츠바키 연애편지
오가와 이토 지음, 권남희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편지가 주는 감성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소설!"



벚꽃을 떠올리게 하는 기분 좋아지는 책 표지 덕분에 읽기 전부터 설레는 마음으로 이 책을 펼쳐들었다. 그리고 잊힌 편지 감성에 다시 흠뻑 빠져들 수 있었다.


이 책의 저자인 오가와 이토는 나에게는 이미 검증된 작가나 다름없는데, 앞서 출간한 <달팽이 식당>과 <츠바키 문구점>을 통해 이미 저자의 감성코드가 나와 잘 맞는다는 것을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작이 나온 것을 보고 주저 없이 이 책을 선택했고 역시나 그 선택은 옳았다. 너무 오랜만에 만난 저자의 책이라 모처럼 '저자'와 '책'에 대해 이런저런 정보를 검색해 봤는데, 출간된 책들 중에 읽어보지 못한 책들이 꽤 많이 발견되어 깜짝 놀랐다. 덕분에 다음에는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덜게 되었다.



총 5장으로 구성된 이 책에는 포포의 출산과 육아, 그리고 다시 재개한 대필 사연에 대한 내용들로 가득 채워져 있는데, 그중에는 충격적인 이야기도 함께 포함되어 있다.


바로 할머니의 사랑 이야기로, 숨겨진 그녀의 열정과 남다른 애정 이야기를 엿보면서 엄마나 할머니도 결국 여자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여기에 더해 더 확장된 사랑 이야기도 함께 담아내면서 과거와 현재를 모두 아우르는 느낌을 받았다. 요즘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 '편지'와 '대필'이라는 소재 위에 현시대의 상황과 요소들이 양념처럼 추가되면서 이야기는 고루하지 않게 펼쳐진다. 그래서 담백하지만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만나볼 수 있는듯하다.


편지를 흔하게 주고받던 시절의 이야기에 더해 대필로라도 마음을 전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진심을 이 책을 통해 만나보면 어떨까 한다.



=====

이 책을 읽기 전에

=====


이 책은 <츠바키 문구점>, <반짝반짝 공화국>에 이어 포포짱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으로, 실제 존재하는 가마쿠라라는 지역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덕분에 평범한 동네였던 그곳이 어느새 명소들로 가득해졌다는 번역가의 후문도 있다. 이 때문인지 언젠가 기회가 되면 소설 속에 등장한 장소들을 둘러보며, 맛있는 음식들을 직접 먹어보고 싶다.


그냥 관광명소를 가는 것과는 다른, 소설 속에 들어온 것 같은 짜릿한 느낌이 들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드는 건 비단 나뿐일까?


2탄인 <반짝반짝 공화국>은 아직 읽어보지 못했는데, 포포가 새로운 가족을 맞이하게 되는 이야기가 실려 있다고 하니, 다음에는 이 책을 꼭 읽어봐야겠다.



=====

등장인물 및 배경

=====


소설에 등장하는 배경 안내도



■하토코(포포)

-에도시대부터 대필을 가업으로 이어온 츠바키 문구점의 11대 대필가

-미츠로와 결혼하면서 모리카게 가의 일원이 됨


■미츠로

-아내와 사별하고 딸 큐피와 함께 고향인 가마쿠라에 내려와 식당을 차림

-이후 포포와 결혼 후 행복하게 사는 중


■큐피

-미츠로와 미유키 사이에서 태어난 딸


■바바라 부인

-포포의 옆집에 살았던 온화한 노부인

-지금은 남프랑스에 머물고 있음


■빵티

-초등학교 교사인 포포의 친구

-대필 의뢰를 통해 남작과 인연을 맺게 됨

-현재 교사를 그만두고 유명 빵집을 운영 중


■남작

-선대의 친구이자 빵티의 남편


■선대

-츠바키 문구점의 10대 대필가이자 포포의 할머니

-선대의 죽음으로 포포가 가마쿠라로 돌아와 츠바키 문구점을 운영 중


■미유키

-미츠로의 전부인이자 큐피의 엄마

-묻지마 살인 사건의 희생자


■코우메와 렌타로

-미츠로와 포포 사이에서 태어난 남매

-코우메는 둘째 딸, 렌타로는 아들로 셋째

-연년생으로 태어났지만 같은 학년이며 이제 막 초등학교에 입학함


■마이

-포포의 소꿉친구


■토마

-3년 전 사용하지 않아 방치된 삼촌의 집으로 이사 후 현재 이즈오시마섬에서 도예를 하고 있음

-짐을 정리하다가 삼촌에게 보낸 카시코씨의 연애편지를 발견


■토무

-토마와 같이 사는 동거인이자 연인

-포르투갈 출신이며 스물아홉 살



=====

간략 줄거리

=====


포포짱 시리즈 3편에서는 대필을 다시 시작하면서 만나게 되는 다양한 의뢰 내용과 더불어 포포의 출산과 육아, 그리고 큐피의 사춘기, 여기에 더해 쇼킹했던 할머니의 옛사랑 이야기에 대해 만나볼 수 있다.


6년 전 둘째 딸 코우메가 태어나고, 그 이듬해에는 장남 렌타로가 태어나면서 포포의 가족은 어느새 다섯 식구가 된다. 그리고 장녀 큐피(하루나)는 올봄에 중학교 3학년이 되었다.


가족 안에서 크고 작은 변화가 일어나면서 큐피는 어느새 사춘기에 접어들게 되고 이로 인해 갈등을 겪게 되면서 포포는 한동안 마음고생을 하게 된다.


하지만 편지를 통해 다시 화해하게 되고, 이로써 더 깊은 유대관계를 맺게 된다. 문자, 카톡, 라인, 이메일, 각종 SNS가 편지를 대신한지 오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면 역시 편지만 한 게 없다는 생각을 절로 하게 될 것이다.


대필 에피소드에 관한 내용을 간략히 살펴보면,


●사랑하는 시어머니에게 보내는 편지

●치매 초기인 자신에게 보내는 편지

●고령의 아버지에게 운전면허 반납을 권하는 편지

●부모에게 커밍아웃하는 편지

●판매 목적의 광고 문구를 써달라는 요청

●소음으로 갈등을 겪고 있는 이웃에게 전하는 편지


등에 관한 내용을 만나볼 수 있다.



=====

인상 깊었던 에피소드

=====


50대 후반의 한 여성이 의뢰를 위해 츠바키 문구점에 방문하게 된다. 그녀는 초로기 치매(조기 발병 치매)를 겪고 있었는데, 독신이었고 아이도 없었으며 부모님도 이미 돌아가셨고 형제자매도 없었다.


그녀가 처음 치매를 발견하게 된 계기는 직장에서 실수가 잦아지고 반복적으로 질문하는 것을 동료가 언급하게 되면서부터다.


최근에는 실수가 더 잦아지고 기억력이 떨어지면서 일까지 그만두게 되었고, 이제는 심지어 자기 이름조차 생각나지 않아 항상 노트를 가지고 다닌다고 한다.


그렇게 점점 기억을 잃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면서 그녀는 자신이 어떤 사람이고 어떤 인생을 살아왔는지와 같은 내용들을 자기 자신에게 정기적으로 보내기 위해 의뢰를 하러 포포를 찾아오게 된 것이다.


이에 포포는 의뢰를 승낙하고, 의뢰인이 좋아하는 달 시간에 맞춰 보름달과 초승달이 뜨는 날에 맞춰 그녀(고모리)의 일생을 정리한 편지를 보내기로 한다.


***


요즘 우리 주변을 살펴보면 1인 가구로 사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볼 수 있다. 향후 몇 년간 더 늘어날 거라는 전망들이 많은데, 그래서인지 더 현실적으로 다가왔던 이야기 중 하나다.


처음부터 혼자 살았던 가구를 포함해, 가족구성원이나 부부끼리 사는 가구들도 언젠가 1인 가구가 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 때 치매와 같은 증상들을 겪게 되면 얼마나 당혹스러울까?


초로기 치매를 겪게 된 주인공은 이에 대해 자기만의 방책으로 잃어버린 자신을 언제든 다시 떠올릴 수 있도록, 주기적으로 자신에 대한 내용들을 받아볼 수 있게 대필 의뢰를 신청하게 된 것이다.


이 에피소드를 읽으며 나를 이 상황에 대입해 보았다. 결론은 나 역시 그녀처럼 대필을 의뢰해 볼 것 같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매번 같은 내용이라 할지라도, 그런 편지를 받으면 반갑고 또 반갑지 않을까?



=====

기억에 남은 문장들

=====


-----

"지금 생각하면 그런 나쁜 일을 포함해서 모든 것이 내 인생의 자양분이 된 것 같아.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일단 그것을 거스르지 않고 이 손으로 받아들이고, 또 물에 떠내려 보내고. 그 반복. 그저 시간이 흐르기를 기다리는 거지. 어느 순간부터는 나는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걸 깨달았어."

(...)

"어느 날 문득, 어라? 눈앞의 풍경이 많이 달라졌네, 하고 깨닫게 되지. 그게 바로 시간의 힘이야. 사람에게도 자연치유력이 있어서, 상처도 그냥 놔두면 저절로 낫잖아. 의미 없는 반항을 하는 게 오히려 사태를 더 나쁘게 만드는 것 같아. 그런 때일수록 힘을 쭉 빼고 흐름에 몸을 맡기는 거야. 그러면 나중에는 그 일도 우스갯거리가 돼."

61~62페이지 中

-----


시간을 거슬러 최선을 다해 인생의 방향을 바꿔야 할 때도 있지만, 반대로 시간이 흐르는 대로 두고 치유가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할 때도 있는 법!


상처의 모양과 형태에 따라 어떤 것은 그냥 나을 때까지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한다는 인생 교훈을 이 문장을 통해 다시 한번 깨우친다.


너무 힘이 들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면, 그냥 힘을 빼고 시간의 흐름에 몸을 맡겨보자. 그러다 보면 언젠가 그 모든 일들은 옛일이 되어 있을 것이다.



-----

"살다 보면 인생을 한번 전부 지우고 초기화하고 싶을 때가 있지 않습니까? 하지만 사람은 용기가 없어서 좀처럼 그걸 하지 못하죠. 그런데 눈앞의 대자연은 그걸 당당히 해내니까, 저도 미하라 산을 존경합니다."

223페이지 中

-----


모든 것을 리셋 시키고 새롭게 시작하는 자연을 마주할 때면 경이로운 마음이 드는 동시에 두려운 마음이 함께 든다. 인간은 절대 하지 못하는 일이자, 자연 앞에서는 인간 또한 초기화될 수 있는 대상 중 하나이기에 더 그렇다.



-----

"이 세상은 유원지 같은 걸지도 몰라. 제트코스터로 공포를 맛보고, 회전목마로 로맨스를 느끼고, 인생을 즐기기 위해 유원지에 온 게 아닐까?"

(...)

"하지만 말이야, 누구나 반드시 유원지를 떠나야 하잖아. 어쩌면 그것이 세상의 유일한 규칙일지도 몰라. 유원지에서 얼마나 잘 즐기는지가 인생의 진짜 가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339~340페이지 中

-----


이 문장을 읽으며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 모두는 잠시 이 세상에 놀러 왔다가 금방 다시 저세상으로 간다. 이것을 굳이 비유하자면 유원지에 잠시 놀러 온 상황에 대입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잠시 놀러 온 유원지에서 얼마나 잘 즐기는지가 관건이 아닐까? 그 차이가 어쩌면 삶을 결정짓는 가장 큰 차이일지도 모르겠다.


가치 있는 인생을 살고 싶은가? 그렇다면 매일, 매 순간 재미있고 즐거운 인생을 살아보는 건 어떨까.






편지를 단순히 대신 써주는 정도가 아니라, 상황이나 사람에 따라 글씨체를 달리해서 쓰기도 하고, 쓰는 형식(세로쓰기, 가로쓰기)을 바꾸기도 한다. 또 편지지나 우표, 스티커, 펜, 실링 같은 디테일도 매우 신경 써서 마무리하는 포포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



=====

마무리

=====


오랜만에 포포를 다시 만나고 보니, 그리운 옛 친구를 다시 만난 기분이다. 추억 앨범 속에 고이 간직하고 있던 따뜻하고 그리운 무엇을 다시 마주한 기분이라 더 그렇게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오가와 이토의 다른 소설은 물론 이미 읽은 <달팽이 식당> 같은 소설을 다시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소설 하나로, 모처럼 꽁꽁 언 온몸이 눅진하게 녹아내린 기분이다. 그래서인지 오늘 밤만큼은 기분 좋게 잠자리에 들 수 있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진심의 바깥
이제야 지음 / 에피케 / 202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의미심장한 제목에 이끌려 읽게 된 시집인데, 책 제목을 읽을수록 자꾸만 곱씹게 되는 마력이 있는 것 같다. 항상 '진심'을 다하는 것만 생각해 왔는데, 책 제목을 곱씹다 문득 진심의 바깥에서 바라보는 세상과 나 자신은 어떨까 하는 궁금증이 일었다.


아마도 진심 안에서 바라보는 관점과는 아주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과 동시에, 흔히 소설에서 이야기하는 시점(이를테면 1인칭 혹은 2인칭에서 벗어나 3인칭 혹은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세상과 나 자신을 바라보는 관점)과 같은 느낌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추측을 해본다.


그리고 마침내 나는 이 시집에 실린 시들 또한 진심의 바깥에서 살펴본 일상과 생각에 대한 시인의 시선이 담겨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품고 천천히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총 4부로 구성된 이 시집에는 작고 사소한 순간들에 대한 시인의 감정들이 섬세히 담겨있다. 그래서인지 시인이 다루고 있는 소재 또한 우리 주변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것들이 대다수다.


눈빛, 언덕, 기념일, 밤, 다락방, 책, 바나나 등등. 별것 아니라고 넘길 수 있는 이런 소재들에 시인의 감정과 시선이 어우러져 시집으로 엮였다.


솔직히 말하면 이 시집에 담긴 시들은 직관적으로 다가오거나 공감이 되는 시들은 아니다. 저자의 감성과 시선이 많이 담겨 있어서인지, 독자 입장에서는 조금 어리둥절한 기분이 들거나 어렵게 다가오는 시들이 꽤 많았다.


반복해서 읽으면서 곱씹고 의미를 여러 번 되새겨야 겨우 이해되는 풍경과 감성들이라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후반에 산문 형태로 쓴 글에 더 공감이 많이 갔다.


후반부에 함께 수록된 인터뷰를 살펴보면, 시어 자체에 대한 난해함을 주고 싶지 않아 일상어를 많이 사용하려 했다고 이야기했는데, 표현이나 비유의 방식 때문인지 다소 난해하게 다가왔던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재미있게 다가왔던 독특한 표현들이나 시를 쓴 배경에 대해 쉽게 풀어쓴 산문을 통해 공감 갔던 부분을 함께 풀어보려 한다.



=====

시에서 발견한 독특한 표현들

=====


-----

돌아갈 수 없는 날들의 일기를 줍다가

달이 뜨면 기지개를 켜고 낮잠을 잤다

34페이지 中

-----


시인은 '달'이 뜨면 기지개를 '켜고' '낮잠'을 잤다고 표현하고 있다. 문맥상 살펴보면 전혀 맞지 않는 표현들이다.


보통은 해가 뜨면 기지개를 켜고 일어난다.

아니면, 달이 뜨면 밤잠을 자러 간다.


하지만 시인은 어우러질 것 같지 않은 반대 상황들을 엮어 미래의 '내'가 힘겨웠던 '어린 나'에게 위로를 전하듯 말을 엮어 시로 표현했다.



-----

매일 흔들의자에 앉아 일기를 쓰면

단정하지 않은 글이 완성됩니다.


읽고 싶지 않고 쓰고 싶지 않은 만큼만


조각난 가방을 열다가 나를 잃을 것 같아

잘 익은 귤을 통째로 삼켰습니다.

37페이지 中

-----


흔들의자에 앉아 일기를 쓰면 '단정하지 않은 글이 완성'된다는 표현과 조각난 가방을 열다가 나를 잃을 것 같아 잘 읽은 귤을 '통째로 삼켰습니다'라는 표현은 다양한 상상력을 불러일으킨다.


여기에 더해 '읽고 싶지 않고 쓰고 싶지 않은 만큼만'이라는 조건을 단것으로 보아 단순히 흔들의자에 앉아서 일기를 썼기 때문에 단정하지 않은 글이 완성된 것은 아닌 듯 보인다.


조각난 가방이라는 표현도, 뒷부분에 연결되는 귤을 통째로 삼켰습니다라는 표현으로 보아 가방이나 귤은 우리가 아는 단순한 물체 혹은 과일이 아닌듯하다.


그것들에 나 자신을 대입한 감성을 담아낸 시어로 보인다. 짐작건대, 당시의 상황은 아마도 나를 잃어버릴 것 같은 느낌, 내가 원하지 않는 어떤 것을 억지로 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었을까 싶다.



=====

산문에서 발견한 공감 갔던 문장들

=====


-----

어린 시절 나는 종이 인형을 쌓아두는 걸 좋아했다. 그때는 이유를 설명하기 어려웠는데 어른이 되어 해석해 본다.

(...)

흰 종이에 두 사람을 그리고 오려 나란히 눕히고 둘을 겹치면 모든 마음마저 포개질 거라 믿은 마음, 둘이 껴안아 하나가 되면 그것이 위로라는 믿음, 마치 여름밤 가로등 아래 하나가 되었던 우리 그림자처럼.

139페이지 中

-----


당시의 어른들은 이해하지 못했겠지만, 아이의 입장에서는 최선의 마음 표현이었을 종이 인형 쌓아두기! 어른이 된 후 그런 자신의 어린 시절을 돌아봤을 때 이 행동들은 아이였던 본인이 바라던 마음 혹은 결핍이 아니었을까?


어린 시인이 그러했듯이 우리도 힘든 순간이 찾아오면 힘껏 껴안아주며 서로를 위로해 주고 사랑해 주자. 그렇게 서로에게 온기를 나누어주며 너를 믿고 있다고 이야기해 주면 다시 살아갈 힘을 낼 수 있지 않을까?



-----

우리는 하나가 되지 못할 것 같은 불안한 마음을 안고 사랑을 한다. 영원히 없다는 것쯤은 이제 안다. 당신의 눈빛이 사랑을 말하지 않더라도 그림자는 우리라는 형체로 산다. 숨기기 좋았고 외면하기 좋았던 둘의 모습처럼. 영원히 서로를 이해할 수 없다면 우리는 어쩌면 각자의 그림자와 걷고 있는 것인지도 모를 일.

140페이지 中

-----


하나가 되지 못할 것 같은 불안함을 안고 사랑을 한다는 문장을 읽으며 마음이 많이 아팠다. 그리고 그런 시간들이 지속된다면 결국 각자의 본체가 아닌, 그림자와 걷고 있는 것과 같다는 표현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우리는 무한한 삶을 사는 것이 아니기에, 영원은 있을 수 없다. 그것만은 확실하다. 하지만 한순간이라도 서로를 믿고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을 살아간다면 그것만큼 값진 인생이 또 있을까?


오늘, 영혼 없는 껍데기로 상대의 곁을 지키며 살아갈 것인지, 아니면 함께 있는 동안이라도 서로를 깊이 이해하고 사랑하며 살 것인지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

마무리

=====


너무 자신의 감성에 깊이 빠져 글을 쓰게 되면, 타인은 그 글에서 글쓴이의 의도를 파악하거나 공감하기 어려워진다. 아무리 일상의 언어로 표현한다 할지라도 꼬고 비틀고 뒤집은 단어와 내용들은 혼란 그 자체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느 정도 적절 수위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은유와 비유를 흔하게 사용하는 것이 시라지만, 대중이 쉽게 간파할 수 있는 함축적 의미로 쓰이는 표현과 나만 아는 표현과 감성은 엄연히 큰 차이가 있다.


특히 요즘과 같이 복잡하고 혼란한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있어 한참을 고민하고 생각해 봐야 하는 글들은 더 손이 가지 않을 수밖에 없다.


당장 나를 챙기기도 부족한 상황에 타인이 쓴 어려운 감성의 글을 읽고 해석하고 생각해 볼 겨를이 없기 때문에 더 그렇다.


그래서 나는 앞서 읽은 시보다, 오히려 뒤에 담긴 산문 글이 더 좋았다. 어떤 감정과 상황으로 그 글을 쓰게 되었는지, 또 그 글 뒤에 지금의 심정은 어떤지를 어렵지 않게 추측해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산문글 덕분에 이해되지 않던 앞선 시의 내용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는 틈이 생겼다. 그래서인지 오히려 거꾸로 산문 글을 읽고 시를 읽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이라는 생각도 든다.


섬세한 감성 시였지만, 파고들 여지가 없어 난해하게 다가왔었는데, 산문 글과 인터뷰 글 덕분에 무사히 마무리 지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살아갈 날들을 위한 괴테의 시
김종원 지음 / 퍼스트펭귄 / 202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괴테의 시에서 찾은 삶의 지혜"



공교롭게도 저자가 쓴 책을 연달아 읽게 되었다. 앞서 읽었던 <너에게 들려주는 단단한 말>도 좋았는데, 이 책 역시 읽으면서 삶에 관한 많은 용기와 조언을 얻을 수 있었다.


이 책은 긴 시간 괴테의 시를 연구하고 사색한 저자가 괴테의 시에서 발견한 삶의 지혜를 태도, 관계, 지성, 기품, 사색 5가지 주제로 정리한 책이다.


서두에는 괴테의 시를 소개하고, 이후에는 이에 대한 저자의 해석이나 생각을 나열하는 방식으로 서술하고 있는데, 나는 괴테의 시보다 저자의 해석에 더 집중해서 이 책을 읽었다.



총 5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괴테의 시에서 영감을 받은 삶의 지혜와 조언을 저자의 방식으로 풀어쓴 책으로 삶의 의미와 가치를 되돌아보게 만든다.


여러 상황과 이유로 미뤄두었던 내 삶을 다시 되찾고 싶다면, 이 책에 담긴 괴테의 시와 저자의 통찰을 내 삶에 적용해 보면 어떨까 한다.


결국 내 인생을 변화시키고 발전시키는 것은 내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기에, 용기를 내보았으면 좋겠다.


아래는 5가지 주제 중 개인적으로 공감이 가거나 내 삶에 반영해 보고 싶은 내용을 위주로 선별해 정리해 보았다. 이 글을 읽는 누군가에게도, 이 글들이 깊은 울림과 지혜를 선사하는 글이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기록해 본다.



=====

때도 놓치면 모든 삶이 고통입니다.

조금이라도 젊을 때 깨달아야

변화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내 삶의 불은 내가 켜는 것이고

내가 켠 불만이 나를 빛낼 수 있습니다.

21페이지 中

=====


더 빨리 깨달을수록 삶의 변화는 빨라지고, 나의 행복 시간도 더 길어질 수 있다. 그러니 미리 포기하기보다 내 삶을 스스로 주도하겠다는 생각으로 지금 당장 '변화'를 시작해 보면 어떨까?



=====

지금 주어진 순간을 즐기세요.

익숙한 것을 빠르게 해낼 생각은 접고

이 순간이 내게 들려주는 이야기를 경청하면서

그때그때 맞는 것들을 붙잡아

내면에 차곡차곡 쌓으세요.

그럼 즐기며 성장하게 됩니다.

30페이지 中

=====


빠르게 지나가는 시간 속에 삶을 흘려버리기보다 이 순간을 있는 그대로 경청하고 느끼며 살아보자. 그러다 보면 모든 순간을 즐기며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

잘 되는 건 원래 힘든 겁니다.

누구나 쉽게 해낼 수 있는 게 아니죠.

하지만 잘되지 않는 자신을

여전히 사랑하는 건

언제든 할 수 있는

내게 무해한 마음입니다.

37페이지 中

=====


잘되지 않는 것에 집중해 좌절하거나 원망하기보다, 그런 나 자신조차 사랑하고 보듬어 보면 어떨까?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실행에 옮기기는 쉽지 않기에 어쩌면 더 귀한 가르침일지도 모르겠다.



=====

누군가의 평가에 기댄다는 건

자신의 창조물을 경멸하는 것과 같습니다.

내가 내 선택을 귀하게 여길 때

세상도 나를 귀하게 대접합니다.

57페이지 中

=====


타인의 시선과 평가에 기대에 살다 보면, 나 자신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 내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내 평가와 내 기준임을 절대 잊지 말자!



=====

지금 이대로 충분합니다.

고민하며 산다는 것 자체가

이미 잘 살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나는 나대로 살겠습니다.

내게 주어진 생각과 일상을

평생 사랑하며 살겠습니다.

64페이지 中

=====


힘든 상황을 겪고 있어서인지, 이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되는 기분이다. 그래서 반복해서 계속 읽어본다.


지금 이대로 충분하다.

고민하며 산다는 것 자체가 이미 잘 살고 있다는 증거다!


그래, 나는 잘 살고 있다. 잘 살고 있다고 스스로 믿고 내게 주어진 일상과 생각을 계속 사랑하며 살아가자. 지금 이 시련 또한 언젠가 지나갈 것이다.



=====

"네가 과연 할 수 있을까?"

"세상이 만만한 줄 아네!"

"주제를 알아야지!"

꿈을 품고 사는 사람에게 이런 말로 불행을 열망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정말 이해하기 어렵지만, 상식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그런 사람들이 꼭 있어요.


만일 그런 사람이 여러분 주변에 있다면,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고 해도 지워야 합니다.

(...)

가족이든 지인이든, 그게 누구든 지워야 합니다.

(...)

딱 하나만 묻습니다.

"그 모든 것이 여러분 자신의 인생보다 소중한가요?"

(...)

나의 에너지는 모두 나의 것입니다.

분노와 비난으로 사는 삶은

결국 나의 소중한 에너지를

타인에게 투자하는 것과 같습니다.

나는 모든 에너지를 내게만 투자합니다.

78~80페이지 中

=====


다짐처럼 마음에 새겼던 문장 중 하나다. 나의 시간과 모든 에너지는 나의 것이며, 나는 이것들을 나에게만 투자할 것이다.


실제로 꿈을 품고 사는 나에게 부정적 말과 행위로 나의 불행을 열망했던 이를 만났던 적이 있는데, 결론만 이야기하자면 저자의 말처럼 내 인생에서 지워버렸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 할지라도 내 인생만큼 중요한 것은 없기에 고민 없이 결정할 수 있었다. 주변을 살펴보면, 의외로 가까운 관계(가족, 친구, 지인, 연인 등)라는 이유로, 혹은 혼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이를 놓지 못하고 끌려다니며 자신의 인생을 낭비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놓으면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

소중한 사람에게 더 많은 감정과 시간을 선물하고 싶다면 이 세 가지를 꼭 기억하세요. 그래야 인생을 더 값지게 즐길 수 있습니다.


1.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에게 가세요.

2. 내 시간을 아껴주는 사람에게 가세요.

3. 내 공간을 소중히 대하는 사람에게 가세요.


'이야기'와 '시간' 그리고 '공간'이 가장 중요한 세 가지 기준입니다. 아끼고 소중하게 대한다는 말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가치를 안다는 뜻입니다. 나를 아끼는 사람은 나의 가치를 아는 사람입니다. 정말 중요한 부분입니다. 그들과 함께 있으면 분쟁이나 다툼이 일어나지 않죠. 게다가 나 자신을 바라보는 나의 시간도 달라집니다. 괜히 내가 더 멋진 사람처럼 느껴지죠. 또한 하루하루가 즐겁습니다. 가치를 아는 사람들은 언제나 서로의 의견에 공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89~90페이지 中

=====


내 시간과 공간, 이야기를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과 함께 해야 인생이 즐겁다. 마주 보고 있지만 다른 곳에 시간을 쓰거나 공감이 전혀 되지 않는 사람과는 아무리 긴 시간을 함께 보내도 무의미하다.


인생을 값지게 보내고 싶다면, 나 역시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한다. 내 시간과 공간을 나누고 공감할 수 있는 마음을 가지고 있어야 소중한 사람을 잃지 않는다.


서로의 가치를 알아봐 주고, 의견을 공감할 수 있는 상대가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행복이자 행운이므로 오랜 시간 귀하게 여기고 아끼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



=====

내가 추구해야 할 일은 나의 하루가 알고 있습니다. 자기만의 하루를 사는 사람은 결국 자기만의 세계를 펼칠 수 있죠. 자신을 믿으세요. 누구도 나만큼 나를 알 수는 없습니다.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해야

나중에 후회가 없으며

때에 맞게 올바른 길을

지혜롭게 선택할 수 있습니다.

156~157페이지 中

=====


때때로 인생의 갈림길에 서서 갈팡질팡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때 가장 필요한 것은 나 자신에 대한 믿음으로, 내가 살아온 길과 내가 추구하는 길을 스스로 돌아보고 내 선택과 믿음에 신뢰를 가진다면 분명 올바른 길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우선 나 자신을 믿는 것부터 시작하자!



=====

중요한 결정일수록 판단은

스스로 해야 합니다.

내 생각의 주인은 나 자신이고,

결정 역시 나의 몫이죠.

내 인생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그 아름다운 특권을 남에게 넘기지 마세요.

160페이지 中

=====


나 역시 경험을 해본 자로서 확실히 말할 수 있다. 중요한 결정일수록 내 결정과 판단이 우선되어야 한다. 어느 누구도 내 인생을 책임 지거나 보호해 주지 않기 때문에 더 그렇다.


그러니 나의 생각, 인생에 대한 중대한 결정만큼은 부디 남에게 넘기지 말고 내 스스로 결정하자! 그래야 나중에 후회가 적다.



=====

세상에 말로만 이루어지는 일은 없습니다.

시작해야 결과를 만날 수 있고

실패든 성공이든 결과를 만나야

자신의 실력과 노력의 가치를 알 수 있습니다.

뭐든 하세요. 하는 사람이 가장 강합니다.

214페이지 中

=====


매일 매 순간 스스로에게 하는 다짐 중 하나가 바로 이것이다. '뭐든 해보는 것'.


일단 해야 결과가 뒤따른다. 생각만 해서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그러니 일단 시작하자. 그 다음일에 대해서는 시작하고 고민해도 늦지 않다.



=====

만약 지금 당신에게 나쁜 소식이 하나 생겼다면, 이 사실을 꼭 기억해 주세요. 하나의 나쁜 일이 생겼다는 건 열 가지의 좋은 소식이 오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주어진 대로 받아들이지 말고, 내 마음이 시키는 갈망의 눈으로 변주해서 자신에게 들려주세요.

(...)

그렇게 태도를 바꾸면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차분함을 유지하며 흔들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222~223페이지 中

=====


이 말 한마디에 위로와 용기를 얻는다. 하나의 나쁜 일은 이미 벌어졌고, 다음에 올 것은 열 가지의 좋은 소식일 거라는 믿음으로 마음을 다잡아 본다.



=====

인생은 풀어야 할 숙제가 아니라

즐겨야 할 축제입니다.

간혹 이해할 수 없는 순간도 있습니다.

이해가 되지 않을 때는 굳이

이해하려고 애쓰지 마세요.

애를 써서 이해한 것들은

결국 모두 상처로 남습니다.

242페이지 中

=====


격하게 공감했던 말이다. 더불어 아직까지 인생을 즐기지 못하고 있는 나 자신에 대해서도 돌아보게 한 문장이다. 결국 모두 상처로 남을 것을, 왜 나는 굳이 이해가 되지 않는 인간들을 이해하려고 애썼나 반성도 해본다. 이제부터라도 그 모든 것을 내려놓고 내 인생을 즐겨봐야겠다.



*****


이 책에 담긴 괴테의 시와 저자의 글을 읽으며, 삶과 인생을 다지는 방법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리고 이내 내린 결론은 결국 내가 어쩌지 못하는 부분은 내려놓고, 내가 내 삶에 더 집중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는 생각에 도달했다.


이 책 덕분에, 알지만 자꾸 엉뚱한 곳에 빠지려 했던 나를 다시 잡아다 진리와 지혜 속에 놓아본다. 몸의 습관과 마음의 습관을 제대로 들이기 전까지는 아마도 이렇게 계속 책을 통해 배우고 깨우치는 작업을 수없이 반복해야 할 듯하다. 앞으로 살아갈 날들을 위해 오늘 나는 이렇게 또다시 마음을 다잡아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른의 품격을 채우는 100일 필사 노트
김종원 지음 / 청림Life / 202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마음에 새겨두면 좋을 조언과 성찰의 문장들"



예전에는 잘 몰랐는데, 어느 기점부터 나이를 먹을수록 나의 안과 밖을 더 많이 챙기고 책임져야 하는 의무가 스스로에게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여기에는 외모, 인간관계, 처세, 태도, 감정 등이 포함되는데, 세월과 노력들이 차곡차곡 쌓여 품격이 되고 그것이 중장년, 노년의 나이가 되면서 '진짜 어른'의 모습으로 드러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요즘은 이런 노력이나 고민 없이 그저 나이만 먹는 어른들이 많아지면서 철없는 어른, 아이 같은 어른이라는 뜻의 '어른 아이'라는 용어까지 생겨났는데, 그러고 보면 왜 젊은 층에서 나이를 먹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는지, 또 노년층에 대해 왜 부정적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지도 이해 못할 바는 아닌듯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까지 그런 사회적 분위기에 편승해 꼭 그런 어른이 될 필요는 없다. 마음만 있다면 내가 꿈꾸는 멋진 어른, 품격 있는 어른이 될 자격을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런 어른이 되기 위한 마음가짐, 태도, 삶의 방향성 등에 대한 조언과 위로의 문장들을 담고 있는데, 저자의 경험에서 비롯된 깨달음에 대한 기록들이 가득하다.


앞서 먼저 경험한 이의 깨달음을 읽고 필사하며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점검하고 보완하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한다.



총 100개의 문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100일간 필사하며 인생에서 진짜 중요한 가치와 방향성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다. 여기에 더해 한 발짝 더 나아가, 10일마다 저자가 건네는 인생 질문을 통해 잠시 멈춰서 제대로 잘 가고 있는지 점검해 보는 시간을 가져봐도 좋겠다.


그냥 아는 것에서 그치는 것과 달리, 읽고 쓰고 생각하고 깨닫는 시간을 가지면 분명 인생은 달라질 수 있다. 내 인생을 중요하지 않은 것들에 너무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도록 지금부터 고민하고 걸러내는 작업을 해보면 어떨까?



=====

이 책은요!

=====


<어른의 품격을 채우는 100일 필사 노트>는 김종원 작가가 최초로 자신의 40대를 돌아보며 적어 내려간 진심 어린 조언과 성찰의 문장들을 엮은 필사집이다.


인간관계, 처세, 태도, 감정 등 냉철하면서도 따뜻한 시선이 담긴 100일의 필사 노트는 진정한 어른의 품격이란 단순히 유식한 단어, 우아한 행동이 아니라 '삶을 대하는 태도'에서 나오는 것임을 일깨워 준다.



=====

필사해 보기

=====





=====

인상 깊은 문장 살펴보기

=====


-----

집착을 버릴 때 어른의 삶은 시작된다



어른이 된다는 건, 바꿀 수 없는 것들에

더 이상 집착하지 않는 마음의 여유가 생기는 것이다.

젊은 날에는 의지만으로 세상을 바꿀 수 없음을

알면서도 집착을 버리지 못한다.

집착에서 벗어나려면 마음의 여유가 필요하다.

어른의 삶을 사는 사람들은

세상을 그림 감상하듯 바라보며 산다.

그럼 사소한 것에 신경을 빼앗기지 않고,

기약 없는 것에 시간을 소모하지 않을 수 있다.

48페이지 中

-----


어른이 된다는 건 바꿀 수 없는 것들에 더 이상 집착하지 않는 것이라고 하는데, 이 기준으로 본다면 아직 어른이 되지 못한, 물리적인 나이만 먹은 사람들이 이 세상에 너무 많은 것 같다.


내가 노년의 나이가 되었을 때는 마음의 여유를 가진, 어른의 모습이었으면 좋겠다. 이것을 위해 지금부터 내려놓기 연습을 많이 해야겠다.



-----

쉬워 보이는 게 사실은 가장 어렵다



누군가 하는 일이 쉽게 보인다면 이유는 둘 중 하나다.

아직 내가 해본 일이 아니거나

상대방의 실력이 매우 뛰어나거나.

모두에게 인정받는 대가인데

그가 하는 모든 것이 쉽게 보인다면,

수많은 시간과 노력이 겹겹이 쌓여있어서 그렇다.

마치 누군가 쓴 글이 쉽고 자연스럽게 읽혀서

'이런 건 나도 쓰겠다'라고 생각했으나,

막상 글쓰기를 시작하면 어렵게 느껴지는 것과 비슷하다.

쉬워 보인다고 쉽게 판단하지 말자.

76페이지 中

-----


남들이 하는 게 쉬워 보인다면 별것 아니라고 무시하기 보다, 오히려 존경의 눈빛을 보내는 게 옳다고 본다. 상대가 쉬워 보일 만큼 시간과 노력을 쏟았기에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

인생에서 '나중에'를 지워라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어떤 일을 하루 미루면,

단지 하루만 지나가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시간은 자신을 배신한 사람에게 늘 그 이상의 복수를 한다.

하루를 미루려고 하면 어느새 한 달이 지나가게 하고,

일주일을 미루려고 하면 일 년이 지나가 버리게 만든다.

인생을 효율적으로 살고 싶다면

'나중에'를 인생에서 지우는 것이 우선이다.

지금 해야 하는 일을 지금 하는 것,

그것 하나만으로도 우리의 인생은 충분히 발전할 수 있다.

86페이지 中

-----


나 역시 경험해 본 바, '나중에'로 미루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하루가 일주일이 되고, 일주일이 한 달이 되며, 한 달이 일 년이 된다.


무언가 하고자 마음먹었다면, 일단 '시작'하자! 결과나 방법은 시작한 후에 고민해도 늦지 않는다. 유한한 삶을 유용하게 활용하고자 한다면 '나중에'라는 단어부터 지우자!



-----

무례함은 낮은 지성에서 오는 것이다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나를 비난하며

무례하게 대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냥 가볍게 스쳐가는 것이 좋다.

무례함은 무지에서 오는 것이니 지나치게 연연하지 말자.

하지만 그럼에도 계속 따라와서 귀찮게 한다면,

이 한마디만 던지고 가면 된다.

"조언이든 비난이든, 나는 내게

애정을 가진 사람의 이야기만 듣습니다."

무례한 상대에게는 최대한 분명한 언어로 단호히 말해줘야 한다.

218페이지 中

-----


살다 보면 무례한 상대 한 둘쯤 경험하게 되는데, 이럴 때는 마음 상해하지 말고, 그냥 무시하자. 그럼에도 계속 따라와 귀찮게 한다면 그때는 분명하고 단호한 언어로 확실하게 나의 의사를 전하자.


그게 설사 가족, 친구, 연인, 직장 상사와 같이 밀접한 관계에 있는 사람일지라도, 내가 애정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확실히 의사를 전달해서 무례함에서 벗어나자.



=====

마무리

=====


최근 다양한 필사 책을 많이 접하게 되면서 사람들이 얼마나 필사에 진심인지, 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피부로 느낀다.


컴퓨터가 일상 속에 당연한 듯 자리하게 되면서 손글씨를 쓰는 일이 많이 줄어들었는데, 필사 덕분에 다시 사람들이 각양각색의 펜과 노트를 찾게 된 것 같다.


여기에 필사라는 행위를 통해 읽고, 쓰고, 생각하는 시간까지 더해지면서 내면에 더 집중하게 되지 않았나 싶다. 쉽지 않은 세상살이지만, 나를 더 보듬고 챙길 수 있는 '필사'를 통해 더 나은 내 인생을 만들어가면 어떨까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일러스트 자기 앞의 생
에밀 아자르 지음, 마누엘레 피오르 그림, 용경식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랑하며 사는 삶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게 하는 책!"



이 책을 아주 오래 알아왔음에도 막상 읽어보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렇게 오랜 시간 내 책장에서 머물다 자리비움을 하던 시기에 사라졌고, 최근 다시 도서관 대여를 통해 읽게 되었다.


오랜 기간 읽지 않고 자리만 지키던 책에 대한 부채감 때문인지, 이번에야말로 완독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고, 실제로 그렇게 했다.


막상 읽고 보니 처음에 생각했던 장르와는 완전히 달라 좀 놀라웠는데, 읽기 전에는 자기 계발서나 인문학 쪽 책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막상 읽어본 책의 장르는 '소설'이었다.


내용을 더 잘 상상할 수 있게 도와주는 일러스트가 추가되어서인지, 책을 읽는 내내 배경이 되는 풍경과 사람들을 마음껏 머릿속으로 그려가며 읽을 수 있었다.


일층까지 이어지는 긴 계단과 침침하지만 아늑함이 느껴졌던 지하공간, 그리고 모모 주변에서 도움을 주던 이웃들의 모습까지.


너무 일찍 철이 들어 안쓰러운 마음이 들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당당하게 자기 몫을 해내는 모모의 모습을 보면서 많이 배우고 또 많이 반성하게 되었다.


열네 살 아이의 눈으로 바라본 파리의 빈민가 모습은 우리가 통상적으로 생각하는 풍경, 그 이상의 것들을 품고 있었다. 비록 가진 것이 없어 무시당하고 인종차별을 겪기도 했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었다.


서로를 아끼고 사랑해 주는 따뜻한 마음들 덕분에 부모를 잃은 아이들이 살아남을 수 있었고, 아플 때면 무료로 진료도 받을 수 있었다. 이 외에도 늙거나 병이 들어 도움이 절실한 이들에게는 누구 할 것 없이 이웃들이 합심해 선의와 인정을 베풀어 준 덕분에 이들은 또 무사히 하루를 살아낼 수 있었다.


사랑이 있기에 가능했고, 또 서로 사랑했기에 함께 견디며 살아갈 수 있었다. 우리 앞에 생이 아무리 남루하고 비참할지라도 '사랑'이 있다면 모모와 이들처럼 조금은 살만하다 생각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

등장인물 및 배경 소개

=====


■배경 도시

-멜빌: 유태인과 아랍인들이 모여사는 낙후지역으로 모모가 사는 지역

-비송거리: 흑인들만 모여사는 거리


■모하메드

-열네 살

-모모라고 불림

-세 살 때 처음 로자 아줌마를 만남

-아랍인

-회교도


■로자 아줌마

-육중한 몸을 가지고 있음

-폴란드 태생 유태인

-과거 몸으로 벌어먹고 살았음

-현재는 아이들을 돌보는 일을 하며 돈을 벌고 있음

-가장 무서워하는 건 암


■드리스 씨네 카페

-멜빌에 있는 카페로 하밀 할아버지가 자주 머무는 곳


■하밀 할아버지

-여든다섯 살

-양탄자 행상을 하고 있음

-눈이 아주 아름다움

-현재는 고령으로 눈이 멀었음


■롤라 아줌마

-서른다섯 살

-모모가 사는 건물의 오층에 살고 있음

-여장 남자로 불로뉴 숲에서 일함

-전에는 세네갈에서 권투 챔피언이었음


■카츠 선생님

-의사

-비송 거리의 유태인과 아랍인들 사이에서 기독교적인 자비심을 베푸는 사람으로 유명


■은다 아메데

-포주며 뚜쟁이

-아프리카 원주민

-까막눈으로 글을 쓸 줄 모름

-파리 시내 흑인들 중 멋쟁이

-나이지리아 출신으로 자수성가한 사람

-주말이면 고향에 편지를 부치기 위해 로자 아줌마를 찾아옴


■아르튀르

-우산으로 만든 모모의 친구


■나딘

-금발의 아가씨

-영화에 사람의 목소리를 입히는 직업을 가지고 있음


■라몽

-나딘의 남편

-의사


■유세프 카디르

-모모의 친부

-아랍인

-십일년간 정신병원에 감금되어 있었음


■아이샤

-모모의 친모

-인기 있던 거리의 창녀



=====

간략 줄거리

=====


모모가 3~4살 때쯤 로자 아줌마에게 보내지게 되면서 모모의 출생에 관련된 내용은 모두 비밀에 부쳐지게 된다. 그리고 모모는 엘리베이터가 없는 칠층 건물에서 로자 아줌마와 살며 그 어느 아이들보다 오랜 세월을 함께 그녀와 보내게 된다. (다른 아이들은 입양을 가거나 부모가 데려감)


로자 아줌마는 주로 창녀들이 일하러 간 시간 동안 그들이 낳은 아비 없는 아이들을 돌보는 일을 하며 돈을 벌었는데, 나이가 들고 병들기 시작하면서 점점 그것마저 어려워지게 된다.


모모는 이때쯤부터 스스로 돈을 벌기 위해 거리를 헤매거나 아이들의 몸을 씻겨주는 일을 하며 아줌마를 돕게 되는데, 곧 아줌마의 증상이 더 심해지면서 그것마저 어려워지게 된다.


그곳에 머물고 있는 아이들은 물론, 병든 아줌마의 간호까지 떠맡으면서도 모모는 끝까지 도망가지 않고 아줌마를 위해 헌신하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자신을 가장 사랑해 주고 아껴준 사람이 로자 아줌마라는 것, 그리고 그런 그녀가 사라지고 나면 모모 자신은 정말 혼자가 된다는 불안감을 느끼면서도 모모는 아줌마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리고 그렇게 지하방 깊숙한 곳에서 아줌마의 임종을 지키는 것은 물론 한동안 썩어가는 그녀의 시체와 함께 지내던 모모는 이웃들의 도움으로 그곳을 나와 새로운 곳에서 새 삶을 이어나가게 된다.



=====

기억에 남는 문장들

=====


-----

나는 엄마의 존재에 대해 의문을 가지기 시작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나만 빼고 모든 사람에게 다 엄마가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엄마가 나를 보러 오게 하기 위해 복통과 발작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

나는 좀 더 관심을 끌어보려고 아파트 여기저기에 똥을 막 싸갈겼다. 그래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끝내 엄마는 오지 않았고, 설상가상으로 로자 아줌마는 처음으로 나에게 바로 같은 아랍놈이라고 욕을 했다.

16페이지 中

-----


다른 아이들은 엄마가 자신을 보러 오는데, 모모만 엄마가 찾아오지 않았다.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얼마나 서럽고 부러운 일이었을까?


그래서 모모는 복통과 발작을 일으켜 관심을 끌어보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돌아온 건 오히려 로자 아줌마의 욕뿐이었다.


이 문장을 읽는데 너무 가슴이 아팠다. 엄마라는 존재를 처음 인식하고 찾지만 자신만 없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의 그 서러움을 과연 어느 누가 이해할 수 있을까?



-----

내가 엄마를 찾기 시작하자, 로자 아줌마는 건방진 녀석이라고 욕하면서 아랍 놈들은 다 그 모양이라고, 손을 내밀어 주면 팔까지 달란다고 푸념했다.

22페이지 中

-----


이 문장은 있는 그대로 해석하면 안 된다. 너무 사랑하고 아껴서 오히려 반대로 행동하는 걸로 해석해야 옳다. 로자 아줌마가 가장 오래 애정을 가지고 키워온 아이가 바로 모모다.


그런 아이가 이 세상에 없는 엄마를 찾는 것을 보고 로자 아줌마는 또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 그래서 더 강한 어투로 욕을 하고 푸념하며 아무것도 아닌 일인 양 넘기려 노력한 것이다. 이 문장은 그 노력의 흔적이라고 봐야 한다.



-----

나는 개를 받아서 쓰다듬다가 냅다 도망쳐버렸다.

(...)

나는 그 개를 끔찍이도 사랑하게 되었다.

(...)

결국 나는 '쉬페르'라는 이름을 선택했는데, 언제든지 더 좋은 이름이 떠오르면 바꿔줄 생각이었다. 나는 나의 내부에 넘칠 듯 쌓여가고 있던 그 무언가를 쉬페르에게 쏟아부었다. 그 녀석이 없었더라면 나는 무슨 짓을 저질렀을지 모른다.

(...)

나는 녀석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남에게 줘버리기까지 했다. 그때 내 나이 벌써 아홉 살쯤이었는데, 그 나이면 행복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사색이라는 것을 하게 되는 법이다.

(...)

쉬페르가 감정적으로 내게 점점 더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자, 나는 녀석에게 멋진 삶을 선물해 주고 싶어졌다. 가능하다면 나 자신이 살고 싶었던 그런 삶을.

(...)

내가 이 말을 하면 안 믿을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그 오백 프랑을 접어서 하수구에 처넣어버렸다. 그러고는 길바닥에 주저앉아서 두 주먹으로 눈물을 닦으며 송아지처럼 울었다. 하지만 마음만은 행복했다.

30~34페이지 中

-----


그 누구와도 제대로 애정을 주고받을 수 없었던 모모는 훔친 개에게 모든 애정을 쏟아붓는다. 그러다 마침내 자신의 삶을 개에게 투영하게 되었던 것 같다.


자신과 함께 있어봤자 자신과 같은 비참한 삶을 살게 되리라는 것을 직감한 모모는 자신이 살고 싶었던 삶을 그 개가 대신 살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부유한 어떤 이에게 개를 판다.


하지만 그 개를 판 돈만큼은 가질 수 없어 하수구에 버리게 된다. 이후 펑펑 우는 것으로 마음을 다 흘려버린 모모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게 된다.


너무 일찍 철이 들어버린 모모. 그리고 홀로 그 모든 상황을 감내하며 살아가는 이런 모습 때문에 더 짠하고 마음이 아팠다.



-----

매일 아침, 나는 로자 아줌마가 눈을 뜨는 것을 보면 행복했다. 나는 밤이 무서웠고, 아줌마 없이 혼자 살아갈 생각을 하면 너무나 겁이 났다.

101페이지 中

-----


모모는 일찍이 버려진 아이다. 그래서 로자 아줌마와 가장 오래 산 아이이기도 하다. 그런 모모에게 있어 아줌마의 존재는 세상 단 하나밖에 없는 가족이자 친구였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아줌마마저 언제 세상을 떠날지 모르는 상태처럼 보인다. 그래서 모모는 밤이 무섭고 아줌마 없이 살아갈 내일이 너무 두렵다.


모모에게 있어 매일 아침 로자 아줌마가 눈을 뜨는 것을 목격하는 것만큼 행복한 날이 또 있었을까?



-----

행복이란 것은 그것이 부족할 때 더 간절해지는 법이니까.

(...)

아무튼 나는 행복해지기보다는 그냥 이대로 사는 게 더 좋다. 행복이란 놈은 요물이며 고약한 것이기 때문에. 그놈에게 살아가는 법을 가르쳐 주어야 한다. 어차피 녀석은 내 편이 아니니까 난 신경도 안 쓴다.

(...)

행복에 관해서는 그놈이 천치짓을 하지 못하게 막을 법이 필요하긴 할 것 같다. 그냥 생각나는 대로 주절거리는 것뿐이다. 어쩌면 내가 잘못 생각하는 건지도 모르고. 하지만 나는 행복해지자고 주사를 맞는 짓 따위는 안 할 거다.

120페이지 中

-----


모모의 어른스러운 면과 현실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모모가 사는 멜빌은 빈민가다. 그렇기에 약을 하거나 몸을 파는 일은 흔한 일이다.


하지만 모모는 행복을 위해 마약을 하지 않겠다며 강한 신념을 드러낸다. 오히려 행복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내보이며, 그것은 자신에게 해당되지 않는 일이라고 강하게 선을 긋는다.


행복을 바라지 않으니 그에 대한 간절함 또한 없는 것이다. 어쩌면 이 덕분에 모모는 철이 일찍 들었을지언정 정신만은 건강한 아이로 자랄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

나는 시간이 흐르길 기다리며 어느 집 대문 아래 앉아 있었다. 하지만 시간은 세상의 어느 것보다도 늙었으므로 걸음걸이가 너무 느렸다.

139페이지 中

-----


어린아이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시간'은 거북이처럼 느리게 간다. 모모 역시 그렇게 느꼈고 나 역시 그랬다.


빨리 어른이 돼서 스스로 자신을 책임지는 사람이 되고 싶은데, 어린아이일 때는 그 시간이 참 더디게 흘러간다. 하지만 막상 어른이 되면 눈 깜짝할 사이 지나가버리고 만다. 바랄 때는 이루어지지 않고, 막상 원하지 않을 때는 사라져 버리는 시간, 참 아이러니하다.



-----

경찰은 이 세상에서 제일 힘이 센 존재들이다. 경찰 아버지를 둔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보다 아버지를 두 배로 가진 셈이다. 경찰에서는 아랍인이건 흑인이건, 프랑스와 조금만 관련이 있는 사람이면 다 받아준다. 빈민구제소를 거친 창녀의 아들이라 해도 아무도 그들에게 뭐라고 하지 않는다. 그래서 말인데, 경찰이 되는 것보다 더 좋은 길은 없다. 군인들조차도 장군을 빼고는 그들과 비교도 안된다.

(...)

나는 언젠가 알제리에 가면 경찰이 될 것이다. 그곳은 경찰이 정말 필요한 곳이다. 프랑스에는 알제리보다 알제리인이 훨씬 적은데, 그 이유는 이곳에서는 알제리인들이 할 일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145페이지 中

-----


아이의 눈높이에서 바라본 경찰에 대한 이미지가 이토록 강력하고 막강하구나 싶어 살짝 웃음이 나기도 하면서도 얼마나 힘(권력)을 갖고 싶어 하는지가 보여 안쓰러운 마음이 드는 문장이기도 하다.


부모가 없는 아이, 창녀가 낳은 아이, 로자 아줌마가 없으면 빈민구제소로 가야만 하는 아이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무력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여기에 더해 아랍인이라는 출신 배경으로 인해 인종차별도 많이 당했을 것이다. 그 아이의 눈에 비친 세상에서 이 모든 것을 상쇄시킬 수 있는 방법은 오롯이 자신이 경찰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래서 아이는 경찰이 되는 것이 꿈이다. 그것만이 무시당하지 않고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길처럼 보였을 것이다.



-----

하밀 할아버지는 말이야말로 사람을 죽이지 않고도 뭐든 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는데, 나중에 시간이 나면 다시 생각해 봐야겠다. 하밀 할아버지는 말이 세상에서 가장 강한 것이라고 했다.

164~165페이지 中

-----


하밀 할아버지는 이 소설 속에서 지식인, 세상의 많은 것을 알고 있는 자처럼 느껴진다. 비록 눈은 멀었지만 세상에서 가장 예쁜 눈을 가졌고, 또 눈이 멀기 전에는 모모에게 글자를 비롯해 많은 것들을 알려주며 모모가 제대로 성장하는 데 밑거름을 깔아준 인물이기도 하다.


그런 하밀 할아버지가 말한 '말이 세상에서 가장 강한 것'이라고 말한 부분은 말의 힘에 대해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험난한 세상을 살아가는데 아무런 울타리도 없는 모모에게 하밀 할아버지는 어쩌면 스스로 버팀목이 되어줄 가장 강력한 무기이자 힘인 '말'의 힘을 주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

나는 할 수 있다면 늙은 창녀들만 맡고 싶다. 나는 늙고 못생기고 더 이상 쓸모없는 창녀들만 맡아서 포주 노릇을 할 것이다. 그들을 보살피고 평등하게 대해줄 것이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힘센 경찰과 포주가 되어서 엘리베이터도 없는 칠층 아파트에서 버려진 채 울고 있는 늙은 창녀가 다시는 없도록 하겠다.

175페이지 中

-----


아이의 시선과 철든 마음이 더해져 만들어진 '진심'이 가장 잘 드러난 문장이 바로 이것이 아닐까 싶다. 아이의 주변에는 창녀와 늙고 못생긴 로자 아줌마, 그리고 포주, 힘세 보이는 경찰이 있다.


이것을 조합하여 아이는 연민과 사랑을 담아 세상에서 가장 힘센 경찰과 포주가 되어 힘없고 못생기고 늙고 더 이상 쓸모없는 창녀들을 포용하고 책임지고 싶다 말한다.


기특하고 대견한 마음이 드는 한편, 얼마나 상황이 형편없었으면 이런 생각을 품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

"선생님, 내 오랜 경험에 비춰 보건대 사람이 무얼 하기에 너무 어린 경우는 절대 없어요."

298페이지 中

-----


우리가 통상적으로 알고 있는 문장은 '사람이 무얼 하기에 너무 늦는 일이란 없다'인데, 겨우 열네 살을 살아온 아이의 세상에서는 '너무 어린 경우'가 없나 보다.


일찍이 더 어린아이들을 돌보고 씻기는 일은 물론, 병든 로자 아줌마를 돌보고 또 돈을 벌어오는 일까지 하던 모모이기에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

사랑해야 한다.

343페이지 中

-----


맞다. 우리는 서로 사랑해야 한다. 세상에 사랑이 사라지면 암흑천지가 될 것이다. 모모가 사는 비참한 현실 속에서도 사랑이 있어 '오늘'을 살 수 있었다.


그들이 아낌없이 내어준 돈과 먹을거리, 선심, 봉사, 인내 등이 있어서 로자 아줌마는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삶을 마감할 수 있었고, 또 로자 아줌마가 돌보던 아이들도 죽지 않고 제자리를 찾아갈 수 있었다.


사랑하고 사랑받는 것,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이 책은 모모의 삶을 통해 전하고 있다.



=====

마무리

=====


모모의 길지 않은 십사 년 생을 통해 사랑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 책은 전한다. 사랑은 다양한 이름으로 이 세상에 존재한다. 연민, 봉사, 인내, 회초리, 보살핌, 꾸지람 등등.


그리고 모모를 둘러싼 수많은 사람들이 모모를 지켜봐 주고 돌봐준 덕분에 아이는 별 탈 없이 건강하게 살 수 있었다.


돌봄과 사랑을 전해준 로자 아줌마, 글자와 세상의 이치를 가르쳐 준 하밀 할아버지, 필요할 땐 언제든 나타나 돈과 먹거리를 제공해 준 롤라 아줌마, 아프거나 치료가 필요할 땐 무상으로 치료를 해준 카츠 선생님, 아줌마의 몸을 칠층까지 날라주거나 힘이 필요할 때는 기꺼이 손을 빌려준 자움 씨네 네 형제들, 아이의 마지막 안식처가 되어준 나딘과 라몽 부부까지.


이득을 생각하기보다 마음을 내보이며 직접적 도움을 준 이들 덕분에 모모의 빈민가에서의 삶이 불행과 쓸쓸함으로만 남지는 않았던 것 같다.


현실적으로 학교도 가지 못한 십 대 소년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불행을 떨치기 위해 상상 속 친구를 불러들이거나, 거리의 여자들이 내미는 돈 몇 푼을 받아오는 것이 전부였을 것이다.


하지만 이웃들의 사랑과 관심 덕분에 모모는 무사히 자기 앞에 놓인 생을 펼쳐나갈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작은 힘이 모이고 모여 결국 경이로운 희망을 만들어 낸 것이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도 어쩌면 이런 '사랑'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는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