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2 다크월드
서유신 지음 / 바른북스 / 2022년 2월
평점 :
절판


지금으로부터 딱 10년 뒤의 모습을 가상현실로 그리고 있는 <2032 다크월드>는 우리가 꿈꾸는 핑크빛 미래를 그리고 있는 소설은 아니다. 책 제목에서 보이듯 다크한 세계를 그리고 있는데, 연구기술은 지속적으로 발전해 고도화되어 있는 상태지만 실제 인간들의 삶은 매우 메마르고 피폐함이 감도는 분위기가 느껴진다.

 

요즘 뉴스에서 심심찮게 들리는 기후 재앙을 끝끝내 막지 못한 인간들은 결국 인류멸망 직전의 상태에 놓이게 되는데 이때 지구 재건 계획을 실현하는 인공지능 '엘리사'가 출현하게 되면서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다.

 

코로나19 시대 이후로 SF적 요소들이 이젠 어느 정도 예상이 되는 바 2032년에는 지금보다 훨씬 더 강력한 보호장비를 착용하고 생활하게 되는데 방독면에 가까운 프로텍과 장갑 등의 보호구는 신체 일부가 되어 음식 먹을 때를 제외하고는 항상 착용하는 시대에 접어들게 된다. 심지어 프로텍을 착용하게 되면 목소리마저 변조된 듯 나오고 거의 모든 업무가 화상으로 대체되면서 직접적으로 대면하는 일이 거의 전무한 상태의 세계가 되어 버린다. 도시는 점점 붉다 못해 검은색으로 변해가고 믿음과 사랑, 우정은 점점 희미해져 가는 시대가 도래하게 된 것이다.

 

이때 세계 창조의 아담과 이브와 같은 두 주인공이 태어나게 되는데 1999년생의 현재 33세인 유은석과 그가 사랑하는 대학 동기 강은성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사실 두 주인공이라기보다는 유은석의 시점에서 전개되는 은석의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는데 간단한 스토리를 살펴보면 군 제대 후 동물 유전자 분야에 심취해 있던 은석이 박사 과정 중 자신을 후원해 준 기업에 졸업 후 취업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 서술한 스토리다.

 

재학 시절 짝사랑하며 눈 맞춤도 제대로 하지 못하던 은석은 훌쩍 군으로 입대하고, 어느 날 휴가를 받아 잠깐 들른 대학교에서 우연히 은성과 함께 있는 그녀의 남자친구와 마주치게 된다. 이후 그녀와 별 접점 없이 살던 은석은 제대 후 자신을 후원해 준 한 기업에 취업하게 되고 이곳에서 특정 주파수와 뇌 신경조직 간의 연계 기술에 대한 연구를 하며 폐쇄적인 생활을 해나간다. 감정적인 부분이 결여된 듯 무감하게 자신의 일만 하고 살던 은석이 우연히 은성에 대한 소식을 듣게 되면서 은석의 감정은 갑작스레 파도치듯 휘몰아치기 시작하는데..

 

기본적인 배경은 10년 이후 다크 해진 지구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가만히 살펴보면 마치 구약성서의 창세기 내용 일부를 빗대어 쓴 소설인 느낌이 든다. 아담과 이브의 탄생으로 은석과 은성을 빗대어 설명한 부분과 은석이 몸담고 있던 기업을 마치 노아의 방주와 같이 서술한 부분을 통해 이를 확인할 수 있는데, 마치 최상의 꼭대기에 자리한 인공지능 '엘리사'가 인류를 구원한다는 명목으로 인간들을 활용해 최상의 물질을 개발하고 이 실험이 성공함과 동시에 자신이 목표한 것을 실행하고자 인류멸망을 자행하는 스토리가 그려지는 소설이다.

 

특히 '노아의 방주'관련한 내용은 은석이 몸담고 있는 프로젝트에 뒤늦게 합류한 장철진이라는 인물의 대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데, 그는 조만간 큰 시련이 닥쳐올 것이며 이 기업 안에서 함께 한다면 안전할 것이라고 말하는 대화 내용을 통해 '노아의 방주'의 형태를 은근히 드러낸다. 그리고 은석이 하던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실험의 성공과 최종 결과물인 C4를 침팬지에게 주사하는것을 끝으로 확인 사살처럼 그들은 마침내 바라고 기대하던 목표가 실행되었음을 알린다. 이때 장철진이 하는말은 이를 더 확신하게 만드는데, "지금, 이 순간 인류가 받아들여야 할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는 것입니다" 라는 말을 통해서 보다 분명하게 저자가 그리고 있는 밑그림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후 주사를 맞은 침팬지의 끔찍한 모습과 그들이 은석의 입막음을 위해 행한 행동들로 미루어보아 결코 좋은 미래를 예측하기는 어려웠다.

 

마침내 모든 것을 알게 된 은석은 극악무도한 대학살을 예상하고 마지막으로 은성을 죽게 만든 전 남자친구에게 복수를 행하는데, 아이러니하지만 어쩌면 이것은 은석이 마지막으로 행하고자 했던 인간다움은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소수의 인원만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나머지는 마치 쓰레기를 치우듯 대학살을 자행 후 지구 재건을 꿈꾸는 인공지능의 목표를 그리고 있는 <2032 다크월드>

 

은석이 가까운 지인들에게 마지막으로 건넨 <마스크>가 과연 구원이 될 수 있을까? 뒷 내용이 더 궁금해지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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