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호수의 에세이 클럽 - 진짜 내 이야기로 에세이 쓰기
임수진(밤호수) 지음 / 엑스북스(xbooks)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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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에 대해 A-Z까지 알려주는 책!"



책을 가까이하다 보면, 책과 관련된 특정 모임이나 리더에 대해 많이 접하게 된다. 그리고 그들이 운영하거나 소속되어 있는 블로그, 카페, 오프라인 모임, 클럽 등을 통해 그들이 활용해 온 내역이나 방식 등도 확인해 볼 수 있는데, 막상 자세히 들여다보면 속 빈 강정 같은 곳(혹은 사람)이 의외로 많음을 알 수 있다.


이는 비단 그런 모임뿐만 아니라 그들이 낸 책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나는데, 그런 책을 몇 번 접하다 보니 이제는 기피하게 된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글쓰기와 읽기에 관심이 많아 또 혹하는 책이 보이면 그냥 넘기지 못하고 살짝살짝 시도는 해본다. '혹시나' 했던 것이 대박을 치는 경우도 가끔 있기 때문이다.


이 책도 그렇게 읽게 된 책 중 하나인데, 의외로 내용이 꽉꽉 차있어 쪽박이냐 대박이냐 묻는다면 대박 쪽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에세이에 대해 너무 가볍게 생각하거나 혹은 명확하게 정의를 내리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있어 이만큼 좋은 책은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더불어 요즘은 자기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를 출간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 책을 읽고 출간 전 다시 한번 점검하는 시간을 갖는다면, 더 완성도 있는 책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됐다.


내가 리뷰하는 책들을 살펴보면, 간혹 혹평으로 시작해 혹평으로 끝나는 책들이 있는데 이런 책들의 특징을 살펴보면 공감력 제로의 글이거나(일기글, 기록물) 혹은 주제가 뭔지 도통 알 수 없는 글, 의식의 흐름대로 써서 헷갈리게 하는 글 등이 바로 그것이다.


그래놓고 작가는 마치 대단한 글을 쓴 것처럼 댓글을 달며 자신의 책을 어필하는데 어떨 때는 기가 차서 말이 안 나올 때도 있다.


이 책에서는 그런 부분까지 조목조목 짚어가며 에세이와 비슷한 다른 장르를 구분하는 법과 좋은 에세이를 쓰는 방법 등을 함께 다루고 있는데, 독자와 작가 모두 도움 될만한 내용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총 5부로 구성된 이 책은, 에세이에 대한 기본 지식과 더불어 에세이 쓰는 법에 대한 노하우가 담긴 책으로 일기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더 좋은 글쓰기를 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책이다.


특히 요즘은 일상을 비롯해, 여행, 살아온 이야기, 위로 에세이 등등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자기 이야기를 책으로 출간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 책에서 말하는 몇몇 사항들을 조금 더 곁들인다면 더 사랑받는 책이 되지 않을까 한다.


평소 많이 읽고 좋아하는 장르가 에세이나 문학작품(소설, 수필)과 같은 것들인데 그래서인지 나에게는 조금 더 남다르게 다가왔던 것 같다. 더불어 나의 이야기를 언젠가 꼭 한번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인지 작가와 독자의 입장 양쪽의 시선으로 살펴보게 되었던 것 같다.


특히 몇 가지 항목들은 머릿속에 콕 박혀들었는데 이를테면 이런 것들이다. 첫째, 에세이 글쓰기에는 독자가 고려되어야 하고 공감을 통해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 둘째, 무조건 솔직함만이 정답은 아니며 진실함이 더 중요하다는 말, 셋째, 그럼에도 쓸 때만큼은 모든 것을 다 잊고 그저 쓰고 싶은 대로, 본능에 따라 써야 한다는 말이 굉장히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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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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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대로 접근하기 쉬운 글, 그리고 '나'와 가장 친한 글

●에세이는 거창한 스토리가 아니라, 사소한 진실의 조합이다. 우리 모두의 인생은 이미 하나의 에세이가 될 준비를 마쳤고, 지금 이 순간에도 하나의 에세이가 되어 가고 있다.

●에세이란 '나'의 세계에 타인을 초대하는 것이다. 지극히 사적인 글을 타인과 공유하는 것이 에세이다.

●나의 사적인 것을 밖에 그대로 꺼내 놓는 행위가 날것의 끄적이는 글쓰기, 혹은 일기라 한다면 그것을 잘 다듬는 과정, 세공하는 과정은 에세이 쓰기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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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쓰려고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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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모두 알고 있다시피 '왜 쓰려고 하는가'에 정답은 없다. 그러나 그 '명확하지 않은 지점'을 잘 살펴보면, 조금은 근접한 답을 얻을 수 있다.


세공의 과정을 통해 내 안에 있는 돌을 세상에 꺼내 놓는 것.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와 성찰을 타인과의 장으로 이끌어 내는 것. 그 과정을 통해 혼자만의 글쓰기로는 충족되지 않는 마음을 나누고 위로받고 인정받으며 궁극적으로는 공감받고 싶은 것. 그 욕구 때문에 '왜 이런 글을 쓰는 거야!' 하면서도 우리는 또다시 쓰고 있는 게 아닐까.


"왜 '굳이' 에세이를 쓰나요?"라는 질문에 '굳이' 답을 해야 한다면 나는 그리 말하겠다. '나'가 '우리'가 되는 순간의 감동을 맛보고 나면, 나에 대해서도 타인에 대해서도 더 깊이 알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이 모든 걸 뒤로하고 그 무엇보다 중요한 건 아마 '꺼내지 않을 수 없으니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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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를 쓸 때 주의할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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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글을 통해 무언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강할 때, 그것이 교훈적이거나 윤리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할 때, 누군가에게 잘 보여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을 때, 내 진짜 이야기를 드러낼 수 없을 때 좋은 에세이를 쓴다는 건 불가능하다.


'사소한 진실'이 사라진 에세이, '나 자신에게 솔직할 수 없는 에세이'는 더 이상 에세이로서의 생명력을 지니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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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에는 '무엇'을 써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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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사진의 글쓰기

1. 어린 시절의 단편적인 순간들을 떠올리기

2. 어렴풋한 장면일지라도 흘려보내지 않고 마음에 담아두기

3. 위 장면들을 오래오래 들여다보기. 때론 며칠 동안 때론 몇 달 동안.



■그 시절의 '나'를 되살리기

'어린 나'를 보다 생동감 있게 깊게 만나는 작업을 말한다. 마치 전지전능한 신처럼, 그 아이의 표정, 눈빛, 가는 곳, 만나는 사람, 행동 하나하나까지도 놓치지 않는 것이다.


'회고록', 또는 과거의 이야기를 쓰고자 하는 이들은 특히 이 작업을 오래오래 거치고 마음과 정서를 준비하는 시간을 충분히 가지길 권한다. 그럴 때 자연스럽게 독자들을 그 시간으로 데려갈 수 있다.



■오늘의 글을 오늘 써두고 훗날 퇴고하기

날것의 감정들을 소화도 다 시키지 않은 채 쏟아 내는 글이 일기라면, 에세이는 나의 이야기를 온전히 소화시킨 후 '내 것'으로 만들어 낸 글이다. 나의 시선과 나의 관점으로 해석해 낸 통찰력을 가진 글. 그것이 에세이다.



■하고 싶은 이야기 쓰기

이제부터 그동안 쓰지 않은 수많은 '가지 못한 길', '가고 싶은 길'에서 글감을 찾아보자. 소재가 고갈되었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다시 발걸음을 내디딜 길은 많고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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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를 쓸 때 주의해야 할 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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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주제: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얘기가 무엇인지 모른다.

가장 흔하고 결정적이면서 정작 실수인 줄 모르는 실수. 바로 내가 하고 싶은 얘기가 뭔지를 글쓴이 자신도 모른다는 것이다. 글을 쓰기 전에 '진짜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내가 전하고 싶은 감정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


그것은 하나의 이미지일 수도 있고 형용사(감정)일 수도 있고 메시지일 수도 있다. 독자와 작가가 만나는 그 어느 지점이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이다.



2. 의식의 흐름대로 쓰기

1에서 주제의식을 말했다면 2는 주제를 풀어 가는 방식에 대한 것인데, 아무리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명확하다 할지라도 이 얘기, 저 얘기 왔다 갔다 하는 구성(구성이라 말할 수 없는 구성), 혹은 내 머릿속 의식의 흐름대로 끌고 가는 등 독자가 따라가기 힘든 방식으로 쓰는 경우다.


이런 것들은 말 그대로 일기장의 흐름이다. 지나치게 의식의 흐름대로 쓰면 처음에는 흥미로워하던 독자도 차츰 뱃멀미하듯 글에서 떨어져 나가게 된다.



3.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기

친구와 대화를 나눌 때 할 말을 조직화해서 이야기하지 않듯, 에세이 역시 독자에게 부드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독자와 대화를 나눈다는 생각으로, 마음과 손끝을 충분히 부드럽게 준비한 후에 글을 쓰는 것이 좋다.



4. 불친절한 전개

'이게 무슨 소리야? 내가 뭘 놓쳤나?' 독자가 애써 추론하며 읽어야 하는 글. 글쓴이 자신만 아는 상황, 자신만 아는 표현, 자신만 아는 상징이 넘쳐 나는 글이다. 생략이 많고, 따라서 개연성이 부족하다. 문학적 생략과는 다르다.



5. 넘쳐나는 TMI

TMI가 넘치는 글은 부담스럽다. 적당히 독자가 알아서 쫓아올 수 있도록 빈 공간을 줘야 하는데 모든 걸 설명하려 하면 꼭 귀 기울여야 할 이야기에서 집중력을 놓치게 된다.


글쓰기는 독자를 향한 '불친절'과 '친절' 사이의 아슬아슬한 밸런스 게임이다.



6. 매 순간이 하이라이트

처음부터 끝까지 힘을 준 글은 계속 눈을 부릅뜨고 있는 듯한 피로감을 준다. 메시지나 표현이 과하면 이런 느낌이 들 수 있다.


구성에 있어 하이라이트가 되는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을 인지하고 그에 따라 담백하고 소박한 표현과 화려하고 강한 표현을 사용하는 데 균형이 필요하다.



7. 거창하게 더 거창하게

좋은 에세이를 쓰고자 한다면 한 편의 글에 지난 인생을 다 담으려는 무모함, 내 인생의 사유를 다 담아 버리려는 거창함보다는 담백하고 소박한 글이 주는 감동으로 독자를 끌고 가는 것이 좋다.


급한 마음을 가라앉히자. 들뜬 어휘도 섬세하게 다듬고 인생을 통째로 담으려 하는 대신, 작은 순간들로 채워 보자.



8. 삐걱대는 관절들

에세이를 쓰다 보면 장면이 왔다 갔다 하게 마련이다. '현실-상상, 생각-다시 현실' 혹은 '현재-과거-현재', '과거-대과거-과거' 이런 식의 패턴이다.


장면과 장면의 연결이 부드러우면서도 정확해야 삐걱대는 소리 없이 작가가 의도하는 곳으로 독자를 이동시킬 수 있다.



9. 절벽 마무리

멋진 말로 끝내주는 마무리 문장을 쓴다 하더라도 본문과 연결되지 않거나 지금까지 이야기해 왔던 내용을 뚝 끊기게 하는 갑작스러운 메시지는 당황스럽다. 차라리 본문을 수습하는 선, 깔끔하게 정돈하는 선에서 끝나는 담백한 마무리가 더 나을 때가 많다.



10. 얕은 공감 vs 깊은 공감

좋은 이야기, 따뜻한 에피소드, 아름다운 세상사를 전하는 글은 마음과 마음을 잇고 보편적인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그런 글의 공감은 '얕은 공감'이자 '보편적 공감'이다.


거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진한 공감을 줄 수 있는 글과 아닌 글의 차이는 딱 한 가지다. 진짜 내 이야기의 진실함이 들어 있는가 아닌가 하는 것이다.


작가가 들이미는 '진짜 자기 이야기'의 힘은 그 무엇도 이길 수가 없다. 이러한 공감의 힘은 바로 솔직함과 진실함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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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를 '어떻게' 써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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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쓸 때는 다 잊어버려라."


에세이가 무엇인지, 어떤 글인지, 읽어보고 생각해 보고 이야기해 보고 토론도 해 볼 수 있지만, 막상 글을 쓰기 시작할 때에는 몽땅 잊어버리자. 그저 쓰고 싶은 대로, 본능적으로 써야 한다.


에세이를 쓸 때는 '전부 잊어버리자'는 것. 그것만이 내가 호흡을 인지하면서도 불편해지지 않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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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장르와 구분되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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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견문이나 체험, 또는 의견이나 감상을 적은 산문형식의 글을 에세이라고 말한다.


에세이는 "나+독자+글+공감"이 어우러진 글이다. 다시 말해 나에서부터 시작된 글이 독자를 고려한 표현과 구성으로 채워져 문학적 공감이나 감정적 공감을 불러일으켜 '우리'가 형성되는 글이다.



■소설과의 차이

'독자'도 있고 '글'도 있으나 '나'가 없다. '나'라는 존재가 숨어 있을 수 있고 변형되어 나타나기도 하지만 있는 그대로의 '나'의 존재, 삶, 관점이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는 데에서 에세이와 명확한 차이가 있다.



■일기와의 차이

'나'는 가장 중요하고 나름의 '글'도 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독자'가 없기에 '공감'으로 갈 수가 없다. 에세이의 목적이자 도착점인 '공감'에서 독자와 만날 수가 없다는 데서 가장 중요한 차이점이 드러난다.


우리는 모두 일기와 에세이의 결정적인 차이가 '독자'의 유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독자를 고려하는 글이 에세이고, 독자를 고려할 필요도, 생각할 이유도 없는 글, 제멋대로 써도 그만인 글이 일기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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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목적에 따른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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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 자신을 위한 책

2. 기록을 위한 책

3. 일반 독자를 대상으로 한 책

4. 커리어 전문성을 위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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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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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평의 글을 썼던 리뷰들의 경우, 어떤 명확한 단어로 표현하기가 어려워 그동안에는 그저 내 솔직한 감상으로 대신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나를 불편하게 했던 지점이 무엇이었는지를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또한 그 지점이 초보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의 포인트라는 점도 알 수 있었다. 일기 같은 글, 자신이나 주변의 가까운 사람들만을 위해 쓴 기록을 위한 책이었기에 독자인 나의 입장에서는 전혀 공감대 형성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나는 그것을 본능적 감각으로 알아채고 불편하게 다가왔던 것이고, 아마도 그 책을 쓴 작가는 이런 기본적인 상식이 없는 상태로 책을 출간하게 되면서 벌어지게 된 일련의 사태가 아닐까 싶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은 왜 그토록 자신의 이력 -출간 이력, 경력, 학력 등- 을 책 안팎으로 장황하게 기재하는지 모를 일이다.)


책 후반부에는 저자가 이끌고 있는 에세이 글쓰기 모임에 대한 내용도 살짝 확인해 볼 수 있었는데, 여태 만나봤던 글쓰기나 독서모임 중 가장 호감 가는 모임 중 하나였다.


아마도 클럽의 취지(전자책 발행이 아닌, 좋은 글을 쓰기 위함)나 운영방식(앞 기수의 멤버가 독자가 되어 현 기수의 글을 읽고 공감해 주는 멘토-멘티 제도를 운용하게 되면서 서로 윈윈하는 방식) 등이 건전하고 건강하게 운영되는 것을 보면서 클럽에 대한 기대감이 한층 더 높아졌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저자는 처음 에세이 클럽을 시작할 때 여느 모임처럼 정규 수업이 끝난 이후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었다고 전한다. 하지만 이런 좋은 아이디어들이 더해지며 현재는 정규 수업이 끝난 뒤에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고 전한다.


독자보다 작가가 더 많아지고 있는 요즘 같은 시기에, 이런 제도는 서로를 성장시켜주는 일이자 또 다른 독자를 양산하는 일이기에 서로에게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글쓰기에 관심이 있다면, 나와 같이 에세이라는 장르를 좋아한다면 이 책을 통해 '에세이'와 조금 더 친해져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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