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다 우리 고전>>, 도서관에서 한두 권씩 빌려보면서 계속 눈독만 들이다가, 온갖 할인행사 다 끝난 지금에서야 구입했다. 내가 학교 다닐 때는 고전을 제대로 읽지도 않고는 '어느 시대에 누가 쓴 글~' 이런 식으로 외우는 일이 많았었는데, 울 아이는 그러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으로 ...  

울 아들 녀석은 "이 책은 도서관에 많아서 한 권씩 빌려다 실컷(!) 볼 수 있는데 왜 산 거에요?" 이러면서 김 빠지는 소리를 하더니, "우리 고전이 참 재미있네요!"라며, 이틀 동안 몇 권을 꺼내 계속 읽고 있다. (흥, 그렇게 열심히 읽을 거면서 엄마 구박은 왜 하누?)  

아이가 처음 집어든 책은 <<사씨남정기>>.
"장희빈 얘기라지요?"라며 책을 읽기 시작하더니, 읽는 내내 질문인지 혼잣말인지 모를 말들을 계속 한다.  

"엄마, 교씨가 장희빈인가요?"
"보는 사람 입장에 따라서는 다를 수 있지 않아요?" 
"장희빈 편 사람들 입장에서는 인현왕후가 교씨처럼 보일 수도 있지 않겠어요?"  

권말의 설명까지 꼼꼼하게 읽으며, 김만중이 언제 <<사씨남정기>>를 썼는지, 배경은 어떤 것인지, 기타 등등의 이야기를 내게 들려주고는, 이런(↓) 독후감을 썼다.

   
 

'사씨남정기'를 보면 사씨는 지혜로운 여자지만 교씨는 교활해서 결국 죽게 되는 첩이다. 그리고 한림은 이도저도 못하는 우유부단한 사람이다.  

이것은 서포 김만중이 살았던 시대를 풍자한 것인데, 서포 김만중이 살았던 시대에 숙종과 인현왕후, 장희빈에 관한 사건을 보면 알 수 있다. 사씨는 인현왕후, 교씨는 장희빈, 한림은 숙종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갈 것이다.  

김만중은 장희빈이 사약을 받는 부분을 교씨가 대가를 치르는 부분으로 묘사하였고, 이것을 긍정적으로 썼다.  

그렇지만 장희빈의 입장에서 생각하느냐, 아니면 인현왕후의 입장에서 생각하느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 결국 사약을 받은 장희빈도 그 당시 격렬하게 벌어진 당쟁의 피해자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 '사씨남정기'의 교씨도 피해자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2010년 3월, 초등 6, 용이 독후감)

 
   

아, <<사씨남정기>>를 읽으며 서인과 남인의 당쟁을 생각했던 거구나.  

<<사씨남정기>> 다음으로 집어든 책은 <<홍길동전>>.  
<<홍길동전>>을 읽으면서도 질문은 끝없이 이어진다.  

"홍길동이 실제 있었던 인물이라면서요?" (어, 소설 아니야?)
"어디선가 그렇게 봤는데..." (음, 얼핏 들은 것 같기도 하다만, 그래도 소설이라고 ... --a)  

(권말의 설명을 보며) "아, 실록에 '길동'이라는 이름이 여러 번 등장한대요", "연산군 때는 '홍길동'이라는 이름도 있다는데요 ... "  

(엄마는 무식하단다, 얘야~.) 
 

단순히 '고전을 재미있게 읽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책을 사준건데, 고전을 읽으며 시대적 배경도 읽어내려 하는구나. 흐뭇~ ♪

그나저나, 엄마의 무식함을 드러내지 않으려면 역사 공부를 해야 할 판이다.  
<<재미있다 우리 고전>>을 읽으면서 <<역사신문>>을 함께 보자고 해야겠다. 잠깐 찾아보니, 장희빈과 관련된 이야기들도 여러 가지 시각으로 나온다. 호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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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0-03-07 2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용이가 벌써 6학년이네요. 그런데 엄마한테 존대말을 하는군요. 기특해라~~
우리도 학교에서 빌려다 보곤 낱권 몇 권만 갖고 있는데 항상 욕심나는 시리즈예요.^^

bookJourney 2010-03-08 12:42   좋아요 0 | URL
아, 용이가 존대말 하는 거는 신경도 안쓰고 있었어요. 언제부터인지 기억도 안나는 것을 보니 꽤 오래전인 것 같은데 말이지요. ^^;;
저도 두어 권만 가지고 있다가 결국은 이렇게 사고 말았답니다. 아이한테 구박받으면서도 흐뭇+뿌듯~ (제 책욕심은 중증인 것 같아요. --;)

행복희망꿈 2010-03-07 2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리즈로 다 구입하면 좋겠는데요.^^
저희집에는 춘향전만 한권 있답니다.
저도 다음에는 다른책도 구입해봐야겠어요.

bookJourney 2010-03-08 12:43   좋아요 0 | URL
이 시리즈 참 좋지요~. 저희 아이가 3~4학년일 때부터 한두 권씩 읽는 걸 보았는데, 6학년이 되어 읽는 건 느낌이 또 다른 모양이에요. ^^

희망찬샘 2010-04-06 0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으로 끝없는 세계를 열어 주시는군요. 우와~

bookJourney 2010-04-09 06:31   좋아요 0 | URL
요즘은 아이가 제게 다른 세계를 보여주고 있답니다. ^^
 

도라지꽃 

보라색 고운꽃 도라지꽃
아기별이 잠시 내려와
나비와 친구되어 뿌리내린
예쁜 도라지꽃

작은 꿀벌 찾아와 얘기 나누고
꽃나라 요정들이 미소짓지요

보라색 고운꽃 도라지꽃
친구별이 그리워져서
아침이 올 때면 은빛이슬
맺혀 있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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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Journey 2010-03-04 2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MBC 창작동요제 수상곡이라고 알고 있는데, 우리 집에 있는 CD에는 20회 동요가 들어있지 않다. --;;

순오기 2010-03-05 0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라지 꽃 사진을 넣으며 더 멋지겠네요.
내가 찍은 도라지꽃 사진이 꽤 있는데...

bookJourney 2010-03-07 19:27   좋아요 0 | URL
ㅎㅎ 노래를 넣고 싶었는데 넣을 수가 없어서 포기했어요. 노래 포기하면서 사진은 그냥 패쓰~ ^^;
 

참 좋은 말  

사랑해요 이 한마디 참 좋은 말
우리 식구 자고 나면 주고 받는 말
사랑해요 이 한마디 참 좋은 말
엄마 아빠 일터 갈 때 주고 받는 말
이 말이 좋아서 온종일 신이 나지요
이 말이 좋아서 온종일 일맛 나지요
이 말이 좋아서 온종일 가슴이 콩닥콩닥한대요
사랑해요 이 한마디 참 좋은 말
나는 나는 이 한마디가 정말 좋아요
 
사랑해요 이 한마디 참 좋은 말
우리 식구 자고 나면 주고 받는 말
사랑해요 이 한마디 참 좋은 말
엄마 아빠 일터 갈 때 주고 받는 말
이 말이 좋아서 온종일 신이 나지요
이 말이 좋아서 온종일 일맛 나지요
이 말이 좋아서 온종일 가슴이 콩닥콩닥한대요
사랑해요 이 한마디 참 좋은 말
나는 나는 이 한마디가 정말 좋아요
사랑 사랑해요
 

새삼스레, 아이와 함께 듣고 있던 동요의 가사가 가슴에 콕 박힌다.

직접 만든 크리스마스 카드를 넣은 봉투에 알록달록하게 쓴 아이의 글,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엄마, 아빠께"
갑자기 날 꼭 안아주며 아이가 내게 하는 말, "엄마, 사랑해"
어느 날 아침, 울적한 표정으로 출근한 내게 보낸 지기의 문자, "미안해, 그리고 사랑해" ...
 
아, 아직도, 사랑한다는 말 한 마디가 날 설레게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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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03 03: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노아 2010-03-03 0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글로 보아도 설레는데 직접 들으신 책세상님은 오죽할까요. 참 좋은 말이에요.^^

무스탕 2010-03-03 0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들은 말도 아닌데 저 역시 설레이네요 ^^

행복희망꿈 2010-03-03 16: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이쁜 동요를 들으면 기분이 좋아지겠지요?
남편에게 받는 문자는 정말 행복할것 같아요.^^
아이가 정말 사랑스러워요.
님은 정말 행복하실것 같은데요. 부러워요.ㅎㅎㅎ

라로 2010-03-04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책세상님을 사/랑/해/요~~^^

bookJourney 2010-03-04 2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무스탕님~ 들을 때마다 설레는 말이지요. ^^*
행복희망꿈님~ 맨날 듣는 말이면 설레지 않았을 거에요. 특히 지기한테는 언제 들었던 말인지도 기억이 가물가물한 말이라 설레는 것이지요. ^^
nabee님~ 흐흐흐 ~~~ *^^*

순오기 2010-03-05 0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고보면 나는 맨정신으로 저런 말 잘 못하는 거 같아요.^^
다행히 우리 큰딸은 맨정신으로도 간혹 하던데...
남편한테는 언제 들어봤는지...아지고 설레는지 확인해봐야겠어요.ㅋㅋ

bookJourney 2010-03-07 16:32   좋아요 0 | URL
흠, 저도 맨정신으로 '말'하지는 못하는데요, 맨'문자'는 할 수 있어요. ^^
요즘 친구들은 아무래도 저희 때보다 솔직하게 잘 표현하는 것 같아요.
생각해보니, 제 부모님께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말이네요. ^^;

희망찬샘 2010-04-06 0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즐겨 부르는 노래랍니다.
 

남양주 가는 길에, 창 밖을 바라보던 아이가 갑자기 내게 묻는다. 
"엄마, 저게 캣츠아이에요?"  

"응? 캣츠아이?"  
"네, 저기 신호등 앞에 있는거요."   

"보석의 그 캣츠아이?"
"아니요, 빛 반사해서 안내해 주는 캣츠아이요. 캣츠아이라는 보석이 있어요?"  

"응, 엄마는 보석 이름 캣츠아이밖에 모르는데 ... 나들목 같은 데나 회전하는 데 유도등처럼 붙여놓은 게 캣츠아이야?"
"아니요, 바닥에 주로 붙인다고 나와있던데요. 이번 어린이 과학동아에요." 

(그 때까지도 아이가 가리키는 곳을 찾지 못해 버벅거리며) "글쎄, 어디를 말하는지 모르겠는데..."
"에이, 엄마랑 말이 안 통해요."  

"야, 엄마랑 말이 안 통하긴, 엄마도 모르는 게 있을 수 있지. 엄마가 어떻게 모든 걸 다 아냐?"
"아, 저는 엄마가 모든 걸 다 안다고 생각했단 말이에요."  

"흥, 너는 보석의 캣츠아이가 뭔지 모르잖아. 그럼 엄마가 너랑 말이 안 통한다고 해야겠냐?"
" ... ... "  

"엄마는 모든 걸 다 아는 게 아니라, 모르는 걸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 아는거지. 모르는 걸 알아내려고 노력하는 거고. 너희 선생님께서 모든 걸 다 아시든?"
"엥, 선생님은 모르는 게 있죠. 그래도 엄마는 모든 걸 다 아는 줄 알았단 말이에요." 

얘야, 세상에 모든 걸 다 아는 사람은 없단다. 그런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살기가 얼마나 고달프겠니. 엄마도 모르는 것 투성이지만, 모르는 게 나올 때마다 찾고 배우는 거지. 네가 궁금한 걸 못 참고, 많은 것에 호기심을 가진 것처럼 말이야.  

참, 네가 말한 캣츠아이에 대해서는 웹사이트를 한 개 찾았단다.
네가 말한 캣츠아이가 이렇게(클릭) 사용된다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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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0-03-02 0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책 세상님은 멋진 엄마셨군요. 아이 눈에 엄마가 완벽해 보였었나봐요. 그렇게 될 만큼 노력을 하셨으니 정말 대단하셔요. 전 벌써 부터 엄마는 몰랐어. 그렇구나 한답니다.

bookJourney 2010-03-03 03:45   좋아요 0 | URL
저희 아들이 좀 둔한거죠~ 저도 "그건 엄마도 잘 모르겠는데, 네가 찾아서 엄마한테 알려줄래?" 이런 말 맨날 하는 걸요. ^^

hnine 2010-03-02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덕분에 저도 모르던 것을 하나 알게 되었습니다.
저도 언젠가 다린이가 물어봐주기를 기다리고 있을거예요 ^^

이번 어린이 과학동아에 있었군요. 찾아보려다가 생각해보니 며칠 전에 과월호 다 모아서 누구 주는 바람에 없네요 흑흑...

bookJourney 2010-03-03 03:47   좋아요 0 | URL
다린이는 이미 알고 있을지도 몰라요~ ^^
어린이과학동아는 아이가 과제할 때도 종종 쓰는 책이라 그냥~ 쌓아두고 있답니다. ^^;

순오기 2010-03-05 0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마는 뭐든지 다 아는 사람이란 인식도 초등 고학년이 되면 허물어지더라고요.ㅋㅋ
엄마의 대답이 더 훌륭하네요.^^
용이는 과학에 굉장히 집중하나 봐요~

bookJourney 2010-03-07 16:33   좋아요 0 | URL
요즘은 제가 대답을 안해주면, 알고 있는데 대답을 안해주는 건지, 모르는 건지 되물어본답니다. --;
제가 과학 얘기를 주로 써서 그렇지, 역사에도 관심이 많아요~. 문학 쪽은 영 아닌 듯하지만요. ^^;
 

3월 2일, 새학기가 시작된다.  
내게는 1월 2일보다 더 '시작'의 느낌을 주는 날.  

오늘부터 또 얼마나 더 바빠질까,
새학기도 무사히 보낼 수 있을까,
이 학기에는 밀린 숙제를 끝낼 수 있을까,
이런저런 걱정이 앞서지만 ...  

'새'학기이니, 새 마음으로 다시 시작해보자.   

나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고, 기합도 넣고!
아자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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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희망꿈 2010-03-02 0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집은 아이들이 새학기인데, 괜히 저도 막 설레네요.^^
오늘 개학했는데, 좋은선생님과 함께 생활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님도 새로운 시작을 멋지게 하시길 바랍니다.
아자아자 화이팅!!!

하늘바람 2010-03-02 0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요 저도 기합을 얍 넣어드릴게요

bookJourney 2010-03-03 0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행복희망꿈님, 하늘바람님, 응원 감사합니다.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