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에서는 작고 강한 출판사를 응원합니다.
상반기에 열 곳의 출판사를 선정하여 구간, 신간 구매하시는 독자에게 쿠폰과 적립금을 지원해드리고,
분기마다 두 종의 책을 선정하여 스페셜 북펀드로 독자에게 홍보를 하고,
알라딘에서 일정 부수를 구입하여 전국 각지의 작은 도서관에 책을 보내려고 합니다.
관련하여 열 곳의 출판사 가운데 매월 한 곳을 선정하여 '이 출판사를 응원합니다'라는 이벤트를 진행합니다.
큰 출판사처럼 많은 헤택을 드리진 못하지만 여러분의 응원 댓글, 알라딘의 10문 10답 인터뷰 등을 통해
깊이 있게 소통하고자 합니다. 아래 주소에서 이벤트 내용을 보실 수 있으니 많은 관심과 격려 부탁드립니다.
이벤트 페이지 주소
http://www.aladin.co.kr/events/wevent_book.aspx?pn=2013_publish_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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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문 10답은 애초 100문 100답으로 진행할 생각이었으나,
대개 5명 이하인 출판사의 업무 마비를 우려하여
10문 10답으로 핵심만 간추렸습니다.
10문 10답을 살펴보시고 더 궁금하신 점이 있다면, 댓글을 남겨주세요.
출판사에서 성심과 성의를 다해 답글을 달아주실 겁니다.
또 압니까. 깜짝 선물을 드릴지.
그럼, 각설하고 10문 10답 내용을 공개합니다.
1. 출판사 이름이 ‘뿌리와이파리’입니다. 어떤 의미인지요. 농담으로 왜 꽃이나 열매는 없냐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계신데 이에 대한 답변도 함께 부탁드립니다.
“출발점은 우리 사회의 ‘뿌리없음’에 대한 문제제기. 지식과 정보를 담은 매체 모두를 아우르며 우리 사회의 문화적․지적 풍토에, 독자들의 인문주의적 소양에, 나아가 일상생활 안에 녹아든 ‘철학하기’에 이바지하는 튼실한 뿌리와 무성한 이파리를 찾고 만들어가는, 그리하여 마침내 스스로 그것이 되는 것이 목표이자 소명.”(『한국의 출판사 2011』의 소개글) 이게 공식적인 답변인데, 그냥 간단히 1000살쯤 먹은 멋진 나무를 떠올려주세요. 그리고 꽃과 열매 등등은, ‘생략’입니다. ‘뿌리와 줄기와 가지와 이파리와 꽃과 열매와…’는 너무 길잖아요? (나중에 커지면 자회사 이름으로 쓰자는 숱한 ‘줄기’와 ‘꽃’, 심지어 ‘잔뿌리’들이 준비되어 있기는 합니다만.) 실은 ‘뿌리’와 ‘이파리’의 압운도 염두에 둔 건데, 트위터에 ‘뿌리’ ‘와이파이’로 읽었다는 분이 꽤 있는 걸 보면 실패인가 싶기도 합니다.
2. 몇 분이 함께 일하고 계신가요. 어떤 일을 어떻게 나눠서 맡고 계신지 소개해주시고, 덧붙여 뿌리와이파리 출판사만의 자랑할 만한 문화나 분위기가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편집주간과 편집자 두 사람이 제1팀 인문, 제2팀 과학, 제3팀 ‘(가장 넓은 의미의) 좌파적 모색’ 각각의 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좋은 책, 제대로 만든다’는 각오와 자세야 어느 출판사나 있을 테고, 그 밖에는 딱히 내세울 게 없네요. (편집자가 뿌리와이파리 아무개 사장 밑에서 1년을 버티면 ‘어딜 가도 잘나간다’는 데이터는 있는 듯한데, 이건 ‘자랑’ 아니겠지요?)
3. 여러 번역자 선생님들과 정기적인 모임을 가지면서 기획 활동을 하시는 걸로 압니다. 어떤 생각으로 이런 모임을 구성하게 되었는지, 또 어떤 성과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인데, ‘뿌사모’는 ‘뿌사버리는’ 느낌이라 제 마음대로 ‘뿌리와이파리를아끼고사랑하며무엇을이바지할것인가를생각하는사람들의모임’(뿌아모)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붙였을 뿐, 사실 아주 단순하고 소박한 모임입니다.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은 만나서 책이며 세상 돌아가는 얘기를 나누고 가르침을 받고 싶은 분들을 매달 첫 금요일 저녁에 한 자리에 모셔서 생맥주 한잔 하는 거예요. 뜻 있고 시간 나는 분들 누구나 편하게 오셔서, 뿌리와이파리 돌아가는 얘기도 간단히 듣고, 모임 이름처럼 ‘생각’을 나누거나 그냥 술 마시며 놉니다. 『이슬람의 눈으로 본 세계사』처럼 기획도 하고, 가끔 의기투합해서 이런저런 공부도 하고, 어느 날 툭 튀어나온 한마디가 계기가 되어 『유럽 문화사』 공역진을 엮듯이 구체적인 일도 진행하고요.
4. 십여 년이 넘는 기간 동안 120여 종의 책을 펴내셨습니다. 정말 꾸준하게 책을 내셨는데요.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은 무엇인가요.
이런 어려운 질문을…. 어느 매체에 답했던 대로 옮깁니다. “글쎄. ‘가장’은 모르겠고, 나름 ‘의미 있는’ 책은 거의 대부분이라고. 애착이라. 『돈가스의 탄생』은 부제대로 ‘튀김옷을 입은 일본근대사’라는 아주 재미있는 주제, 1,028쪽짜리 『THE LEFT 1848~2000―미완의 기획, 유럽 좌파의 역사』는 위기 혹은 침체에 빠진 한국 좌파의 비판적인 성찰에 도움이 될 책, 이 책과 함께 ‘베개형 출판’(?)의 흐름을 연 1,295쪽짜리 『다윈 평전』은 어느 출판사 대표 말씀처럼 ‘다윈 탄생 200주년, 『종의 기원』 출간 150주년을 빛낸, 안 나왔더라면 한국 출판계 퍽 쓸쓸했을’ 책, 진화적 게임이론의 세계적인 연구자 최정규 교수의 책 『이타적 인간의 출현』은 우연한 만남이 낳은 멋진 책, 『이슬람의 눈으로 본 세계사』는 역사를 보는 다른 눈을 열어주는 책, 진화학을 본격적으로 소개하는 ‘오파비니아 시리즈’는 개인적으로 40년 묵은 궁금증을 풀어준 『삼엽충』과 『공룡 오디세이』가 특히 마음에 들고(판매부수는 특히 마음에 안 들고, 심지어 『삼엽충』은 ‘21세기 첫 10년간 가장 아까운 과학책’으로도 꼽히기까지), 『유럽 문화사』 다섯 권은 ‘내가 만약 20대에 이 책을 읽었더라면 세상과 인생을 보는 눈이 훨씬 풍요로웠으리라’ 싶은 조~금 자랑스러운 책. 기타 등등.”
5. (4번에서 당연히 언급하시겠지만) 아마 <유럽문화사> 이전에 독자들에게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긴 책은 <The Left>일 텐데요. 이 책은 내용뿐 아니라 당시로서는 독특한 장정과 눈에 띄는 표지로 주목을 받기도 했습니다. 관련한 에피소드가 있다면 들려주시고, 이 책에 대한 소회도 전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가 당선되고, 책이 언론에 소개된 그 주말에 민주노동당이 쪼개진 그때, 큰 흐름에서 근본적으로 되짚어보아야 할 시기여서 주목을 받았겠지요. 하지만 책을 준비할 때는, 예상판매부수가 편집이 진전됨에 따라 점점 더 떨어져서 마지막에는 700부까지 갔더랬습니다. 도서관 400부, 일반 독자 300부요. 첫 해에 3000부, 지금까지 6000부 넘게 나갔으니, 행복한 오산이고 역시 ‘출판은 타이밍’입니다. 제목은, 되도록 영어를 안 쓰고 뽑아보려고 애썼지만 6개월 동안 고민을 해봐도 ‘레프트’밖에 없었고요, 표지와 장정은 온전히 디자이너 조혁준 님의 공입니다. 이 책과 다음해의 『다윈 평전』으로 ‘책만사’의 올해의 책 대상을 연이어 받으면서 두꺼운 책(제 용어로 ‘베개형 출판’)이면 좋은 책이냐는 힐난(?)을 받은 기억이 납니다.
6. 시리즈로 보면 오파비니아를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요. 최근 시리즈 열 번째 책 <공룡 이후>를 내셨지요. 이 시리즈의 기획 의도와 그간의 진행 과정,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희 역량상 특히 과학 분야는 넓게 다가갈 수가 없어서 ‘뿌아모’와 함께 뿌리와이파리의 과학책에 대해 시장조사와 토론을 한 결과가 ‘우선 진화 시리즈’였습니다. 아직도 한심한 소리를 늘어놓는 이들이 있지만 진화는 이미 ‘론’을 넘어서 ‘학’이고, ‘지금 여기, 우리’를 살피는 데에도 꼭 필요한 기본 교양입니다. 어폐가 있지만 이를테면 ‘우주의 진화, 지구의 진화, 인간의 진화’를 담는 책을 한 권 한 권 찾아 시리즈로 엮어왔고요, 앞으로도 ‘진화’할 수 있는 한 갈 계획입니다. 그리고 꿈처럼, 한국인 필자가 쓴 진화 책을 내는 날이 오겠지요.
7. 초기에 내신 책들 가운데 품절이나 절판 도서가 여럿 있는데요. 여러 인문사회 출판사가 겪고 있는 어려움이지만, 관련해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먼저, 독자가 찾지 않는 책. 원칙적으로 세상보다는 출판사와 기획자 탓이겠지요. 어떻게 독자에게 다가갈까, 고민입니다. 둘째, 어떻게 해도 독자가 한정될 수밖에 없는 책. 도서관(정책)을 비롯한, 거기에 맞는 틀이 필요하리라 생각합니다. 셋째, 특히 번역서에서, 5년마다 재계약을 해야 하고, 그것도 첫 계약 때보다 낮은 계약금은 안 된다는 (이해할 수 없는, 최근 몇 년 사이에 생겨나 횡포를 부리는) 관행. 5년이 지나서, 첫 5년 동안만큼 팔릴 책이 얼마나 될지, 그리고 과연 누구를 위한 관행인지, 이것은 절판을 강요하는 잘못된 틀이라고 봅니다.
8. 출판사를 이끌어 오시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과 가장 기뻤던 순간을 하나씩 꼽는다면.
가장 힘들었던 순간, 돈(아니, 제 능력) 때문에 인간에 대한 예의는커녕 상처만 남긴 숱한 장면들. 기뻤던 순간, 『유럽 문화사』로 처음 상금 있는 상(한국출판문화상 번역상)을 받아 공역자들의 노고에 보답(?)했을 때, 그리고 작년 말 『시사인』 별책부록에서 뿌리와이파리가 ‘편집자들이 신뢰하는 출판사’ 공동 5위(?)로 꼽혔을 때.
9. 10년 후, 뿌리와이파리 출판사의 모습을 그려본다면.
우리 사회 ‘인문 출판’의 중요한 하나의 그물코.
10. 알라딘 작은 출판사, 작은 도서관 지원 사업에 대해 한 말씀 전해주시고, 함께 선정된 다른 아홉 군데 출판사에 응원의 메시지 부탁드립니다.
그저 크고 작고의 문제는 아니겠지만, ‘작은’ 싹이며 나무들이 다양하고 다채롭게 어우러진 세상이 풍요로운 세상일 겁니다. 출판사도 도서관도, 튼실하게 힘을 기르고 따뜻하게 뜻을 나누십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