싯다르타 ㅣ 책세상 세계문학 11
헤르만 헤세 지음, 박종대 옮김 / 책세상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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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은 말로 전달할 수 없고, 가르치거나 배울 수 없다. 직접 경험하는 것만이 답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문득 '헤르만 헤세'의 소설은 처음이라는 걸 깨달았다. 앞서 인문, 에세이, 글쓰기, 필사 책등은 접해봤는데 소설만큼은 책 목록에 넣어둔 채, 아직 읽어보지 않았음을 깨닫는다. 덕분에 보다 호기심 어린 눈으로 그의 '첫 소설'을 읽을 수 있는 영광을 누릴 수 있었다.


앞서 읽었던 헤세의 책들과 이 책은 확연히 차이 나는 색채로 나를 놀라게 만들었는데, 직설적이고 현실적인 이야기로 깨달음을 줬던 전작들과는 다르게, 이 책은 동양적 느낌과 종교적 느낌을 강하게 풍기며, 매력적인 이야기로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직접적 경험'임을 확실히 어필하고 있었다.


이를 통해 '아는 것'과 '경험을 통해 깨달은 것'은 확연히 차이 나는 것임을, 더불어 결과와는 상관없이 경험을 통해 몸으로 익힌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깨달은 계기가 되기도 했다.



총 2부로 구성된 이 책은, 인도의 최상위 계급인 바라문 계급에 속하는 싯다르타의 성장과 깨달음의 여정을 담고 있는 책으로, 단순한 수행과 배움으로는 진정한 나를 찾을 수 없으며, 직접적인 경험을 통한 깨달음만이 나를 발견하고 성장시킬 수 있음을 알려주는 책이다.


종교와 동양적 색채를 강하게 풍기지만, 실상 내밀한 이야기를 뜯어보면 결국 '진정한 나'를 찾는 방법을 전하는 책으로 현재의 우리 삶에도 충분히 적용할 수 있는 내용이다.


우리는 가끔 타인이나 외부의 요인을 통해 내부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잘못된 방법이며 직접적으로 체험하고 경험하는 것을 통해 결국 나만의 해답을 찾을 수 있다고 이 책은 전한다. 그리고 이것은 싯다르타의 고행과 여정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또 싯다르타가 성장을 이어나가는 과정 중에 우연히 마주친 아들을 통해 자신의 아버지를 떠올리는 장면은 '나'를 넘어서 다음 세대의 경험 또한 존중해야 함을 이야기한다.


부모라는 이름으로,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가둬두거나 휘두르기 보다 그 또한 한 사람으로서 스스로 자립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집착을 내려놓고 놓아주는 것이 진정한 사랑임을 전한다.


이로써 나를 발견하고 성장시키는 방법, 또 나를 통해 태어난 다음 세대를 진정으로 보듬고 사랑하는 방법까지 함께 전하며 '사랑'과 '성장'의 이야기를 맛깔나게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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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략히 살펴보는 싯다르타의 성장 과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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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기: 오직 신들과 제사에만 열을 올림

■청소년기: 고행과 사색, 마음 수련에만 관심을 둠. 브라흐만을 찾고 영원한 아트만을 숭배

■청년기: 참회자들을 따라 숲에서 생활. 더위와 혹한에 달렸으며 굶주리는 법과 육신을 죽이는 법을 배움. 붓다의 가르침을 얻어 이 세상의 통일성이 내 몸속의 피처럼 내 안에서 순환하고 있음을 느낌.


이후 세상 속으로 들어가 카말라에게서 사랑의 기술을 배웠고 카마스와미에게서 장사를 배워 돈을 모으고 탕진했으며 기름진 음식으로 배를 채우고 감각의 비위를 맞추는 법을 배움. 그렇게 맑은 정신을 잃었고 사색하는 법을 망각했으며 세계의 통일성까지 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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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단계로 살펴보는 싯다르타의 일생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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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2부로 나누었지만, 이 책을 읽으며 변화와 깨달음에 따라 6단계로 나누어 정리해 보았다. 스토리를 통해 싯다르타가 스스로를 찾아가는 여정을 함께 해보자.



1. 바라문(브라만 계급)의 아들 싯다르타

바라문은 성직자 계급으로, 종교적으로 보면 경전에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고 믿는 교종이며, 세속적으로는 많은 재산을 소유하고 훌륭한 저택에서 풍족하게 사는 지배 계층이다.


바라문의 수려하고 총명한 싯다르타는 사람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으며 훗날 훌륭한 사제 혹은 바라문의 제후가 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존재로 성장하게 된다. 그는 모두에게 사랑을 받았고 존재 자체가 이미 모든 이의 즐거움이자 기쁨이었다.


그러나 싯다르타 자신은 수련할 때도, 몸을 씻을 때도, 제사를 올릴 때도, 경전을 읽을 때도 기쁨을 느끼지 못했고 스스로에게서 더 이상 즐거움을 찾기 못하게 된다. 여기에 더해 정신적 혼란이 찾아오면서 고뇌에 빠지게 되고 어느 순간 목마름과 허기에 허우적 거리게 된다.


그러면서 어느순간 진정한 마음속 평화를 외부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속의 변하지 않는 아트만(참나)에서 찾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의문을 가지게 되면서 집을 떠나기로 결심하게 된다.


이로써 아버지에게 사문이 되겠다는 통보를 하게 되고, 무리한 허락을 받은 후 싯다르타는 신들과 경전, 부모를 버리고 집을 떠나게 된다.



2. 사문이 된 싯다르타

집을 떠나 사문에 합류한 싯다르타는 그를 따라온 오랜 친우 고빈다와 함께 속세를 떠나 숲에서 금욕과 고행으로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수행하며 지내게 된다.


싯다르타에게는 오직 한 가지 목표밖에 없었는데, 나를 죽이고, 내 안의 모든 것을 비워 안식을 찾고, 나에게서 벗어난 사유 속에서 기적의 문을 여는 것이 목표였다.  하지만 아무리 열심히 수행해도 잠시의 안식만 얻을 수 있을 뿐 이내 현재의 나에게로 되돌아오게 되는것을 경험하게 된다.


수없이 나를 떠나 내가 아닌 상태로 머물렀지만 결국 다시 나에게 돌아오는 것을 통해 자신에게 부과된 윤회의 고통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느끼게 되면서 사문에서는 더 이상 자신이 찾는 것을 발견할 수 없음을 깨달은 싯다르타는 사문을 떠나기로 결심하게 된다.


더불어 '배움을 통해서는 아무것도 깨달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들이 사문에서 수행한지 삼 년가량 되었을 때 여러 경로로 고를 극복하고 윤회의 수레바퀴를 멈추게 한 붓다, 즉 진리를 깨달은 성인이 나타났다는 소문을 듣게 된다.


이로써 싯다르타는 사문을 떠나 붓다의 설법을 들으러 떠나게 된다.



3. 붓다와 만난 싯다르타

붓다와 만난 싯다르타는 그의 설법보다 신비스러운 미소와 깊고 차분한 시선, 그리고 기품 있는 걸음걸이에서 더 깊은 감동을 받게 된다.


그리고 이내 붓다의 제자가 되기로 한 친우 고빈다는 남겨두고, 홀로 다시 붓다를 떠나 직접 세상과 부딪혀 보기로 한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자기 자신에게 배우고, 자기 자신의 제자가 되고, 자기 자신에게서 알아내겠다고 다짐하게 된다. 그렇게 마음먹자 다시 태어난 기분을 느끼게 된다. 더불어 그와 함께 주변 세상도 달라 보인다.


그는 '나도 나 자신의 가장 깊은 내면까지 들어가 보겠어'라는 다짐으로, 앞으로 내면의 목소리가 명령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따르지 않을 생각을 하게 된다. 그렇게 세상 속에서 생각과 감각이 이끄는 대로 살아보며 자신을 지켜보기로 한다.


붓다와 벗 고빈다를 떠난 싯다르타는 그동안 자신을 두려워하고 나로부터 도망쳤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잃어버린 자신을 제대로 알고 배우기 위해 길을 떠나게 된다.



4. 세속에 뛰어든 싯다르타

먼지 투성이의 빈털터리였던 싯다르타는 뱃사공 '바수데바'의 도움으로 강을 건너 인간 세상에 다다르게 된다. 그리고 처음 마주한 것은 창부 카말라로, 그녀를 통해 사랑을 배우고, 이 여자를 탐하기 위해 재물을 모으게 된다.


또 바라문 시절 배운 지식과 사문 시절에 익힌 인내와 사색하기 단식하기를 통해 부유한 상인 카마스와미로부터 재물을 모으는 방법도 익히게 된다. 그렇게 억눌렀던 감각에 눈을 뜨게 되면서 싯다르타는 육욕과 세속적 쾌락에 빠져들게 된다.


처음에는 놀이하듯 무심히 즐기지만 차츰 세속에 물들며 영혼이 병들게 된다. 여기에 더해 도박에 빠지게 되면서 소유욕에까지 사로잡히게 된다. 그가 가진 재산과 부는 이제 그를 옥죄는 쇠사슬과 짐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렇게 노름을 통해 부를 잃었다 얻었다를 반복하고 채무자들을 혹독하게 몰아붙이면서 무의미한 악순환을 거듭하던 때 꿈속에서 경고장을 받게 된다. 카말라가 키우던 '새'가 죽은 것이다. 이 '새'는 참나가 죽은 것을 뜻하는 것으로 이를 통해 그는 허탈감을 느끼게 되면서 모든 세속의 삶을 정리하고 도시를 떠나게 된다.


그리고 이제 더는 자신에 대해 더는 알고 싶은 것이 없었던 그는 죽을 결심으로 다시 예전에 그 강가에 다다르게 된다. 그리고 불현듯 어떤 소리를 듣게 되는데, 단 한 음절, '옴'이라는 말이 싯다르타의 귓전을 울리게 된다. 이후 그는 정신이 깨어나고 지금 하려는 행동의 어리석음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그대로 깊은 잠에 빠져든 싯다르타는 오랜만에 단잠을 자게 된다. 깨어난 후 기묘한 기쁨과 호기심에 젖어 세상을 바라보게 되면서 다시 살아갈 결심을 하게 된다. 더불어 꿈속에서 죽었다고 생각했던 '새'는 아직 죽지 않았음도 알게 된다.


또한 그는 여태껏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온 모습 모두 자신이었음을 깨우치고 직접적인 체험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5. 세속에서 벗어나 다시 마음의 평화를 찾은 싯다르타

다시 새로운 깨달음을 얻은 싯다르타는 다시 태어난 사람처럼 뱃사공 바수데바의 도움으로 그와 함께 지내며 강에서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그동안 자신의 삶에 대해 바수데바에서 모두 털어놓으며, 그에게서 경청을 배우고 싶다는 청도 하게 된다.


바수데바는 모두 강을 통해 배운 것이라며, 함께 지내다 보면 배우게 될 것이라 말한다. 싯다르타는 사공의 집에 머무르며 나룻배 다루는 법과 논에서 일하는 법, 땔감을 장만하는 법, 바나나를 따는 법, 노를 만들고, 나룻배를 수리하고, 바구니를 따는 법 등을 배우게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강을 통해 경청하는 법도 배우게 된다. 또 물소리를 들으며 강에는 시간이 존재하지 않으며, 현재만 있을 뿐이라는 것을 마음으로 느끼면서 마음의 평화를 찾게 된다.




6. 세속적 인연의 마지막 끈인 아들과의 만남

그렇게 평온하게 지내던 싯다르타와 바수데바는 어느 날 붓다가 중병이 들어 곧 열반에 들 거라는 소식을 듣게 되고 제자들을 비롯한 사람들이 강을 건너 붓다를 만나러 가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그러던 중 붓다를 보기 위해 길을 떠나던 오래전 연인이었던 카말라와 재회하게 되고 함께 있던 소년이 자신의 아들임을 직감하게 된다. 하지만 뱀에 물려 사경을 헤매던 카말라가 사망하게 되면서 싯다르타는 응석받이 아들을 감당하게 되고 허둥대며 사랑으로 아들을 돌보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아들은 침울해하며 도시로 돌아가기를 바라고 있었고, 싯다르타의 어떤 노력에도 마음을 돌리지 않는다. 하지만 아들에 대한 급격한 사랑과 집착에 빠진 싯다르타는 마음으로는 알지만 차마 아들을 놓아줄 생각을 하지 못하게 되고 그렇게 미루고 미루던 중 아들은 홀로 도시로 도망가게 된다.


싯다르타는 도망간 아들을 찾기 위해 도시로 따라가지만 이내 그 과정에서 자신의 아버지를 떠올리게 된다. 그리고 아버지의 입장과 고통을 이해하게 된다. 그러면서 아들에게도 자신만의 길이 있고 자신은 아들의 인생을 책임져 줄 수 없음을 깨닫게 되면서 더 이상 아들의 길을 방해하지 않고 묵묵히 받아들이기로 결심한다.


이 일로 싯다르타는 차츰 완성에 가까워지기 시작하면서 점차 세상 사람들을 보는 시선과 관점도 완전히 바뀌게 된다. 이제 싯다르타는 운명과의 싸움을 그만두었고 번뇌도 거두었다. 얼굴에는 어떤 의미도 감히 맞설 수 없는 깨달음의 명랑함이 활짝 피어 있었다. 완성을 아는 깨달음이었다.


한때는 세속적인 삶을 사는 사람들을 내려다보며 자신이 세상 사람들보다 우월하다는 오만함과 하찮게 생각하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세상이 완전히 다르게 보이면서 그들 모두가 사랑스럽고 생명력 가득한 삶을 살아가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더불어 그 모든 것들은 사실 자신의 편견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게 된다. 그걸 모두 버리고 나니 온 세상이 아름답고 사랑스럽게 비치게 된 것이다. 세상이 바뀐 것이 아니라 내가 바뀐 것이다.


이 일을 마지막으로 뱃사공이었던 '바수데바'는 그를 떠나 숲으로 떠나고 싯다르타는 홀로 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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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남은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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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존은 죽음으로부터 벗어나는 길을 찾았습니다. 그 해탈은 세존 스스로 노력하고, 자신의 길을 걷고, 사색하고, 마음 수련을 하고, 인식하고, 깨달은 끝에 얻은 것입니다. 다른 이의 가르침으로 얻은 것이 아니라는 말이지요! 세존이시여, 저는 누구도 가르침을 통해 해탈에 이르지는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

세존께서 몸소 겪은 깨달음의 순간에 관한 비밀, 수십만 명 가운데 오직 세존 혼자만 아는 그 비밀이지요. 이게 바로 제가 설법을 들으면서 생각하고 느낀 점입니다. 이런 이유에서 저는 저에게만 의미가 있는 구도의 길을 계속 떠나고자 합니다.


더 나은 가르침을 찾아서 떠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그런 가르침이 없다는 건 이미 알고 있습니다. 저는 온갖 가르침과 스승을 떠나 오직 제 스스로 목표에 도달하거나 아니면 죽을 생각입니다.

4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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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나 어떤 것을 통해 얻은 '깨달음의 지식을 습득'하는 것은 삶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내가 직접 체험하고 경험으로 체득한 것만이 진짜 깨달음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몸소 겪은 깨달음의 순간 또한 나만 아는 것이기에 싯다르타는 '비밀'이라 칭했다. 이것은 직접 경험해야지만 알 수 있는 것들이다.


가르침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은 지금 우리 주변에만 해도 수만 가지다. 중요한 것은 그 가르침을 내가 어떤 식으로 나에게 적용시키고 직접 체험하느냐다.


아는 것에서 그치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말이다. 성공하는 법, 더 잘 사는 법, 예뻐지는 법 등 수만 가지 지식을 배우려고만 해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여기에 더해 내가 직접 해보며, 노력하고, 나에게 맞는 것을 찾는 과정을 거쳐야만 비로소 나만의 '무엇'을 완성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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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경이로운 잠에서 깬 뒤 옴으로 충만한 이 찬란한 시간에 누구인들 무엇인들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일체의 것들을 사랑하고, 눈앞의 모든 것을 즐거운 사랑의 감정으로 바라보게 된 것이야말로 그가 잠을 자는 동안 옴을 통해 일어난 마법이었다. 돌이켜보니 예전에는 마음이 너무 병들어 어떤 인간과 사물도 사랑할 수 없었던 것 같았다.

10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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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푹 자고 난 뒤 옴으로 충만한 시간은 결국 정신적 육체적으로 평화로운 상태를 의미한다. 그동안 세속적인 삶을 통해 마음이 병들어 있었는데, 이 시간을 통해 싯다르타는 치유의 시간을 가지게 된 것이다.


우리 삶도 이와 같다.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자지 못하며, 정신이 혼미한 상태에서는 병들고 시들어 갈 수밖에 없다.


삶에서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라고 묻는다면, 싯다르타의 이 문장을 빌어 정신적, 육체적으로 건강한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덕분에 그는 세상을 즐거움과 사랑의 감정으로 보았다고 말한다. 우리도 마음이 평화로울 때는 세상이 아름답게 보인다. 하지만 병들고 지쳐있을 때는 온통 날카롭고 어둡게 보일뿐이다.


결국 세상을 달리 바라보는 마법은 나의 마음에 달려있는 것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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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생각했다. '그래, 우리가 삶에서 알아야 하는 것들은 모두 스스로 겪어보는 것이 좋아. 세속의 쾌락과 부귀가 좋은 것이 아님은 어린 시절에 이미 배웠어. 그건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이제야 체험하고 깨닫게 되었어. 단순히 머리로만 아는 것이 아니라 눈과 가슴, 배로 알게 되었다는 말이다. 그건 정말 잘한 일이야!'

10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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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것과 직접 겪어보는 것과는 하늘과 땅 차이다. 지식으로 아는 것, 배움으로 아는 것만으로는 완전하다고 이야기할 수 없다.


무엇을 제대로 알고 싶다면, 직접 몸으로 겪어보라. 그것만이 진정한 해답을 가져다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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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단순하고 어리석고 그러면서도 더 없이 강렬한 생명력으로 뜻을 이루려고 하는 충동과 탐욕이 싯다르타에게는 더 이상 유치하게 비치지 않았다. 사람들은 바로 그런 것들을 위해 살았고, 그런 것들 때문에 엄청난 성취를 거두었고, 여행하고 전쟁하고 무한한 고통을 겪고 견뎌냈으며, 그런 것들 때문에 사랑할 수 있었다.

13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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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에 싯다르타가 깨달음을 위해 수행하던 시기에는 사람들을 내려다보며 세속적 삶을 사는 사람들의 행태에 대해 어리석고 유치하다는 시각으로 바라봤었다.


하지만 본인이 직접 나 자신을 발견하기 위해 바라문, 아버지, 사문, 붓다를 버리고 세속적인 삶을 살아보는 경험을 해보면서 결코 그렇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오히려 세속적인 삶 속에서 행해지는 모든 것들이 사실은 살아가기 위한 피나는 노력의 결과물임을 알게 된 것이다. 덕분에 사람들은 많은 것들을 이뤄냈고, 또 고통도 이겨냈으며, 현재를 살아가고 있음을 제대로 깨우치게 된 것이다.


역시 직접 경험해 보지 않고는 제대로 그 속까지 알기는 어렵다는 것을 싯다르타는 깨달은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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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순리를 거스르는 것을 그만두고, 이 세상을 사랑하고, 이 세상을 내가 소망하고 상상하는 완벽한 상태와 비교하지 않으면서 그저 있는 그대로 보고 사랑하고 기꺼이 그 일원이 되는 법을 배우기까지 죄악을 저지르고 색욕과 물욕, 허영심, 치욕적인 절망 상태에 빠질 수밖에 없었네, 그 사실을 몸과 마음으로 알게 되었지. 고빈다, 이게 내게 밀려든 몇 가지 깨달음이네."

152~15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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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돌고 돌아 직접 경험하고 체험한 후에야 알게 되었다는 싯다르타의 이야기를 친우인 고빈다는 얼마큼 이해할 수 있을까? 지금처럼 계속 같은 길을 걷게 된다면 아마도 평생 고빈다는 이해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아무리 직접적으로 이야기해 주어도 이해할 수 없다며 자신을 위해 쉽게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이야기 해달라며 고개를 젓는 것이겠지.


결국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깨달음은 남이 전해주는 것이 아님을, 직접 체험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임을 이 문장을 통해 다시 한번 증명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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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가 마음의 평화를 얻지 못하는 것도 혹시 가르침 때문이 아닐까? 그 많고 많은 말 때문이 아닐까?고빈다, 해탈이나 미덕, 윤회나 열반이라는 것도 결국 말에 불과하네. 열반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네, 다만 열반이라는 말만 있을 뿐이지."

15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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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많은 지식을 습득하는 것은 오히려 마음의 평화를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실천하지 않고 습득만 하는 것은 정보를 교란시키고, 혼란을 야기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존재하는 것은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고, 어떤 사상이나 나만의 믿음에 의지해 다르게 보거나 굴곡진 형태로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싯다르타는 말로 전하는 것, 정보를 가르침으로 얻는 것은 공허한 말에 불과하다고 이야기하면서 친우에게 보다 직접적인 깨달음을 전해주려 하지만, 이에 대해 고빈다는 수긍하지 못한다.


때로는 있는 그대로 사물을 보고 받아들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싯다르타는 강을 보면서 배우고 깨우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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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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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컬러(소설, 동양적, 종교적)의 옷을 입었을 뿐이지 결국 저자인 헤세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명료하며 동일함을 알 수 있다. 현재를 살아가는 데 우리에게 진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여러 형태로 전할 뿐이다.


이 책에서는 특히 싯다르타의 성장을 통해 직접적 경험을 매우 강조했는데, 경험을 중히 여기고 또 경험을 통해 성장한 나 역시 그의 이러한 주제의식에 매우 동감하는 바이다.


섣부른 말과 어딘가에서 얻은 정보만으로 타인의 상황을 함부로 말하고 판단하는 이들은 절대 모르는 진정한 깨달음은, 아마도 같은 경험을 한 이들만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수행을 통해 깨달음을 얻으려 했던 싯다르타가 붓다를 떠나, 세상 속에서 생각과 감각이 이끄는 대로 살아보겠다며 떠난 이후부터는 급격히 흥미로워지는데, 속도감 있게 자신의 삶을 향해 나아가는 그의 성장을 지켜보는 재미가 있을 것이다. 덕분에 주제의식을 떠나 스토리 면에서도 꽤 매력적인 소설임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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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매일이라면 좋겠어 - 사랑하고 싶은 오늘을 만드는 취미 이야기
반지현 지음 / 얼론북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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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로 인해 더 특별해지는 일상!"



이 책은 한때 새로운 것들에 거침없이 도전하던 나를 떠올리게 했다. 반짝이는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낯섦도 기꺼이 포용할 만큼 각종 취미에 도전장을 내밀었던 그때를 말이다.


덕분에 청춘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오색찬란한 다채로운 경험들을 많이 했고, 삶 전반의 여러 인생 공부를 다양하게 할 수 있었다.


그러다 불현듯 회색도시에 갇히게 되면서 이런 생활도 한동안 막을 내렸지만, 이때의 경험 덕분에 다시 후반전을 시작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저자가 새로운 취미에 들어서는 과정은 나와 많이 다르지만, 그럼에도 취미를 통해 활기와 행복감을 느꼈다는 점만큼은 공통으로 꼽는 취미의 장점이 아닐까 한다.



총 4부로 구성된 이 책에는 저자가 각종 취미에 입문하게 된 배경과 그 취미를 소화하는 과정에 대한 내용들이 가득하다. 세어보니 무려 17가지로, 이 중에서 어떤 것을 취미로 칠 것이냐에 따라 가짓수는 달라질 수 있을 것 같다.


저자는 불현듯, 갑작스레 어떤 것에 반하게 되면 그것에 도전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를 통해 자신이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그리고 의외로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과 같은 자기 성찰을 하게 된다.


또 생각했던 것과 실제로 해보는 것의 갭 차이가 컸음을 알 수 있는데, 여러 경험을 통해 대체적으로 손으로 하는 것들(뜨개, 바느질, 도자기, 악기 연주 등)에는 취약한 면을 보였고, 운동이나 액티비티 한 것들(배드민턴)에는 강한 면모를 보였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모두 이런 조항에 부합하는 것은 아닌지라, 어떤 것들은 잘하는지와는 상관없이 그저 과거 언젠가의 미련을 지우기 위한 취미도 있었고, 또 어떤 것들은 생각 외로 재미를 느껴 지금까지 오래도록 취미생활을 유지하는 것도 있었다.


그중에서도 지금까지 꾸준히 유지하고 있는 것은 아마도 사찰음식 만들기, 글쓰기, 마음공부, 배드민턴이 아닐까 한다.


읽다 보면 어떤 이들은 어떻게 이렇게 많은 취미생활을 할 수 있을까 의아해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관심이 있다면 누구나 도전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관심이고, 관심이 커지면 나도 모르는 사이 저절로 몸이 움직이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것으로 미루어 짐작해 볼 때, 저자는 아마도 금사빠가 아니었을까 싶다. 어떤 것에 금방 마음을 내어주고, 또 그것이 흠뻑 빠져서 열중하는 마음이 있었기에 '일단 도전!'을 할 수 있었던 게 아니었나 싶다.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살펴보면, 항상 퇴근시간만 바라보고, 주말이 다가오기만을 기다린다. 그러다 이내 짧게 스치듯 지나가는 주말을 아쉬워하며 또다시 회색도시에서 회색 인간으로 살아간다.


일상을 어떤 감흥도 즐거움도 없이 살아가는 것이다. 그렇게 무한 루프 속에 일상을 가두다 보면, 아무런 성취도 보람도 즐거움도 느낄 수 없게 된다. 그저 피곤하고 귀찮은 하루만 늘어갈 뿐이다.


그 반복 속에서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저자처럼 새로운 것에 눈을 돌리고 그것에서 즐거움을 되찾아야 한다. 그렇게 되면, 주말뿐만 아니라 매일 퇴근 후의 시간이 행복하고 성취로 가득 찰 수 있다.


매일 눈 뜨는 아침이 설렘으로 가득 차고, 나만의 위로와 로망을 실현할 수 있는 것은 물론, 힘든 하루도 금방 지워버릴 수 있는 무기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풍요로운 날들로 하루를 채우고 싶은가? 그렇다면, 관심 있는 것들이나 좋아하는 취미를 일상에 끼워 넣어 보자. 때로는 전혀 의외의 것들에 도전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러다 보면 특정 일자, 특정 요일과 같은 날이 기다려지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하루, 한 달, 일 년의 시간들이 차곡차곡 쌓이다 보면, 취미생활을 통해 나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는 것은 물론, 여기에 더해 삶을 바라보는 관점과 가치를 새로이 알게 되지 않을까 한다.



한때는 이런저런 조건부를 붙여 '이래서 안 되고, 이래서 미뤄두고'를 시전하는 날이 많았는데, 어떤 일을 계기로 다시 취미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시작은 '식물 키우기'였는데,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참 잘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같은 시간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그 가치가 완전히 달라지기 마련인데, 그동안 너무 남을 위한 시간에만 올인했던 것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이제라도 나를 위한 시간을 내어줄 수 있는 여유를 가지게 된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덕분에 동네에서 참여해 볼 수 있는 여러 취미생활도 더 꼼꼼히 살펴보게 되었고, 더 나아가 서울시, 대한민국 내에서 내가 도전하고 체험해 볼 수 있는 것들을 더 많이 찾아보게 된 것 같다.


간혹 너무 많은 취미생활을 하느라 재산을 탕진하게 될까 봐 걱정하는 이들도 있는데, 무분별하게 이것저것 비싼 돈을 들여가며 적정 수준을 넘어서는 것은 문제가 되지만, 내가 정한 바운더리 안에서 다양하게 취미생활을 가져보는 것은 꽤 괜찮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저 아는 것만으로, 보는 것만으로는 제대로 알기 어렵다. 직접 해봐야 나에게 잘 맞는 건지, 내가 생각한 것과 일치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그러니 용기를 내어 도전해 보기를 권하고 싶다. 그래야 내 취향과 성향, 관심사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정 기간 참여 가는 게 부담스럽다면 요즘 흔히 볼 수 있는 일일체험을 통해 도전해 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그렇게 도전하다 보면 의외의 것이 의외로 나와 잘 맞을 수도 있고, 또 반대로 쉽다고 생각했던 것이 의외로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다.


아래 내용은 이 책을 읽으며 의미 있게 다가왔던 문장들을 위주로 담아보았다. 취미활동을 하며 달라진 일상, 새로이 알게 된 취향, 덕분에 즐거움과 행복감으로 충만해진 삶까지.


취미생활을 통해 저자가 무엇을 느끼고 깨닫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 문장을 통해 나는 어떤 영감과 깨달음을 얻었는지 이제부터 풀어보려 한다.



=====

취미 생활을 시작하면서 일주일 중 기다려지는 날이 차츰 늘었다. 퇴근 후의 시간표만큼은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채워 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크고 작은 기념일이 평범한 하루를 조금 더 특별하고 유쾌하게 만들어 주는 것처럼 취미가 있는 하루는 아침부터 마음이 살랑거린다.

(...)

취미가 있는 나는 이제 더는 금요일 퇴근만 손꼽아 기다리는 무표정한 직장인이 아니다.


게다가 취미의 성격에 맞춰 계절을 특별하게 기억할 만한 굵직한 이벤트도 덩달아 생긴다.

(...)

계절 위에 소중한 순간들이 한 겹 두 겹 포개진다. 봄에는 연극을, 겨울에는 연주회를 하는 삶, 올림픽 출전 선수는 아니지만 그에 맞먹는 두근두근한 긴장감으로 시합에 임해 보는 삶. 어떤가?


일주일에 기다려지는 날이 사흘쯤 있는 인생은 그리 쉽게 나빠지지 않는다.

30~3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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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 몇 가지 취미생활을 추가하고 보니, '겨울'이 '봄날'이 되었다. 매번 주말을 기다릴 필요도 없이 꽤 자주 즐거운 날을 보상처럼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여태껏 취미를 '선택'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어쩌면 '필수불가결'한 일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어떤 것이어도 좋다. 삶의 활력소와 설렘, 이벤트를 안겨주는 취미생활을 지금부터 시작해 보면 어떨까?



=====

연극 한 편을 무대에 올려 보니 살아가는 일도 이와 비슷하다 싶다. 바쁘고 정신없는 가운데 문득 돌아다 보면 뭐가 이렇게 허무한가 싶을 만큼 휙 지나가 버린 것 같다. 하지만 스쳐 지나간 순간을 붙잡아 가만히 들여다보면 저마다의 반짝임으로 빛나고 있다. 그러니 마음을 다해 오늘의 연극을 펼쳐 보기로.

96~97페이지 中

=====


휙휙 지나가는 일상이 때론 허무하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멈춰서 돌아보면 그 순간마저도 반짝이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니 작고 사소한 순간마저 최선을 다해 살아가 보자. 찬란하게 빛날 내 인생을 위해.



=====

이제는 안다. 발레는 몸이 유연한 사람이 아니라 마음이 유연한 사람이 할 수 있다는 걸. 남들 앞에서 기꺼이 통통한 배와 엉덩이를 드러내고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건 생각보다 훨씬 더 용기가 필요하지만, 생각보다 훨씬 더 기분 좋은 일이라는 걸. 소질이 없는데도 해 보고 싶은 마음을 낸다는 건, 언뜻 보기에 바보 같지만 실은 기특하고 대견한 일일지도 모른다는 걸. 마음이 유연한 사람이 되기 위해 오늘도 나는 발레를 한다.

139페이지 中

=====


발레와 같이 익숙하지 않은, 혹은 내 전부를 드러내야만 가능한 취미활동에 도전해 본 사람은 안다. 처음은 쉽지 않다는 것을.


마음은 있지만, 몰라서, 익숙하지 않아서, 체형을 드러내야 해서, 용기가 나지 않아서 쉽게 도전하지 못하고 물러서게 된다.


하지만 한 발짝만 떼어보면, 의외로 꽤 괜찮은 나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고민하고 걱정했던 일이 실은 별거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마음을 유연하게 가져보자. 당신은 무엇이든 어떤 것이든 도전할 수 있다!



=====

식물을 돌보는 일이 익숙해지면서 내 마음에도 힘이 붙었다. 바쁜 일상을 무기 삼아 내버려둔 것들이 그제야 눈에 들어왔다. 이제 더는 삭막해져만 가는 내 삶을 방치하고 싶지 않았다. 한때 더 없이 좋아하고 아꼈던 것들, 일상을 알뜰하게 가꿔 주었던 것들을 되찾고 싶었다. 작은 것에 눈길을 주고 마음을 곧잘 뺏기던 때로 돌아가고 싶었다. 생기로운 화초처럼 싱싱함이 흘러넘쳐 "시들지 마시오"라는 문구가 더는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나는 좋아하는 것들을 삶 속으로 기꺼이 초대하자고, 잃어버린 게 있다면 주워 오자고, 정성과 사랑으로 내 삶을 한번 더 다독여 보자고 마음먹었다.

189페이지 中

=====


좋아하는 것을 마음에만 담아 두면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내 삶에 두고 보고 만지고 느껴야 더 큰 동기부여와 현실감을 가질 수 있다.


좋아하는 것들을 가까이에 두고, 오감으로 느끼고 표현해 보자. 그것은 곧 삶에 생기와 활력을 되찾아 줄 것이다. 내가 잃어버린 삶과 열정을 다시금 불러일으키는 것은 물론, 위안과 위로가 되어줄 것이다.


삶에서 좋아하는 것들을 쉽게 놓치거나 포기하지 말자. 인생은 한 번뿐이다.



*****


이 책을 읽으며 내가 그동안 한 번 이상 도전해 봤던 취미생활과 지금 누리고 있는 취미 생활들을 한 번씩 떠올려보게 되었다. 그리고 취미생활을 하지 않을 때와 하고 있을 때의 삶도 함께 돌아보게 되었다.


한때는 취미생활을 시간이 있을 때, 여유가 있을 때 하는 거라는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 글을 읽으며 그리고 경험으로 체득한 내용을 종합해 봤을 때 오히려 취미생활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삭막하고 정신없는 일상을 살았을 때의 나는 피폐했고 또 취미생활이란 것이 도통 없었다. 반면 일 외적인 것에 시선을 돌려 작게나마 취미생활을 가졌을 때는 적어도 설렘이나 기대감은 존재했다.


무언가 대단하지 않아도 좋다. 일상을 좀 더 생기있게 만들어주고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취미생활 한두 개쯤은 가지고 있으면 분명 일상에 도움이 된다.


'한번 해볼까?'하는 단순한 생각에서 비롯되어도 좋다. 정 뭔가 도전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맨몸으로 뛰는 달리기도 괜찮다. 단순하다, 심심할 것 같다, 지루할 것 같다는 생각은 잠시 접어두고 일단 해보자. 해보고 아니면 접으면 된다.


저자가 경험한 여러 취미생활들 중에도 이러한 것들이 꽤 있는데, 직접 체험한 것과 머릿속으로 생각한 것과는 분명 다름을 알 수 있다.


또 한번 해본 것과 마음이 동할 때 해본 것과는 천지차이 임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니 과거 어땠는데, 혹은 이럴 것 같은데 하는 마음의 소리는 잠시 내려놓고 '궁금하다'거나 '한번 해볼까'하는 생각이 든다면 도전해 보기를 권하고 싶다.


세상이 각박해질수록, 우리는 저마다 살아갈 이유 혹은 목적을 찾아야 버티며 살아갈 수 있다. 그럴 때 나에게 살아갈 힘과 위로, 열정, 성취, 만족감을 주는 취미생활을 해보면 어떨까? 어쩌면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크고 다양한 것들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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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 아프기로 했다 - 모든 것에 지쳐버린 나 데리고 사는 법
김영아 지음 / 라이스메이커 / 2019년 2월
평점 :
품절


"빅터 프랭클식 인생론에 빗대어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



최근 김영아 저자의 책을 연달아 읽고 있는데, 이 책은 그 세 번째 책이다. 이 책은 빅터 프랭클식 인생론(로고 테라피)을 토대로 독자들의 고단한 삶과 해결 방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책으로, 우리가 아픈 이유를 짚어보고 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살펴본 후에, 단단한 나로 거듭나는 방법에 대해 다룬다.


저자의 직업이 치유 심리학자인 만큼 저자가 펴내는 책들은 공통적으로 마음을 어루만지고 상처나 삶을 다독이는 내용들이 주를 이루는데, 어떤 소재의 옷을 입느냐에 따라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듯하다.


이 책을 포함해 여태까지 읽은 총 3권의 책 중에서는 필사 책을 제외하고, 그림책을 소재로 삼은 <마음을 안아준다는 것>이라는 책이 조금 더 쉽고 공감력 있게 다가왔던 것 같다.


그럼에도 이 책에서도 역시 도움 될만한 내용들이 있었기에 이를 함께 나눠보려 한다.



총 3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빅터 프랭클의 대표적 이론인 '로고테라피'의 이론에 바탕을 두고 우리 삶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 장에서는 오늘날 청년들을 힘들게 하는 다양한 감정들을 짚어 본 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아 할 이유를 발견하는 법에 관해 이야기했다.


두 번째 장에는 인생의 주인공으로 살지 못하는 청년들을 위해 자신의 삶을 선택하고 책임지는 자유의지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마지막으로 강조한 것은 시련의 가치, 그리고 고난을 극복한 뒤에 찾아오는 삶의 진정한 행복이다.


이를 통해 우리를 괴롭히는 감정들의 민낯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아픔을 극복할 수 있는 탈출로를 찾아보면 좋겠다. 더불어 빅터 프랭클이 이야기하는 '행복'에 대해서도 함께 살펴보면 좋겠다.


빅터 프랭클은 행복과 같은 쾌락은 좇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결과로서 따라오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 말에 따르면 어쩌면 우리는 허황된 것을 좇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그토록 찾는 행복이란 무엇이고, 또 이것을 찾기 위해 우리는 어떤 근본적인 물음을 해야 하는지, 또 행복이라는 결과를 얻기 위해 어디에 집중해야 하는지 이 책과 함께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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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를 둘러보면 나보다 멋진 사람도, 똑똑하고 잘나가는 사람도 있다. 내게 없는 것을 가진 사람, 내가 할 수 없는 것을 쉽게 해내는 사람도 많다. 때로는 그러한 사실 때문에 열등감에 시달릴지도 모른다. 그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다만 부분의 문제를 전체로 확장해서는 안 된다. 누구나 남보다 부족한 부분이 있을 뿐, 존재 자체가 열등한 것은 아니다.


열등감이 무엇으로부터 시작됐는지 이제 그것을 어떻게 활용할지 정해야 한다. 열등감이 자신을 좀먹도록 내버려 둘 것인가, 아니면 극복함으로써 자신을 한 단계 성장시킬 것인가. 삶이란 참 고약해서 마음먹은 대로 흘러가지는 않지만, 다행스럽게도 선택만큼은 항상 자신의 몫이다

5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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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가 발달함에 따라 과거에 비해 우리는 너무 쉽게 타인의 삶을 엿볼 수 있게 되었다. 이는 새로운 정보를 쉽게 얻고, 새로운 자극제가 되기도 하지만, 반면 우리의 열등감을 폭발시키는 매개체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열등감조차 내가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따라 때론 나를 좀먹는 감정이 될 수도 있고, 반대로 나를 한 단계 더 성장시키는 무엇이 될 수도 있다.


만약 지금 누군가를 떠올리며 열등감에 좀먹히고 있다면, 다른 선택을 통해 나의 감정을 구원해 주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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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나의 이야기를 하고, 또 상대방의 진짜 이야기를 들으면 너 역시 나와 같은 고민을 하며 힘들게 살고 있구나 하는 동지의식도 느낀다. 그리고 이런 길도 친구가 함께 있어 결코 외롭지 않다는 것도 깨닫게 되고 힘을 얻는다.


무엇보다 자신의 고민이, 누군가 이미 겪었던 일이라면 나는 먼저 지나친 사람의 소중한 경험담과 인생의 지혜도 얻을 수 있다. 그것이 삶에 대한 통찰이고 에너지이다. 이런 관계는 나를 방전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충전시킨다.

11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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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람들의 이야기를 가만히 들어보면 에너지를 방전시키는 이야기들이 주를 이룬다. 모두 나를 과시하기 위한 혹은 드러내기 위한 가짜 이야기를 남발하기에 그렇다.


그렇기에 듣는 상대방 또한 마주 앉아 있는 것이 곤혹일 수밖에 없다. 함께 하는 시간이 즐겁지도, 행복하지도 않다.


그래서 어찌 보면 아무리 친한 사이라고 해도 친분 유지를 위한 비즈니스 느낌이 더 강하게 든다. 때문에 삶을 함께 헤쳐나가는 동반자나 동지의식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때문에 우리는 관계나 만남을 이어가는 것에 꽤 큰 피로감을 느끼고, 또 방전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만남 그 자체가 지혜를 나누고, 경험을 나누는 장이 되어야만 다음의 만남이 기대되고 또 충분한 만족감을 느낄 수 있을 텐데 아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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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바라기에는 참으로 팍팍한 세상이다. 하지만 '인간이란 최악의 조건에서도 그것에 저항하고 용감하게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존재'라는 빅터 프랭클의 믿음을 나 역시 가지고 있다. 또한 '인간이 언제까지나 그런 존재로 남을 것이라는 사실을 예상치 못한 정도까지 목격했다'는 그의 말을 추호도 의심하지 않는다.

(...)

있는 그대로의 '나'와 '내 삶'에 집중할 때 비로소 '내가 가진 능력'이 눈에 보인다. 금수저를 들지 않더라도, 자기 안에 빛을 간직한 사람은 그 자체로 빛나는 법이다.

145~14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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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라 안팎이 어수선해지면서 점점 더 팍팍한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주변 환경에 동화되기보다, '나'와 '내 삶'에 집중하는 것이다.


어떤 최악의 상황에서도 무사히 잘 버텨내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현재를 제대로 직시하고 자기 자신을 믿었던 사람들이다. IMF 때도 그랬고,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그러했다.


나와 내 삶에 집중하다 보면 내가 가진 능력을 발견하게 되고, 이를 통해 문제 해결능력을 갖추게 된다. 그러니 최악의 상황에 도래했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럴 때일수록 외부보다 내면에 더 집중해 보자.



=====

때로는 조금 떨어져 자신을 바라보자.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자신에게 말을 건네도 괜찮고, 누군가에게 남 이야기를 하듯 자기 이야기를 전해도 좋다. 자신이 한 행동을 빠짐없이 적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이다.

(...)

제멋대로 끓어오르기만 했던 감정의 정체가 조금씩 확연해질 것이다. 불행에서 벗어나는 길 또한 그 윤곽을 드러낼 것이다. 문제의 해결은 언제나 문제의 인식에서 시작된다.

22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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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서 중요한 것은 적절한 거리감이다. 너무 가까우면 정작 제대로 문제의 핵심을 파악하기 어렵다. 이는 타인은 물론 나와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만약 지금 어떤 문제에 직면했다면, 조금 거리를 두고 떨어져서 생각해 보자. 지금 진짜 문제는 무엇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을 써야 하는지.


삼자의 관점에서 상황을 제대로 바라보거나, 나의 상황을 객관적인 시각에서 기록을 통해 점검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이다.


중요한 것은 문제를 제대로 직시하는 것이며, 거기에서부터 시작이다. 그래야 제대로 된 해결 방안을 찾을 수 있다.



=====

빅터 프랭클은 행복에 대해 인간은 그것을 추구할 필요가 없으며, 추구할 수도 없다고 단언했다. 쾌락이란 본래 목표가 아닌 하나의 결과로서 얻어지는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다시 말하면 행복은 어떤 목표를 달성했을 때 부수적으로 얻을 수 이는 결과이다. 궁극적으로 행복을 소원하면서도 정작 행복을 어떻게 얻는지 모르는 우리들에게 빅터 프랭클의 말은 더욱 날카롭게 다가온다.


행복을 염두에 두고 그것을 얻으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 그저 내 삶에서 의미 있는 일을 묻고, 찾고, 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다 보면 행복은 시나브로 당신 곁에 찾아올 것이다.

23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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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다수의 사람들은 행복을 좇는다. 행복을 목표로 두고 그것만을 위해 전진하고 또 전진하다. 그런데 빅터 프랭클은 이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며, '행복은 목표하는 것이 아니라 결과로서 저절로 얻어지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생각해 보면, 미래의 행복을 위해 포기하고 내려놓는 것들이 참 많은데, 어쩌면 우리는 잘못된 방법을 시도했는지도 모르겠다. 주어진 삶과 과정을 즐기고 최선을 다했다면 행복은 결국 저절로 따라오는 것이었는데 말이다.


뭔가 대단한 것에 도전하고 목표하는 것보다, 어쩌면 행복은 일상을 충실히 살아가는 것과 같은 아주 가까운 것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앞으로는 행복을 목표로 두기보다, 그저 현재의 삶에 충실해 보면 어떨까 한다.



=====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의 모습을 제대로 보지 못한 채 괴로워한다. 자기를 과대평가하며 그걸 알아 주지 않는 세상을 원망하거나 반대로 과소평가하여 지나치게 자신감 없이 살아가는 식이다.


다행인 것은 누구나 자기 안에 '부족한 나'만큼 '괜찮은 나' 또한 지니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괜찮은 모습만 내세울 필요도, 부족한 모습에만 집착할 이유도 없다. 그저 양쪽을 통합해서 바라보는 시선이 중요하다.


'부족한 나'를 인정할 때 괜찮은 부분을 키워갈 수 있으며, '괜찮은 나'를 발전시킬 때야말로 부족한 부분을 이겨낼 힘을 얻게 되는 것이다.

250~25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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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들은 상호보완적이라, 부족한 것이 있으면 그만큼 괜찮은 면도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나 자신 또한 마찬가지다.


이때 중요한 것은 두 가지 모두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인데, 보통 사람들은 좋은 면만 부각시키거나 받아들이려고 해서 늘 문제가 된다.


세상에 '완벽'이란 있을 수 없는 만큼, 부족하거나 모자란 나도 함께 인정해 주고 받아들여주자. 그러면 부족한 나를 통해 더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으며, 이때 괜찮은 나는 성장의 동력이 되어 줄 것이다.



*****


이 책을 읽고 난 후, 우리를 괴롭히는 무기력, 분노와 혐오, 고립과 상처 등의 감정들이 어쩌면 우리 스스로 자처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됐다.


남과 비교하며 우위를 가리고, 그러면서 내 안에 부족한 나는 거부하거나 회피하면서 점점 더 알 수 없는 미궁 속을 거닐었던 것은 아니었나 싶다.


사실 주변의 환경이 어떻든 내 중심이 바로 서 있다면, 감정적 동요도 크지 않을 것이고, 또 불행으로 치닫는 상황까지 가지는 않을 텐데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외부 환경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진짜 중요한 나 자신은 보지 못한 것은 아니었나 싶다.


더불어 잘못된 목표 설정으로 인해 지금 누릴 수 있는 행복을 놓친 것은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됐다. 행복은 결국 어떤 과정에서 얻게 되는 결과일 뿐인데, 왜 과정은 등한시하고 결과만을 앞세워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온갖 고단한 삶을 짊어지며 살게 되었나 하는 생각도 해본다.


항상 바뀌는 주변 환경보다, '나'와 ' 내 삶'에 더 주목하는 것, 그리고 내 삶의 의미 있는 일을 묻고, 찾고, 해나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가슴에 새겨본다.


삶에 지쳤는가? 그렇다면 지금 당장 나와 내 감정을 되돌아보는 것에서부터 다시 시작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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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예약 - 나의 유럽 드리밍북
청춘유리 지음 / 허밍버드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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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여행을 꿈꾸는 나에게 있어 여행책은 사전 답사와 같은 느낌을 준다. 심지어 이미 다녀온 곳조차 책을 통해 다시 돌아보다 보면, 새로운 곳이 되어 버려 복습이 아닌, 예습이 되어 버린다.

계절에 따라, 시간에 따라, 각도만 달리해도 다르게 보이는 여행지의 풍경 덕에 언제나 여행책은 설렘과 기대감을 안겨준다.

이 책도 그런 부푼 마음을 안고 읽기 시작했는데, 읽다 보면 어느새 유럽의 전경들이 스쳐지나 가는 느낌을 많이 받게 된다. 계절에 만날 수 있는 꽃이 핀 정원, 사람들의 모습, 바람과 온도 등이 떠오르며 여행지만의 매력을 흠뻑 만끽하게 된다.

이 책에는 특정 지역에 대한 소개나 가는 방법, 여행 팁과 같은 내용들은 만날 수 없다. 오롯이 저자의 흔적을 따라 걷는 길과 풍광, 그리고 저자가 남긴 여행에 대한 소감만 있을 뿐이다.

여기에 더해 나머지 공간은 여행지에서의 사진과 독자들의 메모를 위한 공간으로 채워지며, 독자들 역시 유럽 여행을 꿈꾸게 만든다.


총 41개의 MOMENT로 구성된 이 책에는 저자가 유럽 여행을 하며 느낀 소감과 사진, 그리고 독자를 향한 질문과 유럽 여행을 꿈꾸는 이들을 위한 메모 공간으로 가득 차 있다.

특히 MOMENT에 남긴 메모들을 보다 보면, 과거 여행했던 순간을 떠올리게 만든다. 이륙하기 전 비행기에 탑승했을 때의 설렘, 여행하면서 만나게 되는 이국적인 풍경, 향기를 통해 새삼 깨달은 낯섦, 문득 느껴지는 공허함이나 위로 등과 같은 감각들이 되살아 나며, 다시금 여행했던 그때 그 순간으로 데려다 놓는다.

그래서 이 책은 어떤 정보를 얻기 위한 목적이라기 보다, 여행 그 자체를 느낄 수 있는 책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더불어 여행을 통해 나를 돌아보고, 여행했을 때의 감각을 되살려 오감으로 여행의 느낌을 만끽할 수 있는 책이라 할 수 있겠다.

여행은 하고 싶지만 여러 여건상 당장 떠날 수 없다면, 이 책으로나마 잠시 유럽 여행을 떠나보자! 준비되었는가? 유럽행 티켓을 예매하는 것부터 시작이다.

Are you rea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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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활용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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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곳곳에는 저자가 독자를 위해 마련해 둔 페이지들을 만나볼 수 있는데, 이를테면 이런 것들이다.

나만의 루트를 짜기, 여행 일정 짜기(먹고 싶은 것, 가볼 만한 곳, 사고 싶은 것 등), 방문지(박물관, 미술관, 스포츠 경기장 등)의 티켓 수집 후 기록하기, 나만의 다이어리 작성, 여행지에 걸맞은 플레이 리스트 남기기, 엽서적기 등.

그냥 돌아보고 오는 것만으로는 오래 기억되지 않는다. 이처럼 다양한 방법으로 여행지를 탐색하고 기록으로 남기다 보면 더 의미 있는 여행이 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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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히 들여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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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프랑스가 가장 아름다워지는 7월이 찾아왔다. 여름이 만개할수록 이 땅은 보랏빛을 머금고 풍만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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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떠오르자 라벤더들은 더욱 또렷하게 흔들렸고, 서 있던 모든 이들이 하나같이 같은 곳을 응시했다.
4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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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프랑스는 나의 버킷리스트에 있는 여행지 중 하나로, 개인적으로 꿈꾸는 풍경은 노란 미모사가 핀 풍광이다. 한 소설책을 읽고 머릿속으로만 늘 상상하고 있던 풍경인데, 이 책에서 보랏빛이 물든 라벤더의 풍경을 보다 보니, 그냥 계절 상관없이 남프랑스를 다녀오는 것이 더 시급해 보인다. 어쩜 이렇게 예쁜 색을 입고 있는지, 그저 감탄만 나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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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사랑하는 이유는 아주 단순한 것으로부터 온다. 속계에서 떠나 낭만 속에 살고 있는 듯한 착각인지 현실인지 모를 여행지에서 누군가의 눈치를 보지 낳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 타고 가던 기차에서 내려 목적지 없이 길을 걸어도 불안해하지 않는 것. 언제고 내 행복을 선택할 수 있는 것.
5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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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에서 나는 더 자유로워진다. 어쩌면 그래서 여행을 더 사랑하는지도 모르겠다. 지금 살고 있는 이 땅에서 묶여있던 굴레, 관습, 나이, 성별 등에서 풀려나며 나는 자유인이 된다.

덕분에 여행지에서 만나는 사람들과는 쉽게 친해지고, 또 쉽게 마음을 터놓게 되는 것 같다. 그냥 나 자체로 행복할 수 있는 순간, 그게 바로 여행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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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내게 늘 치열했지만 매 순간이 새로움이었고, 네 삶에 즐거움이 있다면 이런 것이다 하고 알려 주는 우거진 숲속의 표지판 같았다. 그리고 그보다 중요한 것은, 도망치고 포기하고 늦어서 좌절하는 것이 인생의 실패와는 무관하다는 사실을 알려 주었다. 여행에 대단한 의미를 부여하려는 마음은 아니지만 역시나 가 본 사람은 안다. 큰 것을 얻으려 하면 뭔가를 잃어버려 가벼워지게 하고, 비우고 나면 생각지도 못한 것들을 채우게 만드는 것이 여행이라는 것을.
5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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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여행을 다녀온다고 해서 일상에서 크게 바뀌는 것은 없다. 하지만 내 마음만큼은 다르다. 새로움과 즐거움을 얻고, 또 인생을 조금은 더 너그럽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조금 천천히 가도 된다는 것을, 많은 것을 꼭 소유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배우게 된다. 비운만큼 채울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또 가벼운 발놀림을 위해서는 어깨에 짊어진 짐이 가벼워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일상으로 돌아갔을 때 가지고 있던 상념들을 많이 내려놓게 된다.

이처럼 여행은 나를 비우고 새롭게 다짐을 하게 만든다. 덕분에 쓰러지지 않고 인생을 나아갈 수 있게 해준다. 그래서 자꾸 여행을 꿈꾸게 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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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풍경 만나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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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가장 가고 싶은 유럽의 도시는 어디인가요?

Q. 때때로 여행은 냄새나 소리, 색깔로 기억되기도 하죠.
     당신에게 유럽은 어떤 모습인가요?

Q. 당장 떠날 수 없는 지금, 가장 그리운 것은 무엇인가요?

Q. 생각만으로도 설레는 유럽의 풍경이 있나요?

Q. 죽기 전에 유럽의 단 한곳만 갈 수 있다면 어디를 선택할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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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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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저한 계산이나 계획보다, 감각이나 느낌만으로 떠올려보는 유럽여행이라는 시각으로 접근해 보니 좀 더 로맨틱한 느낌이 든다.

하나에서 다른 것으로 넘어가는 사이 놓친 풍경이라던가, 그때 느낀 감정이라던가, 먹었던 음식들이 새록새록 떠오르며 자투리 시간마저 소중하게 다가온다.

'그때의 순간들을 당시에 남겨두었으면 더 좋았을 것을'하는 생각이 들며 아쉬움도 남는다. 더불어 약간의 돌발행동(이를테면 갑자기 낯선 곳에서 생각나는 이에게 엽서 보내기)을 해봤어도 재미있는 경험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나에게 있어 유럽여행은 텍스트나 지식으로만 알고 있던 스케치에 경험이라는 파스텔톤을 입히는 느낌인데, 이 책을 말미암아 더 많은 유럽 도시들을 탐방해 봐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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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아무래도 내가 너를 - 나태주 한서형 향기시집
나태주.한서형 지음 / 존경과행복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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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언어와 향기로 가득했던 책!"


단순한 시집으로 존재하기 보다, 다양한 콜라보를 통해 만나는 나태주 시인의 시는 색다른 맛과 느낌을 선사한다. 이번에 만나본 책은 향과 함께 한 시집으로, 일명 '향기 시집'이다.

손에 집어 든 순간부터 후각을 자극하며 향으로 먼저 다가왔던 이 책은 나무 향과 꽃 향, 흙 향이 어우러진 느낌을 풍기며 호기심을 자극했다.

덕분에 한참을 킁킁거리며, 향기에 빠져있었다. 또 시를 읽는 내내 사랑의 언어와 향에 매료되어 이색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책에 들어가기에 앞서 저자는 '책 사용법'이라는 페이지를 통해 독자에게 책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이 중에서 개인적으로 추천하고 싶은 방법은 세 번째 방법인 '너무 힘든 날 마음을 사랑으로 채우고 싶을 때'에 서술한 내용이다.

나태주 시인은 가장 소중한 사람은 '나'이며 나를 소중히 해야 남에게 나눠줄 마음도 생긴다고 말하고 있는데, 에너지가 방전되는 날이 많은 요즘을 사는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방법이 아닐까 한다.


총 4부로 구성된 이 책을 살펴보면, 3부까지는 사랑에 대한 시를 담고 있고 4부는 두 작가가 사랑에 대해 주고받는 인터뷰 형식의 글이 담겨있다.

향을 느끼며 사랑에 대한 시를 만나는 것도 좋았지만, 사랑의 의미를 인터뷰 형태로 나눈 두 작가의 솔직 담백한 에세이 글은 '사랑'을 다시 생각해 보게 했다.

읽는 내내, 그리고 읽고 나서도 한참을 손에 물든 향기 덕에 '사랑'을 곱씹어 보게 만든 이 책을 이제부터 소개해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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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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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 시인
첫 시집 <대숲 아래서>를 출간한 후 <좋은 날 하자>까지 50여 권의 시집을 펴냈고, 산문집, 향기 시집, 그림 시집, 동화집 등 200권이 넘는 저서를 출간했다.


■한서형 향기 작가
식물의 향기를 예술로 표현하는 국내 1호 향기 작가.
눈에 보이지 않는 향을 다루는 일을 지극히 시적이고 영적이라 여겨 매일 명상하고 '행복할 때만 향을 만든다'라는 원칙을 고수한다. 작가가 만든 향기의 영혼이 결국은 향기 작품을 통해 사람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질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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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또 다른 주인공 '향'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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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 시인의 전집에 수록된 칠천여 편의 시를 읽고 또 읽으며 '사랑'을 고르고, '사랑' 향기를 그렸다. 그렇게 시작은 달콤했다가 매혹적이었다가 격렬했다가 포근해졌다. '사랑은 동그라미'라는 나태주 시인의 말을 마음에 품고 동그라미를 닮은 향을 계속 그렸다. 

어느 여름날 아침, 한 달 전 만들어 숙성 중인 향기를 맡은 후 또다시 '실패 분류'로 옮겨두고는 축 처진 어깨로 정원을 거닐 때, 문득 어디선가 다정한 향기가 말을 걸었다. 올해 키우기 시작한 식용 장미 '로사 라즈베리'였다.

갓 피어난 분홍색 꽃잎을 한 장 따서 흐르는 물에 씻어 입에 넣고 씹으니, 머리끝까지 장미 향이 솟아오르며 금세 기분이 좋아졌다. 사랑이 차올랐던 것.

그렇게 스케치북을 펼쳐 장미를 그리다가 동그라미를 그리고 동그라미 두 개를 겹치면 하트 모양이 되는 걸 발견했다. 동글동글 하트. 물을 충분히 머금은 붓으로 몽글몽글 하트 구름을 그리고 튼튼한 줄기를 더하고, 자그마한 이파리까지 그리고 나니 귀엽고 사랑스러운 꽃이 되었다. 세상에 없는 꽃, 모두 분홍색인 '사랑꽃'. 이내 이 꽃에 향기를 만들어 주기로 결심하게 된다.

그렇게 주인공을 장미로 정하니 함께 할 향들이 자연스레 떠오르게 된다. 우선 페르시아어로 '신의 선물'이라는 뜻을 가진 '야스민'이 어원인 재스민 앱솔루트는 '향기의 왕', '밤의 여왕'이라 불릴 정도로 강렬하고 매혹적인 향이다.

때를 맞추어 정원에서 피어난 듯 자연스러운 비율을 찾아내고 일랑일랑과 로즈 제라늄을 더해 사랑이 시작되는 순간을 응원한다. 그리고 용기를 북돋워 사랑을 지키는 힘을 주는 샌들우드와 시더우드, 페루 발삼이 어우러진 나무와 나뭇진이 튼튼한 가지처럼 향을 지탱한다.

가만히 눈을 감고 조금 더 음미해 보면,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향이 나는 새싹이 돋는 순간을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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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시작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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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 시인과 담소를 나누다가 "향기 시집이 하나의 장르가 되면 좋겠어요."라는 말이 씨앗이 되어 '사랑', '소망', '감사', '행복'이라는 주제로 시와 향을 담은 향기 시집 시리즈를 구상하게 되었다고 한다

"사랑은 분홍색, 소망은 하늘색, 감사는 초록색, 행복은 노란색이에요."라고 색도 골라 주었다고 하는데, 이를 나태주의 사원색이라고도 말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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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배운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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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각'이라는 시에 쓰인 표현 중 '바장이다'라는 표현이 있다. 이는 두 가지 뜻을 가지고 있는데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부질없이 짧은 거리를 오락가락 거닐다.
2.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어서 머뭇머뭇하다.


=====
사랑의 '시'와 '향기' 음미하기
=====

책을 손에 집어 든 순간부터 향은 후각을 지배하기 시작한다. 페이지를 넘길 때는 더 강하게, 그리고 한곳에 집중할 때는 은밀하게.

책을 덮고 난 이후에도 향은 계속 그 자리에 남아 오랫동안 '사랑'을 추억하라고 부추긴다. 삭막했던 책장의 주변 책들까지 사랑에 뒤덮이는 느낌이다.

시를 다 읽고 난 후 새로이 다시 정리하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 의도했는지는 모르겠으나 나태주 시의 마지막 단락에만 마침표(.)가 찍혀있다.

이 책에 실려있는 모든 시가 그러하다.


***

-----
사랑은


사랑은 두 사람이
마주 보는 것이 아니라
나란히 앉거나 서서
한 곳을 바라본다는 말 맞다
(...)
같은 곳을 바라보고
같은 소리를 듣고
때로는 같은 생각을 하며
조금씩 조금씩 상대방을
닮아간다는 것!
그것이 사랑이 아닐까
얼굴 표정도 닮아가고
목소리도 닮아가고
생각도 닮아가고
끝내는 사는 모습이며 몸짓까지 닮아
그래서 끝내는 편안해지는 것
그것이 아닐까?
22페이지 中
-----

누군가 나에게 평생을 함께 하고 싶은 사랑에 대해 묻는다면, 나는 위의 시로 답하고 싶다. 마주 보는 것이 아니라 같은 곳을 바라보는 것이라고. 그러다 이내 서로의 몸짓과 사는 모습까지 닮아가는 것이라고. 그래서 함께 있는 것이 편안하다 느끼는 것이라고 말이다.


-----
사랑은 이제


사랑은 이제
나의 일이 아니다
사랑은 이제 너의 일이다
네가 내게로 오면 사랑이고
네가 내게로 오지 않으면
그냥 사랑이 아니니까

사랑은 아주
단순하고도 쉬운 것
그러나 세상 어느 것보다도
힘들고 까다로운 것
그것은 이미 사랑이
나의 일이 아니고
너의 일이기 때문

다만 나는 오늘도
너를 기다리는 사람
언덕 위에 버려진
하나의 돌덩이

혼자서 꿈꾸고
혼자서 꽃을 피운다.
26페이지 中
-----

짝사랑의 고백처럼 느껴지기도 하나, 한편으로는 이처럼 절절한 사랑고백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나에게 있어 사랑은 단순하고 쉽지만 너의 선택을 기다리는 나에게 있어 사랑은 '세상 어느 것보다도 힘들고 까다로운 것'이라는 말은 깊은 공감을 자아낸다.

나는 완전히 너에게 마음을 굳혔다는 믿음과 온 사랑을 다 주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프러포즈나 결혼식의 서약의 글로도 손색이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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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당신은 왜 내가
우산을 가졌으면서
우산을 펼치지 않고 그냥
길을 가는지 모르시지요?
두 손에 가방을 들었기 때문이라구요?
아닙니다
당신이 받쳐주는 우산 속에 나도 들어가
당신과 함께 걸어보고 싶어서입니다.
3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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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시작하는 연인의 달콤한 모습이 연상되는 시다. 슬쩍 자신의 마음을 내보이며, 함께 우산을 쓰는 연인 사이가 되고 싶다는 고백과도 같이 느껴져 풋풋함과 함께 확 마음을 사로잡는 달달함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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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 사랑은


때로 사랑은 같은 느낌을 갖는다는 것
함께 땀 흘리며 같은 일을 한다는 것
정답게 손을 잡고 길을 걷는다는 것

그것에 더가 아닙니다

때로 사랑은 서로 말이 없이도
서로의 가슴속 말을 마음의 귀로
알아들을 수 있다는 것

그보다 더 좋을 게 없습니다.
43페이지 中
-----

사랑은 이것에 '더'해 무엇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그냥 그 자체로 좋은 것이 아닐까?


-----
사랑은


사랑은 형식이 아닙니다
굴레가 아니고 껍질이 아니고
억지가 아닙니다

사랑은 형식을 벗어나야 합니다
굴레를 벗고 껍질을 벗고
억지를 벗어야 합니다

그래서 사랑은
마음과 마음이 만나야 합니다
생각과 생각이 만나야 합니다
느낌과 느낌이 만나야 합니다
꿈과 꿈이 만나야 합니다.
6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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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속 내면을 마주하는 것! 그래서 형식을 벗고, 굴레를 벗고, 껍질을 벗고, 억지를 벗어야만 비로소 마주할 수 있는 것!

우리 안에 깊이 감춰준 마음과 생각과 느낌과 꿈이 만나야 비로소 진짜 사랑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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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이 말하게 하라 4


꽃은 멀리서 볼 때 꽃답고
산은 멀리서 볼 때 산답다
하늘의 흰 구름도 멀리서만이
흰 구름이고
강물도 멀리서만이 강물인 것,
너 또한 멀리 있을 때
너답고 아름다워라
만나서보다는 헤어져서 더욱 너는 너이고
앞모습일 때보다는 옆모습일 때
너는 더욱 아름다워라
그리하여 끝내
내게서조차 잊혀지므로
너는 하나의 향기가 되리.
6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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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게 여운이 남는 시다. 나와 가까운 사이일 때는 미처 알지 못했던 너를, 나와 멀어졌을 때에야 비로소 너다운 모습을 발견한다는 말은 이제 추억으로 남은 사이라는 말이다.

긴 시간이 지난 후 잔향으로만 남은 너를 추억하는 시를 읽으며, 문득 가까이에 있는 너를 다시 떠올려 보게 만든다. 너무 가까이에 있어 미처 너의 매력을 알아채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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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유꽃만 그런 게 아니다


이름을 알게 되면
자주 눈에 띈다

사랑하는 마음을 갖게 되면
더욱 자주 눈에 띈다

그리워하게 되면
못 잊는 그 무엇이 된다

마침내 눈앞에서 사라졌을 때
가슴속으로 들어와 꽃으로 바뀐다.
8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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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그렇게 마음으로 들어온다. 그리고 이미 마음에 들어찬 그것이 사라졌을 때 우리는 뒤늦게 '사랑'이었음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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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답함


예쁘지 않은 것을 예쁘게
보아주는 것이 사랑이다

좋지 않은 것을 좋게
생각해 주는 것이 사랑이다

싫은 것도 잘 참아주면서
처음만 그런 것이 아니라

나중까지 아주 나중까지
그렇게 하는 것이 사랑이다.
10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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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사랑에 대해 누군가 묻는다면 위의 시로 답해보자. 사랑하면 콩깍지가 씌인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예쁘지 않은 것을 예쁘게 보아주고, 좋지 않은 것을 좋게 생각해 주는 것.

여기에 더해 싫은 것도 참아주며 평생을 그렇게 함께 하는 것이 사랑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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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오래 함께 마주 앉아서
바라보는 것

말이 없어도 눈으로 가슴으로
말을 하는 것

보일 듯 말 듯 얼굴에
웃음 머금는 것

그러다가 끝내는 눈물이 돌아
고개 떨구기도 하는 것.
14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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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면 떠오르는 일련의 모습들을 다 담고 있는 시다. 마주 바라보고, 눈빛으로 말하고, 입가에 웃음이 가시지 않다가도 불현듯 눈물짓게 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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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향기에 대해 향기 작가 한서형이 묻고 시인 나태주가 답한 내용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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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서형 Q.
사랑이란 무엇일까요?

■나태주 A.
사랑은 나를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이에요. 나를 소중하게 생각하면 사랑이 마르지 않아요. 내가 소중하니까 엄마가 소중하고, 내가 소중하니까 네가 소중한 거예요, 모두는 아니겠지만 대부분 누군가를 사랑하는 건 그 사람이 나에게 필요한 것을 가지고 있어섭니다. 특히 상대에게서 내가 꿈꾸는 것이나 자기 마음속에 있는 이데아를 발견했을 때 사랑하게 되죠.

사랑은 이기적입니다. 자기를 사랑하니까 남을 사랑하는 거예요. 만약에 연인 사이에 상대에게 폭력적이라면 그 사람은 자기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겠지요.


■한서형 Q.
시인님의 사랑은 어떠셨어요?

■나태주 A.
나는 사랑이 제일 어려웠어요. 사랑을 제대로 못 해봐서 사랑 시를 많이 썼어요. 사랑을 완전하게 했다면 아마 사랑 시를 쓰지 않았을 겁니다. 사랑에 대한 미흡함과 그리움, 호기심이 있어서 쓰는 겁니다.


■한서형 Q.
지금 누군가를 사랑하거나 사랑하고 싶은 독자에게 한말씀 해주세요.

■나태주 A.
가장 소중한 사람은 '나'입니다. 내가 가진 것이 없는데 어떻게 남에게 나누어 주겠어요. 내가 더 부드럽고 더 따뜻하고 아름답고 좋은 것을 가졌을 때 다른 사람에게도 줄 수 있는 거예요.

사랑은 사람을 살게 하는 에너지라고 생각해요. 사람은 한시도 사랑 없이 살 수 없어요. 세상 모든 사람이 사랑을 포기하지 말고 살면 좋겠어요.

지나치게 뜨겁지 않은 사랑, 너무 성급하지 않은 사랑, 가까이에 있지 않아도 늘 마음속으로 그를 위해 기도하고 응원하는 사랑을 하시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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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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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사랑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사랑'에 대해 새삼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더불어 나를 다독이고 위로하는 것 앞에 우선해야 할 것이 '나를 사랑하는 것'임을 깨닫는다.

또 나를 사랑하는 마음이 있어야 타인을 이해하고, 사랑하고, 보듬을 마음이 생긴다는 것도 배웠다. 어떤 책에서 타인을 위해 살라는 말이 그토록 이해가 가지 않았는데, 결국 그 말은 나를 사랑하라는 말임을 이제는 안다.

나를 소중히 여기고 사랑하는 마음을 시작으로, 타인을, 더 나아가 세상을 사랑하며 살아보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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