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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현상이 존재한다. 도대체 이것을 어떻게 알 것인가?’ 이것의 인식 수단에 대해 논의하는 것이 사회과학 방법론입니다. 긴 인생을 살면서 한 번쯤은 사회과학 공부를 해보는 것이 유익하다고 생각합니다. 사회를 살리는 사회과학의 힘이 생소하고 궁금하신 분들에게 이 초대장을 보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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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과학방법론, 대학 필수 교양으로 들었는데, 가설을 세우고 분석 방법을 마련해 증명하는 과정을 거쳤던 기억이 납니다. 두어 달 정도 각종 통계나 기사를 비판적으로 보고는 잊고 살아온 듯합니다. 우석훈 선생은 80년대 투쟁과 비판의 언어였던 사회과학을 소통과 실천의 언어로 자리매김하려는 듯합니다. 이 기획은 오랜 기간 여러 사람들과 강의를 진행하고 글을 쓰고 나누며 공들여 만든 한국사회의 사회과학 입문강좌입니다. 우석훈 선생의 연이은 저작에 조금 지친 분들께는 새로움을, 사회과학이란 말에 부담을 느끼는 분들께는 유쾌한 경험을 전할 거라 생각합니다. 이 책을 만든 과정은 '사회과학 방법론 기초(http://cafe.daum.net/woo-s/)'라는 까페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아래 이 책의 서문을 공개합니다. 더불어 강의 차례와 책의 차례를 함께 정리해 비교해보실 수 있습니다.
무엇이 공동체를 지키는가!
사회의 그 어느 것도 공짜로 좋아지거나 개선되는 일은 없다. 정부나 정당이 알아서 미리미리 해주면 좋겠지만 그런 일은 없다. 많은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고 적극적으로 논의하고 발언하지 않는 이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레드 퀸의 가설’이 바로 그 얘기 아닌가? 열심히 뛰지 않으면 제자리에 서 있을 수도 없는 나라, 그게 바로 대한민국 아닌가? 끊임없이 변화하고 개선하려는 노력이 사라지는 순간 우리는 정말 이상한 나라를 보게 될지 모른다.
나는 우리의 문제를 풀고 싶어서 공부를 시작했다. 경제학과 사회학을 결합시킨 ‘사회경제학’ 같은 분과를 열어서 사회와 경제를 통합적으로 살펴보고 싶었는데, 개인이 하기에는 너무 벅찬 일이었다. 그래서 실제로는 경제학과 생태학을 통합적으로 접근한 일을 더 많이 하게 되었다.
그리고 또, 내가 희망했던 것은 ‘유학 가지 않아도 되는 사회’였다. 대학원생들과 박사과정 후배들을 모아 계속해서 스터디를 하고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강의를 줄곧 했던 것은, 최소한 내가 속해 있는 생태경제학 분야만큼이라도 국내에서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나는 벽에 부딪혔다. 지난 10년 동안 대학원은 물론 학부에서도 유학이 당연한 일이 되었고, 이제는 초등학생에 유치원생까지 유학을 보내는 풍토가 되었다. 국내에서 생산된 인재가 최소한 자기 나라에서 부당하게 설움 받는 일은 없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우리는 스스로 완결된 교육 과정을 갖지 못했다. 한국의 엘리트들은 자녀가 초등학교 5학년이 되면 교환학생으로 미국에 보내고, 중고등학교는 외국에서 다니게 하는 걸 자연스럽게 여긴다. 교육 과정의 문제를 고쳐서 좋게 만들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 자녀를 외국에 보내 교육시키는 사회라니! 그러고도 잘살 수 있는 나라는 없다.
우리는 우리말로 학문할 수 없게 만든 것을 발전이라고 한다. 하지만 자기 말로 학문을 하는 풍토에서 비로소 세계적인 이론이 나왔다는 것은 역사가 증명해준다. 프랑스어로 철학하는 프랑스, 독일어로 학문하는 독일, 일본어로 연구하는 일본, 우리 한국만 우리말로 공부하는 것의 중요성을 폐기하는 중이다.
영어로 논문을 발표하는 것 자체를 뭐라고 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요즘은 정부에서 지원하는 연구 과제에서도 SCI(과학기술 논문 색인지수) 기준을 들이대면서 외국의 학술지에 발표하도록 유도한다. 정부가 돈을 들여서 자국의 국민들이 읽기 어려운 논문을 쓰도록 하는 셈이다. 정부 연구 과제는 기본적으로 세금에서 지원하는 것인데, 그 세금의 납세자들이 읽을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외국의 학술지에 실리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보다 가치 있는 일이 아닐까?
기본 논문은 대부분 영어로 쓰여지고, 우리말로 된 문헌들도 거의 외래어 수준이어서 일반인이 이해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학계의 장벽이 너무 높아지면 결국 국민이 그 분야를 외면하게 된다. 벽은 너무 견고하다.
몇 년 동안 대학생, 대학원생들과 크고 작은 스터디를 하면서, 기초 교육에 대한 필요성을 절감했다. 학문의 전문화만 지나치게 외치면서, 사회과학의 기본을 다루는 논의가 없었고, 마땅히 쓸 만한 교과서도 없었다. 그래서 어디서부터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막막해하는 사람들이 큰 부담 없이 사회과학 공부를 시작할 수 있게 안내하는 책을 내고 싶었다.
이 책에 정리한 내용은 대학생들과 공동 연구 및 분석 작업을 하면서 약식으로 가르쳤던 기초에 해당하는 내용들을 몇 번에 걸쳐서 진화시킨 것이다. 여러 차례 강의를 하면서 호응도가 높지 않거나 꼭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되는 내용들은 제외했고, 현장에서의 실용성을 강조했다. 인문사회 분야의 학부 1~2학년 또는 비전공자인 경우 대학원 1학기 정도에 배우면 좋겠다고 생각한 내용들로, 사회과학에 대한 개괄적인 입문서 수준에 맞추려고 노력했다. 그렇다고 옛날얘기만 늘어놓지도 않았고, 1990년대 이후 발전된 방법론에 대해서 많이 소개하려고 했다.
욕심 같아서는 창작을 하는 예술가들이 자신의 시선을 확장시키기 위해 사회과학 공부를 할 때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기회가 되면 경제와 윤리 혹은 경제철학에 대한 논의도 본격적으로 전개해보고 싶다.
각 장의 끝에는 예습용 목적으로 쪽글이 하나씩 달려 있다. 시험을 잘 보기 위해서는 복습을 충실히 하는 편이 낫겠지만, 공부가 지겨워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나 창의적인 생각을 더 많이 하기 위해서는 예습이 더 도움이 된다는 나의 공부 습관이 반영된 것이다. 시간을 내서라도 쪽글을 써보고 다음 장을 읽는 편이, 효과는 더 높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회과학을 공부하는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가 결국 글의 형태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기 위한 것인데, 그런 훈련을 병행하면서 실제 내용을 읽는다면 응용 능력을 키울 수 있다.
사회과학의 힘은 비판에 있다고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다. 아주 오랫동안 한국에서 사회과학은 대결의 언어였고, 날 선 논쟁의 언어였다. 그러나 이제는 정확히 분석하고 구체적 맥락을 드러내서 이해할 수 있는 틀을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남과 싸우기 위해서거나 논쟁하기 위해서 학문을 한다면 너무 허망한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소통’은 여전히 중요하다. 사실 좌파든 우파든, 소통이라는 말을 “왜 내 말을 들어주지 않느냐”와 동의어로 사용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그건 홍보지 소통이 아니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극단적이 된 데는 언어의 문제도 있다.
좌우로 싸늘하게 갈리는 양상은 일상에서보다 학문 내에서 더 강한 것 같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우리가 지난 10년 동안 학문이라는 이름으로 사보타지 외에 한 게 뭐가 있는가? 사회과학 내에서도 서로 만날 수 없는 평행선을 그렸던 것이 사실 아닌가? 그러는 동안 일반인들은 사회과학으로부터 멀어졌고, 우리가 소통할 수 있는 공동의 언어는 사라져버린 셈이다. 사회과학이 학문으로서 부여받은 소명으로부터 우리가 너무 멀리 온 게 아닌가?
이제는 소통을 넘어 이해와 공감이 필요하다. 탈권위주의와 탈계몽주의 시대에 이해와 공감을 위한 새로운 의사전달 방식이 사회과학에서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 그런 개인적인 고민이 책의 후반부에 들어 있다. 우리의 특수성을 생각할 때, 전통적인 방법론 논의보다 그런 것들이 우리에게 더 절실하다고 생각했다. 사회과학이라는, 좀 오래되었지만 인류 보편의 언어를 통해서 우리가 같이 대화하고 논의하고, 또 그렇게 뜻을 모아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이 나라는 경제 근본주의에만 경도되어 ‘돈의 언어’만 난무했지, ‘이성의 언어’는 온데간데없었다. 의견을 모아나가고 합의해가는 장치 중의 하나인 사회과학의 언어가 죽었던 것 아닌가? 경제학은 사회과학을 구성하는 수많은 분과 중의 하나에 불과한데, 돈의 언어가 보편적이 되면서 지독한 경제 근본주의의 폐해를 낳고 있다. 그러나 이것도 하나의 단계라면, 조금은 더 이성적이고 폭력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새로운 한국을 만들어갈 방법을 우리 모두가 함께 고민해볼 시점을 맞았다고 생각한다.
한국 사회에서도 이성의 힘이 제대로 작동하기를 바란다. 그것이 이 책을 준비하면서, 사회과학 르네상스라는 희망을 생각하며 내가 가졌던 간절함이다.
많은 사람들과 같이 작업을 하면서 새로 배운 것이 있다면, 그것은 사회과학이 기본적으로 수다쟁이들의 언어이기도 하다는 사실이다. 맞다, 사회과학자들은 참 말 많은 사람들이고, 간단한 것을 아주 기괴한 언어를 통해서 복잡하게 만드는 기막힌 재주를 가진 사람들이다. 우리 사회가 좋아질 수만 있다면 좀 시끄럽고 요란해져도 좋은 것 같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상처받거나 아픈 기억을 갖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1980년대의 사회과학은 상처를 주는 데만 집중하다가 결국 많은 사람으로부터 멀어진 것이 아닐까? 그 과정에서 사회과학은 남성적인 측면만 강조되었고, 수컷들의 호전성이라는 특징을 갖게 되었다. 온화하게 얘기하거나 부드럽게 얘기하면 전투성이 떨어진다는 것, 그게 우리가 지났던 80년대의 모습이었다. 사실 남들에게 상처를 주면 자신에게도 상처가 남는다. 논쟁에서 이기면 이긴 것 같지만, 그건 진짜 이긴 게 아니다. 우리가 갖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거나 최고한 완화시켜야 그게 진짜 이긴 것 아닌가?
만약 우리에게 사회과학의 시대가 다시 돌아온다면 더 많은 소녀들과 주부들이 이 사회과학에 초대되어야 하고, 그들이 “당신들이 맞다, 틀리다‘라고 기꺼이 평가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사회과학은 글을 쓰거나 생각을 정리할 때 또는 사회의 대안을 찾아갈 때 길잡이가 되어주는 실용적인 목적을 갖는 게 바람직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회과학의 언어가 엘리트 남성들의 전투 용어에서 여성을 포함한 생활인들의 일상용어로 바뀌는 게 가장 빠른 방법이 아닐까? 대중들과 어떻게 얘기하고 그들에게 무슨 도움을 줄 것인가, 그런 실용적인 측면을 사회과학 전공자들이 너무 가볍게 생각했던 것 같다.
우리의 이런 노력이 과연 어떤 결실을 맺게 될지 지금으로서는 아무도 알 수 없다. 결실의 기준을 나는 10년 후에 조기 유학이 우리 사회에서 어떻게 되었는지로 삼고 싶다. 우리가 이렇게 고군분투했는데도 사회적으로 아무런 일도 벌어지지 않는다면 아주 허망한 일이다. 개개인의 삶이 지금보다는 윤택해지거나 풍성해지면 좋겠지만, 이건 객관적 지수로 확인해볼 길이 없다. 그러나 조기 유학이 계속되는지 아닌지, 그런 쉽게 알 수 있지 않을까? 지금의 한국 상황과 사회적 논의의 방향을 보았을 때, 조기 유학이 더 늘면 늘지, 줄어들 가능성은 없다.
생태학에서 사용하는 ‘깃대종 접근법’인 셈인데, 특수한 생물은 그게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 생태계가 얼마나 건강한지 알 수 있다. 영화 제목으로도 사용되었던 ‘쉬리’ 같은 게 그런 깃대종이다. 조기 유학은 하나의 단일한 사건이지만, 이 문제가 해결되면, 교육 문제, 학문의 내적 재생산 문제, 청년들의 취업 문제, 여성들의 권리 등 많은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짐작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부동산으로 떼돈을 번 한국의 경제 엘리트들도 지금보다는 좀 더 염치와 도덕을 탑재하게 될 것이다.
그날이 오면 정말 나는 기쁜 마음으로 그다음 10년의 논의와 변화를 모아 이 책의 개정판을 내게 될 것이다. 우리 공동의 문제는 지금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사회적 논의에 참여할 때 비로소 해결의 단초를 찾을 수 있다. 법률로 정해 해결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도덕적인 호소만으로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 사회적 논의를 보다 체계적으로 수행할 수 있으려면 사회과학을 공부해야 한다. 그러니 내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사회과학으로의 초대장을 보낼 수밖에 없지 않은가? 다음 10년, 새로운 희망을 여러분과 함께 꿈꾸고 싶다.
[강좌 차례]
1강. 프롤로그. 착한 것과 똑똑한 것
2강. 학이란 무엇인가? : 학의 기원과 현대적 분화
3강. 인과론과 실존의 문제 : 인간의 특수성
4강. 경제적 인간과 사회적 인간 : 구조와 개인 그리고 다리
5강. 설명과 이해 : 과학철학과 해석학
6강. 보편주의와 상대주의 : 일원론과 다원론
7강. 선형 모델과 비선형 모델
8강. 시간을 다루는 법 : 탈역사주의, 목적론, 진화론
9강. 공간을 다루는 법 : 균질성, 단절, 땅값주의, 정주권
10강. 작업가설의 유용성 : 파라다임과 에피스떼메
11강. 관찰과 개입 : 전문가와 지식인 그리고 지성
12강. 대상과 애정 : 중립성과 당파성
13강. 랩과 스쿨 :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의 차이
14강. 집단지식과 개별지식 : 미국식 사회과학과 유럽식 사회과학
15강. 에필로그
[책 차례]
1장. 지금, 우리에게는 사회과학이 필요하다
2장. 착해지기 VS 똑똑해지기
3장. 학문이란 무엇인가? : 백과사전형 지식의 귀환
4장. 실존과 선택 : 학자의 탄생, 그리고 지지 않는 학문
5장. 경제적 인간과 사회적 인가 : 개인, 구조, 그리고 다리
6장. 설명과 이해 : 과학주의 VS 해석학
7장. 환원주의와 다원론 : 쉬운 길과 어려운 길
8장. 균질성과 비균질성 : 주체의 속성
9장. 선형과 비선형 : 단순한 숫자와 복잡한 숫자
10장. 시간을 다루는 법 : 역사에 목적지 같은 건 없다
11장. 공간을 다루는 법 : 걷고 싶은 거리? 굽고 싶은 거리?
12장. 스토리 라인 잡기 : 작업가설의 유용성
13장. 사회과학, 실험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