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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교사 이야기 - 좌충우돌 김 교사의 시끌벅적 수업일기
김연화 지음 / 테크빌교육 / 2012년 5월
평점 :
품절

어릴적 부모님 몰래 친구에게 빌려온 월간만화잡지 '보물섬'. 보물섬은 단순 만화책이 아니었다. 나쁜 것도 아닌데 부모님 몰래 빌려온 것도 우스운 일이지만 누구에게 들킬세라 이불 뒤집어 쓰고 혼자서 한참을 키득거리게 만들었던 내 초등학교 시절의 버팀목(?)이었다. 연재되는 만화는 언제나처럼 결정적인 순간에 끝나고 다음회로 넘어간다. 뒷이야기를 위해서는 한달을 꼬박 기다려야했다. 방학 한달은 그렇게 짧으면서 다음 회를 기다려야 하는 그 한달은 어찌가 그리 긴지.
현직 초등교사인 김연화 선생님이 쓰신 <초등교사 이야기>는 내게는 어릴적 그렇게 재미나게 읽던 보물섬과 같은 느낌이었다.
통통 튀고,
상큼하고,
재미나고,
웃기고,
수수해도 촌스럽지 않고,
담백해도 싱겁지 않고,
맛깔나는,
글솜씨와 이야기에 일단 손에 쥔 다음에는 내려놓기 싫었다. 그건 아마 남의 비밀 일기장을 몰래 들여다 보는 듯한 묘한 느낌과 내가 현직교사로 느꼈던 그리고 느끼고 있는 수없이 공감할 수 밖에 없는 이야기들이 꼬리를 물고 계속되었기 때문이리라. <초등교사 이야기>는 2007년 9월에 발령받은 신규교사가 2008년 6학년 담임, 2010~2011년 4학년 담임을 맡으면 써 온 교단일기를 책으로 묶어 놓았다. 새내기 교사의 좌충우돌 이야기이지만 이 땅의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는 선생님이라면 공감하는 부분이 적지 않았으리라 생각된다. 아이들과 한데 엉커 같이 생활하는 동안 아이들뿐만 교사인 본인까지 성장하는 모습, 교사이기 전에 교육공무원으로서의 업무를 놓을 수 없는 분위기, 교사와 학부모의 가깝고도 먼 관계, 그 무엇으로도 살 수 없는 속깊은 동료교사들과의 어울어짐, 교사를 교직을 바라보는 사회적 잣대에 대한 어색함 등. 이 시대를 살아가는 교사라면 누구나 겪을 이야기들이 펼쳐져 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며 나는 어떤 교사이며 어떤 교사가 되고 싶어하는가를 되묻지 않을 수 없었다. 아이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그렇게 행복하여 치열하게 살아왓던가? 누군가의 멘토가 될 만큼 성숙한 교사의 모습으로 생활하는가? 10여년이 흐른뒤 아니 그 이상의 시간이 흐른 뒤, 내가 진정으로 서있기를 원하는 자리는 무엇인가 하는 자기성찰적 고민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졌다.
재미나게 읽어내려가며 동질감을 느끼고 키득키득 웃다가 나도 모르게 가슴 한 켠이 멍해옴을 느꼈다. 같이 근무하는 학교의 선생님들끼리 조직했다는 "무개계"의 곰선생님 봄부장님처럼 이 땅에 있는지도 모를 무명교사로 살아갈 망정 아이들을 위한 눈빛과 두근거림은 변치 않으리. 그런 바람으로 오늘도 교실 문을 열고 들어선다.
(작성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