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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잉글리시 티처 ㅣ 푸른숲 어린이 문학 34
박관희 지음, 이수영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13년 12월
평점 :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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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동화라고 하면 가볍고 경쾌하고 밝은 권성징악 프레임에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이야기를 기대합니다.
하지만 푸른술주니어의 '마이 잉글리시 티처' 창작동화모음집은 우리네의 이런 일반적인 상식을 뛰어넘어 버립니다.
책의 말미에 7년 동화집을 내는 이 책의 저자 박관희 작가님에게 이런 말을 건넨다고 합니다.
"이런 것도 동화가 될 수 있구나." 혹은 "너무 삐딱한거 아냐? 다음엔 달달한 이야기 좀 쓰지."라고.
네 편의 동화가 묶인 '마이 잉글리시 티처'는 초등학생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우지만 동화의 주제만큼은 묵직하기 이를데 없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전혀 일어나지 않을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하기에는 왠지 마음 한구석이 먹먹해 집니다.
네가지 이야기는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네 명의 아이들이 나옵니다.
먼저 <마이 잉글리시 티처> 이 책 전체의 제목이면서 단편의 제목이기도 합니다. 흔히 할아버지의 경제력, 아빠의 무관심, 엄마의 정보력이 아이들의 대학을 결정짓는다고 합니다. 누구보다 공부 잘하는 아들을 두었지만 흔히 말하는 엄마의 정보력 부재로 유능한 아들을 과학고에 진학시키지 못한 선희의 엄마는 선희에게 목을 메다 싶이 합니다. 그런 엄마의 뜻에 부응이라도 하듯 선희는 그 지방에서 제일 이름난 학원에 제일 수준 높은 탑클래스에서 공부할 수 있는 영예를 누르게 됩니다. 게다가 원어민 토마스의 총애를 받는 남들이 부러워하는 성과를 거두게 됩니다. 하지만 그토록 바라고 그토록 믿었던 원어민 토마스의 오피스텔로 첫 수업을 받으러 간 날. 세상 저 끝의 나락으로 떨어질것만 샅은 불쾌한 일을 겪게 됩니다.
두번째 이야기 <아빠하고 나 하고>의 민재는 40대에 실직하고 집에서 빈둥거리며 할 일 없이 PC방을 기웃거리는 아빠를 보며 사회부적응자, 루저를 떠올립니다.
세번째 이야기 <여인숙에 사는 아이>의 세연이는 학교에 다니지도 못한채 아빠와 단둘이 여인숙에서 살고 있습니다. 자기를 알아봐주는 사람 하나 없고, 근처 도서관의 책 속에서만 파묻혀 사는 세연이는 어느날 우연히 벼리라는 남자아이를 만나 마음의 문을 열고 동무가 되지만 대학교수라는 벼리의 엄마가 나타나 둘 사이에 끼어듭니다.
네번째 이야기 <어디까지 왔니>의 선우는 5살 어린 동생과 함게 할아버지네 집에서 살고 있습니다. 엄마, 아빠가 모두 떠나버리고 어느날 갑자기 할아버지집에 맡겨진 두 아이는 겉모습에서부터 지극한 보호를 받지못하고 있다는 것이 표나고 이를 빌미로 학교 담임선생님과 사회복지사는 할아버지에게서 두 아이를 떼내 보육원으로 보낼려고 합니다.
탑클래스 중에서도 탑에 오른 "선희", 실직자 루저 아빠를 둔 "민재", 외롭디 외로운 여인숙 소녀 "세연", 누구보다 부모품이 그리울 "선우".
누구 하나 가슴 아픈 사연없는 아이들이 없습니다. 그들의 어깨를 마음을 짓누르는 짐덩이의 무게가 가히 어느 정도일지 짐작하기도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런 삶의 무게가 이야기 속의 네 아이에게만 존재하는 것일까요?
대한민국의 어느 초등학생을 막론하고 학원 뺑뺑이에 시달리지 않는 아이들 없고, 부모의 직업 안정성에 불안감을 느끼지 않는이 없으며, 내 아이만 소중하고 남의 아이를 어찌되든 방치하는 어른들 또한 많은 현실이..소설속에서의 일만은 아닌거 같아서 더욱더 먹먹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가장 안전한 곳에서 가장 행복해하며, 가장 편안하게 살 수 있는 그런 곳을 꿈꾸데 되는 동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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