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들이 사라졌다! 그림책이 참 좋아 5
박우희 글.그림 / 책읽는곰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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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접지몽.

 

 장자가 어느날 꿈을 꾸었는데 나비가 되어 신나게 날아다니다 잠시 쉬려 나뭇가지에 앉았다가 잠이 들었다. 그런데 잠에서 깨어보니 인간 장자라는 것을 깨닫고 도대체 본래 인간이 꿈속에서 나비가 되었던 것인지, 아니면 본래 나비가 꿈속에서 인간이 되어 이렇게 있는 것인지 구별이 안되었다는 이야기.

 

책을 덮고 나니 그런 생각이 들었다. 네시, 박쥐인간, 모스맨, 갓파, 이름도 이상한 전 세계의 괴물이란 괴물을 다 모아 놓은 환경 그림책 <괴물이 사라졌다>의 진짜 괴물은 누구인가? 닝겐이 괴물인가 내가 괴물인가? 내가 괴물이라면 너는 괴물이 아닌가? 누가 누구를 괴물이라 부를 수 있는가? 괴물들이 모두 떠난 뒤 남아 있는 인간들은 행복할까?

 

 괴물조차 살 수 없는 지구는 도대체 어떤 곳이었을까? 아마 괴물이 원했던 건 인간을 핍박하고자 함이 아니라 그냥 살고 싶다는 기본적인 소망이 아니었을까? 그런 소박한 소망을 누가 앗아갔는가? 어찌보면 뻔해 보이는 대답일수도 있지만 "책읽는 곰"의 다섯번째 창작 그림책 <괴물이 사라졌다>은 화려하고 큼직큼직한 그림에 인간이 무서워했던 괴물들이 인간을 피해 떠나가 버린다는 독특한 상상력이 더해서 뻔하게만 느껴지지 않는다. 세계 곳곳에서 전해져 오던 괴물들의 모습은 작가의 손을 거치면서 독특한 캐릭터들로 재탄생하게 된다.

 

 히말라야에 사는 예타는 지구 온난화로 설산이 녹아내려살 곳이 사라진다 후로 어디론가 가버린다.

 아마존에 사는 피시맨은 벌목과 목축업으로 삶의 터전인 정글을 잃게 된다.

 뇌가 있어야 할 곳에 물이 담긴 갓파는 공장폐수의 유입으로 더이상 숨을 쉴 수 없어 떠나고

 999년 묵은 이무기는 무분별한 댐건설과 하천정비로 천년을 채우지 못하고 도망간다.

 

 

 

인간이 괴물이라 칭했던 이 전세계의 괴물들은 인간을 향해 도리어 큰소리 친다.

 

 " 이제 참을 만큼 참았어.

   더는 못 참아!

   너희들이야 말로 무시무시한괴물이야!"

 

 그리고는 우주선을 타고 새집으로 이사를 간다. 하지만 새집으로 가는 그들은 여전히 불안하다. 자기네들 처럼 새집이 필요한 인간들이 괴물들이 찾은 그 곳으로 따라 올까봐.

 

 괴물 아닌 괴물을 괴물로 바라보는 굴절된 인간의 눈에게는 신음하는 지구가 보이지 않는 것일까? 아이들에게 들려줄만한 좋은 이야기 그림책 하나를 찾았다. 괴물이 떠나간 그 자리에는 인간 역시 존재할 수 없음을 아이들이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느끼길 바라며 지금 당장 우리가 무엇을 시작해야 할지 생각할 수 있게 하는 책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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