싯다르타 책세상 세계문학 11
헤르만 헤세 지음, 박종대 옮김 / 책세상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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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은 말로 전달할 수 없고, 가르치거나 배울 수 없다. 직접 경험하는 것만이 답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문득 '헤르만 헤세'의 소설은 처음이라는 걸 깨달았다. 앞서 인문, 에세이, 글쓰기, 필사 책등은 접해봤는데 소설만큼은 책 목록에 넣어둔 채, 아직 읽어보지 않았음을 깨닫는다. 덕분에 보다 호기심 어린 눈으로 그의 '첫 소설'을 읽을 수 있는 영광을 누릴 수 있었다.


앞서 읽었던 헤세의 책들과 이 책은 확연히 차이 나는 색채로 나를 놀라게 만들었는데, 직설적이고 현실적인 이야기로 깨달음을 줬던 전작들과는 다르게, 이 책은 동양적 느낌과 종교적 느낌을 강하게 풍기며, 매력적인 이야기로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직접적 경험'임을 확실히 어필하고 있었다.


이를 통해 '아는 것'과 '경험을 통해 깨달은 것'은 확연히 차이 나는 것임을, 더불어 결과와는 상관없이 경험을 통해 몸으로 익힌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깨달은 계기가 되기도 했다.



총 2부로 구성된 이 책은, 인도의 최상위 계급인 바라문 계급에 속하는 싯다르타의 성장과 깨달음의 여정을 담고 있는 책으로, 단순한 수행과 배움으로는 진정한 나를 찾을 수 없으며, 직접적인 경험을 통한 깨달음만이 나를 발견하고 성장시킬 수 있음을 알려주는 책이다.


종교와 동양적 색채를 강하게 풍기지만, 실상 내밀한 이야기를 뜯어보면 결국 '진정한 나'를 찾는 방법을 전하는 책으로 현재의 우리 삶에도 충분히 적용할 수 있는 내용이다.


우리는 가끔 타인이나 외부의 요인을 통해 내부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잘못된 방법이며 직접적으로 체험하고 경험하는 것을 통해 결국 나만의 해답을 찾을 수 있다고 이 책은 전한다. 그리고 이것은 싯다르타의 고행과 여정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또 싯다르타가 성장을 이어나가는 과정 중에 우연히 마주친 아들을 통해 자신의 아버지를 떠올리는 장면은 '나'를 넘어서 다음 세대의 경험 또한 존중해야 함을 이야기한다.


부모라는 이름으로,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가둬두거나 휘두르기 보다 그 또한 한 사람으로서 스스로 자립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집착을 내려놓고 놓아주는 것이 진정한 사랑임을 전한다.


이로써 나를 발견하고 성장시키는 방법, 또 나를 통해 태어난 다음 세대를 진정으로 보듬고 사랑하는 방법까지 함께 전하며 '사랑'과 '성장'의 이야기를 맛깔나게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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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략히 살펴보는 싯다르타의 성장 과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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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기: 오직 신들과 제사에만 열을 올림

■청소년기: 고행과 사색, 마음 수련에만 관심을 둠. 브라흐만을 찾고 영원한 아트만을 숭배

■청년기: 참회자들을 따라 숲에서 생활. 더위와 혹한에 달렸으며 굶주리는 법과 육신을 죽이는 법을 배움. 붓다의 가르침을 얻어 이 세상의 통일성이 내 몸속의 피처럼 내 안에서 순환하고 있음을 느낌.


이후 세상 속으로 들어가 카말라에게서 사랑의 기술을 배웠고 카마스와미에게서 장사를 배워 돈을 모으고 탕진했으며 기름진 음식으로 배를 채우고 감각의 비위를 맞추는 법을 배움. 그렇게 맑은 정신을 잃었고 사색하는 법을 망각했으며 세계의 통일성까지 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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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단계로 살펴보는 싯다르타의 일생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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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2부로 나누었지만, 이 책을 읽으며 변화와 깨달음에 따라 6단계로 나누어 정리해 보았다. 스토리를 통해 싯다르타가 스스로를 찾아가는 여정을 함께 해보자.



1. 바라문(브라만 계급)의 아들 싯다르타

바라문은 성직자 계급으로, 종교적으로 보면 경전에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고 믿는 교종이며, 세속적으로는 많은 재산을 소유하고 훌륭한 저택에서 풍족하게 사는 지배 계층이다.


바라문의 수려하고 총명한 싯다르타는 사람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으며 훗날 훌륭한 사제 혹은 바라문의 제후가 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존재로 성장하게 된다. 그는 모두에게 사랑을 받았고 존재 자체가 이미 모든 이의 즐거움이자 기쁨이었다.


그러나 싯다르타 자신은 수련할 때도, 몸을 씻을 때도, 제사를 올릴 때도, 경전을 읽을 때도 기쁨을 느끼지 못했고 스스로에게서 더 이상 즐거움을 찾기 못하게 된다. 여기에 더해 정신적 혼란이 찾아오면서 고뇌에 빠지게 되고 어느 순간 목마름과 허기에 허우적 거리게 된다.


그러면서 어느순간 진정한 마음속 평화를 외부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속의 변하지 않는 아트만(참나)에서 찾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의문을 가지게 되면서 집을 떠나기로 결심하게 된다.


이로써 아버지에게 사문이 되겠다는 통보를 하게 되고, 무리한 허락을 받은 후 싯다르타는 신들과 경전, 부모를 버리고 집을 떠나게 된다.



2. 사문이 된 싯다르타

집을 떠나 사문에 합류한 싯다르타는 그를 따라온 오랜 친우 고빈다와 함께 속세를 떠나 숲에서 금욕과 고행으로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수행하며 지내게 된다.


싯다르타에게는 오직 한 가지 목표밖에 없었는데, 나를 죽이고, 내 안의 모든 것을 비워 안식을 찾고, 나에게서 벗어난 사유 속에서 기적의 문을 여는 것이 목표였다.  하지만 아무리 열심히 수행해도 잠시의 안식만 얻을 수 있을 뿐 이내 현재의 나에게로 되돌아오게 되는것을 경험하게 된다.


수없이 나를 떠나 내가 아닌 상태로 머물렀지만 결국 다시 나에게 돌아오는 것을 통해 자신에게 부과된 윤회의 고통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느끼게 되면서 사문에서는 더 이상 자신이 찾는 것을 발견할 수 없음을 깨달은 싯다르타는 사문을 떠나기로 결심하게 된다.


더불어 '배움을 통해서는 아무것도 깨달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들이 사문에서 수행한지 삼 년가량 되었을 때 여러 경로로 고를 극복하고 윤회의 수레바퀴를 멈추게 한 붓다, 즉 진리를 깨달은 성인이 나타났다는 소문을 듣게 된다.


이로써 싯다르타는 사문을 떠나 붓다의 설법을 들으러 떠나게 된다.



3. 붓다와 만난 싯다르타

붓다와 만난 싯다르타는 그의 설법보다 신비스러운 미소와 깊고 차분한 시선, 그리고 기품 있는 걸음걸이에서 더 깊은 감동을 받게 된다.


그리고 이내 붓다의 제자가 되기로 한 친우 고빈다는 남겨두고, 홀로 다시 붓다를 떠나 직접 세상과 부딪혀 보기로 한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자기 자신에게 배우고, 자기 자신의 제자가 되고, 자기 자신에게서 알아내겠다고 다짐하게 된다. 그렇게 마음먹자 다시 태어난 기분을 느끼게 된다. 더불어 그와 함께 주변 세상도 달라 보인다.


그는 '나도 나 자신의 가장 깊은 내면까지 들어가 보겠어'라는 다짐으로, 앞으로 내면의 목소리가 명령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따르지 않을 생각을 하게 된다. 그렇게 세상 속에서 생각과 감각이 이끄는 대로 살아보며 자신을 지켜보기로 한다.


붓다와 벗 고빈다를 떠난 싯다르타는 그동안 자신을 두려워하고 나로부터 도망쳤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잃어버린 자신을 제대로 알고 배우기 위해 길을 떠나게 된다.



4. 세속에 뛰어든 싯다르타

먼지 투성이의 빈털터리였던 싯다르타는 뱃사공 '바수데바'의 도움으로 강을 건너 인간 세상에 다다르게 된다. 그리고 처음 마주한 것은 창부 카말라로, 그녀를 통해 사랑을 배우고, 이 여자를 탐하기 위해 재물을 모으게 된다.


또 바라문 시절 배운 지식과 사문 시절에 익힌 인내와 사색하기 단식하기를 통해 부유한 상인 카마스와미로부터 재물을 모으는 방법도 익히게 된다. 그렇게 억눌렀던 감각에 눈을 뜨게 되면서 싯다르타는 육욕과 세속적 쾌락에 빠져들게 된다.


처음에는 놀이하듯 무심히 즐기지만 차츰 세속에 물들며 영혼이 병들게 된다. 여기에 더해 도박에 빠지게 되면서 소유욕에까지 사로잡히게 된다. 그가 가진 재산과 부는 이제 그를 옥죄는 쇠사슬과 짐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렇게 노름을 통해 부를 잃었다 얻었다를 반복하고 채무자들을 혹독하게 몰아붙이면서 무의미한 악순환을 거듭하던 때 꿈속에서 경고장을 받게 된다. 카말라가 키우던 '새'가 죽은 것이다. 이 '새'는 참나가 죽은 것을 뜻하는 것으로 이를 통해 그는 허탈감을 느끼게 되면서 모든 세속의 삶을 정리하고 도시를 떠나게 된다.


그리고 이제 더는 자신에 대해 더는 알고 싶은 것이 없었던 그는 죽을 결심으로 다시 예전에 그 강가에 다다르게 된다. 그리고 불현듯 어떤 소리를 듣게 되는데, 단 한 음절, '옴'이라는 말이 싯다르타의 귓전을 울리게 된다. 이후 그는 정신이 깨어나고 지금 하려는 행동의 어리석음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그대로 깊은 잠에 빠져든 싯다르타는 오랜만에 단잠을 자게 된다. 깨어난 후 기묘한 기쁨과 호기심에 젖어 세상을 바라보게 되면서 다시 살아갈 결심을 하게 된다. 더불어 꿈속에서 죽었다고 생각했던 '새'는 아직 죽지 않았음도 알게 된다.


또한 그는 여태껏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온 모습 모두 자신이었음을 깨우치고 직접적인 체험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5. 세속에서 벗어나 다시 마음의 평화를 찾은 싯다르타

다시 새로운 깨달음을 얻은 싯다르타는 다시 태어난 사람처럼 뱃사공 바수데바의 도움으로 그와 함께 지내며 강에서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그동안 자신의 삶에 대해 바수데바에서 모두 털어놓으며, 그에게서 경청을 배우고 싶다는 청도 하게 된다.


바수데바는 모두 강을 통해 배운 것이라며, 함께 지내다 보면 배우게 될 것이라 말한다. 싯다르타는 사공의 집에 머무르며 나룻배 다루는 법과 논에서 일하는 법, 땔감을 장만하는 법, 바나나를 따는 법, 노를 만들고, 나룻배를 수리하고, 바구니를 따는 법 등을 배우게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강을 통해 경청하는 법도 배우게 된다. 또 물소리를 들으며 강에는 시간이 존재하지 않으며, 현재만 있을 뿐이라는 것을 마음으로 느끼면서 마음의 평화를 찾게 된다.




6. 세속적 인연의 마지막 끈인 아들과의 만남

그렇게 평온하게 지내던 싯다르타와 바수데바는 어느 날 붓다가 중병이 들어 곧 열반에 들 거라는 소식을 듣게 되고 제자들을 비롯한 사람들이 강을 건너 붓다를 만나러 가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그러던 중 붓다를 보기 위해 길을 떠나던 오래전 연인이었던 카말라와 재회하게 되고 함께 있던 소년이 자신의 아들임을 직감하게 된다. 하지만 뱀에 물려 사경을 헤매던 카말라가 사망하게 되면서 싯다르타는 응석받이 아들을 감당하게 되고 허둥대며 사랑으로 아들을 돌보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아들은 침울해하며 도시로 돌아가기를 바라고 있었고, 싯다르타의 어떤 노력에도 마음을 돌리지 않는다. 하지만 아들에 대한 급격한 사랑과 집착에 빠진 싯다르타는 마음으로는 알지만 차마 아들을 놓아줄 생각을 하지 못하게 되고 그렇게 미루고 미루던 중 아들은 홀로 도시로 도망가게 된다.


싯다르타는 도망간 아들을 찾기 위해 도시로 따라가지만 이내 그 과정에서 자신의 아버지를 떠올리게 된다. 그리고 아버지의 입장과 고통을 이해하게 된다. 그러면서 아들에게도 자신만의 길이 있고 자신은 아들의 인생을 책임져 줄 수 없음을 깨닫게 되면서 더 이상 아들의 길을 방해하지 않고 묵묵히 받아들이기로 결심한다.


이 일로 싯다르타는 차츰 완성에 가까워지기 시작하면서 점차 세상 사람들을 보는 시선과 관점도 완전히 바뀌게 된다. 이제 싯다르타는 운명과의 싸움을 그만두었고 번뇌도 거두었다. 얼굴에는 어떤 의미도 감히 맞설 수 없는 깨달음의 명랑함이 활짝 피어 있었다. 완성을 아는 깨달음이었다.


한때는 세속적인 삶을 사는 사람들을 내려다보며 자신이 세상 사람들보다 우월하다는 오만함과 하찮게 생각하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세상이 완전히 다르게 보이면서 그들 모두가 사랑스럽고 생명력 가득한 삶을 살아가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더불어 그 모든 것들은 사실 자신의 편견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게 된다. 그걸 모두 버리고 나니 온 세상이 아름답고 사랑스럽게 비치게 된 것이다. 세상이 바뀐 것이 아니라 내가 바뀐 것이다.


이 일을 마지막으로 뱃사공이었던 '바수데바'는 그를 떠나 숲으로 떠나고 싯다르타는 홀로 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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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남은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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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존은 죽음으로부터 벗어나는 길을 찾았습니다. 그 해탈은 세존 스스로 노력하고, 자신의 길을 걷고, 사색하고, 마음 수련을 하고, 인식하고, 깨달은 끝에 얻은 것입니다. 다른 이의 가르침으로 얻은 것이 아니라는 말이지요! 세존이시여, 저는 누구도 가르침을 통해 해탈에 이르지는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

세존께서 몸소 겪은 깨달음의 순간에 관한 비밀, 수십만 명 가운데 오직 세존 혼자만 아는 그 비밀이지요. 이게 바로 제가 설법을 들으면서 생각하고 느낀 점입니다. 이런 이유에서 저는 저에게만 의미가 있는 구도의 길을 계속 떠나고자 합니다.


더 나은 가르침을 찾아서 떠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그런 가르침이 없다는 건 이미 알고 있습니다. 저는 온갖 가르침과 스승을 떠나 오직 제 스스로 목표에 도달하거나 아니면 죽을 생각입니다.

4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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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나 어떤 것을 통해 얻은 '깨달음의 지식을 습득'하는 것은 삶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내가 직접 체험하고 경험으로 체득한 것만이 진짜 깨달음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몸소 겪은 깨달음의 순간 또한 나만 아는 것이기에 싯다르타는 '비밀'이라 칭했다. 이것은 직접 경험해야지만 알 수 있는 것들이다.


가르침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은 지금 우리 주변에만 해도 수만 가지다. 중요한 것은 그 가르침을 내가 어떤 식으로 나에게 적용시키고 직접 체험하느냐다.


아는 것에서 그치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말이다. 성공하는 법, 더 잘 사는 법, 예뻐지는 법 등 수만 가지 지식을 배우려고만 해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여기에 더해 내가 직접 해보며, 노력하고, 나에게 맞는 것을 찾는 과정을 거쳐야만 비로소 나만의 '무엇'을 완성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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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경이로운 잠에서 깬 뒤 옴으로 충만한 이 찬란한 시간에 누구인들 무엇인들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일체의 것들을 사랑하고, 눈앞의 모든 것을 즐거운 사랑의 감정으로 바라보게 된 것이야말로 그가 잠을 자는 동안 옴을 통해 일어난 마법이었다. 돌이켜보니 예전에는 마음이 너무 병들어 어떤 인간과 사물도 사랑할 수 없었던 것 같았다.

10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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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푹 자고 난 뒤 옴으로 충만한 시간은 결국 정신적 육체적으로 평화로운 상태를 의미한다. 그동안 세속적인 삶을 통해 마음이 병들어 있었는데, 이 시간을 통해 싯다르타는 치유의 시간을 가지게 된 것이다.


우리 삶도 이와 같다.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자지 못하며, 정신이 혼미한 상태에서는 병들고 시들어 갈 수밖에 없다.


삶에서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라고 묻는다면, 싯다르타의 이 문장을 빌어 정신적, 육체적으로 건강한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덕분에 그는 세상을 즐거움과 사랑의 감정으로 보았다고 말한다. 우리도 마음이 평화로울 때는 세상이 아름답게 보인다. 하지만 병들고 지쳐있을 때는 온통 날카롭고 어둡게 보일뿐이다.


결국 세상을 달리 바라보는 마법은 나의 마음에 달려있는 것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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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생각했다. '그래, 우리가 삶에서 알아야 하는 것들은 모두 스스로 겪어보는 것이 좋아. 세속의 쾌락과 부귀가 좋은 것이 아님은 어린 시절에 이미 배웠어. 그건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이제야 체험하고 깨닫게 되었어. 단순히 머리로만 아는 것이 아니라 눈과 가슴, 배로 알게 되었다는 말이다. 그건 정말 잘한 일이야!'

10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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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것과 직접 겪어보는 것과는 하늘과 땅 차이다. 지식으로 아는 것, 배움으로 아는 것만으로는 완전하다고 이야기할 수 없다.


무엇을 제대로 알고 싶다면, 직접 몸으로 겪어보라. 그것만이 진정한 해답을 가져다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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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단순하고 어리석고 그러면서도 더 없이 강렬한 생명력으로 뜻을 이루려고 하는 충동과 탐욕이 싯다르타에게는 더 이상 유치하게 비치지 않았다. 사람들은 바로 그런 것들을 위해 살았고, 그런 것들 때문에 엄청난 성취를 거두었고, 여행하고 전쟁하고 무한한 고통을 겪고 견뎌냈으며, 그런 것들 때문에 사랑할 수 있었다.

13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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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에 싯다르타가 깨달음을 위해 수행하던 시기에는 사람들을 내려다보며 세속적 삶을 사는 사람들의 행태에 대해 어리석고 유치하다는 시각으로 바라봤었다.


하지만 본인이 직접 나 자신을 발견하기 위해 바라문, 아버지, 사문, 붓다를 버리고 세속적인 삶을 살아보는 경험을 해보면서 결코 그렇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오히려 세속적인 삶 속에서 행해지는 모든 것들이 사실은 살아가기 위한 피나는 노력의 결과물임을 알게 된 것이다. 덕분에 사람들은 많은 것들을 이뤄냈고, 또 고통도 이겨냈으며, 현재를 살아가고 있음을 제대로 깨우치게 된 것이다.


역시 직접 경험해 보지 않고는 제대로 그 속까지 알기는 어렵다는 것을 싯다르타는 깨달은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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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순리를 거스르는 것을 그만두고, 이 세상을 사랑하고, 이 세상을 내가 소망하고 상상하는 완벽한 상태와 비교하지 않으면서 그저 있는 그대로 보고 사랑하고 기꺼이 그 일원이 되는 법을 배우기까지 죄악을 저지르고 색욕과 물욕, 허영심, 치욕적인 절망 상태에 빠질 수밖에 없었네, 그 사실을 몸과 마음으로 알게 되었지. 고빈다, 이게 내게 밀려든 몇 가지 깨달음이네."

152~15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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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돌고 돌아 직접 경험하고 체험한 후에야 알게 되었다는 싯다르타의 이야기를 친우인 고빈다는 얼마큼 이해할 수 있을까? 지금처럼 계속 같은 길을 걷게 된다면 아마도 평생 고빈다는 이해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아무리 직접적으로 이야기해 주어도 이해할 수 없다며 자신을 위해 쉽게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이야기 해달라며 고개를 젓는 것이겠지.


결국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깨달음은 남이 전해주는 것이 아님을, 직접 체험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임을 이 문장을 통해 다시 한번 증명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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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가 마음의 평화를 얻지 못하는 것도 혹시 가르침 때문이 아닐까? 그 많고 많은 말 때문이 아닐까?고빈다, 해탈이나 미덕, 윤회나 열반이라는 것도 결국 말에 불과하네. 열반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네, 다만 열반이라는 말만 있을 뿐이지."

15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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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많은 지식을 습득하는 것은 오히려 마음의 평화를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실천하지 않고 습득만 하는 것은 정보를 교란시키고, 혼란을 야기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존재하는 것은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고, 어떤 사상이나 나만의 믿음에 의지해 다르게 보거나 굴곡진 형태로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싯다르타는 말로 전하는 것, 정보를 가르침으로 얻는 것은 공허한 말에 불과하다고 이야기하면서 친우에게 보다 직접적인 깨달음을 전해주려 하지만, 이에 대해 고빈다는 수긍하지 못한다.


때로는 있는 그대로 사물을 보고 받아들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싯다르타는 강을 보면서 배우고 깨우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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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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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컬러(소설, 동양적, 종교적)의 옷을 입었을 뿐이지 결국 저자인 헤세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명료하며 동일함을 알 수 있다. 현재를 살아가는 데 우리에게 진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여러 형태로 전할 뿐이다.


이 책에서는 특히 싯다르타의 성장을 통해 직접적 경험을 매우 강조했는데, 경험을 중히 여기고 또 경험을 통해 성장한 나 역시 그의 이러한 주제의식에 매우 동감하는 바이다.


섣부른 말과 어딘가에서 얻은 정보만으로 타인의 상황을 함부로 말하고 판단하는 이들은 절대 모르는 진정한 깨달음은, 아마도 같은 경험을 한 이들만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수행을 통해 깨달음을 얻으려 했던 싯다르타가 붓다를 떠나, 세상 속에서 생각과 감각이 이끄는 대로 살아보겠다며 떠난 이후부터는 급격히 흥미로워지는데, 속도감 있게 자신의 삶을 향해 나아가는 그의 성장을 지켜보는 재미가 있을 것이다. 덕분에 주제의식을 떠나 스토리 면에서도 꽤 매력적인 소설임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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