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가 버리고
에바 린드스트룀 지음, 이유진 옮김 / 단추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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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서로 어떻게 다가가야 하는지를 몰랐던 것일지도.."



도서관 관심 목록에 담아 둔 책들을 하나 둘 꺼내서 읽어보는 중인데, 이 책도 그 목록에 있던 책 중 하나였다. 그런데 어쩐지 그림책치고는 책 제목이 좀 남다르게 다가왔다. <모두 가 버리고>라니.


책의 내용도 이 제목과 별반 다르지 않았는데, 주인공 프랑크의 외로움과 쓸쓸함이 한눈에 들어오는 스토리였다.


솔직히 말해 처음에 이 책의 마지막 장을 읽고서는 한동안 멍해져 있었다. 그리고 이내 '그래서 결론이 뭐지?'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드문드문 프랑크의 뒤를 쫓다가, 불현듯 모두 사라져 버린 마지막 페이지에서 과연 독자가 무엇을 발견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다시 첫 페이지부터 차근차근 몇 번을 되짚어 읽었다. 그리고서야 작가가 열린 결말로 마무리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열린 결말의 마지막을, 내 나름대로 결론 내려보게 되었는데 그 이야기를 지금부터 풀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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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살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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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크는 늘 그렇듯 오늘도 공원에서 노는 아이들을 먼발치에서 바라보다가 홀로 쓸쓸히 집으로 돌아가는 일을 반복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재미있게 놀고 있었는데, 그들 중에는 프랑크가 늘 지켜보는 또래 친구인 티티, 레오, 밀란도 포함되어 있었다.


집에 도착한 프랑크는 외로움과 쓸쓸함에 눈물을 흘리게 되고, 이후 그 눈물을 모아 마멀레이드를 만들기 시작한다. 400밀리리터의 설탕을 붓고 한 시간, 두 시간, 설탕이 녹을 때까지 꼼꼼하게 젓는다.


그렇게 몇 시간이고 저으면서 농도가 맞지 않을 때는 조금 더 울어서 농도를 맞추며, 마침내 맛있는 마멀레이드를 완성하게 된다.


그리고 완성된 마멀레이드를 식히기 위해 창문과 문을 여는데, 사실 이때 티티, 레오, 밀란은 공원에서부터 프랑크의 뒤를 따라와 창문 너머로 그를 지켜보고 있던 상황이었다.


열기를 식히기 위해 창문과 문을 열던 프랑크는 자신을 보고 있던 세 친구를 발견하게 되고, 마침내 그들을 초대하기에 이른다.


그렇게 완성된 마멀레이드에 빵을 굽고, 차를 준비해 함께 맛있게 먹던 이들은 어느새 모두 사라져 버렸고, 그렇게 이야기는 끝이 난다.


그리고 그 자리에 남은 것은, 그들이 먹고 남긴 빈 그릇뿐이었다.


추측해 보건대, 평소 프랑크만 이들을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세 친구 역시 남몰래 프랑크를 힐끗거리며 지켜보고 있었던 게 아닐까 싶다.


그러다 마침 오늘, 쓸쓸히 집으로 향하는 프랑크를 세 친구는 따라가게 되었고, 눈물로 마멀레이드를 만드는 모습까지 목격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용기를 내어 건넨 프랑크의 티타임 초대에 응한 친구들은, 맛있게 간식을 먹고 나서 아마 함께 공원으로 뛰어나가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을 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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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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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내용을 살펴보면 프랑크는 꽤 오랜 시간, 반복적으로 공원을 드나들며 홀로 지냈던 것으로 보인다. 또래 무리에 차마 다가가지도, 그렇다고 마음을 내려놓지도 못한 채 꽤 마음고생을 했던 것이다.


하지만 유난히 외로웠던 그날, 우연한 계기를 통해 프랑크는 친구들에게 티타임을 제의했고, 그 제의에 응한 덕분에 이들은 비로소 같은 자리에 앉게 된다.


이런 정황을 따라가다 보니, 어쩌면 이들은 서로에게 관심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그저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몰랐기 때문에 긴 시간 그런 상태로 머물러 있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고독이나 외로움에서 벗어나거나, 새로운 관계를 시작하기 위해서는 결국 누군가의 용기 있는 첫 손짓이 필요하다. 그것을 이들 중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기에 지금까지 거리감을 두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가 열린 결말로 마무리한 상태라, 나는 내 상상대로 이를 계기로 친구가 되었다고 받아들였지만, 장르나 취향에 따라 또 다른 이야기가 펼쳐질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여러 갈래로 이야기를 펼쳐보다 보니, 오히려 책을 읽을 때보다 읽고 난 후 더 다양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를테면 쉽게 다가서지 못하는 마음을 우리 현실과 연결해 본다거나, 프랑크의 고독을 지금을 사는 사람들의 심리와 나란히 놓아본다거나 하는 것들 말이다.


이 그림책은 그림이나 내용만 보면 꽤 단조로운 편인데, 이상하게도 책장을 덮고 나면 깊은 여운을 남긴다. 눈물로 만든 마멀레이드, 착각 속에 홀로 외로움을 견디는 프랑크, 다가가는 방법을 몰라 맴도는 시간들까지. 여러모로 생각할 것이 많은 그림책이라는 건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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