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2 다크월드
서유신 지음 / 바른북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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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지금으로부터 딱 10년 뒤의 모습을 가상현실로 그리고 있는 <2032 다크월드>는 우리가 꿈꾸는 핑크빛 미래를 그리고 있는 소설은 아니다. 책 제목에서 보이듯 다크한 세계를 그리고 있는데, 연구기술은 지속적으로 발전해 고도화되어 있는 상태지만 실제 인간들의 삶은 매우 메마르고 피폐함이 감도는 분위기가 느껴진다.

 

요즘 뉴스에서 심심찮게 들리는 기후 재앙을 끝끝내 막지 못한 인간들은 결국 인류멸망 직전의 상태에 놓이게 되는데 이때 지구 재건 계획을 실현하는 인공지능 '엘리사'가 출현하게 되면서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다.

 

코로나19 시대 이후로 SF적 요소들이 이젠 어느 정도 예상이 되는 바 2032년에는 지금보다 훨씬 더 강력한 보호장비를 착용하고 생활하게 되는데 방독면에 가까운 프로텍과 장갑 등의 보호구는 신체 일부가 되어 음식 먹을 때를 제외하고는 항상 착용하는 시대에 접어들게 된다. 심지어 프로텍을 착용하게 되면 목소리마저 변조된 듯 나오고 거의 모든 업무가 화상으로 대체되면서 직접적으로 대면하는 일이 거의 전무한 상태의 세계가 되어 버린다. 도시는 점점 붉다 못해 검은색으로 변해가고 믿음과 사랑, 우정은 점점 희미해져 가는 시대가 도래하게 된 것이다.

 

이때 세계 창조의 아담과 이브와 같은 두 주인공이 태어나게 되는데 1999년생의 현재 33세인 유은석과 그가 사랑하는 대학 동기 강은성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사실 두 주인공이라기보다는 유은석의 시점에서 전개되는 은석의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는데 간단한 스토리를 살펴보면 군 제대 후 동물 유전자 분야에 심취해 있던 은석이 박사 과정 중 자신을 후원해 준 기업에 졸업 후 취업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 서술한 스토리다.

 

재학 시절 짝사랑하며 눈 맞춤도 제대로 하지 못하던 은석은 훌쩍 군으로 입대하고, 어느 날 휴가를 받아 잠깐 들른 대학교에서 우연히 은성과 함께 있는 그녀의 남자친구와 마주치게 된다. 이후 그녀와 별 접점 없이 살던 은석은 제대 후 자신을 후원해 준 한 기업에 취업하게 되고 이곳에서 특정 주파수와 뇌 신경조직 간의 연계 기술에 대한 연구를 하며 폐쇄적인 생활을 해나간다. 감정적인 부분이 결여된 듯 무감하게 자신의 일만 하고 살던 은석이 우연히 은성에 대한 소식을 듣게 되면서 은석의 감정은 갑작스레 파도치듯 휘몰아치기 시작하는데..

 

기본적인 배경은 10년 이후 다크 해진 지구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가만히 살펴보면 마치 구약성서의 창세기 내용 일부를 빗대어 쓴 소설인 느낌이 든다. 아담과 이브의 탄생으로 은석과 은성을 빗대어 설명한 부분과 은석이 몸담고 있던 기업을 마치 노아의 방주와 같이 서술한 부분을 통해 이를 확인할 수 있는데, 마치 최상의 꼭대기에 자리한 인공지능 '엘리사'가 인류를 구원한다는 명목으로 인간들을 활용해 최상의 물질을 개발하고 이 실험이 성공함과 동시에 자신이 목표한 것을 실행하고자 인류멸망을 자행하는 스토리가 그려지는 소설이다.

 

특히 '노아의 방주'관련한 내용은 은석이 몸담고 있는 프로젝트에 뒤늦게 합류한 장철진이라는 인물의 대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데, 그는 조만간 큰 시련이 닥쳐올 것이며 이 기업 안에서 함께 한다면 안전할 것이라고 말하는 대화 내용을 통해 '노아의 방주'의 형태를 은근히 드러낸다. 그리고 은석이 하던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실험의 성공과 최종 결과물인 C4를 침팬지에게 주사하는것을 끝으로 확인 사살처럼 그들은 마침내 바라고 기대하던 목표가 실행되었음을 알린다. 이때 장철진이 하는말은 이를 더 확신하게 만드는데, "지금, 이 순간 인류가 받아들여야 할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는 것입니다" 라는 말을 통해서 보다 분명하게 저자가 그리고 있는 밑그림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후 주사를 맞은 침팬지의 끔찍한 모습과 그들이 은석의 입막음을 위해 행한 행동들로 미루어보아 결코 좋은 미래를 예측하기는 어려웠다.

 

마침내 모든 것을 알게 된 은석은 극악무도한 대학살을 예상하고 마지막으로 은성을 죽게 만든 전 남자친구에게 복수를 행하는데, 아이러니하지만 어쩌면 이것은 은석이 마지막으로 행하고자 했던 인간다움은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소수의 인원만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나머지는 마치 쓰레기를 치우듯 대학살을 자행 후 지구 재건을 꿈꾸는 인공지능의 목표를 그리고 있는 <2032 다크월드>

 

은석이 가까운 지인들에게 마지막으로 건넨 <마스크>가 과연 구원이 될 수 있을까? 뒷 내용이 더 궁금해지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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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요 - 내면의 상처와 트라우마로부터 벗어나는 열 번의 대화
브루스 D. 페리.오프라 윈프리 지음, 정지인 옮김 / 부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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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유명인들 중에서도 '오프라 윈프리'의 행보와 그녀의 삶, 그리고 토크쇼는 꽤나 많이 알려져 있다. 그녀의 쇼를 본 적이 없어도, 그녀를 직접 만나본 적이 없어도 그녀의 불우했던 어린 시절과 그녀가 풀어가는 토크쇼는 그만큼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한때는 우리나라에서도 '오프라 윈프리' 붐이 일 정도로 핫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 덕인지 나에게도 오프라 윈프리는 꽤 궁금한 사람 중 한 명이었다.

 

평소 심리학이나 관계성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어 타인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책이나 이와 관련한 유튜브를 종종 보곤 하는데 그런 맥락에서 오프라 윈프리가 전하는 <당신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요>라는 책은 호기심과 함께 제목부터 깊게 다가왔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무슨 일이 있었나요?'라는 물음에 마음이 움직이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을까마는 요즘에는 쉽게 들을 수 없는 질문이라 더 마음이 갔다.

 

특히 그녀가 가지고 있는 배경도 한몫했는데, 불우한 환경을 잘 이겨내고 그녀가 현재 행하고 있는 선행과 위로, 그리고 그녀가 이끌었던 토크쇼에 대한 궁금증을 풀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아 한껏 기대감을 가지고 책을 읽어내려갔다.

 

이 책은 오프라 윈프리와 아동 정신의학자가 트라우마와 뇌, 치유와 회복탄력성에 관해 나눈 대화로 총 10가지 대화 내용을 담고 있다. 아동부터 성인까지 근본적으로 일어나는 문제점들의 원인과 뇌과학을 통해 알아본 이것의 상호 작용과 영향력, 그리고 이를 치유하는 방법과 긍정적 작용으로 순화하는 방법까지 담고 있다. 그동안 막연히 알고 있던 이론에 구체적이고 상세한 설명은 물론 체계적인 뇌과학 지식이 곁들여지면서 근본적인 것들의 문제점을 이해하는데 꽤 도움이 되었다. 무엇보다 자신과 타인을 더 잘 이해하고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는 시간이었던 것 같아 또 하나를 배운 가치 있는 시간이었다. 

 

답을 찾고자 한다면, "너는 뭐가 잘못된 거니?"라는 질문 대신에 "당신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요?"라고 물어야 한다.

 

큰 사고를 겪지 않아도 요즘은 흔하게 가지고 있는 트라우마. 내재된 잠재의식 속에서 무심코 흠칫 두려움을 느끼거나 피하게 되는 행위, 갑작스럽게 폭발적으로 드러나는 폭력성, 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태에서 드러나는 신체 이상 증상 등 왜 이런 현상들이 일어나고 어떻게 이를 치유하고 회복할 수 있는지 그들의 대화를 통해 알 수 있었는데 책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봐도 좋을 것 같다.

 

이 책에서는 핵가족화된 가족 구성, 비대면의 일상, 끊긴 관계, 독박 육아, 마주 보고 집중하는 시간의 결여, 지나친 미디어 노출, 직접 경험의 부재, 공동체의 파괴, 지지자나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의 결여, 통합의료시스템 체계가 아닌 단편적 의료시스템, 사회적 고립 등을 거론하며 우리의 트라우마와 깊은 연관이 있는 문제점이자 치유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라 말한다. 그런데 가만히 살펴보면 모두 우리가 쉽게 접하거나 자주 듣는 이야기들이 많다. 경제가 발전하고 과학은 발달하면서 겉으로는 '잘'사는 모양새를 갖췄지만, 이면에 그것들에 밀려 잃어버렸거나 결여된 것들이 결국 우리의 내면을 갉아먹고 있는 것이다.

 

책은 전반적으로 신경학적 해부 느낌으로 설명하고 있는데 복잡한 내용은 떼어놓고 중점이 되는 삶의 정신적 트라우마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언급하며 신체적 안녕과 정서적 건강이 긴밀히 연결되어 있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실제 정신적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을 경우 신체에 이상 증상이 나타나는 경험을 해 본 사람이라면 이에 대해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병원 검사를 받아보면 특정 이상은 없으나 어딘가 불편한 신체 증상을 겪거나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을 정도의 고통을 겪는 것이 이런 경우라고 말할 수 있다. 이렇듯 원인불명의 정신적 건강과 신체적 안녕에 대해 경험을 해본 자들이라면 이 책을 통해 그동안 몰랐던 자신에게 나타나는 증상의 근본적인 원인과 자신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아동 관련 트라우마에 대한 부분은 중대하고 깊게 다루고 있는데 태아의 뇌 발달 시기에 경험하게 되는 것들은 삶을 살아가는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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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는 자궁에서부터 시작해 삶의 경험들을 저장하기 시작하는데 태아의 뇌 발달은 엄마의 스트레스를 비롯해 식생활 및 활동 패턴 등 다양한 요인들에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생후 첫 9개월 동안은 뇌가 폭발적으로 발달하는데 생애 초기에 만들어진 연상들은 너무나 강력하게 모든 면에 영향을 미친다.

3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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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생애 최초 기록되는 경험들은 그 이후 어떤 긍정적이고 좋은 경험들을 덧대어도 이를 지워버리지 못할 만큼 강력하다고 하는데, 이를 통해 초기 발달 경험 시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시기는  한사람 개인의 역사의 시작이자 '나'라는 사람을 구성하는 특유의 뇌를 생성하는 시기이며, 이때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뇌의 핵심 시스템들이 조직되고 기능하는 방식을 형성하면서 세상을 바라보고 이해하는 자아 형태가 형성되는 거라고도 말할 수 있다. 결국 트라우마는 여기에서부터 시작되는 거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트라우마는 이렇듯 뇌가 형성되는 시기부터 시작해 우리가 일상에서 겪는 모든 것들에 영향을 주고받으며 내가 기억하고 연상하는 것들이 뇌에 축적되면서 세계를 어떤 식으로 받아들이게 될 것인지를 판별하게 된다. 만약 이때 최초 경험한 기억을 통해 새로운 경험이 불안하거나 위험하다고 느껴지게 되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이성적 판단을 하는 피질까지 가보지도 못하고 생각은 뇌간에서 차단당해 버린다. 순간 몸이 얼어붙거나 체온이 올라가고 호흡이 불안정해지며, 심장이 빨리 뛰는 현상이 바로 이것이다. 이성적으로 무슨 일이 생겼고, 어떻게 이것을 해결할 것인지 생각하기 보다 기본적인 신체반응으로 이상 감지를 하는 것이다.

 

이렇듯 세상을 살아가면서 느낀 모든 감각들이 모두 연결되어 있어 누군가를 이해하려고 할 때 '당신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요?'라고 질문하는 것은 그래서 매우 중요하다.

 

그렇다면 이렇게 살면서 겪는 고난이나 역경으로 얻게 된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이 방법은 '회복탄력성'을 통해서 설명하고 있는데, 이 또한 어려서 받는 사랑이 회복탄력성을 결정하는데 중요 키포인트가 된다고 하니 명심하면 좋겠다. 공동체를 통해서 맺게 되는 관계와 능력 조절, 조절 받는 능력, 보상하고 보상받는 능력, 그리고 이를 통해 받는 보상이 매우 긍정적인 선순환 효과를 불러온다고 설명하고 있는데, 이웃과 관계가 돈독하여 자주 교류가 이루어졌던 시절에는 이 과정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트라우마가 극복되고 치유되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이때는 이웃뿐만 아니라 할아버지, 할머니, 이모, 언니, 동생 등 다양한 구성원을 통해 꼭 하나쯤은 지지해 주거나 신뢰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안정적인 관계성을 통해서 회복탄력성을 가지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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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태어날 때부터 양육자가 아이를 대하는 방식이 그 아이의 삶이 탄탄대로가 될지 고생길이 될지 초석을 깔아주는 일이로군요.
(...)
어떤 방식으로 사랑을 받았는지가 중요한 신경망들, 특히 앞에서 말한 핵심 조절 신경망이 형성되는 방식에 고스란히 스며든다는 것이네요.

10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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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어릴 적 이런 긍정적 관계나 경험을 가지지 못한 사람들은 영영 트라우마에 시달리게 되는 것일까? 다행스럽게도 우리의 뇌는 사용하고 연습하면 그 능력들이 생겨날 수 있다고 한다. 이전과 똑같아 지거나 트라우마 자체를 삭제할 수는 없지만 심리 치료를 통해 새롭고 건강한 인식을 덧입혀주는 형태로 치유를 하면 트라우마를 다른 긍정적인 형태로 인식하고 이성적으로 판단하여 고통이 지혜로 탈바꿈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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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자신을 용서하고, 그들을 용서하세요. 당신의 과거에서 걸어 나와 나와 당신의 미래로 가는 길로 들어서세요.(...) 고통은 진실을 알기 위해 필요했던 것일 뿐이에요.
당신에게 일어난 모든 일은 당신을 위해 일어난 일이기도 하다는 사실이니까요. 그리고 그 모든 시간, 그 모든 순간에 당신은 힘을 키우고 있었던 겁니다. 힘 곱하기 힘 곱하기 힘은 곧 역량입니다.

 

당신에게 일어난 일은 당신의 역량이 될 수 있습니다.

-오프라 윈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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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위해서 적절한 타이밍을 맞춰 다음과 같은 경험을 쌓아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

 

하나. 긍정적인 인간과 상호작용을 나눔으로써 조절 및 결속력을 높여주고 안전하다는 믿음을 줄 수 있는 '관계성'을 통해 신뢰성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두울. 부분적 주의가 아니라 온전히 함께 하는 주의가 필요하다.


세엣. 의사소통, 가르침, 코칭, 양육, 치료를 위한 조언이 효과를 내려면 <개입의 순서: 조절→연결→설득>를 인식하고 그 순서를 잘 지켜야 한다. 조절에 생긴 문제들을 해결한 후에야 관계적 치료나 인지적 치료도 효과를 낼 수 있다.

 

트라우마를 그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만 보지 않고, 타인의 감정에 이입할 수 있는 역량, 지혜로워질 수 있는 역량을 키워주는 성장의 발판으로 지칭하며, 이것을 인생을 성찰하고 배우고 성장하는 데 도움을 주는 '선물'이라고 지칭하는 페리 박사의 말이 인상 깊게 남았다. 

 

 

치유 과정을 읽으면서 우리 사회에서 가장 빨리 시정되었으면 하는 부분이 두 가지 있었는데 하나는 이상행동을 하는 아이들을 단순한 처방으로 병명을 진단하지 말고 '이 아이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하고 우선적으로 질문해 보는 것이다. 개입 순서(조절→연결→설득)를 통해 과거부터 이 아이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파악하는 게 가장 먼저 선행되어야 한다고 본다. 두 번째는 단편적 치료가 아닌 통합적 치료가 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각 과별로 분리해서 진단하는 것이 아닌 전체적인 맥락에서 치료 순서와 방법을 정하고 이를 통해 순차적으로 접근해가는 방식이 절실해 보인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이상적인 의사의 모습은 '낭만 닥터 김사부'와 같은 드라마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신체에 일어난 문제만 들여다볼 것이 아니라 그들의 심리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고려하고 각 과의 원활한 협진을 통해 치료하는 방법이 더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음을 인지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삶=고난"이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살면서 무수히 많은 고난이나 역경을 우리는 마주하며 살아간다. 그 속에서 때론 여러 가지 이유로 트라우마를 갖게 되는데, 이는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결핍에서 발생되는 이슈도 적지 않다. 감정은 '전염'되고 때론 대물림 되기도 하면서 부정적 심리가 불안과 우울증 가중시키기도 하지만 분명한 건 우리의 노력이 더해진다면 유연한 '뇌'는 서서히 회복탄력성 상태로 옮겨갈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여정은 외상 후 지혜를 만들어 남다른 강점과 관점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데 우리는 이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어떤 긍정적 에너지로 바꿀 것인가를 고민해가며 나와 타인을 이해하는 새로운 관점을 가질 수 있다.

 

트라우마로 주저앉아 자신을 탓하며 우울감에 오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이들에게 "당신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요?"라는 질문은 어쩌면 한줄기 희망의 빛과 같은 질문일지도 모르겠다. 항상 무언가에 놀라고 한껏 예민해져 움츠러져 있는 깊숙한 나의 내면을 안정시키는 법은 생각보다 쉽고 가까이에 있다. 체온을 나누고, 신뢰할 수 있는 누군가와 관계를 맺으며 생각을 전환하는 것. 이를 통해서 서서히 안정감을 찾아가는 나를 깨달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용기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내 안의 나를 위로하고 토닥이며 상처를 치유하고 위로를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 오늘, 스스로에게 이 질문을 건네보면 어떨까?

 

"당신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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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좋아
채희선 지음 / 부크럼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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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많이 강조되고 있는 '나에게 집중하는 삶'에 대해 말하고 있는 또 한 권의 책을 만났다. 여기에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자면, 나를 위한 삶을 산다고 해서 타인에게 피해를 주며 오로지 나를 위한 삶을 사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니 부디 그런 오해는 하지 않기를 바란다. 간혹 나를 위한 삶을 산다면서 정말! 진짜! 타인은 상관하지 않고 자신만을 위한 삶을 사는 '이기적인' 사람들이 있는데 그건 나를 위한 삶이라기 보다 그냥 '이기적인 삶'이니 구분을 하고 살았으면 좋겠다.

 

유튜버, 쇼호스트, MC, 리포터, 1인 미디어 강사 외에 작가라는 타이틀까지 얻게 된 저자는 다양한 직업을 가진 멀티플레이어다. 유난히 혹독한 10대와 20대를 거치고 난 후 이제는 자신 있게 '나답게' 사는 법을 깨우친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어딘가 나와 결이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각자 겪는 고난이야 제각각이겠지만, 이후의 깨우침에 있어서는 서로 비슷한 면이 꽤 많았던 것 같다. 그래서 반갑고 친근했다.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 있구나' 하면서 말이다.

 

특히 공감 갔던 이야기는 생각하기에 따라 이루어진다는 말, 성별의 편견에 아이를 꺾지 않을 거라는 말, 깨진 관계에 대해 더 이상 미련 갖지 않겠다는 말은 경험과 깨우침을 통해 얻은 진리이기에 공감이 많이 가는 글이었다.

 

기억에 남았던 글귀는 결혼을 한 이유에 대한 글귀였는데 여태껏 들어본 결혼 이유 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스스로 '행복한가'라고 질문하는 순간만큼은 적어도 행복하진 않았던 것 같다. 행복이 스며들어 있는 순간엔 절로 '행복해'라는 말이 나올지언정, 그 단어 자체를 떠올리며 고심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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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왜 이 사람과 결혼했냐고 묻는다면, 우리 관계에서 '믿음'이라는 단어를 생각해 본 적 없을 정도로 서로를 믿고 있고, 우리의 인생에서 '행복'이라는 단어를 생각해 본 적 없을 정도로 서로에게 행복이 스며들었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25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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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이런 일 저런 일 겪으며 이제는 나쁜 일 다음에는 항상 좋은 일이 일어남을 알기에 저자가 외치는 담대한 이 말에선 왠지 모를 자신감이 느껴진다.

 

"어떤 일이 펼쳐져도 오히려 좋아!"

 


많이 넘어져 보고, 많이 울어본 자만이 갖는 확신과 여유, 진짜 소중한 것의 가치를 아는 이가 전하는 깨달음과 에너지가 팍팍 느껴지는 글들을 통해 '나답게', '나처럼' 사는 방법을 엿볼 수 있었다. 그중 몇몇 구절을 남겨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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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어떤 것은 잘하고, 어떤 것은 잘 해내지 못할 수 있다. 그러니까 내 인생의 수많은 성적표에 연연할 필요 없다. 오늘을 잘 보낸 것만으로도 우린 이미 1등이야.

2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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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그루의 나무 중 예닐곱 그루의 나무가 성치 않다고 해서 숲을 망쳐버리지 말고, 내가 키워 나갈 수 있는 더 많은 나무들을 살펴보는 사람이 되자는 것이다.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하며 배움의 즐거움을 잃지 않는 자세는 그 어디서도 배울 수 없었던 귀한 가르침이었다.

3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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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래 희망을 정하는 규칙>

 

첫째. 직업이 아니어야 할 것
둘째. 남들을 따라 하기보다 나랑 어울리는 것
셋째. 어떠한 상황을 묘사하거나 추상적인 개념이어야 할 것

4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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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아이를 낳으면 성별의 편견으로 아이의 재능을 꺾지 않을 것이다. 네가 여자라서, 네가 남자이기 때문에 무엇을 하거나 하지 말아야 한다, 가 아니라, 너는 너니까 무엇을 잘해야 한다고 가르칠 것이다. 누군가가 너를 성별적 편견에 가둔다면 그걸 틀어막을 정도의 재주를 가지라고 말해 주는 엄마가 되고 싶다.

9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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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없는 인생은 없다. 하지만 고개를 푹 숙이고 그림자만 보느냐, 힘내서 고개를 들고 더 큰 세상을 보느냐를 결정하는 건 자기 자신이다.

10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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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엔 깨져서 더 이상 붙일 수조차 없는 그릇, 그리고 깨졌지만 억지로 붙인 그릇들도 마음의 찬장에 차곡차곡 담아 놓았었다.
(...)
하지만 나이가 들고 다양한 인간관계를 맺으며, 마음의 찬장에 깨진 그릇까지 보관해 둘 공간이 없어졌다. 그래서 나는 이제 어떤 관계든, 그릇이 깨지면 곧바로 버리려고 애쓴다.

 

나의 마음 찬장에는 지금의 그릇들만 담아도 충분한데 뭣 하러 모든 관계를 위해서 손톱만 한 파편까지 붙여 보려고 애썼나..

12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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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직업, 연봉, 그리고 꿈 등은 그 사람이 만든 역사다. 그러니까 타인의 역사에 돌을 던지는 말은 결코 '관심'이 아니다.
(...)
나는 앞으로 이런 질문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을 거다. 가치 없는 질문은 받는 순간 저 멀리 보내 버려야 내 꿈이 걱정 없이 무럭무럭 자랄 테니까.

149~15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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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하면 어떻게든 기회가 올 것이라는 믿음으로 살았다. 나 자신의 노력을 믿지 않았으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이다. 자신을 믿는 사람은 어떻게든 해내기 마련이다. 지금까지 나는 나를 믿었고, 앞으로의 나도 나를 계속 믿을 것이다.

15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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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당신의 일 또는 꿈을 두고 "나라면 이렇게 할 거야."라고 조언한다면 "나는 해 보지 않은 사람들의 말을 믿지 않아."라고 하시길. 우리는 각자 다른 과정으로 살고 있으니까.

16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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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은 남들이 대신 살아주지 않는다. 그러므로 당신의 선택을 남들이 탓한다고 해도 귀담아들을 필요 없다. 당신은 그저, 선택에 대한 결과를 좋게 만들려고 부단히 노력하면 된다.
(...)
자신을 믿고 노력하는 사람에게 좋은 결과는 저절로 따라온다.

20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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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찰나의 순간에 존재하고, 행복은 찰나의 순간을 기억하는 이 글에도 존재한다.

26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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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정답은 없다. 내 인생은 내가 만들어 가는 것이고, 현재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들은 나의 역사이자 나를 이루고 있는 요소다. 어떤 누구도 나만큼 나를 잘 아는 사람은 없다. 그러므로 '누구처럼'이 아니라, '나답게' 살아가자.

 

요즘 스스로에게 가장 자주 되뇌는 말은 '할 수 있다!'라는 말인데 실제로 '할 수 있다' 외치는 일들은 거의 대부분 이루어졌다. 그게 어떤 것이든 내가 믿고 해내려고 하는 의지와 노력이 이루어낸 결과라고 생각한다. 각자가 꿈꾸는 신나는 인생을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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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함께 라면 - 7인 7색 여자들의 라면 에세이
김예진 외 지음 / 새벽감성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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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라면! 7인 7색의 작가들이 전하는 라면에 얽힌 이야기들은 나와 우리들의 이야기였다. 20대부터 50대까지의 다양한 연령층이 전하는 이야기라 시대상도 반영이 되었는데 지금은 흔하고 언제든 먹을 수 있는 라면이지만 과거에는 얼마나 귀한 재료였는지 알 수 있는 이야기들도 있어 흥미로웠다.

 

누군가에겐 밥 대신 주식이 되기도 하고, 누군가에겐 색다른 요리가 되기도 하는 라면. 종류도, 요리법도 다양해 취향껏 즐기는 라면에는 무수히 많은 사람들의 추억과 눈물과 웃음이 스며들어 있다. 소중했던 순간, 열정적인 순간, 힘든 순간 늘 함께해 주는 라면에 대한 이야기를 하나하나 읽어나가면서 나의 추억 속에 존재하는 라면에 대한 이야기에는 어떤 것들이 있었나 곰곰이 생각하게 하는 시간도 가질 수 있었다. 지금도 늘 한켠에 든든하게 채워주고 있는 라면의 이야기 속으로 빠져보자.

 

라면! 하면 역시 꼬들꼬들한 면발과 알싸하게 퍼지는 국물 냄새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멀리에서도 라면 냄새만큼은 알아차릴 수 있을 만큼 라면 수프가 주는 냄새는 가히 독보적이다. 별생각 없다가도 누군가 라면을 먹으면 퍼지는 라면향을 맡으면 마치 들불 번지듯 군침을 흘리게 된다. 그리고 어느새 너도나도 라면을 먹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중독적이고 치명적인 매력을 지니고 있는 라면에는 그래서 더 많은 이야기가 숨어 있는 것 같다.

 

라면! 하면 또 하나 떠오르는 건 노래인데, 만화영화 아기공룡 둘리에서 둘리, 도우너, 마이콜이 함께 불렀던 <라면과 구공탄>이 바로 그것이다. 한때 즐겨보던 만화 중 하나인데, 지금까지도 유독 이 노래만큼은 잊혀지지 않는다. 라면만큼이나 중독성을 지닌 이 노래에서 돋보이는 건 라면에 대해 서술한 가사라고 말할 수 있다. 이 노래를 들을 때면 라면의 꼬들함과 형상이 저절로 떠오른다. '라면은 이거야'라고 직관적으로 표현한 가사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지금도 이 노래를 들으면서 흥이 나는 걸 보면 그 매력은 여전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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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불꼬불~ 꼬불꼬불~ 맛좋은 라면
라면이 있기에 세상 살맛 나
하루에 열 개라도 먹을 수 있어
후루룩 짭짭~ 후루룩 짭짭~ 맛좋은라면

 

가루 가루 고춧가루(코러스 - 둘리, 도우너)

 

맛좋은 라면은 어디다 끓여?
구공탄에 끓여야 제맛이 나네
꼬불꼬불~ 꼬불꼬불~ 맛좋은 라면
후루룩 짭짭~ 후루룩 짭짭~ 맛좋은라면

 

만두의 친구가 찐빵이듯이
라면의 친구는 구공탄이지
그래도 라면은 맛 좋은 라면은
구멍 뚫린 구공탄에 끓여야 제맛
구멍 뚫린 구공탄에 끓여야 제맛

 

가루 가루 고춧가루(코러스 - 마이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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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라면! 하면 떠오르는 자신만의 이야기들이 담겨있는 이 책에는 7명의 작가가 엄선한 26가지 이야기가 담겨있다. 이야기에 앞서 각 작가들에게 주어지는 공통질문을 시작으로 그들의 울고 웃었던 소중한 추억과 그들의 취향이 한껏 담겨있었다. 낯설지 않은 익숙함이 담겨있는 라면에 얽힌 추억담은 어딘가 나의 이야기와도 많이 닮아있었다.

 

이야기 하나하나를 살펴보면 기내에서 있었던 라면에 얽힌 이야기, 학창 시절 쉬는 시간 친구들과 나눠 먹었던 라면 이야기, 육아와 라면에 얽힌 이야기, 첫 직장이야기, 해외여행에 얽힌 라면 이야기, 아들과 라면 이야기, 크리스마스에 얽힌 이야기, 크면서 좋아하게 된 음식에 대한 추억 이야기, 아침/점심/오후/밤에 먹는 라면의 추억 이야기 등등 무수히 많은 라면 추억담들을 보며 어쩌면 라면은 삶을 대변하는 음식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삶과 인생에 녹아들어 있는 라면, 그 이야기 속에는 각자의 철학과 취향도 한껏 반영되어 있었는데 몇 문장을 발췌해 보면 다음과 같다.

 

 

=====
달걀을 푼 덜 매운맛의 중화된 라면을 먹을 때는 무엇과 같이 먹어야 할까? 그건 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김치다. 적당히 익은 김치 한 조각과 라면 한 젓가락의 궁합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다. 그리고 여기에 하나 더. 무말랭이무침을 추천하고 싶다. 정도에 크게 벗어나지 않는 삶을 추구하는 나지만 라면을 먹을 때에는 예외를 둔다.

신라면의 개취 (9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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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을 먹을 때 자신만의 확고의 취향이 드러나는 문장이다. 이 글을 읽으며 나의 확고한 취향도 생각해 본다. 과거에는 '신라면'에 매료되어 즐겼다면 요즘은 '진라면'이 나의 최애 라면이다. 고유의 맛을 좋아해서 라면에 계란 하나를 톡 넣어 먹는 것을 좋아한다. 다른 곁반찬을 곁들이지 않고 그 자체로 라면을 즐기는 것도 좋아하지만 때론 곁반찬을 함께 먹는 것도 추천한다. 곁반찬의 종류에 따라 라면의 맛도 달라진다. 배추김치, 깍두기, 단무지에 따라 혀가 느끼는 맛과 씹는 식감의 차이가 확연히 달라진다. 저자가 언급한 무말랭이무침은 오득오득 씹는 식감이 남다르다. 그래서 씹는 식감을 느끼고 싶을 땐 무말랭이무침은 탁월한 선택이 되곤 한다. 때때로 이색적인 라면이 먹고 싶을 때는 해물을 넣어 먹기도 하고, 야채를 넣어 먹기도 한다. 토핑으로 치즈를 넣어먹으면 국물 맛이 확 달라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라면의 세계는 무궁무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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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힌 꿈을 찾기 위해 산을 찾았고 새해 일출은 나를 찾는 에너지의 출발점이었다. 나는 두 번째 꿈을 향해 글을 쓰고 있다. 첫 번째 꿈이 두 번째 꿈을 위한 과정이라면 두 번째 꿈은 세 번째 꿈을 위한 과정이다. 하나씩 나아가면 언젠가 꿈을 다 이룰 것이다.

유혹의 냄새 (14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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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향해 나아가는 길에서 때론 위로와 예외가 되는 음식이 있다. 라면처럼. 자신의 인생을 위해 한 걸음씩 나아가는 길에 라면 냄새의 유혹은 기대감과 설렘을 안겨준다. 유혹에 홀려 한입만 하던 것이 한 그릇 뚝딱한 이후 뒤늦게 후회하는 일도 발생하지만 때론 그렇게 라면 한 그릇으로 위로와 위안을 얻어 가는 것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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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이라는 것은 그 당시에는 풍요로워서 간절하지 못했던 것을 점차 간절하게 즐기게 되는 것 같다. 그리고 음식을 먹었던 순간으로 그 시절을 추억하게 한다.

파리에서의 삶은 나를 변화시켰다 (16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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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에 추억의 힘이 깃들어 있다는 것에 100% 공감한다. 그 당시에는 알지 못했던 것을 뒤늦게 그리움이라는 이름으로 그 시절과 음식을 추억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나에게 도 그런 음식이 몇 가지 있다. 때론 직접 그 음식들을 만들어 먹으며 그 당시를 추억하곤 한다.

 

이처럼 라면에는 무수히 많은 추억과 이야기가 담겨있다. 오늘 나만이 가지고 있는 확고한 취향의 레시피와 더불어 라면에 얽힌 이야기를 되짚어 보면 어떨까? 라면이 익기를 기다리는 설렘의 시간만큼이나 가슴 따뜻하고 몽글몽글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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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 싶지 않아
스미노 요루 외 저자, 김현화 역자 / ㈜소미미디어 / 2022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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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부터 느껴지는 마음 깊은 곳의 울림 <가고 싶지 않아>는 여섯 작가가 '가고 싶지 않아'라는 문장에서 시작한 여섯 편의 작품을 모은 앤솔로지 소설집이다. 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 겪게 되는 '그냥', '갑자기', '막연히' 겪는 하고 싶지 않거나 가고 싶지 않은 감정. 특별한 이유 없이 그냥 그 순간에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감정들에 대해 서술한 각 작품들은 작가만의 시각과 색감이 도드라진다. 학교, 집, 직장, 아쿠아리움 등 일상 속에 갑자기 찾아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감정은 이유가 없기에 막연하기도 하고, 누구에게 설명하기도 쉽지 않다. 감정의 기복도 들쑥날쑥하여 종잡을 수도 없다. 대응하는 방법이나 받아들이는 방법도 제각각인데 그런 감정이 드는 순간을 포착하여 그려낸 작가들의 무한한 상상력의 세계관을 이 책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

 

누군가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감정을 꾹꾹 눌러가며 자신의 감정과 반대되는 행동을 하는 사람도 있고, 어떤 이는 그런 자신의 솔직한 감정을 그대로 표출하고 행하는 사람도 있다. 반면 혼자 감내하다 한순간 폭발하는 감정을 보여주는 이도 있으며, 또 어떤 이는 그 자체를 자신의 삶으로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모습도 발견할 수 있다. 여섯 편의 이야기에선 '가고 싶지 않다'라는 마음을 공통적으로 품은 이들이 나오지만 그들의 감정이나 대응방법은 모두 제각각이다. 그래서 알록달록한 여섯 가지 맛의 사탕을 먹는 기분이 든다.

 

 

▣첫번째 이야기 <포켓>

 

조스케는 어느 날 갑자기 이유 없이 움직이고 싶지 않다는 생각과 함께 학교에 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동아리도, 진학도, 모든 것이 그저 무기력하게 다가와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만 들던 때, 소꿉친구 '안'이 애인과 헤어지는 모습을 지켜봐 달라는 부탁을 한다. 그리고 그들의 최선을 다한 관계가 끝난 후 한 달여 만에 학교에 출석한 친구 모치스기가 '완성'한 무언가를 보러 함께 간다. 그곳에서 조스케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위해 학교도 결석하고 이후 끈기 있는 열정과 노력의 완성품을 즐기는 친구의 모습에서 압도감과 충격을 받는다. 무료하게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던 마음에 작은 파문이 이는 순간 그에게도 작은 변화가 일어난다.

 

▣두번째 이야기 <네가 좋아하는/내가 미워하는 세상>

 

스물다섯 살의 보건교사이자 양호교사가 된 지 3년째인 야마모토 사야카는 정말이지 금요일의 보건실에 가고 싶지 않은 마음이 가득이다. 자신의 어릴 적 경험을 바탕으로 학생의 취향을 존중해 주자는 갸륵한 뜻을 품고 시작한 일이 어느새 버겁고 힘겹게 느껴진다. 하지만 직장을 함부로 빠질 수도, 학생에게 상처를 줄 수도 없어 꾹꾹 참고 버티던 일이 결국 들키고 만다. 자신의 취향과 업무 사이, 노력할수록 더 어긋나는 취향과 가치관은 점점 더 골이 깊어진다. 친구 사이나 직장 생활을 하면서 한 번쯤 겪을법한 에피소드라 공감 가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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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금요일 따위 이 세상에서 없어지면 좋을 텐데···· 아니, 그러면 목요일이 주말 전날이 되는 것뿐인가·····? 짜증 나, 아 진짜 어쨌거나 ·····."

5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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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말입니다. 읽으면 읽을수록 "그냥 재미없지 않아?"라는 확신만 깊어졌습니다.

6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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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을 드러내고 싶고, '대등'한 대우를 받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저와 '동일해지기'를 상대에게 바라고 있었습니다.

8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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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 이야기 <핑퐁 트리 스펀지>

 

로봇이 일상이 된 세상에서 벌어지는 SF 소설로, 출근을 앞둔 어느 날 출근을 도와줄 심해 생물 '핑퐁 트리 스펀지'를 닮은 로봇이 "가고 싶지 않습니다"라는 에러 메시지를 표시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다루고 있다. 출근길조차 도움을 받아야 하는 로봇의 에러 메시지로 출근을 미루고 긴급하게 수리를 맡기는데, 로봇회사에서는 뜻밖의 검사 결과를 알려준다. 마음과 감정이 없다고 알고 있던 로봇의 '가고 싶지 않다'라는 감정을 에러나 고장으로 취급하지 않고, 그대로 수용하고 받아들여주는 주인공의 공감대를 엿볼 수 있다.

 

=====
"그냥 가기 싫을 때가 있잖아요. 별달리 뭐가 싫다든가, 몸 상태가 안 좋다든가, 그런 게 아니라, 기분이 내키지 않는 거요, 저는 기분이 내키는 데 시간이 좀 걸리는 타입이거든요"

10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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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 그럼 왜 가고 싶지 않다고 말한 걸까요. 뭔가 제 지시 방법이 잘못되었을까요."
"아뇨"
(...)
"딱히 이유는 없는 듯합니다."
"네?"
"이유는 없지만 왠지 모르게 가고 싶지 않다고 판단한 듯합니다."
12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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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지만, 가고 싶지 않다는 기분을 획득한 것은 조금 동료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한다. 그걸 알 수 있어서 오늘은 오길 잘했다.

13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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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번째 이야기 <어섭쇼>

 

무기력증에 빠져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던 여자는 불평등과 성추행 속에서 매일 반복적인 일상을 보낸다. 갑작스레 떠난 남자친구와의 이별은 그녀를 더 고립과 무기력증에  빠져들게 하는데, 그러던 중 어느 날 아랫집에 살고 있는 사람이 자주 들리는 편의점의 직원인 '어섭쇼'인것을 알게 된다. 우연한 만남을 계기로 금세 마음을 터놓는 친구가 된 그녀들의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
나는 전철을 타고 싶지 않다.

나는 회사에 가고 싶지 않다.

어째서 지금까지 그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을까

15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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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어주기만 해도 좋다고 생각한 사람이 내 곁에서 떠났고, 새로운 친구가 생겼다.

17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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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번째 이야기 <종말의 아쿠아리움>

 

결혼 후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든 가오는 직장도 그만두고 외출을 자제하며 집에서만 생활한다. 택배기사가 올 때면 숨죽이고 있다가 물건만 쏙 들여올 만큼 타인과의 접점을 최소화하는 가오지만 자신과 잘 맞는 남편과 지내는 일상은 늘 즐겁다. 그러던 중 주변에서 아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그녀는 불안한 감정과 세상이 무너지는 기분을 느끼게 된다. 아이를 갖고 싶다는 욕구가 없는 가오에게 당연하다는 듯 이야기하는 아이에 대한 언급은 얼핏 폭력적으로 들리기까지 한다. 남편에게 차마 솔직하게 말할 수 없어 잠시 생각을 정리하려 찾아간 아쿠아리움에서 그녀는 그동안 꾹꾹 눌러두었던 자신의 솔직한 감정과 마주하며 순간적으로 이성을 잃게 된다. 이후 감정의 갈무리 끝에 자신이 사랑하는 남편 데쓰히로의 곁으로 돌아간다. '부모가 되지 못할지도 모른다'와 '부모가 되기를 원하지 않는 사람'의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라고 생각한다. 너무 당연하게 결혼 후 출산으로 생각하는 사회 안에서 이에 대한 욕구가 없는 이의 무기력함과 폭발적 감정 상태를 엿볼 수 있는 소설이었다. 

 

=====
"아이가 생기지 않으면 적어도 일을 열심히 하든가, 배우자의 버팀목이 되려고 하는 게 제대로 된 인간이 걸어가야 할 길이 아닐까? 몸도 마음도 건강한데 일하는 게 싫어졌다는 이유만으로 일을 때려치우고 집안일도 제대로 하지 않고, 지금의 가오는 가키야의 애완동물이나 마찬가지지 않아?"

202페이지 中
=====

 

=====
데쓰히로와 살아가는 삶에 열중하면서 자신에게는 아이를 갖고 싶다는 욕구가 없다는 사실을 가오는 알아차렸다.
(...)
부모가 되지 못할지도 모른다가 아니라 부모가 되기를 원하지 않는 사람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그 마음을 억누르지 않고 주변에 조금씩이라도 이해받아가는 것일지도 몰랐다.

217페이지 中
=====

 

 

▣여섯번째 이야기 <컴필레이션>

 

기억나지 않는 하루를 보내고 집에 돌아오면 항상 새로운 친구들이 저녁을 만들어두고 자신을 기다리고 있다. 오늘 무엇을 했는지, 어떤 일을 했는지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지만 평일 매 저녁시간 새로운 친구들이 찾아온다는 사실만큼은 알고 있다. 함께 저녁을 먹고 게임이나 DVD를 보고 난 이후에 씻고 잠자리에 들고 나서 멍하니 시간을 보내다 보면 또다시 기다리던 저녁시간이 된다. 더 이상 바라는 것도 꿈꾸는 것도 없는 주인공은 지금 이 생활이 만족스럽고 그저 행복하다. 그러던 어느 날 규칙을 깨고 한번 방문했던 친구가 두 번, 세 번 방문하게 되면서 자신이 살고 있는 세상이 진짜 세상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이곳에서 나가서 '진짜' 세상에서 친구가 되자는 친구의 제안에도 그녀는 안락하고 편안한 만들어진 세상이 좋다며 이를 거절한다. 그저 내일 어떤 친구가 와줄까라는 기대감과 설렘만을 가지고 아무 생각 없이 사는 주인공의 삶을 그리고 있는 SF 소설을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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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거니 보내면 어느새 시간이 지나간다. 즉 그만큼 나는 다음 평일 밤이 애타게 기다려져서 참을 수 없는 것이다.

24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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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까지나 이런 하루하루가 이어져준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멀거니 지내는 동안에 인생이 지나가 버리면 아마 그게 제일 행복할 것이다.

24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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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 때리고 있으면 즐거워. 좋아하는 시간이 금방 찾아오고."

25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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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루안돈처럼 그저 존재하는 것만으로 희미하게 있을 수 있다면 더 즐거운 텐데 싶다.

27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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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새로운 친구들이 올 때마다 그녀를 히루안돈같은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녀는 그 말이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런 근사한 것에 자신이 해당하지 않는다면서 매번 아니라고 부정한다. 하지만 마음 한켠에는 그런 삶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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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루안돈이란?

>낮에 켜져 있는 행등, 그곳에 있어도 무의미한 것의 상징. 그런 풍경의 근사한 것에 자신이 해당하리라고는 도무지 생각할 수 없었다.

>한낮에 행등을 켜놓고 있어도 희미하게밖에 보이지 않으니 바꿔 말해 흐리멍덩한 사람을 히루안돈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나한테는 어울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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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루안돈을 꿈꾸는 주인공은 진짜 세상으로 나가자는 친구에게 똑 부러지게 말한다.

"내 진짜 세계는 내가 정할게"라고.

여기에서 히루안돈은 중첩적인 의미로 다가온다. 그녀가 사는 만들어진 세상에서 그녀는 있어도 없어도 상관없는 사람이다. 실제로 관리자들도 그녀가 탈출하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하지만 자기가 있고 싶은 세상을 꿈꾸며 똑 부러지게 의사를 전달하는 모습에서 흐리멍덩한 사람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가고 싶지 않다'라는 문장 속에서 여섯 명의 작가들은 각자의 세계를 확장하고 나름의 의미를 부여한다. 나는 어떨 때, 어떤 상황에서 가(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할까 곰곰이 생각해 본다. 살다가 문득, 그냥 무언가 가(하)고 싶어지지 않을 때 이 책의 이야기들을 떠올려보면 어떨까? 나름대로의 위로와 공감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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