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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에서 이야기로 - 우리 시대의 노장 읽기 ㅣ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84
김시천 지음 / 책세상 / 2004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버스는 너무 흔들려서 책보기가 좋질 않다. 버스에선 바깥구경 아니면 잠이다. 근자 기차를 이용할 일이 많아져서 덕분에 책볼 일이 한결 많아졌다. 그동안 사모아놓기만 하고 읽기를 게을리했던 <책세상문고-우리시대>는 상하행 왕복이면 한 권씩이 떼져나간다. <책세상문고>는 알차고, 개성 넘친다. 그래서 풍성하고 신선하다. 막 떼넘긴 30대의 동양철학자 김시천이 지은 <철학에서 이야기로-우리시대의 노장읽기> 역시 그러하거니와, 개인적으로는 '철학' 일반의 정체 하나를 확연히 밝혀주는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그동안 내게 있어서 철학은 그 자체로 근원적·본질적·일반적인 무엇이었다. 말하자면 '몸'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철학은 또한 그 개적(皆的)들의 몸에 걸쳐진 '옷'일 수 있다는 사실, 혹은 가능성을 나는 이 책에서 읽었다. '철학이고 싶어하는' 무엇이 '철학'을 만드는 것이라는 얘기다. 요컨대, <도덕경>과 <장자>가 철학에 못박혀 읽히지 않고 다르게, 가령 정치학적으로 읽히는 건 훼손이 아니라는 것이다. 스스로의 무게를 벗어나면 자유는 코 앞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