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커 컬러링 북 : 명화 - Famous Painting Polygon Artwork 데코폴리
DNA디자인스튜디오 지음 / 디엔에이디자인(DNA디자인)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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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왔다 더웠다 한참 오락가락 정신없는 날씨가 이어지더니, 장마가 끝나자마자 이제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게 되면서 '집 밖은 위험해'와 같은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

여기에 더해 뉴스에서는 연일 불쑥 일어나는 사고가 하루가 멀다 하고 보도되면서 확고하게 올여름은 집안에서 휴가를 보내기로 결심하게 되었다.

그래서 무얼 하며 보낼까 고민하던 중 <스티커 컬러링 북>을 하게 되었는데, 시간 보내기에 꽤 괜찮은 방법이란 생각이 들어 소개해 보고자 한다.

개인적으로 명화에 관심이 있기도 했고, 휴식시간에 동영상이나 숏츠를 보기보다, 몰입하며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놀잇거리이자 즐길 거리라 더 의미 있게 다가왔던 것 같다.

복잡한 생각에서 멀어져 오로지 스티커를 떼고 붙이며 집중하는 것에만 올인할 수 있는 스티커 컬러링 북을 통해 고요한 나만의 시간 속에 빠져보면 어떨까 한다.


총 12개의 아트웍으로 구성된 이 책은, 숫자에 맞는 스티커 조각을 떼어내어 도안에 맞춰 붙이는 형태로 완성하면 된다. 상하좌우 밑바탕 그림에 맞는 형태로 스티커를 붙여야 하기 때문에 나름 정밀한 작업을 요한다.

때문에 대충 붙이거나, 어설프게 붙이게 되면 완성 후 일그러진 작품을 만나게 되므로, 이것을 떼었다 붙이는 동안만큼은 집중 또 집중하게 된다.

잠시 머릿속을 비우고 싶거나 다른 어떤 것에 집중하고자 할 때, 성취감을 느끼고 싶을 때, 색다른 취미생활을 하고 싶거나 혼자 즐길 수 있는 놀잇감을 찾고 있다면 적합한 활동이 아닐까 한다.

최근 색칠하는 컬러링 북도 체험해 봤는데 같은 컬러링 북이지만 행하는 방식이 달라선지 장단점도, 느낌도 완전히 다르다. 만약 컬러링 북 자체를 경험해 본 적이 없다면 두 가지 모두를 체험해 봐도 좋을 듯하다.

이 책이 도착한 후 스티커로 하는 컬러링 북은 처음이라, 궁금한 마음에 바로 오픈하여 앉은 자리에서 연거푸 두 작품을 완성해 버렸는데, 완성한 작품과 함께 직접 하면서 느꼈던 점도 함께 공개해 보려 한다.

(한 쌍을 이루는 아트웍과 스티커)


우리가 알만한 유명 명화 12점이 수록되어 있는 스티커 북을 살펴보면 조각 난 pcs가 다름을 알 수 있다. 적게는 67pcs에서 많게는 100 pcs가 넘는 작품들도 있다.

그래서 우선 가장 작게 쪼개진 '피리 부는 소년'을 시작으로 명화를 완성해 봤는데, 처음에는 스티커를 떼는 행위도 익숙지 않아 쉽지 않았다. 그런데 같은 행위를 반복할수록 점차 요령이 늘면서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필요에 따라 도구를 사용하면 좀 더 정밀한 작업이 가능하다고 하는데, 이것저것 준비물이 많다 보면 오히려 안 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 그냥 편하게 손을 사용했다.

오히려 손끝에 집중해서 하나 둘 완성하다 보니, 집중도도 더 올라가고, 간편해서 더 좋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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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커 컬러링 북 진행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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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원하는 아트웍을 선택한다. 이때 pcs와 도안을 꼼꼼히 살펴보자.


2. 앞뒤 페이지로 쌍을 이루는 도안과 스티커가 배치되어 있다.


3. 스티커를 살펴보면 숫자가 기재되어 있다. 같은 번호의 도안에 해당 스티커를 떼어 붙이면 완성이다. 진행 방식은 순서대로 진행해도 되지만, 원하는 부분의 디자인부터 채워나가도 된다. 다만, 붙일 때 어느 정도 정밀성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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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안 완성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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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피리 부는 소년

가장 먼저 선택한 도안은 가장 pcs 조각 수가 적은 <피리 부는 소년>을 선택해 진행해 보았다. 방법은 어렵지 않았으나, 스티커를 떼고 붙이는 작업이 익숙지 않아 처음에는 속도가 매우 느렸다.

단순히 같은 숫자에 맞춰 스티커를 붙이는 행위였지만, 그럼에도 미세하게 주변 디자인에 맞춰 붙여야 더 예쁜 명화를 완성할 수 있기에 신경을 꽤 쓰면서 한 조각 한 조각 붙여나갔다.

처음에는 1번부터 시작했으나, 굳이 그렇게 1번부터 순차적으로 진행할 필요성을 못 느껴 랜덤으로 조각을 맞춰나갔다. 그렇게 하나 둘 붙이다 보니 어느새 완성된 도안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꽤 그럴듯해 보여 나름 만족한다.


2. 밤의 카페 테라스

하나로는 아쉬워 바로 선택한 것은 81pcs짜리 <밤의 카페 테라스>였다. 이미 한번 해봐서인지 속도는 훨씬 빨라졌고, 보다 더 집중하며 그림을 완성해 나갈 수 있었다.

신기한 건 작품, 디자인, 컬러에 따라 스티커 자국이 확연히 보이는 것도 있고, 반면에 그림에 묻혀 잘 티가 나지 않는 작품도 있다는 점이었다.

먼저 완성했던 <피리 부는 소년>에서는 스티커 자국이 확연히 보였다면, 후에 완성한 <밤의 카페 테라스>는 노란 컬러에 묻혀 스티커 자국이 잘 드러나지 않았다.

어떤 각도와 시각으로 볼 것이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조각난 스티커 자국이 도드라지든 그렇지 않든 나름대로 멋스럽게 느껴져 완성 후 꽤 기분 좋은 성취감을 느낄 수 있었다.

만약 컬러링 북을 해보고 싶은데, 색칠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낀다면 먼저 스티커 북으로 시작해 보자. 준비물은 그저 두 손과 컬러링 북만 있으면 된다. 고민할 것도 어려울 것도 없다.

그렇게 체험해 보면서 더 많은 경험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때 다른 도안이나 다른 방식의 컬러링 북을 체험해 봐도 늦지 않다.

이렇듯 12점의 명화를 모두 완성했다면, 이제 액자에 넣어 인테리어 소품으로 활용해 보면 어떨까 한다. 일부러 그림을 사서 벽에 걸어두기도 하는데, 이 명화는 내 정성까지 들어갔으니 더 특별하게 다가오지 않을까?

액자 하나로 빈 공간에 생동감을 불어 넣어주는 것은 물론 볼 때마다 뿌듯한 감정도 함께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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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이유 (개정증보판)
김영하 지음 / 복복서가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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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 대해 다방면으로 사유할 수 있었던 시간!"


여행을 좋아하고 즐기는 1인으로써, 타인에게 '여행'은 어떤 의미일까 내심 궁금할 때가 있었는데 그 답을 이 책을 통해 얻을 수 있었다.

저자는 여행에 대해 단순히 여기에서 저기로 떠나는 여행담을 풀어놓기 보다, 여행을 중심으로 인간과 글쓰기, 타자와 환대,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 등으로 확장시켜 '여행'에 대해 다방면으로 사유함으로써 나에게 여행이란 어떤 의미인가를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만든다.


총 10개의 산문으로 구성된 이 책은 저자가 여행-일상-여행을 반복하며 살아온 경험담,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확장시켜 찾은 '여행의 이유'가 담겨있다.

이를 통해 독자는 나만의 '여행의 이유'를 또다시 사유하게 된다. 왜 여행을 떠나려고 하는지, 여행을 통해 무엇을 얻고 깨닫는지, 인생의 여정을 어떤 식으로 받아들이고 있는지 등.

여행은 낯선 곳으로 떠남을 의미한다. 이것이 주는 모호함과 설렘, 기대감, 불안감 등은 떠나는 자가 온전히 감당해야 하는 몫으로, 후에 어떤 것을 더 얹어 돌아오게 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하지만 이것이 곧 여행의 묘미이자 우리가 기대하는 바가 아닐까 싶다. 우리는 어떤 식으로든 여행을 떠날 수밖에 없으며 여행자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조금은 긍정적인 부분을 더 염두에 두고 현재를 즐겨보면 어떨까 한다.

저자가 찾은 여행의 이유를 살펴보며, 내 여행의 이유와 맞물리는 것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또 그 밖에 나만이 가지고 있는 여행의 이유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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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1. 서로에 대한 환대가 가능한 공간임을 확인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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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질병과 혐오가 없는 안전한 세계를 필요로 하며,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구가 아직도 서로에 대한 환대가 가능한 공간임을 증거하는 행위였다. 외부 자극에 극도로 민감한 자폐인에게 좋은 집이 비자폐인에게도 좋은 집이라는 어느 건축가의 말처럼, 여행자에게 좋은 세계가 그렇지 않은 이들에게도 좋은 세계였다. 여행은 적대와 혐오, 전염병과 전쟁이 있는 세계를 반대하기 때문이다.
23~2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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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 가능하다는 의미는 적대와 혐오, 전염병과 전쟁 등으로부터 안전하다는 방증과도 같다. 그렇기에 우리가 더 멀리, 더 많은 곳을 여행할 수 있는 것이다.

코로나 경험을 통해 우리는 세계적으로 적색경보가 울리면, 한 공간에 머물 수 없는 것은 물론 서로가 서로를 환대하지 못함을 몸소 깨달았다.

그렇기에 여행을 할 수 있다는 것은 환대하고 환대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누릴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닐까 싶다. 저자는 이런 일련의 상황들에서 여행의 이유를 발견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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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2. 나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깨닫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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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와는 다른 현실에 실망하고, 대신 생각지도 않던 어떤 것을 얻고, 그로 인해 인생의 행로가 미묘하게 달라지고, 한참의 세월이 지나 오래전에 겪은 멀미의 기억과 과정을 떠올리고, 그러다 문득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조금 더 알게 되는 것. 생각해 보면 나에게 여행은 언제나 그런 것이었다.
7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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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떠나보면, 생각지 못한 다양한 일들을 맞닥뜨리게 된다. 때문에 실망했다가 기대하기도 하고, 또 행로가 달라지기도 하며, 후에 그 기억에서 새로운 깨달음을 얻기도 한다.

그런 일련의 상황들을 겪다 보면,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중요한 순간에 어떤 것에 더 중점을 두는지, 또 위기의 상황을 어떻게 넘기는지 등 나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알게 된다.

여행은 이렇듯 나를 더 성장시키는 것은 물론 몰랐던 나를 발견하는 시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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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3. 리셋에 대한 희망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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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머무는 호텔에서 우리는 '슬픔을 몽땅 흡수한 것처럼 보이는 물건'들로부터 완벽하게 자유롭다.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잘 정리되어 있으며, 설령 어질러진다 해도 떠나면 그만이다. 호텔 청소의 기본 원칙은 이미 다녀간 투숙객의 흔적을 완벽히 제거하는 것이다.
(...)
호텔은 집요하게 기억을 지운다. 이전 투숙객의 기억은 물론이거니와 내가 전날 남겼던 생활의 흔적도 지워지거나 살짝 달라져 있다.
(...)
일상사가 번다하고 골치 아플수록 여행지의 호텔은 더 큰 만족을 준다.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그 문제들로부터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것 같고 나에게 그 어떤 영향도 주지 못할 것만 같다. 삶이 부과하는 문제가 까다로울수록 나는 여행을 더 갈망했다. 그것은 리셋에 대한 희망이었을 것이다.
(...)
기억이 소거된 작은 호텔방의 순백색 시트 위에 누워 인생이 다시 시작되는 것 같은 느낌에 사로잡힐 때, 보이지 않는 적과 맞설 에너지가 조금씩 다시 차오르는 기분이 들 때, 그게 단지 기분만은 아니라는 것을 아마 경험해 본 사람은 알 것이다.
90~9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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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에서 호텔에 머무는 순간들을 유난히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 이유를 살펴보면, 순백색의 하얀 시트가 주는 안락함과 단조로운 가구들로 인해 편안히 쉴 수 있기 때문이란다.

그저 쉬기만 하면 되는 단출한 삶, 어쩌면 호텔이 주는 최대 장점은 이렇듯 물건과 생각들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크지 않을까 한다.

어떤 이는 이렇듯 여행에서 머문 호텔 생활 덕분에 미니멀 라이프에 한 발 더 다가갔다고 말하는데, 어쩌면 그 사람은 리셋의 욕구를 여행뿐만 아니라, 현실의 여정 속에서도 그대로 반영한 사람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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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4. 현재를 살아가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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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오히려 그것들과 멀어지기 위해 떠나는 것이다. 격렬한 운동으로 다른 어떤 것도 생각할 수 없을 때 마침 내 정신에 편안함이 찾아오듯이, 잡념이 사라지는 곳, 모국어가 들리지 않는 땅에서 때로 평화를 느낀다. 모국어가 지금의 나를 만들었지만, 이제 그 언어의 사소한 뉘앙스와 기색, 기미와 정취, 발화자의 숨은 의도를 너무 잘 감지하게 되었고, 그 안에서 진정한 고요와 안식을 누리기 어려워졌다. 모국어가 때로 나를 할퀴고, 상처 내고, 고문하기도 한다. 모국어를 다루는 것이 나의 일이지만, 그렇다고 늘 편안하다는 뜻은 아니다.
(...)
보통의 인간들 역시 현재를 살아가지만 머릿속은 과거와 마래에 대한 후회와 불안으로 가득하다.
(...)
여행은 그런 우리를 이미 지나가버린 과거와 아직 오지 않은 미래로부터 끌어내 현재로 데려다 놓는다. 여행이 끝나면, 우리는 그 경험들 중에서 의미 있는 것들을 생각으로 바꿔 저장한다. 영감을 좇아 여행을 떠난 적은 없지만, 길 위의 날들이 쌓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그리고 지금의 나는 또다시 어딘가로 떠나라고, 다시 현재를, 오직 현재를 살아가라고 등을 떠밀고 있다.
107~11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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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 여행은 환상을 쫓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여행은 우리를 현실에 발 디디게 만들어줌을 알 수 있다.

보통의 사람들은 현재를 살아가지만, 실상은 과거나 미래에 대한 생각으로 늘 어딘가를 헤매고 있다. 그래선지 매번 후회와 불안은 반복된다.

하지만 여행을 떠나보면, 모든 복잡함은 내려놓고 오로지 현재에 집중하게 된다. 낯선 장소, 낯선 시간 속에 집중하게 된다.

여행에서 돌아온 후에도 현재에 대한 몰입감은 여전히 이어지는데, 여행에서 느낀 의미와 깨달음이 그대로 남아 현재에 충실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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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5. 유전자에 새겨진 이동의 본능이자 인류가 현대에 남긴 진화의 흔적이고 문화이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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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에 새겨진 이동의 본능, 여행은 어디로든 움직여야 생존을 도모할 수 있었던 인류가 현대에 남긴 진화의 흔적이고 문화일지도 모른다. 피곤하고 위험한데다 비용도 많이 들지만 여전히 인간은 여행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아니, 인터넷 시대가 되면 수요가 줄어들 거라던 여행은 오히려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
호모 비아토르는 지금 이 순간도 전 세계 곳곳에서 짐을 꾸리고 길을 떠나고 있다.
121~12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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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문명이 발전해도 인간들은 여행하기를 멈추지 않는다. 아니 어쩌면 못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유전자에 새겨진 이동의 본능인지, 아니면 어디로든 움직여야만 살아남을 수 있던 생존의 본능인지 알 수 없지만 어쨌든 현 인류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더 활발하게 여행을 즐기고 있다.

진화를 거듭해오며, 어쩌면 인류는 뼛속 깊이 호모 비아토르(=여행하는 인간)가 되어버린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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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6. 나만의 '성'을 찾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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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츠 카프카의 소설 <성>에는 성을 찾아가는 건축기사 K가 등장한다. 그는 거듭하여 묻는다. 성은 어디에 있냐고. 사람들은 여기 또는 저기를 가리키는데, 때로 어떤 사람은 그가 이미 성에 들어와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함께 어떤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고, 어떤 면에서는 이미 그 프로그램 안에 들어와 있다고도 할 수 있지만, 자신이 그 프로그램 안 어디쯤 있는지를 모른다. 자신이 지금 한 말과 행동이 최종 편집을 거쳐 시청자에게 전달될 수도 있고, 흔적 없이 사라져버릴 수도 있다.
(...)
제작진 그 누구도 그 순간에는 알지 못한다.
그것은 미래에 결정된다. 그러므로 편집이 완료된 프로그램이 방송되기 시작해서야 출연자는 비로소 자신이 일종의 카프카적 상황에 던져졌다는 걸 깨닫게 된다.
(...)
현장에서는 모두가 암흑과 무지 속에서 성을 찾아 나아가고 있을 뿐이다.
그러니까 <알쓸신잡>이라는 이 이상한 여행은 화면에서는 밝고 유쾌하고 떠들썩한 나들이처럼 보일지 몰라도 그 안으로 깊숙이 들어가면 '성'을 향해 나아가는 건축기사 K나 조지프 콘래드의 <암흑의 핵심>의 여정을 닮았다고 할 수 있다.
(...)
나는 이렇게 정리했다. 그래, 나는 여행을 하고 제작진은 프로그램을 만들고, 시청자는 그중 아주 일부를 보게 되겠지. '성'이 어디에 있는지 찾아다니지 말고 그냥 지금 이 순간을 즐기자. 이 순간은 유일하며 다시 오지 않는다. 그러자 마음이 조금, 아니 꽤 많이 편해졌다.
(...)
나 역시 시청자와 마찬가지로 다른 출연자들을 통해 한 도시를 간접적으로 여행하고 있는 셈이다.
135~14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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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전능한 신이 아니고서야 인간은 자신이 지금 어디쯤 와 있는지 절대적으로 알기 어렵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우리 모두는 카프카적 상황에 놓여있는 셈이라 말할 수 있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이것에 대한 조금의 힌트라도 얻고 싶어 점집을 찾거나, 사주, 타로카드 등 별별 수단을 동원하지만 결국 명확한 해답을 찾지는 못한다.

정답은 결국 시간이 흐른 뒤 종지부를 찍고 나서야 명확히 알 수 있다. 마치 <알쓸신잡>의 방송처럼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처럼 '성'을 찾기보다 그냥 지금 이 순간을 즐겨보면 어떨까 한다.

※카프카적: 설명할 수 없는 방식으로 공포감과 위협을 주는 무시무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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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7. 세상을 어떻게 인식하고 받아들이는가를 배우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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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에는 'armchair traveler'라는 표현이 있다. 우리말로 바꾸자면 '방구석 여행자'쯤 될 것이다. 편안한 자기 집 소파에 앉아 남극이나 에베레스트, 타클라마칸사막을 탐험하는 여행자를 조금은 비꼬는 표현이다. 하지만 우리 모두는 어느 정도는 모두 '방구석 여행자'이다.
(...)
나와는 다른 그들의 느낌과 경험이 그들의 언어로 표현되어 내 여행의 경험에 얹힌다. 여행의 경험은 켜켜이 쌓여 일종의 숙성과정을 거치며 발효한다. 한 층에 간접경험을 쌓고 그 위에 직접경험을 얹고 그 위에 다시 다른 누군가의 간접경험을 추가한다. 내가 직접 경험한 여행에 비여행, 탈여행이 모두 더해져 비로소 하나의 여행 경험이 완성되는 것이다.
(...)
모호한 감정이 소설 속 심리 묘사를 통해 명확해지듯, 우리의 여행 경험도 타자의 시각과 언어를 통해 좀 더 명료해진다. 세계는 엄연히 저기 있다. 그러나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인식하고 받아들이는가는 전혀 다른 문제다. 세계와 우리 사이에는 그것을 매개할 언어가 필요하다. 내가 내 발로 한 여행만이 진짜 여행이 아닌 이유다.
147~14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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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여행에 대한 정의를 폭넓게 설정하는데, 그 이유를 살펴보면 여행에 대한 경험은 '직접여행+비여행+탈여행'이 합쳐서 완성되기 때문이라 전한다.

때로 직접 경험한 것만으로는 명확히 규정되지 않는 것들이 많다. 그럴 때 타자의 시각과 언어를 통해 우리는 좀 더 명확히 규정할 수 있으며, 이런 경험이 차곡차곡 쌓이면서 비로소 세상을 인식하고 받아들이는 방식을 배우게 된다 말한다.

이렇게 살펴보고 나니, 꼭 직접 여행만을 추구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책이나 영화, 다큐멘터리, 3D, 방송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여행을 즐겨보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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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8. 인류애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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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인생의 축소판인 여행을 통해, 환대와 신뢰의 순환을 거듭하여 경험함으로써, 우리 인류가 적대와 경쟁을 통해서만 번성해온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달의 표면으로 떠오르는 지구의 모습이 그토록 아름답게 보였던 것과 그 푸른 구슬에서 시인이 바로 인류애를 떠올린 것은 지구라는 행성의 승객인 우리 모두가 오랜 세월 서로에게 보여준 신뢰와 환대 덕분이었을 것이다.
18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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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는 어찌 보면 지구라는 행성에 살아가는 승객이라 말할 수 있다. 환대와 신뢰를 바탕으로 서로 돕고 도움을 받으며 지금까지 이어져 온 것이다.

만약 이런 인류애가 없었다면 지구라는 행성에 과연 인간들이 정착하며 이토록 오랜 시간을 살아올 수 있었을까 문득 그런 의문이 든다.

더불어 요즘의 세계정세를 보면, 다시 한번 인류애가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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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9. 여행자가 지녀야 할 바람직한 태도를 배우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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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그리스에서 '페르소나'는 연극에서 배우가 쓰는 가면을 일컫는 말이었다고 한다. 뒤에 그 말은 사람이나 인격, 성격을 가리키는 단어들의 어원이 되었다. 여행에서도 우리는 다양한 가면을 쓰면서 자신의 모습을 바꾼다. 그러면서 부수적으로 알게 되는 것은 고향에서의 삶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만 여행지에서 쓰는 가면이 조금 낯설 뿐이다.
(...)
현명한 여행자의 태도는 키를롭스 이후의 오디세우스처럼 스스로를 낮추고 노바디로 움직이는 것이다. 여행의 신은 대접받기 원하는 자, 고향에서와 같은 지위를 누리고자 하는 자, 남의 것을 함부로 하는 자를 징벌하고, 스스로 낮추는 자, 환대에 감사하는 자를 돌본다. 2800여 년 전에 호메로스는 여행자가 지녀야 할 바람직한 태도를 오디세우스의 변화를 통해 암시했다. 그것은 허영과 자만에 대한 경계, 타자에 대한 존중의 마음일 것이다.
196, 22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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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여행지나 홈타운 그 어느 장소에서도 다양한 가면을 쓰며 살아간다. 하지만 공통적으로 꼭 필요한 것은 스스로를 낮추고 노바디로 움직이는 현명한 태도가 아닐까 한다.

저자는 이것에 대해 오디세우스의 일화를 통해 깨달음을 전하는데, 특히 홈타운에서 하던 행동이나 행위를 그대로 여행지에서 요구하거나 누리고자 할 경우 큰 화를 당할 수 있다 말한다.

그러면서 여행이라는 것이 평소 우리가 잊고 살았던 존중과 겸손의 자세를 배우는 시간임을 간접적으로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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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10. 일상을 살아갈 힘을 얻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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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왜 여행을 꿈꾸는가. 그것은 독자가 왜 매번 새로운 소설을 찾아 읽는가와 비슷할 것이다. 여행은 고되고, 위험하며, 비용도 든다. 가만히 자기 집 소파에 드러누워 감자칩을 먹으며 텔레비전을 보는 게 돈도 안 들고 안전하다. 그러나 우리는 이 안전하고 지루한 일상을 벗어나 여행을 떠나고 싶어 한다. 거기서 우리 몸은 세상을 다시 느끼기 시작하고, 경험들은 연결되고 통합되며, 우리의 정신은 한껏 고양된다. 그렇게 고양된 정신으로 다시 어지러운 일상으로 복귀한다. 아니, 일상을 여행할 힘을 얻게 된다,라고도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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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생은 떠돌면서 살 운명이라는 것, 귀환의 원점 같은 것은 없다는 것. 이제는 그걸 받아들이기로 한다.
250, 25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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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떠나는 이유 중 마지막 열 번째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이유가 아닐까 싶다. 불편하고, 위험하며, 비용도 많이 들지만 그럼에도 자꾸 여행을 떠나는 이유! 그것은 바로 일상을 살아갈 힘을 얻게 되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일상에서 느끼지 못하는 생동감과 낯섦의 경험은 우리의 정신을 한껏 깨어있게 만들어 준다. 덕분에 고루했던 세상에 반짝 빛이 들어오게 되고, 온몸으로 세상을 다시 느끼게 되면서 살아볼 의지를 다지게 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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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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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공간, 익숙한 사람, 익숙한 시간 속에 갇히다 보면 사람들은 나도 모르는 사이 우물 안 개구리의 신세가 되곤 한다. 내 세상이 전부인 것 같은 착각, 그리고 지루함을 느끼게 되면서 때론 비상식적인 태도와 행동, 우울감, 불안 등의 감정에 매몰되기도 한다.

인류 유전자에 이동에 대한 원초적인 유전자가 새겨져 진화했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어쨌든 문명이 발달함에 따라 인류는 더 많이, 더 자주 여행을 하게 되면서 이런 부정적인 요소의 불씨들을 꺼뜨릴 수 있게 되었는데, 덕분에 아직까지 '인류애'가 살아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꼭 물리적으로 먼 곳을 떠나지 않아도 이미 우리는 나름대로 인생이라는 여행을 순항 중이다. 물론 때로 파도가 치거나 배가 뒤집어질듯한 고난을 맞닥뜨릴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우리는 인생이라는 여정을 이어 나가고 있다.

때문에 우리 모두는 여행자이며, 이 여정을 끝까지 잘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서로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함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가 찾은 '여행의 이유'는 나와 너 우리가 함께 살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항목들이 아닐까 한다. 유한한 삶을 살아가는 인간에게 있어 지구에 잠깐 머물다 가는 시간이 편안하고 즐겁기 위해서는 상호 간에 환대와 신뢰, 도움, 존중과 겸손, 포용할 수 있는 인류애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이렇게 살펴보니, 여행의 이유는 곧 어떻게 살 것인가 와도 연결되는 듯하다. 지금 현재 오늘을 어떻게 살 것인지 고민하는 시간을 통해, 나의 인생을 무엇으로 어떻게 채울지도 함께 떠올려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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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할 거야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일홍 지음 / 부크럼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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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책을 즐겨 읽는 이유 중 하나는 긍정의 말, 응원의 말, 행운의 말, 위로의 말, 용기의 말 같은 따뜻한 햇볕을 가득 머금은 말들을 마음껏 듣고 마음에 아로새길 수 있기 때문이다.


살다 보면 때로 여러 가지 이유로 마음에 그늘이 지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기운을 불어넣어 주는 책들을 마주하다 보면 어느새 음지였던 마음의 상태가 양지로 변하고는 한다.


이 책 또한 표지의 색감처럼 파릇하고 핑크핑크한 긍정의 말들이 가득했는데, 그래선지 다 읽고 난 후에는 긍정의 에너지 기운이 온 마음을 다시 꽉 채운 느낌이다.



총 4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위로, 응원, 용기를 가져다주는 문장들로 가득하다. 소제목별 내용도 짧은 글로 이루어져 있어 언제, 어디서든 편하게 펼쳐서 읽을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


매일을 열정적으로 도전하고 성장하는 과정 중에 문득 계획한 대로 일이 풀리지 않아 속이 쓰리거나, 실패나 좌절로 인해 움츠러드는 순간, 스스로 나약하다고 느끼거나 실수를 되돌릴 수 없다고 느끼는 순간 등 마음이 황폐해져 있을 때나 자신감이 결여되어 있을 때 이 책을 읽어보자.


어쩌면 이 책에서 내일은 더 괜찮은 하루를 살아갈 수 있을 거라는 보다 굳건한 믿음과 긍정의 자신감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

우리는 다 알면서 못 하곤 한다. 하다 보면 하게 되고, 일어서다 보면 걷게 되고, 잘하기 전까지 부족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다 안다. 사는 동안, 살아 있으면, 살아가다 보면 또 살아지게 된다는 것을. 아는 대로 배운 대로 해 오던 대로 이겨 내면 된다는 것을. 결국 잘 이겨 내리란 것을 안다.

13페이지 中

=====


우리는 인생의 정답을 알고 있다. 한 발짝만 떼면, 행동으로 옮기면 결국 해결책을 찾으리라는 것을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하지만 그 한 걸음을 떼지 못해 멈춰서 있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어쩌면 한 발을 떼는 것이 아닐까 한다. 그렇게 한 발 한 발 걷다 보면 살아지게 되고, 또 살다 보면 좋은 날도 오지 않을까 한다.



=====

뭘 하든 후회 없이 하자.

미련 남지 않도록.

더 표현해 볼걸.

더 최선을 다해 볼걸.

끝까지 붙잡고 늘어져 볼걸.

그런 아쉬움 남지 않도록.

그래야만 훌훌 털고 지나갈 수 있더라.


일이든 관계든 사랑이든 뭐든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해 봐야

그래도 후회는 없다고 말하게 되더라.


나는 너의 최선을 믿어. 응원해.

27페이지 中

=====


남들이 어떻게 살든 간에, 내가 내 삶에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자꾸만 미련이 남아 뒤돌아보게 된다. 후회를 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자꾸 앞이 아니라 뒤를 보느라 또 다른 아쉬움만 남기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애초에 뭘 하든 최선을 다하는 것으로 미련을 남기지 말자.


오늘에 집중해서 최선을 다해 살아간다는 것은 결국 홀가분하게 내일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준비가 끝났다는 말이자, 스스로에 대한 확신과도 같다.



=====

나의 먹을수록 느끼는 것들


●경험이 많을수록 편견이 적어진다. 반대로 편견이 적을수록 더 많이 경험하게 된다. 깊은 혜안은 편견을 깨부수는 과정 뒤에 따라온다.


●나이 먹어도 안 해 본 일이 무궁무진하다. 발전은 끝이 없고 배울 점 없는 사람은 없다. 배우고자 하는 자세만 있다면 누구에게나 배울 수 있다. 그만큼 나도 누군가에겐 배우고 싶은 사람일 수 있다.


●뭐든 확실한 게 좋다. 배려랍시고 빙빙 둘러말하거나, 별로인데 괜찮다고 말하는 건 서로의 시간과 감정만 소모하게 된다.


●여유는 체력에서 나온다. 체력은 수면과 식사, 운동으로 채워진다. 그리고 이것들은 나를 아끼는 마음이 있어야 고르게 행할 수 있다.


●위기는 곧 기회일 때가 많다. 기회로 바꾸어 낼 때 비교할 수 없이 성장한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 맞아떨어질 확률은 희박하다. 주고받는 사랑을 소중히 여길 것. 타인이 베푼 마음 중 당연한 건 없고, 사랑 없는 삶은 의미 없다.

69~71페이지 中

=====


'나이 먹을수록 느끼는 것들' 12가지 중에 특히 더 공감 갔던 내용 6가지를 추려보았다. 실제로 경험상 느끼고 있는 부분이기도 해서, 더 깊이 와닿았던 문장들이다.


나뿐만 아니라 이 문장을 읽는 또 다른 독자들도 비슷하게 느끼지 않을까 한다.



=====

한 번 실수로 얼굴 붉힐 필요 없어.

내 마음 몰라준다고 서운할 것도 없고,

다른 사람만큼 되지 못한다고

절망할 필요도 없어.


다 할 수 있는 만큼 하고 사는 거야.

그러다 보면

할 수 있는 것들이 늘어나.

그렇게 더 괜찮은 사람이 돼.


근데 넌 지금도 생각보다 더 해낼 수 있는 사람이다.

그건 잊으면 안 돼.

88페이지 中

=====


강력한 응원과 격려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이 문장을 읽으며, 힘이 불끈불끈 솟아남을 느낀다. '그래, 난 더 해낼 수 있는 사람이야!' 다시 한번 마음 깊이 되새기게 된다.


첫 번째 단락은 우리가 살면서 흔하게 느끼는 감정들이다. 이 때문에 구석에서 쭈그려앉아 나 홀로 땅굴 파는 경우가 많은데, 저자는 이에 대해 남들과 비교하지 말고,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며 살라며 툭툭 어깨를 두드려주는 느낌이다.


처음은 누구나 서툴 수밖에 없고, 또 할 수 있는 것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다 보면 어느새 나만의 내공이 쌓여 더 괜찮은 나,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다.


그러니 부디, 조급해 하기보다 나 자신을 믿고 천천히 앞을 향해 나아가 보자!



=====

나를 둘러싼 우주를 속속들이 알아 가며 내 마음이 향하는 길을 알게 되는 일. 내가 좋아하고, 나와 어울리는 것들을 구체적으로 찾고 영위하는 일은 자신과 가장 친해지는 일이다. 나로서 행복해지는 길이다.

111페이지 中

=====


익숙하지 않은 '처음'을 경험하는 것에 대해 혹은 나이를 먹어가는 것에 대해 굳이 부정적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결국 이 모든 것들은 나를 알아가는 것으로, 나와 더 가까워지는 일이기 때문이다.


내 마음이 원하는 길, 내가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을 알아가는 행복에 이르는 과정을 이제부터라도 즐겨보면 어떨까 한다.



=====

하루하루 되새기는 것들


●꾸준함은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 누적이 기적을 만드는 법이다.


●마음처럼 되지 않는 일이 수두룩하다. 꼬이고 엉키는 실을 풀고 자르며 지낸다. 당연한 일이다. 때로 허탈하고 분노하고 긍정하고 순응하며.


●무엇보다 잠을 잘 자고 음식을 잘 먹어야 한다. 좋은 음식 백 접시보다 엽떡과 초코 과자, 아이스크림 한 번 안 먹는 게 낫다. 사람도 그렇다. 좋은 사람 백 명보다 날 괴롭게 하는 사람 한 명 없는 게 훨씬 낫다.


●가끔은 도망쳐도 좋다. 너무 멀리만 가지 말자.

112~113페이지 中

=====


일상 속에서 가볍게 넘길 수 있는 일들이지만, 그렇기에 매일 더 새겨두면 좋을 말들이다. 왜냐하면 이것들은 하루하루가 쌓여 이뤄지는 일들이기 때문이다.


어떤 것도 꾸준함을 이길 수 있는 일은 없다. 지금 비록 미약할지라도 괜찮다. 꾸준히 할 용기와 인내만 가지고 있다면 말이다.


세상에는 내 맘처럼 되는 것이 잘 없다. 그렇기에 상황에 따라 적절히 대응하며 살아가는 것이 최선이 아닐까 한다.


한때는 양에 치중하던 때도 있는데, 살아보니 질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양과 질을 두고 고민하는 순간이 온다면 '질'을 무조건 선택하기를 바란다.


때때로 도망치는 것도 답이 될 수 있다. 다시 돌아올 길만 기억하고 있다면 도망치는 것으로 잠시 환기하는 시간을 가져도 좋다.



=====

세상에 장점 없는 사람 없고 단점 없는 사람 없다. 원래 장점과 단점은 하나다. 따라붙는다.

(...)

어느 한 면이 빛나면 반대편엔 그림자가 진다. 그러니 어떤 사이든 오랜 관계를 유지하려면 그의 무수한 장점 옆에 따라붙은 단점을 내가 얼마나 감당할 수 있느냐에 따른다. 그 사람은 그것만 고치면 좋을 텐데, 그 점만 아니면 완벽한데, 하는 것들. 그 단점이 사라지면 우러러보았던 장점마저도 함께 줄어든다. 적절히 균형을 찾아야 하는 일이다. 한 사람에게 너무 많은 걸 바라지 않아야 할 이유다. 누구도 완벽할 수는 없기에 누구나 그럴 수밖에 없다.

248페이지 中

=====


관계에 있어 특히 주목해서 보아야 할 것은 바로 이 점이 아닐까 한다. '내가 얼마나 타인의 단점을 감당할 수 있으냐'하는 점 말이다.


세상에 장점만 있거나 단점만 있는 것은 없다. 물건이나 사람 모두 해당되는데, 문제는 처음에는 장점만 보이던 것도 오래 겪다 보면 결국 단점이 보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때 우리가 단점을 상쇄할 만큼 장점이 강하게 작용하거나 혹은 단점을 감당할 수 있어야만 그 관계를 오래 지속할 수 있음이다.



=====

가깝고 아끼는 사람이 있다면 특별히 뭔가를 해 주는 것보다 함부로 대하지 않는 게 먼저다. 칭찬 열 번보다 비난 한 번 안 하는 게 낫고, 가까워지려 달려가는 것보다 힘을 풀고 천천히 걸어가는 게 낫다. 여러 번 베푸는 호의보단 하지 말아야 할 행동 하나 안 하는 게 윤택한 관계를 유지하는 데에 훨씬 도움 되는 일이다. 배려한다면 대가를 바라지 않아야 하고, 충고하려면 자신도 틀릴 수 있음을 염려해야 한다. 농담은 상대도 농담으로 받아들여야 농담이고, 부탁은 거절할 권리도 함께 건네는 것이 부탁이다.

(...)

타인에게 건넨 말과 행동엔 그만한 책임이 따르고, 좋은 관계란 내 욕심 채우려는 마음으로부터 한 발짝 멀어져야 진실한 사이로 유지될 수 있다.

255페이지 中

=====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또 다른 핵심 포인트는 좋아하는 것을 해주기 보다, 싫어하는 것을 하지 않는 것에 있다. 배려한다면 대가를 바라지 않아야 하고, 충고하려면 자신도 틀릴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하며, 농담은 상대도 농담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농담이 된다. 여기에 더해 부탁은 거절할 권리도 함께 주어야 진정한 부탁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보통 사람들은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를 바란다면서도 이런 기본적인 예의는 잘 지키지 않는다. 나의 입장에서, 나만 생각한 말들을 늘어놓는다.


친해지고 싶어서 농담을 했다, 좋아할 것 같아 선물을 했다, 상대방을 위해서 충고했다, 친한 사이니까 부탁을 했다 등등.


진실한 사이를 유지하고 싶다면, 깊은 우애를 나눌 사이가 되고 싶다면 나보다 먼저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한 후 행동하자. 이것이 우선되어야 그다음을 논할 수 있다.



*****


일상에서 우리가 마음에 새기면 좋을 문장들을 만나며, 다시 한번 삶을 되돌아보게 된다. 그러면서 내가 경험한 것들에 비추어 신념을 잘 지키고 있는지, 또 다른 채워 넣을 깨달음은 없는지 살펴보게 된다.


문장 하나하나에 담긴 격려와 용기, 응원들을 차곡차곡 모아 비워진 공간에 하나 둘 채우며, 행복도 함께 충전해 본다. '잘하고 있다, 잘 해낼 거야' 스스로 힘과 에너지를 불어넣어 본다.


검게 응달진 마음에 깨끗하고 포근한 햇볕을 쬐어주며 나를 다독여 주는 시간을 가져본다. 이렇듯 긍정의 기운을 가득 담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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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를 이기는 불편한 심리학
다카시나 다카유키 지음, 신찬 옮김 / 밀리언서재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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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 사회에서 흔하게 마주할 수 있는 '화(분노)!' 이로 인해 뉴스에서는 연일 우리의 가슴을 철렁하게 만드는 소식들이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것을 심심치 않게 확인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가까운 우리 주변에서도 '화'를 내거나 들끓는'화'를 다스리지 못해 여러 어려움에 직면해 있는 사람들을 목격할 수 있는데, 이 책에서는 그런 '화'를 다스리는 심리적 무기에 대해 다루고 있다고 해서 기대감을 갖고 읽게 되었다.


특히 이 책의 표지에 키워드처럼 자리하고 있는 가스라이팅, 이별 살인, 집단따돌림, 직장 내 갑질, 데이터 폭력, 사회 부적응자와 같은 내용들은 나 또는 우리 모두 언제든 겪을 수 있는 일이기에 더 관심이 갔다.



총 6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평범한 사람들 또한 '화'로 인해 사이코적인 성향을 나타낼 수 있다는 전제를 가지고 평범한 사람을 돌변하게 만드는 '5가지 마음의 버릇'과 '12가지 분노의 근원'에 대해 이야기한다.


또한 이들이 공격하는 심리를 파헤치고, 이를 저지하거나 반격할 수 있는 방법들에 대해 다룸으로써 나의 화를 다스리는 것은 물론, 화내는 사람의 공격으로부터 내 몸과 마음을 보호하기 위한 방법을 전하고자 한다.


다시 말해, 우리가 사회적으로 사이코패스라고 일컫는 이들이 아닌, 평범한 사람들이 사이코패스 성향을 보이는 것에 대해 다룬 책이라고 보면 된다.


***


이 책에 대해 소개하기에 앞서, 먼저 개인적인 소감을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평범한 사람들이 어떤 사유로 화를 내게 되는지 그 근본적 원인과 심리에 대해 다룬 것까지는 좋았다.


요즘은 아주 사소하고 작은 일로도 서로 화를 내고, 또 이로 인해 사회적 이슈로까지 번지는 큰일들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기에 이런 사람들의 심리와 원인을 들여다보는 것은 어찌 보면 중요한 일이자 반드시 살펴봐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책을 읽다 보니, 저자가 이런 이들을 부르는 호칭인 '얕고 느슨한 사이코패스'라는 말은 부적절하게 느껴졌고, 화를 내는 사람들에 대한 대비책은 원론적인 이야기만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연히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사이코패스'와 '사이코패스적 성향'을 내보이는 사람은 다르다. 그런데 비슷한 말로 혼동을 주고, 이로 인해 모두가 마치 사이코패스인 것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심리는 불편함을 넘어, 부적합한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든다.(후에 소개하겠지만, 저자는 이런 심리를 누구나 가질 수 있다고 전한다)


보통의 사람들이 쉽게 하는 말로 '사이코패스적 성향'을 가졌다고 말하기는 쉽지만, 심리학 박사 학위를 받고, 공인 심리사로서 일을 하면서 이렇게 표현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그리고 이러한 사이코패스적 성향을 내보이는 원인과 근본 심리에 더 치우쳐 이야기하고 있어, 나의 화를 다스리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고자 이 책을 손에 들었다면 현실적인 부분에서 큰 도움을 받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원인을 알아야 해결책도 찾는 법이지만, 실질적으로 유아기 때부터 형성되어 온 '화'를 유발하는 심리, 그리고 누구나 갖고 있는 이러한 심리를 과연 근본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저자가 80% 이 책에 할애한 평범한 사람들이 돌변하게 되는 심리이자 원인인 '5가지 마음의 버릇'과 '12가지 분노의 근원'에 대한 내용을 중심으로 정리하면서 개인적인 의견을 덧붙이고자 한다.


불편하지만, 임의로 바꾸기도 어려워 일단 저자가 사용한 용어를 그대로 사용해서 소개하고자 한다.



=====

무엇이 평범한 사람을 사이코패스로 만드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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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도 모르게 공격에 가담하게 된다.

누구나 일상에서 자신의 잠재된 공격성을 깨닫는 계기가 찾아올 수 있다. 그것이 바로 '동조 압력'과 '거짓 정의'이다.


동조 압력이란 다수의 의견에 암묵적으로 따르고자 하는 것이다. 이의를 제기할 여지가 없는 분위기에 지배당하게 되면, 소수의 의견은 그대로 묻히고 다수의 의견을 따라가게 된다. 특히 일본은 다른 나라에 비해 동조 압력이 강하다고 한다.


거짓 정의의 깃발 아래에서 동조 압력으로 사람을 모으고 저항하지 못하는 상대에게 일방적으로 고통을 줄 수 있는 상황이 마련되면 더 이상 브레이크가 걸리지 않는다.


이쯤 되면 평소 가지고 있던 양심이나 공감 능력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사람을 공격하는 것을 멈출 수 없다. 무서운 것은 다음 대상이 나일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이처럼 언제, 어떤 계기로 누구든 피해자 또는 가해자가 될 수 있다.


또 하나, 평범한 사람이 사이코패스처럼 돌변하는 중요한 계기가 있는데, 바로 '스트레스'다.


직장 내 집단 따돌림과 장시간 잔업 등의 노동문제는 상관관계가 있다는 지적이 있는데, 사람을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는 업무 방식을 강요하면 정말로 인간성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2. 스트레스가 만드는 얕고 느슨한 사이코패스

기본적으로 사이코패스는 선천적이다. 보통 사람이 후천적으로 사이코패스가 되는 일은 없다.


앞서 조건이 갖춰지면 누구나 '유사 사이코패스'라고 할 만한 인격이 발현될 수 있다고 했다. 이것을 진짜 사이코패스와 구별해서 '느슨한 사이코패스'라고 이름 지었다.


이때 '느슨하다'라는 느긋하고 평화롭다는 뜻이 아니라 나사가 풀려서 헐렁한 것처럼 흔들흔들 유동적이라는 의미다.

또한 누구나 갑자기 사이코패스와 같은 성향을 보일 수 있지만, 진짜 사이코패스는 아니기 때문에 대책을 세우면 정상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느슨한 사이코패스는 2가지 패턴으로 나눌 수 있다. '얕고 느슨하다, 깊고 느슨하다'에서 '얕다, 깊다'라는 스위치가 '무의식 속 어디에 있는지'를 나타낸다.



●얕고 느슨한 사이코패스

사소한 계기로 분노가 표출되지만 어느 정도 이성적 컨트롤이 가능해서 비교적 다루기 쉽다.


▷발생시키는 스위치 버튼: 5가지 마음의 버릇

▷습득 시기: 5세에서 12세 정도에 습득



●깊고 느슨한 사이코패스

주위 사람은 물론이고 자신도 망칠 정도의 매우 강한 분노가 표출되지만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사실상 컨트롤이 불가능하므로 살인, 자살 등으로 발전하기 쉽다.


▷발생시키는 스위치 버튼: 12가지 분노의 근원

▷습득 시기: 유아기부터 5세 정도 아주 이른 시기


※'마음의 버릇'은 '분노의 근원'에서 비롯되는 강한 분노를 약화하는 숨은 성질이 있다.


무의식 속 분노의 근원에서 기인하는 더 강한 분노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도록 마음의 버릇이 방파제나 필터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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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사람을 돌변하게 만드는 '마음의 버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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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멸을 향해 액셀을 밟도록 '내모는' 무의식적 동기나 명령을 심리학 용어로 '드라이버'라고 한다. 드라이버는 간단히 말하면 성장 과정에서 습득한 '마음의 버릇'이다.


즉, 마음의 버릇에서 비롯된 강한 감정이 사람을 느슨한 사이코패스로 돌변시키는 스위치의 정체다.



<느슨한 사이코패스로 만드는 5가지 '마음의 버릇'>


사람을 기쁘게 해주고 싶다 → 섬세한 유형

노력하고 싶다 → 노력가 유형

빨리하고 싶다 →성급한 유형

강해지고 싶다 → 강한 척하는 유형

완벽해지고 싶다 → 완벽주의 유형


5가지 '마음의 버릇'은 자신도 싫고 힘들다고 느끼는 것이기도 하다. 다행히 5가지 '마음의 버릇'을 스스로 깨닫는다면 얼마든지 컨트롤할 수 있다.


아무 이유 없이 짜증 나는 일이 있다면 '어쩌면...?'하고 잠시 멈춰서 생각해 보자. 욱하는 감정이 생기면 '누구의 어떤 말과 행동 때문에 화가 났는지'를 메모하는 방법도 추천한다.


이렇게 하다 보면 5가지 마음의 버릇 중에 해당하는 분노의 스위치가 보일 것이다. 이런 심리적 작용을 깨닫는 것만으로도 느슨한 사이코패스에서 한 발짝 벗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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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화를 끌어올리는 12가지 '분노의 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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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와 관련된 분노의 근원


①존재하지 마라.

존재 자체를 부정당하고 있다고 느끼면 이런 분노를 품게 된다. 존재를 금지하는 메시지는 특히 강한 분노를 일으킨다.


②너 자신을 부정하라.

'너는 가치가 없다'는 식의 메시지를 받으면 나를 부정하는 분노가 생긴다. 열등감에 빠지거나 심지어 자신의 성별을 부정하는 일도 생긴다.



▶대인관계와 관련된 분노의 근원


③친하게 지내지 마라.

자신은 외톨이고, 아무도 믿을 수 없다는 분노를 느끼게 된다. 이런 사람은 친밀한 인간 관계를 구축하기 어렵다.


④소속되지 마라.

사교성이 없는 부모 밑에서 자라면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성장과 관련된 분노의 근원


⑤성장하지 마라.

'너는 못한다', '아직 무리다'등 과보호나 제재를 받으면, 자신은 성장할 수 없고 잘 될 리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부모의 노후를 돌보도록 과도하게 요구한 경우에도 생길 수 있다.


⑥아이처럼 굴지 마라.

어른스러운 모습을 지나치게 요구받거나 돌보는 역할을 부여받으면, 아이다움이나 천진난만함을 거부하고 항상 어른스러워야 한다고 생각하게 된다.



▶건강과 관련된 분노의 근원


⑦건강하지 마라.

사실이 아니더라도 자신은 몸이 약하고 곧 병에 걸릴 거라는 믿음을 갖게 된다.



▶성공 및 수행과 관련된 분노의 근원


⑧아무것도 하지 마라.

이런 분노의 근원이 있으면 예정대로 일을 해내지 못하고, 중요한 상황에서 결단을 내릴 수 없게 된다. 이런 사람은 회사에 손해를 입히거나 인간관계를 깨트리기도 한다.


⑨성공하지 마라.

어차피 잘되지 않는다, 잘 될 리가 없다는 확신이 강해서 좀처럼 도전하지 못한다.


⑩중요한 사람이 되지 마라.

부모에게 칭찬받지 못하고 계속 지적당하거나 다른 아이와 비교당하는 것이 원인이다. 시험 당일이나 업무상 중요한 결정이 필요할 때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생각과 감정과 관련된 분노의 근원


⑪생각하지 마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온 부모 밑에서 자라면 그 방식을 모방하게 된다. 이런 사람은 혼란스러운 일이 생기면 화부터 낸다.


⑫느끼지 마라.

어렸을 때 '울지 마라'는 말을 자주 들었거나 짜증을 내면 혼났던 경험으로 인해 감정이 생겨도 겉으로 드러내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무의식 속 '분노의 근원'은 자라면서 어느새 몸에 베듯이 습득하는 것이기 때문에 본인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어쩌다 그렇데 되었다'라는 식으로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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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가지 '마음의 버릇' 자세히 들여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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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은 5가지 마음의 버릇 중 적어도 하나를 지녔으며, 몇몇 사람은 여러 가지 마음의 버릇을 안고 있다.



■타인의 안색을 살피는 '섬세한 유형'

'사람을 기쁘게 해주고 싶다'는 경향을 보이는 '섬세한 유형'은 남에게 잘해주고 싶다는 마음이 진심이 아닐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싫은데도 강요당하는 것과 같으므로 특정 계기로 인해 곧 바로 공격성을 띨 수 있다.


1)칭찬받고 싶은 마음이 빗나갈 때

섬세한 유형은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남을 기쁘게 해주려고 헌신한다. 그러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착한 아이'에서 무서운 공격자로 돌변할 수 있다.


2)나의 기대와 상대의 반응이 어긋나는 순간


3)남한테 맞추는 데 한계를 느낄 때

섬세한 유형은 원래 지나치게 남한테 맞추며 살아간다. 상대가 원하는 삶을 살려고 하기 때문에 '이런 일로 화를 내도 괜찮을까?', '화내는 내가 이상한 걸지도 몰라'라며 화를 삼키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스트레스와 같은 조건이 갖춰지면 딸깍하고 스위치가 켜질 수 있다. 그 조건이란 '상냥하게 대해주는 상대가 자신을 정당하게 평가해 주지 않거나 비판할 때'이다. '이렇게까지 해줬는데 그것을 망쳤다'는 생각이 거짓 정의로 작용해 공격성을 띨 수 있다.


'잘 참는 아이'가 더 이상 참을 수 없게 되었을 때 그야말로 돌변한다.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돌변하기 전에 부모(또는 부모를 대신하는 존재)에 대한 분노를 일깨워서 분노와 타협해야 한다.


4)섬세한 유형은 피해자가 되기 쉽다

'섬세한 유형'의 공격성에 관한 주의해야 할 점이 또 있다. 이 유형은 공격의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동조 압력이 형성되면 알맞은 샌드백이 되는일이 잦은데, 반격할 의사를 보이지 않기 때문에 '본인도 좋아한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도 있다. 그러다 보면 주위 사람들이 미처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에 사태가 심각해진다.


자신이 섬세한 유형이라고 생각된다면,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괴롭힘에서 벗어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1분 1초도 허투루 쓰고 싶지 않은 '노력가 유형'

노력가 유형의 행동 패턴은 다음 2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①노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②뭐든지 자기가 결정하고 싶어 한다.


노력가 유형은 둘 중 하나, 혹은 2가지 행동 패턴을 모두 지니고 있다. 이 2가지 행동 패턴은 얕고 느슨한 사이코패스로 돌변시키는 스위치이기도 하다.


노력가 유형은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 대해서도 '노력하지 않는 사람은 가치가 없다'고 평가할 때가 있다. 다른 사람에게도 노력을 강요하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자신을 납득시켜 보라고 강요하는 듯한 언행을 보이기도 한다.


두 번째 특징인 '뭐든지 자기가 결정하고 싶어한다'는 경향이 강한 사람은 남의 도움을 탐탁지 않게 생각한다. 왜냐하면 자신의 노력을 방해받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노력가 유형의 느슨한 사이코패스는 '남에게도 노력을 강요하거나 노력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 격한 분노를 느끼는 경향을 보인다.


상대가 '노력하지 않는다'고 느끼면 게으름뱅이 취급을 하는 등 대의명분을 쉽게 내세울 수 있어, 언뜻 폭언이나 갑질에 당위성이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노력하고 말고는 각자의 자유다. 느슨한 사이코패스로 돌변하면 공감 능력이 떨어지므로 그런 생각을 미처 할 수 없다.



■무조건 남보다 앞서고 싶은 '성급한 유형'

이들은 그야말로 스피드광으로, 어릴 때부터 부모나 주변 사람들에게 '빨리해', '꾸물거리지 마라' 등과 같은 압박을 받으며 자란 것이 원인일 수 있다.


1)순위에 집착하면 빨리 할 수밖에 없다

항상 남보다 앞서고 싶은 마음이 강해서 속도를 늦춰 차분하게 일 처리를 하는 것을 어려워한다. 이런 사람들은 기다리는 것도 서툴다.


성급한 유형은 남보다 뛰어나고 싶다는 무의식에 사로잡혀 순위에 민감하다. 또한 소위 멀티태스킹을 선호한다. 가능하든 안 가능 하든 적은 시간에 많은 것을 채워 넣고 싶어 한다.


'빨리빨리', '1등이 될 거야'라는 마음이 강하게 작용해서, 한 가지 일을 차분하게 처리하는 것을 몹시 어려워한다. 하지만 주변에서 볼 때는 오히려 일 처리가 느리다고 느낄 수도 있다.


단순히 성급한 것뿐이라면 남에게 해를 주는 일이 없겠지만, 주변 사람에게도 강요하기에 문제가 된다. 다른 사람이 일을 천천히 하는 것처럼 보이면 화를 내며 '빨리해'라고 재촉한다.


2)무엇이든 척척 해내야 한다는 강박

'서두를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면, 성급한 유형은 심하게 화를 내는 경향이 있다. 정체나 지연 등 부득이한 사정으로 서두를 수 없는 상황이 되면 사람이 바뀐 것처럼 거칠어진다.



■약한 모습을 감추려고 '강한 척하는 유형'


1)강한 척하는 유형'은 의외로 과묵한 사람이 많다.

사람들 앞에서 늘 강한 척하는 유형의 특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자신을 이용하려 드는 일이 없기 때문에 우위에 설 수 있다는 심리가 작용한다. 그래서 '강한 척하는 유형'은 자신에 대해 어떤 것도 말하지 않는 미스터리한 사람이라고 여길 수도 있다.


강한 척하는 유형은 말로 자기표현을 하는 데 서툰 대신, 혼자 묵묵히 일을 잘해내는 경향도 있다. 이른바 '고집스런 장인' 유형이다.


강한 척하는 유형은 상대방의 태도가 자신의 생각이나 태도를 이끌어냈다는 식으로 말하는 특정도 있다. 다시 말해 자기는 잘못이 없다는 태도를 취한다.


겉으로는 팔짱을 끼거나 다리를 꼬는 자세로 상대방에 대해 마음을 닫고 있는 듯한 태도를 취한다.


2)억지로 마음을 열 수는 없다


3)조용한 사람이 분노를 표출할 때

과묵함 자체는 좋은 것도 나쁠 것도 없지만, 과묵하다고 해서 모두가 마음속까지 조용한 것은 아니다. 무의식 속에서 분노의 소용돌이가 치는 사람도 있다.


만약 이들이 분노가 지나쳐서 깊고 느슨한 사이코패스로 돌변했다면, 자신을 조용히 내버려두지 않는 사람에 대해 '존재 가치가 없다'는 식의 강한 공격성을 보일 수도 있다.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완벽주의 유형'

어릴 때 부모 또는 가까운 사람에게 '똑바로 해라', '틀리면 안 된다' 등과 같이 완벽한 모습을 강요받으면서 성장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실패를 용납하지 못하며 자신이나 타인에게도 엄격한 모습을 보인다. 완벽주의 유형은 '편하기만 하면 타락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이들의 특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편할수록 불편한 사람들

완벽주의 유형은 '저는 ~이고, ~이기 때문에, ~일 때도 있고, ~일 가능성도 있고, ~혹은' 등과 같이 좀처럼 한 문장으로 끝나지 않는다. 완벽하게 이야기하기 위해 단어를 고르고 또 고르는 버릇이 있기 때문이다.


혹은 논리정연하게 이야기하려는 특징도 있다. 그러면서 '아마도', '가능하다면', '마치' 등 불확실하고 애매한 표현도 즐겨 사용한다. 이런 말들은 일종의 보험이다. 자신의 완벽함이 무너지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나오는 말 습관이다. 그밖에 완벽주의자들은 대체로 등을 꼿꼿하게 펴고 똑바른 자세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


2)누구도 나의 완벽한 삶을 무너뜨려서는 안된다


3)'다 너를 위해서'가 사실은 '다 나를 위해서'

완벽주의 유형은 가까운 미래만 보고, 지금의 현상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는 특징이 있다. 등교를 거부하는 아이의 부모가 '이제 어쩔 거야?', '앞으로 어떻게 살 거야?'라며 자녀를 추궁하는 경우가 있다.


자녀의 장래를 생각하다가 결과적으로 자녀를 공격하는 꼴이다. 자녀의 장래만 살피지 말고, 지금 무엇 때문에 곤란을 겪고 있는지, 어떤 상황인지, 휴식이 필요하지 않은지 등 아이의 현재 상황을 파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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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가지 '분노의 근원' 자세히 들여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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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의 근원은 대부분 가까운 사람과의 관계에서 비롯된 스트레스로부터 살아남으려고 몸에 익힌, 이른바 '마음의 서바이벌 기술'이다. '분노의 근원이 어떤 마음의 버릇으로 드러나는가'를 함께 생각해 보자.


12가지 분노의 근원 중에서도 특히 '존재하지 마라'와 너 자신을 부정하라'는 자신과 타인을 모두 파멸시킬 정도로 강력한 공격성을 보인다.



■'존재하지 마라'의 공격적인 특징 4가지


▷사람을 선한 자와 악한 자로 구별하거나, 혹은 한 사람을 선할 때와 악할 때로 구별하여 악으로 간주한 상대를 공격한다.


'존재하지 마라'는 분노의 근원을 지닌 사람은 상대를 '나쁜 사람'이라고 인식하는 순간 강한 분노가 표출되어 깊고 느슨한 사이코패스로 돌변할 수 있다.


사랑이 지나치게 깊으면 오히려 증오할 수 있는 것과 같다. 이런 심리를 가진 사람은 당연히 인간관계가 좋지 않을 것이다.


자신에게 완벽한 사람은 있을 수 없다. 하지만 이런 사람은 무의식적으로 끊임없이 이상적인 사람을 갈구한다.


▷악으로 규정한 상대를 공격할 때는 죄책감이 없다.


▷버림받는 것에 대한 불안감을 느낀다.

'존재하지 마라'는 분노의 근원을 지닌 사람은 강한 '유기 불안'을 품고 있는 경우가 많은 것도 특징이다.


'당신은 나에게 소중한 사람이야. 계속 내 곁에 있어줘'라고 말하고서는, '두 번 다시 내 앞에 나타나지 마'라고 말한다. 이런 극단적인 말에 반복적으로 휘둘리다 보면 상대는 '이중인격자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유기 불안'은 영유아기부터 유아기에 걸쳐, 역시 엄마나 가까운 양육자와의 관계 속에서 몸에 배는 경우가 많다.


유기 불안을 품고 사는 사람은, 가령 자신의 메시지에 상대가 조금 늦게 답했을 뿐인데도, 애인이나 친구에게 '미움 받고 있다'고 믿게 된다. '내가 뭘 잘못했지?'라며 자책하거나, 관심을 끌려고 '죽고 싶다' 등 과격한 언행을 보이고 공격적인 태도를 취하기도 한다.


▷자신의 나쁜 기분을 남에게 전가한다.

상대가 아무 짓도 안 했는데 갑자기 기분 나빠하며 짜증을 내는 사람이 있다. 이처럼 자신이 기분 나쁜 이유를 다른 사람의 탓으로 돌리는 심리를 '투사적 동일시'라고 한다.


이 또한 영유아기의 '좋은 엄마, 나쁜 엄마'와 관련이 있는데, 좋은 엄마와 나쁜 엄마가 통합되면 자신의 감정을 '억압'하여 분노를 조절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 자신이 기분 나쁜 것과 전혀 관계없는 사람에게 화풀이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럴 때 주로 공격의 대상이 되기 쉬운 사람은 연인이나 배우자와 같이 친밀한 사이 또는 교사, 정신과 의사, 심리상담사 등이다. 말하자면 자신의 심적 괴로움을 도와줄 것으로 보이는 사람이다.



■'너 자신을 부정하라'의 공격적 특징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할 수 없고 본래의 나로는 존재할 수 없다는 경험이 지속되었을 때 나타날 수 있다.


이를테면 '머리가 좋다', '신동이다' 등과 같은 칭찬을 듣고 자란 아이가 오히려 '너 자신을 부정하라'는 분노의 근원을 지니기도 한다. 이것도 본래의 내가 아닌 '나는 우수해야 한다'는 생각이 박혀 있기 때문이다.


또 형제자매가 일찍 죽는다면 '자신은 죽은 형제자매의 대신'이라는 생각을 품게 되는데, 이때도 '너 자신을 부정하라'는 분노의 근원을 가질 수 있다.


실제로 '너 자신을 부정하라'는 분노의 근원을 지닌 사람은 자신을 잃지 않으려고 비정상적일 정도로 노력한다고 한다.


'너 자신을 부정하라'는 분노의 근원을 지닌 사람이 노력할 수 없게 되었을 때는 자신의 생명과 관련된 결단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에 노력은 숭고한 행위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자신에 대한 공격이 된다. 그 노력이라는 '공격'이 자신의 육체에 작용한 것이 자해나 자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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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슨한 사이코패스로부터 나를 지키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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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슨한 사이코패스의 공격에서 탈출하기


▷애초에 공격의 대상이 되지 않아야 한다.

피해자가 되고 싶지 않다면 애초에 공격 대상이 되지 않아야 하고, 어쩔 수 없이 공격을 받게 되더라도 재빨리 빠져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얕고 느슨한 사이코패스는 '안심하고 공격할 수 있는 대상'을 찾을 때 냉정한 눈으로 주변을 살핀다.


반대로 '자기 의사를 분명히 말할 것 같은 사람'은 쉽게 공격하지 않고, 무서운 사람이나 강한 사람, 지위가 높은 사람이 보살펴주는 사람도 공격 대상으로 삼기 어렵다.


얕고 느슨한 사이코패스는 깊고 느슨한 사이코패스나 진짜 사이코패스와 달리 공포심을 느끼기 때문에 반격을 두려워 한다. '누구든 상관없다'는 식으로 호기롭게 말하지만 사실은 비겁한 계산을 하고 벌이는 짓이다.


▷'마음의 버릇'이 피해자의 위치에 가둔다

피해자의 위치에 갇히는 큰 이유 중 하나는 '마음의 버릇'과 관련이 있다. '섬세한 유형'이 공격의 대상이 되기 쉬운 이유는 남의 눈치를 보느라 가해자조차 배려하는 마음이 앞서기 때문이다. 좀처럼 거부 의사를 밝힐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나는 섬세한 유형이 아니니까 괜찮다'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다른 마음의 버릇도 괴롭힘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자신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어떤 연구자에 따르면, 괴롭힘이나 갑질을 2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고 한다. 폭력과 폭언 등으로 상대를 배제하는 '배제형'과 친구 관계의 소원함을 들먹이면서 상대를 괴롭혀 스트레스를 푸는 '사육형'이다. 최근에는 SNS의 발달로 '사육형'이 주류라고 한다.


마음의 버릇에 얽매인 사람은 공격하는 사람이 원하는 대로 따르기 때문에 아주 좋은 먹잇감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마음의 버릇에 얽매이지 말고 '나는 공격당하고 있다', '나는 피해자다'라고 명확하게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이 피해자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

괴롭힘이나 갑질에서 벗어나려면 먼저 자신이 피해를 입고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반격할 수 없고, 피해를 호소할 수도 없으며, 결과적으로 피해자에게서 벗어날 수 없다.


우선은 마음이 먼저이고 다음으로 몸이 피해자의 위치에서 벗어나는 것이 순서다.


'마음의 버릇' 이외에도, 괴롭힘이나 갑질을 인식하지 못하고 '이건 괴롭힘이 아니라 장난이다'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무엇보다 자신의 기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싫다'는 느낌이 들면 그 마음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첫 공격에서 잘 대응해야 한다

절망에 빠져 해결을 위한 걸음을 멈추는 것만큼은 절대 피해야 한다.


카프먼의 '드라마 삼각형'

희생자가 의지할 수 있는 구원자가 생기면, 이제는 '박해자'에 대한 입장을 바꿔가야 한다. 박해자가 얕고 느슨한 사이코패스라면 '통제 가능한 의식'에서 비롯된 공격이므로 '사회적인 제재를 받고 싶지 않다', '해고되고 싶지 않다'와 같은 의식이 작용하여 공격을 그만둘 수 있다.


그래서 변호사나 전문가, 교사나 상사, 또는 경찰 및 공공 기관 등에 요청하는 것만으로 상대가 공격을 멈출 수도 있다.


박해자가 '깊고 느슨한 사이코패스'에 빠져 있다면, 권위자가 뒤에 있든 말든 상관없이 공격을 계속할 가능성이 높다. 이때는 신중한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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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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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느슨한 사이코패스'라는 말을 사용하여 공격하는 사람의 심리를 설명하려 했다고 전한다. 이 말을 사용한 이유는 사람은 누구나 상황에 따라서는 사이코패스와 유사한 상황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라 전하는데, 그래서 더 조심스럽게 접근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더불어 앞서 저자가 이야기한것처럼, 선천적인 사이코패스와 어릴 적 성장과정과 개인적 트리거로 인해 화가 표출되는 경우(=느슨한 사이코패스)는 엄연히 다르다. 그런데 굳이 유사한 단어를 활용해 평범한 사람들의 화가 표출되는 행위와 원인에 대해 언급했어야 했나 하는 의문이 든다.


실제로 저자가 언급한 사례, 그리고 '얕고' 느긋한 사이코패스, '깊고' 느긋한 사이코패스의 모습은 우리가 일상에서 너무 쉽게 접하는 모습 중 하나다.


과거에서부터 현재까지 오히려 한 번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이 드물지 않을까 생각될 만큼 일상에서 흔한 일들이다. (과거보다 오늘날 더 흔하고 빈번하게 일어나는 이유는 아마도 각박함, 개인주의적, 강압 등의 사회적 현상으로 인해 쌓인 스트레스가 원인이 아닐까 한다)


그렇기에 어쩌면 아주 잠깐 언급한 사회현상에 더 집중해서 이러한 현상이 도드라진 이유와 원인, 그리고 보다 현실적인 입장에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해결점에 대해 더 깊이 다뤘다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특히 '얕고 느슨한 사이코패스' 현상을 발생시키는 스위치 버튼인 '5가지 마음의 버릇'의 경우 충분히 스스로 컨트롤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으면서도, '느긋한 사이코패스'로 한데 묶어 설명하다 보니 뭔가 대단한 문제가 있는 사람처럼 여겨지는데서 이미 우리 모두는 '사이코패스 성향을 가진 사람'처럼 미화된다는 점에 있어 문제가 있어 보인다.


유년기 경험, 특정 상황이나 트리거, 스트레스, 일본 같은 나라의 특성 등의 조건이 맞았을 때 언제든 누구나 이런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라는 점, 그리고 타고난 성향, 사람마다 화가 나는 포인트가 다르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통상의 '화'의 범주를 굳이 끌어다 이야기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진짜 문제시되는 불필요한 화, 타인을 강하게 억압하거나 해를 가하는 화, 이를테면 가스라이팅, 이별 살인, 집단따돌림, 직장 내 갑질, 데이터 폭력 등에 집중해서 다뤘다면 더 도움이 되었을 것 같다.


저자가 다룬 성장 과정에서 몸에 베는 것은 당사자 입장에서는 누구도 어쩔 수 없다. 물론 아이를 키우는 부모나 또 다른 양육자가 이 책을 보게 된다면 좀 더 신경 쓸 수 있는 여지는 있지만, 이미 벌어진 상황에서 해결책을 모색하고자 하는 독자의 입장에서는 그 너머의 다른 방법을 찾아야만 하는 것이다.


마지막 장에서 저자는 '드라마 삼각형'의 위치를 바꾸는 방식(다른 입장에 놓이도록 하는 것), 주변에 지인이나 관공서, 국가기관 등에 도움을 요청하는 방법을 제안하지만, 실상 현실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면 크게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원론적인 이야기일 뿐이다.


일례로 폭력이 발생했을 때, 선생님은 학교로부터 도움을 받지 못한다. 그보다 더 약한 아이들도 학교나 선생님으로부터 도움을 받지 못하는 이야기가 뉴스를 통해 심심찮게 나온다.


직장도 마찬가지다. 갑질이나 집단따돌림 등의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인사과나 상급자에게 이야기해도 조직을 위한다는 명분이나 시끄러워지는 것이 싫어 실제로 가해자는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고, 오히려 피해자가 해고당하는 경우가 있다.


그나마 이렇게라도 하소연하거나 방법을 찾을 시간이라도 있으면 다행이다. 정신 못 차릴 정도로 괴롭힘을 당하거나 폭력을 당하다 보면 이도 저도 생각할 겨를이 없다. 하물며 이유나 원인도 없이 벌어지는 일도 부지기수다. 때문에 저자가 제안한 방법론은 그저 이론적으로 누구나 말할 수 있는 방법일 뿐이다.


더불어 요즘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불쑥 폭력과 괴롭힘, 공격 등을 당할지 아무도 알 수 없기에 나를 지키고 보호하고 싶다면,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항상 민감한 촉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생각한다.


내가 현재 상황을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를 우선적으로 생각해 불편하거나 뭔가 이상함을 감지하게 되면 즉시 행동으로 옮겨 피해를 최소화하고, 대책을 강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생각한다.


내가 왜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지, 불편한지, 상대방은 왜 저런지 이유를 따지고 분석하느라 시간을 보내게 되면 때는 이미 늦는다. 요즘은 그냥 아무런 이유도 없이' 저지르는 사람들도 많기에 일단 증거와 도움이 될만한 자료들을 우선적으로 수집하고 이후 주변에 피해 상황에 대해 도움을 받을 사람을 찾는 것이 좋다.


그런데 보통은 도움을 제대로 받을 수 없거나(반대로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경우도 있음),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경우가 많고, 또 설사 어떻게 해결이 된다고 해도 같은 상황에서 일상을 이어나간다는 것이 쉽지 않기에 빨리 상황을 탈출하는 것을 추천한다.


그것이야말로 내가 상처를 덜 받고, 빨리 회복하여 일상을 되찾을 수 있는 방법이다. 앞서 증거 등의 자료들을 모으는 이유는 나중에 혹시라도 발생할 일들에 대한 자구책을 위한 대비용으로, 오히려 이렇게 빨리, 조용히 빠져나오는 것이 나를 보호하는 최고의 방법이지 않을까 한다.


사이코패스는 아니지만, 사이코패스 성향을 보이는 사람들이 일상에 너무 많은 요즘이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라는 속담이 있다. 아무리 좋아 보이는 사람도 속에는 어떤 마음을 품고 있을지 아무도 알 수 없다. 그렇기에 모든 것을 다 내보이거나 내주지는 말자.


적절한 안전거리 확보를 통해 내 몸과 마음을 보호하는 것으로, 촉을 민감하게 세워 미연에 방지하는 것으로, 강단있는 의견피력으로 함부로 할 수 없는 사람으로 인식시켜 피해를 최소화하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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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씨네 종말 탈출기
김은정 지음 / 북레시피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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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장르를 총망라한 최씨네 종말 탈출기! 예상치 못한 감동과 반전은 덤~!"


처음에는 가볍게 시작했는데, 읽다 보니 어느새 푹 빠져들었다. 특히 여덟 살 아이의 눈으로 바라본 가족과 세상은 예상을 뛰어넘어 수수께끼처럼 다가와 호기심을 자극했다.

더불어 일반적인 상식에서는 용인되지 않는 아이의 버릇없는 행동이나 호칭이 오히려 이 소설에서만큼은 사랑스럽고 당차게 다가온다. 그만큼 이 소설의 핵심 인물인 '한라'는 최씨네에서 윤활유 역할을 하는 깍두기 같은 존재다.

삭막하고 어딘가 이상하게 돌아가는 집구석이지만, 방방곡곡을 누비며 가족의 빈틈을 파고드는 한라 덕분에 그나마 최씨네는 적어도 겉으로는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살아간다.


종말 날짜를 기준으로 디데이를 설정한 이 책을 살펴보면, 그 설정에 부합하듯 종말을 야기하는 몇몇 요소들이 곳곳에서 등장하는데, 이를테면 종말일, 사이비 종교, 벙커, 동물들 등이다.

여기에 더해 갑자기 무녀의 꿈에 돌아가신 외할머니가 나타나 이번 종말일에 최씨의 씨가 마를 것이라 말하며 개시처럼 전하는 장면은 극적인 요소를 더한다.

덕분에 파탄 직전의 삼대 가족은 똘똘 뭉치는 계기를 마련하게 되고, 이를 통해 가부장적인 태도, 성차별, 오해와 불신 등은 싹 사라지게 된다.

그리고 이 모든 이야기는 여덟 살 아이의 눈으로 펼쳐지게 되면서 비극이 희극으로 비치기도 하고, 또 어른의 눈에 당연한 것이 당연하지 않은 것처럼 전개되면서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아리송한 기분으로 수수께끼를 풀듯 더 집중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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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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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씨네 가족 소개
일명 콩가루 집안이라 불릴 만큼 속 사정이 복잡한 최씨네를 소개해 보면 다음과 같다.

▷최한라(딸내미, 손녀, 조카로 불림)
-초등학교 1학년(8살)
-1년 전 이 집에 엄마랑 들어오게 됨
-꿈: 투명 반창고를 만드는 발명가

▷엄마(고은)
-싱글맘
-최씨 집안으로 들어온 뒤에 외출은 자제하고 집안일만 하고 있음

▷외할아버지(최씨/77세)
-집안 서열 1위
-과거 사진관을 운영하다 현재는 집 근처 주차장 운영 중

▷외종조부 (뚜러정/정두섭)
-외할머니의 남동생
-무엇이든 잘 뚫음
-지하실에서 기거 중

▷이모 (히메/고윤)
-엄마의 남동생
-한때 큰 삼촌이었다가 성전환 수술 후 이모가 됨
-고완→고윤으로 개명

▷막내 삼촌 (척척/고준)
-이복 형제이며 늦둥이(누나와 열세 살, 형과 열 살 터울)
-은둔형 외톨이
-다락방에서 기거 중
-중학생 때 생물 수업에서 혈액형을 통해 자신이 사실은 부친이 밖에서 낳아온 사생아라는 사실을 알게 됨

▷외할머니
-얼굴에 화상 자국이 있음
-환갑도 되기전 갑자기 위암으로 돌아가심


■한라의 친구들

▷이영민
-꿈: 대통령(할아버지가 하라고 했기 때문)
-집이 부유함
-최씨는 영민이네를 ' 속 빈 강정'이라고 별명 붙임

▷김수진
-꿈: 슈퍼모델
-수진의 엄마는 인조인간으로 불림

▷윤현준
-꿈: 변호사
-이혼가정으로 엄마와 살고 있음


■그 외 등장인물

▷이옥련
-외할머니와 먼 사촌지간
-무녀
-한 번씩 최씨네 찾아와 큰 일들을 미리 예고함

▷전도사
-미스터리한 전도사

▷장애를 가지고 있는 여성 신도
-완전히 다른 실체를 가지고 있는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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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살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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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화자인 한라는 잠시 머물 예정으로 엄마와 함께 외할아버지 댁으로 들어가게 되지만, 그대로 그곳에 정착하게 되면서 어느새 1년이란 시간이 지나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한라는 올해 여덟 살로, 최씨 집안에서 못 가는 곳이 없고, 또 모든 사람들과 상대하는 유일한 사람이다. 한 지붕 아래 살지만 서로 반목하는 가족들로 인해 이들은 식사조차 함께 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으로 인해 모든 이야기는 한라를 통해 전개되고, 또 아이의 시각에서 풀어가게 되면서 어떤 이야기들은 와전되어 상상력을 발휘하게 만들거나 혹은 웃음을 유발하는 포인트가 되기도 한다.

이들 가족을 살펴보면 특이한 점이 있는데, 일반적인 가족 구성원을 부르는 호칭과는 다른 별칭으로 서로를 부른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아이인 한라도 예외는 아닌데, 외할아버지를 최씨로, 외종조부를 뚜러정으로, 이모를 히메로, 막내 삼촌을 척척으로 부른다는 점이다.

또 이웃 주민들이 '콩가루 집안'이라는 부정적인 뉘앙스로 가족들에 대해 이야기해도 한라는 이에 위축되거나 절대 기죽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또 모르는 단어나 말을 듣게 되면 무엇이든 알고 있는 척척에게 질문하거나 책과 인터넷을 활용하는 적극적인 모습도 보인다.

이렇듯 소설의 초반까지는 최씨네 가족구성원에 대한 가벼운 소개와 배경, 그리고 주변 이웃들에 대해 만나볼 수 있다. 이후 중후반부에는 본격적으로 종말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되면서 미스터리, 범죄, 컬트, 코믹, 어드벤처가 다채롭게 펼쳐진다.

여기에 더해 별도로 구성된 각 인물의 뒷이야기는 뭉클함과 동시에 이들의 아픈 과거와 속 깊은 상처에 대한 이야기를 엿볼 수 있다.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종말일과 어느 날 웃돈까지 얹어주며 놀리던 주차장 땅을 팔게 된 행운, 여기에 더해 그 부지에 들어선 사이비 기도원, 마지막으로 어느 날 무녀의 꿈에 나타나 최씨 일가의 씨가 마를 것이라며 예고한 외할머니의 예지몽까지.

어쩐지 그냥 넘기기엔 단 한 번도 비껴가지 않았던 무녀의 말 때문에 이들 가족은 본격적으로 종말에서 벗어나기 위한 대책을 강구하게 되는데, 하필 가장 중요한 장소가 이미 팔아버린 옛 주차장 사무실 부지임이 밝혀지면서 우왕좌왕 난리가 난다.

그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않아야 하기에 오직 최씨 일가만 바빠진 상황에서 생각지 못한 복병까지 겹치게 된 대 환장 스펙터클 지구 종말 탈출 가족 소동극은 점점 더 스케일이 커지면서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가족 모두가 함께 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생존의 게임 속에서 이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똘똘 뭉쳐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숨 막히는 접전을 펼친다. 그렇게 오직 살아남아야 한다는 일념이 만들어 낸 혹한의 종말 탈출기는 가족의 일상을 완전히 뒤집어 놓는다.

오해와 불신에 시간이 더해져 묵은 감정으로 남아있던 애증의 앙금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또 이로 인해 케케묵은 사회적 규범이나 남녀의 성에 따라 구분 짓던 역할분담이 어떤 변화를 맞이하는지는 직접 책으로 확인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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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 깊었던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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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의적 표현으로 많이 쓰인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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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 좋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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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둘러 표현할 때, 의미 그대로, 설명하기 어려울 때 어른들은 이 말을 에둘러 사용한다. 하지만 같은 말을 여러 상황에서 듣는 여덟 살 한라에게는 도통 모르겠는 말이다.


■웃음 포인트가 되어 주었던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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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처럼 돼지나 코끼리 따위의 동물이 아닌 음식을 활용하는 그들의 별명 짓기는 인사법만큼이나 상당히 독특했지만 최씨가 지은 별명이 훨씬 그럴싸했다.
(...)
콩가루보다는 강정이 더 달고 맛있기 때문이다.
2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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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가루 집안', ' 속 빈 강정'과 같은 말은 어른들 사이에서는 얼굴 붉힐만한 상스러운 말이다. 하지만 어린아이의 눈으로 본 그런 별명 짓기는 그저 친한 친구들 사이에서 으레 짓는 별명 짓기나 별반 다르지 않다.

그렇기에 한라는 최씨가 지은 ' 속 빈 강정'이 더 달고 맛있다는 이유로 더 후한 점수를 줄 수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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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순도 백 프로 자연산이야. 수진이 엄마랑은 다르지."
수진이 엄마는 인조인간이니까 인조인간이 아닌 사람은 자연산이라는 뜻인가. 그런 의구심으로 어리둥절하던 참에 문득 뚜러정과 횟집에 갔던 일이 떠올랐다. 그때 수조 안을 헤엄치는 커다란 물고기를 가리키며 뚜러정이 자연산이냐고 묻자 횟집 아저씨가 그렇다고 했다. 엄마의 정체는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물고기인가. 그럼 나란 존재는? 기가 찰 노릇이다.
3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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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장을 읽고 한참을 박장대소했다. 얼핏 보기엔 꼬리말 잇기도 아니고 뭔가 싶기도 하지만 아이의 천진스러움에 이내 웃음이 빵하고 터지게 될 것이다.

자연산과 인조라는 말을 아이의 눈높이에서 해석하게 되면서 다다른 엉뚱한 결론은 이렇듯 기가 찰 노릇에 이르게 된다. 이후 한라가 울지 않은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참고로 인조인간은 성형한 사람을 일컫는 어른들의 말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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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가 뭔데?"
"좋은 여자대학교야."
(...)
"왜 좋은데?"
"남자들이 선망하거든."
"선망이 뭐야?"
"꿈꾸는 거지."
"그럼 불행해지겠네."
"뭐?"
(...)
뚜러정은 이룰 수 없는 꿈을 꾸면 불행해진다고 했는데 여자대학교를 꿈꾸는 남자라면 보나 마나 뻔하다. 아무튼 엄마는, 그 대학 식품영양학과를 나왔다.
3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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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한라는 어른들이 하는 말을 꼭꼭 기억해 두었다가 이후 새로운 이야기를 해석하는데 적극 활용한다. 덕분에 얼토당토하지 않은 결론에 다다르기도 한다.

포인트를 제대로 짚지 못한 한라는 엄마의 답에 여자대학교를 꿈꾸는 남자라면 불행할 것이라고 결론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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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의 제목은 '콩가루'입니다."
7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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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그림 그리기 숙제를 발표하면서 한라는 제목을 '콩가루'라고 말한다. 놀림거리가 될 수도 있는 단어를 이토록 당당하고 자신감 있게 말할 수 있는 아이가 과연 몇이나 될까?


■감동 포인트가 된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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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훗날 투명 반창고를 만들 계획이다. 우리 같은 어린이만 늘 반창고를 필요로 하는 줄 알았는데 투명 반창고 발명가가 되겠다는 결심 후 일주일을 관찰한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청소하느라 손목이 저리다는 엄마, 이상하게 입술이 자주 부르트는 최씨, 뚜껑이 잘 열린다는 뚜러정, 뚜러정보다 큰 발을 날씬한 구두 속에 넣느라 뒤꿈치가 가끔 까진다는 히메, 팔 여기저기가 정체 모를 상처투성이인 척척까지, 반창고는 실로 요긴하게 쓰이기 때문이다. 최씨네만 해도 사정이 이러니 반창고가 전 세계인들의 필수품일 것은 분명하다.
(...)
아프다는 걸 표내는 노란 반창고도 영 내키지 않는다. 상처에는 반창고가 제격이지만 분명 나처럼 노란 반창고를 꺼리는 이들도 적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 근거해서 투명 반창고를 구상했다.
2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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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나 모델, 대통령이 꿈이라는 친구들과 달리, 한라는 투명 반창고를 만드는 발명가가 되는 게 꿈이다. 그 이유를 곰곰이 살펴보면 한라가 얼마나 가족들을 사랑하고 위하는지를 알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전 세계인까지 생각하는 인류애까지 품고 있다.

아프다는 걸 표내지 않으면서, 상처를 가리고 덧나지 않게 방지해 주는 투명 반창고를 발명하고 싶다는 한라의 마음은 어딘가 모르게 몽글몽글한 감동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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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해야 여장부가 될 수 있어요?"
대신에 나는 수영 코치님께 여쭤봤다.
(...)
"그럼 여장부란 제가 꿀 수 있는 꿈이죠?"
"당연하지."
나는 행복에 겨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장래 희망 목록에 투명 반창고 발명가 외 여장부를 추가했다. 내가 여장부가 되면 엄마의 마음도 세탁 후 말끔해진 옷가지처럼 보송보송 해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36~3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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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의 사랑스러움이 한껏 돋보이는 문장으로, 한라는 꿈을 꾸기에 앞서 우선 수영 코치를 통해 자신이 여장부라는 꿈을 꿀 수 있는 자격이 되는지를 묻는다. 앞서 뚜러정을 통해 이룰 수 없는 꿈을 꾸는 것은 불행을 야기한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확인을 받은 후에는 엄마가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장래 희망 목록에 추가한다.

이 장면은 남아선호 사상 때문에 꿈을 이루지 못한 엄마의 꿈을 은연중에 한라가 다독여주는 문장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 이 말을 만약 엄마가 전해 들었다면 한라를 꼬옥 껴안아주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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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판 뒤에 소중한 것을 담아둬야 한다면 내게는 무엇이 있을까.
(...)
고민 끝에 훗날 투명 반창고를 발명하면 그걸 가득 담아두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럼 아픈 사람들이 그걸 제대로 사용할 수 있을까? 비밀번호는 쉬운 것을 입력해야 할까. 0000? 아님 내 생일 0616? 내 생일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데.
(...)
번호판 옆에 0616을 입력하라고 써 붙여야 할까? 그럼 번호판이 무슨 소용이지? 그냥 떼버리고 말까?
(...)
선생님은 얼굴도 예쁘고 마음씨도 비단결이다. 더구나 유치원 선생님처럼 아빠에 대해 물어보지도 않는다. 그래서 난 그날의 일기 하단에 비밀번호를 미리 적어두기로 마음먹었다. 훗날 선생님이 혹시라도 불치병에 걸리게 된다면 내 반창고가 가득 담긴 냉장고를 찾아 주저 없이 네 자리 번호를 누르라는 뜻에서 말이다.
61~6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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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장에서는 은연중에 드러나는 한라의 상처와 고민하는 모습에서 보이는 아이의 귀여움, 그리고 선생님을 향한 애정이 함께 느껴진다.

번호판 뒤에는 보통 귀중하고 값진 것을 보관한다는 말에 한라는 나름대로 고민을 하게 된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자신이 발명한 투명 반창고를 가득 담아 두겠다고 결심하게 된다.(아마 가장 소중하고 귀한 것이 당시 자신이 발명하게 될 투명 반창고라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러면서 비밀번호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되는데,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자꾸만 웃음이 난다. 이후 그녀는 일기에 자신의 상처에 대해 물어보지 않는 선생님께 고마운 마음을 전하기 위해 자신의 네 자리 번호를 기재해둔다.

혹시나 불치병에 걸리면 투명 반창고로 상처가 치유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말이다. 어쩌면 한라는 투명 반창고를 발명할 때 세상의 모든 사람들의 아픈 상처를 보듬어 줄 수 있는 만병통치약을 생각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아이의 시선으로 바라본 OO

1. 문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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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약조를 깨고 다시 몰래 척척의 방에 잠입했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그는 구멍이 송송 뚫린 후줄근한 메리야스 바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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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가래떡처럼 하얗고 마른 양팔 여기저기에 긴 상처들이 꼬불꼬불했다. 콩알처럼 동글납작한 검은 상처도 눈에 띄었다.
(...)
그날 나는 다시 한번 소명 의식을 느꼈다.
(...)
흔적이 남지 않는 투명한 반창고를 꼭 발명해야겠다고 말이다.
43~4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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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척은 한라 앞에서는 한여름에도 늘 긴 팔을 입고 있다. 사실은 반항하던 시절 새긴 문신을 가리기 위함이었는데, 우연찮게 이것을 목격한 한라는 상처라고 오해하게 된다.

이 때문에 막내 삼촌이 아프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다시 한번 투명한 반창고를 발명하겠다는 의지를 다진다.

보통 문신을 보면 징그럽다거나 무섭다고 생각하기 마련인데, 한라는 오히려 이것을 상처로 본다. 어쩌면 보통의 사람들은 보지 못하는 저 너머의 무엇을 본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한편으로는 놀랍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순수한 마음에 감탄이 일기도 한다.


2. 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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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하나 물어볼 게 있어. 최씨 냉장고에 비싼 거 있는 거야?"
"뭐?"
"번호 띡띡 누르는 냉장고 말이야."
(...)
"애들이 그러는데 번호판이 있으면 안에 비싼 게 있는 거래. 그 냉장고에는 뭐가 있어?"
(...)
그러고서 몇 달 뒤, 철옹성 같던 그 번호판 냉장고의 비밀이 밝혀졌다.
(...)
그로부터 몇 해 뒤엔 나도 그것이 단지 금고였음을 깨닫게 됐다.
4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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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누르는 것은 다 냉장고로 생각하는 아이다움과 궁금한 것에 대해 음흉스럽게 훔쳐보기보다 당당히 뭐냐고 묻는 배포에 웃음이 났던 문장이다.

항상 외출할 때는 방문을 잠그고 나갈 만큼 가족 모두에게 숨기고 또 숨기던 금고였는데, 우연찮게 금고 여는 모습을 보게 된 한라는 오히려 엉뚱하고 당당하게 물어대니, 할아버지 입장에서는 좀 당황스럽지 않았을까?


■슬프게 다가왔던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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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아빠가 있을까. 이 세상에 아빠 없는 아이는 없다는데 그럼 내겐 온통 물음표인 아빠는 정말 최씨일까. 그럼 영민이 말처럼 나는 시름시름 앓다가 일찍 죽고 말 것인가. 태권도도 검은 띠를 따야 하고, 여장부가 돼야 하며, 무엇보다 투명 반창고도 발명해야 하는데.
(...)
내가 몇 년째 아빠에 대해 아는 것이라곤 머나먼 나라 미국에서 일을 한다는 것뿐이었다.
46, 5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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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어른들의 사정으로 아빠가 없는 한라는 특별히 아빠가 없는 것에 대해 엄마에게 투정을 부리거나 내색을 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하지만, 친구들 사이에서 유독 자신만 아빠가 없다는 점, 같은 성씨를 쓰는 친족끼리 결혼할 경우 아이가 일찍 죽는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으면서 불현듯 불안해진다.

자신은 아직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은데, 아빠에 대해 아는 정보라고는 그저 머나먼 나라 미국에서 일한다는 것뿐이니 얼마나 불안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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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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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인 한라의 시선으로 전개되어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이 소설은 그야말로 온갖 장르가 결합된 종합선물세트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웃음, 감동, 절망, 슬픔 등의 온갖 감정까지 더해지니 그야말로 롤러코스터를 탄듯한 기분까지 만끽할 수 있다.

한 가정을 하나로 이어주던 외할머니의 갑작스러운 죽음, 그 죽음 뒤에 뿔뿔이 흩어진 가족. 그리고 이후 다시 꿈에 나타나 파탄 직전의 가족을 이어주는 외할머니의 존재는 어쩌면 가족들을 위한 할머니의 마지막 선물이 아니었나 싶다.

저마다 자리를 찾지 못하고 겉돌기만 하던 이들이, 종말이라는 거대한 위기를 함께 극복함으로써 비로소 제자리를 찾게 된다. 덕분에 별칭으로 불리던 이름도 원래 이름을 되찾게 되고, 또 무기력증에서 벗어나 자신의 꿈과 특기를 향해 나아갈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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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다 부스러진 콩가루도 끈기만 있으면 다시 뭉쳐질 수는 있더구나. 그럼 더 단단해지고 말이지."
35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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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콩가루' 집안이었을지언정, 이제는 소중한 가족의 구성원으로, 존재 자체를 부정당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짐으로써 자신감과 자존감을 회복하게 된다. 더 단단해지게 된다.

덕분에 엄마는 다시 변호사 꿈을 향해 나아가게 되었고, 한라는 20살 성인이 되면 아빠를 만날 기회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 할아버지는 이제 자신의 땅은 아니지만 다시 주차장을 관리하는 일을 맡게 되었으며, 외종 할아버지인 뚜러정은 다시 뚫는 일을 하고 다니며 결혼자금을 꼬박꼬박 모으고 있다.

그리고 법적으로 주민번호를 1에서 2로 바꾸고, 요리를 하며 블로그를 운영하는 이모 히메와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막내 삼촌 척척까지 가족 모두가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살게 되면서 이들의 얼굴에는 어느새 무지개가 반짝 떴다.

어느 가족이나 위기는 찾아올 수 있다. 이럴 때 뿔뿔이 흩어져서 무기력하게 있기보다 최씨네처럼 똘똘 뭉쳐 함께 극복하면 무엇이든 이겨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마지막으로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났다가 한순간 활활 타올라 사라져버린 '영생 구원 기도원'의 존재는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여기에 더해 흔적 없이 사라진 전도사의 존재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저자는 후편을 암시하는듯한 약간의 힌트 몇 가지를 남겨두고 끝을 맺었는데, 알쏭달쏭 기억날 듯 말 듯 궁금증을 야기한다. '한라만 경험한 개미집', '부처손', '다섯 글자의 개미집 명패(ㅈ* 보관소)', '사도행전 1장 8절(땅끝에 이르기까지 나의 증인이 될 것이다)', '개미집을 여는 주문(투명 반창고)', '전도사 아저씨 볼에 상처'.

과연 전도사의 개미집에는 무엇이 들어있었을까?
그리고 그는 누구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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