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배우다 - 그들은 어떻게 시대를 견인하는 인물이 되었을까?
이상호 지음 / 좋은땅 / 2022년 8월
평점 :
절판


학창 시절에는 역사를 알아가고 배워가는 것에 큰 뜻이 없었는데, 오히려 학교를 졸업한 이후 성인이 되고 나서 역사에 조금씩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생각해 보면, 시험을 위한 역사 공부가 그다지 나에게는 맞지 않았던 듯 싶다. 반대로 그런 의무감에서 해방되고 보니 때때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이들이나 사건들에 대한 궁금증이 일었는데, 조금 더 깊이 넓게 역사와 역사적 인물들을 공부했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

 

그래서 역사적 인물들을 만나볼 수 있는 이 책에 호기심이 일었고 기대감이 들었다. 읽으면서는 살짝 생각했던 방향성과 달라서 좀 당황했는데, 종교적 색채가 강해서 유독 더 그렇게 느껴졌던 것 같다. 아마 목회자가 쓴 역사적 인물들의 평전이라 종교적인 색채가 두드러지는 것 같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종교적 색채가 배제된 역사적 인물과 그들의 삶, 사상이 담겨 있었다면 더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든다. 그래도 역사적 인물들과의 만남을 통해 미처 몰랐던 점들도 알게 되고, 그들이 마음속에 담고 있었던 사상들을 하나하나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유익한 시간이었다.

 

이 책을 통해 동학혁명, 3.1운동, 조선시대 등 역사적으로 중요한 시기에 한 시대를 이끌었던 이들의 인물관계도는 물론 역사를 견인했던 인물들을 살펴보고 그들의 삶과 사상에 대해 함께 살펴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요즘은 잘 찾아보기 힘든 진짜 어른, 인격의 어른이라 불리는 이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 모두 사숙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사숙: 존경하는 사람에게 직접 가르침을 받을 수는 없으나 사람의 도나 학문을 본으로 삼고 배우는 것을 이르는 말)

 


이 책의 내용을 살펴보기에 앞서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본 이 책의 특징에 대해 간단히 정리해 보면,



◆기독교적 성격이 강하다.
특히 독립운동을 주도했던 인물들에 대한 설명들을 살펴보면서 이렇게 많은 이들이 모두 기독교적 신앙과 믿음을 가지고 있었나 싶을 만큼 자세하고 자주 번복되었다.

 

◆역사적 인물들 간의 유기적 관계를 파악할 수 있다.
순차적으로 읽다 보면, 앞서 언급한 인물이 뒤에 또 다른 인물과 어떻게 연결이 되고 관계가 있는지를 저절로 알게 되었는데, 이를 통해 특히 독립운동을 주도한 인물들의 관계를 파악할 수 있었다.

 

◆각 인물들의 사상과 삶, 시대적 배경에 대해 확인할 수 있었는데, 특히 도산 안창호라는 인물 중심적 전개가 인상적이었다.
이 책에 거론되는 인물 중 대다수는 독립운동에 참여했던 이들에 대한 이야기인데, 목차의 첫 번째 거론되는 도산 안창호를 시작으로 그에 대한 언급이 빈번함을 확인해 볼 수 있다. 저자의 도산 안창호에 대한 애정이 녹아들어 있는 부분이 아닐까 짐작할 뿐이다.

 

 

"우리 시대의 어른은 누구입니까?"라는 질문에서부터 시작된 공부였는데 문득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어 책으로 만들게 되었다는 저자의 글을 보면서, 문득 지금의 시대에서는 그런 어른을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 안타깝게 다가왔다.

 

목사라는 직분이 아닌 어른으로서 사람을 사랑할 수 있을지 고민하며 배움의 시간을 가지다 역사의식과 역사적 인물들의 정신을 배우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되었다는 저자. 이 책을 통해 저자가 담은 인물들의 삶과 사상을 살펴보며 우리가 잃어버린 인격의 어른을 찾아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책에서 발견한 인물관계도>

 

●도산 안창호-구당 유길준의 관계
1907년 유길준이 시작한 흥사단을 도산이 이어받아 흥사단 운동을 펼쳐나가게 된다.

●도산 안창호-태허 유상규의 관계
도산이 아들처럼 사랑하던 제자가 태허 유상규였다.

●도산 안창호-호암 문일평의 관계
호암은 일본에서 공부한 후 도산 안창호가 세운 평양 대성학교 교사로 돌아와 교편을 잡았다.

●도산 안창호-백범 김구의 관계
백범 김구는 임시정부에서 도산 안창호를 만나게 되면서 좋은 동료가 된다.

●윤동주-규암 김약연의 관계
윤동주의 외삼촌이 규암 김약연으로 윤동주 어머니의 오빠였다.

●호암 문일평-외솔 최현배의 관계
둘은 함께 팀을 이루어 계몽운동에 나섰다.

 

 

<도산 안창호>
나를 아끼고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은 곧 다른 사람을 사랑하며 존중할 수 있다는 애기애타 정신을 강조한 도산 안창호. 
도산은 동족 계몽운동을 위해 빗자루를 들고 길거리에 나서 청결운동을 통해 동족 계몽운동을 고취시켰는데, 자기 주변을 깨끗하게 가꿔 갈 때,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된다고 믿었다.
도산은 무력을 통한 독립운동보다 인격을 통한 운동에 관심이 많았는데, 힘은 무력이 아니라 인격에서 나온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또한 도산은 흥사단 운동을 통해 사람을 사랑하는 공부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랑을 알고 배워야 사랑하는 민족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태허 유상규>
도산이 아들처럼 사랑하던 제자로 도산의 묘지가 현재 도산공원으로 이전하기 전 원래는 망우리에 태허와 함께 묻혀 있었다고 한다. 이는 도산의 요청에 의한 것이었는데 그가 남긴 유언에서 그 내용을 확인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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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은 후 내 몸은 내가 평소에 아들같이 여기던 유상규 군 곁에 묻어 주오."

4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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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산은 그에게 인생의 스승이었고, 자신은 도산의 분신처럼 살았는데 함께 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도산의 인격과 닮아갔다. 그는 평생 사람을 섬기며 의학 분야의 인재이자 인격자로서 삶을 살았다. 

 

 

<윤동주>
스스로에게 저항하며 알에서 깨어나려 했던 시인 윤동주. 나이가 들수록 사람들은 세상과 적당히 타협하는 법을 배우며 어둠과 섞여 더러워져 가기 마련인데, 윤동주는 그럴 수 없었다. 그는 자신이 간직한 동심을 잃지 않기 위해 죽을 때까지 자신을 괴롭히며 저항하던 시인이었다.

 

 

<외솔 최현배>
우리가 지금 당연한 듯 쓰고 있는 이 한글 표준어를 완성하고 가로 글씨체는 물론이고 우리만의 한글로 이루어진 문서와 신문의 틀을 마련했으며, 한글이야 말로 민족의 자주독립과 문화 혁명의 길이라고 여겼던 그 외솔 최현배.

 

그는 왜 한글 사용이 우리에게 유익한지 <현대문학> 1962년 8월 호에서 이렇게 말했다.

 


 

외솔은 한글로만 읽고 쓸 수 있는 시대를 만들어, 글에서 묻어난 우리 민족성을 드러내자고 주장했는데, 한글과 한문을 병행하자는 사람들에게는 우리가 오백 년이나 뒤진 것이 부족해서 또 천천히 가야 하냐며 그럴 수 없다고 불도저처럼 한글운동을 밀어붙였다.

 

 

<위당 정인보>
정인보는 유당 최남선, 춘원 이광수, 호암 문일평과 함께 조선시대 사대 천재 중 한 명으로, 양명학을 받아들인 겸곡 박은식과 '얼'의 정신과 결을 같이한 단재 신채호와 호암 문일평을 존경했으며, 특히 도산 안창호와 남강 이승훈을 좋아해 도산의 신민회 출신들과 함께 상해에서 국권 회복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그는 언제나 민족의 '얼'을 중요시 했는데, 그래서 그는 특히 사람들에게 민족의 '얼'을 가진 인물을 소개하는데 부지런했는데, 무엇보다 충무공 이순신을 살리는 운동에 앞장섰다. 그는 이순신을 알아야 하는 이유가 그의 인격 때문이라고 했는데 '우리'를 위해 '나'를 잊은 사람이면서 맡은 직무에 충실했고 사람을 대할 때 깨끗하게 사랑한, 이 정신을 다시 일깨워 잇자고 했다. 위당은 어떻게든 우리 민족의 '얼'을 살리는 것이 민족을 살리는 길이라고 믿은 것이다.

 

 

<백범 김구>
백범은 자신이 누구인가에 대한 질문을 멈추지 않은 사람으로, '백범'은 백정과 무식한 범부까지 자신만의 애국심을 가지게 하자는 뜻에서 지은 이름이었다. 그는 자신의 이름으로 입지, 삶의 뜻을 정하고는 이름대로 살았다.

 

백범은 성정이 거칠었으며 무언가를 생각하면 행동하는데 주저함이 없었는데, 그가 보인 다양한 행보들이 이를 뒷받침해 준다. 그는 밀정이라고 생각되는 자들은 거침없이 살해하고 감옥에 끌려간 뒤에도 탈옥하여 교육자로 변신하는 등 거침없는 행보를 보여준다. 추후 그는 임시정부를 찾고 도산 안창호를 마주하게 되면서 각종 직함을 얻게 되었고, 오랫동안 임시정부에서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민족의 생기를 붙드는 사람이 된다.

 

 

<다산 정약용>
보통의 학자들이 사람 개개인 성장에 관심을 두지 않았지만, 다산은 자신의 제자들의 삶에 개입해, 그들을 학문의 길로 인도하며 자신이 가진 모든 지혜를 다 동원했다. 이는 그의 마음에 정조가 있었기 때문인데, 한때 정조로부터 받았던 내리사랑을 그의 제자들에게 똑같이 베풀며 키워낸다. 다산의 제자 중 유독 그를 잘 따르고 끝까지 다산의 길을 걸어 간 사람으로 '황상'을 꼽을 수 있는데, 우둔하고 앞뒤가 꽉 막혀 답답하고 머리가 나빠 공부를 할 수 있겠냐는 황상의 물음에 다산은 공부는 너 같은 사람이 하는 거라며 공부의 길은 부지런함이 답이며 부지런하고 부지런하고 또 부지런하면 큰 학문을 이룰 수 있다고 말한다.

 

황상이 장가간 이후 공부에 게을리 할때면 편지를 보내 꾸짖으며 그를 정신 차리게 했는데, 공부는 밥 먹듯이 해야 하고 숨 쉬듯이 해야 하며 습관처럼 해야 한다는 가르침을 황상은 한마디도 놓치지 않고 죽을 때까지 그대로 따랐다.

 

 

시대나 인물에 따라 각자 믿고 있던 사상이나 가치는 저마다 다르다. 하지만 나름대로의 신념과 나라를 위하는 마음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당시처럼 한 시대의 견인 역할을 하거나 나라를 위한다는 명목처럼 위대하고 원대한 목표를 가질 필요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미래를 살아갈 이들에게는 좋은 어른, 인격의 어른이 되고자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진정한 어른이 없는 시대! 누군가에게 모범이 되고, 배우고 싶은 어른이 너무나도 필요한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앞선 이들의 발자취를 따라 올바른 길을 갈 수 있도록 뜻있고 인격 있는 어른들이 늘어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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