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든 세계지도로 세계여행 계획하기 - 전세계 여행/문화, 역사이야기를 담은 세계지도, 2022-2023 개정판 에이든 가이드북 & 여행지도
타블라라사 편집부.이정기 지음 / 타블라라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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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세계 여행을 꿈꿔오고 곳곳을 누비면서 사실 가장 갖고 싶었던 게 한 가지 있었다. 

바로 세. 계. 지. 도

 

누군가는 인터넷 검색만 하면 손쉽게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냐고 이야기할지도 모르지만, 내가 진짜 가지고 싶었던 것은 그런 지도가 아니었다.

그저 땅덩이를 나누듯 경계선을 그리고 거기에 네 땅 내 땅을 표기한 세계지도가 아니라,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는 지도!!

 

그게 바로 내가 찾고 있는 세계지도였다.

 

여행을 계획할 때마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을 때마다, 생각날 때마다 이곳저곳을 찾아보아도 그저 나라와 수도를 나타내는 지도 외에 내가 찾는 지도는 쉽게 눈에 띄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 <에이든 세계지도로 세계여행 계획하기>를 통해 살펴본 지도는 그동안 열심히 찾아다니던 바로 그 지도였다.

 

나에게 여행을 다닌다는 건 그저 '어디를 다녀왔어'보다는 그 나라의 문화, 언어, 역사, 건축 등을 직접 보고 체험할 수 있는 경험 그 자체를 즐기고 깊숙이 이해하는 것에서 큰 매력을 느낀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언젠가부터 여행 전후에 여행지에 대해 이것저것 알아보고 기본적인 것들은 찾아보고 기록하면서 정리를 해나가기 시작했는데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그냥 보는 것과는 확연히 다른 많은 것들이 흥미롭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세계라는 무대는 숲에서 나무를 속속들이 들여야 봐야 문화와 흐름을 한층 더 제대로 들여다볼 수 있는데 일반적으로는 특정 나라나 혹은 특정 부분에 대한 영역만 강조되어 확인되는 구조라 사실 전체를 그리며 보기는 어려웠다.

 

그런데 이 지도를 살펴보면서 학생 시절 공부했던 여러 교과 과목의 내용과 여행을 하면서 알게 된 여러 내용들이 잘 정리되어 한눈에 파악하기 좋은, 그야말로 세계를 한눈에 들여다볼 수 있는 지도라는 점에서 깜짝 놀랐다.

 

각 나라와 도시는 물론, 왕국과 제국, 나라별 국기/인종/사용언어, 주요 국립공원과 문명 발생지, 깨알 같은 역사 스토리까지 A1 사이즈의 지도 2장과 미니 맵북에 이토록 많은 정보를 담을 수 있다니 그저 보물을 얻은 기분이었다.


택배를 받는다는 건 원하는 물건을 얻는 즐거움도 있지만,

때론 새 상품의 포장지를 뜯으며 얻는 만족감도 있다.



고급 크라프트 단추 박스에 지도와 스티커가 쏘옥~!



총 구성은


미니맵북
세계 역사지도
세계 여행 지도
반투명 물방울 스티커 1세트


로 구성되어 있다.

 

 



<미니맵북>

미니맵북 형태라 가볍게 가지고 다니기도 딱 좋은 사이즈!


A1 사이즈의 역사지도와 여행 지도의 내용이 잘 정리되어 있어 여행할 때 이 한 권으로도 충분해 보인다.




나라와 도시를 색깔과 텍스트 크기, 국기로 표기하고 주요한 부분에 일러스트 등을 활용하여 시각적인 부분에 있어서 한눈에 파악이 쉽도록 구성되어 있다.




찾아보는 김에 우리나라도 살펴보았다. 지도 하나로 한 나라의 과거와 현재, 주요 도시, 역사, 주변 나라의 정황까지 확인 가능하다. 




 

<세계 여행 지도>

시원한 파란색 배경에 그려진 지도는 <세계 여행 지도>로 확인하면 된다. 주요 여행지에 대한 정보가 깨알같이 담겨있는데 분쟁지역, 제국/왕국, 문명 발생지 등의 표시되어 있어 이 지도를 참고해서 주변 나라와의 관계를 이해하고 여행 일정을 짜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한눈에 주요 도시들도 파악이 가능하니 루트를 짜는 즐거움은 배가 되지 않을까?





<세계 역사지도>

하얀색 배경에 그려진 지도는 <세계 역사지도>로 확인하면 된다. 세계 170여 개의 역사를 구석구석 살펴볼 수 있도록 알차게 정리되어 있어 역사를 알아가는 재미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A1 사이즈의 지도는 돌가루로 만든 특수 방수지라 그런지 만지면 부들부들한 재질로 촉감도 남다르다.
100% 방수까지 된다고 하니 기존 종이 지도가 가지고 있던 단점을 잘 보완한 지도란 생각이 든다.

 

또한 바닥에 한가득 펼쳐야 할 만큼 사이즈가 크지만(가로x세로=841mmx594mm) 여행 계획을 세울 땐 크게 보고 이후엔 접지 형태로 크라프트 단추 박스에 간단하게 정리가 가능하니 부담스럽지 않아 더 좋은 것 같다.

 

물방울 스티커를 붙이며 여행 전 일정에 따른 루트를 미리 계획해 보고 시뮬레이션 해보면서 여행 계획을 세워볼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설렘 가득~♥

 

면적 왜곡을 최소화한 '로빈슨 도법'으로 국가별 면적 오차도 최소화했다고 하니 디테일한 부분까지 챙겨주어 든든한 마음도 든다. 


불필요한 내용들은 걷어내고, 여행에 필요한 주요 도시와 역사적 내용, 여행정보 등이 담겨있어 직관적이고 한눈에 파악이 가능해 나처럼 여행을 좋아하거나, 제대로 된 세계지도를 찾는 사람들에게는 딱 맞는 여행지도라는 생각이 든다.

 

다음 여행을 떠나기 전에 벽면 한편에 붙여두고 어디로 떠날지 매일 들여다보는 것도 하나의 즐거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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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랙을 도는 여자들 오늘의 젊은 문학 3
차현지 지음 / 다산책방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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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여자아이가 귓속말을 하는 표지가 인상적인 '트랙을 도는 여자들'은 총 10편의 단편 이야기를 담고 있다. 


10가지의 단편 이야기는 주로 '죽음'과 '우울증'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그래서인지 이 책에 실린 이야기들은 대체적으로 무채색의 느낌으로 다가온다.
신기한 건 읽는 동안은 서로 다른 각각의 단편으로만 여겨지던 이야기가 다 읽고 난 후에는 몇 가지의 주제로 압축된다는 점이다. '여성' '우울증' '죽음'과 같은 키워드로 꼽을 수 있는데 각 이야기들은 마치 모난 돌의 각 단면을 들여다보듯 개성 있는 스토리로 꽉꽉 채워져 있다.

 

그렇다고 모든 이야기의 화자가 여성인 것은 아니다. 이를테면 '해변의 소견'이나 '문은 조금 열어 둬' '트릭'은 남성이 화자로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목차>
트랙을 도는 여자들
무덤 산보
해변의 소견
녹색극장
문은 조금 열어 둬
미주와 근화의 이란성 쌍둥이 썰
미치가 미치(이)고 싶은
트릭
핑거 세이프티
우리의 마지막 잠

 

과거에도 현재도 여전히 진행 중이지만, 특히 20세기를 거쳐온 사람들에게는 많이 공감되는 '여성'들의 삶과 이야기들이 녹아들어 있어 정서적으로 공감되는 부분의 이야기들이 많았다. 요즘 많이 뉴스에서 거론되는 여성에 대한 무차별적인 위협이나 폭력성, 가부장적인 사회 인식 속 여성의 모습, 약자가 마땅히 보호받아야 할 사회 시스템의 부재가 그것이다. 예전보다는 좋아졌다지만 중요한 건 '여전히' 이러한 위협 속에 여성들은 노출되어 있고 그로 인해 각자 겪게 되는 트라우마와 우울증, 심하면 죽음에 이르기도 한다는 점은 현재도 여전하다는 점이다.

 

<트랙을 도는 여자들>은 303호 여자의 죽음과 더불어 숨죽여 사는 름이와 그리고 비슷한 처지의 우지의 이야기를 읽으며 강남역 살인사건 외에도 빈번하게 뉴스에서 언급되는 무차별적인 여성에 대한 폭력을 떠올리게 했다.

 

<해변의 소견>에서는 평소 온순하고 욕심 없이 성실하게 살아온 한 남자가 아들과 떠난 해변으로의 여행에서 보여주는, 느닷없이 낯선 여자에게 욕설을 퍼붓는 등의 언행을 하는 남자를 통해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하게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엿봤으며 특히 교통사고 현장에서 막말을 퍼붓는 남성 운전자의 모습도 떠올리게 했다. 자신의 와이프와 아들이 괘씸하고 마음에 들지 않아도 한마디도 제대로 내뱉지 못하는 가장, 성공의 기회를 연거푸 놓친 자신의 모습이 사실은 가장 불만스러우면서 모든 이유를 외부로 돌리고 있는 사회에 불만이 많은 사람들의 한 단면도 엿보았다.

 

<미주와 근화의 이란성 쌍둥이 썰>은 여러 가지로 생각을 하게 하는 내용이었는데, 마치 거울을 보는 듯했던 미주와 근화의 모습이 우리 모두가 지니고 있는 양면성을 대표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아가기 위해 미래는커녕 수익도 보장되지 않는 일을 하며 뒤에서는 누군가를 동경하는 삶을 살고 있는 근화는 스트레스 해소를 먹는 걸로 해결하는 섭식장애를 앓으며 점점 자신을 잃어 가는 삶을 살고 있다. 우연히 자신이 동경했던 한 유튜버 '미주'의 행적을 따라 방문한 동네에서 그 유튜버로 오해를 받아 그녀의 팬으로부터 선물도 받고 좋은 시간을 갖지만 곧 사칭을 알게 된 미주가 동영상에 파격적인 모습을 올리게 되며 화제가 된다. 이로 인해 그녀를 인터뷰하기 위해 작가팀이 그 동네를 방문하게 되면서 우연히 직접 만난 '미주'는 유튜브 영상에서와는 대조적으로 자신과 별반 다르지 않았던 모습의 미주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데..
그런 그녀의 모습을 발견한 그녀가 결국 행한 일은 이선혜에게 전화해 미주를 찾았다고 보고하는 것이었다.
당당해 보이고 화려해 보이던, 동경하던 미주의 망가진 모습이 자신과 별반 다르지 않았던 민낯을 본 근화의 심정은 어땠을까? 고소한 마음이었을까? 우쭐한 마음이었을까? 아니면 또 다른 마음이었을까?

 

<핑거 세이프티>는 소통의 부재와 우울증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정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어 마음이 많이 가는 내용이었다. 자식들 거느리며 안팎으로 경제력까지 책임지고 있던 엄마와 무능력하며 아들을 바라는 가부장 제도의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아버지의 일탈. 그리고 하루가 멀다 하고 벌어지는 부부 싸움 속 위축되어만 가던 나와 동생. 열두 살 이후 수도 없이 일탈을 감행하는 아버지를 열아홉이 되는 해 온전히 집 밖으로 내쫓고 완전히 법적으로 남남이 된다. 이후 엄마는 어느 순간 술을 마시기 시작했고 우울증에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무던히도 속을 썩이던 아버지와 남남이 된 이후에도 엄마는 나보다 남편이 우선이었다. 나는 엄마와 동생만을 가족으로 생각했기에 아버지는 '그녀의 남편'으로, 할머니는 '그녀의 시어머니'라고 지칭한다. 가장 사랑하고 의지했지만 엄마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자신은 보호받지 못했다는 생각에 원망 또한 깊다. 어느새 나 역시도 우울증에 걸려 여러 차례 자살시도를 한다. 사랑하지만 애증 하는 관계인 엄마와 나는 그래서 꼭 필요한 대화를 나누는 것 이상으로 가까이 가지 않는 안전거리 유지가 필수다. 

 

엄마의 손길이 가장 필요할 때 엄마는 나와 동생을 먹여살리기 위해 돈을 벌어오느라 바빴다. 그 와중에도 일찍 일어나 맛있는 아침밥을 해 먹이는 것으로 아이들에 대한 사랑을 대신했다. 하지만 그 외에는 신경 써주지 못했다. 다른 가족들처럼 같이 외식을 하거나 잘한 일에 대한 칭찬을 해주거나 수영 강습에 찾아와 지켜보는 다른 엄마들처럼 자리해 주지 못했다.
어린 나는 여러 위험요소가 노출되어 있었지만 어느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보호받지 못했다. 가령 수영 코치가 자꾸만 자신의 허벅지 위에 앉히는 행동 같은 것들 말이다. 
아이가 성인이 되도록 그런 여러 불안과 갈등이 표출되지 못하고 안에 계속적으로 갇히고 쌓이면서 결국 아이 역시도 우울증을 겪으며 자살시도를 번복한다.
어릴 때 부모로부터 느꼈던 심리 불안, 그리고 수영 선생님으로부터 받았던 성추행, 다른 가족들을 보며 느꼈을 박탈감, 칭찬받고 인정받고 싶은 욕구조차 억눌러야 했을 '나'의 심리는 얼마나 상처받았을까?

 

이 이야기 속의 사람들은 미치거나 죽지 않고 살아가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살아간다. 참고 참다가 우울증에 잠식되기도 하고, 버티다 버티다 자살시도를 하기도 하지만 주변의 죽음을 목도하며 자신과 같은 사람들의 처지를 이해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특별한 말이나 위로 없이도 그냥 덤덤히 받아들이고 그 자체로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수많은 폭력과 범죄에 노출되고 공포에 잠식당해 우울 속으로 빠져들어가는 약한 마음이지만, 그래서 더 그만큼의 끈끈함도 엿보인다. 그녀들의 생존이, 살아가고자 하는 안간힘이 스토리를 통해 그 자체로 인정과 존중을 하게 된다.

 

이는 좋고 나쁨의 평가로 표현되기보다, 화자의 이야기를 통해서 그저 담담하게 서술되기에 더 그렇게 와닿는 것 같다. <우리의 마지막 잠>에서도 상황과 자신의 감정에 대해 무감하게 툭툭 서술되다가 마지막은 '그러나 딜라는 죽었고 나는 살았다.'라는 말로 끝을 맺는다.

 

10편의 스토리를 통해 다시 한번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여성'과 우리 사회 곳곳에 스며들어 있는 '우울' 그리고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일상 속 위협으로부터 하루빨리 벗어날 수 있도록 법과 시스템 개선, 그리고 사회적 인식의 개선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을 담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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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식범 케이스릴러
노효두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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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시작은 유명한 범죄심리학자이며 프로파일러인 도경수가 아버지의 기일을 맞아 산소를 방문하러 가던 산속 길에서 갑작스레 교통사고 후 납치를 당하는 시점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처음에는 어리둥절했다. 눈을 뜬 곳은 마치 감옥을 연상시키는 좁고 불쾌한 공간이었고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그러다 차츰 사고가 일어난 시점의 기억이 서서히 돌아오며 교통사고 후 자신을 도와주기 위해 다가왔던 뒤차의 운전자가 자신에게 클로로포름으로 입을 막고 마취주사를 놓았다는 사실을 기억해 낸다. 한 번씩 방문하여 링거액을 교체해 주는 무표정한 얼굴의 여자, 그리고 식사시간에 외부에서 문 사이의 작은 공간을 통해 음식을 넣어주는 누군가. CCTV를 통해 감시되는 하루 일과와 때가 되면 자동으로 켜지는 TV.

 

켜진 TV 화면을 들여다보며 가만히 생각해 본다. 자신을 감금한 이는 누구일까? 그렇게 자기 스스로를 프로파일링 하며 가장 유력한 3명을 꼽아본다. TV까지 출연하며 존경과 신뢰를 받고 있는 그였지만 아무런 단서 없이 정확한 범인을 특정하기엔 어려움이 많다.

 

그러다 기회를 틈타 감옥 같은 그곳에서 도망을 친다. 회복되지 않은 컨디션으로 겨우 헤매고 돌아다닌 산길 입구쯤에서 겨우 다가오는 차 한 대를 발견하고 도움을 요청한다. 한숨을 돌린 후 뭔가 서늘한 느낌에 고개를 돌려 바라본 운전자의 얼굴이 자신과 똑같았다.

 

이야기는 총 5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목차의 각 제목이 곧 이야기의 핵심 인물이다.

 


1부: 범죄심리학자
2부: 뮤지컬 제작자
3부: 미스터리 유튜버
4부: 성형외과 의사
5부: 면식범

 

모든 이야기는 6년 전의 사건에서부터 시작된다. 대학교 정교수가 되고 첫 번째 범죄심리학 강의를 하던 날 아내로부터 걸려온 전화에서 아들 지웅이 사람을 죽였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 길로 사건 현장에 도착한 그는 사건을 수습하고 이미 사망한 아이의 시체를 골프백에 담고 사건 현장을 은폐한 후 마침 최근 자신이 프로파일링 중인 미제 사건 중 하나인 '팔봉산&무악산 여아 살인사건'을 떠올리며 무악산에 아이를 유기한다. 그리고 이와 관련하여 미제 사건과 비슷한 형태로 조작 및 은폐한다.

 

이후 도경수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유명세를 떨치며 승승장구하며 살아간다. 이후 아내와 협의하여 부부 싸움 후 이혼한 형태로 주변에 알리고 아들은 죽은 것으로 위장하여 외진 시설에 이름을 바꾸고 입원시킨다. 그리고 그 근처 장모님이 곁에서 살 수 있도록 집을 마련한다. 더불어 이 사건으로 인해 혹시 위험에 처할지도 모를 딸 지원은 어느 바닷가 마을에 보안이 철저한 집을 마련해 주고 동료 형사를 통해 그녀를 들여다보고 지켜줄 수 있도록 도움을 요청한다.

 

그렇게 6년 전 사건 이후 도경수의 가족은 모든 위험으로부터 자신들을 지키기 위해 타인과 동떨어져 생활하며, 가면을 쓴 생활을 이어간다. 핸드폰 속 숨겨진 앱을 통해 가족 단톡방을 통해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고 외부에는 각자 독립적인 생활을 이어가는 것처럼 생활한다. 그러던 중 여느날과 같이 기일을 맞아 산소를 방문하던 도경수는 납치를 당하게 된것이다. 그리고 도경수 가족은 급물살을 타듯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한편 6년 전 그때 도경수의 아내인 박한나는 불안, 초조, 분노 같은 온갖 부정적인 감정에 함몰돼 있을 때였다. 그럴 때 뮤지컬 카르멘의 연출을 맡게 되면서 그녀는 모든 것을 일에 쏟아부었다. 그러면서 차츰 누구에게도 구속되지 않고 누구도 사랑할 수 있는 카르멘 캐릭터에 동화되었으며 심지어는 스스로 자유인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카르멘은 그녀에게 힘을 불어 넣어주었다.

 

6년 전 그때 그날은 아이들을 봐주던 자신의 엄마가 건강검진 일정으로 자신이 아이들을 돌보던 날이었다. 갑작스레 지적장애 3급인 아들이 사라진 것을 알게 된 그녀는 평소와 같이 줄넘기를 하고 있으리라 생각하며 주변 일대를 찾아다녔다. 그러나 어디서도 지웅이를 찾을 수 없게 되자 범위를 확대해 찾아들어간 2단지의 공사 중인 지하 커뮤니티센터 공사 부지 안에서 싸늘한 주검이 된 여자아이를 앞에 둔 아들을 발견하게 된다. 아들을 다그쳐 어떻게 된 일인지 물어보지만 아들의 대답을 쉬이 듣기는 어려웠다. 평소 폭력성을 띠던 아들의 모습을 통해 편견에 사로잡힌 그녀와 남편은 아들이 그녀를 죽였으리라 짐작하고 미제 사건의 범행과 비슷하게 꾸며 사건을 은폐하고 사건을 마무리한다. 이후 아이들을 보호하고자 딸은 도경수가, 아들은 어머니 박한나가 맡아 각자 타인의 눈에 띄지 않는 지역에서 자랄 수 있도록 보호한다.

 

그러나 영원한 비밀은 없었다. 6년이란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누군가는 과거의 사건을 기억하며 조사하고 있었고, 누군가는 그 진실을 은폐하기 위해 살아온 거짓의 삶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낯설진 않지만 어딘가 눈에 익은 그 사람, 과연 진짜 범인은 누굴까?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진행되는 숨막힐듯한 전개속에서 진짜 진실을 향해 나아가는 그들의 이야기를 '면식범'에서 만나볼 수 있다.


지적장애 3급으로 어린 나이에 사람들의 편견과 차별을 받아 자신을 무시하는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노출되었던 지웅. 점차 타인의 눈빛에 자주 의기소침해지고 불만이 쌓이면서 무작정 타인에 대한 적대심이 높아져 남들과 벽을 쌓게 된다.

 

그리고 그런 지웅을 가엷고 애처롭게 바라봤던 한 사람. 겉모습만으로 누군가를 판단하고 무시하는 행위들로 인해 고통받고 의기소침해지는 지웅을 보며 자신의 모습을 투영했던 한 사람. 그의 인생도 지웅이 받는 사람들의 시선과 별만 다를 바 없었다.

 

복수를 위해 자신을 잃어버린 사람들과 살인을 덮기 위해 자신을 잃어버린 사람들

 

=====
내가 나임을 포기한 순간부터 자신을 믿을 수 없었다. 스스로 믿을 수 없다는 건 세상 누구도 믿지 못한다는 뜻이기도 했다. 아마도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얼굴이 어색해지기 시작한 게.

(327페이지 中)

=====


사실 6년전 사건에 있어서 명확하게 밝혀진 건 아무것도 없었다. 진짜 범인이 누구였는지 어떤 일이 있었던 건지 진실은 저 너머 어딘가에 존재했다. 모든 일이 끝난뒤에 그들은 다시 삶을 살기위해 새로운 목표를 갖는다. 자신이 죽인 누군가를 이제는 살리기 위해, 그의 잃어버린 삶을 다시 되돌려 주기위해 다시 살아가기로 다짐한다. 그러기 위해 포기해버린 자기 자신부터 회복하고 주변 사람들의 신뢰를 얻어 지웅이의 삶을 되찾아 주는 일에 집중하기로 한다.

 

어쩌면 이 모든 일의 원인은 겉모습만을 보고 섣불리 판단하고 타인을 무시하며 편견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들로 인해 빚어진 참사가 아닐까?

 

우리는 외모만을 보고 쉽게 누군가를 판단한다. 타인과 다르다는 이유로 그들은 차별과 무시를 당하고 학대를 당하면서 그들은 점차 소외되고 의기소침해진다. 그런 일을 당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약자들이며 장애 아동, 노숙자 등이 이에 해당된다.

 

'면식범'은 그런 소외된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인식과 우리의 행동에 대해 꼬집어 말하고 있다. 한 번쯤은 우리와 우리 주변은 어떤지 생각해 볼 만한 소재다. 그리고 그런 차별과 무시 속에서도 자신과 같은 입장의 사람들을 도우며 살아왔던 한 사람의 모습도 곱씹어 볼 만하다.

 

휘몰아치듯 벌어지는 사건들 속에서 숨 쉴 틈 없이 읽어내려간 것 같다. 집콕이 필요한 이때 미스터리 스릴러 한편 읽으며 이 겨울을 보내는 것도 좋은 시간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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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식범 케이스릴러
노효두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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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똑같은 얼굴을 가진 누군가가 나를 납치했다. 6년전 사건으로부터 시작된 복수극의 진실을 알아가는 과정을 통해 쫄깃쫄깃한 스릴러를 만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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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데아 케이스릴러
장해림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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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이 지옥인 사람들, 남보다 못한 가족으로 고통받은 이들에게 열린 새로운 세상인 가상 현실게임 '가족이데아'

 

술취해 자기만족감에 취해 사는 아버지, 항상 기죽어 살며 아이들에게 울타리가 되어주지 못하는 어머니, 공무원 시험은 몇년째 낙방하고 찌질하게 살고 있는 원형, 일진무리에 섞여 사춘기를 톡톡해 보내고 있는 여동생 원미. 원형에게 가족은, 버릴수도 그렇다고 끌어안을수도 없는 너무 버거운 사람들이었다.

 

지독히도 가난했고 어디에도 기댈 수 있는 곳이 없었다. 잠조차 두발 뻗고 잘 수 없는 현실공간속에서 원형은 하루라도 빨리 공무원이 되서 자신이 가족들을 구원할 수 있기를 바랬다. 어릴적부터 제법 머리가 좋았고 남들보다 이해력이 빠르고 암기를 잘했으므로 조금만 더 노력하면 분명 이 지긋지긋한 지옥속에서 탈출 할 수 있으리라 믿었다.

 

그러던 어느날 게임 테스터 알바를 하게 된 원형. 용돈벌이도 하고 궁상맞은 현실과는 정반대되는 자신이 원하는 가족을 선택하고 맞이할 수 있는 말그대로 환상적인 가상현실을 구현하는 게임속 세계에서 원형은 자신이 꿈꾸는 세상을 하나씩 이루어간다. 지독한 가난과는 거리가 먼 가상세계 속 자신은 능력있는 재벌2세가 되어 맘껏 세상을 누비며 근사한 완벽한 가족도 가지고 있다. 그러다 예상과 다른 게임속 결말을 맞게 되면서 어느새 테스터는 종료되고 만다.

 

이야기는 그렇게 원형의 이상과 현실에 대한 이야기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점차 과거, 게임, 이데아 세계로 확장되면서 가족들 각자의 진짜 이야기와 메타버스 속 세상이 교차되기 시작한다. 과거 어머니의 불행하고 끔찍했던 사이비 종교 입문과정과 숨겨진 결혼과 출산이야기가 나열되고 사이비종교 단체의 추악한 현실에 대해서도 언급되며 한층 더 비참한 모습들을 보여준다. 한편 철없고 사고만 치는 동생인줄 알았던 원미의 진짜 일상과 진정한 친구로 믿고 동경했던 지희와 얽힌 이야기도 전개 된다. 순영과 결혼후 대기업에 입사하고 원형을 임신하면서 행복할 일만 가득할것 같았던 원섭이 횡령혐의건으로 얽히면서 그는 끝없는 바닥으로 추락해 버린 이야기와 더불어 1년뒤 출소후 자신의 세상에 갇혀 모든것을 타인의 탓으로 돌려버리는 아버지 원섭의 이야기는 그렇게 뼛속까지 고통과 아픔으로 가득찬 가족들의 모습들을 보여준다.

 

비록 끈끈하거나 행복한 가족의 모습은 아니었지만 불행과 고통속에서 '같이' 모여 살던 그들 가족에게 어느날부턴가 예상치 못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갑작스럽게 아버지 원섭의 사망사건이 벌어진다.

 

그리고 이 모든 이야기의 시작과 중심에는 지희의 아빠 상원이 자리하고 있다. 바쁘다는 핑계로 물질적인 지원은 아낌없이 했지만 진짜 딸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몰랐던 상원은 갑작스레 지희가 자살을 하게 되면서 모든것을 내려놓고 딸의 복수만을 위해 살기로 결심한다. 한번의 실수로 생긴 딸 지희를 버리고 간 여자로 인해 그는 자신의 꿈도 포기하고 16년간 미혼부로써 모든것을 지희에게 쏟아부으며 살아가지만 정작 자신의 목표이며 꿈이었던 딸이 자살을 하면서 모든것이 물거품이 되어 버린다. 

 

어떤 유서도 남기지 않고 갑작스레 떠나버린 딸의 소지품에서 나온것은 피묻은 손수건과 립스틱이 묻은 담배꽁초, 그리고 일기장. 딸에 대해 정작 제대로 알지 못했던 그는 딸의 자살소식을 믿지 못하고 학교친구들을 수소문해 알아낸 이야기를 통해 같은반 친구였던 원미가 자신의 딸을 자살하게 만든 원인이라고 굳게 믿기 시작한다. 그것은 손수건에 새겨진 WM라는 이니셜과 담배꽁초에 묻은 립스틱, 그리고 일기장의 내용과 친구들의 증언이 그를 그렇게 믿도록 안내했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었다. 그러나 실제 경찰조사에서는 단순자살로 판명나 사건이 종결된다. 이 모든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상원은 모든화살을 원미와 그의 가족에게 돌리고 그 가족을 파멸에 이를 방법을 강구하고 실행하기 시작한다.

 

이데아 소프트라는 회사를 만들고 16년동안 콘솔게임을 시작으로 모바일게임을 만들어 성장해 온 상원은 자신의 이런 최신 AI기술과 VR기술을 접목한 '가족이데아'라는 가상현실 게임을 만들어 가장 먼저 원형을 공략한다. 그리고 그 가족 한명한명을 cctv를 통해 감시하며 가족 깊숙히 침투하기 시작한다. 게임속 하집사로, 원섭의 가상 후배 하진우로, 사이비 종교단체인 '헤븐'의 새멤버 하진우로 삐걱거리던 불안정한 원형의 가족속에서 오해와 불신을 만들어 자신이 원하는 목표를 점차 실행해 나간다.

 

상원이 직접적으로 끼어들게 되면서 이야기는 급진적으로 흘러간다. 현실과 가상현실을 오고가며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가상의 세계인지 구분이 점차 모호해지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VR기기와 컨트롤러를 통해 가상세계에 진입했다면 이후에는 그런 기기 없이도 혁신적인 기술개발을 통해 자신이 어느 세계에 있는지도 모를정도로 구분이 모호해진다. 메타버스속 아바타를 조종하듯 상원은 그렇게 원형의 가족들을 자신이 원하는대로 조종하고 마침내는 사이비 종교 '헤븐'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이데아 멤버스'라는 회사를 만들어 세상의 꼭데기에 우뚝 선다.

 

무엇이 진실이고 옳은것인지 구분하지 못하고 권력과 세상에 보여지는 이목속에서 휘둘리며 욕망하고 기대하는것들만 바라보고 사는 세상. 
한때 원형도 불행하고 암울한 현실과 가족속에서 욕망과 이상만을 쫓아 자신이 가족의 구원자가 되길 꿈꾸며 살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이젠 그게 다가 아님을 안다. 그래서 진실을 쫓아 여동생 원미를, 엄마 순영을, 이부형 에덱, 그리고 문정을 상원으로부터 탈출시키고 진실을 밝혀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야기는 롤러코스터를 타듯 계속 현실과 가상세계를 오가며 그렇게 진행된다.

 

끝까지 끝을 보는순간까지도 어떤 결말에 도달할지 전혀 예측할 수 없이 흘러갔다. 가상과 현실사이를 오가며 진실은 서서히 밝혀졌고 어둠의 민낯은 드러났다. 그러나 그 이후의 현실의 모습은 밝혀진 진실의 그것과는 또 다른 세상이었다.

 

이 스토리의 가장 핵심은 가장 마지막 문장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상원의 말대로 더 이상 뭐가 진실인지를 파헤치는 건 무의미했다. 현실과 가상현실. 두 세계는 처음부터 공존하고 있었다. 원형의 어린시절 꿈은 이루어졌다. 그는 가족을 구원한 영웅이었다. 하루의 절반동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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