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한 줌에 참나 따라나선 날
변종만 지음 / 좋은땅 / 2022년 11월
평점 :
품절


예전에는 '시'라고 하면 문자로 쓰인 문학들 중에 가장 어렵고 멀게만 느껴져 가까이하기에는 먼 당신처럼 느껴졌었다. 그도 그럴 것이 '시'를 가장 많이 접했던 학창 시절에 가장 흔하게 접했던 것이 시험을 치르기 위한 시조나 윤동주의 시 같은 것이었기에 친근함과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대단한 시인들이 쓴 작품, 어려운 곡조, 해석하기 난해한 구절 등 이것이 '시'에 대한 나의 느낌의 전부였다.

 

그러다가 교과 시험을 위한 문학이 아닌, 흥미와 관심에 의해 읽게 된 다양한 장르의 문학들을 접하면서 '시'가 그렇게 어려운 장르가 아님을 알게 되었는데, 술술 읽히는 일상을 담은 시도 있었고, 웃음과 감동을 전하는 시도 있었으며, 중의적 표현으로 가슴에 담기는 시도 만나보게 되면서 '시'를 바라보는 시각이 많이 달라지게 되었다.

 

시인마다 표현력이나 문장력이 모두 달라 아기자기한 맛을 선사하는 시, 그리움이나 감동을 전해주는 마음을 담은 시, 일상을 재치있게 그린 시 등 다양했는데, 은근히 소설이나 수필 등과는 다른 맛이 있었다.

 

이번에 읽게 된 시집에서는 시인의 연륜과 삶, 그리고 생각들을 엿볼 수 있었는데 예전 시골집의 풍경, 부모님이 생각나거나 연상되는 부분들이 많았다. 특히 제목에서부터 풍기는 분위기라던가 단어들의 조합에서는 누군가에게는 그리울, 혹은 반가울 느낌들이 많이 담겨있었다.

 

시집은 시 5부와 수필, 여행기 각각 한 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요즘 자주 쓰지 않는 단어나 표현들은 하단에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설도 곁들여 있으니 참고해 봐도 좋을듯하다.

 

시에는 일상 모습, 생각, 사회적 이슈, 세상 사는 이치 등의 주제들이 실려있었는데 읽으면서 공감 가는 이야기들도 있었고 삶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시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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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에
지병으로 떠난 친구
조문하러 갔다

 

자손 잘 둔 옆 상가
조문객 문턱 닳는데
늦둥이 걱정에 눈 못 감았다는
친구 빈소 싸늘해
소태같이 쓴 소주 마셨다

 

요모조모 재다
등 돌린 세상인심
얼마나 가소로운지
사람 좋은 친구
영정 속에서 빙그레 웃었다

 

죽은 이를 어찌
조문객 수로 평가할까
그른 옛말 없다 (2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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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지 않은 미래에 우리도 겪을 삶의 모습들이라 씁쓸하기도 하고 설레기도 했는데, 시를 읽으며 세상살이 인생 교훈 듣는다 생각하니 한편으로는 든든한 마음도 들었다.

 

 


=====
(...)
눈앞의 가시 적과하듯 잘라 내며 타협하지 않는 세상에 잘 익은 사과가 있기는 한가
겉만 잘 익은 가식적인 사람보다 자연 그대로라 싱그러운 풋사과 같은 사람 그립다
온 국민 가슴 아파할 때는 윗사람들 머리 숙이고 진심으로 사과하는 모습 보고 싶다

사과 (34~3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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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서 '사과'는 언어유희이자 중의적 표현으로 해석되었는데, 맛깔스럽게 쓰인 '사과'라는 단어가 과일 사과와도 잘 매치되어 첫 번째 '사과'는 빨갛게 잘 익은 사과가 떠오르고, 두 번째 '풋사과'에서는 설익은 파릇한 사과가 떠올랐다. 그 이미지들은 이 시적 표현과도 잘 어우러져 단단한 느낌과 보기만 해도 기분 좋은 감정도 함께 느껴졌다.

 

 


=====
(...)
정녕 좋은 사람은 함께 있을 때
마음 편하게 해 주는 사람입니다
힘에 부칠 때
한쪽 어깨 내어 주는 사람입니다

좋은 사람 (6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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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갔던 시구 중에 하나를 꼽아보라고 하면 이 시를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별거 아닌 쉬운 일처럼 보이지만, 현실에선 이처럼 좋은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은 현실을 고려해 보면 누군가에겐 바램을 담은 시가 될지도 모르겠다.

 

 

왠지 오늘은 바람 따라, 세월 따라 참나 따라나서보고 싶은 날이다. 인생이라는 여정을 인생을 먼저 산 앞선 이의 시구를 따라나서보면 어떨까?
(※참나: 본래 모습의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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