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과의 브런치
반지현 지음 / 나무옆의자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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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만나 본 반지현 작가의 책을 통해 그녀가 사찰음식을 꽤 오랫동안 배웠고, 그 매력에 푹 빠져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여러 요리 중에 왜 하필 사찰음식인지 너무 궁금했는데, 이번에 이 책을 통해 제대로 이유를 확인할 수 있었다.


사찰음식이라고 하면, 흔히 나물이나 풀 등 채소 위주의 슴슴한 음식만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에 그녀가 소개하는 사찰음식을 통해 생각보다 다채로운 요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도저히 맛이 짐작이 되지 않는 음식부터, 알록달록 제철 색을 입은 요리까지 황홀하고 눈이 휘둥그레지는 요리들을 통해 몰랐던 사찰음식의 매력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총 3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저자가 사찰음식을 처음 접하게 된 계기부터 그 매력에 빠져 오랫동안 사찰음식을 배우면서 겪은 일련의 에피소드들을 담고 있다.


몸도 마음도 만신창이였던 사회 초년생 시절, 우연히 방문하게 된 템플스테이와 그때 접하게 된 사찰음식이 계기가 되어 저자는 처음으로 사찰요리에 대한 흥미를 가지게 된다. 그리고 그때의 인연으로 꽤 오랜 시간 사찰음식과 인연을 이어오게 된다.


생각보다 너무 맛있었던 사찰음식과 몹쓸 승부욕의 콜라보가 만들어낸 일련의 사건으로 인해, 저자는 마침내 사찰음식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되고, 이로 인해 이제는 스스로 즐기는 것은 물론 주변에 전파하는 수준에까지 이르게 된다.


칼질도 서툴렀던 그녀였는데, 이제는 요리 그룹을 이끄는 리더가 되어 척척 요리를 완성해가는 모습을 보면서 나 또한 사찰음식이 매우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이 책에 소개된 여러 음식 중 유독 더 궁금한 음식들이 있었는데, 첫 번째는 소박한 재료로 쉽게 만들 수 있다는 '김치'였고, 두 번째는 '오미자 딸기 국수'로 도저히 맛이 가늠이 되지 않아 너무 궁금했다. 세 번째는 '표고버섯구이'로 어쩐지 고급스러운 한정식을 먹는 기분이 들것 같아서다.


요리마다 색은 또 얼마나 예쁜지, 보는 것만으로도 시선을 앗아가는 음식 덕에 볼 때마다 사찰음식이 맞는 건지 의심하게 만들었다. 저자는 한결같이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어 더 자주 요리를 배우러 다녔다고 이야기하는데, 정말이지 이 책을 읽다 보면 그 마음이 백분 이해가 된다.


썰고, 굽고, 볶고, 튀기는 요리를 통해 내 마음과 몸을 챙기는 것은 물론, 가장 좋아하는 것을 통해 주변을 살피며 알뜰히 챙기는 저자의 변화를 지켜보며 따뜻하고 담백한 음식이 주는 에너지가 있음을 느낀다.


이 책을 통해 맛에 대한 새로운 경험은 물론, 계절을 알아가는 재미를 함께 맛보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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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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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음식의 매력을 알 수 있다.

■저자의 성장담을 통해 우리 삶을 되돌아보게 한다.

■음식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가지게 해준다.

■음식을 통해 삶의 진리를 깨닫는 물론 추억을 소환하게 한다.

■음식을 대하는 마음의 자세가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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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남은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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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요리에는 '왜'가 있었다. 어쨌든 서울로 가려는 내게 사찰요리는 '왜' 서울에 가는지를 고요히, 끊임없이 물었다. 그 '왜'에 대한 답을 나는 전혀 몰랐기 때문에 자꾸만 수업을 들으러 갔다. 처음엔 한 달에 한 번 가던 것이 한 달에 두 번이 되고, 일주일에 두 번이 되고, 어떤 날은 하루에 두 번이 되기도 했다.

30~3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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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장으로 미루어 짐작건대, 스님이 가르쳐 준 것은 단순한 사찰요리가 아니었던 것 같다. 인생을 함께 가르쳐 주셨던 것이 아니었나 싶다.


요리처럼 우리 인생도 '왜'라는 질문이 필요하다. 자꾸 묻고 또 물으며 정답을 찾아가야 옳은 길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


한참 불안한 시기를 지나고 있던 저자에게 있어 사찰음식을 배우는 것은 어떻게 보면 수련이자 배움의 시간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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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한참 지나고 나서야 과정에 대한 집요함과 결과에 대한 너그러움의 이유를 알았다.

(...)

스님이 "음식에는 맛있다와 맛없다가 없습니다" 하고 답하셨다.

(...)

스님이 음식은 '몸을 지탱하는 약'이지 맛으로 먹는 것이 아니라고 하셨다. 그래서 완성된 요리의 맛이 어떻든 나의 실수도 넉넉한 평점을 받을 수 있었던 거다. 음식을 만들 때 가장 맨 앞에 두는 게 맛, 그러니까 혀의 즐거움이 아니라 몸의 편안함이라면 자연히 '왜'를 묻고 따질 수밖에 없다. 이 재료는 왜 쓰고 어떠한 성질이 있고 어떤 양념과 궁합이 맞는지를 제대로 알아야 내 몸에 필요한 요리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3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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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라는 물음이 필요한 이유와 우리가 음식을 대하는 관점을 바꿔주는 문장이 아닐까 싶다. 여태껏 우리는 '맛'에만 집중하며 나머지는 아무렴 어떻든 무시하고 넘어갔다.


하지만 스님은 음식에 대해 '몸을 지탱하는 약'이라 평하며, 음식은 맛으로 먹는 것이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어쩌며 음식을 대하는 이런 다른 태도로 인하여 현대인들은 그토록 많은 병과 싸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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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면 요리와 삶은 꽤나 닮아 있다. 섣불리 뭔가가 되려고 하지 말고, 남들이 말하는 삶을 살려고 애쓰지 말고, 나라는 사람이 나로서 살아가는 순간순간을 들여다보고 궁금해하자. 남들이 말하는 것 말고 지금 이 순간 나에게 좋은 것들을 택하자. 마음 편하게 살자. 어차피 내 삶인데, 내 삶의 하루하루는 다 내가 먹는 건데. 나만의 레시피로 즐겁게 요리하고 삶을 살자고 칼을 다잡는 도마 앞.

3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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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요리든 삶이든 어차피 내 삶이고 내가 먹을 요리다. 그렇다면 남들의 입맛에 맞추지 말고 내 입맛에 맞추는 게 맞다.


나만의 레시피를 가지고 나에게 좋은 것, 내가 편안한 방식으로 살아가자. 그것이 정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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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는 아프다. 부끄럽고 따갑다. 그래서 다시 들여다보기 싫다.

(...)

모든 게 내 탓인 것만 같고 두렵던 날들이 있었다. 자려고 누우면 마음이 아프고 따가워 눈물을 흘렸다.


이제 나는 튀김 요리를 잘한다. 많이 해봤으니 당연하다.

(...)

끊는 기름에 물을 집어넣었지만 앞으로 안 그러면 된다. 잘 할 때까지 해보면 된다. 튀김뿐인가. 뭐든 다 똑같다고 생각한다. 일도, 사랑도, 공부도, 취미도, 그 무엇이든. 이 글을 읽는 누군가가 아직 지난날의 실수에, 실체 없는 두려움에 갇혀 있다면 이 말을 해주고 싶다.


"쫄지 마! 인생이 얕보니까!"

우리 모두 쫄지 말자. 쫄려고 태어난 건 아니니까.

77~7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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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실수를 한다.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실수 그 자체가 아니라, 실수한 경험 때문에 자꾸만 주춤거리며 다시 시도 하기를 두려워한다는 점이다.


이때 실수에 대한 생각을 바꾸면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다. 잘 할 때까지 해보면 실수는 실패가 아닌 경험이 된다. 그러니 쫄지말고 당당히 살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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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도 마찬가지다. 누군가를 알게 됐다고 해서 단박에 그 사람의 속내까지 훤히 보이는 건 아니니까. 짧은 시간에 마음을 집중해서 퍼붓는 건 얼마든지 할 수 있지만, 뭉근히 정성을 들이는 일은 참 쉽지 않다.


가만히, 오랫동안 따뜻할 수 있어야 비로소 그이의 진짜 모습이 보인다. 매끄러워 보이는 줄 알았는데 거칠거칠했구나, 이런 면도 있었구나 하고. 슬그머니 뒤집어 본 뒷면에는 그가 디디고 건너온 시간이, 때로 흔들리고 견뎌온 순간이 하나도 도망가지 않고, 크고 작은 발자국을 고스란히 품고 있을 거다.

18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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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시인 나태주가 말했다. '오래 보아야 예쁘다고'. 음식과 사람도 마찬가지 아닐까? 오랜 시간 정성을 쏟고 지켜봐야 제대로 된 진가를 알 수 있다.


아무리 빨리빨리를 추구하는 세상 속에 살아가고 있다지만, 요리와 사람에게만큼은 시간을 더 내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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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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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내내 눈으로 씹고 뜯고 맛보느라 너무 바빴다. 처음에는 사찰음식이라고 해서 색이나 맛 모두 슴슴하고 담백할 것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상상을 초월하는 음식들이 눈을 사로잡았다.


더불어 사용할 수 있는 주재료가 거의 비슷한 상황이라 무엇으로 맛을 낼까 궁금했는데, 핵심은 '간장'이라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새삼 어릴 적 엄마가 직접 장을 담그던 모습, 겨울에 무청을 말려 시래깃국과 무침을 만들어주던 기억 등이 새록새록 떠오르며 엄마의 사랑과 정성을 깨닫는 시간이기도 했다. 그것은 단순한 밥상이 아닌 '약'이었다는 것도 이제야 알게 되었다.


또 어릴 적 계절마다 풍성하게 입과 속을 든든히 채워주었던 제철 음식들이 사실은 몸과 삶을 편안하게 해주는 음식이었다는 점도 깨닫는다.


현실에 찌들어 사느라 좋은 기억과 건강한 밥상을 그동안 잊고 살았는데, 이 책을 읽으며 더듬더듬 다시 떠올려본다. 그리고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또 앞으로 나를 위해 무엇을 우선순위에 두어야 하는지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저자뿐만 아니라 나에게도 스님과의 브런치는 꽤 의미 있는 시간이자 변화를 가져다주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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