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샤의 집 타샤 튜더 캐주얼 에디션 3
타샤 튜더.토바 마틴 지음, 공경희 옮김, 리처드 브라운 사진 / 윌북 / 2014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핸드메이드계의 사기캐 할머니 '타샤 튜더'"


동화책을 쓴 타샤 튜터의 그림을 보고 싶어 집어 든 책이었는데, 읽다 보니 '이거 완전 사기캐인데?' 싶은 생각이 들 만큼 타샤 할머니의 재주는 매우 남달랐다.

더불어 그림을 제외한 그녀 공간 안의 모든 것을 확인하게 되면서 그녀의 집에 초대받고 싶다는 강한 열망도 일었다. 그녀의 공간 안에는 다채로운 도구와 물건들로 가득했는데, 그 모든 것들이 모두 재 기능을 똑바로 하고 있다는 데서 더 놀랐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아마 이 책을 이미 읽어봤거나 앞으로 이 글을 통해 읽게 될 사람들은 믿게 될 것이다. 아니 믿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모든 것을 핸드메이드 방식을 통해 제작하는 타샤의 재능을 확인하게 된다면 말이다.


총 7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타샤의 손재주에 대한 내용으로 가득하다. 일일이 꼽을 수 없을 만큼 손으로 만드는 모든 것에 재능을 가지고 있는 그녀는 말 그대로 자급자족을 실천하고 있는 사람 중 하나다.

여기에 더해 퀄리티가 높아 굳이 언급하지 않으면 핸드메이드 제품인지 아니면 기성제품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다. 19세기식 생활을 좋아하는 타샤는 집을 비롯해 라이프 자체가 골동품으로, 골동품 옷을 입고, 골동품 물건을 쓰며 생활하고 있다.

현대식과 비교하면 여러모로 불편해 보이는 점도 많지만 타샤는 불편보다는 오히려 즐기면서 이 생활을 이어 나가고 있다. 그녀의 하루는 마치 우리의 48시간을 이어 붙인 것처럼 느껴진다. 그럼에도 어느 것 하나 소홀하거나 불평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너무 부지런해서 오히려 '이 할머니 뭐지?'싶은 의구심이 들 정도다. 보통의 젊은 사람들도 해내기 어려운 일을 할머니는 원재료를 심고 가꾸는 것부터 숙성하고 가공하는 일을 거쳐 마침내는 완제품을 만드는 것까지 자신의 손으로 모든 것을 해낸다.

물론 주변에서 도와주는 이들도 있지만, 할머니 본연이 가진 기술력은 어느 누구도 따라잡기 힘들 정도다. 그림 그리기, 퀼트, 손뜨개, 물레질, 바구니 짜기, 비누 만들기, 애플 사이더 만들기, 베틀로 옷감 짜기, 드라이플라워 만들기, 인형의 집 꾸미기 등등.

일일이 다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그녀는 수많은 재주를 타고났다. 어떤 것들은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그대로 재현할 수 있을 만큼 눈썰미 또한 날카롭다. 감각도 뛰어나 그녀 손끝에서 만들어지는 모든 것들은 그 자체로 예술이고, 기능도 충만하다.

이처럼 그녀 손끝에서 탄생한 물건들로 가득한 타샤의 집은 보물창고 그 자체다. 그래서 그녀의 집을 탐험하는 것은 흥미진진하다. 마치 골동품 가게를 탐험하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집 안 밖으로 가득한 그녀의 보물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또 그녀의 매력 넘치는 독특한 라이프스타일은 어떤지 지금부터 자세히 살펴보자!


=====
About 타샤 튜더
=====

●1915년 보스턴에서 조선 기자 아버지와 화가 어머니 사이에 출생
●타샤의 집은 마크 트웨인, 소로우, 아인슈타인, 에머슨 등 걸출한 인물들이 출입하는 명문가였음
●9세 부모의 이혼, 아버지 친구 집에서 살기 시작함. 그 집의 자유로운 가풍으로부터 큰 영향을 받음.
●15세 학교를 그만두고 혼자서 살기 시작함.
●23세 첫 그림책 출간. 결혼.
●30세 뉴햄프셔의 시골로 이사. 2남 2녀를 키움
●2008년 92세 나이로 가족들과 친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비밀의 정원으로 돌아감.

자급자족하는 삶을 살며, 시간을 들일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말한 타샤는 모든 핸드메이드 작업에 능했다.

아름다운 초원을 맨발로 거닐며 자연과 어울려 산 타샤 튜더는 미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동화 작가다.

타샤 튜더는 동화보다 더 동화 같은 라이프스타일로 유명한데, 쉰여섯 살에 그림책을 그려 받은 인세로 버몬트 주에 30만 평이 넘는 땅을 마련한 타샤는 해가 긴 여름이면 낮에는 정원을 가꾸고 밤에는 그림을 그린다.

모든 것이 눈에 덮인 겨울에는 베틀에 앉아 자신이 키운 양털로 손수 천을 짜고, 직접 키운 염소젖으로 버터를 만든다. 19세기 생활을 좋아해서 골동품 옷을 입고 골동품 가구와 그릇을 쓰고 무쇠냄비와 장작 스토브로 요리를 한다.

<타샤의 집>은 그녀의 집과 그곳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핸드메이드 라이프를 맛깔스러운 글과 따뜻한 사진으로 담아낸 책이다. 퀼트, 손뜨개, 물레질, 바구니 짜기, 천연비누 만들기, 옷감 짜기, 인형의 집 꾸미기, 인형 만들기 등등 손으로 만들어내는 가슴 설레는 마법의 공간을 만나볼 수 있다.


=====
<타샤의 집> 자세히 들여다보기!
=====

타샤의 집은 모양과 정신 모두에서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있다. 몇 세대를 키워낸 곳에 깃드는 분위기 같은 게 있다. 그러나 사실 타샤의 집은 겨우 22년 전에 타샤의 아들 세스가 지은 것이다. 오래된 분위기는 완전히 의도된 것이었다.

타샤는 뉴햄프셔 농가를 방문해서 측량을 하고, 충실하게 설계 도면을 만들었다. 그리고 원래의 집을 충실하게 재현했을 뿐 아니라, 건축 과정 또한 18세기의 방식을 그대로 차용했다.

완성된 집은 놀라운 기술과 공법을 보여준다. 세스가 집 짓기를 정식으로 배운 적이 없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특히 그렇다. 그러나 그의 놀라운 목공 기술은 그리 놀랄 일이 아니다. 그의 조부인 윌리엄 스탈링 버지스는 조선 기사로, 월드컵에 출전한 경주용 요트를 설계한 분이었으니까.


그녀의 물건 쓰는 솜씨는 범상치 않다. 타샤의 세간은 모두 제 구실을 한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물건마다 쓰임새가 있고 존재하는 이유가 있다. 정말이지 별별 모양과 종류의 나무 상자, 불룩한 대형 통, 작은 나무통, 뜨는 도구, 양동이 등이 다양한 일에 쓰인다. 뿐만 아니라 이런저런 시기에 농사일을 하는 데 동원되는 모든 종류의 농기구류도 있다.

타샤는 유용한 쓰임새가 없는 장신구나 물건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녀는 늘 용도에 맞게 바구니를 사용하고, 따라서 바구니를 소중히 여긴다.

타샤는 복잡한 작업을 좋아하는 편이라, 그녀가 만드는 바구니들은 크고 시간이 많이 필요한 모양들이다. 그녀는 저녁이면 불가에 앉아서 며칠에 걸쳐 바구니를 짠다. 하지만 요란스러운 모양은 아니다. 바구니마다 단순하고 고풍스러운 멋이 배어 있다.

가족 중 바구니를 짜는 사람은 타샤만이 아니다. 그녀의 손자인 윈슬로 역시 나무를 짜는 솜씨가 좋다. 윈슬로는 어리고 활동적인 성격이어서, 성기게 욋가지로 엮은 울타리 짜는 일을 더 좋아한다.

울타리 짜는 솜씨는 위 세대부터 내려온 것이다. 타샤의 어머니는 180센티미터쯤 되는 울타리를 짜서, 마블 헤드의 장미 정원에 둘러쳤다. 키 작은 나무들이 매사추세츠 해안가의 바람을 맞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물론 여러 해가 지난 후 타샤는 메모를 남겨서, 그 비법을 손자에게 전수해 주었다.

타샤의 집에서 테라스 쪽으로 비스듬히 경사진 정원에는 보는 사람을 숨 막히게 하는 여러 가지가 있다.

무엇보다 사람을 숨 막히게 만드는 이 정원의 미덕은, 정원 곳곳에 있는 어마어마하게 많은 토기 화분들이다.

화분은 정원의 분위기를 기막히게 살린다. 손으로 빚은 토기 화분의 양옆으로 쏟아져내린 푸른 식물들을 보면 마음이 충만해진다.

타샤는 19세기 영국 화분들을 유난히 좋아한다. 그녀의 소장품 중에는 소박하면서도 독특한 화분들이 있다. 흙으로 만든 그릇들의 스타일과 모양은 제각각 다르다.

타샤가 모은 화분이 많긴 해도, 어느 시점이 되자 심을 식물이 화분 수보다 많게 되었다. 바로 그 무렵 타샤는 코네티컷 주 리치 필드 출신의 도공 가이 월프를 찾았다. 가이 월프는 웨일즈의 몇 군데 도예실에서 장인들에게 물레질을 배웠다.

타샤가 만든 것들은 모두 그림에 등장한다. 손바늘질한 드레스들, 직접 짠 바구니들, 마리오네트 인형들까지 그녀의 삽화에 고스란히 살아있다. 책 곳곳에는 염소들과 손자 손녀들, 수탉과 암탉을 비롯해 버터 제조기까지 그려져 있다. 타샤는 쉴 새 없이 아름다운 것들을 만들기 때문에 그릴 소재가 많다.

그녀는 소박한 모양부터 화려한 모양까지 온갖 크기의 꽃다발을 만든다. 가장 소박한 꽃다발은 집에 있는 모든 새집을 장식하는 미니어처 꽃다발이다.

계절이 깊어지면, 그녀는 데이지 꽃으로 예쁜 화관을 만들어서, 한여름 파티에서 아이들이 왕관처럼 쓰게 한다.

여름에는 그림의 모델로 쓸 꽃을 찾기가 쉽다. 식물이 자라는 계절에는 그릴 만한 꽃들이 많아, 미처 그림을 그릴 시간이 부족할 정도다. 하지만 겨울에는 모델로 쓸 꽃들을 간수하는 것이 그리 쉽지 않다.

타샤는 제철에 피는 꽃에 감탄한다. 식물의 살아 숨 쉬는 모습을 그림에 담거나 꽃병에 꽂아 집 안 여기저기에 놓아두고 싶어 한다. 그러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한다.

타샤는 양키이고 자연의 흐름을 좋아하는 사람이기에, 인위적인 것은 질색한다. 그녀는 말린 꽃을 만들기 위해 꽃을 가꾸지는 않는다. 원예 면에서 보자면 타샤는 계속 바뀌는 정경을 선호한다.

실용적인 것을 좋아하는 성품을 타고난 타샤는, 수확한 허브는 모두 잘 활용한다. 대부분의 허브는 한 움큼씩 묶어 기둥에 매달아 말린다. 결국은 부엌에 매달린 채 사용되지만, 건조되는 곳은 다락방이나 온실의 기둥이다.

물론 우엉과 당근같이 뿌리를 먹는 허브는 얘기가 다르다. 그런 종류는 야채 건조기에서 손질된다. 타샤가 수확하는 허브 중 일부는 음식에 쓰이고, 다른 것들은 차의 재료가 된다.

말린 허브는 타샤가 연고나 크림을 만들 때도 제 구실을 톡톡히 해낸다. 내가 알기로는 타샤는 화장품을 사는 일이 거의 없다. 일반적으로 타샤는 직접 만든 크림과 연고를 선호한다.

타샤는 직접 심은 아마씨에서 셔츠를 얻었다고 말하는데 그 말은 전혀 허풍이 아니다. 어느 해에 그녀는 야마를 심기로 했고, 수확한 아마로 실을 잣고 염색해서 리넨을 짰다. 그렇게 얻은 천으로 바느질해서 오라버니에게 줄 체크무늬 셔츠를 만들었다. 씨앗에서 셔츠가 되는 데 3년이 걸렸고, 그 과정에는 이상한 도구와 엄청난 조사가 필요했다.

삼을 두들기고 짓이기고 훑는 과정은 온종일이 소요되므로, 강한 어깨를 가진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래서 이 일을 할 때는 케이트를 불러들인다.

물레질을 해서 실을 만드는 데는 엄청난 솜씨와 리듬 감각이 필요하다. 타샤가 물레질을 하면, 아마 섬유에서 완벽하게 매끈한 실이 줄줄 빠져나온다.

그녀가 거듭 주장하기로는, 물레질은 천천히 하는 게 비법이라고 한다.

타샤가 동물을 좋아하는 것은 단지 내 곳곳에서 드러난다. 사실 '코기 커티지'는 농장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그녀는 조류를 무척 좋아하고, 그 중에서도 닭을 가장 아끼는 것 같다.

매년 조류가 더 필요하든 필요 없든, 타샤는 희귀종을 취급하는 부화장에 연락해서 새끼들을 보내달라고 부탁한다. 갓 부화된 밴텀 닭들은 유난스러운 보살핌을 받는다.

날이 저물어 어두워지기 전 타샤는 조류들을 우리로 들여보낸다. 타샤는 이 일을 직접 세심하게 한다. 다음날 수탉이 울면, 조류들은 다시 밖으로 풀려난다.

양초를 만들 때도 그렇지만 그 외 다른 일을 할 때도 타샤는 언제나 일을 크게 벌인다. 하루에 양초 5백 개를 만드는 게 목표여서 아침나절 내내 초를 만들 준비를 한다.

어린 가지에 5백 개의 심지가 10센티미터 간격으로 단단히 매어지면, 녹인 밀랍 냄비가 걸린 마당으로 옮겨진다. 한 번에 가지 하나를 단금 다음, 톱질 모탕(곡식이나 물건을 땅바닥에 쌓을 때 밑을 괴는 나무토막)에 걸어서 밀랍이 식어 굳게 한다.

타샤의 집의 중심은 역시 부엌이다. 집 한가운데 있어서 전략적인 지점이 되기도 하고 집에 들어서자마자 처음 만나는 곳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특히 겨울이 되면 더 안쪽으로 가지 않고 부엌에 머문다. 장작을 때는 요리용 스토브에서 따뜻한 불꽃이 타오르기 때문이다. 사람들뿐 아니라 동물들까지 모두 부엌으로 모여든다.

타샤의 부엌은 언제나 친구들로 복작거린다.

토마토와 배는 가장 많이 병조림하는 식품이다. 해마다 타샤는 토마토 소스를 50병이나 만든다. 토마토 껍질을 벗기고 으깨서 마늘, 설탕, 소금, 바질, 타임을 비롯한 허브들을 넣는다.

그녀는 '한 번씩 만들 때마다 각각 들어가는 게 달라지지요'라고 말한다. 그녀의 정원에서 나오는 토마토로도 충분하지만, 친구들은 집에서 키운 잘 익은 토마토를 줄기째 타샤의 집으로 가지고 온다.

타샤의 생활은 계절에 좌우되고, 모든 일에는 알맞은 때가 있다고 생각한다.

케이트는 대단한 명성을 지닌 천 짜는 사람이다. 플레인필드에 있는 그녀의 헛간에는 어마어마한 자카드식 직조기가 자리 잡고 있다. 그녀는 놀랄 정도로 복잡한 문양으로 담요를 짠다.

케이트는 천 짜기에 있어 예술적인 부분을 더 좋아하긴 하지만, 양 치기부터 물레질까지, 아마를 키우는 일부터 리넨보를 짜는 일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 익숙하다.

미역취는 타샤의 초지에서 환영받는 꽃이다. 데이지와 층층이 부채꽃이 지고 한참 후에 화사하게 피어난다. 다른 집의 미역취와는 달리 타샤의 키보다 사뭇 높은 곳까지 자라고, 카나리아 색의 꽃을 피운다. 

염색을 하려면, 막 피기 시작할 무렵의 꽃을 따는 게 가장 좋다. 타샤는 늘 그런 상태의 꽃을 얻는 것은 아니지만 최선을 다한다.

타샤의 집에는 언제나 볼거리가 풍성하고 배울 것도 많다. 타샤는 더할 나위 없는 선생님이어서 어떤 작업이든 찬찬히 가르쳐 준다. 그녀가 솜씨를 발휘해 뭔가를 만들면서 멋진 이야기를 해주면, 더욱 환상적인 분위기가 된다. 걱정근심이 사라진다. 뭐든 정성껏 만들어진다.

벽난로의 불꽃이 타샤의 얼굴에 너울너울 그림자를 드리운다. 일감에 집중해서 부지런히 손을 움직이는 그녀의 빰이 불빛에 드러난다. 절대 게으름 부리지 않는 손과 함께.


=====
읽고 난 후
=====

그녀의 라이프 스타일을 살펴보면, 따뜻함과 정겨움이 가득 배여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그녀는 사람들에게 나누기를 좋아하며, 또 스스로 부족하다 느끼는 부분에 있어서는 언제든지 배우려는 의지를 가지고 사람들에게 손을 내민다.

이런 타샤의 인품 때문인지, 타샤가 하는 일에 대해 아들, 며느리, 손자 손녀들은 반대를 하기보다 오히려 동참해 준다. 다소 불편한 삶일 텐데도 그녀가 하기 힘든 일들에 손을 보태며 도움을 준다.

가족들은 그녀가 만든 옷을 입고, 그녀가 만든 음식을 함께 나눠먹으며, 그녀가 가꾸는 식물과 동물들을 함께 돌본다. 또 그녀가 만든 장난감을 재미있게 가지고 놀기도 한다. 때론 울타리를 만들어주기도 하고 물레를 돌려 실을 뽑아주는 등의 일을 하며 함께 그 삶에 함께 속해있는 공동체의 일환으로 머물러 있다.

그녀가 만든 물품 중 개인적으로 시선이 많이 갔던 것은 꽃다발(화관), 밀랍 양초, 병조림 식품, 마지막으로 담요다. 특히 담요는 무늬가 섬세하고 예뻐 더 탐이 났던 제품 중 하나다.

단순히 조직을 짜서 만드는데 국한하지 않고, 식물을 심고, 동물의 털을 깎아 원재료를 공수하고, 또 실을 뽑고 염색을 하는 과정 전체를 거쳐 만드는 제품이기에 더 귀한 제품이 아닐까 한다.

한두 가지 수공예 스킬을 가진 인물은 보았어도 이처럼 다양하고 다채로운 핸드메이드 제품에 특화된 사람은 처음 봐서 사기캐처럼 느껴졌던 타샤 튜더.

그녀 같은 할머니가 있다면 나 역시 곁에서 조근조근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바느질을 하고, 그림을 그리고, 도자기를 빚어보고 싶다. 아니, 그에 앞서 그녀가 가진 재능과 감각을 곁에서 지켜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큰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 것 같다.

다음에는 타샤가 직접 그린 그림이 담겨 있는 책을 찾아봐야겠다. 손수 가꾸고 만드는 모든 제품을 그림으로 그렸다는 타샤의 그림이 어쩐지 더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만약 19세기 풍경이나 당시의 제품들에 관심이 있다면, 타샤의 집을 탐험해 보자. 그녀가 사용하는 물건, 공간 모두가 19세기를 그대로 재현하고 있기에 충분히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살아 있는 산
낸 셰퍼드 지음, 신소희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있는 그대로 존재하는 흥미로운 산에 대한 이야기"


처음에 책 제목을 보고 어떤 것에 대한 비유이거나 아니면 산에 얽힌 이야기에 대한 내용일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했었다. 그런데 막상 책을 살펴보고 나니 '살아 숨 쉬는 산' 그 자체를 묘사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자세히 관찰하지 않으면 미처 발견하지 못할 산의 모습, 계속해서 변화하고 또 변화하는 기후와 자연의 모습, 그 속에 온전히 들어앉아 함께 숨 쉬고 오랫동안 경험해 보지 않으면 절대 모를 그런 '산'에 대한 모습을 품고 있었다.


총 12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저자가 케언곰을 오랫동안 오르며 온몸으로 느낀 산에 대한 감각, 관찰, 변화, 경험, 풍경에 대해 담고 있는 일종의 풍경 연구서라고 말할 수 있다.

'다큐멘터리' 더하기 '내셔널 지오 그래픽'에서나 볼법한 자연의 모습이 한눈에 펼쳐지는 느낌이라고 하면 이해가 될지 모르겠다.

맨 앞 페이지에 있는 케언곰 지도를 제외하면(더해서 맨 마지막에 사슴 사진도 있다) 텍스트로만 이루어진 책인데도 불구하고 책을 읽다 보면, 어느새 사진을 보거나 영상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드는 건 비단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생생하게 산속에 들어와 있는 느낌 때문에, 저자가 꼭지로 정한 고원, 계곡, 산봉우리, 물, 서리, 공기 등을 오감으로 체험하는 기분이 든다.

이만큼 산을 알기 위해 저자는 얼마나 자주, 그리고 얼마나 많이 케언곰에서 시간을 보냈을까? 그럼에도 그는 아는 척 하기보다 더 깊이 알기를 원했고, 늘 변화하는 자연이기에 앎의 불확실성을 기꺼이 받아들이며 절대 자만하지 않았다.

방심하고 자만한 자들의 최후를 이미 알고 있었기에 (수많은 사람들이 케언곰에서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더 그러했는지도 모르겠다.

산과 교감하며, 살아있는 산이 주는 여러 경이로움을 담은 이 책을 통해 잠시 명상하는 느낌으로 자연의 실체를 마주해보면 어떨까 한다.


저자는 오랫동안 케언곰을 오르내리며 고요히 산을 관찰해왔다. 처음에는 그저 정상을 오르는 것만을 목표로 삼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산 그 자체를 즐기게 되었다.

오랜 시간 산에 머물며 낮잠을 자기도 하고, 떨어지는 폭포소리를 듣고, 흘러가는 구름을 지켜보며, 산봉우리들의 변화를 지켜보았다.

사람을 비롯해, 식물, 동물, 곤충, 새 등 산속에 존재하는 움직이는 실체를 있는 그대로 흥미롭게 관찰하며 이 책에 정밀하고 꼼꼼하게 묘사해 냈다.

덕분에 읽다 보면 내가 산속에 머물고 있는 듯한 착각이 일기도 하는데, 눈앞에 그려지는 듯한 시각적 자극과 바람과 서리 등 촉감으로 다가오는 감각들이 뚜렷이 느껴지는 듯하다. 또 낙엽을 밟고 다가오는 사슴의 발자국 소리와 멀리서 힘차게 때려붓는 폭포수 소리 등도 들리는 듯하다.

저자의 시선과 오랜 관찰을 통해 묘사된 진짜 산의 매력과 실체를 이 기회를 빌어 만나보면 어떨까 한다.


=====
나는 찬찬히 코레 호수 너머를 바라보며 이 산에서는 서두르는 게 무의미하다는 걸 깨달아갔다. 한참을 바라보고서야 내가 아직껏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28페이지 中
=====

매번, 자주 가는 산이지만 저자는 비로소 아직껏 제대로 실체를 보지 못했음을 깨달았다고 전한다. 불현듯 우리 삶도 이와 같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어쩌면 대충 아는 것으로 모든 것을 다 안다고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고 말이다.


=====
내가 물속을 응시하면서 느낀 감정도 두려움은 아니었다. 처음으로 호수 바닥을 내려다본 순간, 두려움조차도 드문 짜릿함으로 바꾸어놓는 내 안의 놀라운 힘에 경악했다. 여전히 두려움의 감정이긴 했지만, 지극히 비인격적이고 날카롭게 감지되어 정신을 쪼그라들게 하는 대신 정신을 확장시키는 두려움이었다.
32페이지 中
=====

깊은 물속을 한없이 들여다보면, 어느 순간 다른 두려움이 몸속을 지배할 때가 있다. 그런 기분을 묘사한 것이 아닐까 한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 그리고 그 안에서 확장되는 두려움. 손끝이 찌릿해지고 날카롭게 신경이 곤두서는 그런 두려움 말이다.


=====
산은 특별한 목적지가 없는 사람, 딱히 어딜 가려는 것이 아니라 그저 함께 있고 싶다는 생각만으로 친구를 찾아가듯이 산속에 들어오는 사람에게 가장 온전히 자신을 내어주곤 한다.
34페이지 中
=====

이를테면 산 정상을 정복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거나, 어디를 찍고 내려오겠다는 특별한 생각을 지니고 산을 오르는 사람들에게 산은 그저 그 목표를 실행하기 위한 도구 혹은 목표에 지나지 않는다.

반면, 그저 잠시 산책 나온 듯, 친구를 만나러 온 듯 슬슬 둘러보는 걸음으로 산을 찾는 이들에게 산은 그 자체로 흥미로운 놀이공간이 된다.

마음에 조급함이 없기에, 산이 내어주는 것들을 순수한 눈으로 그대로 보고, 느끼고, 경험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고로 산을 찾을 예정에 있다면, 저자와 같이 그저 함께 있고 싶다는 마음만 가지고 발걸음 해 보면 어떨까 한다.


=====
고지의 구름은 이따금 나그네에게 가혹하여 아래에서 올라와 비나 진눈깨비를 뿌리곤 한다. 혹은 부드럽지만 끈질기게 나그네를 치대어 호수 속을 지나온 것처럼 흠뻑 적셔놓기도 한다.

비박을 하고 난 아침 눈썹과 머리카락과 모직 옷에 맺히는 이슬처럼 더욱 미세한 물방울들로 젖어드는 구름도 있다. 그런가 하면 피부에 닿는 척척한 감촉이나 냉기에 지나지 않는 구름도 있다.

한번은 구름 속에 들어갔는데 아무것도 느낄 수가 없었다. 구름이 다가올 때는 짙고 으스스하게 보였지만 정작 그 속으로 들어가니 만져지지 않았고 눈에 보이지도 않았다.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날이었고, 우리는 스고란 두브 산과 스고르 구이흐 산 사이의 비탈에 있었다. 갑자기 고도 3천 피트 위로 밑바닥이 평평한 구름이 일더니 서서히 우리에게로 다가왔다. 골치 아프게 됐다고 생각했지만, 스위치가 꺼진 것처럼 해가 사라지고 사방이 컴컴해졌을 뿐 아무 일도 없었다. 20분쯤 뒤에 스위치가 켜지듯 다시 해가 나타나더니 에이니 호 계곡 너머로 멀어져 가는 평평한 구름 밑바닥이 보였다. 구름 속은 그저 무미건조했다.
38페이지 中
=====

산에서 만나는 구름에 대한 다양한 묘사를 담고 있는 문장인데, 디테일한 표현으로 인해 구름을 실제로 경험한 듯한 느낌이 든다. 나를 흠뻑 적시기도 하고, 때론 촉촉하게 적시기도 하며, 어떨 때는 컴컴하고 무시무시하게 다가오기도 하지만 아무렇지 않게 지나가기도 하는 구름.


=====
절벽 가장자리로 모여든 물줄기들은 폭포가 되어 5백 피트 아래로 떨어진다. 이것이 디 강이다. 놀랍게도 디 강은 지금 내가 있는 4천 피트 고도에서도 이미 수량이 상당하다. 물줄기가 빠져나간 잎사귀의 나머지 부분은 척박하다. 지면은 돌이나 자갈, 때로는 모래로 덮여 있으며 군데군데 이끼와 풀이 자란다. 이끼 속에 여기저기 흰 돌이 몇 개씩 쌓여 있다. 다가가 보니 돌무더기 속에서 물이 솟아오른다. 강하고 풍부하고 차가운 생수가 졸졸 흘러나와 바위 위로 떨어진다. 이곳이 웰스오브 디, 즉 디 강의 발원지다. 강력한 백색 물질이자 자연의 네 가지 신비 중 하나인 물의 태곳적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다. 깊은 신비가 모두 그렇듯 이곳의 물도 무서울 만큼 단순 명료하다. 그저 바위에서 솟아나 흘러갈 뿐이다. 이 물은 헤아릴 수 없이 긴 세월을 바위에서 솟아나 흘러갔으리라. 아무것도, 정말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존재할 뿐이다.
(...)
물은 내게 너무 거대한 존재다. 하지만 인간이 물 없이 살 수 없다는 건 확실하다. 인간이 건강하게 살려면 물을 보고 듣고 만지고 맛보아야 한다. 냄새까지 맡을 필요는 없겠지만 말이다.
45, 53페이지 中
=====

물에 대해 묘사한 장면인데, 4천 피트 고도에서 내려꽂히는 물줄기의 모습과 더 거슬러 올라가 태초의 물이 시작되는 모습이 대비되며 반전의 매력을 선보인다.

더불어 그 주변에 자리한 바위와 이끼, 풀의 모습들을 눈에 선하게 그리며 마치 보지 않아도 보고 있는 듯하게 그리고 있다.

저자는 집요한 관찰에 더해 물에 대해 자신이 느낀 감정까지 공유하며 산에 존재하는 것들에 대한 풍경과 위력, 그리고 존재함에 대해 세밀하게 전하고 있다.


*****

산을 좋아해서 자주 오르내리는 사람들은 많아도, 이토록 한곳을 집요하게 오가며 관찰하고 묘사한 사람은 극히 드물 것이다. '넓게'가 아닌 '깊게' 알기 위해 산에 올라 오로지 산에 존재하는 모든 것에 집중했던 저자.

덕분에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그동안 미처 몰랐던 산을 엿볼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눈여겨보지 않으면 알지 못하는 존재들을 목도하고, 그곳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의 소리를 들으며, 미처 느끼지 못했던 여러 감각들을 대신해서 느낄 수 있었다.

익숙한 산맥이 가지고 있는 놀랍고 새로운 감각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보고, 관찰하는 법을 알 수 있었다. 살아 숨 쉬는 자연을 우리는 그동안 너무 하나의 프레임에 가두어 보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다음에 다시 산을 방문하게 된다면, 저자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방문해 모든 감각을 열어두고 산을 느껴보고자 한다. 스쳐가는 바람, 발밑에 자리하고 있는 풀과 자갈, 봉우리에 걸쳐있는 구름, 계곡을 따라 흐르는 물줄기까지. 어쩐지 생각만으로도 설레고 기대가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지막 선물 - 세상을 떠난 엄마가 남긴 열아홉 해의 생일선물과 삶의 의미
제너비브 킹스턴 지음, 박선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남겨진 편지를 통해 엄마의 깊은 사랑을 느낄 수 있었던 이야기"


이 책의 저자가 세 살 일 때 유방암 진단을 받은 엄마는 살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지만, 어느 순간 암이 여기저기로 전이되기 시작하면서 마지막 순간을 예감하게 된다.

이로 인해 엄마는 남겨질 아이들을 위해 생일과 같은 중요한 순간 아이들이 외롭지 않도록, 엄마의 사랑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도록 의미 있는 선물과 편지, 영상들을 남기기 시작한다.

이 책은 그런 엄마의 깊은 사랑에 대해 다시 한번 돌아볼 수 있는 책으로, 저자가 실제로 직접 겪은 엄마에 대한 회고록을 담고 있는 책이다.

총 3부로 구성된 이 책은, 열두 살이 되던 해에 엄마를 잃은 딸의 긴 회고록이자 홀로 오롯이 견뎌내야 했던 내일로 가는 삶에 대해 담아낸 에세이다.

여기에는 남겨진 아이들을 위해 엄마가 남긴 선물과 편지, 영상 등을 함께 만나볼 수 있는데, 이 기록들은 단순한 축하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엄마는 자신이 이미 겪어본 삶의 불확실함과 불완전함에 대해 부드럽게 풀어내며, 아이들이 방황하거나 두려워하지 않도록 애정 어린 충고와 조언을 건넨다. 더불어 자기 자신을 믿고 나아갈 수 있도록 힘과 용기를 북돋워 준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자신이 기억하는 엄마에 대한 기억과 추억들을 수집하고 정리하며, 엄마가 건네고자 했던 진짜 메시지와 의미를 풀어내려 노력한다.

세상을 떠난 엄마가 남긴 선물, 아빠의 자살, 그리고 오랫동안 앓은 우울증과 불안함 등을 가감 없이 담아내며 가족의 의미와 사랑에 대해 다시 한번 돌아보게 했던 이 이야기를 통해 '삶' 그 자체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겠다.


=====
등장인물 소개
=====

■저자 제너비브(그웨니)
-어릴 때는 오빠의 관심을 갈망
-오빠는 저자를 '그웨니'라고 불렀는데, 오빠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 <카멜롯>에 나오는 귀네비어 여왕의 이름을 딴 것으로, 사람들은 실명보다 오빠가 지어준 이름으로 더 많이 부름
-엄마가 떠난 뒤 집을 떠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음
-외가 쪽 식구들과 친분이 두텁고 자주 교류했음
-기숙사 생활을 해야 했던 터프츠 대학 입학을 앞두고 불안함과 우울증을 앓았던 그웨니는 결국 휴학계를 내게 됨
-다시 집으로 돌아온 그웨니는 고등학교 연극 선생님과 재회하게 되면서 연극을 다시 시작
-덕분에 겨울에 캘리포니아 대학교 연기공연예술학과에 지원하게 되고 이후 버클리 캠퍼스에 합격함
-집에서 통학하며 대학교 생활을 하지만, 수업을 제외하면 내내 잠으로 도피
-주디 선생님의 제안으로 정신과 의사인 콜린스 박사를 만남
-약을 먹고 셰어 하우스를 구하면서 안정을 찾음


■오빠 제이미
-열일곱 살, 대학 입학을 1년 미루고 립 나우라는 여행 프로그램에 등록하여 1년을 여행한 후 바로 대학 입학
-이후 집에 돌아오는 일은 드물었음
-스물두 살 대학교 4학년 때 오빠보다 한 살 많은 여자친구 샐리가 쌍둥이 임신을 하게 되면서 결혼하게 됨


■엄마 크리스티나 마이야드
-영국 국적
-훈육 전담이지만 다정다감하고 사랑이 많은 엄마였음
-살기 위해 물심양면으로 노력했으나 결국 암이 전이되면서 사망함
-자라날 아이들을 위해 열아홉 해 동안의 생일선물과 특별한 날을 위한 선물을 미리 준비해 둠
-결혼생활이 불행했으며 이로 인해 이혼함


■아빠 피터 킹스턴(피터 팬)
-영국 국적
-부부가 함께 운영하던 사업에 문제가 생기면서 회사 매각함
-회사까지 위기에 처하자 산탄총으로 자살을 시도하려 했으나 엄마가 막음
-엄마 사망 후 몇 명의 여성과 연애 후 셜리 아주머니와 재혼(셜리 아주머니는 초등학교 3학년 때 같은 학교 다녔던 데이비드의 엄마였음)
-이후 어떤 이유인지 모르겠으나 자살로 사망
-아빠는 손글씨로 그웨니에게 메모를 남기는 것을 좋아함
-부부 사이에 갈등이 깊어 다툼이 잦았고, 어느 날부터 각방을 사용함


■빌
-엄마보다 열 살 많은 큰삼촌


■앙투아네트 이모
-엄마의 언니로 둘째


■워드 삼촌
-엄마
바로 위의 삼촌


■샌디 이모
-엄마의 사촌


■조너선 삼촌
-Q 삼촌으로 불림


■리즈 할머니
-외할머니
-70대 초반의 나이에 키가 크고 말랐지만 강단 있는 사람
-영국인
-예술가였으며 지역 전문대학에서 미술을 가르침
-총 세 번 결혼함
-할머니는 폐에 암이 생겨서 돌아가심


■니콜라스 곤잘레스 박사
-엄마를 치료하던 사람으로 사기꾼


■리처드슨 박사
-엄마의 주치의
-엄마의 공동묘지 자리를 양보해 줌


■잭
-첫 번째 남자친구
-환상의 6인조 중 한 명


■마거릿
-미술 실력이 뛰어나고 낭만을 사랑하는 마음이 여린 친구
-환상의 6인조 중 한 명


■에리카
-합창단원이며 항상 커다란 선글라스를 끼고 흰색 메르세데스를 몰면서 바닐라 향을 풍김
-환상의 6인조 중 한 명


■에마
-패션잡지를 구독하고 잘 알려지지 않은 밴드의 CD를 소장
-환상의 6인조 중 한 명


■프리지아
-학교에서 하는 거의 모든 위원회와 동아리에 소속되어 있음
-싱크로나이즈 수영팀에서도 활동
-환상의 6인조 중 한 명
-공감대 형성이 잘 되었던 친구


■멜 박사
-저자가 태어나기 전부터 엄마가 몇 년 동안 다닌 치료소 의사 선생님
-멜 박사를 통해 부모님의 이혼 소식과 불행한 결혼생활을 듣게 됨


=====
엄마와 함께 한 타임라인
=====

●그웨니 세 살: 엄마의 유방암 진단을 받음
●이후 엄마의 병은 뼈에서 뇌로 전이가 됨
●그웨니 일곱 살: 아이들을 위한 선물을 준비하기 시작
●그웨니 열두 살: 엄마 사망


=====
줄거리 요약
=====

저자인 그웨니의 시점에서 엄마의 추억과 행방을 추적하는 형태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회고록으로, 세 살 때 엄마의 유방암 진단을 시작으로 엄마의 치료 과정과 투병 과정, 사망까지의 이야기 전반을 담고 있다.

더불어 저자의 성장과정에 함께 한 엄마가 남긴 열아홉 해의 선물과 편지, 영상들은 그웨니가 우울과 불안, 방황으로 힘든 시기를 겪던 시절 가장 큰 힘이 되어주었던 버팀목으로, 그것들이 가지는 의미와 사랑은 특별하다.

처음에는 함께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엄마의 참회 혹은 단순한 선물로만 여겼던 선물들이 점차 그웨니로 하여금 껍질을 벗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열쇠가 되어 준다.

덕분에 그웨니는 삶의 진정한 의미와 사랑하는 이와 함께 하는 시간들이 가지는 소중한 의미를 깨닫게 된다. 평생 소중한 사람은 떠나간다는 생각과 함께, 저주처럼 느껴졌던 결혼에 대한 생각 또한 달라지기 시작하면서, 이로써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도 만나고 그와 약혼도 하게 된다.

그웨니가 잘 성장할 수 있었던 데에는 또 다른 어른들의 노고도 빼놓을 수 없는데, 그들로 말할 것 같으면 엄마를 잃은 어린아이의 편에서 마음을 보듬어주고 아낌없는 노력을 기울여주었던 엄마의 친척과 지인들을 꼽을 수 있다.

그들은 꼭 필요한 순간 찾아와 그웨니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고, 엄마와 함께 했던 추억들을 잠시나마 나눌 수 있는 존재들로써 그웨니의 곁에 존재했다. 덕분에 그웨니는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고, 아빠의 재혼으로 힘들었던 순간도 잘 이겨낼 수 있게 된다.

또 한 가지 그웨니를 감동시킨 부분은 엄마의 끝없는 선물과도 관련이 있다. 우울증으로 힘들어할 당시 16년간 다녔던 소아정신과에서 상담치료를 담당하던 주디 선생님을 통해 엄마가 몇 년 동안 치료사를 만났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로써 엄마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아보기 시작하던 그웨니는 엄마가 남긴 흔적과 넘치는 사랑을 깨닫게 된다. 더불어 미처 몰랐던 부모님의 숨겨진 진실도 알게 된다.

일찍 병으로 사망함으로써 아이들의 곁을 지키지 못했던 엄마는 아이들이 성장함에 따라 자신에 대해 궁금해 할것을 염두에 두고, 자신과 관련된 사람들을 통해 아이들이 언제든 엄마에 대해 알고 싶어 하면 알려줄 수 있도록 여러 방편을 마련해 둔다. (열아홉 해 동안의 선물은 미리 보기나 다름없었다)

덕분에 그웨니는 이 책의 출간을 앞두고 엄마에 관한 마지막 단서를 찾았다고 확신할 때마다 그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하듯 더 많은 것들을 발견하게 된다.

엄마의 죽음 이후 그웨니의 삶은 불행과 불안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엄마가 빵조각을 흘리듯 남겨둔 단서를 따라가면서 마침내 자신을 사랑하는 법, 누군가를 소중히 대하는 법, 상대방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법 등 깨닫게 된다.

스스로 그 길을 찾아야 했기에 조금 멀게 돌아가기는 했지만, 결국 그웨니는 그 길을 찾게 된다. 그렇게 그웨니는 엄마의 정성 어린 선물과 깊은 사랑을 통해 마침내 앞으로 나아가는 삶을 살게 된다. 더불어 진정한 삶의 의미를 발견하게 된다.


=====
엄마의 선물
=====

■열 한 번째 생일
파도가 부서지는 해안과 작은 돛단배, 풍차 그림이 그려진 파란색과 흰색 에나멜로 된 작은 직사각형 모양의 핀을 선물로 받았다.


■열 두 번째 생일
선물로 받은 건 수정이 박힌 꽃 모양 반지다.(자수정은 엄마와 그웨니의 탄생석이다)

-----
그 순간과 그날 아침 사이에는 30년이 넘는 시간의 벽이 놓여 있었다. 나는 엄마가 서른일곱 살이 되던 날 아침에 태어났으니 엄마가 살아 있었다면 그날 마흔아홉 살이 되었을 것이다.
26페이지 中
-----


■그웨니의 초경
처음 겪는 일에 당황스러웠을 딸을 위해 엄마는 편지와 녹음테이프를 선물로 남겨두었다.


■열 세 번째 생일
진주 귀걸이와 편지를 남겨두었다. 엄마가 동부에 살 때 샀던 것으로, 동부 연안에서 제일 유명하다는 블루밍데일스 백화점에서 처음으로 산 것이라고 한다.

그웨니는 몇 년 뒤 고등학교 연극 때 이 귀걸이를 처음 착용했다가 무대 뒤에서 한쪽을 잃어버리게 된다.


■열 네 번째 생일
엄마가 열 네살 생일 선물로 받은 나뭇잎 모양의 핀을 선물로 주었다.


■열 다섯번째 생일
산호 목걸이로 엄마의 크리스마스 선물로 할아버지가 홍콩에서 사 오신 것을 선물로 주었다.

엄마와 같은 고등학교에 입학한 그웨니는 1학년 봄 학교에서 댄스파티에 하고 갔다가 목걸이가 끊어지며 망가진다.


■열 여섯 번째 생일
아빠와 자신이 엄마를 위해 골라준 목걸이를 선물로 주었다.


■운전면허 취득 선물
주차 코인용 동전 지갑이었는데 열쇠 고리가 달려 있고 가죽에는 그웨니의 이니셜이 새겨져 있었다.


■고등학교 졸업식 선물
아름다운 해수 진주 목걸이와 편지를 선물로 받았다. 엄마가 결혼식이나 세례식처럼 중요한 행사가 있을 때마다 착용했던 목걸이다.


■스물두 번째 생일
조개 구슬 목걸이를 선물로 받았다.


■스물 세번째 생일
아빠가 선물해 준 반지로, 엄마가 무척 아끼던 반지를 선물로 주었다. 엄마는 결혼반지를 낄 수 없게 된 후로 이 반지를 자주 꼈다고 말했다.


■스물 다섯번째 생일
엄마가 남서부 지역의 인디언 보호구역을 방문했을 때 받은 팔찌로, 각각의 조개에는 그 팔찌를 만든 예술가의 이름이 서명되어 있다.


■스물 여덟번째 생일
증조할머니가 물려준 마노(보석으로 쓰이는 광물) 팔찌다.


■서른 번째 생일 선물
마지막 생일선물로, 사파이어가 박힌 예쁜 은색 핀이다.


■서른 번째 생일 이후 남은 선물
판지 상자 안에는 세 개의 포장이 남아 있었는데, 하나는 빨간 딸기 그림이 그려진 육각형 모양의 검은색 상자이며 '약혼'이라는 라벨이 붙어있었다.

두 번째는 수면 모자를 쓴 곰 그림이 있는 셀레셜 시즈닝스 브랜드의 차 깡통으로 '결혼'이라고 적힌 흰색 카드가 붙어 있었다.

마지막 포장은 자그마한 보드지 상자였고 '첫 아이'라고 적혀 있었다.


=====
기억에 남았던 문장들
=====

직접 전할 수 없는 이야기들이기에 더 절절히 다가왔던 문장들이다. 엄마의 진심 어린 이야기들을 통해 얼마나 자식들을 사랑했는지 엿볼 수 있다.

-----
너를 좋아한다는 이유로 너를 편안하게 생각하기 위해 네가 원래의 모습보다 부족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너의 사랑을 받을 만한 가치가 없는 사람이야. 너는 어쩌면 너보다 훨씬 나이가 많은 사람에게 특별한 관계를 기대하게 될지도 몰라. 엄마도 그랬거든. 그렇지만 그런 사람에게 맞추려면 네가 네 나이에 맞지 않게 너무 빨리 자라야 하니 좋지 않아.

엄마가 하고 싶은 말은, 몇 년간은 네가 스스로를 잘 지켜야 한다는 거야. 네 또래 중에는 네가 할 수 있고 네가 되고자 하는 모든 걸 감당할 만큼 성숙한 사람을 찾기 힘들 거야. 그리고 너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은 네가 나이에 맞는 너만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대신 너를 그의 세계로 끌어들이려 할 테고.

그웨니, 넌 정말 남다른 열정을 가진 아이란다. 그 열정은 되도록 너 자신을 위해, 너의 관심사와 너의 배움을 위해 아껴두렴. 매력적으로 보이려면 어떠해야 한다고 말하는 이들의 생각에 맞추느라 네 열정을 너무 빨리 낭비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여자애들은 누군가에게 중요한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에 자신을 너무 빨리 내어주곤 하지. 하지만 네게 가장 중요한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너 자신이야.
(...)
우리가 태어나서 어른이 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우리 인생의 4분의 1에 불과하고, 나머지 4분의 3은 그 시절을 돌아보는 데 쓴단다. 그러니 그 시간을 즐기도록 해봐 한순간 한순간을 최대한 만끽해 보는 거야. 너 자신과 친구가 되는 시간을 가져봐.
(...)
우리는 우리 자신이 되어야 해. 인간으로서 한 사람이 되어야 해. 어른이 된다는 건 바로 그런 거란다. 그건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고, 된다고 보장되어 있는 것도 아니지. 우리는 인생의 단계마다 자신을 새롭게 발견해야 해.
진정한 너 자신을 잃지 않도록 노력하렴.
(...)
마음이 혼란스러울 땐 언제든 엄마를 불러. 리즈 할머니도. 네 마음속엔 엄마와 할머니의 사랑과 지혜가 언제든 함께할 테니 마음속을 잘 들여다보면 거기서 분명히 답을 찾을 수 있을 거야.
사랑해, 우리 딸.
134~136페이지 中
-----

삶은 누구에게나 불완전함과 불확실함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어른이 되기 전까지 아이들은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 주는 부모라는 그늘 아래서 무사히 그 고비를 넘기는 방법을 익힌다.

하지만 일찍 세상을 떠날 것을 아는 엄마는 울타리가 되어줄 수 없기에, 편지를 통해 그웨니에게 그 방법을 전한다. 사춘기를 잘 이겨내고 자신을 지키는 방법, 그리고 스스로의 마음속에 해답을 가지고 있을 거라 전하며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잃지 말라고 당부한다.


-----
엄마가 죽고 나면 너희가 어떤 감정을 느끼고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높은 기대를 정해둘지 모르겠구나. 그 기대가 충족되지 않으면 자신을 가혹하게 대할지도 모르겠어. 하지만 전혀 그럴 필요가 없단다. 너희는 그냥 지금처럼 밝고, 멋지고, 즐겁고, 사랑스러운 모습 그대로 살아가면 돼.

너희가 어떤 감정을 느끼든, 그건 그 순간 너희가 느끼는 감정이니 그 순간에 적절한 감정인 거야. 너희는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될 거야. 너희 둘이 느끼는 감정이 서로 다를 거고, 아빠와도 다를 거야. 엄마의 죽음에 대해 느끼는 너희의 감정이 '단번에' 정리되진 않을 거란다. 너희가 느끼는 감정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계속 변할 거야. 너희도 변하고 너희의 삶이 변하듯이. 그러니 스스로를 믿고 사랑하렴.
231페이지 中
-----

아이들의 마음속에 자리할 불안과 충족되지 않을 감정들을 염려하며 엄마는 있는 그대로 느끼고 살아가라 말한다. 더불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달라지는 감정들에 놀라지 말라며 스스로를 믿고 사랑하라는 말도 함께 전한다.


-----
엄마를 잃고 몇 년 동안 나는 상자의 내용물을 적절한 시기에 하나씩 충실하게 열어보았다.
(...)
나는 엄마의 말을 따르기는 했지만 수동적으로 듣기만 했다. 그 말 뒤에 숨어 있는 더 넓은 의미는 생각하지 않고, 엄마가 주는 선물과 말을 있는 그대로만 받아들였다. 하지만 테이프를 다시 들으려 되감는 동안 새로운 사실에 눈을 떴다.

엄마는 우리가 상실감을 극복할 수 있게 그 상자가 우리를 위로하기를 원했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엄마는 녹음테이프에서 상자에 든 물건들이 중요한 건 아니라고, 잃어버려도 괜찮다고 분명하게 말했다. 그러면 중요한 건 뭘까?
(...)
내 인생의 엉클어진 실타래를 풀기 위해 내가 도움을 청해야 하는 사람은 미소 짓는 얼굴로 내 선물들을 포장한 상냥한 엄마가 아니었다. 내게 필요한 사람은 그 테이프 속의 여자, 비디오 속의 여자, 내가 세상에 태어나기 전에 무언가를 위해 싸우고, 상처 입고, 한 인생을 살았던 사람이었다.

나는 어렸을 때 엄마가 보여준 부드러운 모습뿐 아니라 엄마의 모든 모습이 필요했다. 엄마는 나를 미래로 이끌고, 엄마 쪽으로 이끄는 빵 조각들을 남겼지만, 그것들을 모두 찾으려면 훨씬 더 자세히 살펴보아야 했다. 나는 묻고 싶은 게 많았다.
235~236페이지 中
-----

처음에 그웨니는 그저 수동적으로 엄마의 말에 따라 엄마가 주는 선물을 적절한 시기에 열고 적혀 있는 말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것이 다가 아님을 깨닫게 된다. 엄마가 인생을 통틀어 배운 삶의 지혜를 나누고 있음을 알게 된 것이다.

엄마가 전하고자 했던 숨겨진 진짜 의미와 가치를 엄마의 흔적을 찾아다니며, 점차 하나씩 발견하게 된다.


-----
아빠의 죽음은 엄마의 과거에 대한 내 갈망을 더욱 깊어지게 만들었다. 엄마에 이어 아빠까지 잃고 나니 내 안의 어떤 줄이 끊어진 것 같았고, 내 삶이 뿌리를 잃고 표류하는 듯했다.
306페이지 中
-----

엄마의 죽음 이후 아빠와의 관계는 끊어질 듯 위태롭게 연결되어 있었다. 특히 아빠의 재혼 이후 달라지는 환경으로 인해 그웨니는 매우 불안함을 느낀다.

하지만 그럼에도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언덕이었기에 그웨니는 함부로 그 끈을 잘라낼 수 없었다. 하지만 어느 날부터 달라진 아빠의 태도는 곧 죽음으로 이어진다.

단순히 아빠의 설자리가 줄어들고, 직장의 위태로움만이 자살의 이유는 아니었을 것이다. 아빠는 왜 갑자기 자살을 선택하게 된 것일까?

이 때문에 그웨니는 엄마의 과거를 찾는 일에 더 깊은 갈망을 느끼게 된다. 어디에도 발붙일 수 없는 부유하는 어떤 존재처럼 느끼고 있었던 듯하다.


-----
내가 향수병에서 벗어나게 될 거라곤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나는 죽을 때까지 어떤 형태로든 향수병을 안고 살아갈 거라고 믿었으니까.
(...)
데이비드의 전화를 받은 뒤로 모든 게 달라졌다. 내가 얻은 자유는 서서히 찾아온 게 아니라 단 한 번의 대화로 찾아왔다. 나는 두려움이 나를 보호해 주지 못한다는 걸 깨달은 뒤 두려움을 포기해 버렸다.
310페이지 中
-----

집을 떠나는 두려움은 곧 향수병과도 연결되어 있었다. 그래서 그웨니는 대학 입학을 앞두고 다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런 향수병이 단번에 해결되었다. 그보다 더 큰일이 도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빠의 사망 소식은 그동안 그웨니가 가지고 있던 두려움을 한방에 깨버릴 만큼 강력한 사건이었다.


-----
내가 보기에 사람들의 모든 질문과 내 질문은 결국 가장 중요한 다음 질문으로 압축될 수 있었다. 아빠의 자살은 막을 수 있는 일이었을까? 아니면 어쩔 수 없는 일이었을까? 둘 중 어느 쪽이 진실인지, 혹은 어느 쪽이 나은 일인지 나는 알지 못했다.
317페이지 中
-----

사람들은 그웨니를 통해 아빠의 자살 이유를 찾으려 했지만, 실상 그웨니 또한 자살의 정확한 이유를 알지 못했다.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비보는 그렇게 의문만을 남겼다.

앞서 엄마가 살아있을 때 아빠는 엄마와 함께 운영하던 음료회사가 어려움에 처하자 권총으로 자살하려 했던 전적이 있다.

이로 미루어보아 아빠의 멘탈은 매우 약했던 것이 아니었을까? 압박해오는 상황과 버틸 수 없는 스트레스가 어쩌면 자살의 요인이 되지 않았을까 조심스레 추측해 본다.


-----
누군가를 소중히 여긴다는 건 그 사람의 능력이나 성공, 외모에 관한 게 아니다. 그건 상대방의 눈에 비친 가장 멋진 자신을, 가장 사랑스럽고 가장 신성한 자아를 보는 거지. 내가 어떠해야 한다는 타인의 생각이 아니라, 나에게 삶을 주는 신성한 불꽃을 통해 이미 나의 것이 된 것을 지지하는 것이지. 그리고 나 역시 상대를 그런 눈으로 바라보는 거야.
(...)
이런 사랑을 위해 두 사람 모두 충분히 성숙하고 많이 노력해야 하지만, 먼저 자신에 대한 뿌리 깊은 이해가 기본이 되지 않으면 그것만으론 충분하지 않아. 우리는 주는 것과 받는 것을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하고, 자신은 물론 상대도 용서할 수 있는 넓은 마음을 지녀야 해. 자신만의 관점을 가질 수 있도록 상대방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할 줄도 알아야 하지. 또 자신의 문제는 자신이 책임진다는 생각이 필요해. 우리는 이런 힘을 모두 내면에 지니고 있단다. 우리가 얻는 행복의 원천은 다른 곳이 아닌 자기 내면에 있어야 해.
356~357페이지 中
-----

엄마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난다는 것에 있어 진짜 중요한 가치를 다음과 같이 남겼다.

누군가를 소중히 하는 것은 능력이나 성공, 외모가 아니라 상대방의 눈에 비친 멋진 자신, 그리고 사랑스럽고 신성한 자아를 보는 거라 말한다. 즉, 내면을 봐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또 뿌리 깊은 이해가 전제가 되어야 하며, 주고받는 것에 있어 서로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말한다. 또 용서할 수 있는 넓은 마음과 적당한 거리를 통해 자신만의 관점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자신의 문제는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는 말은 곧 너무 상대에게 의지하면 안 된다는 말임을 알 수 있다.

우리가 쉽게 간과하는 내면의 중요성을 엄마는 다시 한번 짚어내며 그웨니에게 자신의 불행한 결혼생활에서 얻은 교훈을 착실히 전해준다.


=====
마무리
=====

내면보다 외면을 중시하는 시대, 모성애를 잃어버린 시대에 살아선지 이 책이 남다르게 다가왔다. 과거 '엄마' 하면 떠오르던 어떤 감정들을 이 책에서 다시 만나게 되면서 반가운 마음과 동시에 서글픈 마음도 함께 들었다.

죽음을 목전에 둔 이들은 보통 자신을 챙기는 것만으로도 버겁다. 더군다나 엄마인 크리스티나는 앞서 살기 위해 올인했던 방법이 사실은 사기였음을 알게 되면서 희망이 꺾였을 것이고, 또 뼈가 부러지고 뼈와 뇌에 전이까지 되면서 실상 자기 몸 하나 건사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녀는 남겨질 자식들을 위해 선물을 고르고, 편지를 쓰며, 영상을 남겼다. 이 힘과 용기는 대체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속 깊이 들여다보면 이미 이때는 함께 살고 있는 남편과 진작 이혼한 상황이었고, 불화로 인해 각방까지 쓰던 상황이었다. 아이들 앞에서는 차마 티를 낼 수 없어 다정한 척까지 하며 버텼지만 이미 아이들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이로 인해 아이들의 마음속에는 일찍이 깊숙한 불안이 자리하고 있었고, 엄마의 죽음 이후 더 심화되었을 것이다. 외향적이었던 그웨니와 내향적이었던 제이미는 표현방식에서도 차이가 났을 것이고, 더군다나 엄마의 손길이 더 많이 필요했을 그웨니는 더 힘든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때문에 대학교 입학을 기점으로 훌훌 떠나버린 오빠와는 달리 그웨니는 더 집에 집착하고 엄마의 흔적을 찾아다니는 데 혈안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익숙한 공간에 머물러 있었기에 더 변화를 정면으로 맞아버린 그웨니는 그래서 더 불안하고, 우울했을 것이다. 그 어느 곳도 안정감을 주는 곳이 없었기에 더 그러했을 것이다.

하지만 고등학교에서 우연찮게 경험해 본 연극은 그웨니에게 그런 감정을 발산할 수 있는 새로운 통로가 되어 주었다. 대학 입학을 앞두고 향수병과 우울증으로 집에 박혀 있던 그웨니를 다시 세상 밖으로 나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되어준 것도 바로 연극이었다.

그웨니는 연극을 하며 그 어느 곳에서도 통제하기 어려워했던 감정들이 큰 자산이 됨을 알게 된다. 또 감정의 자유를 얻는 해답도 찾게 된다. 이 외에도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말을 통해 내가 느끼는 감정들을 전달할 수 있음도 배우게 된다.

덕분에 그웨니는 다시 대학을 갈 용기를 얻게 되고, 동기들과 극단 공동 설립을 하며 적극적으로 사회활동을 이어나가게 된다. 또 예술감독을 맡고, 희곡을 쓰고, 배우 활동을 하며 점차 자신 안에 쌓여있던 묵은 감정들을 해소할 수 있게 된다. 한 번도 미래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없던 그녀가 드디어 미래를 꿈꿀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회고록은 이처럼 어릴 적 엄마의 흔적을 쫓으며 엄마의 사랑을 되새겨보는 시간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웨니의 성장담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내적으로나 외적으로 어린아이였던 그웨니가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 속에 가장 큰 도움이 되었던 건 바로 엄마의 깊은 사랑이 아니었나 싶다.

그웨니는 이제 3개의 선물만을 남겨두고 있다. 그중에 하나의 조건은 이미 이루었다. 나머지 두 개는 언제 어떤 식으로 이루어질지, 또 그 안에는 또 어떤 엄마의 사랑이 숨어있을지 기대되는 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햇빛은 찬란하고 인생은 귀하니까요 - 밀라논나 이야기
장명숙 지음 / 김영사 / 202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정성껏 인생을 살아온 멋진 할머니, 밀라논나의 삶의 지혜가 담긴 이야기"


몇 년 전 밀라논나를 우연히 알게 되면서 한참 그녀의 일상을 유튜브를 통해 들여다본 적이 있었다. 맨 얼굴에 가까운 얼굴, 짧게 자른 머리, 여기에 더해 염색을 하지 않아 하얀색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던 그녀는 그 모습 자체로 꽤 멋스러웠다.

착용하는 액세서리를 비롯해 신는 신발, 옷, 심지어 가구 등 무엇 하나 오래되지 않은 것이 없었는데, 그럼에도 여전히 반짝반짝 빛을 내며 제구실을 하는 것들을 보며 그녀가 얼마나 잘 관리해 왔는지를 바로 느낄 수 있었다.

이런 것이야말로 진정한 '빈티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었던 것 같다.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필요한 것만 남기고 필요 없는 것은 나누거나 정리를 하며 살아온 밀라논나.

덕분에 머무는 공간에는 여유와 자유가 느껴졌고, 손때 묻은 물건들에서는 나름의 애착과 추억이 묻어나는 듯해 보였다.


총 4장으로 구성된 이 책에는, 밀라논나의 삶 전반에 대한 인생 이야기가 담겨 있다. 패션계에 몸담았던 이야기, 가족 이야기, 관계에 대한 이야기 등을 전하며 평생 자신이 보고, 느끼고, 경험한 것들로부터 얻은 지혜를 독자들에게 전한다.

요즘 우리 사회를 돌아보면 '보복'심리가 강한데, 밀라논나는 이와는 반대로 자신이 겪은 나쁜 일들은 오히려 하지 않으려 노력하며 진짜 어른의 면모를 보여준다.

특히 그녀가 겪어온 시대가 여성에게는 호락호락하지 않았을 시대였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만의 소신을 지키며 검소, 절약, 봉사, 베푸는 삶을 살아내며 진짜 멋스럽게 사는 것이 무엇인지를 행동으로 보여준다.

덕분에 '나답게 사는 것이 무엇인가', '품위 있게 나이를 먹는 것이란 무엇인가', '행복하게 사는 것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현실적인 답을 고스란히 확인할 수 있다.

진짜 어른이 사라진 시대에 살고 있는 지금, 인생 내공을 두둑이 쌓은 밀라논나를 통해 진짜 어른의 면모는 물론 인생의 경험과 지혜를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
그녀, 밀라논나
=====

1952년생 장명숙으로 한국전쟁 중 지푸라기를 쌓아놓은 토방에서 태어나 일흔 살 언저리에 유튜버가 되었다.

얼굴은 작고, 입은 유난히 커서 어릴 때부터 못생겼다는 소리를 듣고 컸다. 이런 외모를 지적하는 환경이 준 콤플렉스 덕분에(?) 저자는 패션계에서 한 획을 긋는 인물로 성장하게 된다.

덕분에 화려한 조명도 받았고, 세상의 어두운 그림자도 보았으며 저자 자신을 가꾸고 아끼고 사랑하는 법도 배웠다고 전한다.


=====
인상 깊었던 문장들
=====

-----
무엇보다 나를 위해 산다는 대명제를 세우라고.
나의 자식, 나의 남편 앞에 '나'라는 한 음절이 붙는 건, 내가 존재해야 자식도 남편도 있다는 뜻이라고.
내가 없어지면 나의 우주도 멸망한다고.
(...)
자신을 들볶지 말고 내 삶의 중심에 자신을 두라고.
그러려면 자신의 어깨에 걸린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자신의 요구부터 먼저 알아차려서 들어주어야 한다고.
자신의 내면을 단단하게 만들어 놓아야
타인의 감정에 쉽게 휘둘리지 않게 된다고.
최선을 다한 거기까지가 자신의 몫이라고.

실패해도 창피해하지 말고 최선을 다해서 도전한 자신을 칭찬해 주라고.
쓸데없이 '착한 사람 콤플렉스'를 끌어안고 전전긍긍하다 보면 내 어깨에 온갖 궂은일이 얹히게 되는 법이라고.
(...)
타인의 시선, 타인의 평가에 나를 내맡기지 말고,
내 마음부터 따뜻하게 달래주고 품어주며
앞으로 나아가고 싶게 하는 에너지를 만들라고.
힘에 겨워 넘어지면 넘어진 채로 잠시 쉬어가고.
주변 산천경개도 구경하며 내 안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보라고.
20~22페이지 中
-----

무너지고 쓰러져 눈물짓는 제자에게 건넨 밀라논나의 조언 중 일부다. 직접 경험해 봤기에 그녀는 자기 자신이 무너지지 않아야 다음을 기약할 수 있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타인의 시선, 평가에 기대어 나를 포기하는 순간 내가 망가질 수 있음을 경계했다. 그래서 그녀는 자기 자신부터 챙기고 다음을 생각하라는 충고를 건넸다.

더불어 잘하고 있으니 스스로를 품어주라는 인생 조언을 함께 건네며 상대방이 마음껏 울고 마음껏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도록 충분히 기다려주고 귀 기울여 들어주었다.


-----
세상 모든 인간에게는 고유함이 있다.
각자의 고유함을 인정해 줄 때 존재감이 형성된다.
내가 존중받으며 성장할 때 타인도 나를 존중하는 법이다.

나는 엄친아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우리나라 모든 양육자여, 피양육자의 자존감을 지키고 키울 수 있는 호칭을 쓰자'
이렇게 쓰인 피켓을 들고 '엄친아 부르기 금지 캠페인'을 벌이고 싶다.

이탈리아에서는 양육자가 피양육자를 이렇게 부른다.
미아 스텔라, 우리말로 하면 나의 별!
미오 아모레, 나의 사랑!
미아 조이아, 나의 기쁨!
미오 테조로, 나의 보물!

따사롭지 않은가.
"너는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존재야."
"네가 있어 별이 뜨고 보물도 생기는 거야."
사랑, 별, 보물, 기쁨 등으로 불리니 아이들 자존감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엄친아 대신 '나의 사랑' '나의 별' '나의 보물' '나의 기쁨'이라 부르면 이 말을 듣고 자란 아이들이 얼마나 기쁠까.
(...)
더 나아지기 위해 내가 비교해야 할 대상은 남이 아닌 어제의 나다.
37~38페이지 中
-----

남들이 쓰니깐 어쩔 수 없이 듣기는 하나, 뭔가 미묘하게 기분나쁜 말들이 있다. 바로 '엄친아', '엄친딸'과 같은 말들이다. 더불어 수저론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는 유독 누군가와 비교하는 말들을 너무 아무렇지 않게 뱉어나는 습성이 있는데, 그냥 내가 나로써 존재하면 안되는 것일까?

이탈리아의 호칭 예시처럼, 내 기준에서 하나뿐인 존재로 자식을 불러주고 그 자체로 사랑해 주면 아이의 자존감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제부터라도 나 자신을 비롯해 타인을 대할 때 비교하는 말은 가급적 자제하고, 그 존재 자체로 빛날 수 있는 말들을 사용해 보면 어떨까 한다.

만약 무언의 성장을 위한 비교가 필요하다면 어제의 나와 비교하자.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
나이지리아 친구와 필리핀 친구는 내가 예상하지 못한 인생의 큰 교훈을 주었다. 애초에 내가 선택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 불평하지 않는 것. 가장 단순하고 평범하지만 가장 비범한 진리였다.

장 폴 사르트르가 말하지 않았는가.
"인생은 'B' birth와 'D' death 사이의 'C' choice다."

그래, 내가 선택할 수 없는 걸 붙들고 불평하지 말고,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걸 심사숙고해 선택하여 그 택한 일에 후회하지 말자. 나의 행복을 스스로 지켜나가자.
59페이지 中
-----

어쩌면 인생의 진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멀리 있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밀라논나의 이야기를 읽으며, 애초에 내가 선택할 수 없거나 도달할 수 없는 것들을 바라왔기 때문에 우리는 불행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애초에 주어지지 않았거나, 선택할 수 없는 먼 하늘의 별을 올려다보며 불평하고 좌절하기 보다 내 손안에 있는 것 혹은 이미 나에게 주어진 것들을 활용하여 발전시킬 수 있는 일을 도모해 보면 어떨까 한다.

행복은 우리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그곳에 이미 자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
어르신들이여, 제발 부탁입니다. 젊은이들과 할 이야기가 없으면 차라리 날씨 이야기를 하세요. 아니면 장점을 찾아서 칭찬 멘트를 날리세요.

본인이 판단하고 선택한 길을 즐겁게 걸어갈 수 있도록
응원이나 해주세요. 책임져주실 거 아니잖아요. 그들의 몫을 나눠서 도와주실 거 아니잖아요.

끊임없이 변하는 사회의 패러다임을 직시하세요. 아이를 낳고 잘 키우는 것도 좋지만 지금은 삶의 모습이 다양해요. 예전의 정서로 한 말씀 하고 싶은 거 제발 참으세요.

왜 굳이 정해진 틀에 모든 젊은이를 끼워 넣으려고 하세요? 적성에 맞지 않는 일을 하면 불행해질 텐데, 그들에게 불행을 강요하지 마세요. 편하게 살게 두세요.

기성세대는 인생을 숙제 풀 듯 살았지만 요즘 젊은이들은 축제처럼 살게 해줍시다. 경계선을 잘 파악하시고 선을 넘지 않을 때 어른 소리를 듣습니다. 요즘 세상에서 어른이 되는 건 정말 힘든 거래요.
70~71페이지 中
-----

기성세대를 향한 속 시원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실제로 부모님이 살아온 시대를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책임지지도 않을 아들 타령, 제사, 명절, 결혼과 같은 것들에 시달리고 또 시달리는 며느리(혹은 엄마)나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얹힌 것 같은 답답함과 피하고 싶은 순간들이 분명 있었을 것이다.

그냥 말 붙이려고 그랬다는 핑계 속에 상대방은 얼마나 많은 상처와 스트레스를 받는지 그네들은 모를 것이다. 그러니 부디 젊은이들과 말을 건네고 싶다면 칭찬의 말이나 아니면 쓸데없는 날씨 이야기를 건네 보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발맞춰 가는 방법은 결국 다음 세대를 불행에 빠뜨리지 않는 것이다. 내 기준, 내 판단은 이제 무 쓸모다. 그저 각자 인생은 각자 알아서 살게 내버려두는 것이 현명한 처사다.


-----
나는 건강한 차림새가 좋다. 브랜드 로고가 크게 드러나는 옷차림이 아니라 취향, 안목, 교양이 드러나는 옷차림이 좋다.

누군가의 눈을 의식하는 게 아니라 누군가의 기억 속에 스며드는 옷차림이 좋다. 이것이 사람들이 그렇게도 궁금해하는 '옷 잘 입는' 기준이 아닐까.
160페이지 中
-----

누가 입어서 예쁜 옷이 아니라, 내가 입어서 예쁜 옷이 좋다. 사람마다 취향, 체형, 안목은 제각각 다르다. 누군가를 의식해서 입는 옷들은 나에게는 불편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부디 밀라논나의 제안처럼 나에게 잘 맞는, 내 취향의 옷을 입어보면 어떨까 한다. '옷 잘 입는' 기준은 결국 내가 잘 소화할 수 있는 옷이라는 의미와도 일맥상통한다. 잘 소화한다는 것은 내가 그 옷을 입었을 때 기쁘고, 편하고, 좋다는 의미다.


-----
내가 가진 물건을 모두 껴안고 살다가 황망히 끌려가고 싶지 않은 욕심. 언제 죽음이 닥쳐도 내가 있던 뒷자리가 깔끔했으면 좋겠다는 욕심.

욕심이 욕심으로 끝나지 않도록 오늘도 나는 내 분신들과 작별 인사를 나누는 중이다. 나의 황혼을 아름답게 갈무리하는 하루하루가 소중하다.
214페이지 中
-----

누군가의 사후 물건들을 정리해 본 사람들은 밀라논나의 이런 욕심에 관한 글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질 것이다. 살아생전 그토록 많은 물건이 필요 없다는 사실, 죽음이 언제 닥쳐도 뒷자리가 깔끔해지려면 분신 같은 물건들을 평소 갈무리하는 습관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남겨진 사람들에게 있어 죽은 이의 물건을 정리하는 일은 쉽지 않다. 떠난 자와 남은 자들을 위해, 그리고 아름다운 나의 황혼을 위해 어느 시점에는 나의 물건을 서서히 정리하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
'Live and let live.'
'남이야 어떻게 살든 서로 자기 방식대로 살아가는 거지....'
(...)
자기 취향을 정확히 아는 건강한 사람들이 모인 사회에서 좋은 디자인이 탄생하고, 다양성이 존중되는 분위기에서 각 개인은 개성을 구가하며 자유로운 삶을 누릴 수 있다.

남이야 어떻게 살든 상관하지 말자.
나는 나대로, 그들은 그들대로 살게 두자.
단, 사회에 해악을 끼치지 않으면서 말이다.
217페이지 中
-----

현실을 살아가는 가장 명쾌한 해답이자 방법이 아닐까 한다. 남이야 어떻게 살든 내 방식대로 살아가자!


-----
늘 이런 생각을 한다. 제사를 지내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제사를 지내면 된다. 하지만 그것이 여의치 않다면 고인을 진심으로 추모할 수 있는 다른 방식을 택하면 어떨까. 조상님들도 억지로 대접을 받는 것보다 진심으로 그리워해주는 것을 더 좋아하시지 않을까.

해마다 명절이 지나면 이혼율이 늘어난다고 한다. 각자 어느 정도의 음식을 만들어 와서 함께 모여 나눠 먹어야 한다는 법령이라도 있었으면 하는 생각마저 든다.
부부의 갈등을 줄이고 이혼도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부디 명절이 기다려지는 날이 되기를 바란다.
모두가 즐거워하는 축제의 날!
274페이지 中
-----

일 년에 수십 번의 제사를 지내는 며느리들이 과거에는 많았다. 특히 맏며느리들은 이때만 되면 스트레스 지수가 극에 달했는데, 인내하고 참아내며 그 모든 순간을 견뎌냈다.

그저 결혼했다는 이유로 지은 죄도 없이 시댁의 제사를 지내야 하는 벌을 달게 받은 것이다. 요즘에는 종교적, 사회적, 현실적인 이유로 많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명절이면 어김없이 제사를 지내는 집들이 있다.

명절은 며느리들을 벌 세우는 날이 아니다. 오랜만에 일가친척들이 모여 모두 즐겁게 보낼 수 있는 축제의 날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 간절히 바라본다.


=====
마무리
=====

밀라논나의 삶을 들여다보면, 왜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멋쟁이 할머니라 부르는지 알게 될 것이다. 단순히 그녀의 업적이나 화려한 인맥, 멋스러운 패션을 가지고 멋지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그녀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또 그 속에서 어떤 무게중심을 가지고 자신을 지켜냈는지,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지를 보고 우리는 그녀를 '본받고 싶은 어른' 혹은 '멋쟁이 할머니'라 말하는 것이다.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을 소중히 할 줄 아는 사람, 유연한 소신을 발휘할 줄 아는 사람, 여전히 무한한 영감을 주는 사람, 나를 아끼고 보듬을 줄 아는 사람, 삶의 철학을 실제 삶에 적용하며 사는 사람, 성공보다 성장을 이야기하는 어른 같은 사람.

밀라논나를 지칭하는 단어는 이처럼 수없이 많다. 이렇듯 탄탄한 내면의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는 어른이기에 우리는 그녀를 여전히 주목하고 그녀의 말에 귀 기울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만약 살다가 어느 순간 담백한 응원과 위안이 필요한 순간이 찾아온다면, 밀라논나의 삶을 잠시 들여다보자. 그 속에서 당신은 찬란하고 정성 어린 삶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젖어있던 오늘은 털어내고, 햇빛에 바짝 마른 보송보송한 내일을 꿈꿀 수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일 필요는 없어
김유은 지음 / 좋은북스 / 201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인간관계에서 상처받은 '나'를 위한 책!"


사람들은 타인의 아픔과 슬픔에 대해 쉽게 공감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 마음 깊이 이해하는 사람은 드물다. 가족이나 가까운 친구와 같이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마찬가지다.

이 책에는 그런 깊은 아픔과 슬픔을 겪은 이들이 홀로 외롭지 않게, 홀로 상처받지 않도록 위로와 용기를 건네는 말들로 가득한데, 살펴보면 저자가 직접 겪은 경험에서 우러나온 말들이라 더 깊이 와닿는다.

더불어 퍽퍽한 삶 속에서 나를 지킬 수 있는 여유와 상처 주는 이들을 되받아칠 수 있는 단단함도 엿볼 수 있다.


총 4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인간관계를 슬기롭고 지혜롭게 극복할 수 있는 용기를 주고 위로가 되는 문장들로 가득하다.

개인적으로 특히 공감이 갔던 부분은 1장과 4장이었는데, 2장과 3장이 연인 사이나 사랑에 관련된 글이었다면 1장과 4장은 '나'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이 담겨있었기 때문이다.

한순간에 이유도 모르고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는 관계에서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기에 어쩌면 이 책에 담긴 이야기들은 나와 우리 모두의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우리를 일어서게도, 또 무너지게도 하는 인간관계에 있어 정답은 없지만, 그럼에도 마음을 어루만져 주고 세상과 타인으로부터 나를 지켜주는 글들은 분명 우리에게 살아갈 용기와 따뜻한 위안을 안겨 줄 것이다.

지금 누군가와의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이 책을 펼쳐들고 나를 지켜낼 수 있는 문장들을 읽어나가 보자. 그리고 수고한 당신에게 고생했다고 이야기해 주자!


=====
부딪혀보고, 다치고, 울기도 하면서 알았습니다.
인간관계라는 것은 유동적이고 그만큼 주관적이었습니다.
나에게 맞으면 좋은 인연이 되는 것이고, 아니라면 과감하게 작별을 고해도 되는 것입니다. 배려해 주지 않는 사람과 굳이 사이좋게 지내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됩니다.
7페이지 中
=====

경험해 본 사람들은 안다. 내가 무엇을 잘해서, 무엇을 잘못해서 관계가 지속되거나 깨지지 않는다는 것을.

쿨하게 이제는 놓아주자. 그리고 현실을 받아들이자. 나에게 맞으면 좋은 인연이 되는 것이고, 아니라면 과감히 작별을 고하는 것으로 관계를 매듭짓자.

혼자 끙끙 앓으며 눈물지어봤자 나만 상처받는다. 관계를 이어나가기 위해서 노력한 에너지와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떠나간 인연에 대한 미련을 놓아주면 다시 또 새로운 인연을 만날 수 있음을 기억하자.


=====
사소한 행동부터 커다란 생각까지 무수하게 바뀌고, 또 내가 바꾸면서 살아간다. 변하지 않을 수는 없다. 습관이 변했을 수도 있고, 식성이 바뀌었을 수도 있다.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이 변화하기도 하고, 이성에게 호감을 느끼게 되는 매력 포인트가 달라지기도 한다. 성격이 바뀌기도 하고, 외형이 변하기도 한다. 그 변화들 속에서도 꾸준히 노력하고 있는 당신이라는 것을 안다.
(...)
'왜 나는 이렇게 되었을까. 예전의 나는 이랬는데.' 이런 생각이 든다면 잠시 숨을 크게 쉬고 그 생각을 털어내었으면 좋겠다. 지난날의 당신이 만들어 낸 오늘의 당신은 참 멋있다. 지금의 당신은 누구보다 참 잘 살아내었다.

한결같이 오늘이라는 시간을 위해 누구보다 최선을 다해 살아내는 그 노력의 무게를 안다. 한결같을 수는 없지만, 한결같이 노력해온 당신이다. 달라져도 괜찮다. 어떤 모습의 당신이건 그 자체로 소중하기에.
22~23페이지 中
=====

변하는 것에 대해 강박적으로 부담감을 가지고 있다면 그 생각 또한 내려놓자. 시간이 흐름에 따라 모든 것은 변한다. 하다못해 사시사철 푸르다고 말하는 소나무도 조금씩 성장하고 변한다.

매번 한결 같을 수는 없지만, 한결같이 내 삶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당신 자신을 믿어라. 조금 달라져도 괜찮다. 어쩌면 그것은 성장하고 있다는, 노력하고 있다는 반증일 수도 있다.


=====
유난히 남의 힘듦에는 관대하지 못한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의 시선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다. 지금의 고난이 영원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오늘 눈물을 지었다고 해서 내일도, 그다음 날도, 영영 울기만 해야 하는 날이 아니라는 것도 알아야 한다. 나의 힘듦을 누구보다 내가 돌봐주어야 크게 흉지지 않고 잘 지나가게 된다. 나는 믿음을 가진 종교는 없지만, 성경에 나와 있는 이 구절을 참 좋아한다.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당신의 아픔 또한 잘 지나가리라.
26~27페이지 中
=====

살아보니 나의 힘듦을 굳이 타인에게 공유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되려 그 아픔을 약점으로 이용하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이다.

대신 이 아픔 또한 지나가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나의 아픔을 보듬어 주자. 오늘의 슬픔은 계속되지 않는다. 힘듦을 잘 보내면 새살이 돋고, 한층 더 성숙해진 나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
인연을 유지하는 데에는 무릇 노력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느낀다. 인연을 지키는 것에도 체력이 필요하다. 제때 밥을 챙겨 먹고 적당한 운동을 하면서 살아가는데 필요한 영양소들을 채워 넣는 것과 비슷하다. 사랑한다, 고맙다, 행복하다 같은 애정 어린 표현을 아끼지 않고, 연인 사이라면 지켜야 할 당연한 것들을 지켜나가면서, 인연의 체력을 유지해 주고 또 키워주어야 한다. 절대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나 혼자만 노력하고, 표현한다고 해서 인연의 체력이 올라갈 수는 없다. 한쪽만 하는 노력은 애석하게도 더 빠른 애정의 고갈을 가져오게 된다.
208페이지 中
=====

연인 사이를 오래 이어나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서로의 노력이 바탕이 된 체력을 안배하는 것이다. 사랑한다, 고맙다, 행복하다 와 같은 애정 어린 표현을 지속하며 서로가 서로에게 감정적으로 유대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홀로 이 말을 외치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다. 일방적인 노력은 언제든 끊어질 관계와 다름없다. 체력적으로나 감정적으로 피폐해지지 않도록, 서로에게 당연한 것들을 지키고 아껴나가면 어떨까 한다.


=====
살아내는 것 자체만으로도 참 잘 해내고 있는 자신에게, 남이 주는 스트레스까지 가중할 필요는 없다. 누군가의 부탁을 거절했다는 이유로 나쁜 사람이 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 고운 결을 가진 당신의 마음이 상처투성이가 되기 전에 작은 방어벽 하나를 쌓아두는 연습을 해야 한다. 모두에게 착할 필요도 없고, 모두에게 호의를 무조건 베풀지 않아도 된다. 아무에게나 당신의 그 예쁜 마음씨를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 남이 좋은 게 아니라, 내가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생각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
228페이지 中
=====

생각보다 거절을 잘 못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그렇지만 이제부터는 그 생각에서 벗어나자. 모두에게 착할 필요도, 모두에게 호의를 베풀 필요가 없다. 그건 호구로 가는 지름길이다.

다만, 내 기준에서 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얼마든지 베풀어도 좋다. 선의는 내 마음에서 우러나와야 진짜 선의다. 타인의 무례한 요구나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는 멈춰도 좋다.


=====
많은 사람이 인간관계에서 가슴 앓이 하고, 상처받고, 넘어지면서 살아간다. 섣불리 마음을 주어서 잘못했다는 것도 아니고, 상대를 잘 믿어서 바보 같다는 것도 전혀 아니다. 이제 조금은 벽을 둔 사람으로 살아도 된다. 누구보다 여리고 착해서 그동안 맺혀있는 슬픔이 많으니, 굳이 누군가에게 새로운 슬픔을 더 받을 필요는 없다.

모두에게 친절하고, 모두를 가까이 하지 않아도 된다.
적당히 가깝게, 적당히 멀게, 그렇게 당신의 삶을 살아가면 된다. 충분한 안전거리를 유지하며.
237페이지 中
=====

이제는 너무 잘 알고 있다. 관계에도 거리가 필요함을. 친하다는 이유로, 가족이라는 이유로, 연인이라는 이유로 너무 거리가 가까워지면 되려 상처받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적절한 벽을 두고 타인과 안전거리를 유지하자. 대놓고 벽을 칠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내가 살아가는 데 나를 지켜낼 정도의 거리는 유지하자.


=====
모두 다 다른 방식으로 삶을 살아간다. 어떤 사람의 모습만이 맞는 것도 아니고, 틀린 것도 아니다. 다양한 성격이 공존하듯 삶의 방식도 다양하게 존재한다. 내 생각만을 고집하는 것도 나쁘지만, 다른 사람의 방식만을 동경하며 추구할 필요는 없다.

살아감에 있어서 즐거움의 기준은 타인보다는 나에게 맞춰서 지내는 게 더 행복한 것이다.
255페이지 中
=====

SNS로 인해 타인의 삶을 엿볼 수 있게 되면서 사람들은 내 삶에 충실하기 보다 타인의 삶을 따라 하기 바빴다. 각자 삶의 목표와 방향성이 분명 다를진대, 왜 그리도 다른 사람의 방식에만 몰두했는지 모를 일이다.

이제부터는 모든 것의 기준을 나에게 맞추자. 내가 즐거운 일, 내가 행복한 일, 내가 좋아할 일들에 맞춰 일상을 살아가자. 진짜 삶은 바로 거기에 있음이다.


*****

처음 1장을 읽으며 내 속에 들어왔나 싶을 정도로 공감 가는 내용이 많았다. 상처를 받아봐서, 관계가 쉽지 않음을 경험해 봐서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한때는 모든 것을 다 내어주는 것이 사랑이고, 관계를 잘 지속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그저 좋아서 행했던 일들이 사실은 나를 망치고 있었음을 그때는 모르고서 말이다.

인간관계에는 적절한 거리와 속도가 필요함을 이제는 너무 잘 알고 있다. 꼭 밀고 당기기를 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적어도 나를 보호할 수 있는 최소한의 벽은 두어야 적어도 나만의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말이다.

'꼭 경험해 봐야 알아?' 하는데 삶은 경험해 봐야 아는 것도 있다. 방향을 잃을 만큼 한때 크게 아팠던 경험 덕분에 지금의 나는 인생에 진짜 필요한 것과 불필요한 것을 구분할 줄 안다.

더불어 많은 사람들의 감정에 공감할 수 있는 능력도 지닐 수 있게 되었다. 때론 나를 올바른 길로 이끌기 위해 차가운 이성도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관계에서부터 똑똑하게 처신할 수 있는 자신만의 방법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무조건 남의 말에 따르거나, 나의 모든 것을 내어주는 걸로는 절대 나를 지킬 수 없다. 때론 타인에게 좋지 않은 인상을 남겨도 괜찮다.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일 필요는 없으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