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래빗 저격사건 랜덤 시선 5
유형진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황지우의 [연혁沿革]은 내가 기억하는 가장 멋진 산문시였다. 이제 그 '가장 멋진 산문시'의 목록에 한 달여 전에 첫시집을 묶어낸 유형진의 한 시가 새로 등재되었거니와 강력한 기세로 황지우의 데뷔작을 밀쳐내 버렸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나는 바나나파이를 먹었다] - 황지우의 [연혁]과 엇갈리는 점도 많고 맺어지는 점도 많은 이 시의 시적 성취에 대해서는 이제 차차 전문가들이 나설 터이고, "권력이 인간을 오만으로 이끌 때 시는 그에게 그의 한계를 상기시킨다(When power leads man toward arrogance, poetry reminds him of his limitations)" 라고 했던 존 F. 케네디의 말을 신뢰하는 나로서는 지금 유형진의 [내가 가장 예뻤을 때...]가 오만의 반대편에 슬프도록 아름답게 서 있다는 사실만 기릴 뿐이다. 기실, 산문시란 이야기를 찾는 자의 오만에 먹이는 시인의 강력한 펀치라는 사실은 접어두고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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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나 2005-08-07 0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가장 예뻤을 때 사월 하늘의 뿌연 바람은 아라비아의 왕이 보내는 줄로만 알았다...

참 예쁜 시예요? 그죠? ^^

책먹는하마 2005-08-10 0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설적(雪滴)님의 거의 강요수준의 "그죠?"에 대한 답:

예쁩니다. 그리고, 깊기도 하고요. 예쁘면서도 깊이를 갖기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닌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