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을 주문해 드립니다! - 2013 아르코 문학창작기금 수상작 살림어린이 숲 창작 동화 (살림 5.6학년 창작 동화) 11
한영미 지음, 김다정 그림 / 살림어린이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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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족을 주문해 드립니다?

 

 발칙한 상상이다. 홈쇼핑에서는 속옷에서부터 자동차, 아파트까지 안 파는 것이 없다. 외국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비행기, 벨리콥터까지 판매한다고 하니 무엇이든 돈만 있으면 못 살 것도 없는 세상이다. 하지만 가족을 주문해 준다니? 재미있다 못해 조금은 꺼림칙한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책표지를 보고 있자면 키도 체형도 비슷해 보이는 같은 또래의 두 여자 아이가 서로를 마주보고 있다. 빨간 안경을 쓴 오른쪽 여자아이에게는 상품에 붙은 택같은 꼬리표가 붙어 있고 치마를 입은 오른쪽 여자 아이의 머리 위에는 마우스의 손모양 커서가 얹혀 있다. 두 아이 중 하나는 진짜이고 하나는 가족을 만들어주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주문한 캐릭터이다.

 어느 것이 실제이고 어느 것이 허상인지 구분이 안가는 아이러니한 상황.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자녀의 장미빛 미래를 설계해주려는 부모의 노력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자기의 꿈과 끼가 무엇인지도 모른채 한시대를 먼저 살아간 어른들로부터의 조언과 충고를 그대로 받아 들이고 행하는 것이 진짜 "나"다운 것인가?

 

 읽는 내내 많은 나 스스로에게 많은 질문을 던지게 되는 책이었다.

 

 <가족을 주문해 드립니다(살림어린이)>의 주인공 고미아는 올백을 맞고 반에서 일등을 놓치지 않을정도로 공부를 잘 하는 아이다. 공부를 어느 정도 잘하기에 집안에서 거는 기대도 크다. 일류대를 나와 당연히 딸도 그렇게 될것이라 믿는 바쁘기만한 아빠, 가정형편으로 대학을 가지 못한 아쉬움이 가득한 엄마, 동생들에게 대학을 양보해야 했던 언니에게 미안함이 가득한 초등학교 교사 이모, 미아를 영재교육원에 진학시키고자 하는 과외선생님과 학원선생님들.

 주인공 고미아를 둘러싼 어른들은 모두 고미아의 학업성적과 관련된 이야기만 늘어놓고 현재의 행복을 담보로 미래 전문직으로서의 모습을 꿈꾸도록 강요한다. 그런 고미아는 우연히 같은반 친구 껄렁이 강수에게서 "가족을 만들고 꾸미고 내키지 않으면 바꿀수 있는 온라인 게임" 이야기를 듣고 우연찮게 게임을 시작하게 된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든지 바꾸어 버릴 수 있는 가족. 하지만 가족 구성원을 입맛에 맞게 바꾸어도 며칠 못 가 실증으 느끼며 기존 캐랙터를 쫓아내고 새로운 캐릭터를 구입하게 된다. 영재 시험에 대한 압박으로 숨통을 조여오자 고미아는 아껴두었던 비상금을 몽땅 완벽한 게임 캐릭터를 구매하는데 써버리고 만다. 완벽한 가족을 구성한 파라다이스에 만족하는듯 하지만 완벽한 가족 안에서도 나는 없었다.

 내가 하고 싶은 말, 내가 갖고 싶은 것, 내가 느끼고 싶은 것을 표현할 수 있는 나는 사이버상의 파라다이스에도 존재하지 않았음을 깨닫고 현실의 고미아도 자기 목소리를 내는 아이로 탈바꿈한다.

 

 나 자신을 찾고하 하는 고미아의 소망은 영재 시험일 당일날 가출로 이어지게 되고 결국 채 몇시간이 지나지 않아 다시 붙들려 오는 신세가 되고 만다. 몇시간의 가출로 되돌아온 집은 가출하기 전과 다를바 없다. 다시 공부 계획을 짜는 엄마, 무뚝뚝하고 퉁명스럽게 말을 뱉어내는 아빠.

<결국 고미아는 가출을 선택한다>

 

 

 

 하지만 확실한 변화가 있다. 그것은 가족의 변화가 아닌 고미아 자신의 변화이다. 내 길을 내 꿈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자 하는 고미아, 바로 자신에게 변화가 생긴 것이다.

 

 고미아가 인터넷 게임에서 마지막으로 주문했던 게임속 주인공 초등학교 5학년 여자아이의 주문서는 아래와 같다.

 "자기의 생각과 느낌을 표현할 줄 아는 초등학교 5학년 여자 아이를 만들어 주세요."

 

 

 어른 입장에서 순종적이고 고분고분하지 않은 아이는 버르장머리 없고 예절 모르는 아이로 취급받는다. 하지만 자기의 생각과 느낌을 표현할 줄 아는 아이가 진짜 영재 아닐까?

 초등학생을 위해 쓰여진 책이지만 교육 문제에 지나치리만큼 관심과 열정을 쏟는 대한민국의 부모들이 먼저 읽었으면 하는 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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