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은 뇌를 어떻게 바꾸는가 - 충동에 사로잡힌 이들을 위한 처방전
저드슨 브루어 지음, 최호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뇌가 중독에 갇히는 심리와 여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마음 챙김'에 대하여!"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말처럼, '중독'에 대해 미리 알아두면, 추후 어떤 것에 깊게 심취했을 때 빠져나오는 방법도 알 수 있을 것 같아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중독'이라고 하면 흔히 '마약', '술', '담배', '도박'과 같은 극단적인 것들만 생각하기 마련인데, 실제로 '인터넷', '미디어', '애정', '스마트폰' 등 우리도 모르게 나락으로 빠지게 만드는 의외의 것들이 생각보다 많다.


특히 현대사회는 뇌를 자극해 24시간 도파민을 생성하도록 유도하는 요소들이 너무 많아,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


이 책 역시 중독의 범위를 알코올, 담배 등과 같은 기본적인 것들부터 시작해 소셜미디어, 자아, 재미, 생각, 사랑까지 광범위하게 다루고 있는데, 이것들을 살펴보며 우리 주변에 있는 중독의 종류에는 어떤 것들이 있고, 어떻게 하면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지 함께 살펴보면 어떨까 한다.


총 2부 10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중독 심리학 분야 최고 권위자가 어떻게 이 분야에 입문하게 되었는지부터 시작해 뇌가 중독에 빠지는 행동양식과 중독으로 인해 뇌가 변화하는 과정, 더불어 중독에서 완벽하게 벗어나는 방법까지 다루고 있다.


중독 유발 행동이 반복될수록 우리의 뇌는 중독에 더 깊이 빠져들게 되는데, 의외로 여기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포인트는 바로 '마음 챙김'으로, 억지로 끊어내거나 절제하는 것이 아니라, 갈망을 '이해의 대상'으로 삼아 서서히 중독에서 멀어지게 하는 것이다.


스스로의 이해를 바탕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큰 스트레스를 유발하지 않으며, 또 자신의 의지로 진행하는 것이기에 큰 부작용 또한 없다. 그리고 중독에 대한 메커니즘을 스스로 들여다볼 수 있어 '불안감'보다는 오히려 '호기심'을 갖게 만든다.


저자는 이것을 스스로의 경험, 그리고 과학적 연구와 실험을 통해 밝혀냈는데, 어쩌면 그래서 더 확신과 믿음이 가는지도 모르겠다.


저자는 이 책의 7할 정도를 예시와 설명에 할애했는데, 결국 저자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결론은 아주 심플하다.


▶갈망은 억제의 대상이 아니라 이해의 대상이다.

▶뇌는 특정 행동을 통해 일시적인 보상을 얻으며, 이 과정을 기억하고 있다가 '트리거(계기)-행동-보상' 회로를 점점 강화한다.

▶이 과정이 반복될수록 중독은 더 깊어진다.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인식하기-수용하기-관찰하기'를 통해 스스로 중독에서 벗어나는 것이 중요하다.

▶중독에 빠져드는 과정을 역으로 이용해 반복하다 보면 뇌는 '좋은 습관'에 길들여지게 되고, 그렇게 우리는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된다.



=====

저자가 이 분야의 권위자가 된 계기

=====


저자는 형수가 결혼식 피로연 겸 새해 전야 파티 후 신혼여행이 시작되자마자 스트레스로 인해 몸까지 병이 난 것을 보고 어째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몸이 아플까라는 단순한 질문에 사로잡히게 된다.


이후 저자의 인생행로는 180도 바뀌게 된다. 이 질문으로 인해 의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하게 되었고, 이후 의사과학자 이중 학위 과정을 시작하게 된다.


그리고 저자의 목표는 스트레스가 면역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기에 몸에 이상 징후가 나타나는지 알아내는 것이 된다.



=====

핵심 내용 정리

=====


■중독의 정의


-----

중독이란 부정적 결과를 낳는데도 계속 사용하는 것이다. 니코틴, 알코올, 코카인, 도박 또는 그 밖의 무엇이든 특정 물질의 사용이나 특정 행동이 문제가 있는데도 이를 계속한다면 중독을 의심해 봐야 한다.

54~55페이지 中

-----


중독이 뇌를 어떻게 바꾸는지를 알아보기에 앞서 저자는 '중독의 정의'부터 제대로 짚어준다. 뒤에 해결책이 정의와도 맞닿아 있어 '중독의 정의'부터 제대로 마음에 새겨보면 어떨까 한다.



■갈망을 이겨내기 위한 저자의 실험


-----

내가 의사니까 내 말대로 하라는 식의 터무니없는 태도를 취할 수는 없었다. 흡연자가 나를 신뢰할 수 있어야 했다.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 있다는 확신을 그들에게 심어주어야 했다.


이런 이유로 나는 두 시간 동안 연속으로 움직이지 않은 채 앉아 있기를 시작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나는 두 시간 동안 명상 자세로 앉아 있으려고 노력하기 시작했다.

(...)

이제야 나는 환자들의 고통을 알게 되었다. 머리가 터질 것 같은 느낌이 어떤 것인지 알 것만 같았다.


마침내 두 시간을 다 채울 수 있게 되기까지 몇 달이 걸렸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

어느 날 마침내 해냈다. 나는 두 시간을 꼬박 앉아 있었다. 그제야 나는 내가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마침내 나는 '뒤숭숭한 마음'의 끈을 끊을 수 있었다. 그 후로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겨서 앉아 있기가 점점 더 쉬워졌다. 그리고 내 환자들도 담배를 끊을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게 되었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오직 적절한 도구였다.

67~68페이지 中

-----


나는 저자와 같은 마인드를 가진 사람을 상당히 좋아한다. 권력이나 지위로 상대를 짓누르기보다 자신의 경험이나 전문적인 의견을 바탕으로 객관적으로 이야기하는 사람 말이다.


저자는 이처럼 스스로의 신체를 가지고 '갈망'에 대한 실험을 진행한다. 담배를 피우지 않아 알 수 없었던 흡연자의 고통을 다른 방식으로 체험해 보면서 '머리가 터질 것 같은 느낌'과 이것을 이겨냈을 때 오는 확신과 자신감을 제대로 경험한 것이다.


이를 통해 저자는 자신의 환자들에게 진짜 필요한 것이 무엇이고, 또 어떤 방식으로 치료를 해야 하는지 제대로 깨닫게 된다.



■나쁜 습관에서 벗어나기 위해 중요한 것은 '인식, 즉 깨달음'이다.


-----

환자가 경험한 환멸감이 매우 중요하다. 습관을 통해 실제로 얻는 것이 무엇인지 깨달으면, 습관을 더 깊은 수준에서, 뼛속 깊이 이해하면 금연을 위해 우리 자신을 통제 또는 강제할 필요가 없다.


이런 깨달음이야말로 마음 챙김의 핵심이다. 특정 행동에 사로잡혔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명확히 깨달으면, 내장에서부터 환상이 깨진다. 시간이 지나면서 행동의 결과가 점점 더 명확히 보일수록 우리는 오래된 습관을 내려놓고 새로운 습관을 형성할 수 있다.

70~71페이지 中

-----


이 부분은 중독된 뇌를 바꾸기 위해 저자가 제안하는 해결책의 핵심 내용이다. 스스로 자신의 나쁜 습관을 인식하고, 이후 '무엇(보상)'을 얻는지 깨닫게 되면 누군가 강제하지 않아도 스스로 해결책을 찾게 된다는 점을 상기시키고 있다.


그리고 이 깨달음이야말로 마음 챙김의 핵심이며, 이 덕분에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은 점점 더 나쁜 습관을 내려놓고 새로운 좋은 습관을 형성하고자 애쓴다는 점을 말하고 있다.


우리 삶을 살펴보면, 의외로 무의식중에 행하는 일들이 생각보다 많다. 중독의 메커니즘 또한 이런 무의식에서 시작된 나쁜 습관 중 하나로, 그래서 저자는 가장 먼저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갈망에서 벗어나기 위한 주요 약식 훈련법 RAIN

(약식 훈련법 RAIN)


"인식하기-수용하기-관찰하기"


갈망에서 벗어나기 위한 주요 약식 훈련으로 저자는 RAIN의 원리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 RAIN 이란?

원래 불교 명상 전통에서 유래했지만, 저자가 이 원리를 뇌 과학적으로 접근하여 우리 삶의 여러 어려움, 특히 '갈망'을 다스리는 데 효과적임을 보여주었다.


RAIN은 다음 네 가지 단계의 영어 앞 글자를 따서 만들었는데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R: Recognize (인식하기)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알아차리기.


2. A: Allow (수용하기)

일어나는 일을 허용하거나 인정하기.


3. I: Investigate (탐색/관찰하기)

호기심을 가지고 탐색하기.


4. N: Nurture (자애심 갖기) 또는 Non-identification (동일시하지 않기)

자기 자신에게 친절하게 대하거나, 감정과 나를 동일시하지 않기. (불편한 감정 속에서도 자신을 비난하지 않고 스스로에게 따뜻함과 친절함을 보내는 단계이다)



■이 책의 토대

촉발 요인-행동-보상


저자는 중독된 뇌의 사이클은 '촉발 요인-행동-보상'으로 연결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실제로 우리는 무의식중에 특정 촉발 요인(트리거)가 발생하면, 그것을 즉각 행동으로 옮기고, 이후 보상받는 일을 수없이 반복하고 있다.


예를 들어, 스트레스가 쌓이면(촉발 요인) 즉시 단것을 먹고(행동) 이것으로 인해 스트레스에서 잠시 벗어났다는 해방감을 맛보는 것(보상)이다.


이를 습관 고리라고 하는데, 이 책의 토대가 되는 내용이기도 하다.



■보상 기반 학습 체계의 활용


-----

특정 순간에 우리의 행동을 통해 얻는 보상이 어떤 것인지 명확히 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무언가에 관심, 호기심, 매력 등을 느낄 때, 이런 느낌을 그저 주시하는 것부터 시작할 수도 있다.


내 경우에는 호기심이 생기면 개방적이고 활기차고 즐거운 느낌이 든다. 이런 느낌은 칠각지의 첫 두 요소인 마음 챙김과 관심이 함께 있을 때 얻는 보상의 핵심이라 하겠다. 이런 경험은 우리가 원하는 것을 손에 넣을 때 느끼는 잠깐의 '들뜬 행복'과 다르다.

(...)

흥분은 더 많은 것을 원하는 긴장되고 들뜬 충동으로 이어진다. 반면에 호기심에서 비롯한 기쁨은 긴장되기보다 부드럽고 열린 느낌이 든다.


이런 두 가지 보상의 결정적 차이는 주의 깊은 호기심에서 기쁨이 생긴다는 점이다.

(...)

흥분에서 기쁜 참여로 전환하는 출발점은 촉발 요인(스트레스)을 알아차리고 행동(개방적이고 호기심 많은 자각 상태에서 머물기)을 통해 받는 보상(기쁨, 평온, 평정)에 유념하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에게 자연스러운 보상 기반 학습 과정을 활용해 이런 단계를 더 깊이 밟을수록 더 깊이 집중하고 (흥분하지 않으면서) 더 행복해지는 습관을 기를 수 있다. 실제로 적절한 조건만 갖춰지면, 특히 습관적 행동방식에서 벗어나면, 이런 존재 방식은 언제나 가능하다.

217~218페이지 中

-----


어떤 이들에게는 보상 기반 학습에 기초한 중독이나 들뜬 행복을 극복하기 위해 습관 형성의 기초가 되는 보상 기반 학습 체계를 활용한다는 것이 허황되거나 역설적으로 보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흥분'이나 '잠깐의 들뜬 행복'과는 다른 보다 안정적이면서 행복한 느낌이 드는 보상을 떠올리며, 그 방향으로 행동을 변화시킨다는 것이 꼭 허황된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보다 부드럽고 편안하게 다가오는 맛을 알고 난 뒤에 그것을 따라가지 않을 이유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현재 무의식중에 패턴화되어 있는 보상보다 더 좋은 보상을 스스로에게 이해시키고 그것을 따라가도록 프로그래밍하면 우리는 그것에 더 집중하며 행복해지는 습관을 기를 수 있는 것이다.



■중요 포인트!


-----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정확히 보는 것이다. 이 점에서 마음 챙김은 매우 유용할 수 있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에 대한 해석을 왜곡하는 ("음, 재밌네"라는 식의) 주관적 편향의 안경을 벗어야만 우리의 행동이 초래하는 모든 것이 명확히 보인다. 즉각적인 피드백을 받지 못하면, 즉 우리의 행동이 초래하는 결과를 보지 못하면, 엉뚱한 학습이 일어날 수 있다.

230~231페이지 中

-----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인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편향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직시'하는 것이다.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로 잘못된 수순을 이어가다 보면 당연히 결과도 엉뚱한 곳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


그러니 지금 '무엇이 문제인가'에 대해 심도 있게 스스로 관찰하고 인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마음 챙김


-----

마음 챙김은 우리의 나침반을 사용해 우리가 고통을 향해 가고 있는지 아니면 거기서 멀어지고 있는지, 우리가 구멍을 더 깊이 파고 있는지 아니면 삽을 내려놓고 있는지 분별하는 데 도움을 준다.

(...)

우리가 어떻게 스스로 스트레스를 유발하는지에 주의를 기울이기만 해도, 즉 우리의 마음을 챙기기만 해도 다른 방향으로 걸어가는 훈련이 개시된다는 점이다.

272, 278페이지 中

-----


반복되는 삶의 특정 부분을 루틴 화하여 무의식적으로 진행하는 것은 어떤 면에서는 매우 이롭고 또 많은 이점을 준다.


하지만 이것이 만약 나쁜 습관이나 중독에까지 미친다면, 대단히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음을 기억하자.


인식을 통해 좋은 습관이라고 생각되는 반복적 루틴은 무의식 속에 담아 두고 더욱더 발전시켜 나가자. 하지만 무언가 스스로 꺼려지는 행동이나 후회되는 일 등이 반복적으로 행해진다는 생각이 든다면, 마음 챙김을 통해 자각하고 그것을 있는 그대로 수용한 후에 그 행동을 천천히 관찰해 보자.


그리고 그 일을 다르게 변화시켰을 때 주어지는 보상(편안함, 즐거움 등)을 떠올리면서 나쁜 습관을 좋은 습관으로 변화시킨다면, 분명 무언가에 의지하지 않는 행복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

마무리

=====


'중독'과 뇌과학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이지만, 막상 결론에 도달해 보면 별 내용이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시시해'라고 이야기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떤 일이든 파고들어 보면 근본적 해결책은 결국 '시시함'에 있음을 알 수 있다. 해결책이든 문제든 이미 우리 모두가 알고 있지만 실천하지 않는 것이나 혹은 인식하지 못하는 것에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과학지식을 토대로 일상생활과 임상 경험의 여러 사례를 통해 그것을 입증해냄으로써, 중독은 뇌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설명하고 있다.


또 그것을 역으로 활용함으로써 무언가에 의지하지 않는 삶, 세상과 더 깊이 교감하며 더 큰 행복을 누리고 몰입하며 살 수 있는 삶을 제시한다.


우리가 하는 모든 행동은 습관이 되고, 또 그것은 습관의 순환고리가 될 수 있다. 마치 스트레스가 쌓이면 단것을 먹거나 담배를 피우고 싶은 충동이 촉발되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그런 무의식적인 행동은 결국 우리 자신을 좀먹고 죽음으로 이끄는 습관으로 변모할 수 있다.


그러니 평소 마음 챙김을 통해서 스스로를 잘 살펴보면서 마음에 걸리는 행동이나 패턴은 저자가 제안하는 방법들을 통해 좋은 습관으로 변화시켜 보면 어떨까 한다.


P.S. 참고로, 팁을 하나 주자면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 '머리말'을 다시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그러면 확실히 책의 내용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요하고 단단하게, 채근담 - 무너지지 않는 마음 공부
홍자성 지음, 최영환 엮음 / 리텍콘텐츠 / 202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삶의 방향을 찾고 마음의 평정을 유지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안내서!"



살다 보면 한 번씩 마음의 평정이 무너지는 순간들이 있다. 원인은 다양한데, 내면의 문제일 수도 있고 혹은 타인이나 상황 때문에 벌어지기도 한다.


그럴 때 <채근담>을 통해 올바른 삶의 방향을 찾고, 고요하고 단단하게 마음을 붙들어 줄 문장들과 함께 한다면 조금 더 빠르게 회복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또 여기에 담겨 있는 문장들을 통해 내 삶의 진짜 가치를 찾고, 마음의 평화와 성숙한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방법을 활용하다 보면, 일상을 보다 안정적이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총 7개의 파트로 구성된 이 책은 우리가 중용의 마음을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초역 채근담'에 실린 356개의 삶의 지혜를 에세이 형태로 모아 엮은 책이다.


본문에는 한 페이지에 하나씩 철학 에세이 형식으로 쉽게 풀어 설명하고, 하단에는 중국 고전 원문과 해석본을 별도로 기재하고 있어 한눈에 뜻과 의미를 파악하기 쉽게 되어 있다.


편의에 따라 원문과 에세이를 적절히 활용하여 실생활에 적용해 보면 어떨까 한다.



=====

기억에 남은 문장들

=====


-----

세상에 물들지 않는 단단한 중심



복잡한 세상일수록 바깥을 단절하는 것보다 내면을 다스리는 일이 더 어렵고 중요합니다. 외부로부터 자신을 막는 깨끗함보다 안에서 지키는 고요한 절제가 더 깊은 품격을 드러냅니다.

31페이지 中

-----


외부를 차단하기에 앞서 내면을 먼저 단단히 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문장이며, 차단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복잡한 세상일수록 생각지 못한 일들을 많이 겪게 되는데, 그럴 때 단단한 내면을 가지고 있다면 무엇보다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나를 불행으로 빠뜨리는 타인의 말이나 행동들을 적당히 걸러내어 절제하고 조절할 수 있는 힘이 바로 단단한 내면에 있기 때문이다.



-----

여백을 남길 줄 아는 지혜



마음에도 공간이 필요하듯, 삶에도 여유가 필요합니다. 채우기보다는 덜어내고, 이룬 후에 멈출 줄 아는 것. 그것이 오래도록 복을 누리는 길입니다.

47페이지 中

-----


나이가 먹을수록 비울 줄 아는 미덕을 가지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젊은 시절에는 경험과 경력을 쌓기 위해 다양한 것들을 채우게 된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 이 모든 것들은 점차 우리를 짓누르는 짐이나 부담으로 작용하게 된다.


그러니 여유롭고 행복한 노년을 맞이하고 싶다면, 지금부터 비워내고 덜어내는 연습을 해보면 어떨까?



-----

덜 생각할수록 삶은 맑아진다



마음이 고요할수록 삶은 가볍고 단순해지며, 단순할수록 우리는 더 본질적인 기쁨에 가까워집니다. 그러니 복은 많은 것을 이루는 데 있지 않고, 마음을 덜 쓰며 살아가는 데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77페이지 中

-----


위 문장에 깊이 공감한다. 살아보니 행복은 멀리 있지 않았다. 단순할수록 삶은 가벼워졌고, 고요할수록 마음은 편안해졌다.


마음이 어지럽고 복잡하다면, 삶을 단순하게 변화시켜보자. 그러면 어느새 우리를 괴롭혔던 불면증도 싹 사라질 것이다.



-----

밝은 빛 하나가 세상을 덮는다



우리가 마주하는 세상의 빛과 어둠은 외부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상태에서 비롯된다는 뜻입니다.


오늘날처럼 정보와 자극이 넘쳐나는 시대에, 진정한 평온은 외부 조건보다는 내면의 정직함과 명료함에서 비롯됩니다.

94페이지 中

-----


세상이 어둠으로 둘러싸여 있느냐, 아니면 빛으로 둘러싸여 있느냐를 판가름하는 것은 결국 내 마음이다. 아무리 좋은 것들이 나를 둘러싸고 있어도 내 마음이 편안하지 않으면 결국 아무 소용 없다. 삶의 빛을 찾고 싶다면, 일단 내면의 평안과 평온부터 찾기를 바란다.



-----

지금 이 순간, 단 한 번뿐인 삶



천지는 만고불변하지만, 인간의 생은 한 번뿐이며, 그조차 짧디짧은 백 년에 불과합니다. 그 백 년조차도 하루하루 흘러가다 보면 금세 사라지고 맙니다.

(...)

지금, 이 순간이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기억할 때, 비로소 생의 무게와 가치를 알게 됩니다.

136페이지 中

-----


절절히 공감하는 말 중 하나다. 더불어 요즘 내가 실천하며 살려고 노력하는 문장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인간은 유한한 삶을 산다. 그리고 인생은 생각보다 길지 않다. 그래서 나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 '지금, 이 순간'을 최선을 다해 즐기고 열심히 살아보려 노력 중이다.


빛처럼 흩뿌려지듯 사라지는 시간을 최대한 붙잡아 알차게 채워보려 오늘도 정진 중이다.



-----

침묵은 품격이고, 평정은 지혜다



속임수를 알면서도 침묵하고, 모욕을 당해도 표정이 흔들리지 않는 사람에게는 고요한 강처럼 깊고도 넓은 내면의 힘이 깃들어 있습니다.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중심을 지키는 태도는 단지 인내의 미덕을 넘어, 진정한 품격이자 삶을 관통하는 지혜입니다. 이런 태도는 순간의 승부를 넘어서 인생 전체의 균형을 지켜주는 든든한 지주가 됩니다.

156페이지 中

-----


살면서 가장 힘든 게 바로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평정을 유지하는 것이 아닐까 싶을 만큼, 우리의 감정을 뒤흔드는 일들이 세상에는 너무 많다.


그래서일까? 속임수를 알면서도 침묵하고, 모욕을 당해도 표정이 흔들리지 않기란 쉽지 않다. 그리고 현시대를 살아감에 있어 어느 정도는 표현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필요에 따라 가끔 겉으로 표현할지언정 내 마음의 평정만큼은 지킬 수 있다면 이것만큼 든든한 무기도 없을 것이다.



-----

넘치기 전에 멈추는 지혜,

부러지기 전에 쉬는 용기



인간은 종종 '조금 더'를 욕망하다가 모든 것을 잃습니다. 진정한 지혜는 바로 그 '마지막 한 방울'을 스스로 멈출 줄 아는 절제에서 나옵니다.


경계의 순간에 조심함으로써 비로소 온전함이 보존되고, 위기의 문턱에서 물러남으로써 삶은 다시 균형을 찾습니다.

233페이지 中

-----


무엇이든 '조금만 더'의 욕망에서 벗어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 같다. 그 한 방울의 욕망 때문에 때론 불행을 맞닥뜨리거나 위기에 직면하기 때문이다.


여행, 식욕, 욕심, 돈 등등. 조금 부족해도 멈출 줄 아는 절제를 가지고 있다면, 조금은 더 안전하고 평화로운 오늘을 맞이할 수 있지 않을까?



=====

마무리

=====


가끔 마음이 불안하고 흔들릴 때, 마음을 다독이고 바로 세울 수 있는 방법으로 책을 곁에 두고 읽어보면 어떨까? 평정심은 물론, 삶의 방향을 새롭게 설정하는 데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과거에는 현인이나 지혜를 가진 어른을 통해 어려움을 극복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현시대에는 '사람'보다 '책'이 더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다.


사람의 열 길 물속은 파악하기 어렵지만, 책은 파면 팔수록 더 진실과 지혜에 가까워지기 때문이다.


이 책이 전반적으로 전하는 메시지를 종합해 보면 결국 '내 마음을 다스리는 것'으로 좁혀진다. 그리고 저자는 그 방법을 356가지로 정리해 독자에게 전하고 있다.


사람마다 삶의 방향과 목표가 다른 만큼, 필요한 부분과 적용 가능한 부분이 다를 것이다. 그러니 하나씩 살펴보며, 나의 마음을 고요하고 단단하게 해줄 방법들을 삶에 적용해 행복하고 안정된 삶을 영위해 보면 어떨까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술꾼도시여자의 주류 생활 - 미깡의 술 만화 백과
미깡 지음 / 이야기장수 / 202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유쾌한 미깡의 흥미로운 술 이야기!"



술을 그다지 자주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술 이야기'가 담긴 이 책을 꼭 읽어야겠다고 생각한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그 썰을 풀어보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자주 먹지는 않지만 가끔 '맛있게' 즐기는 편이다. 가까운 친구들과의 자리에서 유쾌하게 술을 마시거나 혹은 생각날 때 가끔 혼술을 홀짝홀짝 마시는데, 그래서인지 술 마시는 자리는 나에게 있어 즐거운 기억으로 남아 있다. (참고로 기분이 좋지 않을 때는 웬만하면 술을 마시지 않으려고 한다)


둘째, 여행을 갈 때마다 현지의 술은 꼭 한번 체험해 보려 노력한다. 특히 와인이나 맥주 같은 경우 현지 마트에서 구매하거나 레스토랑에서 맛보고는 하는데, 여행했던 나라 중 유일하게 맛보지 못한 술이 바로 터키의 '라크'다.(해외여행 스토리에서 풀 예정이나, 과연 언제 풀지는 미지수!ㅠㅠ)


셋째, 이 책을 제안하면서 보낸 담당자의 한 마디 때문이었다. "술........ 좋아하시는 분은 무조건 보십쇼." 🤣


다른 책은 대략 '이런 이런 내용입니다'라고 보낸 것에 비해 이 책만큼은 딱 이 한 줄만 적혀 있었는데, 이 강력한 한 마디 때문에 술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어쩐지 호기심에 동하여 '읽어 보고 싶어요'라고 회신하게 되었다.


총 2차(서양술과 동양술) 20잔(20개의 술종류)의 술에 대해 담고 있는 이 책은, 저자의 유쾌한 경험담과 술에 얽힌 재미난 이야기, 깨알 상식까지 더해져 풍성한 내용을 자랑하는 주류 만화책이다.


만화로 쉽고 재미있게 풀어내고 있어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푹 빠져들게 된다. 일상에서 술로 인해 겪는 웃픈 사연부터 각 주류별 맛과 향의 특징, 그리고 술에 얽힌 사연과 알짜배기 정보까지 담아내고 있어 찐 주류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20가지 주류 중 그나마 내가 가장 편하게 자주 접하는 술이 '맥주'라서인지 유독 맥주에 대한 에피소드가 재미있게 다가왔는데, 지금부터 그 이야기를 소개해 보려 한다.



=====

인상 깊게 다가왔던 문장들

=====


-----

구려.. 다 구려..

그중에서도

제일 구린 건 바로...

'그냥 그래도 되니까'야.

권력이 있으니까

과시하는 거라구...

50~51페이지 中

-----


이 문장은 직장의 강압적인 술 문화에 대한 내용을 담은 부분으로, 지금은 좀 나아졌지만 과거 회식과 폭탄주를 강요하던 직장 문화를 떠올리게 했다.


갑자기 잡히는 회식, 그리고 개인 일정은 하찮게 여겨지던 조직문화는 정말이지 나에게는 최악의 문화 중 하나였는데, 퇴근 이후로도 개인 시간은 포기하고 윗사람들 비위를 맞춰야 하던 부분은 지금 생각해도 끔찍하다.


맞다! 구린 것 중에서도 제일 구린 건 권력을 등에 업고 '그냥 그래도 되니까'라고 말하는 자들이다.



-----

케그를 빨리 소비하고

노즐 청소도 정기적으로 하고

깨끗한 잔에 내가면

생맥주는 맛있을 수밖에 없다.


케그를 통째로 냉장 보관해서

적정온도를 유지하기까지 하면 완벽!

92페이지 中

-----


이 글을 읽기 전까지만 해도, 맛있는 생맥주 집은 따로 있다고 생각해 왔다. 그런데 이번에 그 비결을 제대로 알 수 있었다.


비결은 바로 '케그!'였던 것이다. 케그 관리를 깨끗하게 잘하고, 통째로 냉장 보관해서 적정온도를 유지하면 맛있는 생맥주를 맛볼 수 있었던 것!


반대로 이야기하면, 생맥주가 맛있는 집은 케그 관리가 잘 되어 있어 생맥주가 맛있었다는 것인데 위생 측면에서도 그런 집은 앞으로 더 찾게 될 것 같다.



-----

<에일 맥주에 얽힌 스토리>



12세기 기독교 교회는 주민들의 주일 예배 참석을 방해하는 경쟁자로 에일 하우스를 지목했습니다. 교회는 에일 와이프를 맹렬하게 공격했어요.

(참고로 에일 와이프는 에일을 만드는 여성을 일컫는 말!)


당시 에일 와이프들은 장터에서 눈에 잘 띄기 위해 뾰족하고 기다란 모자를 썼는데요. 에일 하우스 앞에 내걸었던 기다란 빗자루와 함께 보면...

딱 떠오르는 게 있지 않나요?


맞아요, 마녀.


중세의 교회와 가부장 사회는 독립성과 경제력을 가진 에일 와이프들을 마녀로 몰아세우고, 핍박했습니다.


그리하여 양조산업의 상업화와 기독교의 합동 공격으로 인해 에일 와이프들은 점차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는 이야기.


이제 에일 맥주를 마실 때 한 번쯤 떠올려보아요.

이 술에는 우리가 몰랐던 여성들의 이야기가 숨어 있다고요.

116~120페이지 中

-----


에일 맥주를 맛있게 먹을 줄만 알았지, 그 속에 이런 이야기가 숨어 있을 줄은 미처 상상도 하지 못했다. 중세 시대에 죄도 없는 여성들을 마녀 취급하며 화형을 당했다는 이야기는 여기저기서 많이 주워들었지만, 에일을 만드는 '에일 와이프'도 그 속에 포함되어 있을 줄이야.


또 에일 맥주를 파는 '에일 와이프'와 '에일 하우스'의 모습도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는데, 동화책 속에서 보던 마녀 모습으로 에일 맥주를 파는 모습을 상상하니 어쩐지 재미있는 콘셉트의 가게를 떠올리게 했다.


참고로 에일 하우스 앞에 걸어두었던 기다란 빗자루는 지금으로 이야기하자면, 'Open'을 상징하는 표시였다고 한다.



=====

깨알 상식 살펴보기

=====


■생맥주란?

똑같은 맥주를 병에 담으면 병맥주, 캔에 담으면 캔맥주, 케그에 담으면 생맥주라는 사실!


그렇다면 생맥주가 더 맛있는 이유는 뭘까? 잔에 따를 때 가스가 주입되면서 탄산감이 좋아지고 거품도 더 쫀득하게 올라가기 때문이라고 한다.


■케그정보

1. 대한민국 최초의 생맥줏집 '을지 OB베어'가 케그를 냉장 숙성한 걸로 유명하죠.


건물주의 횡포로 강제 철거됐던 '을지OB베어'가 다시 문을 열었으니 꼭 가서 '을지OB베어'만의 특별한 맥주를 맛보세요!


2. 만약 손님이 없는 가게에 갔다면 안전하게 병맥주를 시키든가 대의적으로 잔뜩 마시고 케그를 바꿔드리는 것도 방법!


■우리가 몰랐던 맥주에 대한 한 뼘 상식

인류 최초의 술은 과실주지만, 그건 자연 상태에서 우연히 발견된 술이고 맥주는 인간이 기꺼이 노력해서 만들었다는 점에서 맥주를 최초, 최고의 술로 꼽기도 한다.


■청주에 대한 오해 바로잡기

지금은 덜하지만 한때 청주를 '정종'으로 잘못 부르는 일이 많았죠. 정종은 일본 청주 브랜드 중 하나일 뿐입니다.


■소주의 역사

소주가 역사에 최초로 기록된 건 고려 공민왕 때입니다. 처음에는 양반 이상만 마시는 고급주였지만 1920년대에는 한반도 전역에 수천 개의 양조장이 들어설 정도로 두루 즐기는 술이었습니다.



=====

마무리

=====


상식적으로 알고 있으면 좋을 정보부터, 오해를 바로잡는 이야기, 그리고 술의 기원까지 알 수 있어 흥미롭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어릴 적 제사 지낼 때마다 사용하던 '정종'이 '청주'와 같은 술이었다는 것을 이번 기회를 통해 제대로 바로잡을 수 있어 유익한 시간이기도 했다.


많은 종류의 술을 즐기는 편은 아닌지라, 모든 정보를 다 활용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맥주(에일과 생맥주)를 마실 때만큼은 이 책에 실린 이야기들이 떠오를 것 같다.


나처럼 꼭 술을 좋아하지 않아도, 술과 큰 인연이 없어도 이 책은 한 번쯤 읽어 볼 만한 것 같다. 재미난 술에 얽힌 이야기를 통해 상식과 흥미도 채우고 에피소드를 통해 인생 공감대로 채울 수 있으니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클래식이 알고 싶다 : 인상 카페 편 클래식이 알고 싶다
안인모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렵게만 느껴졌던 클래식을 친근하고 흥미롭게 만들어주어 훅 빠져들게 만든 책!"



평소 클래식과 같은 고전음악에 관심이 많지만 생각보다 어렵게 느껴져 거리감을 느끼고 있다면, 이 책을 읽으며 거리감을 좁혀보면 어떨까?


이 책은 인상주의* 시대 거장 뮤지션 7명의 내밀한 인생 이야기와 음악 이야기, 그리고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으로, 읽고 난 후에는 분명 보다 친근하게 클래식에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그들이 살았던 시대적 배경에서부터 시작해, 그들에게 영감을 주었던 이들과 좌절을 안겨주었던 인물, 그리고 작곡가의 길에 이르게 된 흥미로운 이야기와 그 과정에서 겪었던 놀라운 일들까지 모두 만나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시대물이나 동화 속 이야기를 들여다보는 느낌이 들어 꽤 몰입하며 재미있게 읽었다.



--------------------------------------------

<인상주의 시대에 대해 살펴보기!>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약 1880년대 후반부터 1920년대 중반까지), 주로 프랑스를 중심으로 발달했으며, '순간의 인상'과 '분위기', '색채'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주요 특징으로는,


1. 분위기와 색채 중시: 멜로디나 형식보다는 악기의 음색(음악적 색채)과 화음으로 만들어내는 독특한 분위기, 즉 '음향적 인상'을 표현하는 데 주력했다.


2. 모호하고 신비로운 화음: 전통적인 화성학의 규칙에서 벗어나 불협화음을 부드럽게 사용하거나, 온음음계, 5음음계, 교회 선법 등을 도입하여 신비롭고 몽환적인 느낌을 냈다. 이는 화음이 명확하게 해결되지 않고 떠다니는 듯한 느낌을 준다.


3. 부드러운 리듬과 다채로운 음색: 명확한 리듬보다는 유동적이고 부드러운 리듬을 사용하며, 관현악의 다양한 악기들을 사용하여 풍부하고 미묘한 음색 변화를 시도했다.


4. 자연의 묘사: 회화의 인상주의처럼 자연의 풍경, 물의 움직임, 안개, 빛의 변화 등을 음악으로 표현하려는 시도가 많았다.


대표적인 작곡가로는 클로드 드뷔시와 모리스 라벨 등을 꼽을 수 있다.


음악의 인상주의는 기존의 낭만주의 음악이 가지던 거대하고 감정적인 서사에서 벗어나, 청자에게 '무엇을 표현하려 한다'기보다 '어떤 감각적이고 분위기적인 경험'을 제공하려 했다고 이해하면 좋을 것이다.

--------------------------------------------



인상주의 시대 뮤지션 7명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 책은, 표면적으로 드러난 그들의 삶과 음악 이야기를 비롯해 시대적 배경과 얽힌 인간관계와 내밀한 고민과 사랑 이야기까지 두루 담고 있다.


여기에 더해 사연과 얽혀 있는 명곡들을 즉시 들을 수 있는 'QR 코드'와 깨알 상식을 담고 있는 '래알깨알' 코너까지 알차게 구성되어 있어 생생하게 그들의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잘 모르거나 어려운 것일수록 더 파고들어 정면 승부를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조금 더 쉽게 클래식과 가까워질 수 있도록 돕고 있어 클래식과 친해지고 싶은 사람에게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본다.


아래는 7명의 작곡가 이야기 중 조금 더 흥미롭게 다가왔던 몇 가지 부분을 선정해 소개해 보려 한다. 그저 명곡을 작곡한 유명 작곡가로만 알고 있던 이들의 숨겨진 이야기 속에서 보다 인간적이고 색다른 모습을 확인해 보기를 바란다.


더불어 지금과 다른 시대적 배경 속에서도 여전히 존재했던 여성편력과 바람기, 그리고 출중한 능력으로 살아남은 이들의 이야기도 함께 만나보면 어떨까 한다.



=====

차이콥스키

=====


-----

잘생긴 외모의 청년 차이콥스키는 남자를 사랑했어요.

(...)

그의 삶엔 늘 남자들이 있었어요. 동생 모데스트도 동성애자였기에 그의 비밀을 누구보다 잘 이해해 주었습니다. 안토니나와의 결혼은 '위장 결혼'이었어요. 당시 차이콥스키의 애인이었던 실롭스키가 결혼한다는 소식에 충동적으로 내린 결정이었지요.

(...)

그의 마지막 사랑은 사샤의 아들인 조카 다비도프였습니다. 차이콥스키는 그를 향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고, 편지마다 절절히 담았어요. 유언장에는 다비도프를 전 작품의 로열티 상속인으로 지정했고, 마지막 교향곡 '비창' 역시 그에게 헌정해요.


차이콥스키 사후, 다비도프는 우울증과 마약 중독에 시달리다 스스로 생을 마감합니다. 차이콥스키의 비극은, 그를 사랑한 사람들의 비극으로도 이어졌어요.


그의 음악이 왜 그토록 아름답고도 슬픈지 이제는 조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나요?

45~46페이지 中

-----


차이콥스키의 음악만 들어서는 절대로 알 수 없는 내밀하고 사적인 이야기가 아닐까 한다. 의외로 과거 예술가들의 삶을 조명하는 책들을 읽다 보면 차이콥스키와 같이 동성을 사랑한 인물들이 꽤 많음을 알 수 있다.


단순히 동성을 사랑한 정도가 아니라 가까운 가족 혹은 친인척과 관계(연인이 되거나 결혼까지 하는)를 맺는 인물들도 많았던 것을 보면, 현시대보다 과거가 어쩌면 조금 더 개방적이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

말러

=====


-----

"지휘할 때는 손짓과 시선뿐 아니라 입과 입술로도 오케스트라와 소통합니다. 모든 표정과 얼굴의 작은 움직임으로 음표를 가리킬 수 있죠. 얼굴이 수염으로 덮여 있다면 불가능해요. 지휘를 위해서라면 얼굴의 어느 부분이든 이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빈 필하모닉을 지휘하면서 말러는 안경을 다리가 없는 코안경으로 교체해요. 지휘를 더 잘하기 위해서였지요.

144~145페이지 中

-----


말러라는 인물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인물인데, 그의 행보를 살펴보면 얼마나 음악에 있어 진심이고 열정적이었는지 알 수 있다.


그는 이 책에 등장하는 그 어느 작곡가보다 많은 곡을 공연했는데, 작곡가로서도 부족함이 없었지만, 지휘자로서 그가 내딛는 발걸음을 살펴보면 혀가 내둘러질 지경이다.


그는 지휘할 때 자신의 온몸으로 오케스트라와 소통했다. 손짓과 시선뿐 아니라, 모든 표정과 입과 입술로도 소통했다. 그래서 표정을 가리는 수염을 깨끗하게 정리하고, 표정 전달과 시야 확보를 위해 코안경으로 교체하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런 그의 모습은 현시대와 비교해도 남다른 프로페셔널함과 유난함이 느껴질 정도다.



-----

다음 시즌을 위한 투표에서 총 96표 중, 말러는 61표를 받아요. 즉, 단원의 3분의 1은 말러를 싫어한다는 명백한 근거를 목도합니다. 말러는 이 정도로 분열된 오케스트라와는 일할 수 없다며 오히려 다음 해 임명을 거부해요. 그런데 그의 강경한 태도가 오히려 승부수가 된 건지, 2차 투표에서는 90표를 획득하는 반전이 일어납니다

139페이지 中

-----


처음에 이 대목을 읽고 '96표 중 61표면 꽤 선전한 거 아닌가'라고 생각했는데, 3분의 1이 자신을 반대한다는 말에 오히려 임명을 거부한 말러를 보며 대담함과 승부사 기질에 그를 다시 보게 되었던 것 같다. (멋져)


어쩌면 합이 중요한 오케스트라이기에 더 강하게 밀어붙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그가 참여한 어마어마한 공연과 지휘한 무대 횟수를 살펴봤을 때 사실 그게 그냥 이루어진 것은 아닐 것이다.


함부르크에서는 1년에 150회의 공연을 올렸고, 이후 총 60편의 오페라 중 36개를 처음으로 지휘한 이력들을 보면 그가 충분히 자부심을 가질 법하다는 생각도 든다.


그렇게 그가 지휘한 무대가 700회가 넘는다고 기록되어 있는데, 수백수천 명의 오케스트라 단원과 완벽하게 합이 맞는 공연을 이끈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잘 알기에, 그가 더 남다르게 다가왔다.



※말러가 이끈 오케스트라 단원 수

-보통 약 70명에서 100명 이상의 대규모 악단으로 구성!

-교향곡 제8번 '천인 교향곡'의 경우 1910년 독일 뮌헨 초연 당시, 오케스트라 연주자만 약 170~171명이었고, 여기에 성악가와 합창단 850여 명이 더해져, 지휘자 말러 자신을 포함하여 총 1,030명에 이르는 연주 인원이 동원되었다고 한다.



=====

클로드 드뷔시

=====


-----

사치스러운 작곡가였던 드뷔시는 평생 경제관념이 없었어요. 수입을 고려하지 않는 낭비벽, 고급스러운 취향, 품위 유지를 위한 소비로 늘 파산 상태였어요. 그의 취향은 섬세하고 화려했어요. 넓은 차양의 모자, 고급 망토, 비싼 목도리, 돌출된 이마를 가리기 위해 앞머리를 정교하게 일자로 자르지요. 게다가 캐비어 같은 고급 음식을 즐기는 미식가였어요.

(...)

드뷔시는 그렇게 자신의 삶을 자신만의 리듬대로 살았어요. 때로는 너무 자유롭게, 때로는 너무 제멋대로. 그 대가는 주변 사람들의 신뢰와 기대를 저버리는 일이었지요. 세상에 남은 건 그의 위대한 음악만이 아니었어요. 빚과 거짓말이 켜켜이 쌓인 민망한 이야기들도 함께였지요.

258~259페이지 中

-----


드뷔시의 음악만 알고 있던 나에게 그의 방탕한 일상은 굉장히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지인이었다면 절대 가까이하고 싶지 않은 인물이었는데, 여성편력은 물론 방탕함과 사치스러움까지 가지고 있어 말년에는 거의 가까이하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고 하니 가히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역시 겉으로 봐서는 절대 사람을 제대로 알 수 없다는 것을 드뷔시를 통해 다시 한번 깨닫는다.



=====

마무리

=====


'유명한' 이라는 수식어를 떼고 그냥 한 명의 인물 중심으로 거장들을 만나보니, 그들이 조금 더 가깝게 느껴졌다.


자신과 맞지 않는 학교에서 깽판을 치는 모습에서는 웃음이 터져 나왔고, 동성을 사랑하는 것을 감추기 위해 결혼했다가 된통 당하는 모습에서는 쌤통이라는 감정이 드는 동시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또 사랑하는 사람을 동시에 잃어 슬픔을 가누지 못하는 모습에서는 먹먹함이 일기도 했다.


반면, 자신만의 오두막을 지어 열정적으로 작곡을 하는 모습이라든가, 사람들에게 미움을 사면서도 완벽한 자신만의 음악을 창조하는 모습에서는 남다른 포부와 열의가 느껴져 절로 시선이 갔다.


마지막 '나가며' 단락을 통해서 이들이 살았던 인상주의 시대에서 작곡가와 지휘자가 갖는 권력과 의미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알 수 있었는데, 덕분에 음악과 인물을 조금 더 깊이 있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간략하게 정리해 보자면, 작곡가에게는 작품의 초연이 매우 중요하다. 아무리 좋은 곡을 작곡해도 결국 제대로 비평가나 청중을 만나지 못하면 서랍 속 악보로 남거나 사장되는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또 잘못된 연주로 인해 초연이 실패로 돌아갈 경우, 작곡가의 실력이 부족한 것으로 낙인찍히게 되어 무능함으로 이어지기도 하기에, 작곡가에게 있어 초연은 그만큼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다.


반면, 오케스트라의 지휘자가 되면 안정된 삶뿐 아니라 초연이 보장된다. 그래서 너도나도 지휘봉을 잡으려 하고, 각자의 이익을 위해 더  나은 조건을 찾아다녔던 것이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이 과정 중에 많은 비리와 뇌물이 오고 갔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작곡가에게 있어 지휘자가 된다는 것은 당시 최우선 직업이 아니었을까? 보통 작곡가와 지휘자를 따로따로 생각하기 마련인데, 인상주의를 살았던 작곡가들만큼은 내 곡을 알리고 성공하기 위해서 반드시 지휘봉을 잡아야만 했을 것이다.


이처럼 곡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와 시대적 배경, 얽힌 복잡한 인간관계(내용 중에는 우리가 알 법한 화가나 유명 인물들도 여럿 등장한다), 다소 인간적인 면모까지 함께 살펴보다 보니 클래식이 꼭 어렵거나 멀게만 느껴지진 않는 듯하다.


천천히 시간을 두고 이 책에 수록된 QR 코드를 통해 명곡들을 천천히 음미하면서 이들의 뒷이야기를 즐기다 보면 어느새 클래식은 물론 몇몇 명곡들과도 친해지지 않을까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디어 올리버
올리버 색스.수전 배리 지음, 김하현 옮김 / 부키 / 202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적인 대화를 넘어 마음이 공명했던 올리버와 수전의 뭉클한 우정 편지!"



이 책과 함께 도착한 노란색의 종이에는 '편집자의 말'이 빽빽이 담겨 있었는데, 그녀가 쓴 글 중 유독 기억에 남은 말이 있다. 바로 '부러웠다'는 말이다.


그리고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 서평을 쓰고 있는 나 역시 같은 말을 하고 싶다. 진정으로 그런 친구를 둔 두 사람이 너무 부러웠다.


학문적 교류는 물론, 감각과 취향, 삶, 심지어 같은 증상에 대한 공유 등을 통해 열정과 유대감, 위로, 힘을 나눴던 두 사람은 역전된 상황에서조차 시기와 질투보다는 서로를 보듬고 북돋우기 바빴다.


총 3부로 구성된 이 책은, 올리버와 수전이 10년간 나눈 150여 통의 편지글을 엮어 만든 책으로, 깊은 우정을 바탕으로 한 먼저 떠난 올리버를 추억하고 기리는 회고록이기도 하다.


이들은 다양한 주제로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았는데, 수전이 마흔여덟 살에 훈련을 통해 기적적으로 극복한 입체맹을 시작으로 학문, 취향, 열정, 감각 등 그 범위는 점차 확대된다.


둘은 나이, 성별, 경력, 유명세를 뛰어넘어 지적 호기심, 특별한 취향 등을 거침없이 나누며 깊은 우정을 쌓아가게 되는데, 그 과정을 함께하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 그들의 감정과 열정에 절로 동화되는 기분이 든다. 더불어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부러운' 감정이 함께 든다.


상황이 역전되어 내 몸이 망가져가는 상황에서조차 이들은 활발한 교류를 이어 나가며 멋진 삶이 무엇인지를 확실히 보여주는데, 그 흔한 질투심이나 시기 같은 감정들은 털끝만큼도 보이지 않았다.


특히 올리버의 경우 여러 시련 앞에서도 글쓰기를 멈추지 않았는데, 나는 그를 보며 반성의 마음과 열정의 불꽃을 동시에 피우게 되었다.



=====

저자 소개

=====


■올리버 색스

영국 런던에서 태어나 옥스퍼드 대학 퀸스칼리지에서 의학을 공부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신경과 의사, 교수로 활동했다.


독특한 신경학적 문제를 겪는 환자들의 사연을 따뜻한 시선과 아름다운 언어로 담아낸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화성의 인류학자>, <뮤지코필리아> 등이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았다.


2015년 안암이 간으로 전이되어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10여 년간 친구이자 동료 과학자인 수전 배리와 이 책에 실린 편지들을 주고받았다.



■수전 배리

프린스턴대학에서 생물학 박사학위를 받고, 미시건 대학 재활의학과 조교수를 거쳐 마운트 홀리 요크 칼리지 생물학 및 신경과학 교수로 재직했다.


어릴 때 사시 교정 수술을 받았으나, 45세에 시력 훈련을 받고서야 난생처음 입체시로 세상을 보기 시작했다. 이 경이로운 시각적 모험을 글로 써서 올리버 색스에게 보내면서 두 사람 사이에 우정이 싹텄다.



=====

이들의 연결 고리가 된 '입체시'에 대해 알아보기!

=====


■입체시란?

양쪽 눈이 서로 약간 다른 각도로 본 두 영상(망막상)을 뇌에서 통합해, 깊이감(입체감, 거리감)을 느끼는 능력을 말한다. 쉽게 말해, 오른쪽 눈과 왼쪽 눈이 조금씩 다른 그림을 보고, 그 차이를 뇌가 계산해서 '가까움'과 '멀어짐'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입체시가 중요한 이유는 물체와의 거리 판단(운전, 계단 오르내리기, 물건 잡기), 스포츠 활동(공의 속도와 위치 파악), 정밀 작업(바느질, 미세 수술 등)에 활용되기 때문이다.


입체시가 손상되면 사시(두 눈이 같은 방향을 보지 못함)나 시력 차이가 큰 약시(게으른 눈)에서는 입체시가 떨어진다. 이런 경우 평면적으로만 사물을 보게 되고, 깊이감을 느끼기 어렵다.



■책의 내용과 연결 지어 살펴보기

사물이 내뿜는 빛은 망막을 통해 뇌에 2차원으로 전송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우리가 사는 세계는 3차원이다. 그래서 뇌는 움직이는 2차원의 정보로 3차원의 입체를 만들어 낸다. 태양빛은 항상 위에서 쏟아져서 명암이 지고, 눈은 두 개라서 위치를 미묘하게 다르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디어 올리버>의 발신자 수는 어렸을 때 사시가 있었다. 두 눈의 초점이 맞지 않으므로 수의 뇌는 한쪽 눈의 정보를 의도적으로 무시했다. 그래서 수는 사물이 2차원으로 보이는 입체맹이 되었다. 뇌의 입체맹은 특정 시기가 넘으면 극복할 수 없다고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수는 마흔여덟 살에 훈련을 통해 기적적으로 입체맹을 극복했다. 학계에 보고된 바가 없었던 이 사례는 올리버 색스와의 교류를 통해 <스테레오 수>라는 불후의 칼럼이 된다. 수가 바라보는 세상이 평면에서 입체(스테레오)로 변모하는 일대기가 이 서간에서 생생하게 기록되어 있다.


이후에도 그들의 지적 교류는 멈추지 않는다. 수는 신경생물학자기도 했다. 두 사람은 자연계에 존재하는 다양한 감각으로 화두를 돌리고, 서간을 통해 그들의 시야는 점차 넓고 깊어진다.


둘은 150통의 편지를 주고받으며 지적 존재에 대해 가장 깊이 이해한 두뇌의 교류를 보여 준다.



=====

책 내용 깊이 들여다보기

=====


편지가 시작되었을 때 수전은 50대였고, 올리버는 70대였다. 둘은 전부 합쳐서 150통이 넘는 편지를 썼는데, 마지막 편지는 올리버가 세상을 떠나기 3주 전에 주고받았다.


수전과 올리버를 연결시켜준 그 첫 번째 편지를 수전은 사실 부치지 않으려고 했었다. 하지만 용기를 내어 그 편지를 올리버에게 보냈고, 덕분에 오랜 시간 둘은 많은 것을 주고받으며 깊은 우정을 나누게 된다.


첫 편지를 보낼 때만 해도 수전은 이 편지가 자신의 생각과 일, 심지어 정체성에 이렇게까지 오래도록 영향을 미치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 작은 시도가 많은 것을 바꿔놓게 된다.


수전이 올리버에게 보낸 그 편지는 마흔여덟 살까지 사시에 입체맹이었던 수전의 '시력 일지'로, 특정 시기가 넘으면 극복할 수 없다고 알려져 있던 입체맹을 갑작스레 극복하게 된 경험과 놀라운 체험에 대해 담고 있었다.


이에 대해 올리버는 수전의 우려와는 달리 매우 흥미롭지만 의미 있게 받아들여 주며 열정적으로 응해 준다. 그런 그의 응원에 힘입어 수전은 지속적인 훈련을 통해 확실히 입체맹에서 벗어날 수 있었으며, 새로운 세상을 경험한 체험들을 세상에 내놓을 용기를 낼 수 있게 된다.


또 지속적으로 주고받는 편지를 통해 다양한 부분에서 깊은 유대감을 느끼게 되면서, 자신과 같은 경험을 하는 사람들을 위한 다양한 책도 쓰게 된다.


하지만 인생사 '호사다마(좋은일에는 흔히 나쁜 일이나 방해가 많이 따름)'라고 했던가? 올리버의 오른쪽 눈에 암점과 섬광이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급기야 10년 뒤에는 이로 인해 목숨까지 잃게 된다.


수전의 시력이 놀라울 만큼 향상되는 동안 올리버는 반대로 시력을 잃게 되었던 것이다. 이 때문에 둘은 서로 같은 경험을 공유하게 되면서 더 끈끈한 동료애가 생기게 된다.


입체맹으로 고생하던 수전은 훈련을 통해 입체시를 회복했고, 올리버의 도움 덕분에 이를 완전히 극복하게 된다. 하지만 반대로 이번에는 그가 중심시를 잃게 되면서 입체시마저 잃게 된 것이다.


이후 올리버는 고관절이 부러지는 등 여러 사고를 겪게 되지만, 그럼에도 그는 끝까지 글쓰기를 멈추지 않고 지속해 나간다.


후에는 안암이 간으로까지 전이되면서 결국 사망에 이르렀지만, 그 와중에도 그는 끝까지 열정과 격려, 지지를 놓지 않았다.



=====

기억에 남은 문장들

=====


-----

올리버의 책을 읽고 또 이렇게 직접 만나 보니, 그가 나를 두 눈과 뇌가 달린 흥미로운 사례로 취급하는 차가운 연구자가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올리버는 새로 얻은 시력이 내게 얼마나 큰 의미인지 잘 알았다. 우리 둘 다 이러한 감각에서 남다른 기쁨을 느꼈고, 덕분에 나는 이 똑똑하고 점잖은 남자와 깊은 유대감을 쌓을 수 있었다.

44~45페이지 中

-----


수전은 앞서 경험한 의사들로 인해 올리버에게 편지를 쓰면서도, 책으로 먼저 만나본 그가 사실은 그런 사람이 아닐까 봐 내심 불안해한다.


하지만 올리버는 그가 쓴 책처럼 따뜻하고 똑똑하며 점잖은 사람이었고, 덕분에 수전은 새로운 경험과 감각을 마음껏 기뻐하며 나눌 수 있었다.



-----

입체시로 세상을 보자 물체 사이의 공간이 손에 만져질 듯 뚜렷하게 느껴졌다. 나는 이 새로움이 무척이나 놀랍고 기뻤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를 많은 사람에게, 심지어 시과학자들에게조차 제대로 설명할 수 없어서 답답했다. 그러나 올리버는 처음부터 이 느낌을 이해했다.

45~46페이지 中

-----


어쩌면 이 느낌을 이해하고 공감해 준 올리버였기에, 수전은 처음부터 마음을 활짝 열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이론상으로는 알지만 이미 입체시를 경험하며 살아온 이들은 절대 이해하지 못할 그 놀라운 변화를 올리버는 진심으로 이해해 주었고 또 공감해 주었던 것이다.


이런 둘이었기에 올리버가 떠나기 전까지 가장 친한 벗으로 오랜 시간 우정을 나눌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

자신의 경험이 일반적인 믿음이나 확고한 정설과 반대될 때 우리는 어떻게 할까? 자기 경험을 편향적이고 결함 있는 것으로 치부해 버릴까, 아니면 권위에 의문을 제기할까? 올리버가 내 편지를 더없이 진지하게 받아 준 덕분에, 나는 자신감을 가지고 내 경험을 신뢰할 수 있었다.

(...)

내 이야기를 검토하고 정리하고 결국 책으로 낼 수 있었던 건 올리버와 꾸준히 편지를 주고받은 덕분이었다. 그렇게 나는 환자에서 주체로, 다시 저자로 변신했다.

81페이지 中

-----


사실 수전은 처음에 자신의 놀라운 경험들에 대해 스스로 책을 출판할 용기를 갖지 못한다. 자신과 같은 사례를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을뿐더러, 자신을 치료했던 의사마저 소홀히 넘겼던 일 때문에 더 그랬다.


하지만 올리버는 오히려 그런 자신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어주고, 자신감을 북돋아 주는 것은 물론 여러 아이디어들을 제공하며 수전이 스스로 일어날 수 있도록 돕는다.


덕분에 입체맹 환자에서 이를 극복한 주체자로, 이어서 저자로 변신할 수 있었다.



-----

제 경험은 대부분 요즘 교수님이 하는 경험과 정반대입니다.

(...)

제 모습이 거울 속에, '거울 너머에' 있다는 감각이 전혀 없습니다. 교수님은 하와이의 높은 절벽에서 아래를 내려다볼 때 급작스러운 충격/공포/경외감/현기증을 느꼈다고 하셨지요. 저는 현재 고소공포증이 어지간히 심해서,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온갖 상황을 상상하면 몸에 자동 반응이 나타나곤 했습니다만, 이제는 위험할 만큼 높이에 무감합니다.

201~202페이지 中

-----


이들이 나누는 편지글을 살펴보면, 완전히 입장이 바뀐 둘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수전은 자신이 마흔여덟 해 동안 겪었던 일들을 이야기하며 조심스레 안부를 묻는다.


반면, 올리버는 그런 자신의 상황을 누구보다 잘 이해해 줄 수전을 통해 자신의 처지를 덤덤히 풀어놓는다.


누군가에게는 기적 같은 경험이, 누군가에게는 말년에 최악의 고통스러운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이것에 굴하지 않았다.


이런 고통마저 함께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있음에 감사했고, 그런 자신의 상황마저 글감으로 활용하며 글을 쓰는 데 열중했던 그가 있을 뿐이다.



-----

올리버는 오늘 자신이 "아웃팅" 당했다고 말했다. 자신이 시력을 상실했음을 공개적으로 말하게 되었다는 뜻이다.

(...)

올리버처럼 나도 내 개인적인 이야기를 사람들 앞에 공개했고, 그 결과 치부가 노출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

그래서 올리버가 자신의 사적인 이야기를 공개할 때 양가감정을 느끼는 이유도 이해가 갔다. 눈 근육을 수술받은 뒤 대다수 사람은 내가 사시임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러나 올리버는 1996년에 있었던 댄의 첫 우주선 탑승 기념 파티에서 처음 만났을 때, 내가 언급하기도 전에 내 눈이 사시임을 간파했다. 나의 비밀은 처음부터 올리버에게 들통나 버렸고, 결국 나는 올리버의 격려에 힘입어 그 비밀로 사람들을 도울 수 있게 되었다.

207페이지 中

-----


10년 동안 편지를 통해 우정을 쌓은 이들은, 마치 쌍둥이처럼 치부조차 골고루 나누는 사이가 되었다. 이 때문에 이들은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처지와 상황을 너무 잘 이해하게 되었다.


어쩌면 그래서 수전은 그가 시력을 잃은 후에 하는 부탁을 서슴없이 들어주었는지도 모르겠다. 그가 그러했듯이, 이번에는 수전이 올리버에게 힘이 되어 주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

마무리

=====


올리버와 수전은 20년이라는 나이 차가 무색하리만치 닮은 점이 많았다. 이뿐 아니라 입체시를 잃는 경험까지 동일하게 접하게 되면서 누구보다 큰 유대감을 갖게 되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올리버는 수전에게만큼은 솔직하게 자신의 병이 진행되는 상황들을 덤덤히 털어놓았고, 수전 역시 이에 대해 자신의 경험담을 유쾌하게 풀어내며 그가 잘 견딜 수 있도록 도왔다.


취향도 비슷해, 수영과 음악, 동식물 등에 대한 내용을 호기롭게 나누며 상대방이 좋아할 법한 선물도 자주 건넸다. 또 열정과 호기심, 성실함도 남달랐는데, 관심 가는 것에 꽂히면 집요하게 파고들어 끝을 보았다.


이들은 말로 하기보다 글로 쓸 때 생각이 더 잘 풀리는 공통점도 가지고 있었는데, 이 때문에 이들은 편지를 자주 주고받으며 자신의 생각은 물론 아이디어와 영감을 발전시켜 나갔다. (때론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이런 특성 때문인지 올리버는 자신이 죽어가는 상황에서조차 모든 것들을 글감의 소재로 삼아 지속적으로 글을 써 내려갔고, 수전 역시 그와 소통하는 편지를 통해 떠올린 영감들을 또다시 그와 나눴다.


어찌 보면 가장 취약하고 약한 부분을 서로 끌어안아 주고 보듬어 주면서 10년의 우정을 함께 한 것이다. 이런 둘의 우정을 지켜보다가 문득 "진정한 친구란 무엇일까?"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사람마다 각기 다른 정의와 해답을 가지고 있겠지만, 적어도 이 책을 읽고 난 후 느낀 '진정한 친구'란, 있는 그대로 상대방을 수용해 주고 마음을 헤아려 주는 것, 격려와 지지를 아끼지 않는 것, 좋은 변화의 방향으로 이끌어 주는 것 등으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어떤 상황이나 환경에서도 자신을 잃지 않고 호기심과 열정으로 가득한 삶을 살았던 올리버와 수전처럼, 우리도 폭넓은 사고와 감각을 일깨워 생산적인 삶을 살아보면 어떨까 한다.


여기에 더해 이들처럼 멋진 우정을 나눌 수 있는 친구까지 있다면 금상첨화이지 않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