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엄 맘보
후 샤오시엔 감독, 서기 출연 / 아인스엠앤엠(구 태원)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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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이 영화는 매력적인 배우 '서기'와 담배, 술, 우울한 테크노 음악으로 기억될 것 같다.

10년 전 과거, 2001년을 회상하는 그녀의 삶은 밀레니엄임에도 불구하고 세기말의 끝에서 발버둥치고 있었다. 열아홉의 나이. 술과 담배를 달고 살고, 호스티스바에 나가며, 의처증의 백수 동거남이 있다. 벗어나고 싶지만 어쩔 수 없이 다시 되돌아가고야 마는 우울한 삶의 끝에 잭이라는 새로운 사랑이 나타난다. 그는 그녀를 보듬어주고 위로해준다.

마침내 새로운 삶, 사랑을 찾아 일본으로 향하는 그녀, 하지만 그곳엔 그가 없다. 낯선 곳에 홀로 남겨진 그녀... 서툰 일본말을 따라하며 눈쌓인 유바리 마을을 거니는 그녀는 낯설지만 희망찬 길로 나아간다.

워낙에 색채가 강한 감독이라 스토리보다는 연출 면에서 영화의 메리트가 있는 것 같다. 시간을 교차하는 구성이나 어지러운 대만의 젊음을 다루는 카메라 워킹, 그리고 음악.

무슨 얘기를 하려는 것인지 정확히 알지는 못하겠지만, 그리고 내가 그리 좋아하는 스타일의 영화도 아니지만,그래도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영화를 보는 내 심리와 너무도 닮은 영화이기 때문에... 특히, 쉼없이 흐르던 테크노 음악이 꽤 오래 남아있을 것이다. OST부터 주문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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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2disc) : 일반 킵케이스 - 아웃케이스 없음
곽재용 감독, 조인성 외 출연 / 덕슨미디어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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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용 감독의 전작 '엽기적인 그녀'의 최대 단점은 어설픈 신파와 우연의 남발이었다. 그래도 그 영화는 인터넷 소설에 기반을 둔 '엽기'코드와 여성 캐릭터의 차별성으로 단점 보다는 장점이 더 많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전작에서 재미 좀 봤다고 그대로 답습, 그것도 단점의 답습 아니 확대는 나름대로 중견감독인 곽감독에게 적잖이 실망케 했다.

'클래식'이라는 제목에서 이 영화의 지향점은 충분히 알겠다. SF 블럭버스터가 죄다 망해 나자빠지는 마당에 이런 기획이 오히려 승산이 있었겠지. 실제로 흥행성적도 나쁘지 않았구...

그러나 너무 안일했던 것은 아닌지... 흔하디 흔한 삼류 드라마의 인물구도 그대로 여주인공의 1인 2역이라는 일차원적인 연출로 5분짜리 뮤비로도 충분한 스토리를 2시간동안 끌다니...

영화의 중반 이후 그들의 사랑은 이미 억지 눈물짜기로 돌변, 러닝타임 채우기에 급급한 나머지 영화의 색깔까지 잊은 채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짝퉁으로 번지고야 말았으니...게다가 막지막 한 방. 엽기적인 그녀에서 이미 써먹은 '기막힌 우연'에 보는 사람 역시 기가 턱 막히는 충격에 휩싸였다.

'클래식'이 '촌스럽다'의 완곡한 표현이 아님을 영화 전반에 걸쳐 생각했더라면 좋았을 것을...

이 영화에서 건진 것은 어쩐지 신기하면서도 묘한 매력이 있는 태수라는 캐릭터와 그 역할을 맡은 배우 하나였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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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라니, 선영아 작가정신 소설향 18
김연수 지음 / 작가정신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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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가 읽고 보고 들은 것에 대해 끄적이는 것을 정작 보고 읽는 것보다도 더 즐기는 나지만, 책장을 덮고 엔딩 타이틀까지 다 봤음에도 '뭐라고 쓸까' 멍해지는 작품이 있다. 너무나도 완벽해서 '재밌다, 멋있다'밖에는 쓸 말이 없는 경우와 너무나 순식간에 지나가서 미쳐 내 안에 가라앉은 느낌이 없는 경우의 두가지가 그렇다. 이 소설은 후자의 이유 70에 전자가 30쯤 되는 비율로 벌써 며칠을 뜸들이게 만들었다.

김연수라는 작가의 작품은 처음 읽는 바, 다른 리뷰어들이 말하는 전작과 다른 변화나 문학적인 전환은 모르겠다. 그저, 작가가 이 책을 쓰기 위해 각종 연애관련 지침서들을 총동원했다는 인터뷰 기사와 '사랑'을 전면에 내세운 제목 때문에 쿨한 연애소설 한편 읽어보자는 심산으로 골라잡았고, 막연한 느낌으로 재밌으나 쉽지 않다는 정도. 너무 쉽게 읽히는게 수상쩍더라니...

원래 유머 속에 감춰진 독설과 또 그 안에 감춰진 진심은 알아채기가 어렵지 않은가. 각종 말장난과 사랑에 관한 잠언들을 넣고빼가며 한 여자와 두 남자의 운명같은 사각관계를 시종일관 냉소적으로 그려낸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소설의 중심 스토리, 뚜렷한 캐릭터 대비를 보이는 두 남자의 대결구도는 어쩐지 어설프고 상대가 안되는 게임같다. 사랑하는 선영과 결혼하고서도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엄한 팔레노프시스 탓이나 하는 광수의 무대뽀적 투정부리기와 소설가라는 직업답게 참기름친 미꾸라지마냥 살살 빠져나가는 진우의 입담과 상황대처능력 대결은 긴장감 보다는 입가에 웃음기를 머물게 한다. 그러나, 막판에 승리한 자는 '사랑이라니...' 비웃던 진우가 아닌 '사랑해'를 외치는 광수였으니... 경복궁에서 용포를 입고 사진을 찍는 진우가 참으로 처량맞을 따름이다.

우리에게 친숙한 각종 광고며 영화의 차용과 매끄러운 입담, 노트 한구석에 적어놓아도 손색없을 표현까지 이 책은 여러 가지로 읽는 맛을 더한다. 게다가 어설프게 가르치려하거나 강요하지 않는 적절한 균형감각까지 지녀 더욱더 유쾌하다.

다만, 광수의 집들이에서 벌어지는 80년대 운동권에 대한 언쟁은 다소 뜬금없고 껄끄러웠다. 냉소와 유머로 포장했으나 여전히 그때를 울궈먹는 80년대 학번들의 소명의식을 봤다면 내가 오바하는 것일까? 그럴지도...

무슨 문학상의 이번 수상작가가 '김연수'던데, 그의 단편도 몇 편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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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의 카프카 (상)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춘미 옮김 / 문학사상사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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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아마도 올 여름이 시작되는 즈음에 출간된 것으로 기억한다. 이름도 유명한 하루키의 작품(7년만의 장편소설이라고 하는데 서점 신간코너에서 하루키라는 이름이 박힌 책을 계속 봐왔던 것 같다. '자주도 써내네'라고 생각됐었는데... 무라카미 류와 헷갈렸었나?? 어쨌든...)에 계절적으로 구미가 당기는 제목에 표지까지 서점에 갈 때마다 구매욕을 자극하던 책이었다.

그러나 책꽂이에서 '샀으면 읽어야 될 거 아냐' 시위를 벌이고 있는 몇몇 책들에 대한 의무감으로 애써 참던 중, 추석 즈음에 생긴 공돈의 유혹을 물리치지 못하고 드디어 사들고 왔다. (책을 무슨 콜렉션으로 생각하는 한심한 인간...^^;)

고백하자면 난 <상실의 시대>를 읽다 포기한 인간이다. 우리 민족의 유전병같은 '항일감정'이 방해한 것일수도 있고, 당시에 나의 정신상태가 책읽기에 적합하지 않았던 것일 수도 있고 어쨌든 나와는 코드가 맞지 않는 책, 작가라고 저리 밀쳐놨던 기억 때문에 이 책도 사실 끝까지 읽으리라는 자신은 없었다.

예상과는 달리 굉장히 속도감도 있고 내용도 흥미진진한 것이 며칠만에 독파해버리긴 했는데... 역시나 마지막 장을 덮고난 나의 느낌은 '뭔 소린지...' 단 한마디로 요약된다.
(리뷰를 보면 알 것이다. 난 이해되지 않은 책에 대해서는 서론이 무지 길다...^^)

오이디푸스 신화를 비롯한 각종 문학과 음악, 철학, 역사에 대한 인용도 정신없고, 전혀 다른 두 인물이 등장하는 서로 다른 이야기가 결국은 만나가는 것도 특이하고, 무엇보다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어디까지가 환상인지 애매한 것이 머리를 쥐어뜯게 만드는 내용이었다.

단순히 15살 소년의 성장기로 생각했던 나에게 하루키적인, 일본적인 이런 내용은 너무나도 낯설어서 그리 깊은 의미를 남겨두진 못했다. 그저 읽는 동안 재밌었다는 것에 머물 뿐...

하루키라는 위대한 작가의 야심작을 이해 못하는 나의 무지인지, 아니면 뭔가를 얻어내야 한다는 강박에 주관적인 느낌을 스스로 무시하고 있는 지는 모르겠으나... 확실한 것은 여전히 하루키와 나는 코드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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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전화
일디코 폰 퀴르티 지음, 박의춘 옮김 / 북하우스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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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고 경쾌한 할리퀸 로맨스같은 느낌의 책이었다. 단 네자로 함축된 제목처럼, 여자 그것도 서른살을 훌쩍 넘긴 노처녀의 사랑에 대한 얘기를 너무나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하루 저녁동안 남자의 전화를 기다리는 그 여자의 시간은 분 단위의 조급함과 절실함, 처절함까지 담고 있다. 그래, 여자들 특히 자신에게 자신감이 없는 여자에게 전화는 현대문명의 축복이자 시험대이다. 전화를 쳐다봤다, 외면했다, 수화기를 들었다가 놨다, 온갖 생쇼를 다 하면서도 자기가 직접 전화하지 못하는 대부분의 여자들. 그들은 전화를 통해 자신의 여성성을 시험하고 시험받는다.

그 외에도 원더브라와 다이어트, 대화카드 등 남자에게 잘보이기 위한 여자들의 각종 내숭 무기들 또한 어찌나 공감이 가는지... 세상이 달라졌다 해도 아직 여자의 3대 무기는 미모, 내숭, 눈물임은 시공간을 초월하나보다. 브리짓 존스의 일기가 생각나는 것도 그 공감의 폭이 비슷하기 때문인 것 같다.

영국이나 한국이나 독일이나 여자로 사는 것은 여전히 깝깝한 일이다. 그러나, 한국과 두 나라의 차이점은 그 결말에 있지 않을까. 브리짓이나 코라나 결국 두 팔 벌려 기다리고 있는 멋진 남자들은 있지 않았는가. 그리고, 그 남자들이 두 여자에게 바라는 것은 지금까지의 내숭과는 거리가 먼 진실된 모습이었다.

그래, 이론적으로는 좋다. 완벽하다. 현실적으로 봤을때... 정말 그럴까? 원더 브라보다 아줌마 거들을 입고, 60kg가 넘고, 게다가 직업조차 간당간당한 한국의 브리짓과 코라의 결말도 '내사랑 **'가 될 수 있을까. 그것은 의문이다. 그래서 이 소설은 나에게 그저 쿨한 환상, 할리퀸 정도의 감흥밖에 주지 못한다. 아쉽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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