고 황량하기만 하다. 높은 고층건물들, 영영 익숙해 지지 않을거 같은 엘리베이터와 낯선 장소의 낯선 냄새들. 그리고 작은 가지 하나 없어 을씨년스럽기까지한 발코니 창문까지. 열살 꼬마 어린 다비트에게는 모든 것이 두렵고 불편하기만 하다. 더군다가 이사온 첫날 잠자리에 들며 보았던 보라색 형체의 시커먼 괴물은 다비트를 움츠려 들게 만들었고 그러한 공포심은 악몽으로 되살아났다. 설잠을 자고 일어난 낯선 방에는 혼자만 덩그러니 남겨져 있었다. 새 직장을 구한 엄마가 벌써 출근하신 탓에 외톨이가 된 다비트는 어젯밤 꿈에서 보았던 보라색 괴물의 모습을 다시 보게 되고 두려운 마음에 신발도 신지 못하고 밖으로 도망쳐 나오게 된다. 문이 잡겨버린 집으로 돌아갈 수도 없고, 동전하나 챙기지 못한채 길거리로 뛰어나와버린 다비트는 엄마가 일하신다는 병원을 찾아 길을 떠나게 되고 여러 인물들을 만나면서 낯선 환경에 익숙해 지고 성장해 나가게 된다. 반나절 동안 다비트가 만난 사람들은 지금껏 다비트가 만나온 모든 사람들을 다 모아도 모자랄 만큼 다양하였다.

 

 맨발로 다니는 모양새가 의심스럽다며 다짜고짜 도둑으로 몰아세운 슈퍼마켓 아줌마

 바퀴에서 연기가 날 정도로 유모차를 빠르게 모는 수다쟁이 아줌마

 자신을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라고 말하는 자건거 탄 소년

 엄마가 근무하는 병원까지 다비트를 데려주려고 애썼던 친절한 토르스텐 아저씨

 아이들의 짖꿏은 장난에도 하모니카 불기에만 열중했던 노숙자 할아버지

 그리고 너무나 사랑스러웠던 떠돌이 강아지 모노클까지

 

아침 8시 30분 경부터 오후 3시 사이의 짧았지만 다비트에게만은 너무나 길었던 그 시간의 기록들을 보고 있자니 잊고 있던 어릴적 기억이 떠오른다. 내가 초등학교 4학년쯤 되던 때, 지금은 없어진 "백만인의 모금걷기 운동"이란 걷기 대회에 친구들과 참가한 적이 있었다. 학교 선생님의 안내에 따라 친구와 단둘이서 지금도 기억나지 않는 낯설기만 했던 어느 출발지점에 섰고 수많은 인파에 쉽싸여 걷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고 주변을 빽빽히 메우던 사람들이 서서히 줄어들고 어느 샌가 친구와 나만 남아버린 믿지 못할 상황이 벌어졌다. 내가 주무대로 삼고 놀았던 우리 동네가 아닌 한번도 와보지 못한 곳에 달랑 친구와 나 둘만 있는 끔찍한 상황. 게다가 정신없이 길을 헤메고 있는 와중에 난생 처음으로 횡단보도에서 교통사고가 일어나는 현장을 눈 앞에서 목격하게 된다. 안그래도 불안한 심리에 눈앞에 펼쳐진 끔찍한 광경. 그 때의 기억이 한동안 트라우마가 되어 낯선 장소에 가는 걸 극히 두려워 했었던 적도 있었다. 그런데 다비트는 어릴적 나보다 더 상황이 안 좋아 보인다. 더군다나 분수대에서 씻기고 털을 다듬어 준 덕분에 둘도 없이 예쁜 강아지로 탈바꿈했던 떠돌이개 모노클의 갑작스런 죽음은 보는 내 가슴을 다 철렁하게 만들었다. 낯선 곳에서 그렇게 헤매며 엄마를 찾는 것만으로도 열살 짜리가 감당하기에는 어려운 시련인데 서로 마음을 주며 짧은 시간이었지만 슈타인바흐를 떠나 도시로 이사 온 것을 잘 한 일이라고까지 생각하도록 만들었던 모노클과의 만남이 그렇게 허무하게 끝내 버린건 문학 작품에서 해피엔딩만을 바라는 지나친 나의 욕심일까?

 

 이쯤 되니 갑자기 궁금증이 솟아오른다. 왜 제목이 "엄마는 모를거야"인걸까? 원제를 찾아봤더니 <Barfuss durch die grosse stadt>이라는데 우리말로 풀이하면 "맨발로 만나는 거대한 낯선 도시"정도 될 듯 하다. 아이들 책이라 제목을 저리 정한 것도 이해는 되지만 반나절 동안 펼쳐진 다비트의 도전과 경험을 온전히 엄마에게 돌려버리는 듯한 느낌이 드는건 왠지 아쉽기도 하다. 엄마가 알지 못하는 미지의 일을 이리저리 부딪히며 풀어나간 다비트가 대견한 건 맞지만 그토록 간절히 만나고자 했던 엄마를 찾았을 때 다비트의 마음 속에 "엄마는 모를거야"라는 생각이 자리잡고 있을거 같진 않다.

 

 열살 꼬마가 낯선 환경을 꿋꿋하게 헤쳐나가는 모습은 나약하기만 요즘 아이들에게 본보기가 될 만하다. 하지만 큰 시련을 이겨내기 위해 마련된 장치인듯 보이나 내내 아쉽기만 한 모노클의 죽음, 중간중간 몇번이나 언급되었음에도 결국에는 흐지부지 되어버린 아빠와의 얽힌 이야기, 그리고 모노클 죽음 이후 너무 갑작스레 마무리 지어진듯한 결말은 다소 아쉬웠다. 어찌보면 내가 생각했던 이야기 방향과 달라서 생기는 느낌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동화는 언제나 긍정적으로 결론 나야 한다는 나의 옹졸한 마음을 접어두고 다시 한번 펼쳐들고 읽어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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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인리히 호프만 박사의 더벅머리 아이
하인리히 호프만 글 그림, 심동미 옮김 / 문학동네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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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중엽, 독일의 정신과 의사였던 하인리히 호프만 박사는 마음에 드는 아이 그림책이 없어 <하인리히 호프만 박사의 더벅머리 아이>라는 그림책을 직접 펴내게 된다. 출간 후 한달도 되지 않아 당시로서는 1,500부라는 기록적인 판매를 보였고 이후 다른 나라에서도 출판되며 꽤 유명세를 떨쳤다고 한다. 21세기인 아직까지도 같은  책을 찍어내고 있는걸 보면 무엇인가 매력이 있기는 있나보다.

 

<하인리히 호프만 박사의 더벅머리 아이>는 일종의 어린이생활백서와 같은 책이다. 얌전하고 규칙 잘지키고 어른들 말씀에 순종하는 어린이들이 지켜야할 10가지 규칙을 상황에 딱 맞는 그림과 함께 제시하고 있다. 책의 서두를 보면 이 그림책의 목적이 더욱 명확해 진다.

 

어린이 여러분

얌전해야만

아기예수가 찾아온답니다.

밥 잘 먹고

큰 소리로 떠들지 않고

장난감을 조용조용 가지고 놀며

산책할 때 엄마를 잘 따라가면

아기예수가 선물 한아름과

예쁜 그림책을 가지고 올 거예요.

 

눈치 빠른 아이들이라면 책의 첫페이지를 읽고도 그 뒷부분은 보고 싶지도 않을거 같다. 척 보기에도 훈계조의 이야기가 주절주절 이어질 것이 드러나 보이지 않는가? 아니나 다를까 다음장부터는 아기예수에게 선물은 커녕 꾸중만 들을거 같은 나쁜 아이들의 모습이 펼쳐진다. 머리도 손톱도 엉망으로 자란 아이, 개와 고양이를 괴롭히는 프리드리히, 불장난하는 파울린헨, 흑인의 피부색을 놀리는 악동들, 자기 관리 못하는 어수룩한 사냥꾼, 손가락 빨고 밥 안먹고 한눈 팔고 장난치는 아이까지. 어른들의 관점에서 고쳐야할 행동을 하는 10가지 경우가 그림과 함께 실려있다. 올바른 행동을 하지 않은 10명의 아이들은 모두 비극적(?)인 결말을 맞는다.

 

(작성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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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와르도 세상에서 가장 못된 아이 ㅣ 비룡소의 그림동화 127
존 버닝햄 지음, 조세현 옮김 / 비룡소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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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른들은 화가 나면 곧잘 아이들에게 큰소리 지르며 야단친다.

 "이 나쁜 녀석 같으니라고, 어디서 못된 것만 배워가지고."

 <세상에서 가장 못된 아이 에드와르도>를 읽고 나니 나쁘고 착하고, 좋고 싫고, 옳고 그른 것의 기준은 누구로부터이며 똑같은 잣대로 들이대는게 맞는가는 의문부터 든다. 그리고 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아빠이고 어떤 선생님인가 되돌아 보게 된다. 길게 생각할 것도 없다. 

 "부끄럽다. 그것도 아주 많이."

 

 아이들에게 쏟아내는 말 한마디에 아이들의 인생이 달라진다면 과연 여러분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책 표지의 에드와르도는 지저분한 머리에 꾀죄죄한 옷차림, 손에는 아이들과 어울릴거 같지 않은 후라이팬과 국자를 들고 휘두르고 있다. 천상 말썽꾸러기 모습 그대로이다.

하지만 우리들이 말하는 말썽쟁이, 고집쟁이가 진짜 말썽쟁이, 고집쟁이가 아니라면? 아이의 겉모습 하나만 보고 그 아이의 모든 것을 아는 것처럼 판단해 버린 것이었다면? 올바르지 못한 행동의 원인을 찾아보고 따뜻하게 설명해 주기 보다는 윽박부터 질렀다면? 그래서 누구나 할 것 없이 그 아이는 그런 문제가 있는 아이로 낙인 찍어 버렸다면? 사람들은 누구나 다른 사람의 시선과 평판을 신경 쓰며 살아간다. 어른이든 아이든, 남자든 여자든, 무신경한 사람이든 예민한 사람이든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사회라는 울타리 안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다른 사람으로 듣는 평가는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일이다.

 에드와르도는 평범한 아이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옷입고 아침먹고 학교가서 장난치다가 저녁먹고 잠자리에 드는 지극히 평범한 아이. 그 아이가 우연히 인형을 발로 걷어찬다. 그리고 그런 행동을 지켜본 어른이라면 누구든 내지를 수 있는 잔소리를 듣는다.

 "에드와르도, 이런 버릇없는 녀석, 만날 어디서 발길질이야? 세상에서 가장 버릇없는 녀석 같으니라고."

그 뒤로 다른 아이들처럼 떠들다가, 동생을 못살게 굴다가, 고양이를 잡으러 뛰어다니다가 세수하는걸 잊어 버렸다가 에드와르도는 주위의 어른들에게 맹비난을 받는다. 그런 꾸중과 비난은 에드와르도를 정말 버릇없고 못된 아이로 만들어 버린다. 평범하기 짝이 없던 에드와르도는 한사람씩 돌아가며 쏟아붓는 손가락질에 진짜 <세상에서 가장 못된>아이로 변하고 만다. 이쯤 읽고 나니 가슴이 뜨끔거린다. 책 속에만 존재하는 허구라고 생각하기에는 우리네 모습과 닮아도 너무 닮았다. 하지만 다행스러운 것은 그 다음에 벌어진 일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못된 아이가 된 에드와르도가 걷어찬 화분이 공중으로 붕 뜨더니 흙 위에 떨어지고 이를 본 한 신사가 웃는 얼굴로 "에드와르도야, 정원을 가꾸기 시작했구나. 정말 예쁘다. 다른 식물들도 좀 더 심어 보렴."이라며 말을 건넨다. 그 뒤로 산책하던 개에게 물을 뒤집어 쓰운 일에도 지저분한 개를 씻겨 줘서 고맙다는 말을 듣고, 어린 동생을 세게 밀자마자 동생이 서 있던 자리에 떨어진 전등 때문에 칭찬을 받게 된다. 에드와르도의 못된 행동이 그 행동을 지켜보는 주변인의 관점에 따라 아름다운 행동으로 변하게 된 것이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말이 있다. 같은 입, 같은 목구멍에서 뱉어지는 말이라도 그 말이 전해지는 뜻은 완전히 달라진다. 내가 짧은 새치혀로 내빝은 말에 누군가 상처 받지 않았을까? 책을 읽는 내내 그렇게 반성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동안 나의 좁은 주관과 날카로운 말로 인해 상처 받았을 수많은 그 누군가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어지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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