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식범 케이스릴러
노효두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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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시작은 유명한 범죄심리학자이며 프로파일러인 도경수가 아버지의 기일을 맞아 산소를 방문하러 가던 산속 길에서 갑작스레 교통사고 후 납치를 당하는 시점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처음에는 어리둥절했다. 눈을 뜬 곳은 마치 감옥을 연상시키는 좁고 불쾌한 공간이었고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그러다 차츰 사고가 일어난 시점의 기억이 서서히 돌아오며 교통사고 후 자신을 도와주기 위해 다가왔던 뒤차의 운전자가 자신에게 클로로포름으로 입을 막고 마취주사를 놓았다는 사실을 기억해 낸다. 한 번씩 방문하여 링거액을 교체해 주는 무표정한 얼굴의 여자, 그리고 식사시간에 외부에서 문 사이의 작은 공간을 통해 음식을 넣어주는 누군가. CCTV를 통해 감시되는 하루 일과와 때가 되면 자동으로 켜지는 TV.

 

켜진 TV 화면을 들여다보며 가만히 생각해 본다. 자신을 감금한 이는 누구일까? 그렇게 자기 스스로를 프로파일링 하며 가장 유력한 3명을 꼽아본다. TV까지 출연하며 존경과 신뢰를 받고 있는 그였지만 아무런 단서 없이 정확한 범인을 특정하기엔 어려움이 많다.

 

그러다 기회를 틈타 감옥 같은 그곳에서 도망을 친다. 회복되지 않은 컨디션으로 겨우 헤매고 돌아다닌 산길 입구쯤에서 겨우 다가오는 차 한 대를 발견하고 도움을 요청한다. 한숨을 돌린 후 뭔가 서늘한 느낌에 고개를 돌려 바라본 운전자의 얼굴이 자신과 똑같았다.

 

이야기는 총 5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목차의 각 제목이 곧 이야기의 핵심 인물이다.

 


1부: 범죄심리학자
2부: 뮤지컬 제작자
3부: 미스터리 유튜버
4부: 성형외과 의사
5부: 면식범

 

모든 이야기는 6년 전의 사건에서부터 시작된다. 대학교 정교수가 되고 첫 번째 범죄심리학 강의를 하던 날 아내로부터 걸려온 전화에서 아들 지웅이 사람을 죽였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 길로 사건 현장에 도착한 그는 사건을 수습하고 이미 사망한 아이의 시체를 골프백에 담고 사건 현장을 은폐한 후 마침 최근 자신이 프로파일링 중인 미제 사건 중 하나인 '팔봉산&무악산 여아 살인사건'을 떠올리며 무악산에 아이를 유기한다. 그리고 이와 관련하여 미제 사건과 비슷한 형태로 조작 및 은폐한다.

 

이후 도경수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유명세를 떨치며 승승장구하며 살아간다. 이후 아내와 협의하여 부부 싸움 후 이혼한 형태로 주변에 알리고 아들은 죽은 것으로 위장하여 외진 시설에 이름을 바꾸고 입원시킨다. 그리고 그 근처 장모님이 곁에서 살 수 있도록 집을 마련한다. 더불어 이 사건으로 인해 혹시 위험에 처할지도 모를 딸 지원은 어느 바닷가 마을에 보안이 철저한 집을 마련해 주고 동료 형사를 통해 그녀를 들여다보고 지켜줄 수 있도록 도움을 요청한다.

 

그렇게 6년 전 사건 이후 도경수의 가족은 모든 위험으로부터 자신들을 지키기 위해 타인과 동떨어져 생활하며, 가면을 쓴 생활을 이어간다. 핸드폰 속 숨겨진 앱을 통해 가족 단톡방을 통해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고 외부에는 각자 독립적인 생활을 이어가는 것처럼 생활한다. 그러던 중 여느날과 같이 기일을 맞아 산소를 방문하던 도경수는 납치를 당하게 된것이다. 그리고 도경수 가족은 급물살을 타듯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한편 6년 전 그때 도경수의 아내인 박한나는 불안, 초조, 분노 같은 온갖 부정적인 감정에 함몰돼 있을 때였다. 그럴 때 뮤지컬 카르멘의 연출을 맡게 되면서 그녀는 모든 것을 일에 쏟아부었다. 그러면서 차츰 누구에게도 구속되지 않고 누구도 사랑할 수 있는 카르멘 캐릭터에 동화되었으며 심지어는 스스로 자유인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카르멘은 그녀에게 힘을 불어 넣어주었다.

 

6년 전 그때 그날은 아이들을 봐주던 자신의 엄마가 건강검진 일정으로 자신이 아이들을 돌보던 날이었다. 갑작스레 지적장애 3급인 아들이 사라진 것을 알게 된 그녀는 평소와 같이 줄넘기를 하고 있으리라 생각하며 주변 일대를 찾아다녔다. 그러나 어디서도 지웅이를 찾을 수 없게 되자 범위를 확대해 찾아들어간 2단지의 공사 중인 지하 커뮤니티센터 공사 부지 안에서 싸늘한 주검이 된 여자아이를 앞에 둔 아들을 발견하게 된다. 아들을 다그쳐 어떻게 된 일인지 물어보지만 아들의 대답을 쉬이 듣기는 어려웠다. 평소 폭력성을 띠던 아들의 모습을 통해 편견에 사로잡힌 그녀와 남편은 아들이 그녀를 죽였으리라 짐작하고 미제 사건의 범행과 비슷하게 꾸며 사건을 은폐하고 사건을 마무리한다. 이후 아이들을 보호하고자 딸은 도경수가, 아들은 어머니 박한나가 맡아 각자 타인의 눈에 띄지 않는 지역에서 자랄 수 있도록 보호한다.

 

그러나 영원한 비밀은 없었다. 6년이란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누군가는 과거의 사건을 기억하며 조사하고 있었고, 누군가는 그 진실을 은폐하기 위해 살아온 거짓의 삶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낯설진 않지만 어딘가 눈에 익은 그 사람, 과연 진짜 범인은 누굴까?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진행되는 숨막힐듯한 전개속에서 진짜 진실을 향해 나아가는 그들의 이야기를 '면식범'에서 만나볼 수 있다.


지적장애 3급으로 어린 나이에 사람들의 편견과 차별을 받아 자신을 무시하는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노출되었던 지웅. 점차 타인의 눈빛에 자주 의기소침해지고 불만이 쌓이면서 무작정 타인에 대한 적대심이 높아져 남들과 벽을 쌓게 된다.

 

그리고 그런 지웅을 가엷고 애처롭게 바라봤던 한 사람. 겉모습만으로 누군가를 판단하고 무시하는 행위들로 인해 고통받고 의기소침해지는 지웅을 보며 자신의 모습을 투영했던 한 사람. 그의 인생도 지웅이 받는 사람들의 시선과 별만 다를 바 없었다.

 

복수를 위해 자신을 잃어버린 사람들과 살인을 덮기 위해 자신을 잃어버린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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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나임을 포기한 순간부터 자신을 믿을 수 없었다. 스스로 믿을 수 없다는 건 세상 누구도 믿지 못한다는 뜻이기도 했다. 아마도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얼굴이 어색해지기 시작한 게.

(32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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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6년전 사건에 있어서 명확하게 밝혀진 건 아무것도 없었다. 진짜 범인이 누구였는지 어떤 일이 있었던 건지 진실은 저 너머 어딘가에 존재했다. 모든 일이 끝난뒤에 그들은 다시 삶을 살기위해 새로운 목표를 갖는다. 자신이 죽인 누군가를 이제는 살리기 위해, 그의 잃어버린 삶을 다시 되돌려 주기위해 다시 살아가기로 다짐한다. 그러기 위해 포기해버린 자기 자신부터 회복하고 주변 사람들의 신뢰를 얻어 지웅이의 삶을 되찾아 주는 일에 집중하기로 한다.

 

어쩌면 이 모든 일의 원인은 겉모습만을 보고 섣불리 판단하고 타인을 무시하며 편견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들로 인해 빚어진 참사가 아닐까?

 

우리는 외모만을 보고 쉽게 누군가를 판단한다. 타인과 다르다는 이유로 그들은 차별과 무시를 당하고 학대를 당하면서 그들은 점차 소외되고 의기소침해진다. 그런 일을 당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약자들이며 장애 아동, 노숙자 등이 이에 해당된다.

 

'면식범'은 그런 소외된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인식과 우리의 행동에 대해 꼬집어 말하고 있다. 한 번쯤은 우리와 우리 주변은 어떤지 생각해 볼 만한 소재다. 그리고 그런 차별과 무시 속에서도 자신과 같은 입장의 사람들을 도우며 살아왔던 한 사람의 모습도 곱씹어 볼 만하다.

 

휘몰아치듯 벌어지는 사건들 속에서 숨 쉴 틈 없이 읽어내려간 것 같다. 집콕이 필요한 이때 미스터리 스릴러 한편 읽으며 이 겨울을 보내는 것도 좋은 시간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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