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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컨슈머 - 소비하지 않는 소비자들이 온다
J. B. 매키넌 지음, 김하현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12월
평점 :
소비하지 않는 소비자 혹은 소비자를 줄이는것을 의미하는 디컨슈머(Deconsumer). 18세기 영국의 산업혁명이후 지금까지 가열차게 달려온 경제성장, 그 후 우리는 수많은 경제발전과 과학기술을 이루어냈다. 필수품조차 부족해 굶어죽는 사람들이 많았던 가난했던 그 시절을 넘어 이제는 욕망과 욕구에 따라 수많은 사치품을 소유하고 구매하고 있다. 마치 누가 더 많이 가질것인지 경쟁하듯 그렇게 계속 더 좋은것, 더 많이를 외치며 지금까지 이어져왔다.
그러다 우리도 모르는사이 서서히 지구는 병들어가기 시작했고 곳곳에서 조금씩 이상현상이 감지되기 시작했다. 녹아내리는 빙하, 역대 가뭄과 폭염, 홍수와 태풍 등 이상기후현상을 넘어 생각지 못한 일들이 빈번히 발생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2020년 본격적으로 코로나19가 전세계로 퍼져나가면서 세계보건기구인 WHO에서 팬데믹으로 선포하면서 갑작스레 전세계가 침묵속에 휩싸이게 된다. 사람과의 대면접촉은 물론 집밖으로의 외출도 삼가하게 되면서 사람들로 가득했던 모든 상점과 장소들은 일시에 썰렁한 장소로 변모하기 시작한다.
일시적 멈춤, 처음에는 모두가 조금만 버티면 괜찮아질거라고 안일하게 생각했다. 또 금방 지나갈꺼라고. 그런데 몇달이 지나고 1년, 2년, 3년이 지나도록 우리는 아직까지 바이러스의 사정거리안에서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이러한 바이러스는 우리의 일상을 변화시킨것은 물론 자연환경까지 변화시켰는데, 여기 이 책에는 바로 이러한 현상에 대한 이야기들이 가득 담겨있다.
과거로부터 이어져온 소비형태, 그리고 코로나이후 변화한 소비형태에 따라 달라진 우리의 모습과 내면의 변화, 인간들의 삶의 패턴이 변화하면서 함께 변화된 자연환경과 그속에서 살고 있는 동식물의 변화까지!
소비하는것에 치중해있던 우리의 삶에서 소비를 뺐을때 혹은 줄였을때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를 두고 한 여러 실험과 예측, 가상 시나리오들은 그동안 막연히 생각했던 세상의 종말과는 거리가 멀었다. 오히려 훨씬 더 희망적이고 충만한 삶을 이야기하고 있어 다음을 더 기대하게 만들었다.
여태껏 우리는 소비를 마치 의무인듯 '사고 또 사는것'에 치중해 있었다. 꼭 필요하지 않아도 유행따라, 취향따라 그렇게 가릴것 없이 사는것에 열중해 있었다. 경제학자들은 이에 편승해 지금도 여전히 더 많이 소비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점점 더 빨라지고 있는 ‘기후 재앙 시계’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이 책의 저자는 '우리는 소비의 딜레마를 해결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해 소비문화에 대한 가상 시나리오는 물론 논픽션 사고실험과 현실의 허구적 재창조라는 전통에 따라 각종 연구와 문헌, 인터뷰 등을 통해 총합적으로 분석하고 예측했다.
마침 시기적으로 딱 맞아 떨어진 팬데믹 속에서 달라진 소비행태를 살펴보고 이에 따라 소비가 미치는 다양한 내외부적인 변화들과 이에 따라 함께 나비효과처럼 번져나가는 변화들을 꼼꼼히 살펴보고 기록했다.
이 책은 총 4개의 주제를 통해 '소비'가 미치는 영향과 이에 따라 달라지는 파급력에 대해 이야기 한다.
1. 조짐: 우리가 알던 세상의 종말
2. 균열: 디컨슈머의 탄생
3. 적응: 사지 않을 자유 혹은 권리
4. 변화: 사는 것을 멈추는 순간, 진짜 삶이 시작된다
기존에 사는것, 즉 소비하는 세상이 가져다준 현재의 위태로운 상황에 대한 인식을 일깨워주는것은 물론 소비로 인해 새롭게 태어난 디컨슈머에 대한 여러 사례를 소개하면서 우리가 미처 깨닫고 있지 못했던 소비라는 항목에서 제외되었던, 진짜 중요한것들에 대해서도 짚어준다. 무의식속에 소비를 감행했던 이들에게 전하는 비소비 문화에 대한 내용을 전하고, 이는 곧 각자의 선택에 따라 '사지 않을 권리'가 있음도 알려준다. 사는것을 멈추는 순간에 일어나는 기적같은 진짜 삶으로 연결되는 변화까지 하나하나 확인하다보면 어느새 '소비'에 대한 인식이 변화함을 느낄 수 있을것이다.
혹시 여전히 가진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소비하는것에서 만족감을 얻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기를 바란다. 구멍이 뻥 뚫린듯 내면에 충만함을 가지고 있지 못한것이 어쩌면 너무 많은 소비 때문에 오히려 발생하는 현상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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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주의는 당신에게 재정적 피해를 안기고, 당신이 필요로 하거나 사랑하지 않는 것들로 당신의 삶을 어지르고 더 좋은 곳에 쓸 수 있는 시간과 집중력을 다 써버리고 당신이 깊이 염려하는 지구의 생태 위기를 악화하고 있을지 모른다. 어쩌면 간소한 생활에서 계획되지 않은 시간, 자유, 차분함, 연결을 더 많이 누릴 수 있는 기회를 발견할지도 모른다. 당신은 소비에서 공허함을 느낄 수 있다.
36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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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소비에 있어서 '소비를 하지 않는것'은 어쩌면 과거로의 회기라는 생각도 들었다. 경제나 물질적인것에 있어서가 아니라 생활과 문화, 개인의 내면에 있어 느끼는 감정적인 부분이 특히 그렇게 느꼈는데 적게 벌고, 적게 소비하며, 간소함 속에서 남는 시간은 자신의 행복과 내면의 기쁨을 위해 쓴다는것이 특히 그러했다.
이것은 마치 바쁘게 사느라 정작 제대로 살펴볼 겨를이 없던 자신에게 주는 휴가 혹은 안식년과 같다고 느껴졌는데, 소비를 줄임으로써 삶의 전반을 뒤흔드는 다양한 변화가 이를 증명한다고 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사회적 지위보다 사람 그 자체를 더 우선시하고, 생활방식이 다른 다양한 사람들에게 적응하는것은 물론 그들의 관점을 이해하며, 인간 공동체의 일원이라는 느낌으로 삶을 살아가는것이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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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취 중심적 사고와 끊임없이 계획 되는 업무가 점점 모습을 감췄고, 많은 사람이 안식일을 즐기던 과거의 시민들처럼 더 적은 것을 지니고 사는 기술뿐만 아니라 일을 더 적게 하는 기술을 습득했다. 그때가 되어서야 시간은 두렵게 펼쳐지는 것, 채워야 할 구멍이기를 멈추고, 넓어지고 느려지기 시작했다. 그때 작은 기적이 일어났다. 삶이 점점 길어지기 시작한것이다.
7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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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마음에 여유가 생기고, 사고방식이 변화하며, 미래의 관점이 변화하는것을 의미하는데 이 모든것이 바로 검소한 삶에서 비롯됨을 알 수 있었다.
소비를 통해 알게 된 빈부격차와 여기에서 오는 아이러니도 몇가지 확인해 볼 수 있었는데, 이를테면 부유한 나라에서 소비하는것이 더 방대하고 규모가 크지만 그에 비해 훨씬 더 적게 소비하는 최빈국들이 오히려 환경오염에 더 취약하다는 점과 같은 것들이다. 이 책에서는 방글라데시를 예로 들었는데, 모든 오염원이 되는 것들이 최빈국에서 생산되고 처리되기 때문이다. 반면 부유한 나라들은 친환경에너지 등과 같은 것들을 활용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환경오염에 있어서도 그만큼의 차이가 벌어진 것이다.
또다른 재미있는 아이러니를 살펴보면, 생태발자국을 기준 삼았을때 세상이 소비를 멈추는 날에는 더 부유한 국가들에서 어마어마한 소비의 감축이 요구된다는 점이다. 소비가 많은만큼 반대의 경우에는 더 많은 책임도 지어야 하는 부분이니 어쩌면 이들에게는 불편한 진실일지도 모르겠다.
여태까지는 소비를 동력으로 성장을 목표로 삼으면 살아왔다. 이제는 다시금 세상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소비가 멈추면 모든 경제가 멈추고 세상이 마치 암흑속에 빠질것처럼 믿어왔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음을 이번 코로나19를 통해서 우리는 목격했다. 조금 느리게 움직일지언정 세상은 멈추지 않으며 또다른 방식의 삶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팬데믹때 격리를 통해 인간들이 자리를 비운 그 자리에는 떠났던 해양생물이 다시 돌아왔고, 탄소배출량은 감소를 보였다. 이제는 의식적 소비는 물론 서비스구매와 같은 무의식 소비도 줄여야 함을 인식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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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차 세계대전이후 전 세계의 이산화 오염은 1980년대 중반, 1990년대 초반, 2009년, 2020년, 이렇게 딱 네 번 줄어들었다. 이중에서 경제성장과 환경 파괴의 분리, 녹색 성장, 그밖에 지구를 보호하려는 다른 의도적 행위의 결과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감소한 사례는 없으며, 네 경우 다 심각하고 광범위한 경기 침체가 관련되었다. 탄소 배출량은 세상이 소비를 멈출때 줄어든다.
8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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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타고니아는 자사 상품을 녹색화하면서 동시에 신상품을 적게 판매할 방법을 찾는 이중 접근법을 지속하기로 했다.
얼마나 많은 것들 없이도 살 수 있는지, 얼마나 많은 것들이 그립지조차 않은지를 사람들이 알게 되면서, 결국 코로나 위기는 작디 작은 디컨슈머 시장이 성장할 가능성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15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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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버릇처럼 이야기하는 더 나은 삶, 행복한 삶은 멀리있지 않다. 우리는 유랑을 줄이고 소비는 주체적으로 행하는것으로 지구환경은 물론 행복도 쟁취할 수 있다. 자연은 인간과 멀어질수록 스스로 자정능력을 가지므로 숨쉴틈을 주는것으로 충분하다.
세상이 소비를 멈추는 날, 우리의 가치도 바뀌기 시작할까?라는 질문은 생각외로 코로나19로 인해 빠른 답을 얻을 수 있었는데, 변화가 모두의 상상보다 더 빨리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제는 성장에서 답을 찾기보다 다른 방법의 혁신을 찾아야 할때이다. 이제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고, 바로 그 시점이 지금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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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소비 재난에서 혁신을 찾아볼 수 없었다면, 그건 우리 사회가 소비 주도적 경제 회복을 기다리며 마냥 손을 놓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소비가 영원히 둔화된다면 독창성이 돌연 사라지기보다는 오히려 폭발할 가능성이 높다. "모든 것을 다시 생각해야 합니다." 드 데커가 말했다.
"혁신이 아주 많이 필요합니다. 다른 의미의 혁신이요."
23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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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쇼핑을 멈출 수 없지만, 반드시 쇼핑을 멈춰야 한다. 소비는 기후를 파괴하고, 숲을 쓰러뜨리고, 삶을 어지럽게 흩뜨리고, 우리의 머릿속을 쓰고 갖다 버리는 사고방식으로 채우고, 밤하늘에서 별을 빼앗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소비가 달리 무엇을 해야할지 모르게 만들고,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믿음을 잃게 한다는 것이다. 어느 길로 가든, 소비는 우리를 실패로 이끈다.
350~35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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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나의 소비는 어떠한지에 대해 곰곰히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원하는 소비형태는 어떤지, 어떤 형태의 소비에 집중하고 있는지도 점검하는 계기가 되었다. 더불어 1~2년전부터 본격적으로 진행중인 미니멀리스트의 삶에 대해서도 다시금 돌아보게 되었다. 설레는 물건, 꼭 필요한 물건외에 비우는 삶도 이 책에서 말하는 또다른 소비의 삶과 크게 멀지 않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는다. 더 많이 갖기 위해 아등바등 하는 삶보다 적게 벌고, 적게 소비하며, 남는 시간은 오로지 나의 삶을 위해 나의 가치에 부합하는 일들에 시간을 투자하는 삶에 할애하는 방식을 따라보고 싶다는 생각도 해본다.
내가 바라는 삶이 저자의 에필로그에 담겨있어 마지막은 그 글로 대신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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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증거를 통해 저소비 사회는 스트레스가 적고 노동이 줄거나 유의미한 일이 늘어나고, 사람들이나 가장 중요한 일에 쓸 시간이 더 많아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
우리의 기억과 이야기를 담을 그릇이 될만큼 우리와 충분히 오래 함께 할것이고 무엇보다 소진되었던 지구가 다시 생기를 되찾는 모습을 지켜보는 경험을 하게 될것이다.
(...)
많은 이들이 정말로 살고 싶은 세상을 만나게 될것이다.
37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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