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으로 간 코끼리 보림창작그림책공모전 수상작 5
하재경 지음 / 보림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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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의 삶을 통해 인간의 이기심과 생명 존중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책"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서커스에 들어오게 된 아기 코끼리. 이유도 모른 채 엄마와 헤어져 서커스단에 머물게 되면서 코끼리는 밤낮없이 훈련을 거듭하게 되고, 이후 사람들에게 재주를 부리며 살아가다 결국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이야기다.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흔한 이야기지만, 늘 그렇듯 이 안에서 코끼리의 의사는 어디에도 없다. 그저 이기적인 인간들의 돈벌이와 흥미를 위해 존재했을 뿐이다.


저자는 몇 년 전 사진 동호회에서 마주한 한 장의 사진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 사진은 상아가 뽑힌 채 죽은 코끼리의 모습이었고, 그 장면이 이 책의 출발점이 된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을 통해 저자는 세상 속 나 아닌 다른 존재에 대한 이해와 배려를 말하고 싶었다고 한다. 결국 그것은 진정한 사랑을 의미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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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략 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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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아기 코끼리가 서커스에 오게 된다. 어떤 영문인지도 모른 채 이곳에 머물게 되면서 날마다 쉬지 않고 무언가를 배우게 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코끼리는 배운 것을 하나씩 사람들에게 선보이게 되었고, 사람들의 환호성이 터져 나올수록 조련사는 더욱 어려운 동작을 시키게 된다.


세월이 흐르면서 코끼리는 늙어갔고, 더는 재주를 부릴 수 없게 되자 서커스 단장은 그런 코끼리를 동물원으로 보내려는 계획을 세우게 된다.


이를 듣게 된 코끼리는 심란함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그러던 순간 엄마와 살던 숲을 떠올리게 된다. 그러면서 한 번이라도 철창을 벗어나 숲속을 마음껏 뛰어다니고 싶은 소원을 빌게 된다.


바로 그때 기적처럼 코끼리 앞에 요정이 나타나 철창에서 벗어나게 해주고, 요정과 함께 들판을 가로질러 원하던 숲으로 들어가게 된다.


코끼리는 숲에서 평소 해보고 싶었던 일들을 하나씩 해본다. 이를테면 진흙 목욕을 하기도 하고, 비를 온몸으로 맞아 보기도 한다. 또 배가 고프면 숲에서 자라는 달콤하고 향기로운 열매를 실컷 따 먹기도 한다.


그렇게 숲속을 마음껏 누비다 날이 밝자 코끼리는 사람들에 의해 발견되는데, 그 모습을 보고 사람들은 깜짝 놀라게 된다.


코끼리는 갇혀 있던 철장 안에서, 우리 앞에 핀 꽃을 향해 코를 내민 채 편안한 모습으로 죽은 채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이후 코끼리는 동물원으로 옮겨지는 대신 숲으로 돌아가, 그 일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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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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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관점에서 보면 코끼리는 그저 유흥을 돋워주는 것들 중 하나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코끼리의 입장에서 본 코끼리의 인생은 너무나 처참하고 황망하게만 느껴진다.


이기적인 인간은 자신들의 재미나 돈벌이에만 관심이 있었을 뿐, 그들을 위해 매일 같이 훈련하고 애쓰는 코끼리는 안중에도 없었다.


코끼리는 죽기 전 자유를 찾아 숲으로 떠나는 꿈을 꾼다. 어쩌면 마지막 소원을 그렇게나마 이루고 떠난 것이 아닐까 싶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는 그 존재 자체만으로 존중받고 이해받을 권리가 있지만, 인간들은 무심하게도 자신 외에 다른 것에는 관심이 없다.


코끼리의 입장과 삶에 대해서는 무지할 뿐 아니라 존중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코끼리는 마지막 달콤한 꿈을 끝으로 다시 땅으로 돌아가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며 비슷한 행동을 하는 몇몇 사람들이 떠오르는 것을 보면, 어쩌면 인간들은 다른 생명체뿐 아니라 서로 간에도 비슷한 행동을 취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제는 우리 모두를 위해 서로의 삶의 방식과 존재 자체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고 존중해 주는 태도가 필요한 때가 아닌가 싶다. 그러기 위해서 당장 나부터, 내 주변 사람들부터 있는 그대로 존중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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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빛
장자크 상페 지음, 양영란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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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풍경 속에 자리한 사람들의 순간, 몸짓, 태도, 상황을 잘 포착한 그림 에세이"



말보다는 그림으로, 여름과 그 속에 녹아든 사람들의 모습을 잘 포착한 이 책은 보는 순간 여름의 청량감과 함께 지난날 추억을 떠올리게 만든다.


어린 시절 가족들과 함께했던 여름 피서지의 풍경이나, 내리쬐는 햇볕 속을 거닐며 이곳저곳 정신없이 구경하던 해외여행지에서의 내 모습이 불쑥불쑥 떠오른다.


그 속에서 만난 부서지던 파도의 모습, 시끌벅적하게 떠들며 축제를 즐기던 사람들, 다른 한편에는 그런 소란스러움을 그저 관망하고 즐기던 사람들의 어딘가 익숙한 모습까지 두루 잘 표현되어 있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선 하나로 순간, 몸짓, 태도, 상황을 포착해 세밀하게 표현한 것을 볼 수 있는데, 감정이나 상황을 드러내는 방식 또한 무척 다채롭다는 점이 꽤 인상 깊게 다가온다.


여름의 빛이 항상 밝고, 환하고, 즐거움만 있는 것은 아니며, 때론 혼자, 외로움, 고독, 그리움, 기다림, 차분함, 조용함으로도 표현될 수 있다는 것을 저자는 이 책에 모두 담아냈다. 덕분에 나의 과거 속 추억과도 더 자연스럽게 맞닿은 것이 아니었나 싶다.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여름의 빛부터 찬란함과 파릇한 감성이 묻어 있던 청춘의 빛, 그리고 낭만과 차분함이 곁들여진 중년의 빛까지, 인생 전반의 흐름을 바라보는 느낌도 들어 꽤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상페가 담은 이번 그림책의 테마는 '한여름 휴가지의 정경'이지만, 그 속에는 이처럼 다양한 감정과 상황이 존재한다. 이를 통해 나만의 여름, 나만의 찬란했던 여름의 빛을 떠올려 보면 어떨까 한다.


지금 나의 상황이나 감정 상태에 따라 어쩌면 나는 어린아이와 같은 마음 상태일 수도 있고, 혹은 홀로 여름밤의 낭만을 즐기는 고독한 누군가처럼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글밥이 아예 없어 그저 그림만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책이라 아주 쉽거나 아주 어려운 양극단의 느낌으로 다가올 수 있을 것 같다.


중요한 것은 내 마음이니 그냥 보이는 대로, 느껴지는 대로 받아들여 보면 어떨까 한다.


당신의 마음속에 자리한 여름의 빛은 어떤 모습으로 자리하고 있는지, 또 어떤 상황과 감정들이 마주 보이는지 이 책을 통해 이야기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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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한 도시 - 역사, 예술, 문화, 미식을 넘나드는 인문 기행
김지윤.전은환 지음 / 북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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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추억과 경험을 품은 도시 이야기를 인문적으로 풀어낸 여행기"



두 저자에 대한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책을 읽기 전에는 그들이 사랑한 도시에 대한 특별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책을 펼쳤는데, 생각보다는 조금 무난하게 흘러가는 구성으로 채워져 있었다.


조금 더 개인적인 경험과 추억에 집중했거나, 우리가 잘 모르는 유니크한 인문적 시선을 담았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총 8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세계의 여러 도시 중 저자들이 열 번 이상 방문한 특별한 여덟 개 도시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역사, 예술, 문화, 미식 등 도시의 인문 교양 위주로 구성되어 있어 기본적인 배경과 지식을 함께 쌓을 수 있다. 하지만 비슷한 다른 인문 도서들과 큰 차별점을 찾기에는 다소 아쉬워 개인적으로는 조금 지루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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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들여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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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이 먼저 태어났던 도시: 워싱턴 D.C.>


■도시 건설

1790년 미국 의회는 레지던스 법을 통과시켜 미국의 수도를 포토맥 강 인근에 두기로 했다. 이 위치를 최종적으로 고른 인물은 초대 대통령 조치 워싱턴이다. 그렇게 1791년부터 도시 계획을 수립하고 이른바 신도시 건설에 임하게 된다.


이때 이 계획을 진두지휘하도록 워싱턴이 임명한 사람은 놀랍게도 미국인이 아니라 프랑스인 피에르 랑팡이다. 랑팡은 미국 독립전쟁에 참전했던 프랑스 군인으로 당시 총사령관이었던 워싱턴 밑에서 복무하면서 그의 신임을 얻었다.


그는 워싱턴 D.C.를 통해 절제와 질서라는 정신을 보여주려 했다. 곧게 뻗은 바둑판 모양의 길들에 대각선 도로를 겹쳐 놓는 고전미 가득한 바로크 양식을 도입했는데, 이는 베르사유 궁전의 정원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다.


사선과 직선이 교차하는 지점에 만들어진 광장, 그리고 '서클'이라 불리는 원형 교차로를 만든 이유는 세 가지로 추정된다. 첫째는 교통사고를 막기 위해서였다. 둘째는 미학적인 이유였다. 마지막은 상징성이다. 그는 광장에서 자유롭게 정치적 의사를 드러내기를 바랐다.


무엇보다 의미심장한 것은 주요 기관들의 위치다. 높은 지대인 젠킨스 힐에 연방 의회 의사당을 세운 것은 새 공화국의 중심에 대의민주주의를 두겠다는 선언이었다. 이곳을 기준으로 워싱턴 D.C.는 동서남북으로 나뉘었고, 지금도 거리 이름에 NW, NE, SW, SE가 붙는 이유다.


그런데 랑팡은 이 과업을 끝까지 수행하지 못한다. 도시 계획 총괄 감독으로 임명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해임된다.


랑팡이 눈을 감을 때까지도 워싱턴 D.C.는 미완의 도시로 남았다. 워싱턴 D.C.가 비로소 제 모습을 찾아가기 시작한 것은 남북전쟁 이후, 미국이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오른 뒤의 일이다.


결정적인 전환점은 20세기 초, 미시간 주 상원 의원 제임스 맥밀런의 '맥밀런 계획'이었다. 미국의 고도성장과 함께, 오늘날 우리가 보는 미국 수도의 모습이 제 모습을 갖추게 된 셈이다.



■워싱턴 모뉴먼트

워싱턴 모뉴먼트는 미국이 스스로 만들어낸 상징이다.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세워지기 시작한 창작물이다.



■무료로 개방되는 대단위 미술관과 박물관

워싱턴의 큰 장점 중 하나는 미술관과 박물관 대부분이 무료라는 점이다. 그것도 규모가 굉장하다.


흔히 스미소니언 박물관이라고 부르는 이 뮤지엄 복합체에는 무려 21개의 미술관과 박물관이 포함되어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인기 있는 곳은 미국의 우주 산업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국립항공 우주 박물관 그리고 거대한 공룡 화석과 '저주받은 보석'으로 알려진 호프 다이아몬드를 만날 수 있는 국립자연사박물관이다.



■희생을 잊지 않는 워싱턴 D.C.

워싱턴 D.C.는 미국 정치와 세계정세가 거칠게 맞물려 돌아가는 도시다. 그럼에도 이곳은 과거 전쟁 용사와 그들의 희생을 잊지 않는다. 도시 곳곳에 자리한 동상과 기념관, 기념비들이 이를 증명한다.



<예술이 국가가 된 도시: 파리>


■오르세 미술관

파리에서는 늘 미술관이 첫 번째 행선지가 된다. 그렇지 않으면 사람이 너무 많아 예매권을 갖고도 줄을 서야 한다. 발걸음을 바삐해 오르세 미술관으로 향한다. 1986년, 기차역을 대대적으로 개조해 미술관으로 문을 열었으니 이제 40년 가까운 역사를 지닌 비교적 젊은 미술관이다.


1970년대 이르러 프랑스 정부를 오르세 역을 허물고 대형 호텔을 짓는 안을 검토한다. 하지만 거센 반대에 부딪히게 된다. 19세기 아르누보 건축의 대표작인 오르세를 보존해야 한다는 주장이 만만치 않았다.


결국 반대를 이기지 못한 정부는 오르세 역을 호텔이 아닌 박물관으로 개조하기로 한다. 그렇게 한때 천덕꾸러기였던 오르세는 1986년 미술관으로 새롭게 탄생했다. 그렇게 오르세는 1848년부터 1914년 사이 시기의 작품을 담당하게 된다.


미술관의 문이 열리면 대부분의 관람객은 곧장 3층으로 향한다. 1870년 이후의 인상주의와 후기 인상주의 작품이 걸려 있는 곳이다. 들어서자마자 마주하게 되는 작품은 <가세 박사의 초상>이다. 반 고흐가 생의 마지막을 보낸 오베르 쉬르 우아즈에서 그를 돌봐주었던 폴 가셰 박사를 그린 그림이다.


미술 교과서에 실린 그림들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부족할 만큼, 오르세 미술관은 유명한 작품들로 가득하다.



■센 강

오르세 미술관을 나와 천천히 센 강을 걷는다. 센 강은 한강의 어느 지천 정도로 좁지만, 동시에 걸어서 쉽게 건널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퐁뇌프 다리

AI 활용 설정

퐁뇌프 다리

퐁뇌프를 건너 루브르로 향한다.



■루브르 박물관

파리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절대 피해 갈 수 없는 곳은 단연 루브르 박물관이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루브르는 요새와 왕궁을 거쳐 박물관으로 재탄생한 공간이다.


왕과 귀족들이 베르사유로 옮겨간 뒤, 루브르 궁전은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왕실이 소유하던 예술품과 소장품을 전시하기도 했고, 왕립 아카데미가 입주했다. 왕실의 후원을 받는 예술가들의 작업 공간이 되기도 했으며, '살롱'이라 불린 미술 전람회가 열리는 장소로도 활용되었다.


그러다 프랑스 대혁명이 터졌다. 혁명 정부는 왕실의 재산을 국민의 것으로 선포하고, 왕의 소장품을 국민 모두가 공유하는 국가 유산으로 규정했다.


왕과 귀족, 교회가 소유하던 예술품을 압수해 루브르로 옮겼고 1793년 8월 10일 루브르는 '공화국 중앙 예술 박물관'이라는 다소 따분한 이름으로 문을 열었다. 루브르의 소장 컬렉션을 완전히 다른 차원으로 끌어올린 인물은 나폴레옹이다.


정복 전쟁을 통해 쓸어온 수많은 예술 작품으로 치장한 루브르는 그야말로 황금기를 누렸다. 이름도 아예 '나폴레옹 박물관'으로 바꿔버렸고, 유럽 각지의 최고급 예술품을 끌어모아 전시했다.


물론 나폴레옹의 몰락과 함께 프랑스는 약탈해 온 작품들을 대거 반환해야 했고, 박물관은 '루브르 왕립 박물관'을 거쳐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루브르 박물관이 되었다.



■프랑스빵

프랑스에서는 바게트만큼은 꼭 먹어야 한다. 갓 구워낸 바게트에 눅진하고 고소한 버터를 발라 먹기만 해도 세상을 다 가진 듯 황홀하다. 여기에 커피 한 잔까지 곁들이면 더할 나위 없다. 현재 바게트는 프랑스의 국민 빵으로 알려져 있다.


바게트가 파리 거리에서 본격적으로 보이기 시작한 것은 19세기에 이르러서였고, 지금처럼 길고 가느다란 형태의 바게트가 등장한 것은 20세기 이후의 일이다.


물론 파리에서는 크루아상도 빼놓을 수 없다. 반달 모양의 버터 향 가득한 이 페이스트리의 원형은 오스트리아의 킵펄이라는 달 모양의 페이스트리에서 비롯되었다. 프랑스로 건너온 것은 1838년경이다.



■파리 도시의 변화

낭만과 로맨스가 넘실거리는 파리는 사실 19세기 중반 이후에 완성된 도시다. 중세 시대의 파리는 어둡고 비좁으며 미로처럼 얽힌 골목길로 가득한 곳이었다.


이런 도시의 혼란을 뒤집어엎고 근본적으로 바꾸려는 강력한 의지를 지닌 인물이 등장한다. 그가 바로 나폴레옹 3세다.


그리고 이 원대한 프로젝트를 수행한 인물이 조르주 외젠 오스만 남작이다. 나폴레옹 3세의 전폭적인 지지를 등에 업은 오스만 남작은 대대적인 파리 대수술에 착수한다.


1853년부터 1870년까지 진행된 도시 계획 사업을 통해 파리는 오늘날과 같은 방사형 구조를 갖추게 되었고, 기차역과 주요 광장들이 직선으로 연결되었다. 동시에 '오스만 양식'이라 불리는 새로운 건축 양식의 건물들이 들어섰고, 오페라 가르니에와 같은 기념비적인 건축물도 세워졌다.


이 과정에서 파리의 낡은 건물들은 가차 없이 철거되었다. 이후 도로의 직선화, 하수도 개선, 공원 조성이 어우러진 개조 작업을 통해 파리는 진정한 전성기를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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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 깊게 다가온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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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환: 생각해 보면, 워싱턴은 처음부터 좀 특이한 도시였죠. 사람이 살다 보니 커진 게 아니라, 권력과 상징이 먼저 생기고 사람이 모인 도시니까요.

(...)

그 틀 안에서 새로운 문화가 생기고 있다면, 우리가 알던 '정치의 도시' 말고도 다른 이야기가 시작되겠네요.

7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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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은 사람들이 모이고, 그곳이 도시화되면서 권력과 문화가 생기기 마련인데, 워싱턴만큼은 그렇지 않았다.


처음부터 ‘수도’로 설계된 도시이다 보니 정치 중심지로 계획되었고, 권력(정부)이 먼저 들어서고 나중에 사람이 유입되면서 상징성은 강해졌지만 어딘가 딱딱하고 차가운, 재미없는 도시로 느껴지게 되었다.


도시 자체는 기능적으로 잘 운영되지만 뭔가 사람 냄새는 나지 않는 도시랄까? 하지만 이제는 그 속에서 새로운 이야기가 피어나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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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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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정리한 내용처럼 도시에 대해 설명하다 보니, 특정 포인트로 눈에 확 들어오는 인상적인 장면이 딱히 없는 느낌이다.


그 공간만이 가진 특색과 매력, 혹은 저자들이 최소 열 번 이상 방문한 곳답게 직접 보고, 듣고, 느낀 경험담이 더 유니크하게 담겼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아니면 특정 건축물이나 배경을 더 깊이 있게 풀어냈다면, 적어도 직접 방문했을 때 확실히 각인될 만한 내용으로 다가오지 않았을까 싶다.


소개된 여덟 개의 도시가 많이 방문한 만큼 저자들이 사랑한 곳이라는 것은 알겠지만, 구체적으로 왜 사랑하게 되었는지는 완독한 이후에도 솔직히 잘 모르겠다.


다만, 이 책에서 말하는 '사랑'이 우리가 생각하는 감정적인 애정이라기보다, 반복해서 들여다볼 수 있는 지적 흥미와 탐구의 대상에 가까운 것은 아니었을까 싶다.


다음에는 저자들이 가진 강점을 더 잘 살린 책으로 만나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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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년 집사 백 년 고양이 3 - 호루스의 눈 래빗홀 YA
추정경 지음 / 래빗홀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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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이를 지키기 위한 인간 집사 테오의 도전을 그린 이야기"



앞서 1~2권을 읽고 중요한 순간에 끊겨 다음 권은 언제 나오나 기다리고 있었는데, 마침 3권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읽게 되었다.


앞선 리뷰에서 공들여 정리를 잘 해둔 덕분에 1년 만에 3권을 마주함에도 큰 어려움은 없었다. 만약 나처럼 오랜만에 3권을 마주한다면, 각 인물들에 대한 파악, 상황과 줄거리에 대한 설명 등은 앞선 리뷰를 통해 확인 후에 읽기를 추천한다.


총 8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테오가 분홍이의 엄마 누룽지를 살리기 위해 이집트로 간 상황을 담고 있는 에피소드로, 4개의 항아리 수련을 통해 감정을 극복하고 성장하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이 과정에서 테오는 희로애락을 경험하게 되는데, 테오를 따라온 분홍이 덕분에 여러 어려움을 잘 극복하게 된다.


3권에서는 앞서 한국에 룰을 어기고 찾아왔다가 결국 돌이 되는 벌을 받게 된 라의 전사들과 그들을 지키는 가문의 아이들도 만나게 되는데, 이들의 인연이 앞으로 어떻게 이어질지도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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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등장인물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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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하

-안내자이자 아누비스의 집사, 그리고 그들을 대대로 지켜온 가문의 아이


■오마르

-안내자이자 보마니의 집사, 그리고 그들을 대대로 지켜온 가문의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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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략 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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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이의 엄마 누룽지를 살리기 위해 자발적으로 이집트에 오게 된 테오는 이곳에서 카노푸스 단지라고 불리는 4개의 항아리에 들어가는 시험을 치르게 된다.


이 단지는 고대 이집트 신화에 등장하는 신인 호루스에게 있는 네 명의 아들, 임세티, 두아무테프, 하피, 케베 세누프를 상징한다.


그들은 사후세계에 필요한 장기를 네 개의 단지에 담아 지켰으며 각각 사람(간: 슬픔), 자칼(위: 기쁨), 개코원숭이(폐: 노여움), 매의 머리(장: 즐거움)를 한 모습이었다.


이 각각의 단지에 담긴 장기는 인간의 희, 노, 애, 락을 각각 의미하며, 시험을 치르는 사람은 이 항아리에 들어가 모든 감정을 겪되 그 감정에 빠지지 않고 극복해야만 한다.


테오는 뒤늦게 자신을 따라온 분홍이의 도움과 이들을 안내하는 안내자 누하와 오마르와 함께 4개의 감정을 겪게 되고 이를 통해 원하던 바를 얻게 된다.


하지만 이야기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본격적인 싸움은 이제부터 시작일 것이다. 한국으로 돌아온 테오는 연대한 악들이 고양이 수십 마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내용을 듣게 되고, 이제 본격적으로 천년 집사를 두고 겨루게 될 것이라는 것을 직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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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남은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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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그 모든 감정을 겪되 그 안에 빠지지 않아야 합니다. 결국 단지 안에서 그 감정을 극복하고 나오는 것, 그것이 이 수련의 목적입니다.

2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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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장을 읽는데 문득, 우리 삶이 이와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이라는 단지를 살아가며 우리는 수많은 희로애락을 겪고 그것을 극복하면서 성장하는 과정을 겪는다.


결국 우리는 보이지 않는 저마다의 단지를 드나들며 수련하는 삶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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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행복하길 바라. 하지만 그 행복을 하나의 항아리에서 찾지 마. 각각의 감정이 나눠진 항아리가 아니라 모든 감정, 모든 것들이 함께 살아가는 곳, 너를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 고양이들 속에서 그들의 온기를 느끼며 행복하게 살아.'

4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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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감정, 하나에 너무 매몰되다 보면 진짜 행복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고 마약처럼 중독될 때가 있다.


때론 슬픔과 고난을 겪어야 행복의 참맛을 제대로 알 수 있듯이, 모든 감정, 모든 것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것 자체에서 오는 행복을 경험해 보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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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말대로 분노란 너무 파괴적이고 극단적이라 모든 걸 쓸어가 버려. 하지만 제대로 된 순간에 제대로 비워 내면 단단한 바닥을 드러내지. 그게 사람이 분노로 모든 걸 비워 내고 나면 오히려 단단해지는 이유야."

7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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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를 꼭 모두 참고 넘겨야 할 이유는 없다. 제대로 된 순간, 제대로만 비워낸다면 분노는 우리를 한층 더 성장하게 만들어 준다. 마치 버석하고 건조한 사막처럼 말이다.


폭풍우가 휘몰아칠 때는 한없이 고통스럽지만 그것들을 비워낸 자리에는 단단한 바닥만이 남을 뿐이다. 그러니 파괴적인 분노를 언제 어떻게 비워낼지를 잘 고민해서 선택적으로 말끔히 비워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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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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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오가 분홍이의 엄마인 누룽지를 살리기 위해 떠난 이집트로의 여정이 어떨지 무척 궁금했었는데, 이번 3권을 통해 함께 도전과 모험을 하는 기분으로 마주할 수 있었다.


특히 본격적인 천 년 집사를 가리기 전 라의 전사들과 그들을 지키는 집사들을 만난 것은 후에 하나의 전환점이 되지 않을까 싶다.


아직 미숙하고 서툴지만, 어른들의 세계에서 고양이 수염을 얻어낸 아이들이 후에 어떻게 성장할지 기대가 된다.


더불어 이제 산전수전 다 겪고 돌아온 테오까지 더해 이들은 악의 연대에 맞서 과연 천 년 집사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까?


누룽지가 복귀하면서 더 강력하고 막강해진 선의 연대가 어떻게 빛을 발할지 다음 권을 주목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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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역은 요절복통 지하세계입니다 - 현직 부산지하철 기관사의 뒤집어지는 인간관찰기
이도훈 지음 / 이야기장수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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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몰랐던 지하철 기관사들의 삶을 담은 에세이!"



책 선물은 언제나 옳다! 출판사 담당자님이 책 2권을 선물로 보내주셨는데, 일정이 잡혀있는 책들로 인해 살짝 미뤄지다가 드디어 이 책을 마주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나 저러나 나에게 책읽기는 취미이자 발견, 흥미, 공부 등 여러 요소로 작용하는 일상인데, '선물'이라는 또 다른 선택지 덕분에 새로운 책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참고로 책 선택권이 나에게 있었다!^^)


총 3부로 구성된 이 책은, 부산 지하철 기관사로 일하고 있는 저자가 자신의 경험을 쓴 에세이로, 우리가 몰랐던 기관사로의 삶과 그 너머의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더불어 기관사들이 바라보는 우리의 모습을 역으로 확인해볼 수 있어 흥미롭게 다가온다.


기관사도 사람이기에 겪는 난감한 상황과 시간을 칼같이 지키기 위해 그들이 지켜야만 하는 일상, 그리고 기관사가 되기 위해 수없이 거쳐야 하는 시험들까지 다채롭게 담고 있다.


평소 지하철은 버스보다 밀리지 않고 시간을 지켜주는 편리한 대중교통이라는 인식만 가지고 있었는데, 그것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이들의 이야기를 만나고 보니 미처 고려해보지 못했던 어려운 상황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 이들 역시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책임지고 있는 이들이기에 생각보다 많은 교육과 훈련, 시험통과를 통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임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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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깊게 다가온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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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사인 나는 내 승객들에게 그 혼돈을 결코 들켜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승객들은 믿고 있기 때문이다. 보통 사람들이 인생에서 기다리는 대부분의 것들이 더디 오거나 결국 오지 않는다 할지라도, 지하철은 매일 정확히 와서 내가 가야 할 곳으로 나를 늦지 않게 데려다줄 것이라고. 세상이 나를 내팽개쳐버린 것 같은 날, 거리에서 주저앉고 싶을 정도로 힘든 날에도 지하철은 나를 집 근처 역까지 어김없이 데려다줄 것이라고.


그런 승객들의 믿음을 기관사 된 도리로 어찌 모른 척하겠는가. 그래서 지하철과 나는 달린다. 배가 아프고 급똥 지옥이 펼쳐져도 기관사들은 어김없이 지하철 맨 앞칸을 꿋꿋이 지킨다. 그 이유를 묻는다면 이렇게 답하겠다.


당신을 집으로 데려다주기 위해서라고.

19~2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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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사명감과 책임감이 강하게 느껴지는 문장이다. 생각해보면 그랬던 것 같다. 지하철이 끊기기 전에 도달하기만 한다면 적어도 집 근처에 지하철이 데려다 줄 것이라고 나는 늘 믿고 있었다.


그래서 안전하다고 믿었고, 신뢰했고, 지하철이 편했다. 지하철에 대해 무의식 중에 가지고 있던 우리의 신뢰와 생각이 이 문장 안에 다 녹아들어 있는 것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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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부심을 가지고 말하자면 우린 어떠한 유실물도 포기하지 않는다. 그러니 승객 여러분들도 지하철에서 물건을 잃어버렸다면 포기하지 말고 찾아라. 우리가 당신의 물건을 가지고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마찬가지로 승객 여러분들은 지하철이 아닌 삶에서도 어떤 것들을 잃어버리게 될 때가 있을 텐데, 그때도 포기하지 말고 찾아라. 누군가 우리처럼 당신의 것을 찾아주기 위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니까.

3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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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스스로 포기하지 않는다면, 어딘가 잃어버린 것들은 어떤 식으로든 돌아올 것이다. 다른 형태의 보상이든, 성장이든, 그대로의 형태로든.


인생도 뭔가 특정 순간을 잃어버렸다고 해서 포기하지 말자. 스스로 포기하지 않는다면 분명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나도 소음으로 잃어버린 나의 삶을 포기하지 않고 싸워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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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도 세상도 모두 각자의 영역에서 유기적으로 얽혀 있었다. 어디에도 혼자 이루어내는 것은 없었고, 존재하는 모든 것은 필수적이며 필연적인 존재였다. 단순히 우리가 하는 '일'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라는 존재 자체도 세상에 필수적이며 필연적이었다. 세상 전체라는 관점에서 보았을 때, 우리 각자의 작은 볼트 너트 하나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반드시 필요한 존재라는 것이다.

11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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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가 하찮게 여겨져서 자괴감과 회의감이 드는 순간들이 있다. 그런데 세상에 불필요한 것은 없다. 다 이유가 있다. 특히 사람,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는 더 그렇다. 내가 찾지 못했을 뿐이다.


그러니 내가 설사 세상에 아주 작은 역할을 하는 볼트나 너트같은 존재라고 느껴질지라도 반드시 필요한 존재라는 점은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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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사로서 특별히 두려운 부분은 운전실의 냉방을 따로 설정할 순 없다는 것이다. 객실의 냉방을 설정하면 운전실은 그걸 공유한다. 이게 왜 문제가 되냐면, 승객들은 더울 수 있지만, 하루종일 꺼지지 않는 '냉장기 아래에서 드라이에이징을 당하는 기관사로서는 고역이다. 바람이 나오는 모든 구멍을 막아보지만 이 망할 바람은 또 어디선가 새어나온다. 나는 그저 잘 숙성된 찰진 고기가 되어갈 뿐이다.

13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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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이 이런 상태로 운영되는지는 몰랐다. 사실 초여름부터 일찍이 사람들로 꽉꽉 들이차는 객실은 답답하고 너무 덥다. 그래서 통풍과 에어컨은 필수다.


그런데 하루종일 붐비지 않는 1인 기관석을 몰며 쐬는 에어컨은 어쩐지 너무 고통스러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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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모는 인생이라는 열차에는 우리에게 종속된 소중한 가치들이 잔뜩 탑승해 있다. 열차 한 대가 멈춰 있다면 해당 구역의 모든 열차들이 줄줄이 멈추게 된다. 막힌 혈관이 목숨을 빼앗듯이 멈춰버린 당신의 열차는 언젠가 당신의 소중한 것들을 앗아갈 것이다. 기관사들이 어떻게든 열차를 끌고 가듯이, 당신의 열차는 꼭 제대로 움직여야만 한다.

19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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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멈추지 말고 계속 이어간다면 언젠가 우리가 바라는, 꿈꾸는 가치들이 반드시 빛을 발할 때가 있을 것이다. 그러니 멈추지 말고 계속 삶을 운영하자.


그것이야말로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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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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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며 진짜 긴박한 상황에서 기관사들은 어떻게 해결할까 하는 궁금증이 일었는데, 저자는 그런 부분까지 세심하게 담아내어 독자의 호기심을 해결해 주었다.


사람이 하는 일이라 아침에 알람을 듣지 못하거나, 갑자기 긴급한 상황(급똥과 같은)이 발생할 때는 분명 혼자서 해결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럴 때 대처해 줄 인원을 상시 대기시켜 둠으로써 민원없이 매끄럽게 상황을 해결하는 것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이 흘러 나왔다.


더불어 이들만의 끈끈한 자판기 모임을 통해서는 인간적인 면모를, 여러 번의 시험과 훈련을 통해 기관사가 되고, 이후에도 지속적인 관리를 통해 운영된다는 것을 보면서는 안전에 대한 의구심이 많이 해소되었다.


또 우리가 모르는 지하세계에서 벌어지는 색다른 일상을 기관사의 시각에서 만날 수 있어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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