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전화
일디코 폰 퀴르티 지음, 박의춘 옮김 / 북하우스 / 2002년 3월
평점 :
절판


짧고 경쾌한 할리퀸 로맨스같은 느낌의 책이었다. 단 네자로 함축된 제목처럼, 여자 그것도 서른살을 훌쩍 넘긴 노처녀의 사랑에 대한 얘기를 너무나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하루 저녁동안 남자의 전화를 기다리는 그 여자의 시간은 분 단위의 조급함과 절실함, 처절함까지 담고 있다. 그래, 여자들 특히 자신에게 자신감이 없는 여자에게 전화는 현대문명의 축복이자 시험대이다. 전화를 쳐다봤다, 외면했다, 수화기를 들었다가 놨다, 온갖 생쇼를 다 하면서도 자기가 직접 전화하지 못하는 대부분의 여자들. 그들은 전화를 통해 자신의 여성성을 시험하고 시험받는다.

그 외에도 원더브라와 다이어트, 대화카드 등 남자에게 잘보이기 위한 여자들의 각종 내숭 무기들 또한 어찌나 공감이 가는지... 세상이 달라졌다 해도 아직 여자의 3대 무기는 미모, 내숭, 눈물임은 시공간을 초월하나보다. 브리짓 존스의 일기가 생각나는 것도 그 공감의 폭이 비슷하기 때문인 것 같다.

영국이나 한국이나 독일이나 여자로 사는 것은 여전히 깝깝한 일이다. 그러나, 한국과 두 나라의 차이점은 그 결말에 있지 않을까. 브리짓이나 코라나 결국 두 팔 벌려 기다리고 있는 멋진 남자들은 있지 않았는가. 그리고, 그 남자들이 두 여자에게 바라는 것은 지금까지의 내숭과는 거리가 먼 진실된 모습이었다.

그래, 이론적으로는 좋다. 완벽하다. 현실적으로 봤을때... 정말 그럴까? 원더 브라보다 아줌마 거들을 입고, 60kg가 넘고, 게다가 직업조차 간당간당한 한국의 브리짓과 코라의 결말도 '내사랑 **'가 될 수 있을까. 그것은 의문이다. 그래서 이 소설은 나에게 그저 쿨한 환상, 할리퀸 정도의 감흥밖에 주지 못한다. 아쉽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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