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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이 오사무, 문장의 기억 (양장) - 살아 있음의 슬픔, 고독을 건너는 문장들 ㅣ Memory of Sentences Series 4
다자이 오사무 원작, 박예진 편역 / 리텍콘텐츠 / 2026년 1월
평점 :
"다자이 오사무의 작품을 쉽게 이해하고, 깊이 다가갈 수 있게 도와주는 책!"
다자이 오사무의 소설은 처음 접해보는데, 은근히 빠져드는 매력이 있는 듯하다. 원문을 읽어보지 않은 상태라 실제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 책 안에서는 꽤 흥미롭게 다가왔다.
<다자이 오사무, 문장의 기억>안에는 총 12편의 작품이 실려있는데, 어느 것 하나 빼기 아쉬울 만큼 시선을 끄는 내용들로 채워져 있었다.
책의 소개 글에서 다자이 오사무에 대해 '인간의 본질'을 탐구했던 작가, '고독을 직면하고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말 때문에 다소 철학적이거나 하드한 느낌의 소설이지 않을까 내심 걱정했는데, 첫 페이지를 읽고 괜한 기우였음을 알 수 있었다.
오히려 인간 내면의 상처나 이중성, 도망과 회복, 절망과 연민 등을 솔직하게 그려내고 있어, 자연스럽게 문장과 줄거리에 몰입하며 읽어 나갔던 것 같다.
12편의 다자이 오사무의 작품을 살펴보면, 한 명의 작가가 쓴 소설이 맞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 만큼 다양하고 다채로운 인간 군상과 주제, 그리고 스토리를 만나볼 수 있는데 입맛 따라 골라읽은 재미도 함께 느낄 수 있다.
개인적으로 독특하게 다가왔던 건 <직소>라는 작품인데, 성경 속 인물을 다루고 있음에도 종교적 색채를 싹 빼고, 복잡한 인간의 심리를 흡인력 있게 다루고 있어 꽤 재미있게 읽었다.
후반부 해설을 통해 다자이 자신의 자의식이 많이 반영된 소설이라는 해석을 보면서 그래서 더 디테일이 살아있었던 건가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됐던 소설이다.
총 4개 파트, 12편의 작품으로 구성된 이 책은, 다양한 인간의 내면에 대해 다루고 있는 다자이 오사무의 문장을 주제별로 엮은 책으로, 그의 소설을 깊이 이해하고 싶거나 입문하는 사람들에게 딱 좋은 책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의 편역자는 초반에 주인공 캐릭터에 대해 간략히 설명함과 동시에 간단한 줄거리를 먼저 설명하는 방법을 취한다.
이후 주요 문장을 통해 말맛과 의도를 보여주고, 작품의 후반부에서는 전체적인 해설과 작가가 전하고자 했던 인간 심리와 성찰 과정, 깨달음까지 전하며 마무리 짓는 패턴을 반복적으로 사용한다.
덕분에 나처럼 다자이 오사무 작품을 처음 접하는 독자들도 어렵지 않게 흐름을 따라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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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다자이 오사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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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문학의 독보적인 거장으로, 인간의 고독과 절망을 깊이 탐구한 작품을 남겼다. 그의 본명은 쓰시마 슈지다.
일본 아오모리현의 부유한 가문에서 11남매 중 열째로 태어났지만, 어린 시절부터 외로움을 많이 느꼈다. 우수한 성적을 거두었음에도 부모의 관심을 받지 못하면서 성장했기 때문이다. 이 시기, 그의 가장 큰 관심사는 문학으로 십 대 시절부터 글쓰기를 즐기며 작가를 꿈꾸기 시작한다.
도쿄 대학에 진학한 다자이 오사무는 서양 문학을 공부하며 본격적으로 문학의 길을 걸었다. 하지만 학업보다는 문학과 유흥에 몰두했고, 결국 대학을 졸업하지 못한다. 이때부터 그의 인생은 빠르게 망가진다. 우울증에 시달리던 다자이는 여러 차례 자살을 시도하는데, 이러한 고통과 불안은 작품 속 주인공들에게 고스란히 반영된다.
다자이의 삶은 유흥과 방황의 연속이었다. 그는 사랑을 갈구했지만, 동시에 관계에서 끊임없는 불안을 느꼈다. 이러한 감정들은 마지막 연인인 야마자키 도미에를 만나면서 극대화된다. 1948년, 다자이는 연인 야마자키 도미에와 함께 강에 몸을 던진다.
다자이 오사무는 고독에서도 인간의 본질을 탐구했던 작가로, 현재 그의 생애와 작품은 우리 삶을 들여다보는 돋보기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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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이 오사무의 소설 맛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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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양
<사양>은 몰락한 귀족 가문의 삶을 통해 전후 일본 사회의 변화와 상실, 극복 의지를 담은 작품으로, 특히 주인공 가즈코의 1인칭 시점에서 그녀의 내면과 독백이 전개된다.
이 작품은 시대와 개인, 개인과 개인 내면의 갈등을 통해 사회와 인간의 본질을 성찰하게 한다.
이 소설은 상실과 몰락이 반드시 종말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며, 새로운 시작의 가능성이 될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가즈코가 그랬던 것처럼 영감을 통해 자기 삶의 진정한 방향을 찾고, 고통을 성장의 발판으로 삼으면 어떨까.
■인간실격
<인간실격>은 인간 존재의 본질적인 고독과 정체성 상실을 탐구한 작품으로, 주인공의 삶을 통해 '사회가 요구하는 인간', '타인 앞에서의 자아', '자기 자신과의 대면' 등 현대 사회에서 흔히 겪는 내적 갈등과 소외감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요조는 타인에게 자신을 그대로 드러내기보다 '광대'라는 가면을 쓰는 방식을 택한다. "광대를 연기했다"라며 끊임없이 고백하는 요조를 통해, '타인에게 보이는 나'와 '내가 아는 나' 사이의 간극에서 느껴지는 불안과 고통이 단순한 방어기제를 넘어, 사회적 규범과 기대 속에서 자신의 본질을 감추고 살아가는 우리 모습과도 닮아 있다.
<인간실격>은 단순히 절망의 기록이 아닌, 실패 속에서도 인간으로 남으려는 몸부림으로 읽힐 수 있다. 그렇기에 작품 속 요조의 삶을 통해 많은 사람이 진정한 위로와 공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어쩔 수 없구나
<어쩔 수 없구나>는 매우 짧고 위트 있는 문체와 대비되는 주제로, 전쟁 중 피난민과 농민의 대립을 통해 당시 시대상을 풍자적인 톤으로 그려내는 단편이다.
특히 이 작품의 마지막 문장 "어쩔 수 없구나"는 다자이의 다른 작품에서도 자주 인용되는데, "체념과 허무가 가득한 세상 속에서도 살아가야 한다"라는 그의 세계관을 상징하는 키워드이기도 하다.
이 작품은 인간 존재의 본질적인 고독을 강조한다. 의사는 주인공과 대화하며 공감대를 형성하고 싶어 하지만, 그의 말은 주인공에게 무의미하게 들린다. 피난민 부인도 자신의 고통을 호소하며 동정을 구하지만, 그녀의 이야기는 단순한 푸념으로 치부된다.
이러한 단절은 현대 사회에서도 빈번히 벌어지는 현상으로, 우리가 누군가와 소통한다고 믿으면서도 진정으로 연결되지 못한다고 느끼는 이유다.
이 작품은 결국 우리가 삶에서 경험하는 갈등과 고독을 다시금 돌아보고, 그것을 성찰의 기회로 삼도록 안내한다.
주인공이 느낀 무력감과 고독을 통해, 우리는 자신을 되돌아보고, 그 과정에서 타인의 삶에 대한 공감과 이해를 키울 수 있다.
■여학생
<여학생>은 한 소녀의 하루를 통해 인간관계의 내면의 갈등, 그리고 정체성의 성찰을 다룬 작품이다.
주인공 여학생의 시선으로 그려진 세계는 그녀의 복잡한 내면과 엇갈린 감정을 통해 깊이 있는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나는 누구인가?', '왜 이렇게 행동하는가?'와 같은 의문은 여학생의 내면 성장을 이끈다.
여학생과 어머니의 모습은 인간관계의 복잡함을 잘 보여준다. 이를 통해 세대 간 갈등과 공감을 드러내며, 관계 속에서 성숙해지는 인간의 모습을 강조한다.
이 작품의 가장 큰 힘은 여학생의 감정이 독자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는 점이다.
<여학생>은 단순한 성장 이야기를 넘어,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모든 개인에게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우리가 자기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고, 타인과의 관계에서 어떤 존재로 성장해 가는지 끊임없이 성찰하게 할 뿐 아니라, 인간다움을 잃지 말라고 조언하기도 한다.
■직소
<직소>는 신약성경 속 '가룟 유다'의 시선을 빌려, 애증이라는 감정을 정면으로 응시하는 작품이다. 성경 속 인물을 다루면서도 종교적 색채는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다자이는 유다의 배신을 통해, 인간의 감정이 얼마나 복잡하고 모순적이며, 때로는 파괴적인 결과를 낳는지를 보여준다.
다자이는 실제로 자신의 자전적 경험을 문학 속에 자주 반영했다. 그가 배신자인 '유다'의 입장에서 유다의 선택을 복합적으로 통찰한 것은, 스스로를 '배신자', '도망자'라고 비난하며 살아온 자의식이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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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적으로 다가온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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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저히, 더는, 정말로 살아 있을 수 없을 것 같은 깊은 불안감.
이것이 바로 사람들이 말하는 '불안'이라는 감정일까. 가슴속으로 고통스러운 파도가 밀려왔다가 또 밀려가고, 그것은 마치 소나기가 그친 뒤의 하늘을 흰 구름이 쉴 새 없이 몰려다니며 스쳐 지나가는 모습처럼, 내 심장을 죄었다 풀었다 하며 옥죄는 것이었다.
26~2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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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장을 읽을 당시의 내 마음 상태를 잘 표현한 문장이라 가져와 봤다. 도저히 어찌할 수 없는 불안은 한동안 내 마음을 죄었다 풀었다 하며 옥죄었다.
하나의 불안을 몰아내면, 어느새 또 다른 불안이 찾아와 감정을 많이 소모하게 만들었던 당시 내 심정이 위 인용 글과 같았다.
여전히 불안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방법은 모르지만, 나름의 여러 방법을 통해 오늘도 나는 불안에서 벗어나려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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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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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게 읽고 나서도, 막상 서평을 쓰려니 처음에는 조금 막막했다. 수십, 수백 권의 책에 대한 서평을 꾸준히 써왔음에도, 이렇게 한 번씩 막막함을 느낄 때가 있다.
이 책은 원문에 대한 글이 아니라, 편역가가 문장과 주제별로 재구성한 편역본이다. 그러다 보니 편집자의 의도에 맞춰 어디를 기준으로 서평을 쓸지부터 우선 정해야 했다.
만약 내가 이 책에 실린 원문들을 미리 읽어봤다면, 원문과 편역본을 비교하며 서평을 쓸 수 있었겠지만, 실제로 나는 다자이 오사무의 소설을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하는 상황이라 그렇게 하기는 어려웠다.
보통은 책을 읽고 떠오르는 영감에 따라 글을 쓰지만, 이 책은 누군가의 손을 거쳐 재구성된 것이어서, 그런 영감에 기대어 쓰기는 어려웠다.
그래서 재구성된 기획에 따라 솔직한 내 느낌과 생각을 기록했으며, 그것이 지금 내가 쓰고 있는 서평의 내용이다. 원문 전체에 대한 기록을 알 수 없이 현재 확인할 수 있는 정보 안에서 최대한 자세하게 의견을 남겼다.
원 소재와 내용이 매력적이라, 추후 이 책에 실린 원문들도 따로 읽어 볼 생각이다. 인간의 본질을 다루는 작가라지만, 땅을 파고 들어가는 암울한 내용만 있는 것은 아니어서, 꽤 흥미로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