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시간 오후 4시
이주형 지음 / 모모북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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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일상에서 찾은 긍정의 말!"



하루 중 어딘가 모르게 애매하게 느껴지는 시간, 오후 4시.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기에는 너무 늦은 것 같고, 하루를 마무리하기에는 너무 이른 것 같은 모호한 시간.


저자는 인생 전반전과 후반전 사이에 놓여있는 이 시간을 오후 4시에 비유하며, 오히려 이 시간이야말로 전반부를 잘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후반부를 준비할 전체 인생의 가장 중요한 순간이라 말한다.


나의 선택에 따라 의미 있는 시간이 될 수도 혹은 버리는 시간이 될 수도 있는 오후 4시의 시간 활용법에 대해 함께 만나보면 어떨까 한다.



총 4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살면서 한 번쯤 멈추게 되는 순간을 어떻게 보내면 좋을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책으로, 전체 인생 시간표로 보면 전반부와 후반부를 연결해 주는 아주 중요한 시점에 대한 이야기라 할 수 있겠다.


만약 지금 삶과 사람에 찌들어 선뜻 용기를 내지 못해 머뭇거리고 있다면 혹은 새로운 인생을 다시 시작해 보고 싶다면 이 책을 읽고 다시 한번 스스로에게 응원과 격려를 보내보면 어떨까?


일상 속의 사소한 부분에서 찾은 긍정의 메시지들은 당신에게 아직 늦지 않았음을, 그리고 다시 일어서서 나만의 길을 당당히 걸어갈 수 있음을 일깨워 줄 것이다.


단락이 길지 않고, 공감 가는 이야기들이 많아 앉은 자리에서 완독한 책이다. 이 책은 머리가 복잡할 때, 출퇴근 길, 잠시 쉬는 휴식시간, 잠들기 전에 읽기 딱 좋은 책으로 생각을 다듬고 마음을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

길이 넓고 평평하다고 다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좋은 길도 나를 위한 길이 아니면 마음 둘 필요 없다.

(...)

길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갈 수 없는 것도 아니다.

갈 수 있는 만큼 가까이 가서 보면 저 앞에 누군가 걸어간 발자국이 어렴풋이 보이곤 한다.


한참을 걷다가 뒤돌아보면 서툴지만 나도 길 하나를 만들며 걸어왔음을 알게 된다. 가끔 돌아보는 것은 미련 때문만은 아니다. 올망졸망 머리를 들이밀며 나를 향하고 있는 내 발자국들을 보기 위해서다.

그리고 깨닫곤 한다.


'내 발걸음이 길이 되었구나.'

(...)

열심히 나를 향해 있는 내 발자국들은 나의 자랑스러운 훈장이다.

'열심히 잘 살아왔으니 앞으로도 그럴 거야.'

내 어깨를 다독이며

이제 또다시 새로운 발걸음을 내디딜 시간이다.

16~18페이지 中

=====


저자는 길에 대해 세 가지 의견을 제시했다.


첫째, 아무리 좋은 길도 나를 위한 길이 아니면 소용없다.

둘째, 잘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갈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셋째, 길을 걷다 돌아보는 것은 미련 때문이 아니라 내 발자국을 보기 위해서다.


같은 길도 어떻게 생각하고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길이 될 수 있다. 그러니 내가 걸어온 길에 대해 조금 더 자부심을 갖고 앞으로도 당당하게 걸어나가면 어떨까?


뒤에 남긴 발자국처럼 열심히 앞으로도 잘 해낼 수 있을 거라고 스스로를 믿으면서 말이다.



=====

인생은 누구에게나 초행길이다.

가 봐야 안다.

직접 내디뎌 봐야 저 모퉁이 돌아, 저 고개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있다.


정상을 찍고 내려올 때면 땀을 뻘뻘 흘리며 반대쪽으로 올라오는 사람들에게 말하곤 한다.

"힘내요. 얼마 안 남았어요."

그리고 금방 알아차리게 된다.

내리막길이 더 힘들고 위험하다는 것을 말이다.

24~2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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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오르내리는 것과 인생은 많이 닮았다. 더불어 누구에게나 인생은 초행길이다. 앞서 간 사람과 내 인생 길이 다르기에 더 그렇다.


산을 오를 때보다 내려올 때 더 조심해야 하는 것처럼, 인생 내리막길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니 나만 그렇다고 너무 좌절하거나 패배감에 젖어있지 말자.



=====

가끔은 철퍼덕 넘어지기도 하고 때로는 찬 바닥에 바짝 엎드리기도 해야 한다.

그렇게 한 번쯤 멈추는 것도 괜찮다.

멈춰야 보이는 것들이 있다.

낮아져야 떠오르는 생각들이 있다.

우리는 그렇게 여물어간다.

그렇게 어른이 되어 간다.

7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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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굴곡이 있어봐야 다양한 관점에서 인생을 들여다볼 수 있다. 눈높이가 한 곳에 고정되어 있으면 제대로 사물을 판별할 수 없는 것처럼 인생 또한 마찬가지다.


그러니 때로는 넘어져도 보고, 바닥이 엎드려도 보고, 또 멀리서도 보면서 인생을 살아가자. 그래야 더 많이 배우고 더 알차게 여물 수 있다.



=====

하루하루 열심히 사는 목적은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게 주어진 선물 같은 하루를 누리기 위해서다.

주어진 하루를 가장 잘 누리는 사람이 가장 행복한 사람이다.


선물같이 주어진 하루를 감사함으로 시작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인생이다.

당연히 주어지는 것 같지만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하루는 아니기 때문에 말이다.

(...)

생각을 조금만 바꾸면 이미 우리에게 큰 선물이 주어져 있음을 알게 된다.

102~10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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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지켜보면 이기기 위해서 사는 사람들 같다. '빨리빨리', '1등을 위해서', '승진하기 위해', '권력을 쥐기 위해서' 등등 하나같이 최초, 처음, 젤 꼭대기를 향한 목적만 가지고 사는 사람들 같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우리가 사는 목적은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하루하루를 제대로 '누리기' 위해서임을 알게 될 것이다.


누군가는 그토록 원했던 소중하고 선물 같은 하루를 부디 허투루 보내지 않기를 바란다. 조금만 관점을 바꾸면 당신도 매일 매 순간을 선물 같은 하루로 채울 수 있을 것이다.



=====

난 아직도 '꿈'이란 단어를 들으면 가슴이 설렌다.

여전히 꿈을 꾸고 있기 때문이다.

그 꿈은 커지기도 하고 변하기도 한다.

은퇴할 나이에 꿈을 꾼다는 것은 남은 인생을 보석처럼 만들 수 있다는 의미다.

인생 후반부는 전반부의 부록이 아니다.

오히려 전반부는 후반부를 위한 예행연습으로 보는 게 맞다.

지금은 본격적인 꿈이 시작되는 시기다.


꿈꾸는 인생이 행복한 인생이다.

인생 시간 오후 4시는 그런 사실을 깨닫는 시간이다.

138~13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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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후반부를 부록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은 보통 은퇴 후에 남은 삶을 정리하고 유유자적 흘려보내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반면, 인생 전반부를 후반부를 위한 예행연습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은 후반부에 이르게 되면 보다 본격적으로 자신의 삶에 뛰어든다. 그리고 더 많은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인생 시간 오후 4시,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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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독은 사색을 부르고, 사색은 글쓰기를 부른다고 한다.

읽기와 생각하기, 쓰기는 모두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이를 잘 활용하는 사람이 정신적인 상류층이다.

오십 년을 살아보니 드는 생각이다.

20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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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 상류층이라고 하면 30평 이상의 아파트에 현금 몇 억, 중형자동차를 소유한 사람들을 일컫는다. 그런데 이런 상류층 사람 중에 정신적인 상류층은 많지 않다.


우리 삶에 있어 진짜 중요한 것은 물질적 상류층보다 앞서 정신적인 상류층으로 자리 잡는 것이다. 저자는 이 조건으로 읽기와 생각하기, 쓰기를 잘 활용하는 사람이라 말한다.


그렇다면 개념 있는 노년층이 되기 위해, 정신적 상류층으로 자리 잡기 위해 지금부터 이런 습관을 하나씩 들여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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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살이가 팍팍할수록 사람 냄새나는 사실이 더 그리워진다. 냄새라는 말보다 향기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릴 듯하다.


이런 사람들은 늘 곁에 있어도 싫증이 나지 않는다.

인격이 권력이 되고, 인품이 무기가 되는 세상을 꿈꿔본다.

사람 냄새나는 사람, 향기 나는 사람으로 우리의 일상이 채워지기를 소망해 본다.

221~22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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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게 공감하는 말이다. 사람 냄새나는 사람, 향기 나는 사람으로 우리의 일상을 채우기 위해서는 일단 나부터 사람 냄새나는 사람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향기 좋은 꽃에 나비가 날아들듯이, 좋은 사람 곁에 좋은 사람이 모이는 것은 당연한 진리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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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좋지 않은 관계로 밤잠을 설쳐본 경험이 있다.

(...)

몸이 기억하는 습관도 무섭지만, 마음이 기억하는 습관은 더 무섭다.

가장 현명한 것은 안 좋은 기억이 앞으로 우리 삶에 더 이상은 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스마트폰처럼 기억 속에서 지우고 싶은 부분만 설정해서 삭제하는 기능이 있으면 좋겠다.


우리 마음을 아프게 한 그 사람은 우리 인생의 주인공이 아니라 어차피 지나가는 사람이다.

그러니 더 이상 그 관계가 우리 마음을 어지럽히지 못하게 하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최고의 복수를 해주면 된다.

사실 사람 때문에 마음 아파하는 이유는 당신이 관계를 소중히 여기는 좋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224~22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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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때로 밤잠 설치게 만드는 기억들이 우리를 괴롭힐 때가 있다. 컴퓨터의 삭제 버튼을 누르듯 말끔하게 삭제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지우려고 할수록 자꾸만 더 떠올라 우리를 괴롭힌다.


그럴 때는 지우려고 노력하기보다 다른 좋은 기억이나 생각들을 덧입혀 더 이상 마음을 어지럽히지 않도록, 나의 삶에 더 이상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만들자.


어차피 그런 기억들을 생성해낸 사람이나 기억들은 내 삶에 중요한 부분이 아니므로, 빨리 잊어버릴수록 나에게 더 득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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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없는 사람이 어디 있나.

사람들은 모두 자신만이 아는 상처들을 꿰매고 싸매면서 상처가 흉터가 되지 않게 하기 위해 하루하루 버티며 살아간다.

그러니 상처에 좀 더 익숙해지고, 심지어 상처를 통해 배우고, 상처와 함께 살아가는 데 익숙해져야 한다.

상처를 보듬으며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

마음을 불편하게 했던 식당은 가지 말고, 다른 식당에 가서 더 맛있는 음식을 사 먹으면 된다.

이제는 마음 관리가 필요한 시간이다.

23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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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것은 다른 의미로 상처를 보듬는 법을 배우는 시간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매끈하고 깨끗했던 피부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생채기가 늘어나고 심지어는 곪고 파여 흉터가 생기기도 한다.


그것을 어떻게 치료하고 보듬으며 살아가느냐에 따라 인생은 완전히 다른 후반부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그러니 이제부터라도 마음 관리를 잘하며 하루하루를 보내보면 어떨까?


마음이 불편한 곳은 피하고, 내가 편안하고 좋아하는 곳을 찾는 것만으로도 이미 상처에서 이만큼 멀어졌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

우리가 젊을 때는 "젊어서 고생은 사서 한다."라는 말이 유행이었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그렇지가 않더라.

젊어서 고생을 많이 하면 골병이 들어 늙어서도 인생을 제대로 누리기가 어렵다.

(...)

아프니까 청춘이라니?

아프면 환자지 왜 청춘인가?

(...)

40대 이상의 어른들이 전쟁을 일으키지만 결국 총 들고나가 싸워야 하는 사람들은 청년들이다.

그러니 함부로 전쟁 같은 상황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

아니면 전쟁을 결정한 자신들이 전장이 나가 최전선에서 싸우든가 말이다.


높디높은 벽을 만들어 놓고 "포기하지 말고 벽을 거슬러 올라가는 담쟁이가 돼라."라는 격려를 하기 이전에 벽을 허무는 것, 아니 아예 벽이 필요하지 않은 세상을 만드는 것이 어른들의 역할이다.

267~269페이지 中

=====


요즘의 어른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이 문장 안에 모두 담겨 있다. 한때는 이것을 마치 진리인 듯 떠들어댔지만, 현시대에 이런 말들은 그저 고리짝 이야기 밖에 되지 않는다.


우리 모두는 아프고 힘든 세상에 살고 있다. 여기에 몇 마디 말로 더 힘든 상황은 부디 만들지 않기를 바란다. 어른들이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어야 할 것은 어설픈 격려나 케케묵은 조언이 아니라 아예 벽을 허무는 것임을 꼭 기억했으면 좋겠다.



*****


살다 보면 누구나 불안한 감정이나 부정적 상황을 겪기 마련이다. 그것들을 제대로 치유하지 못하고 그냥 넘기다 보면 결국 쌓이고 쌓여 지쳐 나동그라지거나 허무맹랑한 생각에 사로잡혀 오늘을 제대로 살지 못하고 흘려버리는 경우가 발생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인생 후반부는 그냥 쉬고 싶다거나, 아니면 인생 전반부에 받은 상처로 인해 사람을 멀리하려는 상황을 맞닥뜨리게 될 수도 있다. 이런 경우 제대로 본 경기도 치르기 전에 그냥 인생게임이 끝나버리게 되는 것이다.


한 번밖에 없는 내 인생을 그렇게 날려버리고 싶지 않다면, 저자가 제안하는 긍정의 메시지들을 우리 삶에 도입해 보면 어떨까?


한꺼번에 너무 멀리, 빠르게 건너뛰려고 하기보다 조금 천천히 몸과 마음을 다지며 나아가는 방법을 통해 인생 전체를 모두 내 뜻에 따라 온전히 누리며 살아가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의미 있는 순간들이 지속되다 마침내는 삶의 모든 순간들이 반짝반짝 빛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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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호수의 에세이 클럽 - 진짜 내 이야기로 에세이 쓰기
임수진(밤호수) 지음 / 엑스북스(xbooks)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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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에 대해 A-Z까지 알려주는 책!"



책을 가까이하다 보면, 책과 관련된 특정 모임이나 리더에 대해 많이 접하게 된다. 그리고 그들이 운영하거나 소속되어 있는 블로그, 카페, 오프라인 모임, 클럽 등을 통해 그들이 활용해 온 내역이나 방식 등도 확인해 볼 수 있는데, 막상 자세히 들여다보면 속 빈 강정 같은 곳(혹은 사람)이 의외로 많음을 알 수 있다.


이는 비단 그런 모임뿐만 아니라 그들이 낸 책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나는데, 그런 책을 몇 번 접하다 보니 이제는 기피하게 된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글쓰기와 읽기에 관심이 많아 또 혹하는 책이 보이면 그냥 넘기지 못하고 살짝살짝 시도는 해본다. '혹시나' 했던 것이 대박을 치는 경우도 가끔 있기 때문이다.


이 책도 그렇게 읽게 된 책 중 하나인데, 의외로 내용이 꽉꽉 차있어 쪽박이냐 대박이냐 묻는다면 대박 쪽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에세이에 대해 너무 가볍게 생각하거나 혹은 명확하게 정의를 내리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있어 이만큼 좋은 책은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더불어 요즘은 자기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를 출간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 책을 읽고 출간 전 다시 한번 점검하는 시간을 갖는다면, 더 완성도 있는 책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됐다.


내가 리뷰하는 책들을 살펴보면, 간혹 혹평으로 시작해 혹평으로 끝나는 책들이 있는데 이런 책들의 특징을 살펴보면 공감력 제로의 글이거나(일기글, 기록물) 혹은 주제가 뭔지 도통 알 수 없는 글, 의식의 흐름대로 써서 헷갈리게 하는 글 등이 바로 그것이다.


그래놓고 작가는 마치 대단한 글을 쓴 것처럼 댓글을 달며 자신의 책을 어필하는데 어떨 때는 기가 차서 말이 안 나올 때도 있다.


이 책에서는 그런 부분까지 조목조목 짚어가며 에세이와 비슷한 다른 장르를 구분하는 법과 좋은 에세이를 쓰는 방법 등을 함께 다루고 있는데, 독자와 작가 모두 도움 될만한 내용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총 5부로 구성된 이 책은, 에세이에 대한 기본 지식과 더불어 에세이 쓰는 법에 대한 노하우가 담긴 책으로 일기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더 좋은 글쓰기를 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책이다.


특히 요즘은 일상을 비롯해, 여행, 살아온 이야기, 위로 에세이 등등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자기 이야기를 책으로 출간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 책에서 말하는 몇몇 사항들을 조금 더 곁들인다면 더 사랑받는 책이 되지 않을까 한다.


평소 많이 읽고 좋아하는 장르가 에세이나 문학작품(소설, 수필)과 같은 것들인데 그래서인지 나에게는 조금 더 남다르게 다가왔던 것 같다. 더불어 나의 이야기를 언젠가 꼭 한번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인지 작가와 독자의 입장 양쪽의 시선으로 살펴보게 되었던 것 같다.


특히 몇 가지 항목들은 머릿속에 콕 박혀들었는데 이를테면 이런 것들이다. 첫째, 에세이 글쓰기에는 독자가 고려되어야 하고 공감을 통해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 둘째, 무조건 솔직함만이 정답은 아니며 진실함이 더 중요하다는 말, 셋째, 그럼에도 쓸 때만큼은 모든 것을 다 잊고 그저 쓰고 싶은 대로, 본능에 따라 써야 한다는 말이 굉장히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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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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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대로 접근하기 쉬운 글, 그리고 '나'와 가장 친한 글

●에세이는 거창한 스토리가 아니라, 사소한 진실의 조합이다. 우리 모두의 인생은 이미 하나의 에세이가 될 준비를 마쳤고, 지금 이 순간에도 하나의 에세이가 되어 가고 있다.

●에세이란 '나'의 세계에 타인을 초대하는 것이다. 지극히 사적인 글을 타인과 공유하는 것이 에세이다.

●나의 사적인 것을 밖에 그대로 꺼내 놓는 행위가 날것의 끄적이는 글쓰기, 혹은 일기라 한다면 그것을 잘 다듬는 과정, 세공하는 과정은 에세이 쓰기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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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쓰려고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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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모두 알고 있다시피 '왜 쓰려고 하는가'에 정답은 없다. 그러나 그 '명확하지 않은 지점'을 잘 살펴보면, 조금은 근접한 답을 얻을 수 있다.


세공의 과정을 통해 내 안에 있는 돌을 세상에 꺼내 놓는 것.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와 성찰을 타인과의 장으로 이끌어 내는 것. 그 과정을 통해 혼자만의 글쓰기로는 충족되지 않는 마음을 나누고 위로받고 인정받으며 궁극적으로는 공감받고 싶은 것. 그 욕구 때문에 '왜 이런 글을 쓰는 거야!' 하면서도 우리는 또다시 쓰고 있는 게 아닐까.


"왜 '굳이' 에세이를 쓰나요?"라는 질문에 '굳이' 답을 해야 한다면 나는 그리 말하겠다. '나'가 '우리'가 되는 순간의 감동을 맛보고 나면, 나에 대해서도 타인에 대해서도 더 깊이 알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이 모든 걸 뒤로하고 그 무엇보다 중요한 건 아마 '꺼내지 않을 수 없으니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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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를 쓸 때 주의할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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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글을 통해 무언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강할 때, 그것이 교훈적이거나 윤리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할 때, 누군가에게 잘 보여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을 때, 내 진짜 이야기를 드러낼 수 없을 때 좋은 에세이를 쓴다는 건 불가능하다.


'사소한 진실'이 사라진 에세이, '나 자신에게 솔직할 수 없는 에세이'는 더 이상 에세이로서의 생명력을 지니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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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에는 '무엇'을 써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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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사진의 글쓰기

1. 어린 시절의 단편적인 순간들을 떠올리기

2. 어렴풋한 장면일지라도 흘려보내지 않고 마음에 담아두기

3. 위 장면들을 오래오래 들여다보기. 때론 며칠 동안 때론 몇 달 동안.



■그 시절의 '나'를 되살리기

'어린 나'를 보다 생동감 있게 깊게 만나는 작업을 말한다. 마치 전지전능한 신처럼, 그 아이의 표정, 눈빛, 가는 곳, 만나는 사람, 행동 하나하나까지도 놓치지 않는 것이다.


'회고록', 또는 과거의 이야기를 쓰고자 하는 이들은 특히 이 작업을 오래오래 거치고 마음과 정서를 준비하는 시간을 충분히 가지길 권한다. 그럴 때 자연스럽게 독자들을 그 시간으로 데려갈 수 있다.



■오늘의 글을 오늘 써두고 훗날 퇴고하기

날것의 감정들을 소화도 다 시키지 않은 채 쏟아 내는 글이 일기라면, 에세이는 나의 이야기를 온전히 소화시킨 후 '내 것'으로 만들어 낸 글이다. 나의 시선과 나의 관점으로 해석해 낸 통찰력을 가진 글. 그것이 에세이다.



■하고 싶은 이야기 쓰기

이제부터 그동안 쓰지 않은 수많은 '가지 못한 길', '가고 싶은 길'에서 글감을 찾아보자. 소재가 고갈되었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다시 발걸음을 내디딜 길은 많고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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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를 쓸 때 주의해야 할 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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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주제: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얘기가 무엇인지 모른다.

가장 흔하고 결정적이면서 정작 실수인 줄 모르는 실수. 바로 내가 하고 싶은 얘기가 뭔지를 글쓴이 자신도 모른다는 것이다. 글을 쓰기 전에 '진짜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내가 전하고 싶은 감정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


그것은 하나의 이미지일 수도 있고 형용사(감정)일 수도 있고 메시지일 수도 있다. 독자와 작가가 만나는 그 어느 지점이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이다.



2. 의식의 흐름대로 쓰기

1에서 주제의식을 말했다면 2는 주제를 풀어 가는 방식에 대한 것인데, 아무리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명확하다 할지라도 이 얘기, 저 얘기 왔다 갔다 하는 구성(구성이라 말할 수 없는 구성), 혹은 내 머릿속 의식의 흐름대로 끌고 가는 등 독자가 따라가기 힘든 방식으로 쓰는 경우다.


이런 것들은 말 그대로 일기장의 흐름이다. 지나치게 의식의 흐름대로 쓰면 처음에는 흥미로워하던 독자도 차츰 뱃멀미하듯 글에서 떨어져 나가게 된다.



3.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기

친구와 대화를 나눌 때 할 말을 조직화해서 이야기하지 않듯, 에세이 역시 독자에게 부드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독자와 대화를 나눈다는 생각으로, 마음과 손끝을 충분히 부드럽게 준비한 후에 글을 쓰는 것이 좋다.



4. 불친절한 전개

'이게 무슨 소리야? 내가 뭘 놓쳤나?' 독자가 애써 추론하며 읽어야 하는 글. 글쓴이 자신만 아는 상황, 자신만 아는 표현, 자신만 아는 상징이 넘쳐 나는 글이다. 생략이 많고, 따라서 개연성이 부족하다. 문학적 생략과는 다르다.



5. 넘쳐나는 TMI

TMI가 넘치는 글은 부담스럽다. 적당히 독자가 알아서 쫓아올 수 있도록 빈 공간을 줘야 하는데 모든 걸 설명하려 하면 꼭 귀 기울여야 할 이야기에서 집중력을 놓치게 된다.


글쓰기는 독자를 향한 '불친절'과 '친절' 사이의 아슬아슬한 밸런스 게임이다.



6. 매 순간이 하이라이트

처음부터 끝까지 힘을 준 글은 계속 눈을 부릅뜨고 있는 듯한 피로감을 준다. 메시지나 표현이 과하면 이런 느낌이 들 수 있다.


구성에 있어 하이라이트가 되는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을 인지하고 그에 따라 담백하고 소박한 표현과 화려하고 강한 표현을 사용하는 데 균형이 필요하다.



7. 거창하게 더 거창하게

좋은 에세이를 쓰고자 한다면 한 편의 글에 지난 인생을 다 담으려는 무모함, 내 인생의 사유를 다 담아 버리려는 거창함보다는 담백하고 소박한 글이 주는 감동으로 독자를 끌고 가는 것이 좋다.


급한 마음을 가라앉히자. 들뜬 어휘도 섬세하게 다듬고 인생을 통째로 담으려 하는 대신, 작은 순간들로 채워 보자.



8. 삐걱대는 관절들

에세이를 쓰다 보면 장면이 왔다 갔다 하게 마련이다. '현실-상상, 생각-다시 현실' 혹은 '현재-과거-현재', '과거-대과거-과거' 이런 식의 패턴이다.


장면과 장면의 연결이 부드러우면서도 정확해야 삐걱대는 소리 없이 작가가 의도하는 곳으로 독자를 이동시킬 수 있다.



9. 절벽 마무리

멋진 말로 끝내주는 마무리 문장을 쓴다 하더라도 본문과 연결되지 않거나 지금까지 이야기해 왔던 내용을 뚝 끊기게 하는 갑작스러운 메시지는 당황스럽다. 차라리 본문을 수습하는 선, 깔끔하게 정돈하는 선에서 끝나는 담백한 마무리가 더 나을 때가 많다.



10. 얕은 공감 vs 깊은 공감

좋은 이야기, 따뜻한 에피소드, 아름다운 세상사를 전하는 글은 마음과 마음을 잇고 보편적인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그런 글의 공감은 '얕은 공감'이자 '보편적 공감'이다.


거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진한 공감을 줄 수 있는 글과 아닌 글의 차이는 딱 한 가지다. 진짜 내 이야기의 진실함이 들어 있는가 아닌가 하는 것이다.


작가가 들이미는 '진짜 자기 이야기'의 힘은 그 무엇도 이길 수가 없다. 이러한 공감의 힘은 바로 솔직함과 진실함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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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를 '어떻게' 써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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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쓸 때는 다 잊어버려라."


에세이가 무엇인지, 어떤 글인지, 읽어보고 생각해 보고 이야기해 보고 토론도 해 볼 수 있지만, 막상 글을 쓰기 시작할 때에는 몽땅 잊어버리자. 그저 쓰고 싶은 대로, 본능적으로 써야 한다.


에세이를 쓸 때는 '전부 잊어버리자'는 것. 그것만이 내가 호흡을 인지하면서도 불편해지지 않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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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장르와 구분되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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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견문이나 체험, 또는 의견이나 감상을 적은 산문형식의 글을 에세이라고 말한다.


에세이는 "나+독자+글+공감"이 어우러진 글이다. 다시 말해 나에서부터 시작된 글이 독자를 고려한 표현과 구성으로 채워져 문학적 공감이나 감정적 공감을 불러일으켜 '우리'가 형성되는 글이다.



■소설과의 차이

'독자'도 있고 '글'도 있으나 '나'가 없다. '나'라는 존재가 숨어 있을 수 있고 변형되어 나타나기도 하지만 있는 그대로의 '나'의 존재, 삶, 관점이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는 데에서 에세이와 명확한 차이가 있다.



■일기와의 차이

'나'는 가장 중요하고 나름의 '글'도 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독자'가 없기에 '공감'으로 갈 수가 없다. 에세이의 목적이자 도착점인 '공감'에서 독자와 만날 수가 없다는 데서 가장 중요한 차이점이 드러난다.


우리는 모두 일기와 에세이의 결정적인 차이가 '독자'의 유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독자를 고려하는 글이 에세이고, 독자를 고려할 필요도, 생각할 이유도 없는 글, 제멋대로 써도 그만인 글이 일기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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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목적에 따른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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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 자신을 위한 책

2. 기록을 위한 책

3. 일반 독자를 대상으로 한 책

4. 커리어 전문성을 위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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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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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평의 글을 썼던 리뷰들의 경우, 어떤 명확한 단어로 표현하기가 어려워 그동안에는 그저 내 솔직한 감상으로 대신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나를 불편하게 했던 지점이 무엇이었는지를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또한 그 지점이 초보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의 포인트라는 점도 알 수 있었다. 일기 같은 글, 자신이나 주변의 가까운 사람들만을 위해 쓴 기록을 위한 책이었기에 독자인 나의 입장에서는 전혀 공감대 형성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나는 그것을 본능적 감각으로 알아채고 불편하게 다가왔던 것이고, 아마도 그 책을 쓴 작가는 이런 기본적인 상식이 없는 상태로 책을 출간하게 되면서 벌어지게 된 일련의 사태가 아닐까 싶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은 왜 그토록 자신의 이력 -출간 이력, 경력, 학력 등- 을 책 안팎으로 장황하게 기재하는지 모를 일이다.)


책 후반부에는 저자가 이끌고 있는 에세이 글쓰기 모임에 대한 내용도 살짝 확인해 볼 수 있었는데, 여태 만나봤던 글쓰기나 독서모임 중 가장 호감 가는 모임 중 하나였다.


아마도 클럽의 취지(전자책 발행이 아닌, 좋은 글을 쓰기 위함)나 운영방식(앞 기수의 멤버가 독자가 되어 현 기수의 글을 읽고 공감해 주는 멘토-멘티 제도를 운용하게 되면서 서로 윈윈하는 방식) 등이 건전하고 건강하게 운영되는 것을 보면서 클럽에 대한 기대감이 한층 더 높아졌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저자는 처음 에세이 클럽을 시작할 때 여느 모임처럼 정규 수업이 끝난 이후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었다고 전한다. 하지만 이런 좋은 아이디어들이 더해지며 현재는 정규 수업이 끝난 뒤에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고 전한다.


독자보다 작가가 더 많아지고 있는 요즘 같은 시기에, 이런 제도는 서로를 성장시켜주는 일이자 또 다른 독자를 양산하는 일이기에 서로에게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글쓰기에 관심이 있다면, 나와 같이 에세이라는 장르를 좋아한다면 이 책을 통해 '에세이'와 조금 더 친해져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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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디자인 포토샵 & 일러스트레이터 CC 2025 - 누구나 쉽게 배워 제대로 써먹는 그래픽 입문서 맛있는 디자인 시리즈
빨간고래(박정아).윤이사라(포완카) 지음 / 한빛미디어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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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기초와 실무를 홀로 마스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



현시대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일반인들도 간단한 포토샵 정도는 할 수 있어야 더 편리한 일상을 이어나갈 수 있다. 간단하게는 사진을 보정하는 일부터 SNS에 올릴 콘텐츠를 내 스타일에 맞게 디자인하는 일까지 요즘은 셀프로 하는 시대이기에 더 그렇다.


나 역시 일상은 물론 일과 그 외 다방면에서 디자인 프로그램을 많이 사용하고 있어 그 중요성에 대해서는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데, 그래서 더 이 책을 꼭 읽어보고 싶었다.


평소 자주 사용하는 기능들을 위주로 사용하다 보니, 그 외의 기능들은 잊히는 경우가 많았고, 또 무엇보다 CC 2025 기능에서 추가된 AI 기능들을 이론적으로나마 배워보고 싶은 마음이 큰 것도 한몫했다.



총 2개의 파트로 구성된 이 책은, CC 2025버전의 포토샵과 일러스트레이터에 대한 기초부터 실습 예시까지 담고 있는 책이다. 덕분에 그래픽 프로그램을 처음 접하는 이들도 어렵지 않게 배워 바로 실전에 써먹을 수 있다.


꼭 알아야 하는 이론부터, 용어, 기능 사용법, 응용 활용법, 실무 예제까지 알차게 구성되어 있어 사용자가 엉덩이만 오래 붙여둘 자신이 있다면 얼마든지 혼자 마스터할 수 있다.


내가 처음 포토샵을 배울 때는 제대로 된 가이드가 없어, 혼자 카페나 검색을 통해 터득하고 연습하면서 배웠었는데, 이 책을 읽다 보니 그 모든 게 여기에 담겨있었다.


앞서 먼저 포토샵과 일러스트레이터를 공부한 입장에서 이야기해 보자면, 이런 식의 꼼꼼한 가이드를 만드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더군다나 버전에 따라 변화해온 히스토리와 예시 소스까지 함께 담은 것을 보며 이 책의 저자들은 진심이구나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책을 읽는 독자 입장에서는 이런 가이드가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이런 매뉴얼을 직접 만들어 본 사람의 입장에서 이야기해 보면, 진심 눈물 나는 작업이다.


그렇기에 확실히 이야기할 수 있다. 처음에 그래픽 프로그램을 배워보고 싶다면, 일단 이 책을 통해 천천히 입문해 보고 그다음에 학원을 가거나 아니면 다른 방식을 활용해 보기를 추천한다.


처음부터 고퀄리티를 기대하기보다, 차근차근 용어와 매뉴얼을 익힌다는 느낌으로 시작해 본다면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될 것이다.



CC 2025 버전이 출시된 이후에 정말 탐이 났던 유용한 기능이 있었는데, 이번에 이 책을 통해 만나볼 수 있었다. CC 버전을 유료로 구독해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라 당장 실행해 보지는 못했지만, 눈으로 익히고 감상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한다. (체험판은 나중에 삭제하는 게 더 번거로워 진행하지 않았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이 기능들을 꼭 써먹어 보리라 다짐하며, CC 2025 버전의 포토샵과 일러스트레이터에서 유용하다 생각했던 기능들을 먼저 간단히 소개해 보고자 한다.


<포토샵 CC 2025에서 유용하다 느낀 AI 기능>

▶이미지에서 전선 및 사람 제거하기

▶개선된 생성형 채우기

▶개선된 생성형 확장

▶유사 항목 생성

▶배경 생성



<일러스트레이터 CC 2025에서 유용하다 느낀 기능>

▶패스 위에 정확하게 오브젝트 배치하기

▶자연스러운 목업 제작하기



손으로 일일이 자르고, 지우고, 편집했던 일들을 AI 기능을 통해 쉽고 빠르게 작업할 수 있다니 너무 럭키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더불어 클릭 한 번으로 배경을 바꾸고 다른 이미지로 채워 넣을 수 있는 점은 작업자로서는 최고의 행운으로 여길 만한 일이다.


모든 것은 시간과 품이 들어가는 일이기에 더 그렇다. 여기에 더해 퀄리티도 높아 오히려 어설픈 작업자가 하는 결과물보다 더 낫지 않을까 싶다.


아래는 꼭 알면 좋을 기초 상식들을 정리해 보았다. 잘 모를 때는 "에이 이런 것까지 알아야 해?" 했는데 알아갈수록 이것만큼은 꼭 알아야 하는 기초 지식임을 깨달았다.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은 용어에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이 지식을 습득한 후에 실제 실전에서 그래픽 프로그램을 사용하다 보면 정말 유용한 지식임을 알게 될 것이다.



■포토샵이란?

어도비에서 1990년에 발표한 프로그램으로 눈에 보이는 모든 이미지를 자신이 원하는 대로 만들고 자유롭게 편집할 수 있도록 돕는다. 디자인 분야의 많은 전문가가 포토샵을 사용하고 있으며, 일반인도 SNS를 이용하면서 포토샵을 자주 사용한다. 이제 포토샵은 모두의 필수 프로그램이 되었다.



■포토샵의 사용처

가깝게는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편집할 수 있고 멀게는 현실 세계에서 볼 수 없는 새로운 세계를 이미지로 만들어내기도 한다. 포토샵을 이용하여 제작할 수 있는 것들은 다음과 같다.


1. 사진 리터칭과 합성

2. 그래픽 작업

3. 타이포그래피와 캘리그래피

4. 매트 페인팅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한 합성작업)

5. 웹/앱 콘텐츠 디자인

6. 인포그래픽 (정보를 정확히 전달하고 이해시키려는 방법으로 활용)

7. 광고 디자인



■일러스트레이터의 사용처

일러스트레이터는 정교하게 작업할 수 있고 이미지 크기를 바꾸어도 손상이 없어서 모든 디자인 분야에서 사용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CI/BI, 픽토그램, 패턴, 편집, 패키지, 팬시 등 여러 분야에서 일러스트레이터를 사용하고 있다.



■포토샵 자세히 들여다보기

용어는 물론 세세한 기능 설명까지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다. 덕분에 활용하기 어려웠던 숨겨진 기능까지 확인해 볼 수 있었다.



버전별 히스토리까지 담겨있었는데, 이를 통해 버전별로 어떤 기능들이 추가되었는지를 한눈에 확인해 볼 수 있었다.



■꼭 알아야 할 그래픽 기초지식


1. 벡터와 비트맵의 차이


컴퓨터에서 사용하는 이미지의 형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바로 벡터와 비트맵이다. 포토샵은 주로 비트맵 형식을 사용한다. 물론 펜 도구나 셰이프 도구, 스마트 오브젝트는 비교적 간단한 벡터 기능을 포함하고 있다.


▷수식 기반의 벡터

수학적인 오브젝트에 의해 정의된 선과 곡선으로 구성되는 이미지를 이야기한다. 벡터 이미지는 비트맵 이미지와 달리 어떤 해상도에서도 자동으로 크기를 조절하므로 해상도와 관계없이 깨끗한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


▷픽셀 기반의 비트맵

보통 픽셀이라 불리는 조그만 사각형이 각각의 색상을 가지고 모여서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그 때문에 확대해서 보면 픽셀의 형태가 보이는 계단 현상이 일어난다. 자연스럽고 사실적인 표현이 가능하나 고품질의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고해상도를 사용해야 한다.


벡터와 비트맵의 차이점



2. RGB와 CMYK 컬러 모드


▷모니터로 볼 때는 RGB 모드

디지털카메라로 촬영하거나 웹에서 보는 대부분의 이미지는 RGB 모드다. 빛의 3원색인 빨강, 청록, 파랑 세 가지 색의 혼합으로 이루어진다. 이 색상은 빛에 의한 표현 방법이기 때문에 많은 색이 혼합될수록 밝아진다.


▷인쇄할 때는 CMYK 모드

책, 광고물, 신문 등 우리가 보는 모든 인쇄물은 CMYK 모드다. 색의 3원색 하면 흔히 빨강, 노랑, 파랑으로 알고 있지만 정확히는 Cyan(하늘색 계열), Magenta(다홍색 계열), Yellow(노랑) 세 가지 색이다. 여기에 Black(K)을 더하여 CMYK라고 부르고 있다.


Black을 더하는 이유는 세 가지 색을 모두 섞어도 불순물에 의하여 순수한 검은색이 나오기 힘들 뿐 아니라, 잉크의 낭비를 막기 위해서라고 한다. CMYK는 RGB 색상보다 표현할 수 있는 색이 적으나 인쇄할 때는 RGB 색상을 사용할 수 없으므로 인쇄 목적의 이미지 제작에서 쓰인다.



3. 해상도

해상도는 1 inch 안에 몇 개의 픽셀 또는 점으로 이루어졌는지의 정도를 나타낸다. 웹 이미지를 제작할 때 해상도는 72ppi나 96ppi 등을 사용한다. 하지만 인쇄용 이미지를 작업할 때는 이 해상도를 설정하여 작업하면 이미지의 질이 떨어진다. 일반적으로 신문 등의 인쇄물은 150~300ppi, 잡지 등의 고품질을 요구하는 이미지는 400ppi 이상의 해상도로 작업한다.


▷ppi와 dpi의 차이점

출력을 원하는 이미지를 제작한다면 당연히 단위를 cm와 같은 물리적 단위로 지정해야 한다. 이때는 해상도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해상도는 일반적으로 ppi나 dpi라는 단위를 사용하는데, ppi는 pixels per inch의 줄임말이고, Dpi는 Dots per inch의 줄임말이다. pixel은 조그만 사각형으로 되어 있는 모니터에서 사용하는 해상도이고, Dot는 둥근 모양으로 되어 있는 프린터에서 사용하는 해상도다.




예시문을 따라 해볼 수 있는 실습 페이지도 곳곳에서 만나볼 수 있는데, 헬프 페이지를 통해 예제 파일을 다운로드해 실습해 보면 여러모로 도움이 될 것이다.


여기에 더해 공식 카페를 통해 모르는 부분이나 막히는 부분은 멘토를 통해 답을 들을 수 있다고 하니, 공부하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꼭 외부 기관을 통하지 않고서도 충분히 습득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가장 일상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그래픽 프로그램이 포토샵이므로, 입문은 포토샵으로 시작하고 더 욕심이 생기거나 인쇄물 쪽에 관심이 있다면 일러스트레이터까지 진출해 보자.


두 프로그램이 비슷하지만 다른 점이 있어 도움을 받기도 하지만 좀 헷갈리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확인해 본 바 과거보다는 훨씬 기능이 많이 추가되었고, 또 쉽게 설명하고 있어 차근차근 배워나가다 보면 어느새 익숙해질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오랜만에 복습을 하며 한 번 더 배우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또 재미있는 기능이나 시도를 해보는 걸 좋아하는데, AI 기능들을 통해 그런 욕구를 충족할 수 있었다.


그래픽 프로그램은 기초만 잘 다져두면 그다음에는 내가 얼마나 시간 투자를 하고, 또 노력하느냐에 따라 실력이 확연히 달라지는데, 이 책을 통해 재미있게 기초를 다져보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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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 살아 있는 이들을 위한 열네 번의 인생 수업
미치 앨봄 지음, 공경희 옮김 / 살림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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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을 통해 인생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고민해 보게 한 책!"



이 책을 읽는 내내 두 인물이 떠올랐다. 한 명은 초등학교 은사님이고, 또 다른 한 명은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이라는 책의 주인공인 이어령 선생이었다.



저자인 미치 앨봄은 자신의 대학 시절 은사님이었던 모리 슈워츠 교수의 임종을 앞둔 서너 달 동안 함께 시간을 보내며 인생수업을 듣게 된다. 그리고 이 책은 모리 교수의 제안으로 쓰게 된 그들의 '마지막 논문'이자 모리 교수의 엄청난 치료비에 도움을 준 고마운 책이기도 하다.


모리 교수는 루게릭병을 앓고 있으면서도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을 가지며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들을 아낌없이 나눠준다. 서서히 몸이 마비되어 가고,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축소되어가는 상황에서도 좌절하거나 우울해하기보다 '오늘'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에 더 몰두한다.



총 26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저자 미치 앨봄이 화요일마다 노은사와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듣고 배운 인생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으로, 생명이 꺼져가는 상황 속에서도 제자와의 만남과 대화를 미루지 않았던 노은사 덕분에 탄생할 수 있었다.


수많은 날들을 경험한, 그리고 죽음을 앞두고 있는 모리 교수의 수업을 통해 살아있는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고, 또 어떤 마음가짐으로 오늘을 살아가면 좋은지에 대한 가르침을 한 수 배워보면 어떨까 한다.


진정한 스승이 많이 사라진 시대에서 발견한 보석 같은 이야기들이라 더 많이 마음에 담고, 또 기록으로 정리해 보려 노력했다.


미치처럼 영혼의 결핍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거나, 가족문제, 죽음, 두려움, 나이가 든다는 것, 결혼, 의미 있는 삶 등에 관심이 있다면 모리 교수가 전하는 이야기를 통해 다시 마음을 다잡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혹은 나를 진정으로 위해주고 아껴주었던 스승을 떠올려보는 시간을 가져봐도 좋겠다.



=====

"우리 문화는 우리 인간들에게 행복감을 느끼지 못하도록 하네. 그러니 스스로 제대로 된 문화라는 생각이 들지 않으면 그것을 굳이 따르려고 애쓰지 말게."

(...)

"인생을 의미 있게 보내려면 자신을 사랑해 주는 사람들을 위해서 살아야 하네. 자기가 속한 공동체에 봉사하고 자신에게 생의 의미와 목적을 주는 일을 창조하는 것에 헌신해야 하네."

91~93페이지 中

=====


우리는 우리를 둘러싼 문화를 신경 쓰느라 정작 나 자신을 챙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모리 교수는 거부감이 들거나 자신에게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면 굳이 따르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다.


더불어 인생을 의미 있게 보내려면 타인의 '무엇', 외부의 '무엇'을 따르기보다 자신을 사랑해 주는 사람들을 위해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어쩌면 우리는 우리 주변부를 너무 신경 쓰느라 우리 가까이에 진짜 중요한 가치들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

"내가 이 병을 앓으며 배운 가장 큰 것을 말해 줄까?"

(...)

"사랑을 나눠 주는 법과 사랑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는 게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거야."

(...)

"사랑을 받아들이게. 우리 모두는 '나는 사랑받을 만한 자격이 없어.'라고 생각하지. 또 사랑을 받아들이면 너무 약한 사람이 될 거라고 생각해. 하지만 레빈이란 현명한 사람이 제대로 지적했네. '사랑이야말로 유일하게 이성적인 행동이다,'라고 말이야."

(...)

"미치, 그러니까 다음 화요일에 다시 온단 말이지."

그가 속삭였다.

104~105페이지 中

=====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 '사랑'만큼 중요하고 이성적인 행동은 없다고 말할 수 있는 건, 아마도 충분한 경험과 죽음을 앞둔 모리 교수이기에 할 수 있는 말이 아닐까 한다.


왜냐하면 진짜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는 눈 감는 순간이 되어서야 제대로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죽음을 앞둔 이들이 공통적으로 '사랑'을 더 주고받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는 것을 보면, 분명 이 말은 진실이다.


마지막에 모리 교수가 제자인 미치에게 다음 주에 또 만나는 거냐며 재확인하는 말에서 어쩐지 짠함과 귀여움이 동시에 느껴졌다. (나만 그런가?)



=====

"눈에 보이는 것을 믿을 수 없을 때에는 느껴지는 것을 믿어야 합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여러분을 믿게 만들려면 여러분 역시 그들을 믿고 있음을 느껴야 합니다. 여러분이 어둠 속에 있을 때에나 뒤로 넘어지고 있을 때조차도 말입니다."

115페이지 中

=====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던 두 문장이다. '눈에 보이는 것을 믿을 수 없을 때는 느껴지는 것을 믿어라',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나를 믿게 만들려면 나 역시 그들을 믿고 있음을 느껴야 한다.'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 중요하고 또 중요한 가르침이 아닐까 한다. 내가 느끼는 감각, 스스로에 대한 확신과 믿음, 그리고 에너지 상호작용을 통해 우리는 한 발 한 발 앞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


이 모든 것을 행하려면, 일단 모든 감각을 열어두고 나 자신을 신뢰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

"죽게 되리라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정작 자신이 죽을 거라고는 아무도 믿질 않는단 말이야. 만약 그 사실을 받아들인다면 우리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될 텐데."

(...)

"자신의 죽음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은 왜 그리 어려울까요?"

(...)

"다들 잠든 채 걸어 다니는 것처럼 살고 있기 때문이지. 우린 세상을 충분히 경험하지 못하고 있어.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일을 기계적으로 하고, 반쯤은 졸면서 살고 있거든."

"그럼 죽음에 직면하면 모든 게 변하나요?"

"그래. 모든 거추장스러운 것들을 다 벗겨 내고 결국 핵심에 초점을 맞추게 되지. 자기가 죽게 되리라는 사실을 깨달으면 모든 일들이 아주 다르게 보인다네."

(...)

"어떻게 죽어야 할지 배우게. 그러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도 배우게 될 거야."

139~142페이지 中

=====


죽음을 배우면 삶을 배우게 될 거라는 말에 동감한다. 현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특히 더 내일 우리의 모습을 예측하기 어렵다. 내가 언제 어떻게 될지 아무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럴 때일수록 더 불필요한 것들에서 벗어나 진짜 중요한 핵심 가치에 목적을 두고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나중에 후회가 없다.


그러니 죽음을 피하려고만 하지 말고, 나도 언젠가 죽을 수 있다는 점을 받아들이고 인정하자. 거기에서부터 시작이다.



=====

"감정들이 자신을 온전히 꿰뚫고 지나가게 하지 못한다면 겁이 나서 어쩔 줄 몰라 할 거야. 고통이 겁나고 슬픔이 두렵지. 또 사랑의 감정에 뒤따르는 약해지는 마음 때문에 겁이 나게 된다네."

(...)

"하지만 이런 감정들에 온전히 자신을 던져서 스스로 그 안에 빠져들도록 내버려두면, 그래서 온몸이 거기에 빠져들어 가게 되면 그때는 그 감정들을 제대로 경험할 수 있게 돼. 고통이란 게 뭔지를 알게 되는 거지.

(...)

그럼 그제야 이렇게 말할 수 있지. '좋아, 난 지금껏 그 감정을 충분히 느꼈어. 이젠 그 감정을 너무도 잘 알아. 그렇다면 이제 잠시 그 감정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겠군'이라고 말이야."

(...)

일상생활에서도 이런 태도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

수도꼭지를 틀어 놓고 감정으로 세수를 한다. 그렇게 하면 오히려 큰 도움이 되고 마음이 상하지 않는다. 두려움이 안으로 들어오게 내버려두고 그것을 늘 입는 셔츠처럼 입어 버리면 자신에게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좋아, 이건 그냥 두려움일 뿐이야. 요놈이 나를 좌우하게 내버려두지 않을 거야. 이 감정을 있는 그대로 보자고."

167~169페이지 中

=====


나는 이 문장에 대해 이런 제목을 달아주고 싶다. '감정을 다스리는 법'이라고.


우리는 감정을 대체적으로 억누르거나 감추려고 노력한다. 슬픔, 기쁨, 우울, 불안 등 어떤 감정도 마찬가지다. 특히 부정적 감정들에 대해서는 더 감추려는 경향이 강한데 그럴 경우 감정을 경험해 보지도 않고 우리는 지레 겁을 먹게 된다.


하지만 맞닥뜨리고 온전히 그 감정에 푹 빠져보고 나면, 더 이상 겁을 먹거나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 대체적으로 모르는 것에 대해 사람은 불안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게 되면 '이제 그만 빠져나오자'는 생각을 하게 되고 그렇게 별것 아닌 일이 되어버린다. 스스로 감정 정리가 되는 것이다.


그러니 이제부터는 무조건 피하려고만 하지 말고, 감정 속에 푹 빠져들어보자.



=====

"교수님은 늙어 가는 것이 두렵지 않으셨어요?"

"미치, 난 나이 든다는 사실을 껴안는다네."

(...)

"아주 간단해, 사람은 성장하면서 점점 많은 것을 배우지. 스물두 살에 머물러 있다면 언제나 스물두 살만큼만 알게 될 거야. 나이 드는 것은 단순한 쇠락이 아니라 성장이야. 그것은 곧 죽게 되리라는 부정적인 사실, 그 이상이지. 그것은 죽게 될 거라는 것을 이해하고 그 덕분에 더욱 좋은 삶을 살게 되는 긍정적인 면도 가지고 있다네."


"하지만 나이 먹는 게 그렇게 귀중한 일이라면 왜 모두들 '아, 다시 젊은 시절로 돌아갔으면....'하고 말하는 걸까요?"

(...)

"그게 뭘 반영하는 것인지 아나? 인생이 불만족스럽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는 거야. 성취감 없는 인생, 의미를 찾지 못한 인생 말일세. 삶에서 의미를 찾았다면 더 이상 과거로 돌아가고 싶어 하지 않아. 오히려 앞으로 나아가고 싶어 하지. 더 많은 것을 보고 더 많은 일을 하고 싶어 하게 돼. 아마 예순다섯 살이 되고 싶어 견딜 수 없을걸."

(...)

"자네와 같은 사람들 모두는 나이 먹는 것에 맞서 싸우면 언제나 불행해진다는 걸 알아야 해. 어쨌거나 결국 나이는 먹고 마는 것이거든."

185~186페이지 中

=====


나이를 먹어가는 것에 대한 가장 명쾌하고 현명한 답이 바로 이것이 아닐까 한다. 우리가 과거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이유는 결국 미련이 남았거나 불만족스럽기에 가지는 생각이다.


하지만 삶의 의미를 발견하고 현재와 과거 모두가 만족스럽다면 굳이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할 필요가 없다. 그렇기에 이들은 뒤를 돌아보기 보다 오히려 앞을 향해 나아가고자 한다.


이러나저러나 결국 먹게 되는 나이를 자꾸 탓하고 붙잡으려 하기보다 오늘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게 더 현명한 태도가 아닐는지.



=====

"어떻게 하면 질투가 나지 않으세요?"

(...)

"미치, 늙은 사람이 젊은이들을 질투하지 않는 건 불가능한 일이야. 하지만 자기가 누구인지 받아들이고 그 속에 흠뻑 빠져드는 게 더 중요해."

(...)

"살아가면서 현재 자신의 인생에 무엇이 좋고 진실하며 아름다운지를 발견해야 하네. 뒤돌아보면 경쟁심만 생기지. 하지만 나이는 경쟁할 만한 문제가 아니거든."

(...)

"사실 내 안에는 모든 나이가 다 있네. 난 세 살이기도 하고, 다섯 살이기도 하고, 서른일곱 살이기도 하고, 쉰 살이기도 해. 그 세월들을 다 거쳐 왔으니까 말이야."

(...)

"어떤 나이든 될 수 있다는 걸 생각해 보게. 지금 이 나이에 이르기까지 모든 나이가 다 내 안에 있다네. 이해가 되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다 거쳐 온 시절인데 자네가 있는 그 자리가 어떻게 부러울 수 있겠나?"

188~189페이지 中

=====


때로 나보다 어린 나이의 사람을 부러워할 때도 있었는데, 이 글을 읽고 난 후에는 단박에 굳이 그럴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가 거쳐온 수많은 날들이 다 내 안에 있는데, 굳이 남의 인생을 부러워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이제 내 인생에 더 충실하는 것으로 방향을 바꿔보려 한다.



=====

"내 말은 스스로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내야 한다는 뜻이네. (...) 어떻게 생각할지, 어떤 가치를 중요하게 여길지 등과 같이 커다란 줄기에 관한 것들에 대해서는 스스로 결정을 내려야 하네. 다른 사람이나 사회가 우리 대신 그런 사항을 결정하게 내버려두면 안 돼."

(...)

"모든 여자들이 날씬하지 않은 것이나 모든 남자들이 부자가 아닌 것도 마찬가지야. 그런 건 문화가 우리에게 중요하다고 강요한 것들일 뿐이야. 이들 역시도 절대로 믿지 말게."

(...)

"우리가 서로 비슷하다는 사실을 믿지 않는다는 게 문제라네. 백인과 흑인, 천주교 신자와 개신교 신자, 남자와 여자, 모두 다 똑같아. 서로 비슷하다는 점을 안다면 우리 모두는 이 세상의 인류라는 대가족에 합류하고 싶을 거야. 그래서 지금 우리가 가족을 돌보는 것처럼 인류라는 대가족을 서로 돌보고 싶어질 거야."

(...)

"우리가 아기로 삶을 시작할 때는 누군가 우릴 돌봐 줘야 생명을 유지할 수 있어. 그리고 나처럼 아파서 삶이 끝나 갈 무렵에도 누군가 돌봐 줘야 생명을 유지할 수 있어. 그렇지 않은가?"

(...)

"여기에 비밀이 있네. 아이 때와 죽어 갈 때 이외에도, 즉 살아가는 시간 내내 사실 우린 누군가가 필요하네."

229~232페이지 中

=====


세상의 기준과 가치에 따라 삶을 살아가는 게 아니라, 내 기준과 가치에 따라 삶을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문장이다.


더불어 우리 인류는 태어나서 죽는 날까지 서로가 필요하다는 말을 통해 연대와 도움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한 번 더 짚어준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말로 뭉뚱그려 이야기할 때는 잘 와닿지 않던 부분이, 모리 교수의 말을 통해 들으니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

"죽기 전에 자신을 용서하라. 그리고 다른 사람도 용서하라."

(...)

"우리가 용서해야 할 사람은 타인만이 아니라네. 미치, 우린 자신도 용서해야 해."

(...)

"그래. 여러 가지 이유로 우리가 하지 않은 일들에 대해서 용서해야 하네. 했어야 하는데 하지 않은 일에 대해서 말이야. 일이 이러저러하게 되지 않았다고 자신을 탓할 수만은 없지. 나 같은 상황에 빠지면 그런 태도는 아무런 도움도 안 돼."

(...)

"그러니 자기 자신과 주위의 모두와 화해하게."

(...)

"타인과 자신을 용서하게. 시간을 끌지 말게, 미치. 누구나 나처럼 이런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건 아니야. 누구나 다 이런 행운을 누리지는 못하지."

240~244페이지 中

=====


죽음 앞에서는 자책이나 미움이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모리 교수의 말은, 실제 그런 상황에 놓여있는 사람의 말이기에 더 신뢰가 간다.


우리는 타인뿐만 아니라, 나 자신에 대해서도 인색한 면을 가지고 있다. 이제부터라도 나와 주위의 모든 것들과 화해하는 것으로 마음의 평온을 얻어보면 어떨까 한다.



=====

"24시간만 건강해진다면요."

"아침에 일어나서 운동을 하고 롤 케이크와 홍차로 멋진 아침 식사를 한 후에 수영하러 가겠어."

(...)

"그런 다음 산책을 나가겠어. 나무가 있는 정원으로 가서 여러 가지 나무도 보고 새도 구경하면서 오랫동안 보지 못한 자연에 파묻힐 거야."

(...)

"저녁에는 모두 레스토랑에 가서 스파게티를 먹고 싶네."

(...)

"그런 다음 나머지 저녁 시간 동안에는 춤을 추고 싶네."

(...)

"그러고 나서 집에 와서 깊고 달콤한 잠을 자는 거야."

(...)

정말 소박했다. 너무도 평범했다. 사실 난 좀 실망했다.

(...)

생각해 낼 수 있는 온갖 이색적인 일을 말할 줄 알았다. 그런데 오랜 시간 누워서 한 발자국도 걷지 못한 끝에 어떻게 그렇게도 평범한 하루에서 완벽함을 찾을 수가 있을까?


그제야 비로소 깨달았다. 바로 그것이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임을.

254~255페이지 中

=====


우리 모두는 시한부 삶을 살고 있다. 단지 그 기간이나 죽음에 이르게 되는 과정만 다를 뿐 살아있는 모든 것들은 똑같이 죽는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한한 삶을 사는 것처럼 하루를 보낸다. 그래서인지 시한부 인생이 자신에게 닥쳤을 때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에 대해 물으면 거창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싶다는 말을 서슴없이 꺼내고는 한다.


포인트는 바로 이것인데, 이런 이들 중에 하루하루를 제대로 사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그래서 평범한 하루가 얼마나 소중하고 중요한지 잘 모른다. 그렇기에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소박하고 평범한 하루가 모여 하루가 되고, 그 하루가 모여 한 달, 일 년이 된다. 그런 것들이 차곡차곡 쌓이다 보면 내가 만들어지고 내 삶이 완성되는 것이다.


저자는 모리 교수의 답에서 그것을 발견한 것이다.



*****


매주 화요일마다 이루어진 모리 교수와의 수업을 통해 저자는 인생의 교훈을 얻게 된다. 가족의 의미와 인생의 중요한 가치, 결혼을 통한 결합,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주는 교훈 등 세상의 문화와 기준에 기대 살던 저자는 모리 교수와 함께 한 열네 번의 인생수업 덕분에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지게 된다.


덕분에 병으로 홀로 고통받고 있는 동생과 다시 소통할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고, 또 삼촌의 죽음으로 인해 지고 있던 마음의 상처도 회복할 수 있게 된다.


또 결혼은 했으나 일에 빠져 사느라 등한시하던 아내와도 관계를 다시 회복하게 되었고, 추후에는 아마 출산과 양육을 통해 더 많은 사랑을 나누며 살지 않을까 하는 예측까지 해볼 수 있다.


모리 교수의 인생 수업을 들으며 세상이 정해둔 방식으로 살기보다, 왜 사는지, 무엇 때문에 사는지를 제대로 고민해 볼 필요성을 느낀다.


또 제대로 살기 위해 죽어감의 의미를 되새겨볼 필요도 있음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이를 계기로 평소 내가 중요하다 생각했던 것들을 점검해 보면서 무의미한 것들에 매달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또 놓치고 있는 가치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를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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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과의 브런치
반지현 지음 / 나무옆의자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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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만나 본 반지현 작가의 책을 통해 그녀가 사찰음식을 꽤 오랫동안 배웠고, 그 매력에 푹 빠져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여러 요리 중에 왜 하필 사찰음식인지 너무 궁금했는데, 이번에 이 책을 통해 제대로 이유를 확인할 수 있었다.


사찰음식이라고 하면, 흔히 나물이나 풀 등 채소 위주의 슴슴한 음식만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에 그녀가 소개하는 사찰음식을 통해 생각보다 다채로운 요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도저히 맛이 짐작이 되지 않는 음식부터, 알록달록 제철 색을 입은 요리까지 황홀하고 눈이 휘둥그레지는 요리들을 통해 몰랐던 사찰음식의 매력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총 3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저자가 사찰음식을 처음 접하게 된 계기부터 그 매력에 빠져 오랫동안 사찰음식을 배우면서 겪은 일련의 에피소드들을 담고 있다.


몸도 마음도 만신창이였던 사회 초년생 시절, 우연히 방문하게 된 템플스테이와 그때 접하게 된 사찰음식이 계기가 되어 저자는 처음으로 사찰요리에 대한 흥미를 가지게 된다. 그리고 그때의 인연으로 꽤 오랜 시간 사찰음식과 인연을 이어오게 된다.


생각보다 너무 맛있었던 사찰음식과 몹쓸 승부욕의 콜라보가 만들어낸 일련의 사건으로 인해, 저자는 마침내 사찰음식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되고, 이로 인해 이제는 스스로 즐기는 것은 물론 주변에 전파하는 수준에까지 이르게 된다.


칼질도 서툴렀던 그녀였는데, 이제는 요리 그룹을 이끄는 리더가 되어 척척 요리를 완성해가는 모습을 보면서 나 또한 사찰음식이 매우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이 책에 소개된 여러 음식 중 유독 더 궁금한 음식들이 있었는데, 첫 번째는 소박한 재료로 쉽게 만들 수 있다는 '김치'였고, 두 번째는 '오미자 딸기 국수'로 도저히 맛이 가늠이 되지 않아 너무 궁금했다. 세 번째는 '표고버섯구이'로 어쩐지 고급스러운 한정식을 먹는 기분이 들것 같아서다.


요리마다 색은 또 얼마나 예쁜지, 보는 것만으로도 시선을 앗아가는 음식 덕에 볼 때마다 사찰음식이 맞는 건지 의심하게 만들었다. 저자는 한결같이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어 더 자주 요리를 배우러 다녔다고 이야기하는데, 정말이지 이 책을 읽다 보면 그 마음이 백분 이해가 된다.


썰고, 굽고, 볶고, 튀기는 요리를 통해 내 마음과 몸을 챙기는 것은 물론, 가장 좋아하는 것을 통해 주변을 살피며 알뜰히 챙기는 저자의 변화를 지켜보며 따뜻하고 담백한 음식이 주는 에너지가 있음을 느낀다.


이 책을 통해 맛에 대한 새로운 경험은 물론, 계절을 알아가는 재미를 함께 맛보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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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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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음식의 매력을 알 수 있다.

■저자의 성장담을 통해 우리 삶을 되돌아보게 한다.

■음식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가지게 해준다.

■음식을 통해 삶의 진리를 깨닫는 물론 추억을 소환하게 한다.

■음식을 대하는 마음의 자세가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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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남은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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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요리에는 '왜'가 있었다. 어쨌든 서울로 가려는 내게 사찰요리는 '왜' 서울에 가는지를 고요히, 끊임없이 물었다. 그 '왜'에 대한 답을 나는 전혀 몰랐기 때문에 자꾸만 수업을 들으러 갔다. 처음엔 한 달에 한 번 가던 것이 한 달에 두 번이 되고, 일주일에 두 번이 되고, 어떤 날은 하루에 두 번이 되기도 했다.

30~3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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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장으로 미루어 짐작건대, 스님이 가르쳐 준 것은 단순한 사찰요리가 아니었던 것 같다. 인생을 함께 가르쳐 주셨던 것이 아니었나 싶다.


요리처럼 우리 인생도 '왜'라는 질문이 필요하다. 자꾸 묻고 또 물으며 정답을 찾아가야 옳은 길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


한참 불안한 시기를 지나고 있던 저자에게 있어 사찰음식을 배우는 것은 어떻게 보면 수련이자 배움의 시간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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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한참 지나고 나서야 과정에 대한 집요함과 결과에 대한 너그러움의 이유를 알았다.

(...)

스님이 "음식에는 맛있다와 맛없다가 없습니다" 하고 답하셨다.

(...)

스님이 음식은 '몸을 지탱하는 약'이지 맛으로 먹는 것이 아니라고 하셨다. 그래서 완성된 요리의 맛이 어떻든 나의 실수도 넉넉한 평점을 받을 수 있었던 거다. 음식을 만들 때 가장 맨 앞에 두는 게 맛, 그러니까 혀의 즐거움이 아니라 몸의 편안함이라면 자연히 '왜'를 묻고 따질 수밖에 없다. 이 재료는 왜 쓰고 어떠한 성질이 있고 어떤 양념과 궁합이 맞는지를 제대로 알아야 내 몸에 필요한 요리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3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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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라는 물음이 필요한 이유와 우리가 음식을 대하는 관점을 바꿔주는 문장이 아닐까 싶다. 여태껏 우리는 '맛'에만 집중하며 나머지는 아무렴 어떻든 무시하고 넘어갔다.


하지만 스님은 음식에 대해 '몸을 지탱하는 약'이라 평하며, 음식은 맛으로 먹는 것이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어쩌며 음식을 대하는 이런 다른 태도로 인하여 현대인들은 그토록 많은 병과 싸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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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면 요리와 삶은 꽤나 닮아 있다. 섣불리 뭔가가 되려고 하지 말고, 남들이 말하는 삶을 살려고 애쓰지 말고, 나라는 사람이 나로서 살아가는 순간순간을 들여다보고 궁금해하자. 남들이 말하는 것 말고 지금 이 순간 나에게 좋은 것들을 택하자. 마음 편하게 살자. 어차피 내 삶인데, 내 삶의 하루하루는 다 내가 먹는 건데. 나만의 레시피로 즐겁게 요리하고 삶을 살자고 칼을 다잡는 도마 앞.

3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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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요리든 삶이든 어차피 내 삶이고 내가 먹을 요리다. 그렇다면 남들의 입맛에 맞추지 말고 내 입맛에 맞추는 게 맞다.


나만의 레시피를 가지고 나에게 좋은 것, 내가 편안한 방식으로 살아가자. 그것이 정답이다!



-----

실수는 아프다. 부끄럽고 따갑다. 그래서 다시 들여다보기 싫다.

(...)

모든 게 내 탓인 것만 같고 두렵던 날들이 있었다. 자려고 누우면 마음이 아프고 따가워 눈물을 흘렸다.


이제 나는 튀김 요리를 잘한다. 많이 해봤으니 당연하다.

(...)

끊는 기름에 물을 집어넣었지만 앞으로 안 그러면 된다. 잘 할 때까지 해보면 된다. 튀김뿐인가. 뭐든 다 똑같다고 생각한다. 일도, 사랑도, 공부도, 취미도, 그 무엇이든. 이 글을 읽는 누군가가 아직 지난날의 실수에, 실체 없는 두려움에 갇혀 있다면 이 말을 해주고 싶다.


"쫄지 마! 인생이 얕보니까!"

우리 모두 쫄지 말자. 쫄려고 태어난 건 아니니까.

77~7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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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실수를 한다.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실수 그 자체가 아니라, 실수한 경험 때문에 자꾸만 주춤거리며 다시 시도 하기를 두려워한다는 점이다.


이때 실수에 대한 생각을 바꾸면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다. 잘 할 때까지 해보면 실수는 실패가 아닌 경험이 된다. 그러니 쫄지말고 당당히 살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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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도 마찬가지다. 누군가를 알게 됐다고 해서 단박에 그 사람의 속내까지 훤히 보이는 건 아니니까. 짧은 시간에 마음을 집중해서 퍼붓는 건 얼마든지 할 수 있지만, 뭉근히 정성을 들이는 일은 참 쉽지 않다.


가만히, 오랫동안 따뜻할 수 있어야 비로소 그이의 진짜 모습이 보인다. 매끄러워 보이는 줄 알았는데 거칠거칠했구나, 이런 면도 있었구나 하고. 슬그머니 뒤집어 본 뒷면에는 그가 디디고 건너온 시간이, 때로 흔들리고 견뎌온 순간이 하나도 도망가지 않고, 크고 작은 발자국을 고스란히 품고 있을 거다.

18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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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시인 나태주가 말했다. '오래 보아야 예쁘다고'. 음식과 사람도 마찬가지 아닐까? 오랜 시간 정성을 쏟고 지켜봐야 제대로 된 진가를 알 수 있다.


아무리 빨리빨리를 추구하는 세상 속에 살아가고 있다지만, 요리와 사람에게만큼은 시간을 더 내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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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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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내내 눈으로 씹고 뜯고 맛보느라 너무 바빴다. 처음에는 사찰음식이라고 해서 색이나 맛 모두 슴슴하고 담백할 것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상상을 초월하는 음식들이 눈을 사로잡았다.


더불어 사용할 수 있는 주재료가 거의 비슷한 상황이라 무엇으로 맛을 낼까 궁금했는데, 핵심은 '간장'이라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새삼 어릴 적 엄마가 직접 장을 담그던 모습, 겨울에 무청을 말려 시래깃국과 무침을 만들어주던 기억 등이 새록새록 떠오르며 엄마의 사랑과 정성을 깨닫는 시간이기도 했다. 그것은 단순한 밥상이 아닌 '약'이었다는 것도 이제야 알게 되었다.


또 어릴 적 계절마다 풍성하게 입과 속을 든든히 채워주었던 제철 음식들이 사실은 몸과 삶을 편안하게 해주는 음식이었다는 점도 깨닫는다.


현실에 찌들어 사느라 좋은 기억과 건강한 밥상을 그동안 잊고 살았는데, 이 책을 읽으며 더듬더듬 다시 떠올려본다. 그리고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또 앞으로 나를 위해 무엇을 우선순위에 두어야 하는지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저자뿐만 아니라 나에게도 스님과의 브런치는 꽤 의미 있는 시간이자 변화를 가져다주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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