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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론 - 다르마총서 19
감山德淸 외 / 고려원(고려원미디어) / 1989년 9월
평점 :
절판
알라딘 책 소개엔 이 책의 저자가 감산덕청인 것처럼 되어 있지만 이는 잘못이다. 저자는 당(唐)의 선승 승조(僧肇)이고, 감산은 그의 책에 주해를 단 사람이다. 그는 [도덕경](세계사,1990)의 주해자이기도 하다.
승조의 죽음은 소크라테스와 흡사하다. 자신에게 닥친 억울한 죽음을 기꺼이 받아들인 것이다. 승조는 소크라테스보다 좀 더 젊은 나이(31세)에 '독배'를 마셨다. 스스로에게 닥친 불운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일이야 말로 자기 삶을 불운에 묶어두지 않는 유일한 방법이다. 이는 지극히 논리적이다. [조론(肇論)]을 읽는 일은 불교를 아는 일이기 전에 바로 엄정한 '논리'를 이해하는 일이다. 불교의 진수인 공(空)과 무(無)에 대한 지극한 논리적 탐색인 [조론]을 완파(完破)할 수만 있다면, 적어도 논리가 부족해 논쟁에서 지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이를 읽는 일은 수월하지가 않다. 조론 속으로 들어가면 갈수록 '공'은 깊어지고 '무'는 묘연해진다. 그러다 문득 돌아보면, 길고 길게 헝클어진 논리의 실타래만 수북하다. 그걸 모두 거두어 들고 이제 어찌하나 고민해봐도 길은 하나밖에 없다. 다시 그 속으로 가는 수밖에. 조론을 깨고나면 원효(元曉)가 부드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