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으로 읽는 밤의 동화
안지은 지음 / 콜라보 / 2022년 12월
평점 :
절판


어릴 때 읽었던 동화의 끝은 항상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끝을 맺었다. 그래서인지 그때는 그 마지막 한 줄로 그다음의 행보를 상상하며 그들의 행복을 빌곤 했었는데, 성인이 된 후에 다시 그 동화들을 읽어보면 어릴 적 미처 깨닫지 못했던 새로운 일면들이 보였다. 그리고 새로운 궁금증이 일었는데, 진짜 그들은 그 이후에 행복하기만 했을지, 왜 그들은 그렇게 수동적이었는지, 정말 그들은 그것 외에 바라는 게 없었을까 와 같은 단순히 동화 속 주인공이 아니라, 현실 속 한 사람으로 대입해 보게 되었다.

 

요즘은 특히 아이를 위한 행복한 동화뿐만 아니라, 어딘가 냉소적이고 현실성을 반영한 다양한 형태의 동화책들을 많이 만나볼 수 있는데 이를테면 다크한 동화, 잔혹동화, 성인동화와 같은 것들이다. 이 책들은 동심이 담긴 아이들을 위한 동화책과는 다르게 삶의 의미와 욕망, 관계, 본질 등을 엿볼 수 있는데, 익숙한 이야기들이라 때론 더 끔찍하고 잔혹하게 다가오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도 그런 성인동화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는데, 익숙한 동화의 내용을 통해서 그 속에 자리한 인간의 욕망을 엿볼 수 있어 흥미롭다. 욕망의 시선으로 바라본 고전 동화를 통해 미처 드러나지 않았던 숨겨진 그들의 욕망은 어떤 것이 있는지 또 이들의 관계 속에서 어떤 것들이 아름답게 포장되어 있었는지를 하나하나 살펴보면서 우리의 삶과 비교해 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가 될 것 같다.

 

읽는 기준점이 달라지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다른 스토리가 되고, 관점이 달라지는지를 이 책을 통해서 실감해 보기 바란다. 짐작건대, 단순한 스토리를 지닌 동화가 이토록 복잡하고 다양한 내면의 감정을 담고 있다는 것에 놀랄 것이다.

 

특징과 분위기를 잘 살린 일러스트도 이 책의 매력 중 하나인데, 덕분에 동화책을 읽는 느낌도 한껏 낼 수 있었다. 각 동화마다 주인공들의 내면을 담은 인터뷰 형식의 글들도 빼놓지 않고 함께 하길 바란다.

 

우리의 삶과 그다지 다르지 않아서 더 정겨웠고, 익숙한 스토리 속에서 욕망하는 그들의 모습이 곧 우리의 모습이라 때론 귀엽게 느껴지기도 했다. 어떤 욕망들은 현실 속에서 범죄로 구분되는 것들도 있어 오히려 깊이 와닿는 부분도 있었다.

 

익숙한 동화를 색다른 시선으로 재해석한 고전 동화를 지금부터 만나보자!

 


<신데렐라>
신분 상승을 꿈꾸는 새엄마와 언니들의 욕망과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는 신데렐라의 모습은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는데,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욕망하는 자와 욕망하지 않는 자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좋은 예다.

 

아무것도 가진 게 없어서 그저 마음으로만 바라왔던 무도회 참석은 요정이라는 변수로 인하여 꿈이 현실이 된다. 비록 12시까지라는 제한은 있었지만 신데렐라는 그 시간 동안 왕자를 만나게 되고 유리구두를 남기게 됨으로써 후에 사랑을 통한 신분 상승을 이루게 된다. 이 동화를 읽으며 누군가는 '어쩌면 나에게도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욕망을 가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냉철하게 생각해 봤을 때 과연 현실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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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만 꼭 맞던 그 구두이기 때문에 신데렐라의 구두는 의미가 있었다. 오로지 그 사람이어야만 하는 구두, 착하게 살면서 노력하면 가질 수 있을 것 같겠지만 사실은 절대 네 것이 될 수 없는 구두, 어쩌면 그것이 요정이 준 선물의 섬뜩한 진짜 의미가 아니었을까.

2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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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는 어쩌면 욕망하지만, 절대 그 욕망의 주인이 될 수 없는 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인어공주>
사랑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진 인어공주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슬픈 사랑 이야기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또 다른 관점에서 인어공주를 해석하고 있는데, 사랑에 목매달았던 인어공주의 '영혼'과 그에 대한 욕망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랑을 위해 다리를 잃고, 목소리를 잃었던 인어공주. 현실 세계에서 과연 가능한 일일까? 만약 나라면 모든 것을 내던질 만큼 사랑에 헌신할 수 있었을까? 어쩌면 이런 사랑은 영화나 드라마에서만 볼 수 있는, 흔치않는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그런 만큼 뜨거운 사랑을 해 본, 혹은 그런 사랑을 해보고 싶은 이들을 위한 동화라고도 말할 수 있다.

 

현실에서 쉽지 않은 이야기이기에 어쩌면 우리는 사랑에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내걸었던 인어공주를 통해 대리만족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한 번쯤은 인생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줄 만큼 멋진 사랑을 하고 싶은 욕망을 지닌 이들의 로망이 빚어낸 동화가 아니었나 싶다.

 

 


<엄지 아가씨>
요즘 뉴스에서 자주 등장하는 스토커나 데이트 폭력 혹은 아동 성추행 등과 같은 일들을 떠올리게 하는 이 동화는 어쩌면 동화이기에 아름답게 포장된 게 아닌가 싶다. 작고 예쁜 소녀를 향한 다양한 이들의 욕망의 분출은 따지고 보면 굉장히 일방적이고 이기적이다. 두꺼비, 풍뎅이, 두더지로 표현된 엄지를 욕망하는 동물들의 사랑 방식은 오로지 자기 자신만을 위하고 있으며, 여기에 엄지 아가씨의 마음은 없다.

 

그래서 엄지의 시선으로 본 그들의 욕망은 어딘가 꺼림직하고 불편하게 다가온다. 어딘지도 모를 곳으로 끌려가고, 그곳에서 자신을 평가받는 불편한 소리를 들어야 하는 끔찍한 상황은 현재 기준으로 생각하면 모두 불법이고 범죄행위다.

 

한편으론 혹시 이 동화를 통해 어딘가 얼굴이 화끈거리거나 이불킥을 하고 있다면 지난 연애에서 깊숙이 봉인해두고 싶었던 연애의 흑역사를 떠올려서 일지도 모르겠다. 서툰 연애 속에서 누군가에게 일방적이고 이기적인 행위를 했다거나 자신의 이야기만 줄줄이 읊어대던 행동들이 떠올라 고개가 절로 수그러들지도 모르겠다.

 

작고 예쁜 소녀로 묘사되는 엄지 아가씨. 부디 현실 속에서는 아름다운 것은 아름다운 것으로 존중받고 보호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완두콩 다섯 알>
살고 싶은 소녀의 욕망과 차라리 아픈 딸이 죽어서 편해졌으면 하는 엄마의 욕망이 부딪히는 이야기의 밑바탕에는 완두콩 다섯 알의 이야기가 자리하고 있다. 세상을 향해 나아가고 싶은 다섯 형제는 각자 다른 소망을 지니고 있다. 넓은 세상으로 날아가겠다는 첫째 완두 콩, 태양까지 날아가겠다는 둘째 완두 콩, 그리고 '정해진 대로 될 거라' 생각한 막내 완두 콩까지 순서대로 이들은 세상 밖으로 튕겨나가게 된다.

 

막내 완두 콩이 자리한 곳은 어느 다락방 창문 틈이었는데, 여기에서부터 다락방 모녀의 이야기로 이야기는 이어진다. 이미 한 아이를 잃고 중병을 앓고 있는 또 다른 아이를 돌보는 엄마는 고된 노동과 딸이 하늘나라로 가서 편히 지내길 바란다는 기도밖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그러던 중 어느 날 창문 틈새에서 자라난 작은 잎 하나를 발견한 소녀는 우연히 발견한 이 싹을 통해 희망을 가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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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몸이 나을 것 같아요. 저 완두 콩이 잘 자라니까 나도 병이 나을 거예요. 틀림없어요."

18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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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고되고 지친 엄마와 다시금 건강해져서 뛰어놀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라는 딸. 이 관계 속에는 간병인과 환자, 어른과 아이라는 서로 다른 입장과 상황이 존재한다. 그래서 어떤 이의 입장에 서느냐에 따라 수없이 드는 질문에 대한 답이 달라질 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어느 누구의 욕망도 나쁘다 말할 수 없다.

 

어떤 상황, 어떤 관계에 놓이느냐에 따라 답은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환자인 딸의 입장, 간병인인 딸의 입장, 환자인 엄마의 입장, 간병인인 엄마의 입장 각 상황과 관계에 따라 그 답은 아마 천차만별일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과연 버틸 수 있을 것인가? 포기하지 않을 수 있을까?

 

가난과 병마 속에서 '언젠가 나아지겠지'하는 기약 없는 희망조차 사치인 이들에게 떨어진 콩 한 알이 그들 삶으로 스며드는 과정은 기적과 희망이라는 것이 우리 삶에 어떤 의미인지 돌아보게 한다.

 

때로 살다 보면 끝없이 이어지는 어두운 터널 속을 지날 때가 있는데 아무리 노력해도 나아지지 않는 현실에 작은 기대조차 사치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럴 때 진짜 위로가 되는것은 무엇일까? 이 동화는 그런 순간에 한 번쯤 떠올리게 되는 동화일지도 모르겠다.

 

이야기의 끝은 하수구에 빠진 넷째 완두 콩의 이야기로 마무리되는데, 세상 밖으로 튕겨나가기 전에 각자 원하던 삶을 소망하던 완두 콩들의 바램과 이후 세상에 뿌려진 완두콩 다섯 알의 모습은 분명 다르다. 이것이 어쩌면 우리의 인생과 삶에 대한 또 다른 답이 될지도 모르겠다. 

 

우리 모두는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욕망한다. 정해진 게 있다면 더 나은 것이길 바라면서.

 

어쩌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더 나은 삶'과 '기적'에 대한 바램을 담은 동화가 아니었나 싶다.

 

 


관점에 따라 스토리의 양상이 확연히 달라짐을 이 책을 통해서 확인해 볼 수 있었는데, 욕망으로 바라본 이 책은 삶과 관계를 다시금 생각해 보게 했다. 내면과 외면 그 어느 것에서도 벗어날 수 없는 욕망 덩어리들 속에서 나와 당신은 어떤 욕망을 바라고 있고 또 그것을 이루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동화에 빗대어 살펴봐도 좋을 것 같다.

 

더불어, 같은 이야기의 동화를 다양한 관점에서 읽어봐도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원문, 어른들을 위한 동화, 잔혹동화 등 작가마다 관점을 달리한 같은 내용의 동화들을 살펴보면서 동화 속에 숨겨진 이야기와 그 속에 담겨있는 여러 의미들을 되새겨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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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배우다 - 그들은 어떻게 시대를 견인하는 인물이 되었을까?
이상호 지음 / 좋은땅 / 2022년 8월
평점 :
절판


학창 시절에는 역사를 알아가고 배워가는 것에 큰 뜻이 없었는데, 오히려 학교를 졸업한 이후 성인이 되고 나서 역사에 조금씩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생각해 보면, 시험을 위한 역사 공부가 그다지 나에게는 맞지 않았던 듯 싶다. 반대로 그런 의무감에서 해방되고 보니 때때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이들이나 사건들에 대한 궁금증이 일었는데, 조금 더 깊이 넓게 역사와 역사적 인물들을 공부했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

 

그래서 역사적 인물들을 만나볼 수 있는 이 책에 호기심이 일었고 기대감이 들었다. 읽으면서는 살짝 생각했던 방향성과 달라서 좀 당황했는데, 종교적 색채가 강해서 유독 더 그렇게 느껴졌던 것 같다. 아마 목회자가 쓴 역사적 인물들의 평전이라 종교적인 색채가 두드러지는 것 같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종교적 색채가 배제된 역사적 인물과 그들의 삶, 사상이 담겨 있었다면 더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든다. 그래도 역사적 인물들과의 만남을 통해 미처 몰랐던 점들도 알게 되고, 그들이 마음속에 담고 있었던 사상들을 하나하나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유익한 시간이었다.

 

이 책을 통해 동학혁명, 3.1운동, 조선시대 등 역사적으로 중요한 시기에 한 시대를 이끌었던 이들의 인물관계도는 물론 역사를 견인했던 인물들을 살펴보고 그들의 삶과 사상에 대해 함께 살펴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요즘은 잘 찾아보기 힘든 진짜 어른, 인격의 어른이라 불리는 이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 모두 사숙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사숙: 존경하는 사람에게 직접 가르침을 받을 수는 없으나 사람의 도나 학문을 본으로 삼고 배우는 것을 이르는 말)

 


이 책의 내용을 살펴보기에 앞서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본 이 책의 특징에 대해 간단히 정리해 보면,



◆기독교적 성격이 강하다.
특히 독립운동을 주도했던 인물들에 대한 설명들을 살펴보면서 이렇게 많은 이들이 모두 기독교적 신앙과 믿음을 가지고 있었나 싶을 만큼 자세하고 자주 번복되었다.

 

◆역사적 인물들 간의 유기적 관계를 파악할 수 있다.
순차적으로 읽다 보면, 앞서 언급한 인물이 뒤에 또 다른 인물과 어떻게 연결이 되고 관계가 있는지를 저절로 알게 되었는데, 이를 통해 특히 독립운동을 주도한 인물들의 관계를 파악할 수 있었다.

 

◆각 인물들의 사상과 삶, 시대적 배경에 대해 확인할 수 있었는데, 특히 도산 안창호라는 인물 중심적 전개가 인상적이었다.
이 책에 거론되는 인물 중 대다수는 독립운동에 참여했던 이들에 대한 이야기인데, 목차의 첫 번째 거론되는 도산 안창호를 시작으로 그에 대한 언급이 빈번함을 확인해 볼 수 있다. 저자의 도산 안창호에 대한 애정이 녹아들어 있는 부분이 아닐까 짐작할 뿐이다.

 

 

"우리 시대의 어른은 누구입니까?"라는 질문에서부터 시작된 공부였는데 문득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어 책으로 만들게 되었다는 저자의 글을 보면서, 문득 지금의 시대에서는 그런 어른을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 안타깝게 다가왔다.

 

목사라는 직분이 아닌 어른으로서 사람을 사랑할 수 있을지 고민하며 배움의 시간을 가지다 역사의식과 역사적 인물들의 정신을 배우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되었다는 저자. 이 책을 통해 저자가 담은 인물들의 삶과 사상을 살펴보며 우리가 잃어버린 인격의 어른을 찾아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책에서 발견한 인물관계도>

 

●도산 안창호-구당 유길준의 관계
1907년 유길준이 시작한 흥사단을 도산이 이어받아 흥사단 운동을 펼쳐나가게 된다.

●도산 안창호-태허 유상규의 관계
도산이 아들처럼 사랑하던 제자가 태허 유상규였다.

●도산 안창호-호암 문일평의 관계
호암은 일본에서 공부한 후 도산 안창호가 세운 평양 대성학교 교사로 돌아와 교편을 잡았다.

●도산 안창호-백범 김구의 관계
백범 김구는 임시정부에서 도산 안창호를 만나게 되면서 좋은 동료가 된다.

●윤동주-규암 김약연의 관계
윤동주의 외삼촌이 규암 김약연으로 윤동주 어머니의 오빠였다.

●호암 문일평-외솔 최현배의 관계
둘은 함께 팀을 이루어 계몽운동에 나섰다.

 

 

<도산 안창호>
나를 아끼고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은 곧 다른 사람을 사랑하며 존중할 수 있다는 애기애타 정신을 강조한 도산 안창호. 
도산은 동족 계몽운동을 위해 빗자루를 들고 길거리에 나서 청결운동을 통해 동족 계몽운동을 고취시켰는데, 자기 주변을 깨끗하게 가꿔 갈 때,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된다고 믿었다.
도산은 무력을 통한 독립운동보다 인격을 통한 운동에 관심이 많았는데, 힘은 무력이 아니라 인격에서 나온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또한 도산은 흥사단 운동을 통해 사람을 사랑하는 공부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랑을 알고 배워야 사랑하는 민족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태허 유상규>
도산이 아들처럼 사랑하던 제자로 도산의 묘지가 현재 도산공원으로 이전하기 전 원래는 망우리에 태허와 함께 묻혀 있었다고 한다. 이는 도산의 요청에 의한 것이었는데 그가 남긴 유언에서 그 내용을 확인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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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은 후 내 몸은 내가 평소에 아들같이 여기던 유상규 군 곁에 묻어 주오."

48페이지 中
=====

 

도산은 그에게 인생의 스승이었고, 자신은 도산의 분신처럼 살았는데 함께 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도산의 인격과 닮아갔다. 그는 평생 사람을 섬기며 의학 분야의 인재이자 인격자로서 삶을 살았다. 

 

 

<윤동주>
스스로에게 저항하며 알에서 깨어나려 했던 시인 윤동주. 나이가 들수록 사람들은 세상과 적당히 타협하는 법을 배우며 어둠과 섞여 더러워져 가기 마련인데, 윤동주는 그럴 수 없었다. 그는 자신이 간직한 동심을 잃지 않기 위해 죽을 때까지 자신을 괴롭히며 저항하던 시인이었다.

 

 

<외솔 최현배>
우리가 지금 당연한 듯 쓰고 있는 이 한글 표준어를 완성하고 가로 글씨체는 물론이고 우리만의 한글로 이루어진 문서와 신문의 틀을 마련했으며, 한글이야 말로 민족의 자주독립과 문화 혁명의 길이라고 여겼던 그 외솔 최현배.

 

그는 왜 한글 사용이 우리에게 유익한지 <현대문학> 1962년 8월 호에서 이렇게 말했다.

 


 

외솔은 한글로만 읽고 쓸 수 있는 시대를 만들어, 글에서 묻어난 우리 민족성을 드러내자고 주장했는데, 한글과 한문을 병행하자는 사람들에게는 우리가 오백 년이나 뒤진 것이 부족해서 또 천천히 가야 하냐며 그럴 수 없다고 불도저처럼 한글운동을 밀어붙였다.

 

 

<위당 정인보>
정인보는 유당 최남선, 춘원 이광수, 호암 문일평과 함께 조선시대 사대 천재 중 한 명으로, 양명학을 받아들인 겸곡 박은식과 '얼'의 정신과 결을 같이한 단재 신채호와 호암 문일평을 존경했으며, 특히 도산 안창호와 남강 이승훈을 좋아해 도산의 신민회 출신들과 함께 상해에서 국권 회복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그는 언제나 민족의 '얼'을 중요시 했는데, 그래서 그는 특히 사람들에게 민족의 '얼'을 가진 인물을 소개하는데 부지런했는데, 무엇보다 충무공 이순신을 살리는 운동에 앞장섰다. 그는 이순신을 알아야 하는 이유가 그의 인격 때문이라고 했는데 '우리'를 위해 '나'를 잊은 사람이면서 맡은 직무에 충실했고 사람을 대할 때 깨끗하게 사랑한, 이 정신을 다시 일깨워 잇자고 했다. 위당은 어떻게든 우리 민족의 '얼'을 살리는 것이 민족을 살리는 길이라고 믿은 것이다.

 

 

<백범 김구>
백범은 자신이 누구인가에 대한 질문을 멈추지 않은 사람으로, '백범'은 백정과 무식한 범부까지 자신만의 애국심을 가지게 하자는 뜻에서 지은 이름이었다. 그는 자신의 이름으로 입지, 삶의 뜻을 정하고는 이름대로 살았다.

 

백범은 성정이 거칠었으며 무언가를 생각하면 행동하는데 주저함이 없었는데, 그가 보인 다양한 행보들이 이를 뒷받침해 준다. 그는 밀정이라고 생각되는 자들은 거침없이 살해하고 감옥에 끌려간 뒤에도 탈옥하여 교육자로 변신하는 등 거침없는 행보를 보여준다. 추후 그는 임시정부를 찾고 도산 안창호를 마주하게 되면서 각종 직함을 얻게 되었고, 오랫동안 임시정부에서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민족의 생기를 붙드는 사람이 된다.

 

 

<다산 정약용>
보통의 학자들이 사람 개개인 성장에 관심을 두지 않았지만, 다산은 자신의 제자들의 삶에 개입해, 그들을 학문의 길로 인도하며 자신이 가진 모든 지혜를 다 동원했다. 이는 그의 마음에 정조가 있었기 때문인데, 한때 정조로부터 받았던 내리사랑을 그의 제자들에게 똑같이 베풀며 키워낸다. 다산의 제자 중 유독 그를 잘 따르고 끝까지 다산의 길을 걸어 간 사람으로 '황상'을 꼽을 수 있는데, 우둔하고 앞뒤가 꽉 막혀 답답하고 머리가 나빠 공부를 할 수 있겠냐는 황상의 물음에 다산은 공부는 너 같은 사람이 하는 거라며 공부의 길은 부지런함이 답이며 부지런하고 부지런하고 또 부지런하면 큰 학문을 이룰 수 있다고 말한다.

 

황상이 장가간 이후 공부에 게을리 할때면 편지를 보내 꾸짖으며 그를 정신 차리게 했는데, 공부는 밥 먹듯이 해야 하고 숨 쉬듯이 해야 하며 습관처럼 해야 한다는 가르침을 황상은 한마디도 놓치지 않고 죽을 때까지 그대로 따랐다.

 

 

시대나 인물에 따라 각자 믿고 있던 사상이나 가치는 저마다 다르다. 하지만 나름대로의 신념과 나라를 위하는 마음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당시처럼 한 시대의 견인 역할을 하거나 나라를 위한다는 명목처럼 위대하고 원대한 목표를 가질 필요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미래를 살아갈 이들에게는 좋은 어른, 인격의 어른이 되고자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진정한 어른이 없는 시대! 누군가에게 모범이 되고, 배우고 싶은 어른이 너무나도 필요한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앞선 이들의 발자취를 따라 올바른 길을 갈 수 있도록 뜻있고 인격 있는 어른들이 늘어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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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한 줌에 참나 따라나선 날
변종만 지음 / 좋은땅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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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시'라고 하면 문자로 쓰인 문학들 중에 가장 어렵고 멀게만 느껴져 가까이하기에는 먼 당신처럼 느껴졌었다. 그도 그럴 것이 '시'를 가장 많이 접했던 학창 시절에 가장 흔하게 접했던 것이 시험을 치르기 위한 시조나 윤동주의 시 같은 것이었기에 친근함과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대단한 시인들이 쓴 작품, 어려운 곡조, 해석하기 난해한 구절 등 이것이 '시'에 대한 나의 느낌의 전부였다.

 

그러다가 교과 시험을 위한 문학이 아닌, 흥미와 관심에 의해 읽게 된 다양한 장르의 문학들을 접하면서 '시'가 그렇게 어려운 장르가 아님을 알게 되었는데, 술술 읽히는 일상을 담은 시도 있었고, 웃음과 감동을 전하는 시도 있었으며, 중의적 표현으로 가슴에 담기는 시도 만나보게 되면서 '시'를 바라보는 시각이 많이 달라지게 되었다.

 

시인마다 표현력이나 문장력이 모두 달라 아기자기한 맛을 선사하는 시, 그리움이나 감동을 전해주는 마음을 담은 시, 일상을 재치있게 그린 시 등 다양했는데, 은근히 소설이나 수필 등과는 다른 맛이 있었다.

 

이번에 읽게 된 시집에서는 시인의 연륜과 삶, 그리고 생각들을 엿볼 수 있었는데 예전 시골집의 풍경, 부모님이 생각나거나 연상되는 부분들이 많았다. 특히 제목에서부터 풍기는 분위기라던가 단어들의 조합에서는 누군가에게는 그리울, 혹은 반가울 느낌들이 많이 담겨있었다.

 

시집은 시 5부와 수필, 여행기 각각 한 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요즘 자주 쓰지 않는 단어나 표현들은 하단에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설도 곁들여 있으니 참고해 봐도 좋을듯하다.

 

시에는 일상 모습, 생각, 사회적 이슈, 세상 사는 이치 등의 주제들이 실려있었는데 읽으면서 공감 가는 이야기들도 있었고 삶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시도 있었다.

 

=====
퇴근길에
지병으로 떠난 친구
조문하러 갔다

 

자손 잘 둔 옆 상가
조문객 문턱 닳는데
늦둥이 걱정에 눈 못 감았다는
친구 빈소 싸늘해
소태같이 쓴 소주 마셨다

 

요모조모 재다
등 돌린 세상인심
얼마나 가소로운지
사람 좋은 친구
영정 속에서 빙그레 웃었다

 

죽은 이를 어찌
조문객 수로 평가할까
그른 옛말 없다 (21페이지 中)
=====

 

멀지 않은 미래에 우리도 겪을 삶의 모습들이라 씁쓸하기도 하고 설레기도 했는데, 시를 읽으며 세상살이 인생 교훈 듣는다 생각하니 한편으로는 든든한 마음도 들었다.

 

 


=====
(...)
눈앞의 가시 적과하듯 잘라 내며 타협하지 않는 세상에 잘 익은 사과가 있기는 한가
겉만 잘 익은 가식적인 사람보다 자연 그대로라 싱그러운 풋사과 같은 사람 그립다
온 국민 가슴 아파할 때는 윗사람들 머리 숙이고 진심으로 사과하는 모습 보고 싶다

사과 (34~35페이지 中)
=====

 

여기에서 '사과'는 언어유희이자 중의적 표현으로 해석되었는데, 맛깔스럽게 쓰인 '사과'라는 단어가 과일 사과와도 잘 매치되어 첫 번째 '사과'는 빨갛게 잘 익은 사과가 떠오르고, 두 번째 '풋사과'에서는 설익은 파릇한 사과가 떠올랐다. 그 이미지들은 이 시적 표현과도 잘 어우러져 단단한 느낌과 보기만 해도 기분 좋은 감정도 함께 느껴졌다.

 

 


=====
(...)
정녕 좋은 사람은 함께 있을 때
마음 편하게 해 주는 사람입니다
힘에 부칠 때
한쪽 어깨 내어 주는 사람입니다

좋은 사람 (6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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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갔던 시구 중에 하나를 꼽아보라고 하면 이 시를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별거 아닌 쉬운 일처럼 보이지만, 현실에선 이처럼 좋은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은 현실을 고려해 보면 누군가에겐 바램을 담은 시가 될지도 모르겠다.

 

 

왠지 오늘은 바람 따라, 세월 따라 참나 따라나서보고 싶은 날이다. 인생이라는 여정을 인생을 먼저 산 앞선 이의 시구를 따라나서보면 어떨까?
(※참나: 본래 모습의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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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컨슈머 - 소비하지 않는 소비자들이 온다
J. B. 매키넌 지음, 김하현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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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하지 않는 소비자 혹은 소비자를 줄이는것을 의미하는 디컨슈머(Deconsumer). 18세기 영국의 산업혁명이후 지금까지 가열차게 달려온 경제성장, 그 후 우리는 수많은 경제발전과 과학기술을 이루어냈다. 필수품조차 부족해 굶어죽는 사람들이 많았던 가난했던 그 시절을 넘어 이제는 욕망과 욕구에 따라 수많은 사치품을 소유하고 구매하고 있다. 마치 누가 더 많이 가질것인지 경쟁하듯 그렇게 계속 더 좋은것, 더 많이를 외치며 지금까지 이어져왔다.

 

그러다 우리도 모르는사이 서서히 지구는 병들어가기 시작했고 곳곳에서 조금씩 이상현상이 감지되기 시작했다. 녹아내리는 빙하, 역대 가뭄과 폭염, 홍수와 태풍 등 이상기후현상을 넘어 생각지 못한 일들이 빈번히 발생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2020년 본격적으로 코로나19가 전세계로 퍼져나가면서 세계보건기구인 WHO에서 팬데믹으로 선포하면서 갑작스레 전세계가 침묵속에 휩싸이게 된다. 사람과의 대면접촉은 물론 집밖으로의 외출도 삼가하게 되면서 사람들로 가득했던 모든 상점과 장소들은 일시에 썰렁한 장소로 변모하기 시작한다.

 

일시적 멈춤, 처음에는 모두가 조금만 버티면 괜찮아질거라고 안일하게 생각했다. 또 금방 지나갈꺼라고. 그런데 몇달이 지나고 1년, 2년, 3년이 지나도록 우리는 아직까지 바이러스의 사정거리안에서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이러한 바이러스는 우리의 일상을 변화시킨것은 물론 자연환경까지 변화시켰는데, 여기 이 책에는 바로 이러한 현상에 대한 이야기들이 가득 담겨있다.

 

과거로부터 이어져온 소비형태, 그리고 코로나이후 변화한 소비형태에 따라 달라진 우리의 모습과 내면의 변화, 인간들의 삶의 패턴이 변화하면서 함께 변화된 자연환경과 그속에서 살고 있는 동식물의 변화까지!

 

소비하는것에 치중해있던 우리의 삶에서 소비를 뺐을때 혹은 줄였을때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를 두고 한 여러 실험과 예측, 가상 시나리오들은 그동안 막연히 생각했던 세상의 종말과는 거리가 멀었다. 오히려 훨씬 더 희망적이고 충만한 삶을 이야기하고 있어 다음을 더 기대하게 만들었다.

 

여태껏 우리는 소비를 마치 의무인듯 '사고 또 사는것'에 치중해 있었다. 꼭 필요하지 않아도 유행따라, 취향따라 그렇게 가릴것 없이 사는것에 열중해 있었다. 경제학자들은 이에 편승해 지금도 여전히 더 많이 소비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점점 더 빨라지고 있는 ‘기후 재앙 시계’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이 책의 저자는 '우리는 소비의 딜레마를 해결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해 소비문화에 대한 가상 시나리오는 물론 논픽션 사고실험과 현실의 허구적 재창조라는 전통에 따라 각종 연구와 문헌, 인터뷰 등을 통해 총합적으로 분석하고 예측했다.

 

마침 시기적으로 딱 맞아 떨어진 팬데믹 속에서 달라진 소비행태를 살펴보고 이에 따라 소비가 미치는 다양한 내외부적인 변화들과 이에 따라 함께 나비효과처럼 번져나가는 변화들을 꼼꼼히 살펴보고 기록했다.

 

이 책은 총 4개의 주제를 통해 '소비'가 미치는 영향과 이에 따라 달라지는 파급력에 대해 이야기 한다.

 

1. 조짐: 우리가 알던 세상의 종말
2. 균열: 디컨슈머의 탄생
3. 적응: 사지 않을 자유 혹은 권리
4. 변화: 사는 것을 멈추는 순간, 진짜 삶이 시작된다

 

기존에 사는것, 즉 소비하는 세상이 가져다준 현재의 위태로운 상황에 대한 인식을 일깨워주는것은 물론 소비로 인해 새롭게 태어난 디컨슈머에 대한 여러 사례를 소개하면서 우리가 미처 깨닫고 있지 못했던 소비라는 항목에서 제외되었던, 진짜 중요한것들에 대해서도 짚어준다. 무의식속에 소비를 감행했던 이들에게 전하는 비소비 문화에 대한 내용을 전하고, 이는 곧 각자의 선택에 따라 '사지 않을 권리'가 있음도 알려준다. 사는것을 멈추는 순간에 일어나는 기적같은 진짜 삶으로 연결되는 변화까지 하나하나 확인하다보면 어느새 '소비'에 대한 인식이 변화함을 느낄 수 있을것이다.

 

혹시 여전히 가진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소비하는것에서 만족감을 얻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기를 바란다. 구멍이 뻥 뚫린듯 내면에 충만함을 가지고 있지 못한것이 어쩌면 너무 많은 소비 때문에 오히려 발생하는 현상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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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주의는 당신에게 재정적 피해를 안기고, 당신이 필요로 하거나 사랑하지 않는 것들로 당신의 삶을 어지르고 더 좋은 곳에 쓸 수 있는 시간과 집중력을 다 써버리고 당신이 깊이 염려하는 지구의 생태 위기를 악화하고 있을지 모른다. 어쩌면 간소한 생활에서 계획되지 않은 시간, 자유, 차분함, 연결을 더 많이 누릴 수 있는 기회를 발견할지도 모른다. 당신은 소비에서 공허함을 느낄 수 있다.

36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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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소비에 있어서 '소비를 하지 않는것'은 어쩌면 과거로의 회기라는 생각도 들었다. 경제나 물질적인것에 있어서가 아니라 생활과 문화, 개인의 내면에 있어 느끼는 감정적인 부분이 특히 그렇게 느꼈는데 적게 벌고, 적게 소비하며, 간소함 속에서 남는 시간은 자신의 행복과 내면의 기쁨을 위해 쓴다는것이 특히 그러했다.

 

이것은 마치 바쁘게 사느라 정작 제대로 살펴볼 겨를이 없던 자신에게 주는 휴가 혹은 안식년과 같다고 느껴졌는데, 소비를 줄임으로써 삶의 전반을 뒤흔드는 다양한 변화가 이를 증명한다고 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사회적 지위보다 사람 그 자체를 더 우선시하고, 생활방식이 다른 다양한 사람들에게 적응하는것은 물론 그들의 관점을 이해하며, 인간 공동체의 일원이라는 느낌으로 삶을 살아가는것이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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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취 중심적 사고와 끊임없이 계획 되는 업무가 점점 모습을 감췄고, 많은 사람이 안식일을 즐기던 과거의 시민들처럼 더 적은 것을 지니고 사는 기술뿐만 아니라 일을 더 적게 하는 기술을 습득했다. 그때가 되어서야 시간은 두렵게 펼쳐지는 것, 채워야 할 구멍이기를 멈추고, 넓어지고 느려지기 시작했다. 그때 작은 기적이 일어났다. 삶이 점점 길어지기 시작한것이다.

7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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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마음에 여유가 생기고, 사고방식이 변화하며, 미래의 관점이 변화하는것을 의미하는데 이 모든것이 바로 검소한 삶에서 비롯됨을 알 수 있었다.

 

소비를 통해 알게 된 빈부격차와 여기에서 오는 아이러니도 몇가지 확인해 볼 수 있었는데, 이를테면 부유한 나라에서 소비하는것이 더 방대하고 규모가 크지만 그에 비해 훨씬 더 적게 소비하는 최빈국들이 오히려 환경오염에 더 취약하다는 점과 같은 것들이다. 이 책에서는 방글라데시를 예로 들었는데, 모든 오염원이 되는 것들이 최빈국에서 생산되고 처리되기 때문이다. 반면 부유한 나라들은 친환경에너지 등과 같은 것들을 활용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환경오염에 있어서도 그만큼의 차이가 벌어진 것이다.

 

또다른 재미있는 아이러니를 살펴보면, 생태발자국을 기준 삼았을때 세상이 소비를 멈추는 날에는 더 부유한 국가들에서 어마어마한 소비의 감축이 요구된다는 점이다. 소비가 많은만큼 반대의 경우에는 더 많은 책임도 지어야 하는 부분이니 어쩌면 이들에게는 불편한 진실일지도 모르겠다.

 

여태까지는 소비를 동력으로 성장을 목표로 삼으면 살아왔다. 이제는 다시금 세상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소비가 멈추면 모든 경제가 멈추고 세상이 마치 암흑속에 빠질것처럼 믿어왔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음을 이번 코로나19를 통해서 우리는 목격했다. 조금 느리게 움직일지언정 세상은 멈추지 않으며 또다른 방식의 삶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팬데믹때 격리를 통해 인간들이 자리를 비운 그 자리에는 떠났던 해양생물이 다시 돌아왔고, 탄소배출량은 감소를 보였다. 이제는 의식적 소비는 물론 서비스구매와 같은 무의식 소비도 줄여야 함을 인식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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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차 세계대전이후 전 세계의 이산화 오염은 1980년대 중반, 1990년대 초반, 2009년, 2020년, 이렇게 딱 네 번 줄어들었다. 이중에서 경제성장과 환경 파괴의 분리, 녹색 성장, 그밖에 지구를 보호하려는 다른 의도적 행위의 결과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감소한 사례는 없으며, 네 경우 다 심각하고 광범위한 경기 침체가 관련되었다. 탄소 배출량은 세상이 소비를 멈출때 줄어든다.

8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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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타고니아는 자사 상품을 녹색화하면서 동시에 신상품을 적게 판매할 방법을 찾는 이중 접근법을 지속하기로 했다.

 

얼마나 많은 것들 없이도 살 수 있는지, 얼마나 많은 것들이 그립지조차 않은지를 사람들이 알게 되면서, 결국 코로나 위기는 작디 작은 디컨슈머 시장이 성장할 가능성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15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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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버릇처럼 이야기하는 더 나은 삶, 행복한 삶은 멀리있지 않다. 우리는 유랑을 줄이고 소비는 주체적으로 행하는것으로 지구환경은 물론 행복도 쟁취할 수 있다. 자연은 인간과 멀어질수록 스스로 자정능력을 가지므로 숨쉴틈을 주는것으로 충분하다. 

 

세상이 소비를 멈추는 날, 우리의 가치도 바뀌기 시작할까?라는 질문은 생각외로 코로나19로 인해 빠른 답을 얻을 수 있었는데, 변화가 모두의 상상보다 더 빨리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제는 성장에서 답을 찾기보다 다른 방법의 혁신을 찾아야 할때이다. 이제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고, 바로 그 시점이 지금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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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소비 재난에서 혁신을 찾아볼 수 없었다면, 그건 우리 사회가 소비 주도적 경제 회복을 기다리며 마냥 손을 놓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소비가 영원히 둔화된다면 독창성이 돌연 사라지기보다는 오히려 폭발할 가능성이 높다. "모든 것을 다시 생각해야 합니다." 드 데커가 말했다.

 

"혁신이 아주 많이 필요합니다. 다른 의미의 혁신이요."

23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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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쇼핑을 멈출 수 없지만, 반드시 쇼핑을 멈춰야 한다. 소비는 기후를 파괴하고, 숲을 쓰러뜨리고, 삶을 어지럽게 흩뜨리고, 우리의 머릿속을 쓰고 갖다 버리는 사고방식으로 채우고, 밤하늘에서 별을 빼앗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소비가 달리 무엇을 해야할지 모르게 만들고,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믿음을 잃게 한다는 것이다. 어느 길로 가든, 소비는 우리를 실패로 이끈다.

350~35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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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나의 소비는 어떠한지에 대해 곰곰히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원하는 소비형태는 어떤지, 어떤 형태의 소비에 집중하고 있는지도 점검하는 계기가 되었다. 더불어 1~2년전부터 본격적으로 진행중인 미니멀리스트의 삶에 대해서도 다시금 돌아보게 되었다. 설레는 물건, 꼭 필요한 물건외에 비우는 삶도 이 책에서 말하는 또다른 소비의 삶과 크게 멀지 않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는다. 더 많이 갖기 위해 아등바등 하는 삶보다 적게 벌고, 적게 소비하며, 남는 시간은 오로지 나의 삶을 위해 나의 가치에 부합하는 일들에 시간을 투자하는 삶에 할애하는 방식을 따라보고 싶다는 생각도 해본다.

 

내가 바라는 삶이 저자의 에필로그에 담겨있어 마지막은 그 글로 대신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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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증거를 통해 저소비 사회는 스트레스가 적고 노동이 줄거나 유의미한 일이 늘어나고, 사람들이나 가장 중요한 일에 쓸 시간이 더 많아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
우리의 기억과 이야기를 담을 그릇이 될만큼 우리와 충분히 오래 함께 할것이고 무엇보다 소진되었던 지구가 다시 생기를 되찾는 모습을 지켜보는 경험을 하게 될것이다.
(...)
많은 이들이 정말로 살고 싶은 세상을 만나게 될것이다.

37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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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표 초등영어 파닉스 + 알파벳 순서 따라쓰기 - 60단어로 영어 발음기호 읽는 법
Mike Hwang 지음 / 마이클리시(Miklish)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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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는 필수 과목이기에 영어 공부를 하고, 성인이 된 후에는 필요에 의해 영어 공부에 열을 올리지만, 투자한 시간 대비 영어를 능숙하게 하거나 스스로 만족할 만큼 영어실력이 향상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나 역시 영어에 대한 목마름이 있는데,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 보아도 쉽지 않다는 것을 매번 느끼곤 한다.

 

그래도 포기하고 싶지 않아, 편하게 영어를 받아들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수시로 영어에 노출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는데, 이를테면 이런 방법들이다. 좋아하는 외국 영화를 반복해서 본다거나, 외국 생활이나 여행 등 관심 있는 유튜브의 영상들을 즐겨 시청하는 방법, 타깃이 다양한 영어교재를 통해 보다 흥미롭고 재미있게 접근하는 방법 등이다.

 

이 책도 그런 관점에서 접근하게 되었는데, 아빠표 영어 시리즈를 통해 복잡하고 어려운 영어에서 벗어나 조금은 재미있고 쉬운 접근법으로 기존에 영어에 대해 가지고 있던 이미지에 변화를 주고 싶었다. 또한 영어를 처음 배우는 아이의 눈높이에서 접근해 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읽게 되었는데 4권을 모두 살펴보고 나니 잘한 선택이라는 생각이 든다.

 

회화나 단어 암기, 문법 등에 신경 쓰느라 정작 놓치고 있었던 중요한 부분들을 이번에 다시금 짚어볼 수 있었는데, 바로 영어 발음과 발음기호에 대한 부분이었다. 생각해 보면 처음 영어를 배울 때 장음과 단음, 발음기호들을 배우며 이것에 따라 뜻과 의미가 달라질 수도 있다고 배웠었는데,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런 것들은 점차 잊히고 보이는 것들에 너무 치중하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나 많은 단어를 외우고 있는지, 얼마나 정확한 문법을 구사하는지, 얼마나 커뮤니케이션을 잘 할 수 있는지와 같은 것들에 집중하면서 가장 기본적인 것들을 등한시하게 된 것이다. 사실 기본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이번에 4권의 책들을 순서대로 살펴보면서 알파벳을 쓰는 법(소문자, 대문자, 필기체)과 발음들을 하나씩 따라 해보고, 발음기호들을 살펴보면서 기초 공부를 다시 한번 할 수 있었는데, 문장으로 풀어서 설명해둔 발음 방법들을 하나씩 따라 하는 재미가 은근 쏠쏠했다.

 

읽는 방법(혹은 소리 내는 방법)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예시 단어, 단어를 쓰는 방법과 순서, 그리고 응용 단어까지! 처음 단어를 접하는 초등학생들의 경우에는 스스로 읽어보고 다음 페이지에서 한글로 표기된 읽는 법도 확인하면서 응용력까지 기를 수 있었다.

 

하나하나 읽어보고 표기법을 따라 하다 보면 중간에 확인해 보는 테스트 페이지도 확인해 볼 수 있는데, 알파벳이나 표기법에 맞는 소리를 찾아서 선을 연결하는 테스트였다. 처음에는 쉽다고 생각하고 진행했는데, 뒤로 갈수록 헷갈리고 어려운 부분도 있었다.

 

알파벳을 익히고 표기법을 익힌 후에는 단계별로 1단 명사, 2단 일반 동사, 3단 인칭에 관련된 책들을 살펴보았는데 단순하지만 확실한 이미지 트레이닝을 할 수 있어 명확하게 인지가 되었다. 특히 성장하는 아이들에게는 시각적 인지가 매우 중요한데, 그런 부분에 있어 확실한 시각적 인지와 각성된 문장에서 파생된 응용 문장까지 구사할 수 있어 여러모로 영어를 처음 배워나가는 어린이들에게는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빠표 영어 구구단+파닉스 1단: 명사>에서는 단수와 복수를 구분하는 방법, 단어를 발음하는 방법, 그리고 의미를 파악하고 가르치는 방법도 간단히 표기되어 있었는데 엄마&아빠가 아이와 함께 보면서 반복적으로 놀이처럼 학습하면 여러모로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한 페이지에 필요한 모든 정보들이 다 들어있어 그 디테일에 깜짝 놀랐는데, 가르치는 방법, 발음하는 방법, 단수&복수 표기, 발음 한글 표기 등을 모두 확인해 볼 수 있었다. 혹시 영어를 가르치는데 부모가 부담을 가지고 있다면 이 책을 볼 때는 그런 부담감은 내려놔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빠표 영어 구구단+파닉스 2단: 일반 동사>에서는 기본적인 단어를 알려주고 이를 문장으로 구사하는 방법이 담겨있었는데, 앞서 공부했던 단수와 복수의 응용력은 물론 뒤로 갈수록 약간의 변칙을 이용해 응용력을 키울 수 있도록 페이지가 구성되어 있었다.

 

무엇보다 질문에 있어 명확한 표기가 인상적이었는데, 이를테면 '내가 한 자동차를 준다는?'과 같은 문장이다. 일반적으로는 사용하지 않는 문장이며 어색하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명확하게 아이에게 단수와 복수의 개념을 짚어주고 중요한 핵심 단어를 명확하게 인지시켜 질문하는 것은 굉장히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내가 한 자동차를 준다=I give a car.

 

이 챕터에는 나와 너에 대한 개념도 함께 실려있었는데, 가랑비에 젖어가듯이 단어에서 문장으로, 문장 안에서 나와 너의 개념을 익혀나갈 수 있었다.

 

읽다 보니 어느새 <아빠표 영어 구구단+파닉스 3단: 인칭>까지 순식간에 오게 되었다. 이 챕터에는 나와 3인칭에 대한 개념을 알려주고, 1인칭과 3인칭에 쓰이는 표기법의 다른 점과 동사의 변화, 그리고 나아가 우리, 그들과 같은 표현들도 익힐 수 있었다.

 

특별히 문법 공부라고 칭하지 않아도 문장들을 통해 저절로 습득이 되었는데, 자연스러운 대화와 놀이를 통해 익힐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의 최대 장점인 것 같다. 아이가 좋아하는 다양한 단어들을 뒤섞고 추가해가면서 하나의 문장으로 수없이 많은 문장들을 만들어내고, 대화를 이어갈 수 있다는 점에 있어 무궁무진하게 활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가지 패턴과 방식으로 이어나가기보다 이렇듯 영어에 접근하는 방식에 변화를 주고 보니 조금은 영어 공부라는 부담감에서 내려올 수 있었다. 딱딱하게 문법, 단어, 리스닝 등과 같은 것들로 구분 지어 공부하기보다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습득되는 공부만큼 좋은 게 어디 있을까? 공부라는 틀안에 넣기보다 일상 속에서 좋아하는 단어부터 가볍게 시작해서 조금씩 범위를 넓혀나가다 보면 어느새 내가 하고자 하는 말들을 자연스럽게 내뱉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영어가 끔찍했던 저자가 10년을 연구해서 만든 아빠표 영어 시리즈!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만든 영어책이라고 하지만, 중고등학생 혹은 성인이면 어떠랴? 영어의 개념을 다지고 흥미를 가지고자 한다면 이 책을 통해서 시작해 보자. 기존보다 조금은 쉽게 '말'로 내뱉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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