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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바키 연애편지
오가와 이토 지음, 권남희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2월
평점 :
"편지가 주는 감성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소설!"
벚꽃을 떠올리게 하는 기분 좋아지는 책 표지 덕분에 읽기 전부터 설레는 마음으로 이 책을 펼쳐들었다. 그리고 잊힌 편지 감성에 다시 흠뻑 빠져들 수 있었다.
이 책의 저자인 오가와 이토는 나에게는 이미 검증된 작가나 다름없는데, 앞서 출간한 <달팽이 식당>과 <츠바키 문구점>을 통해 이미 저자의 감성코드가 나와 잘 맞는다는 것을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작이 나온 것을 보고 주저 없이 이 책을 선택했고 역시나 그 선택은 옳았다. 너무 오랜만에 만난 저자의 책이라 모처럼 '저자'와 '책'에 대해 이런저런 정보를 검색해 봤는데, 출간된 책들 중에 읽어보지 못한 책들이 꽤 많이 발견되어 깜짝 놀랐다. 덕분에 다음에는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덜게 되었다.
총 5장으로 구성된 이 책에는 포포의 출산과 육아, 그리고 다시 재개한 대필 사연에 대한 내용들로 가득 채워져 있는데, 그중에는 충격적인 이야기도 함께 포함되어 있다.
바로 할머니의 사랑 이야기로, 숨겨진 그녀의 열정과 남다른 애정 이야기를 엿보면서 엄마나 할머니도 결국 여자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여기에 더해 더 확장된 사랑 이야기도 함께 담아내면서 과거와 현재를 모두 아우르는 느낌을 받았다. 요즘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 '편지'와 '대필'이라는 소재 위에 현시대의 상황과 요소들이 양념처럼 추가되면서 이야기는 고루하지 않게 펼쳐진다. 그래서 담백하지만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만나볼 수 있는듯하다.
편지를 흔하게 주고받던 시절의 이야기에 더해 대필로라도 마음을 전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진심을 이 책을 통해 만나보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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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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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츠바키 문구점>, <반짝반짝 공화국>에 이어 포포짱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으로, 실제 존재하는 가마쿠라라는 지역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덕분에 평범한 동네였던 그곳이 어느새 명소들로 가득해졌다는 번역가의 후문도 있다. 이 때문인지 언젠가 기회가 되면 소설 속에 등장한 장소들을 둘러보며, 맛있는 음식들을 직접 먹어보고 싶다.
그냥 관광명소를 가는 것과는 다른, 소설 속에 들어온 것 같은 짜릿한 느낌이 들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드는 건 비단 나뿐일까?
2탄인 <반짝반짝 공화국>은 아직 읽어보지 못했는데, 포포가 새로운 가족을 맞이하게 되는 이야기가 실려 있다고 하니, 다음에는 이 책을 꼭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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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및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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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에 등장하는 배경 안내도
■하토코(포포)
-에도시대부터 대필을 가업으로 이어온 츠바키 문구점의 11대 대필가
-미츠로와 결혼하면서 모리카게 가의 일원이 됨
■미츠로
-아내와 사별하고 딸 큐피와 함께 고향인 가마쿠라에 내려와 식당을 차림
-이후 포포와 결혼 후 행복하게 사는 중
■큐피
-미츠로와 미유키 사이에서 태어난 딸
■바바라 부인
-포포의 옆집에 살았던 온화한 노부인
-지금은 남프랑스에 머물고 있음
■빵티
-초등학교 교사인 포포의 친구
-대필 의뢰를 통해 남작과 인연을 맺게 됨
-현재 교사를 그만두고 유명 빵집을 운영 중
■남작
-선대의 친구이자 빵티의 남편
■선대
-츠바키 문구점의 10대 대필가이자 포포의 할머니
-선대의 죽음으로 포포가 가마쿠라로 돌아와 츠바키 문구점을 운영 중
■미유키
-미츠로의 전부인이자 큐피의 엄마
-묻지마 살인 사건의 희생자
■코우메와 렌타로
-미츠로와 포포 사이에서 태어난 남매
-코우메는 둘째 딸, 렌타로는 아들로 셋째
-연년생으로 태어났지만 같은 학년이며 이제 막 초등학교에 입학함
■마이
-포포의 소꿉친구
■토마
-3년 전 사용하지 않아 방치된 삼촌의 집으로 이사 후 현재 이즈오시마섬에서 도예를 하고 있음
-짐을 정리하다가 삼촌에게 보낸 카시코씨의 연애편지를 발견
■토무
-토마와 같이 사는 동거인이자 연인
-포르투갈 출신이며 스물아홉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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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략 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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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짱 시리즈 3편에서는 대필을 다시 시작하면서 만나게 되는 다양한 의뢰 내용과 더불어 포포의 출산과 육아, 그리고 큐피의 사춘기, 여기에 더해 쇼킹했던 할머니의 옛사랑 이야기에 대해 만나볼 수 있다.
6년 전 둘째 딸 코우메가 태어나고, 그 이듬해에는 장남 렌타로가 태어나면서 포포의 가족은 어느새 다섯 식구가 된다. 그리고 장녀 큐피(하루나)는 올봄에 중학교 3학년이 되었다.
가족 안에서 크고 작은 변화가 일어나면서 큐피는 어느새 사춘기에 접어들게 되고 이로 인해 갈등을 겪게 되면서 포포는 한동안 마음고생을 하게 된다.
하지만 편지를 통해 다시 화해하게 되고, 이로써 더 깊은 유대관계를 맺게 된다. 문자, 카톡, 라인, 이메일, 각종 SNS가 편지를 대신한지 오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면 역시 편지만 한 게 없다는 생각을 절로 하게 될 것이다.
대필 에피소드에 관한 내용을 간략히 살펴보면,
●사랑하는 시어머니에게 보내는 편지
●치매 초기인 자신에게 보내는 편지
●고령의 아버지에게 운전면허 반납을 권하는 편지
●부모에게 커밍아웃하는 편지
●판매 목적의 광고 문구를 써달라는 요청
●소음으로 갈등을 겪고 있는 이웃에게 전하는 편지
등에 관한 내용을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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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 깊었던 에피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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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후반의 한 여성이 의뢰를 위해 츠바키 문구점에 방문하게 된다. 그녀는 초로기 치매(조기 발병 치매)를 겪고 있었는데, 독신이었고 아이도 없었으며 부모님도 이미 돌아가셨고 형제자매도 없었다.
그녀가 처음 치매를 발견하게 된 계기는 직장에서 실수가 잦아지고 반복적으로 질문하는 것을 동료가 언급하게 되면서부터다.
최근에는 실수가 더 잦아지고 기억력이 떨어지면서 일까지 그만두게 되었고, 이제는 심지어 자기 이름조차 생각나지 않아 항상 노트를 가지고 다닌다고 한다.
그렇게 점점 기억을 잃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면서 그녀는 자신이 어떤 사람이고 어떤 인생을 살아왔는지와 같은 내용들을 자기 자신에게 정기적으로 보내기 위해 의뢰를 하러 포포를 찾아오게 된 것이다.
이에 포포는 의뢰를 승낙하고, 의뢰인이 좋아하는 달 시간에 맞춰 보름달과 초승달이 뜨는 날에 맞춰 그녀(고모리)의 일생을 정리한 편지를 보내기로 한다.
***
요즘 우리 주변을 살펴보면 1인 가구로 사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볼 수 있다. 향후 몇 년간 더 늘어날 거라는 전망들이 많은데, 그래서인지 더 현실적으로 다가왔던 이야기 중 하나다.
처음부터 혼자 살았던 가구를 포함해, 가족구성원이나 부부끼리 사는 가구들도 언젠가 1인 가구가 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 때 치매와 같은 증상들을 겪게 되면 얼마나 당혹스러울까?
초로기 치매를 겪게 된 주인공은 이에 대해 자기만의 방책으로 잃어버린 자신을 언제든 다시 떠올릴 수 있도록, 주기적으로 자신에 대한 내용들을 받아볼 수 있게 대필 의뢰를 신청하게 된 것이다.
이 에피소드를 읽으며 나를 이 상황에 대입해 보았다. 결론은 나 역시 그녀처럼 대필을 의뢰해 볼 것 같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매번 같은 내용이라 할지라도, 그런 편지를 받으면 반갑고 또 반갑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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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남은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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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생각하면 그런 나쁜 일을 포함해서 모든 것이 내 인생의 자양분이 된 것 같아.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일단 그것을 거스르지 않고 이 손으로 받아들이고, 또 물에 떠내려 보내고. 그 반복. 그저 시간이 흐르기를 기다리는 거지. 어느 순간부터는 나는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걸 깨달았어."
(...)
"어느 날 문득, 어라? 눈앞의 풍경이 많이 달라졌네, 하고 깨닫게 되지. 그게 바로 시간의 힘이야. 사람에게도 자연치유력이 있어서, 상처도 그냥 놔두면 저절로 낫잖아. 의미 없는 반항을 하는 게 오히려 사태를 더 나쁘게 만드는 것 같아. 그런 때일수록 힘을 쭉 빼고 흐름에 몸을 맡기는 거야. 그러면 나중에는 그 일도 우스갯거리가 돼."
61~6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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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거슬러 최선을 다해 인생의 방향을 바꿔야 할 때도 있지만, 반대로 시간이 흐르는 대로 두고 치유가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할 때도 있는 법!
상처의 모양과 형태에 따라 어떤 것은 그냥 나을 때까지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한다는 인생 교훈을 이 문장을 통해 다시 한번 깨우친다.
너무 힘이 들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면, 그냥 힘을 빼고 시간의 흐름에 몸을 맡겨보자. 그러다 보면 언젠가 그 모든 일들은 옛일이 되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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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인생을 한번 전부 지우고 초기화하고 싶을 때가 있지 않습니까? 하지만 사람은 용기가 없어서 좀처럼 그걸 하지 못하죠. 그런데 눈앞의 대자연은 그걸 당당히 해내니까, 저도 미하라 산을 존경합니다."
22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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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리셋 시키고 새롭게 시작하는 자연을 마주할 때면 경이로운 마음이 드는 동시에 두려운 마음이 함께 든다. 인간은 절대 하지 못하는 일이자, 자연 앞에서는 인간 또한 초기화될 수 있는 대상 중 하나이기에 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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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은 유원지 같은 걸지도 몰라. 제트코스터로 공포를 맛보고, 회전목마로 로맨스를 느끼고, 인생을 즐기기 위해 유원지에 온 게 아닐까?"
(...)
"하지만 말이야, 누구나 반드시 유원지를 떠나야 하잖아. 어쩌면 그것이 세상의 유일한 규칙일지도 몰라. 유원지에서 얼마나 잘 즐기는지가 인생의 진짜 가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339~34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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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장을 읽으며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 모두는 잠시 이 세상에 놀러 왔다가 금방 다시 저세상으로 간다. 이것을 굳이 비유하자면 유원지에 잠시 놀러 온 상황에 대입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잠시 놀러 온 유원지에서 얼마나 잘 즐기는지가 관건이 아닐까? 그 차이가 어쩌면 삶을 결정짓는 가장 큰 차이일지도 모르겠다.
가치 있는 인생을 살고 싶은가? 그렇다면 매일, 매 순간 재미있고 즐거운 인생을 살아보는 건 어떨까.



편지를 단순히 대신 써주는 정도가 아니라, 상황이나 사람에 따라 글씨체를 달리해서 쓰기도 하고, 쓰는 형식(세로쓰기, 가로쓰기)을 바꾸기도 한다. 또 편지지나 우표, 스티커, 펜, 실링 같은 디테일도 매우 신경 써서 마무리하는 포포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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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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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포포를 다시 만나고 보니, 그리운 옛 친구를 다시 만난 기분이다. 추억 앨범 속에 고이 간직하고 있던 따뜻하고 그리운 무엇을 다시 마주한 기분이라 더 그렇게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오가와 이토의 다른 소설은 물론 이미 읽은 <달팽이 식당> 같은 소설을 다시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소설 하나로, 모처럼 꽁꽁 언 온몸이 눅진하게 녹아내린 기분이다. 그래서인지 오늘 밤만큼은 기분 좋게 잠자리에 들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