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얼 - 전건우 장편소설
전건우 지음 / 래빗홀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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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각종 매체와 뉴스를 통해 전해지는 살해 협박과 묻지 사건을 보며 우리 사회가 참 안전하지 않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여기에 더해 연달아 터지는 각종 비리와 부정부패를 보며 안전 불감증에 빠진 이들이 생각보다 참 많다는 것도 알게 된다. 안전하지 않은 나라에서 내 몸을 지키기 위해서는 결국 내가 스스로 조심해야겠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이 책은 그런 현 우리 사회의 불안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전개와 내용을 담고 있는데, 살인의 천재라 불리는 한 연쇄살인마와 그를 잡기 위해 혈안이 된 프로파일러의 이야기를 통해 진정한 악인의 모습과 그런 악인의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우리 사회의 단면을 떠올려 볼 수 있었다.


아무런 이유도 없이 저지르는 묻지 마 범죄, 그리고 이들의 심리를 파악하고 악마가 남긴 흔적을 따라 범인을 쫓는 프로파일러의 고된 일정을 통해 권선징악과 인과응보의 결말에 다다르기를 진심으로 응원해 본다.


이와 더불어 앞으로는 이런 일들이 더 이상은 벌어지지 않기를 마음을 다해 빌어본다. 점점 더  빈번해진 이유도, 원인도 알 수 없는 무차별한 공격과 살인에 관련된 소식이 아닌, 건강하고 밝은 뉴스들을 자주 만나볼 수 있었으면 한다.


이 책의 내용을 살펴보면, 현실감 있는 연쇄살인범의 스토리에 약간의 미스터리와 판타지 한 방울이 들어간 어딘가 있을법한 이야기로, 빠른 전개와 어디로 이어질지 모를 반전의 연속이 자꾸만 시선을 잡아 끈다.


사실 이 책이 도착하자마자 읽기 시작했는데, 앉은 자리에서 다 읽어버렸을 만큼 흥미진진한 내용과 궁금증을 야기하는 스토리 전개는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흔적 하나 남기지 않는 연쇄살인범을 마침내 마주한 순간, 갑자기 번개를 맞고 죽음을 마주한 둘. 이후 바로 이어진 환생. 그리고 다른 입장에서 다시 시작되는 2차전은 또 다른 사건이 맞물리며 어디로 튈지 예상할 수 없는 박진감을 선사한다.


범죄 스릴러 장르에 환생이 웬 말이냐 싶을 수도 있지만, 이 스토리 상에 환생은 또 다른 긴장감과 미처 끝내지 못한 마지막 결투를 이어가게 만드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가족마저 연쇄살인범에 의해 죽임을 당하게 되면서 그야말로 자신의 모든 것을 건 프로파일러의 사투를 통해 우리가 원하는 결말에 도달했는지, 또 그들은 왜 갑자기 환생을 하게 되었는지 그 사유를 찾아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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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살인마 리퍼(본명: 조영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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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의 천재라 불리는 희대의 연쇄살인마
■과시형 범죄자이며 강박증을 가지고 있다.
■셔츠에 넥타이 차림이라 얼핏 은행원 같아 보인다.
■리퍼의 실제 직업은 엔지니어
■30대에서 40대 사이의 혼자 사는 남성이며 고학력자로 추측
■이과 계열을 전공했거나 관련 직종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마른 체형에 가깝고 겉으로는 얌전하고 섬세하며 세심해 보이나, 그를 잘 아는 사람들은 의외로 고집이 세다고 증언할 것으로 보인다.
■사이코패스 성향과 소시오패스 성향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경제적으로 풍족할 것으로 추측되며, 단독주택에 살거나 교외에 자신 소유의 별장, 혹은 건물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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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자 프로파일러(최승재 경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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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청 수사과에 근무 중인 프로파일러
■리퍼를 쫓던 중 아내 이수진과 딸 최지혜도 리퍼의 손에 죽임을 당함
■기억력이 탁월해 한 번 본 것은 하나의 파일처럼 머릿속에 저장해두고 언제든 불러내 복기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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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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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세
■직업: 일식 요리사
■홍대 유명 초밥 체인점에서 근무
■주거지: 상암동
■동거인: 여동생 우지희
■부모님은 두 분 다 사망
■전과 없음
■범죄 전력 역시 없음
■독극물에 의해 살해당한 후 부검을 앞두고 최승재 경위가 우필호의 몸에서 환생하게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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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천 경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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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 범죄 수사대 소속 팀장
■건장한 체구를 가지고 있다.
■우필호에 의해 머리를 맞고 병원에서 죽을뻔하다 리퍼로 환생함
■우필호의 여동생 우지희의 사망사건과 관련 있는 인물이다.




최승재 경위를 포함한 다섯 명의 프로파일러와 세 명의 범죄심리학자가 공통적으로 추려낸 범인의 특징은 위와(리퍼 프로필) 같다. 그러나 여전히 흔적을 남기지 않는 것은 물론, 피해자들이 사는 지역, 성별, 연령대, 살인방법까지 다양해 접점이 확인되지 않아 수사는 난항을 겪는다.


그나마 유일한 공통점은 피해자들 모두 엄청난 고통에 시달리며 천천히 죽어갔다는 점인데 평범한 사고로는 도저히 생각해낼 수 없는 가학적이고 폭력적인 살해 방식이 유일하다면 유일한 공통점이었다.


오로지 극한의 고통과 공포를 선사하는 데에만 초점을 맞춘 그 행각이야말로 일련의 사건들이 연쇄살인임을 증명해 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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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
리퍼를 설명하는 데 그것만큼 적확한 단어는 없었다.

1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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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재 경위를 비롯해 사람들이 범인을 처음 마주한 것은 리퍼가 방송국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밝히면서부터인데, 이때는 이미 열여섯 번째 사건이 터진 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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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리퍼, 추수하는 자야."

1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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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에도 리퍼의 잔혹한 살인은 끝나지 않았는데, 최승재 경위는 리퍼를 알게 된 후 매일같이 악몽에 시달리는 것은 물론 이따금 현실에서도 튀어나오면서 점차 리퍼에게 더욱 집착하게 된다. 그리고 결국 그 집착 덕에 리퍼를 잡을 수 있는 상황을 만들게 된다.


그렇게 마주한 둘이 마침내 인천 연안 부두 등대 앞에서 결전의 마지막을 앞두던 차 번쩍하는 반짝임과 함께 둘은 번개를 맞고 사망하게 된다.


자신이 체포되는 순간마저도 여유로웠던 리퍼는 최승재 경위의 아내와 딸을 볼모로 삼아 또 다른 살인기계를 작동시키고 있었고 이를 막지 못한 채 둘은 어이없는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이후 잠시 정신을 잃었다 깨어난 듯 정신을 차린 최승재 경위는 의외의 장소에서 눈을 뜨게 되는데, 그곳은 바로 서늘한 느낌이 온몸을 뒤덮는 영안실 안이었다. 깨어난 자신을 마주하자마자 기절하듯 쓰러진 부검의, 그리고 그 앞을 지키고 있던 경찰들에게서 벗어난 후 파악한 현실은 자신이 누군가의 몸에서 환생을 했고 그 사람은 바로 부검을 앞둔 우필호라는 이름을 가진 살인자라는 것이었다.


그렇게 자신의 상황을 파악한 최승재 경위는 자신을 도와줄 조력자가 필요하다 느끼고 강남서 형사과에서 근무하는 조우리 경사를 찾아간다. 자신만이 아는 사실을 털어놓음으로써 신뢰를 얻고 이를 통해 자신이 리퍼를 잡는 과정에서 벌어졌던 일들을 전하고 도움을 구한다.


한편, 번개에 맞아 불에 탄 시체로 발견된 두 구의 시체를 두고 세상은 떠들썩하지만 각자 다른 사람의 몸에서 환생하게 되면서 이들의 2차전은 다시 시작된다.


앞서 '프로파일러 vs 연쇄살인범'의 대결이었다면, 이번에는 '살인자(의 탈을 쓴 프로파일러) vs 경찰(의 탈을 쓴 연쇄살인범)'의 대결로 이어진다. 여기에 더해 각자 환생한 이들의 구구절절한 사연이 더해지며 또 한 겹의 사건과도 마주하게 된다.


1차전에서는 홀로 외로이 사건을 파헤쳤다면, 2차전에서는 조우리 경사를 비롯한 든든한 조력자가 몇몇 등장하는데, 무엇보다 숨겨진 사건을 파헤치는데 가장 큰 단서를 제공하는 것은 온통 흑백으로 보이는 '꿈'이다.


자신과 함께 환생한 리퍼, 그리고 그들이 환생한 몸의 주인공들 사이에서 있었던 일련의 사건들을 하나하나 파헤쳐 가며 점차 그들은 진실을 향해 앞으로 나아간다. 여기에는 앞서 최승재 경위가 리퍼를 잡기 위해 시도한 새로운 관점도 포함되었는데, 이를 통해 리퍼의 특성을 파악할 수 있었고 그렇게 좁혀진 그에 관한 신상을 십분 활용해 끝까지 추격전을 이어나가며 마침내 끝을 향해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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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퍼가 어떻게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을 수 있었을까를 고민하자 사건이 다른 각도로 보이기 시작했다.

7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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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면에 꼼꼼히 남겨둔 살인 기계장치의 설계도와 살인 아이디어가 담긴 살인 노트를 통해 통해 점점 진화해 가는 살인의 형태와 끝나지 않을 살인을 예측하고 끝까지 리퍼를 추격해 나가며 그를 궁지로 몰아가기 시작하는 최승재 경위.


마치 이런 순간이 올 줄 알고 있었던 것처럼 우필호가 죽기 전 남겨놓은 마지막 히든카드와 죽음을 불사하면서까지 리퍼를 몰아간 최승재 경위의 연쇄살인마를 향한 집념은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죄를 짓고도 권력과 돈 뒤에서 자신을 숨기고 떵떵 거리며 살아가는 이들뿐만 아니라 억울하게 죽어간 누군가의 원한마저 속시원히 풀어주며 숨 막히는 전개를 이어나가는 이 이야기를 통해 결말 뒤에 또 어디에서 이들이 다른 모습으로 만날지 두려움과 기대가 샘솟는다.


개인적으로 가장 통쾌했던 장면은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통해 대중에게 진실을 낱낱이 밝히는 장면이었는데, 얼토당토않은 이야기를 긴박한 추격전이 이어지는 와중에 덤덤히 전하고 이를 믿어 묵묵히 들어주며 사건의 핵심 장소로 이동하는 장면은 그동안 몇몇 소수만 알고 있던 사실을 마침내 세상에 공표하는 장면이라 유난히 더 기억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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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싸움은 누가 이기는가 보다 누가 지지 않는가가 더 중요했다. 적어도 나는 대결에서 지지 않았다. 물러서지도 않았고, 겁을 먹지도 않았다. 그것이 자랑스러웠다.

28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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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두뇌싸움과 체력적 한계를 넘어서는 이들의 대결은 지지 않아야 비로소 이기는 게임이나 다름없었다. 환생을 통해 입장이 바뀌어도, 기존의 자아와 약간 다르게 반응하는 신체의 한계도 뛰어넘어야만 쟁취할 수 있는 승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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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작업들을 통해 어떤 악인들은 거의 자연재해처럼 '임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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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이 작품을 써 내려가며 살인자의 내면을 들여다보기 위해  다양한 다큐멘터리의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여기서 '어떤 악인들은 거의 자연재해처럼 임하는 걸 알게 되었다'라고 하는데 요즘의 우리 사회 모습 또한 이것과 닮아있지 않나라는 생각을 해보게 한다.


좀처럼 예측이 되지 않는 범죄, 그리고 연쇄적으로 일어나는 사건사고를 들여다보면, 과거처럼 원한이나 특정 계기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 정신병이나 기분에 따라 순식간에 예고 없이 벌어져 쑥대밭으로 만들어놓고는 이내 사라지는 걸 확인해 볼 수 있는데, 그 악인을 대변하는 악마의 화신이 곧 리퍼가 아닐까 싶다.


이 책을 읽으면 왜 하필 '환생'일까 궁금했는데, 어쩌면 갑작스럽게 이유도 모른 채 죽음을 맞이하는 이들을 끝까지 추격하는 도구로 '환생'을 선택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누군가는 연쇄살인자에게 억울하게 죽음을 당하고 심지어는 가족들에게 자신의 시신마저 발견되지 못한 채 그대로 잊혀 간다.


만약 그런 상황에 놓인 이들이 있다면, 이 책에서처럼 누군가의 몸을 빌려 다시 태어날지라도 환생을 통해 이 억울함을 밝히고 끝까지 범인을 색출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가득하지 않을까?


그래서 '환생'은 누군가의 염원이나 바램을 담은, 결말로 이어주는 매개체가 아니었을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의 제목 듀얼은 '하나의 소프트웨어(자아)와 두 개의 하드웨어(인체)' 혹은 '두 번의 삶'으로도 해석할 수 있을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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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씨를 수놓다 (스프링) - 악필교정, 글씨교정, 캘리그라피 등 글씨 연습을 위한 감성 손글씨 워크북 글씨를 수놓다
최원진.박소연 지음 / 부루펜랩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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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와 모바일이 우리 일상에 들어오면서부터 줄어든 손글씨. 그래서인지 이제는 펜을 잡고 종이에 글을 쓴다는 것 자체가 어쩐지 어색해져 버린 요즘이다. 간혹 손글씨를 쓸 일이 생길 때면 더 긴장을 하게 되는 건 안 비밀!

 

한때는 그래도 나름 손글씨 좀 썼다고 생각했는데, 그 한때의 습관이 다 사라진 것을 보면 무엇이든 꾸준한 연습과 습관이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자판을 치는 것이 익숙해지고 속도가 빨라지는 것과 반비례해 자꾸만 퇴행하고 있는 손글씨를 확인할 때면 은근히 씁쓸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한타와 영타가 빨라지고 익숙해지는 것은 좋지만, 그래도 역시 놓칠 수 없는 손글씨이기에 이번 기회에 조금은 더 나아진 손글씨를 위해 워크북의 도움을 받아보려 한다.

 

마치 과거 연습장을 연상케 하는 이 손글씨 워크북은 악필 교정과 글씨교정, 캘리그래피 등 글씨 연습을 위한 감성 손글씨 워크북으로 생각보다 꽤 알찬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모음과 자음부터 시작해 단어, 문장, 장문, 가로쓰기, 엽서 쓰기 등 재미있게 글씨 연습을 할 수 있도록 짜여 있었다.

 

하나하나 순서대로 따라가다 보면 저자가 참 꼼꼼한 성격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는데, 준비물부터 소소한 팁, 글씨를 쓰는 영상, 펜 선택하는 법, 매일의 성장 기록지 등 차근차근 연습할 수 있는 루틴을 책 한 권에 모두 담아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직접 손글씨 연습에 들어가기에 앞서, 어떤 구성과 내용이 담겨 있는지 소개한 후 추후 일정에 따라 차분히 연습에 돌입해 보려 한다.

 

혹시 나와 같이 손글씨에 대한 미련과 더 예쁜 손글씨 습관을 가지고 싶다면 이 책에 소개된 방법을 통해 하나하나 글씨를 관찰하고 자신만의 예쁜 손글씨체를 완성해 나가기를 바란다.

 

준비물은 간단하다. 펜, 종이만 있으면 된다. 만약 이 워크북을 가지고 있다면 당분간 별도 종이는 필요하지 않다.

 

글씨 교정을 위한 워크북이므로 잘 쓰는 법은 무엇보다 독자들에게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는 3가지 팁을 제시하는데, 잘 보기, 잘 쓰기, 잘 고치기를 제안한다.

 

▶잘 보기: 글자를 완전히 분해해서 보기
▶잘 쓰기: 똑같이, 천천히에 유의해서 써보기
▶잘 고치기: 어떤 점이 다른지 확인해 보고 고쳐보기

 

워크북만으로 해결이 안 되는 이들을 위해 글씨를 쓰는 영상을 QR코드로도 확인해 볼 수 있다. 더불어 펜 추천을 통해 저자가 직접 써본 펜 중에서 괜찮은 펜도 제안한다.

 

개인적으로는 여기 있는 펜들보다 모나미 펜과 동아 스피디 볼 0.7mm 펜을 선호한다. 오랫동안 사용해 온 펜이기도 하고, 글씨를 쓸 때 편하게 착 감기기 때문이다. 아마 자신만의 애정 하는 펜이 각자 있을 것이다.

 

하루 5장씩 30일! 나만의 글씨 성장 기록 일지로 매일 글 수를 체크해 볼 수 있다.

 

자음과 모음부터 시작해 글자를 구성하는 하나하나의 크기, 구부러짐 정도, 어느 위치에 배치시켜야 하는지 등을 세세하게 알려준다. 이것을 보며 글자도 철학이구나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마치 처음 글자를 배우던 어린 시절처럼, 모눈종이에 그려진 글자를 따라 천천히 따라 써보자.

맨 뒷면에 트레싱지(미농지)가 포함되어 있어 글자 위에 올려두고 여러 번 반복해서 연습도 가능하다.

 

단어 쓰기, 단문 쓰기, 장문 쓰기, 글 수 패턴 가로쓰기 등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으니 적극적으로 활용해 보면 좋을듯하다.

 

기본적인 글씨 연습을 통해 글씨교정을 마쳤다면, 자신만의 예쁜 글씨체를 갈고닦을 수 있는 글씨체를 개발해 보자! 엽서 쓰기와 중간중간 쉼터처럼 따라 써볼 수 있는 글자들을 통해 재미있게 글씨 쓰기 연습을 해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캘리그래피도 관심이 있는데, 이 글씨 연습을 바탕으로 색다른 캘리그래피를 써보는 것도 좋은 취미 생활이 될듯하다.

 

글씨를 직접 쓸 일이 적어지는 이때, 어쩌면 글씨를 잘 쓴다는 것은 또 다른 특기이자 나만의 특색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직접 한 글자 한 글자 써보면서 글씨교정도 하고, 매력적인 필체를 완성해 보면서 힐링의 시간을 가진다면 이색적인 취미 하나를 더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아닐까 싶다.

 

모처럼 손글씨 워크북을 통해 잃어버린 동심도 돌아보고 나만의 예쁜 필체를 찾고 싶은 열망도 꿈꿔본다. 서둘러 일지를 채워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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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생긴 서울을 걷는다 - 제10회 브런치북 대상 수상작
허남설 지음 / 글항아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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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골목을 돌아다니다 보면, 유난히 낡고 해진 모습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골목이 존재한다. 쓰레기로 가득한 길가, 음산한 분위기, 거기에 더해 수없이 눈에 띄는 벌레들까지. 그래서 그런 골목들은 이따금씩 먼 길을 돌아가더라도 굳이 가로지르려 하지 않는다.



동네의 한곳만 살펴봐도 이처럼 깨끗한 골목과 해진 골목이 존재하는데, 서울이라는 거대한 도시로 그 범위를 더 확장해 보면 이제 동네 단위로 그 구분이 명확해진다. 이걸 보고 사람들은 종종 부유한 동네, 가난한 동네로 구분 지어 부르기도 하는데, 대부분 경제적인 부분을 기준으로 나누곤 한다.

 

반면 외국에서는 낡고 해진 동네를 다른 이름으로 부르기도 하는데, 역사와 문화를 가진 도시로 오히려 우대받는 경우가 많다. 오래 지켜온 만큼 더 오랫동안 보존하여 후대에까지 전해주려는 시도들이 이어져 유명 관광지로 이름을 떨치기도 한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나 역시 낡고 해진 동네에 대한 인식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 그저 재개발이든 리모델링이든 어떤 형태로든 깔끔하게 변화했으면 하는 마음뿐이었다. 왜냐하면 깨끗해져야 그곳이 더 이상 더러워지지(분위기든, 실질적 깨끗함이든) 않을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이는 보통의 사람들이 갖는 인식 때문이기도 했는데, 이 때문에 더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더러운 곳에서는 함부로 쓰레기를 버려도 양심에 크게 죄책감을 가지지 않는다. 이미 더러운 곳이라는 생각 때문인지 쉽게 양심을 저버린다. 반면 깨끗한 곳에서는 함부로 쓰레기를 버리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고 쉽게 쓰레기를 버리거나 더럽히지 않는다. 이와 같은 속성 때문에 더러운 곳이 깨끗하게 탈바꿈하기를 소원했다.

 

실제로 내가 살고 있는 동네의 한 골목만 살펴봐도 알 수 있는데, 큰 길가에서 바로 한 블록 안쪽에 자리했던 골목이 한때는 온갖 쓰레기들이 줄을 지어 나열되어 있던 음침하고 더러워 흉흉한 분위기를 뽐내던 곳이었다. 깨끗하고 큰 길가와 너무 대조되는 그 골목길은 여름이면 악취와 벌레로 더 심한 몸살을 앓곤 했다.

 

하지만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점차 그곳은 변화를 겪기 시작했고, 쭈욱 늘어서 있던 쓰레기들이 치워지기 시작하면서, 음침하고 더러웠던 골목은 어느새 말끔한 형태로 변모해 나갔다. 그리고 그 주위에 서서히 하나씩 대단지의 아파트가 들어서기 시작하면서 지금은 과거의 모습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누구나 살고 싶은 곳이 되었다.

 

덕분에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도 많아졌고, 놀이터와 공원으로 새롭게 자리한 말끔해진 모습에 이제는 흉흉 분위기는커녕 큰 두려움이나 어려움 없이 그곳을 지나다닐 수 있게 되었다.

 

이와 같은 변화를 직접 경험하면서 정부 차원의 새로운 정비는 필요하다 느꼈고, 오래되고 낡은 집이나 동네를 변모시키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보니 그 더럽고 낡은 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미처 보지 못하고, 못생긴 외양만을 보고 판단했던 것은 아니었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서울도 사실 한때는 논밭으로 뒤덮인 시골이자 달동네가 흔하게 존재했던 하나의 지역이었을 뿐인데, 과거의 그 모습은 어느새 잊히고 너무 새것만 쫓게 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저자는 낡고, 긁히고, 부서진 허물어질 것 같은 도시의 못생긴 부분들을 직접 걷고 찍으며 곳곳을 둘러본다. 그리고 그곳에 살고 있는 주민들을 만나 더 깊숙이 들여다보는 시간을 통해 그동안 들여다보지 못했던 우리의 자화상을 제대로 살펴본다.

 

그리고 그 모습을 통해 재개발이라는 명목으로 쫓겨난 그 진짜 주인들의 행방과 전혀 다른 모습으로 탈바꿈한 동네의 모습을 전한다. 심지어 수년이 지났음에도 애초에 계획했던 도시보전사업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 과정과 그 이면에 숨겨진 진실도 함께 전한다.

 

이를 통해 왜 우리 사회의 인식이 변화했는지, 또 그 정 많던 동네가 허물어졌는지 비로소 알게 된다. 정부 사업에 내쫓기듯 사라진 이들과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그 동네만의 분위기와 삶은 이제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음에 안타까움과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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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스무 살이 되면 새 출발선에 서는데, 사람이 사는 동네는 그 순간부터 죽음을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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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해가 넘어서면 '죽은 것'으로 인식하게 되는 동네. 어쩌면 우리는 오래되었다는 이유로 제대로 동네를 살펴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되는 문장이다.

 

한 다큐멘터리를 통해 지방의 마을을 되살리기 위한 방법으로 버려진 집을 무료 혹은 아주 싼 가격에 내어주고 젊은 층을 유입하여 다시금 활기찬 마을로 만들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는 영상을 본 적이 있는데, 여러모로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오고 있었다.

 

이처럼 단지 낡고, 긁히고, 부서졌다는 이유로 그대로 마을 전체를 사장시키거나 완전히 새롭게 건설하기보다 집 각각의 개성을 살리고 사는 사람들의 특성을 반영한 소소한 변화를 통해 동네의 문화를 보존하고 유지시킬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하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사는 사람들에 의해 생동감 있게 순환하는 도시, 그리고 오래도록 동네가 가진 특성을 보존하고 지켜나가며, 누구의 개입 없이 자체적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는 도시 건설이야말로 우리가 앞으로 지향할 지점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강하게 파고들었다.

 

일률적인 도시개발로 획일화되고 특성을 잃어버린 사회 속에서 우리는 어쩌면 흑색 도시 속에 잠재된 죽은 도시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상상도 하게 된다. 무한한 상상과 재미있는 도시 보존을 위해서는 어쩌면 존재의 가치를 인정해 주고, 그것을 최대한 해치지 않는 선에서 개발이 이루어져야만 가능한 일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저자는 백사마을과 창신동, 그리고 청계천을 따라 을지로에 있는 세운 재정비 촉진지구를 예로 들어 도시개발로 고유의 특성이 사라져 버린 동네들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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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사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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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 백사마을은 앞선 재개발 계획과는 다른 '공유하는 삶'을 지향하자는 목표로 백사마을 원주민뿐만 아니라 다음 세대에게도 전승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아 <백사마을 디자인 가이드라인> 채택하여 재개발의 추천하고자 한다.

 

여기에는 "마을 전체가 지향하는 자원의 공유, 공간의 공유, 기회의 공유를 구현하는 계획을 한다"라는 문장을 담았다.

 

앞서 진행한 재개발이 과거의 모습은 완전히 지우고 원주민을 쫓아내는 형상이었다면 백사마을에서 진행하는 재개발에서는 주거지 보전사업을 통해 '원주민이 계속 살아가는 마을'을 자연스럽게 핵심과제로 삼아 진행하고자 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주거지 보전사업은 결국 패색이 완전한 상황이 되었고, 이는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히게 되면서 이루고자 했던 가치가 뒤로 밀리는 형상이 된다. 오로지 토지주의 비용을 더 절감하기 위한 분양주택 확대, 그리고 자산 가치를 더 높여줄 대단지 아파트로의 전환이 앞서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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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신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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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신동은 근현대사에서 줄곧 저소득층이 사는 지역으로 일제강점기에는 고향을 떠나 서울(경성)에 올라온 가난한 농민 출신 노동자들이 이곳에 자리를 잡은 곳이다.

 

창신동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달동네에서 해방 이후 판자촌으로, 산업화 이후 다시 빌라촌이라는 이름으로 변하게 된 역사를 간직한 곳으로 낡고 해진 곳을 재정비하는 재개발의 흐름에서 비껴갈 수 없는 곳 중 하나였다.

 

창신동의 재개발의 사례에서 살펴볼 수 있듯이 현실적인 문제로 들어가 보면 재개발은 덩치를 키울 수밖에 없는 이유를 가지고 있는데 살펴보며 다음과 같다.

 

예컨대, 새 아파트를 1400세대로 짓는다고 하면 이 중 1000세대를 원래 헌 집을 가졌던 주인들이 한 채씩 나눠 갖고, 나머지 400세대를 외지인들에게 분양해 수익을 낼 수 있는데, 새 아파트를 짓는데 들어간 건설비에서 이 분양금을 빼면 헌 집 1000세대 주인들이 대야 할 몫, 즉 분담금이 줄어들게 된다. 그래서 모든 재개발은 되도록 덩치를 키우려고 한다.

 

내가 사는 집을 더 크고, 더 높은 아파트로 고쳐 지을수록 오히려 내가 내는 돈이 줄어드는 희한한 판이 바로 재개발인 셈인 것이다.

 

이러한 재개발의 아이러니를 통해 우리는 중요한 한 가지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데, 당장 재개발해야 할 것 같은 허름하고 조그만 집들에 생각보다 엄청나게 많은 사람이 복작복작 모여 산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사람들은 대부분 소유주가 아니라 세입자로 살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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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운 재정비 촉진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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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보기에는 참을 수 없을 만큼 못생긴 구도심과 산동네의 풍경, 거기에는 그 나름의 복잡한 맥락이 존재합니다. 공공의 책무는 그 맥락을 최대한 존중하며 문제를 풀어가는 법을 설계하는 것이지, 앞장서 맥락을 무시하고 파괴하라고 선동하는 것이 아닙니다. 도시는 백지가 아닙니다.

20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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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곳곳을 둘러보다 보면, 이제 그만 헌집을 놓아주고 새 집을 지어야 할 것만 같은 풍경을 선사하는 곳도 있다. 하지만 무조건 새 집을 짓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것을 이제 우리는 안다.

간혹 우리는 뉴스를 통해 몇몇 오래된 동네가 입주민들에 의해 새롭게 변모했다는 소식을 접하곤 하는데, '힙지로'가 그 좋은 예다. 낡은 것을 새로운 문화의 공간으로 재탄생시키면서 '낡은 것'이 아닌 '빈티지스러움'으로 인식시키고, 긍정적 생각을 심어주면서 사람들에게 공간의 재창조를 경험하게 한다.

 

이를 통해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건 공간에 거주하는 사람을 우선하는 것과 공간을 바라보는 관점을 변화시키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래야만 제2의 힙지로의 탄생을 목도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저자가 남긴 말에서 깊은 공감과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발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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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빛나고 아름다운 도시를 꿈꾸겠지만, 도시가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그 안에는 아름답지 않은, 못생긴 부분이 존재할 수밖에 없습니다. 낡고, 긁히고, 부서지고, 심지어 금방이라도 허물어질 것 같은 곳이 서울에는 아직 곳곳에 널려 있습니다. 그 못생김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 고민할 때, 그저 멀리서 바라보는 조감도의 시선에서는 기울어진 운동장의 구경꾼밖에 될 수가 없습니다. 구경꾼은 이미 기울어진 쪽에 서서 기울기를 한층 더 가파르게 만드는 데 일조할 뿐입니다.
(...)
그럴 게 아니라 이제는 거리에 서야 합니다. 거리에서 조감도가 아닌 투시도의 시선으로 도시를 살펴야 합니다.
(...)
보기에 썩 만족스럽지 않은 못생긴 도시가 이런 다양한 삶을 위해 존재한다는 사실에서 모든 논의가 시작되어야 합니다. 보존할 대상은 천막이나 지붕 같은 게 아니라 바로 그런 삶입니다. 그 삶을 보존하는 일이 슬레이트 지붕이나 타이어 올린 천막을 지키는 일이라면 마땅히 그렇게 해야 할 것입니다. 그것이 공공의 책무입니다. 어쩌면 우리 도시에는 일정한 못생김이 필요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어떤 때는 못생긴 도시가 누군가의 삶을 지키는 집이 되어주기 때문입니다.

224~22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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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도시 속에 자리한 아름답지 않은, 못생긴 부분이 여전히 왜 필요하냐고 질문한다면, 살림살이에 비교해 봐도 좋을 것 같다.

 

아무리 깨끗하고 예쁜 집을 유지하고 싶어도, 먹고살기 위해서는 아름답지 않은, 때로 지저분해 보이는 살림살이들이 반드시 존재할 수밖에 없다. 

 

이것을 단지 보기 흉하다는 관점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집 안에서 투시도의 시선으로 볼 것인가에 따라 관점은 완전히 달라질 수밖에 없다.

 

여기서 우리는 앞서 흉하다는 관점으로 봤기에 그저 관람하는 관람객이었고, 기울어지고 삐뚤어진 일면만 보았다. 하지만 거리에 서서 살펴보면 다양한 삶과 문화가 존재한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중요한 건 얼마나 흉한지, 못생겼는지를 보는 게 아니라 얼마나 필요한 물건인지, 그런 삶을 지켜내기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를 먼저 살펴보는 게 우선이라는 점이다.

 

흉측한 모습을 하고 있어도 때로 그것이 누군가의 삶을 지탱하는 존재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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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난 아이
사노 요코 지음, 황진희 옮김 / 거북이북스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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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읽은 그림책에 이어 이번에 만나 본 그림책은 탄생과 삶의 의미에 대해 담고 있는 <태어난 아이>다. 살면서 한 번쯤 하게 되는 탄생에 대한 물음과 삶에 대한 의미를 되짚어 보게 하는 그림책으로 '산다는 건, 이런 거구나'라는 것을 흠뻑 느끼게 했다.

 

아이들 대상의 그림책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거친 질감의 표현과 개성 넘치는 색감의 대비가 무섭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어 그림에 대해서는 약간의 호불호가 나뉘지 않을까 싶지만, 그럼에도 담고 있는 메시지나 내용이 갖는 무게감이 상당해 한 번쯤 꼭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아이가 갖는 의미와 어른이 느끼는 의미에 격차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아동과 성인 모두가 함께 읽어봤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우리가 살면서 잊고 있던 '태어난다는 것',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큰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인지 깨닫게 될 것이다.

 

한편, 이 그림책에서는 재밌는 전제조건을 발견할 수 있는데, '만약 태어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다면'이라는 전제조건이다. 이를 통해 '만일, 내가 태어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다면?'이라는 주제로 어떤 선택을 하고 싶은지, 무얼 하고 싶은지 잠시 상상하면서 즐거운 시간도 보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태어나고 싶지 않아서 태어나지 않은' 아이의 여정에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지금부터 만나보자!

 

 


'태어나고 싶지 않아서 태어나지 않은 아이'는 날마다 이리저리 세상 구경을 하며 돌아다닌다. 혼자였지만 태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외롭지 않았고, 세상에 그 어떤 것도 상관없었다. 또 세상의 그 어떤 것에도 영향도 받지 않았는데, 우주 한가운데에서 별 사이를 거닐어도, 태양 가까이 다가가도 뜨겁지도,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러다 우주여행을 마치고 지구로 내려와 또 다른 구경에 나서는데, 여기서도 태어나지 않은 아이는 모든 것에 심드렁한, 아무렇지 않은 일상을 이어나간다.

 

사자가 나타나도 무섭지 않았고, 모기가 물어도 가렵지 않았으며, 강아지가 핥아도 간지럽지 않았다. 심지어 배도 고프지 않아 먹지 않고 세상을 구경하며 떠돌아다닌다. 

 

그렇게 태어나지 않은 아이는 태어나지 않았으니 무얼 하든 공허했고, 세상에 존재하는 것들이 자신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느낀다.

 

그러던 어느 날 개에게 물린 여자아이를 따라갔다가 여자아이의 엄마가 아이를 깨끗이 씻기고, 약을 바른 다음 엉덩이에 반창고를 붙여주는 것을 보고 반창고가 붙이고 싶은 마음에 마침내 태어나기로 마음먹고 태어나게 된다.

 

그림책에서는 단 몇 줄로 단순히 자신도 반창고를 붙이고 싶은 마음으로 표현되는데, 사실은 따뜻한 보살핌을 받는 소녀의 모습이 부러워서는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하는 대목이다.

 

이후 그렇게 태어난 아이는 태어나기 전에 아무 상관이 없던 것들을 마음껏 누리고 느끼며 살아가게 되는데, 이 극적인 순간을 통해 얼마나 많은 차이와 대비를 이루는지 극명하게 나뉘는 장면들을 통해 확인해 볼 수 있다.

 

때로 우리는 살면서 '왜 태어났을까?' 혹은 '태어나지 않았으면 좋았을 텐데'라고 생각하는 순간이 있다. 그런 순간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은데, 여러 고찰과 철학적 사유들을 제쳐두고 가장 극적이면서 현실적인 '태어나야 함의 이유'를 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이런저런 사유로 삶에 대한 의미를 미처 발견하지 못했거나 놓치고 있다면 이 그림책을 통해 발견해 보기를 바란다. 실제 존재한다는 것이, 산다는 것의 의미가 얼마나 숭고하고 소중한 것인지 직접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우리가 늘 누리고 있는 일상을 '아무것도' 아닌 것에서 '최고의 가치'로 느끼게 될 것이다.

 

태어난 아이는 이제 세상의 모든 것에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있는 것은 물론, 배고픔과 아픔, 슬픔, 가려움, 즐거움 등의 모든 감정들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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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아파"
태어난 아이는 팔과 다리가 아파서 울었습니다.
(...)
그리고 어디선가 풍겨 오는 빵 냄새를 맡았습니다.
"배고파요, 엄마."
태어난 아이는 빵을 오물오물 맛있게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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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가 아파서 울기도 하고, 원하던 반창고도 붙였으며, 부드럽고 좋은 엄마 냄새를 느끼는 것은 물론 배고픔도 느끼게 된다. 태어나지 않았다면 절대로 느끼지 못할 생생한 감각들은 태어났기에 생생하게 느낄 수 있게 된 것이다.

 

 


때로 우리는 불행이 닥치거나 부정적인 감정이 들 때, 불현듯 '태어나지 않았으면 좋았을 텐데'와 같은 생각들을 하곤 한다. 하지만 태어났기에, 우리는 그러한 감정들을 느끼는 것이고, 이 모든 총천연색의 감정과 경험을 하는 것이다.

 

불행과 행복, 양 극단에 자신의 삶을 두지 말고, 살아있는 것 그 자체를 즐겨보면 어떨까? 태어난 아이가 배고픔과 아픔 등을 느끼는 것처럼 말이다.

 

간혹 태어나지 않은 아이가 부럽다고 느끼는 이들도 있을지 모르겠다. 세상에 걸림돌이 될 것도, 아무것도 상관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 보면 이 세상에 존재할 이유나 가치 역시 사라지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아이는 마지막에 "태어나는 건 피곤한 일이야"라고 말하는데, 행복하다 말하는 것보다 훨씬 더 깊숙이 다가오는 말이었다. 왜냐하면 태어나지 않았으면 몰랐을, 세상 모든 것들을 느끼고 경험하며 살아야 하기 때문임을 즉각 떠올렸기 때문이다.

 

아마 우리가 살아가는 한, 삶은 피곤하고 혼란스러울 것이다. 세상 처음 사는 인생 1회차이기에 어쩔 수 없는 경험들이다. 하지만, 태어났기에 경험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며 태어났음에, 살아있음에 위안과 위로를 얻는다. 내가 겪은 이 모든 일이 살아있기에 겪는 일이라는 따뜻한 토닥임과 삶의 의미를 전해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시금 힘을 내게 된다.

 

불행을 겪어서, 아픔을 겪어서 삶의 의미와 존재를 부정하고 있다면, 살아있기 때문에 느끼는 감정이라고 포용해 보면 어떨까? 오늘도 우리는 살아있음에 수만 가지 감정과 경험을 새로 맞닥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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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의 기차 속 깊은 그림책 5
제르마노 쥘로.알베르틴 글.그림, 이주희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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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읽은 <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에서 소개되는 도서 목록 중 랜덤으로 몇 권을 우선적으로 대여해 보았다. 그중 첫 번째 만난 책이 바로 <토요일의 기차>인데, 첫 느낌부터 강렬하게 다가왔다.

 

밝은 형광색의 표지에 비해 심플한 선으로 그려진 기차의 이미지, 여기에 대해 생각보다 큰 사이즈가 압도적으로 다가왔는데, 원래 그림책이 이렇게 컸나 싶어 자꾸 더 들여다보게 된다.

 

큰 사이즈의 스펙만큼 다가오는 부피감이나 느낌도 남다른데, 두 손 가득 품지 않으면 페이지를 넘기기도 쉽지 않다.

 

전체적인 구성은 90%의 선으로 이루어진 디테일한 그림과 10%의 한 줄 글자라고 말할 수 있을듯하다. 아이가 타고 가는 기차를 제외한 그 어떤 사물에도 컬러는 입혀져 있지 않다.

 

극도로 긴 화면, 선으로만 그려진 그림, 반복적 구도지만 다양한 배경으로 보는 재미가 쏠쏠한 페이지에는 철로를 따라 아이의 꿈과 우리의 삶이 담겨 있는듯하다. 그래서 읽다 보면 여행을 하는듯한 느낌도 받을 수 있다.

 

초등학생 저학년쯤 되어 보이는 한 여자아이가 기차역에서 홀로 기차여행을 떠난다. 엄마의 배웅을 끝으로 할머니 집을 향해 먼 길을 나아간다.

 

짤막한 한 줄의 설명을 통해 짐작건대, 아마도 아이가 아는 세상은 자신이 살고 있는 도시와 세상의 반대쪽 끝에 자리한 할머니의 집이 아닐까 싶다.

 

이 여행은 단순한 여행이 아니다. 복잡한 도시에서 한적한 시골로의 여행이자, 아이가 성인으로 성장하는 과정에 대한 여행이다. 더불어 온 세상을 모두 경험해 보고 싶은 아이의 바램이 담긴 여행이기도 하다.

 

내용은 아이의 관점에서 서술되는데, 아이에서 성인으로의 과정을 이미 거쳐본 사람이라면 모두 공감할법한 내용으로 씁쓸한 감정 내지 한때 꾸었던 꿈을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기차여행을 통해 아이는 언젠가 온 세상을 여행하고 싶은 마음을 표현한다. 하지만 이런 아이의 소망에 대해 엄마와 할머니는 모든 곳을 여행할 수 없다고 말한다.

 

온 세상을 여행하기엔 아이가 너무 작고, 내 안을 들여다보고 살피는 일만 해도 아주 어렵다는 어른들의 이야기도 전한다.

 

아이는 그런 어른들의 이야기를 이해하지 못한다. 이런 나의 반응에 엄마는 내가 크면 세상일을 더욱 잘 이해하게 될 거라며 다독였고, 할머니는 또 내가 크고 나면 삶이 아주 빠르게 흘러갈 거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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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랑 할머니는 늘 이렇게 말해요, "크면 다 알게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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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이런 반응은 우리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데, 감히 짐작조차 하지 못했던 세상일을 잘 이해하게 된 것은 물론 아주 빠르게 흘러가는 삶을 이제는 너무 잘 알게 되어 오히려 되돌아갈 수 없는 그때 그 시절이 살짝 그립게 다가오기도 한다.

 

이런 엄마와 할머니의 말에 아이는 되려 크고 싶다는 바램을 전한다. 엄마와 할머니의 말처럼 어른이 되면 세상일을 더욱 잘 이해하게 될 거라며.

 

어쩐지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 하는 아이의 말에서 기대와 바램이 느껴져 웃음이 나기도 한다. 그런 한편 어릴 적 한 번쯤 해봤던 생각이라 '그땐 그랬지'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여기에 더해 아이는 당차게 삶이 빠르게 흘러가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며, 온 세상을 여행하며 어디든 갈 거라는 강한 의지를 전한다. 그리고 후에 엄마와 할머니에게 자신이 직접 증명하여 보여줄 것을 다짐하는데.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세상에 대한 때묻지 않은 생각과 반대되는 엄마와 할머니의 모든 것을 다 이룰 수는 없다는 생각 모두에 깊이 공감하고 납득하기에 웃픈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아이일 때 넘나들 수 있는 경계가 없는 선, 그리고 무한 상상력과 믿음은 아이가 하는 기차 여행의 배경을 통해서도 확인해 볼 수 있는데, 엄마와 할머니의 말처럼 세상 모든 곳을 다 여행하거나 이룰 수는 없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편으론 지레 한계를 그어놓고 살지는 않았나 하는 반성을 하게 된다.

 

 


삶의 여정은 이 책에서 아이가 혼자 기차여행을 하듯 누구나 공평하게 오롯이 혼자 겪어나가야 한다. 그 길 끝에 어떤 풍경을 마주할지는 아마 그 긴 여정 속에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삶을 살았느냐에 따라 달라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복잡한 도시에서 세상의 끝에 자리한 한적한 시골마을로 향할지, 아니면 판타지 속에 자리한 꿈꾸는 세상 속이 될지 중간 점검 시간을 통해 한 번쯤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더불어 아직까지 기차 위에 올라 인생 여행을 하고 있는 우리에게도 기회는 충분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단, 미리 포기하거나 불가능이라 단정 짓지 않고 한 번이라도 더 가슴 뛰는 일에 도전한다면 말이다. 찰나의 순간처럼 빠르게 지나가는 인생의 여정 속에서 다시 한번 도전을 불태우는 이야기가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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