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와 장자에 기대어 - 최진석의 자전적 철학 이야기
최진석 지음 / 북루덴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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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은 있지만 섣불리 다가서기엔 먼 당신이 '철학'이었는데, 이 책을 읽으며 조금은 친해진 것 같아 내심 고마운 마음이 든다. 더불어 저자의 수업을 직접 들어봤으면 어땠을까 하는 궁금증도 인다. 어설프게 남들이 해석한 철학자들의 문장이나 늘어놓는 여타 책이나 수업과는 다른, 철학을 올바로 해석하고 이해함으로써 나와 우리 사회를 꿰뚫어볼 수 있는 통찰력을 기를 수 있는 기회를 일찍이 가질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괜한 상상에 아쉬움이 들어 더 궁금증이 일었는지도 모르겠다.

 

철학에 관련된 책을 많이 읽어본 것은 아니지만, 책을 읽으면서 나와 사회, 삶과 철학의 균형이 잘 맞춰진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여기에는 저자의 자전적 이야기가 윤활유 역할을 톡톡히 하지 않았나 싶다. 

 

'철학'이라고 하면 다소 어렵고 난해하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드는데, 그런 철학 사이사이에 저자의 어릴 적 이야기는 물론, 가족 이야기와 현실적인 우리 사회에 대한 이야기들이 철학의 시선과 잘 버무려져 딱딱하지 않고 이해하기 쉽게 쓰여있었기 때문이다.

 

자신이 원하는 데로 주체적으로 삶을 살아가는 저자의 삶과 그가 바라보는 철학적 시선은 어딘가 닮아있다는 생각도 들었는데, 그것이 어느 한곳에 쏠려있지 않고 중심을 잘 잡아주고 있어 '나'와' 우리 사회'에 대해서 올곧은 시선으로 다시금 깊이 있게 생각하게 했다.

 

내가 오로지 나로서 사는 것은 무엇이고, 노자와 장자 철학의 시선으로 바라본 ‘우리 사회’는 어떤지, 진짜 중요한 것의 가치는 무엇이고 이것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깊이 있게 담아내어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 가치 있는 시간을 보낸 것 같아 뿌듯함마저 들었다.

 

어릴 때부터 남다른 철학적 사고를 지녔던 저자의 일화를 통해 저자가 얼마나 철학에 마음을 두고 있었는지, 또 심도 있는 고민들을 하면서 학창 시절을 보냈는지도 엿볼 수 있었는데, 이 정도면 타고난 철학가가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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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등학교 들어가서 1학년 때까지는 멀쩡했다. 그런데 2학년 올라가면서부터 공부를 안 하게 되었다. 학생은 공부만 열심히 하면 되는데, 나는 공부를 하는 대신에 공부하는 내 모습을 관찰하였다. '공부란 도대체 무엇인가?', '인간은 왜 공부를 할까?' 그런 질문을 나 자신에게 던졌다.

8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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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 장자와 노자는 물론 공자의 문장들을 인용하며 올바른 해석과 함께 삶을 제대로 살아가는 방법과 우리 사회 속 정치와 이념들에 대해서도 담고 있었는데, 하나하나 참고하면 좋을 문장들이 많아 인생 공부를 한다는 생각으로 하나하나 살펴봤던 것 같다.

 

먼저 나 자신에 대해 숙고할 수 있는 문장들을 만나볼 수 있었는데, 반성하고, 나를 잃지 않으며, 스스로 원하는 것을 알고 스스로 별이 되려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우리'안에 '나'를 두지 말고 '나'가 모여 '우리'가 되는 양상을 해야 건강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말하는데, 00화 되는 양상을 멀리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는 문장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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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어져가는 나의 반짝거림을 잃지 않기 위해 필요한 중간 고리가 있다. '반성'이다. 어떤 가치도 지속적인 반성이 따르지 않으면 완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 별똥별보다 더 짧은 순간을 사는 인간이 영원한 별을 경험하기 위해서는 나 자신에 대한 부정, 반성, 의심이 필요하다. 

2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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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역사적 책임성이 가지면 자본이 되고, 부자가 역사적 책임성을 가지면 자본가가 된다. 또한 국민이 역사적 책임성을 가지면 시민이 된다. 우리는 자신의 삶에서 자기가 별이 되어야 한다. 시민으로서 역사적 책임성을 잊지 말아야 한다. 왜냐하면 왕의 그림자로 사는 백성이 아니라 별처럼 사는 시민이기 때문이다.

37~3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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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한다는 것은 '기대한다' '바란다'하고는 좀 다르게 받아들여진다. '기대하고 바란다'에 자기 영혼이 참여하는 정도보다, '원한다'에 자기 영혼이 참여하는 정도가 훨씬 커 보인다. '원한다'에는 자기 전체가 다 참여하는 것이다. 원하는 것이 분명하면 거기에 맞춰서 모든 일이 질서를 가진다. 더 중요한 일과 덜 중요한 일, 지금 당장 해야 할 일과 나중에 해도 되는 일들이 명료하게 순서를 갖는다.
(...)
'별처럼 산다'고 하는 것은 내가 원하는 삶을 살면서 '내가 나로 빛난다'는 뜻이다. 내가 나로 빛나면 유한한 시간 속에서 무한을 경험하게 된다. 그렇게 할 수 있는 가장 큰 힘은 '원하는 것'이다.

39~4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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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나로 등장하지 않는 사회에서 '나'는 쉽게 '우리' 속에 용해되어버린다 '나'들의 연합으로 '우리'가 구성되어야 사회가 건강하다. 정해진 '우리' 속으로 들어가서 '나'가 용해되어버리면 그 사회는 쉽게 이념화되거나 진영으로 나뉘어 분열하기 쉽다.

9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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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하게 원하는 것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없으면 영감은 없다. 성공도 없고 행복도 없다.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아는 사람이 의외로 매우 적다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그보다는 더 놀랍고 슬픈 일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자신에게 묻지도 않는다는 사실이다. 원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아무것도 오지 않는다.

9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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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지치지 않고 마음껏 펼쳐 나갈 힘을 주는 것이 영감이다. 영감은 무엇인가를 강하게 원하고 부단히 노력하는 자에게 오는 선물이다.

9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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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는 '나'에 대한 통찰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와 삶, 인생 가치,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지만 한계에 부딪혀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모습에 대해서도 냉철하게 분석 및 진단하여 앞으로 나아갈 길에 대해 담고 있는데,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이고 한 단계 성장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를 점검하고 실천해 보면 좋겠다. 나라 안팎으로 어지럽고 혼란스러운 상황이라 여러모로 와닿았던 문장들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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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하늘과 땅 사이에서 한평생을 산다는 것은 책받침 두께 정도의 얇은 틈새를 천리마가 휙 지나가는 것과 같다. 홀연할 따름이다. -장자 <지북유>-

인생이 매우 짧다는 것을 알고 나서 극단적인 허무에 도달한 한 인격을 보여준다. 그런데 이토록 극단적인 허무에 도달한 사람이 또 무한 변화를 우주적 크기로 완수하는 역동성을 보여주기도 한다. 허무와 무한 확장은 이렇게 하나로 연결된다.
(...)
우주는 원래 허무하다. 허무하게 생긴 우주의 존재 형식을 노자나 장자는 '도'라고 불렀다. 이런 도의 이치를 온전히 깨닫고, 그 이치를 자기화해서 구현할 능력까지 겸비하면, '득도'했다고 말한다. 우주적 삶을 살 수 있는 단계에 도달한 것이다. 이런 단계에 오른 자가 걸리는 것 하나 없이 일을 잘 수행한다면, '도통'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인간의 궁극적 사명은 득도하는 데에 있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108~10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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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란 눈 깜짝할 새 지나가 허무하지만, 삶이 유한하기에 사람들은 무한한 크기의 역동성과 자기발전을 이루어내기도 한다. 저자는 우주에 빗대어 노자와 장자가 이야기한 철학과도 결부하여 이야기하는데, 인간의 궁극적 사명이란 '득도' 하는 것이며 이것을 위한 자기성찰과 자각을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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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에 대한 이야기도 담겨있는데, 이미 한번 성공을 거둔 전적이 있는 사람일 경우 '성공의 기억'에 갇혀 그 성공의 기억으로 다루려 하면 안된다고 말한다. 기억은 과거이고, 한번 더 해야 할 성공의 결정적 순간은 이미 과거를 벗어나 있다고 말하며 문제는 새로운 조건 앞에서 어떻게 새로운 방식으로 새로운 결정을 할 수 있는지 여부라고 말한다.

 

노자는 우리가 성공의 기억에 갇히는 것을 경계하라고 다음과 같이 권한다.

 

공이 이루어지면, 그 공을 차고앉지 말아야 한다.
-노자-

12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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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의 성공을 경험한 사람들이 흔하게 빠지는 오류를 지적하고 있다. 어제의 성공이 오늘의 성공일 수 없고, 과거는 과거로만 남겨두어야 함을 분명히 말하고 있다. 때때로 우리는 과거의 성공에 취해 오만에 빠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을 경계하라는 문장으로 해석된다.

 

 


남들이 만들어 둔 것을 그대로 수용하거나 따르는 수동적인 삶을 지양해야 한다는 내용도 살펴볼 수 있었는데 이는 철학자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전하는 이야기였다. 타인이 만든 이론을 따라가는 종이 될 것인지 자신의 삶을 스스로 인도하는 주인이 될 것인지 깊이 생각해 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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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구체적인 삶의 현장을 철학화하지 못하고, 정해진 철학을 이념화해서 그것으로 자신의 삶을 재단하고 평가한다. 쉽게 이념이나 신념에 빠진다. 스스로 문제를 발견해서 해결하려는 야성을 잃고, 남이 정해준 정답을 찾아 얌전히 적용하려고만 한다.
(...)
세련되고 정밀한 이론은 그들을 매혹시킨다. 그래서 절절한 마음으로 기꺼이 그것의 충실한 종이 된다.

17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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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지켜야 할 것이 많다. 지켜야 할 그것을 자신이 만들지도 않았다. 자신이 만들지 않은 기준으로 자신의 삶을 인도하는 모순적 상황은 내면의 불균형을 가져온다.
(...)
하나의 이념을 신념처럼 가진 사람은 이 세상을 모두 참과 거짓이나 선과 악으로 따지기 좋아한다.

17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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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진 마음' 즉 틀에 갇힌 사고방식에 대해서 언급하는 문장도 만나볼 수 있는데, 이것이 지닌 문제점들을 살펴보고 스스로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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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진 마음'에 지배되는 상태가 되면 그 사람의 온 마음과 행동이 '정해진 마음'의 변주에 불과해진다.
(...)
'정해진 마음'은 한 사람을 과거에 묶어두고 변화하는 현실에 적응할 수 없도록 만들어 버린다.
(...)
'정해진 마음'을 가지고 있으면 염치가 없어진다. '정해진 마음'이 주인이 되어버리기 때문에 그 '정해진 마음'을 철저히 지키는 일이 가장 중요한 일이자 진실을 지키는 일로 바뀐다. 그래서 아무리 크고 중한 일이라도 그것이 '정해진 마음'을 발취하는 데 방해가 되면 바로 사소한 것으로 취급된다.
(...)
비굴한 논리를 사용하는 것도 자신을 자신의 존엄 위에 세우지 못하고 '정해진 마음'위에 세우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불행하게도 염치를 잃어버린다.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게 된다.

209~21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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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진 마음'은 자존감이나 품격이나 진실성은 사라진다. 오직 '정해진 마음'들의 굳건한 연대만 남는다. 참 무섭고 슬픈 일이다. 이처럼 무섭고 슬픈 풍경 안에서 아무도 몰래 비효율은 두터워진다. 우리가 '정해진 마음'에 좌우되는 감정을 극복하고 과학적으로 사고해야 하는 이유다. 그래서 장자는 말한다.

 

마음으로 듣지 말고 기(氣)로 들어라. '정해진 마음'에 갇힌 자기를 장례 지내라.
-장자-

21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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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의 대열에 합류한 이후 한계를 뛰어넘지 못하고 멈춰있는 우리 사회에 전하는 메시지도 만나볼 수 있었는데, 타인의 것을 모방하거나 이미 생산된 것을 습득하는 것에서 벗어나 생산되는 과정을 배워 '우리만의 것'을 창조하고 만들어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특정 기술을 전수할 수 있지만 그 경험과 도전만큼은 누구에게도 전수할 수 없기에 그것을 위한 시간 투자와 모험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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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은 모험과 도전의 결과다. 지식 생산에는 반드시 모험과 도전이라는 비밀스러운 덕목이 작용한다. 지식 생산국에 가서는 생산된 결과를 습득하기보다는 지식이 생산되는 과정을 배울 일이다. '생산된 결과'는 보이고 들린다. 생산 과정에 투입되는 모험과 도전 은 눈에 보이지 않는 비밀스러운 활동이다.
(...)
종속적인 삶에서 벗어나는 일은 자유롭고 독립적인 삶을 영위하는 사람들의 비밀을 접촉하는 일에서 시작되지, 그 사람들이 비밀스러운 활동을 해서 낳은 결과를 배우는 것으로는 이뤄지지 않는다.
(...)
말이나 글을 배우는 것으로는 자유를 획득하지 못한다. '모험'이나 '도전'으로 자유를 획득할 수 있다. '글'이나 '말'은 전수할 수 있어도 '모험'이나 '도전'은 전수할 수 없다. '모험'과 '도전'은 오직 한 사람의 고유한 욕망으로만 세상에 드러나지, 전수하고 못 하고의 차원에 있지 않다.

226~22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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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 안 개구리에 대한 이야기는 매우 공감 가는 이야기 중 하나였는데, 이 문장들을 읽으며 나는 우물 안 개구리가 아니었는지를 되돌아보게 되었다. 더불어 이것을 벗어나기 위해 '대답'에서 '질문'으로 습관을 바꾸는 연습을 해야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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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려는 시도를 얼마나 크게 하는지에 큰 문명을 살 것인지 아니면 작은 문명을 살 것인지를 결정한다.
(...)
우물 안에서 우물 밖을 꿈꾸는 상상력을 발동할 때, 가장 먼저 일어나는 지적 활동이 바로 '질문'이다. 반면에, 자신이 머무는 우물 안으로만 시선이 향해 있을 때의 지적 활동은 '대답'이다.
(...)
'대답'하던 습관을 '질문'하는 습관으로 바꿀 수 있으냐 없으냐 하는 점이 우물 안 개구리로 남을 것이냐, 아니면 우물 밖을 향해 튀어 나가는 도전을 할 것이냐 하는 점이기도 하다.

230~23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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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 안에 사는 개구리한테는 자기가 사는 우물이 자기 경험과 인식의 전체다. 그래서 이것은 단순히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것 이상의 관점을 변화시키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타인을 이해하는 것에 있어 생각과 관념이 확장되고 더 나아가 더 넓은 우주관을 바라볼 수 있는 시야를 확보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우물 안 개구리에서 벗어나는 것은 일생일대의 중요한 일이자 반드시 스스로 깨고 나와야 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페이지마다 생각하고 고민할 거리들이 가득 담겨있어, 사실 한번 읽고 넘길만한 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개인의 삶과 가치, 더 나아가 우리 사회 전반의 문제들을 되짚어보며 '삶의 목적'과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방법들을 반복해서 읽으며 다시금 되짚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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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이 너무 늦어버렸습니다
조배성 외 지음 / 꿈공장 플러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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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누군가에게 안녕을 말하는 것이 별거 아닌 일이라고 생각해 무심코 넘기지만, 후에 생각해 보면 때를 놓친 인사였음을 뒤늦게 알게 될 때가 있다. 이미 너무 늦어버린 그 인사는 다시 되돌릴 수도 없기에 그저 후회로만 남는다.

 

요즘은 '안녕'을 말하기엔 어려운 시기이지만, 그래도 나중에 후회로 남기기보다 지금 '안녕'을 말해보면 어떨까? 이 책에는 다섯 시인의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있는데, 각자의 '안녕'을 다양한 방법으로 담고 있다.

 

우리 주변의 다양한 사물과 풍경들에 마음을 담아 그리움, 고독, 슬픔, 후회, 위로, 추억, 외로움 등의 감정들을 풀어냈는데 이 시들을 읽으며 마음을 나누어봐도 좋을 것 같다.

 

문득 누군가가 그리울 때, 지는 노을에 눈물이 왈칵 쏟아질 때, 일상이 갑갑함으로 다가올 때, 공허함을 느낄 때 등등 살면서 감정들이 나를 휘감아 감당할 수 없을 때 조용한 곳에서 가만히 시 한편 읽어보면 어떨까? 때론 공감을, 때론 위로를, 때론 힘을 얻으며 다시금 에너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시집을 읽으며 유난히 마음에 와닿았던 문장들에서는 잠시 멈추어 본다. 반복해서 읽어본다. 그러다 잠시 그려본다. 그렇게 기억에 남았던 시구 몇 구절을 소개해 보려고 한다. 시를 읽는 것만으로도 깊숙이 느껴지던 이야기들과 또렷이 그려지는 풍경들이 유독 선연하게 남았던 시구들을 남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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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에 벽
발끝에도 벽

 

갑갑할 수도,
안락할 수도 있는 네모 안
나는 초점 흐린 눈으로
하염없이 천장만 바라본다

 

무늬 하나 없는 저 하얀 천장을 향해
한숨 섞인 연기를 쉴 새 없이 뿜어낸다
(...)

조배성 作 (고시원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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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원>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들이 응집되어 표현되어 있었는데, 어딘가 공허함과 답답함이 느껴졌다. 요즘의 젊은 세대를 나타내는 표현 같아 한편으론 입안이 쓰게 느껴졌다. 아무리 노력해도 탈출할 수 없는 현실 속에서 무기력함과 우울감마저 느껴지는 현실을 언제쯤 탈피할 수 있을지, 내일은 가능하기를 소원하는 염원이 느껴져 마음 아픈 시이기도 했다.

 

 


=====
내가 사는 세상의 하늘은 잿빛이다
완전히 까맣지도,
그렇다고 하얗지도 않은 애매한 잿빛 세계

 

하늘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괜히 나까지 울적해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

 

잿빛 하늘 아래 잿빛의 얼굴로 살아간다
나의 색이 원래 잿빛이었는지,
또 다른 색이었는지 모르는 채로

조배성 作 (잿빛 하늘 中)
=====

 

요즘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세상은 모두 잿빛이라고 답하지 않을까? 살기는 퍽퍽하고 넉넉한 인심은 옛말인 시대. 모두의 삶이 그러하니 좋다고도 나쁘다고도 말하기 애매한 잿빛 하늘만 보고 살아온 이들에게는 오로지 잿빛 세상만이 전부일 테다. 무표정의 이도 저도 아닌 세상 속에서 개성은 사라지고 오직 잿빛만 남았다.

 

 


=====
당신의 이름이었던 글자들은
여전히 시선마다 걸린다

 

소중히 여기던 마음에
눈에 밟힌다는 말조차
함부로 쓰지 못하고

 

매번 걸려 넘어진다
쓸린 마음을 쓰다듬다가

 

그대로 앉아 반가워하다
그리워하다 한다

한주안 作 (이름자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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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자만으로도 가슴이 울렁, 울음이 복받쳐 오르는 사람이 있다. 그리움 한 스푼, 고마움 한 스푼 담고 또 담아 꾹꾹 눌러보아도 매번 가슴에 걸려 넘어지고 또 넘어진다. 사랑한다는 말로도, 고맙다는 말로도, 미안하다는 말로도 부족해서 조용히 그 이름을 읊조려 보지만 한마디 내뱉기 무섭게 울컥 쏟아지는 눈물을 감추려 가슴을 쓸어내려 본다. 추억을 그리며 반가워하다가도 또 그리움에 사무치는 감정들이 잘 드러난 시구인 것 같아 함께 남겨본다.

 

 


=====
노을 질 무렵
구름이
색조화장을 했다

 

차암 곱다
늘 맨얼굴만 보이다
가끔가다 아름다운 것이
꼭 내 마누라를 닮았다

이성관 作 (꽃구름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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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 질 무렵의 풍경은 다채로운 모습을 지니고 있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재미있는 상상을 하게 만든다. 저자는 일몰의 풍경을 보고 색조화장을 한 아내를 떠올리며 시를 썼는데, 어딘가 모르게 상상이 되어 웃음이 배어 나온다. 한낮의 둥둥 떠다니는 말간 구름은 맨얼굴, 화사한 빛깔로 색을 입힌 구름은 화장한 아내의 모습이 단박에 떠올라 오늘은 어떤 색으로 곱게 단장했을지 내심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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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마음
가장 비참하게 만드는 말

 

상대의 잘못
지금에 초점을 두고 비판하자

 

'이러니까 네가 그런 일을 당한 거야'라며
과거의 상처까지 끄집어내
불붙이는 일

김수림 作 (이러니까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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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공감 가는 글이라 남겨본다. 아무 생각 없이 내뱉는 누군가의 '말'은 때로 큰 상처와 시련을 준다. 피해자에게 가하는 2차 가해는 바로 이런 단어에서 비롯됨을 잊지 말자. 현재의 잘못은 현재로 끝내자. 더불어 내가 모르는 상대방의 입장은 다를 수도 있음을 기억하자. '이러니까'라는 말은 내 마음속에 이미 상대를 무시하고 깔보는 마음이 담겨있어 나오는 말이다. 말조심, 마음 조심!

 

 

가끔은 시를 통해 마음을 담고 나눠봐도 좋을 것 같다. 끄적끄적 오늘의 나는 안녕한지, 마음에 담고 있는 이야기는 없는지. 느껴지는 삶, 보이는 풍경을 있는 그대로 담아 훗날 마음이 울적할 때, 그리움이 쌓였을 때, 가슴이 답답할 때, 즐거움이 필요한 날 그 글과 시를 읽으며 스스로를 위로하고 위안을 얻어봐도 좋겠다. 나만큼 나를 잘 아는 이도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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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으로 읽는 밤의 동화
안지은 지음 / 콜라보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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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어릴 때 읽었던 동화의 끝은 항상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끝을 맺었다. 그래서인지 그때는 그 마지막 한 줄로 그다음의 행보를 상상하며 그들의 행복을 빌곤 했었는데, 성인이 된 후에 다시 그 동화들을 읽어보면 어릴 적 미처 깨닫지 못했던 새로운 일면들이 보였다. 그리고 새로운 궁금증이 일었는데, 진짜 그들은 그 이후에 행복하기만 했을지, 왜 그들은 그렇게 수동적이었는지, 정말 그들은 그것 외에 바라는 게 없었을까 와 같은 단순히 동화 속 주인공이 아니라, 현실 속 한 사람으로 대입해 보게 되었다.

 

요즘은 특히 아이를 위한 행복한 동화뿐만 아니라, 어딘가 냉소적이고 현실성을 반영한 다양한 형태의 동화책들을 많이 만나볼 수 있는데 이를테면 다크한 동화, 잔혹동화, 성인동화와 같은 것들이다. 이 책들은 동심이 담긴 아이들을 위한 동화책과는 다르게 삶의 의미와 욕망, 관계, 본질 등을 엿볼 수 있는데, 익숙한 이야기들이라 때론 더 끔찍하고 잔혹하게 다가오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도 그런 성인동화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는데, 익숙한 동화의 내용을 통해서 그 속에 자리한 인간의 욕망을 엿볼 수 있어 흥미롭다. 욕망의 시선으로 바라본 고전 동화를 통해 미처 드러나지 않았던 숨겨진 그들의 욕망은 어떤 것이 있는지 또 이들의 관계 속에서 어떤 것들이 아름답게 포장되어 있었는지를 하나하나 살펴보면서 우리의 삶과 비교해 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가 될 것 같다.

 

읽는 기준점이 달라지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다른 스토리가 되고, 관점이 달라지는지를 이 책을 통해서 실감해 보기 바란다. 짐작건대, 단순한 스토리를 지닌 동화가 이토록 복잡하고 다양한 내면의 감정을 담고 있다는 것에 놀랄 것이다.

 

특징과 분위기를 잘 살린 일러스트도 이 책의 매력 중 하나인데, 덕분에 동화책을 읽는 느낌도 한껏 낼 수 있었다. 각 동화마다 주인공들의 내면을 담은 인터뷰 형식의 글들도 빼놓지 않고 함께 하길 바란다.

 

우리의 삶과 그다지 다르지 않아서 더 정겨웠고, 익숙한 스토리 속에서 욕망하는 그들의 모습이 곧 우리의 모습이라 때론 귀엽게 느껴지기도 했다. 어떤 욕망들은 현실 속에서 범죄로 구분되는 것들도 있어 오히려 깊이 와닿는 부분도 있었다.

 

익숙한 동화를 색다른 시선으로 재해석한 고전 동화를 지금부터 만나보자!

 


<신데렐라>
신분 상승을 꿈꾸는 새엄마와 언니들의 욕망과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는 신데렐라의 모습은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는데,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욕망하는 자와 욕망하지 않는 자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좋은 예다.

 

아무것도 가진 게 없어서 그저 마음으로만 바라왔던 무도회 참석은 요정이라는 변수로 인하여 꿈이 현실이 된다. 비록 12시까지라는 제한은 있었지만 신데렐라는 그 시간 동안 왕자를 만나게 되고 유리구두를 남기게 됨으로써 후에 사랑을 통한 신분 상승을 이루게 된다. 이 동화를 읽으며 누군가는 '어쩌면 나에게도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욕망을 가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냉철하게 생각해 봤을 때 과연 현실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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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만 꼭 맞던 그 구두이기 때문에 신데렐라의 구두는 의미가 있었다. 오로지 그 사람이어야만 하는 구두, 착하게 살면서 노력하면 가질 수 있을 것 같겠지만 사실은 절대 네 것이 될 수 없는 구두, 어쩌면 그것이 요정이 준 선물의 섬뜩한 진짜 의미가 아니었을까.

2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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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는 어쩌면 욕망하지만, 절대 그 욕망의 주인이 될 수 없는 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인어공주>
사랑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진 인어공주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슬픈 사랑 이야기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또 다른 관점에서 인어공주를 해석하고 있는데, 사랑에 목매달았던 인어공주의 '영혼'과 그에 대한 욕망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랑을 위해 다리를 잃고, 목소리를 잃었던 인어공주. 현실 세계에서 과연 가능한 일일까? 만약 나라면 모든 것을 내던질 만큼 사랑에 헌신할 수 있었을까? 어쩌면 이런 사랑은 영화나 드라마에서만 볼 수 있는, 흔치않는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그런 만큼 뜨거운 사랑을 해 본, 혹은 그런 사랑을 해보고 싶은 이들을 위한 동화라고도 말할 수 있다.

 

현실에서 쉽지 않은 이야기이기에 어쩌면 우리는 사랑에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내걸었던 인어공주를 통해 대리만족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한 번쯤은 인생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줄 만큼 멋진 사랑을 하고 싶은 욕망을 지닌 이들의 로망이 빚어낸 동화가 아니었나 싶다.

 

 


<엄지 아가씨>
요즘 뉴스에서 자주 등장하는 스토커나 데이트 폭력 혹은 아동 성추행 등과 같은 일들을 떠올리게 하는 이 동화는 어쩌면 동화이기에 아름답게 포장된 게 아닌가 싶다. 작고 예쁜 소녀를 향한 다양한 이들의 욕망의 분출은 따지고 보면 굉장히 일방적이고 이기적이다. 두꺼비, 풍뎅이, 두더지로 표현된 엄지를 욕망하는 동물들의 사랑 방식은 오로지 자기 자신만을 위하고 있으며, 여기에 엄지 아가씨의 마음은 없다.

 

그래서 엄지의 시선으로 본 그들의 욕망은 어딘가 꺼림직하고 불편하게 다가온다. 어딘지도 모를 곳으로 끌려가고, 그곳에서 자신을 평가받는 불편한 소리를 들어야 하는 끔찍한 상황은 현재 기준으로 생각하면 모두 불법이고 범죄행위다.

 

한편으론 혹시 이 동화를 통해 어딘가 얼굴이 화끈거리거나 이불킥을 하고 있다면 지난 연애에서 깊숙이 봉인해두고 싶었던 연애의 흑역사를 떠올려서 일지도 모르겠다. 서툰 연애 속에서 누군가에게 일방적이고 이기적인 행위를 했다거나 자신의 이야기만 줄줄이 읊어대던 행동들이 떠올라 고개가 절로 수그러들지도 모르겠다.

 

작고 예쁜 소녀로 묘사되는 엄지 아가씨. 부디 현실 속에서는 아름다운 것은 아름다운 것으로 존중받고 보호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완두콩 다섯 알>
살고 싶은 소녀의 욕망과 차라리 아픈 딸이 죽어서 편해졌으면 하는 엄마의 욕망이 부딪히는 이야기의 밑바탕에는 완두콩 다섯 알의 이야기가 자리하고 있다. 세상을 향해 나아가고 싶은 다섯 형제는 각자 다른 소망을 지니고 있다. 넓은 세상으로 날아가겠다는 첫째 완두 콩, 태양까지 날아가겠다는 둘째 완두 콩, 그리고 '정해진 대로 될 거라' 생각한 막내 완두 콩까지 순서대로 이들은 세상 밖으로 튕겨나가게 된다.

 

막내 완두 콩이 자리한 곳은 어느 다락방 창문 틈이었는데, 여기에서부터 다락방 모녀의 이야기로 이야기는 이어진다. 이미 한 아이를 잃고 중병을 앓고 있는 또 다른 아이를 돌보는 엄마는 고된 노동과 딸이 하늘나라로 가서 편히 지내길 바란다는 기도밖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그러던 중 어느 날 창문 틈새에서 자라난 작은 잎 하나를 발견한 소녀는 우연히 발견한 이 싹을 통해 희망을 가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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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몸이 나을 것 같아요. 저 완두 콩이 잘 자라니까 나도 병이 나을 거예요. 틀림없어요."

18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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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고되고 지친 엄마와 다시금 건강해져서 뛰어놀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라는 딸. 이 관계 속에는 간병인과 환자, 어른과 아이라는 서로 다른 입장과 상황이 존재한다. 그래서 어떤 이의 입장에 서느냐에 따라 수없이 드는 질문에 대한 답이 달라질 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어느 누구의 욕망도 나쁘다 말할 수 없다.

 

어떤 상황, 어떤 관계에 놓이느냐에 따라 답은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환자인 딸의 입장, 간병인인 딸의 입장, 환자인 엄마의 입장, 간병인인 엄마의 입장 각 상황과 관계에 따라 그 답은 아마 천차만별일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과연 버틸 수 있을 것인가? 포기하지 않을 수 있을까?

 

가난과 병마 속에서 '언젠가 나아지겠지'하는 기약 없는 희망조차 사치인 이들에게 떨어진 콩 한 알이 그들 삶으로 스며드는 과정은 기적과 희망이라는 것이 우리 삶에 어떤 의미인지 돌아보게 한다.

 

때로 살다 보면 끝없이 이어지는 어두운 터널 속을 지날 때가 있는데 아무리 노력해도 나아지지 않는 현실에 작은 기대조차 사치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럴 때 진짜 위로가 되는것은 무엇일까? 이 동화는 그런 순간에 한 번쯤 떠올리게 되는 동화일지도 모르겠다.

 

이야기의 끝은 하수구에 빠진 넷째 완두 콩의 이야기로 마무리되는데, 세상 밖으로 튕겨나가기 전에 각자 원하던 삶을 소망하던 완두 콩들의 바램과 이후 세상에 뿌려진 완두콩 다섯 알의 모습은 분명 다르다. 이것이 어쩌면 우리의 인생과 삶에 대한 또 다른 답이 될지도 모르겠다. 

 

우리 모두는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욕망한다. 정해진 게 있다면 더 나은 것이길 바라면서.

 

어쩌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더 나은 삶'과 '기적'에 대한 바램을 담은 동화가 아니었나 싶다.

 

 


관점에 따라 스토리의 양상이 확연히 달라짐을 이 책을 통해서 확인해 볼 수 있었는데, 욕망으로 바라본 이 책은 삶과 관계를 다시금 생각해 보게 했다. 내면과 외면 그 어느 것에서도 벗어날 수 없는 욕망 덩어리들 속에서 나와 당신은 어떤 욕망을 바라고 있고 또 그것을 이루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동화에 빗대어 살펴봐도 좋을 것 같다.

 

더불어, 같은 이야기의 동화를 다양한 관점에서 읽어봐도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원문, 어른들을 위한 동화, 잔혹동화 등 작가마다 관점을 달리한 같은 내용의 동화들을 살펴보면서 동화 속에 숨겨진 이야기와 그 속에 담겨있는 여러 의미들을 되새겨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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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배우다 - 그들은 어떻게 시대를 견인하는 인물이 되었을까?
이상호 지음 / 좋은땅 / 2022년 8월
평점 :
절판


학창 시절에는 역사를 알아가고 배워가는 것에 큰 뜻이 없었는데, 오히려 학교를 졸업한 이후 성인이 되고 나서 역사에 조금씩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생각해 보면, 시험을 위한 역사 공부가 그다지 나에게는 맞지 않았던 듯 싶다. 반대로 그런 의무감에서 해방되고 보니 때때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이들이나 사건들에 대한 궁금증이 일었는데, 조금 더 깊이 넓게 역사와 역사적 인물들을 공부했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

 

그래서 역사적 인물들을 만나볼 수 있는 이 책에 호기심이 일었고 기대감이 들었다. 읽으면서는 살짝 생각했던 방향성과 달라서 좀 당황했는데, 종교적 색채가 강해서 유독 더 그렇게 느껴졌던 것 같다. 아마 목회자가 쓴 역사적 인물들의 평전이라 종교적인 색채가 두드러지는 것 같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종교적 색채가 배제된 역사적 인물과 그들의 삶, 사상이 담겨 있었다면 더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든다. 그래도 역사적 인물들과의 만남을 통해 미처 몰랐던 점들도 알게 되고, 그들이 마음속에 담고 있었던 사상들을 하나하나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유익한 시간이었다.

 

이 책을 통해 동학혁명, 3.1운동, 조선시대 등 역사적으로 중요한 시기에 한 시대를 이끌었던 이들의 인물관계도는 물론 역사를 견인했던 인물들을 살펴보고 그들의 삶과 사상에 대해 함께 살펴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요즘은 잘 찾아보기 힘든 진짜 어른, 인격의 어른이라 불리는 이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 모두 사숙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사숙: 존경하는 사람에게 직접 가르침을 받을 수는 없으나 사람의 도나 학문을 본으로 삼고 배우는 것을 이르는 말)

 


이 책의 내용을 살펴보기에 앞서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본 이 책의 특징에 대해 간단히 정리해 보면,



◆기독교적 성격이 강하다.
특히 독립운동을 주도했던 인물들에 대한 설명들을 살펴보면서 이렇게 많은 이들이 모두 기독교적 신앙과 믿음을 가지고 있었나 싶을 만큼 자세하고 자주 번복되었다.

 

◆역사적 인물들 간의 유기적 관계를 파악할 수 있다.
순차적으로 읽다 보면, 앞서 언급한 인물이 뒤에 또 다른 인물과 어떻게 연결이 되고 관계가 있는지를 저절로 알게 되었는데, 이를 통해 특히 독립운동을 주도한 인물들의 관계를 파악할 수 있었다.

 

◆각 인물들의 사상과 삶, 시대적 배경에 대해 확인할 수 있었는데, 특히 도산 안창호라는 인물 중심적 전개가 인상적이었다.
이 책에 거론되는 인물 중 대다수는 독립운동에 참여했던 이들에 대한 이야기인데, 목차의 첫 번째 거론되는 도산 안창호를 시작으로 그에 대한 언급이 빈번함을 확인해 볼 수 있다. 저자의 도산 안창호에 대한 애정이 녹아들어 있는 부분이 아닐까 짐작할 뿐이다.

 

 

"우리 시대의 어른은 누구입니까?"라는 질문에서부터 시작된 공부였는데 문득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어 책으로 만들게 되었다는 저자의 글을 보면서, 문득 지금의 시대에서는 그런 어른을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 안타깝게 다가왔다.

 

목사라는 직분이 아닌 어른으로서 사람을 사랑할 수 있을지 고민하며 배움의 시간을 가지다 역사의식과 역사적 인물들의 정신을 배우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되었다는 저자. 이 책을 통해 저자가 담은 인물들의 삶과 사상을 살펴보며 우리가 잃어버린 인격의 어른을 찾아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책에서 발견한 인물관계도>

 

●도산 안창호-구당 유길준의 관계
1907년 유길준이 시작한 흥사단을 도산이 이어받아 흥사단 운동을 펼쳐나가게 된다.

●도산 안창호-태허 유상규의 관계
도산이 아들처럼 사랑하던 제자가 태허 유상규였다.

●도산 안창호-호암 문일평의 관계
호암은 일본에서 공부한 후 도산 안창호가 세운 평양 대성학교 교사로 돌아와 교편을 잡았다.

●도산 안창호-백범 김구의 관계
백범 김구는 임시정부에서 도산 안창호를 만나게 되면서 좋은 동료가 된다.

●윤동주-규암 김약연의 관계
윤동주의 외삼촌이 규암 김약연으로 윤동주 어머니의 오빠였다.

●호암 문일평-외솔 최현배의 관계
둘은 함께 팀을 이루어 계몽운동에 나섰다.

 

 

<도산 안창호>
나를 아끼고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은 곧 다른 사람을 사랑하며 존중할 수 있다는 애기애타 정신을 강조한 도산 안창호. 
도산은 동족 계몽운동을 위해 빗자루를 들고 길거리에 나서 청결운동을 통해 동족 계몽운동을 고취시켰는데, 자기 주변을 깨끗하게 가꿔 갈 때,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된다고 믿었다.
도산은 무력을 통한 독립운동보다 인격을 통한 운동에 관심이 많았는데, 힘은 무력이 아니라 인격에서 나온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또한 도산은 흥사단 운동을 통해 사람을 사랑하는 공부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랑을 알고 배워야 사랑하는 민족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태허 유상규>
도산이 아들처럼 사랑하던 제자로 도산의 묘지가 현재 도산공원으로 이전하기 전 원래는 망우리에 태허와 함께 묻혀 있었다고 한다. 이는 도산의 요청에 의한 것이었는데 그가 남긴 유언에서 그 내용을 확인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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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은 후 내 몸은 내가 평소에 아들같이 여기던 유상규 군 곁에 묻어 주오."

4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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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산은 그에게 인생의 스승이었고, 자신은 도산의 분신처럼 살았는데 함께 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도산의 인격과 닮아갔다. 그는 평생 사람을 섬기며 의학 분야의 인재이자 인격자로서 삶을 살았다. 

 

 

<윤동주>
스스로에게 저항하며 알에서 깨어나려 했던 시인 윤동주. 나이가 들수록 사람들은 세상과 적당히 타협하는 법을 배우며 어둠과 섞여 더러워져 가기 마련인데, 윤동주는 그럴 수 없었다. 그는 자신이 간직한 동심을 잃지 않기 위해 죽을 때까지 자신을 괴롭히며 저항하던 시인이었다.

 

 

<외솔 최현배>
우리가 지금 당연한 듯 쓰고 있는 이 한글 표준어를 완성하고 가로 글씨체는 물론이고 우리만의 한글로 이루어진 문서와 신문의 틀을 마련했으며, 한글이야 말로 민족의 자주독립과 문화 혁명의 길이라고 여겼던 그 외솔 최현배.

 

그는 왜 한글 사용이 우리에게 유익한지 <현대문학> 1962년 8월 호에서 이렇게 말했다.

 


 

외솔은 한글로만 읽고 쓸 수 있는 시대를 만들어, 글에서 묻어난 우리 민족성을 드러내자고 주장했는데, 한글과 한문을 병행하자는 사람들에게는 우리가 오백 년이나 뒤진 것이 부족해서 또 천천히 가야 하냐며 그럴 수 없다고 불도저처럼 한글운동을 밀어붙였다.

 

 

<위당 정인보>
정인보는 유당 최남선, 춘원 이광수, 호암 문일평과 함께 조선시대 사대 천재 중 한 명으로, 양명학을 받아들인 겸곡 박은식과 '얼'의 정신과 결을 같이한 단재 신채호와 호암 문일평을 존경했으며, 특히 도산 안창호와 남강 이승훈을 좋아해 도산의 신민회 출신들과 함께 상해에서 국권 회복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그는 언제나 민족의 '얼'을 중요시 했는데, 그래서 그는 특히 사람들에게 민족의 '얼'을 가진 인물을 소개하는데 부지런했는데, 무엇보다 충무공 이순신을 살리는 운동에 앞장섰다. 그는 이순신을 알아야 하는 이유가 그의 인격 때문이라고 했는데 '우리'를 위해 '나'를 잊은 사람이면서 맡은 직무에 충실했고 사람을 대할 때 깨끗하게 사랑한, 이 정신을 다시 일깨워 잇자고 했다. 위당은 어떻게든 우리 민족의 '얼'을 살리는 것이 민족을 살리는 길이라고 믿은 것이다.

 

 

<백범 김구>
백범은 자신이 누구인가에 대한 질문을 멈추지 않은 사람으로, '백범'은 백정과 무식한 범부까지 자신만의 애국심을 가지게 하자는 뜻에서 지은 이름이었다. 그는 자신의 이름으로 입지, 삶의 뜻을 정하고는 이름대로 살았다.

 

백범은 성정이 거칠었으며 무언가를 생각하면 행동하는데 주저함이 없었는데, 그가 보인 다양한 행보들이 이를 뒷받침해 준다. 그는 밀정이라고 생각되는 자들은 거침없이 살해하고 감옥에 끌려간 뒤에도 탈옥하여 교육자로 변신하는 등 거침없는 행보를 보여준다. 추후 그는 임시정부를 찾고 도산 안창호를 마주하게 되면서 각종 직함을 얻게 되었고, 오랫동안 임시정부에서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민족의 생기를 붙드는 사람이 된다.

 

 

<다산 정약용>
보통의 학자들이 사람 개개인 성장에 관심을 두지 않았지만, 다산은 자신의 제자들의 삶에 개입해, 그들을 학문의 길로 인도하며 자신이 가진 모든 지혜를 다 동원했다. 이는 그의 마음에 정조가 있었기 때문인데, 한때 정조로부터 받았던 내리사랑을 그의 제자들에게 똑같이 베풀며 키워낸다. 다산의 제자 중 유독 그를 잘 따르고 끝까지 다산의 길을 걸어 간 사람으로 '황상'을 꼽을 수 있는데, 우둔하고 앞뒤가 꽉 막혀 답답하고 머리가 나빠 공부를 할 수 있겠냐는 황상의 물음에 다산은 공부는 너 같은 사람이 하는 거라며 공부의 길은 부지런함이 답이며 부지런하고 부지런하고 또 부지런하면 큰 학문을 이룰 수 있다고 말한다.

 

황상이 장가간 이후 공부에 게을리 할때면 편지를 보내 꾸짖으며 그를 정신 차리게 했는데, 공부는 밥 먹듯이 해야 하고 숨 쉬듯이 해야 하며 습관처럼 해야 한다는 가르침을 황상은 한마디도 놓치지 않고 죽을 때까지 그대로 따랐다.

 

 

시대나 인물에 따라 각자 믿고 있던 사상이나 가치는 저마다 다르다. 하지만 나름대로의 신념과 나라를 위하는 마음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당시처럼 한 시대의 견인 역할을 하거나 나라를 위한다는 명목처럼 위대하고 원대한 목표를 가질 필요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미래를 살아갈 이들에게는 좋은 어른, 인격의 어른이 되고자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진정한 어른이 없는 시대! 누군가에게 모범이 되고, 배우고 싶은 어른이 너무나도 필요한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앞선 이들의 발자취를 따라 올바른 길을 갈 수 있도록 뜻있고 인격 있는 어른들이 늘어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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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한 줌에 참나 따라나선 날
변종만 지음 / 좋은땅 / 2022년 11월
평점 :
품절


예전에는 '시'라고 하면 문자로 쓰인 문학들 중에 가장 어렵고 멀게만 느껴져 가까이하기에는 먼 당신처럼 느껴졌었다. 그도 그럴 것이 '시'를 가장 많이 접했던 학창 시절에 가장 흔하게 접했던 것이 시험을 치르기 위한 시조나 윤동주의 시 같은 것이었기에 친근함과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대단한 시인들이 쓴 작품, 어려운 곡조, 해석하기 난해한 구절 등 이것이 '시'에 대한 나의 느낌의 전부였다.

 

그러다가 교과 시험을 위한 문학이 아닌, 흥미와 관심에 의해 읽게 된 다양한 장르의 문학들을 접하면서 '시'가 그렇게 어려운 장르가 아님을 알게 되었는데, 술술 읽히는 일상을 담은 시도 있었고, 웃음과 감동을 전하는 시도 있었으며, 중의적 표현으로 가슴에 담기는 시도 만나보게 되면서 '시'를 바라보는 시각이 많이 달라지게 되었다.

 

시인마다 표현력이나 문장력이 모두 달라 아기자기한 맛을 선사하는 시, 그리움이나 감동을 전해주는 마음을 담은 시, 일상을 재치있게 그린 시 등 다양했는데, 은근히 소설이나 수필 등과는 다른 맛이 있었다.

 

이번에 읽게 된 시집에서는 시인의 연륜과 삶, 그리고 생각들을 엿볼 수 있었는데 예전 시골집의 풍경, 부모님이 생각나거나 연상되는 부분들이 많았다. 특히 제목에서부터 풍기는 분위기라던가 단어들의 조합에서는 누군가에게는 그리울, 혹은 반가울 느낌들이 많이 담겨있었다.

 

시집은 시 5부와 수필, 여행기 각각 한 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요즘 자주 쓰지 않는 단어나 표현들은 하단에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설도 곁들여 있으니 참고해 봐도 좋을듯하다.

 

시에는 일상 모습, 생각, 사회적 이슈, 세상 사는 이치 등의 주제들이 실려있었는데 읽으면서 공감 가는 이야기들도 있었고 삶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시도 있었다.

 

=====
퇴근길에
지병으로 떠난 친구
조문하러 갔다

 

자손 잘 둔 옆 상가
조문객 문턱 닳는데
늦둥이 걱정에 눈 못 감았다는
친구 빈소 싸늘해
소태같이 쓴 소주 마셨다

 

요모조모 재다
등 돌린 세상인심
얼마나 가소로운지
사람 좋은 친구
영정 속에서 빙그레 웃었다

 

죽은 이를 어찌
조문객 수로 평가할까
그른 옛말 없다 (21페이지 中)
=====

 

멀지 않은 미래에 우리도 겪을 삶의 모습들이라 씁쓸하기도 하고 설레기도 했는데, 시를 읽으며 세상살이 인생 교훈 듣는다 생각하니 한편으로는 든든한 마음도 들었다.

 

 


=====
(...)
눈앞의 가시 적과하듯 잘라 내며 타협하지 않는 세상에 잘 익은 사과가 있기는 한가
겉만 잘 익은 가식적인 사람보다 자연 그대로라 싱그러운 풋사과 같은 사람 그립다
온 국민 가슴 아파할 때는 윗사람들 머리 숙이고 진심으로 사과하는 모습 보고 싶다

사과 (34~35페이지 中)
=====

 

여기에서 '사과'는 언어유희이자 중의적 표현으로 해석되었는데, 맛깔스럽게 쓰인 '사과'라는 단어가 과일 사과와도 잘 매치되어 첫 번째 '사과'는 빨갛게 잘 익은 사과가 떠오르고, 두 번째 '풋사과'에서는 설익은 파릇한 사과가 떠올랐다. 그 이미지들은 이 시적 표현과도 잘 어우러져 단단한 느낌과 보기만 해도 기분 좋은 감정도 함께 느껴졌다.

 

 


=====
(...)
정녕 좋은 사람은 함께 있을 때
마음 편하게 해 주는 사람입니다
힘에 부칠 때
한쪽 어깨 내어 주는 사람입니다

좋은 사람 (6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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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갔던 시구 중에 하나를 꼽아보라고 하면 이 시를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별거 아닌 쉬운 일처럼 보이지만, 현실에선 이처럼 좋은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은 현실을 고려해 보면 누군가에겐 바램을 담은 시가 될지도 모르겠다.

 

 

왠지 오늘은 바람 따라, 세월 따라 참나 따라나서보고 싶은 날이다. 인생이라는 여정을 인생을 먼저 산 앞선 이의 시구를 따라나서보면 어떨까?
(※참나: 본래 모습의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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