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유럽 예약 - 나의 유럽 드리밍북
청춘유리 지음 / 허밍버드 / 2021년 1월
평점 :
언제나 여행을 꿈꾸는 나에게 있어 여행책은 사전 답사와 같은 느낌을 준다. 심지어 이미 다녀온 곳조차 책을 통해 다시 돌아보다 보면, 새로운 곳이 되어 버려 복습이 아닌, 예습이 되어 버린다.
계절에 따라, 시간에 따라, 각도만 달리해도 다르게 보이는 여행지의 풍경 덕에 언제나 여행책은 설렘과 기대감을 안겨준다.
이 책도 그런 부푼 마음을 안고 읽기 시작했는데, 읽다 보면 어느새 유럽의 전경들이 스쳐지나 가는 느낌을 많이 받게 된다. 계절에 만날 수 있는 꽃이 핀 정원, 사람들의 모습, 바람과 온도 등이 떠오르며 여행지만의 매력을 흠뻑 만끽하게 된다.
이 책에는 특정 지역에 대한 소개나 가는 방법, 여행 팁과 같은 내용들은 만날 수 없다. 오롯이 저자의 흔적을 따라 걷는 길과 풍광, 그리고 저자가 남긴 여행에 대한 소감만 있을 뿐이다.
여기에 더해 나머지 공간은 여행지에서의 사진과 독자들의 메모를 위한 공간으로 채워지며, 독자들 역시 유럽 여행을 꿈꾸게 만든다.
총 41개의 MOMENT로 구성된 이 책에는 저자가 유럽 여행을 하며 느낀 소감과 사진, 그리고 독자를 향한 질문과 유럽 여행을 꿈꾸는 이들을 위한 메모 공간으로 가득 차 있다.
특히 MOMENT에 남긴 메모들을 보다 보면, 과거 여행했던 순간을 떠올리게 만든다. 이륙하기 전 비행기에 탑승했을 때의 설렘, 여행하면서 만나게 되는 이국적인 풍경, 향기를 통해 새삼 깨달은 낯섦, 문득 느껴지는 공허함이나 위로 등과 같은 감각들이 되살아 나며, 다시금 여행했던 그때 그 순간으로 데려다 놓는다.
그래서 이 책은 어떤 정보를 얻기 위한 목적이라기 보다, 여행 그 자체를 느낄 수 있는 책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더불어 여행을 통해 나를 돌아보고, 여행했을 때의 감각을 되살려 오감으로 여행의 느낌을 만끽할 수 있는 책이라 할 수 있겠다.
여행은 하고 싶지만 여러 여건상 당장 떠날 수 없다면, 이 책으로나마 잠시 유럽 여행을 떠나보자! 준비되었는가? 유럽행 티켓을 예매하는 것부터 시작이다.
Are you ready?
.
.
=====
이 책을 활용하는 법
=====
이 책 곳곳에는 저자가 독자를 위해 마련해 둔 페이지들을 만나볼 수 있는데, 이를테면 이런 것들이다.
나만의 루트를 짜기, 여행 일정 짜기(먹고 싶은 것, 가볼 만한 곳, 사고 싶은 것 등), 방문지(박물관, 미술관, 스포츠 경기장 등)의 티켓 수집 후 기록하기, 나만의 다이어리 작성, 여행지에 걸맞은 플레이 리스트 남기기, 엽서적기 등.
그냥 돌아보고 오는 것만으로는 오래 기억되지 않는다. 이처럼 다양한 방법으로 여행지를 탐색하고 기록으로 남기다 보면 더 의미 있는 여행이 되지 않을까 한다.
=====
자세히 들여다보기
=====
-----
남프랑스가 가장 아름다워지는 7월이 찾아왔다. 여름이 만개할수록 이 땅은 보랏빛을 머금고 풍만해진다.
(...)
해가 떠오르자 라벤더들은 더욱 또렷하게 흔들렸고, 서 있던 모든 이들이 하나같이 같은 곳을 응시했다.
40페이지 中
-----
남프랑스는 나의 버킷리스트에 있는 여행지 중 하나로, 개인적으로 꿈꾸는 풍경은 노란 미모사가 핀 풍광이다. 한 소설책을 읽고 머릿속으로만 늘 상상하고 있던 풍경인데, 이 책에서 보랏빛이 물든 라벤더의 풍경을 보다 보니, 그냥 계절 상관없이 남프랑스를 다녀오는 것이 더 시급해 보인다. 어쩜 이렇게 예쁜 색을 입고 있는지, 그저 감탄만 나올 뿐이다.
-----
여행을 사랑하는 이유는 아주 단순한 것으로부터 온다. 속계에서 떠나 낭만 속에 살고 있는 듯한 착각인지 현실인지 모를 여행지에서 누군가의 눈치를 보지 낳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 타고 가던 기차에서 내려 목적지 없이 길을 걸어도 불안해하지 않는 것. 언제고 내 행복을 선택할 수 있는 것.
54페이지 中
-----
여행지에서 나는 더 자유로워진다. 어쩌면 그래서 여행을 더 사랑하는지도 모르겠다. 지금 살고 있는 이 땅에서 묶여있던 굴레, 관습, 나이, 성별 등에서 풀려나며 나는 자유인이 된다.
덕분에 여행지에서 만나는 사람들과는 쉽게 친해지고, 또 쉽게 마음을 터놓게 되는 것 같다. 그냥 나 자체로 행복할 수 있는 순간, 그게 바로 여행이 아닐까 한다.
-----
여행은 내게 늘 치열했지만 매 순간이 새로움이었고, 네 삶에 즐거움이 있다면 이런 것이다 하고 알려 주는 우거진 숲속의 표지판 같았다. 그리고 그보다 중요한 것은, 도망치고 포기하고 늦어서 좌절하는 것이 인생의 실패와는 무관하다는 사실을 알려 주었다. 여행에 대단한 의미를 부여하려는 마음은 아니지만 역시나 가 본 사람은 안다. 큰 것을 얻으려 하면 뭔가를 잃어버려 가벼워지게 하고, 비우고 나면 생각지도 못한 것들을 채우게 만드는 것이 여행이라는 것을.
55페이지 中
-----
실제로 여행을 다녀온다고 해서 일상에서 크게 바뀌는 것은 없다. 하지만 내 마음만큼은 다르다. 새로움과 즐거움을 얻고, 또 인생을 조금은 더 너그럽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조금 천천히 가도 된다는 것을, 많은 것을 꼭 소유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배우게 된다. 비운만큼 채울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또 가벼운 발놀림을 위해서는 어깨에 짊어진 짐이 가벼워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일상으로 돌아갔을 때 가지고 있던 상념들을 많이 내려놓게 된다.
이처럼 여행은 나를 비우고 새롭게 다짐을 하게 만든다. 덕분에 쓰러지지 않고 인생을 나아갈 수 있게 해준다. 그래서 자꾸 여행을 꿈꾸게 되나 보다.
=====
유럽 풍경 만나보기
=====
Q. 가장 가고 싶은 유럽의 도시는 어디인가요?
Q. 때때로 여행은 냄새나 소리, 색깔로 기억되기도 하죠.
당신에게 유럽은 어떤 모습인가요?
Q. 당장 떠날 수 없는 지금, 가장 그리운 것은 무엇인가요?
Q. 생각만으로도 설레는 유럽의 풍경이 있나요?
Q. 죽기 전에 유럽의 단 한곳만 갈 수 있다면 어디를 선택할 건가요?
=====
마무리
=====
철저한 계산이나 계획보다, 감각이나 느낌만으로 떠올려보는 유럽여행이라는 시각으로 접근해 보니 좀 더 로맨틱한 느낌이 든다.
하나에서 다른 것으로 넘어가는 사이 놓친 풍경이라던가, 그때 느낀 감정이라던가, 먹었던 음식들이 새록새록 떠오르며 자투리 시간마저 소중하게 다가온다.
'그때의 순간들을 당시에 남겨두었으면 더 좋았을 것을'하는 생각이 들며 아쉬움도 남는다. 더불어 약간의 돌발행동(이를테면 갑자기 낯선 곳에서 생각나는 이에게 엽서 보내기)을 해봤어도 재미있는 경험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나에게 있어 유럽여행은 텍스트나 지식으로만 알고 있던 스케치에 경험이라는 파스텔톤을 입히는 느낌인데, 이 책을 말미암아 더 많은 유럽 도시들을 탐방해 봐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