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하루를 읽고 쓰고 그리다 - 전3권 - <어떤 하루> 기프트 박스 세트
신준모 지음, 김진희.김혜련 그림, 권반짝 캘리그래피 / 프롬북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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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하루를 만들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아주는 책!"


책을 읽다 보면 또 다른 책을 만나게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데, 덕분에 나의 책 목록에는 계속해서 '읽을 책 리스트'가 쌓이곤 한다. 이번에 읽게 된 책 역시도 그런 사유로 읽게 된 책인데, 어쩐 일인지 도서관 대여부터 완독까지 논스톱으로 이루어졌다.

여기에는 아마도 뭔가 나의 시선을 잡아끄는 묘한 매력 있었기 때문이겠지? 모셔두고 자꾸 손이 가지 않는 책보다, 이렇게 순식간에 허겁지겁 읽게 되는 책들은 그만한 흡입력과 매력을 가지고 있기 마련인데, 그것을 지금부터 풀어보려 한다.


이 책은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로 나누어 하루하루를 채워갈 수 있는 글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불끈불끈 힘이 솟아나는 것은 물론, 삶의 의지와 동기부여를 가질 수 있다.

이 책에 담긴 내용들은 저자가 뼈아픈 실패를 겪은 후 SNS를 통해 일상의 소중함을 남긴 기록을 모아 만든 책으로, 자신뿐만 아니라 그의 글을 읽는 사람들 모두에게 긍정적 변화를 가져다준 글이라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곁에 두고 마음이 힘들거나, 에너지가 고갈될 때마다 펼쳐보고 싶은 책이었는데,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부담 없이 접할 수 있는 주제와 구성으로 이루어진 점을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두 번째는 곳곳에 배치된 일러스트들로 인해 쉬어갈 수 있는 페이지가 있다는 점이다.

세 번째는 잘할 수 있다는 응원과 격려, 동기부여를 확실히 해주는 책이기 때문이다. 네 번째는 언제 어디서든 읽어도 흐름이 끊기지 않아 필요할 때마다 꺼내볼 수 있다는 점이다.

마지막 다섯 번째는 계속해서 실행할 수 있는 에너지를 준다는 점을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읽는 내내 고개를 끄덕이며 '나도 할 수 있다!'를 스스로 되뇌게 만든 것은 물론 더없는 긍정의 에너지를 얻을 수 있었던 점은 이 책의 가장 큰 매력 포인트가 아니었나 싶다.



저자는 하루하루는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쌓여가는 것'이라고 말했는데, <어떤 하루>로 매일매일을 쌓아 가고 싶은지, 이 책을 통해 발견하고 탐구하고 실행하는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다.

아래 기록으로 남긴 글들은 개인적으로 시선이 많이 갔던 문장들을 위주로 선별해 보았다. 용기를 주고, 토닥여주고, 몸이 움직이게 만드는 글들이라 두고두고 펼쳐보고 싶어 남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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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중요한 건 말이죠!
변명도, 이유도, 도망도 문제가 아니에요.
'내가 정말 무엇이 되고 싶은가?'라는 질문이에요.
그에 대한 답을 찾는다면
문제는 더 이상 문제로 남아있지 않는 것 같아요.
17페이지 中
=====

인생은 '내가 정말 무엇이 되고 싶은가?'를 찾아 나가는 여정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사람들은 내가 되고 싶은 것들을 찾는 것에 게으름보다 부지런을 떨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른 어떤 문제들은 어쩌면 우리가 이것을 찾아 나가는 여정에 사소하게 불거지는 문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불현듯 든다.


=====
우리, 가슴이 시키는 일은 하고 살아요.
해보고 후회하는 것이 정답입니다.
미련은 남지 않으니까요.
21페이지 中
=====

죽음을 앞두고 있다는 가정을 해보면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미련으로 남을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마음속에 꼭꼭 숨겨두고 미련으로 남기기 보다, 가슴이 원하는 일은 해보기라도 해보자!

해보고 후회하는 것과 해보지 않고 후회하는 것은 같은 '후회'라도 완전히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것이다.


=====
마음먹었거든 실행하세요.
준비나 자신감이 확실해지는 시점은
영원히 없다는 사실을 잊지 않기로 해요.
우리나라 최고의 두 기업.
삼성과 현대 창업자의 좌우명은

"행하는 자 이루고, 가는 자 닿는다."와
"이봐, 해보기나 했어?"라고 합니다.

모두 다 실행에 중점을 두었다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30페이지 中
=====

요즘은 특히 더 일단 '시작'해야 한다는 글을 유난히 더 자주 접하게 되는 것 같다. 내 마음속에서 부르짖는 무언가 때문인지, 아니면 마음에만 담아두고 실천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 더 자주 활용이 되는 것인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실행해야 다음을 기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일단 해보고 채워나가는 방식을 채택해 보자. 완벽함이나 확실한 자신감은 어쩌면 영영 채워질 수 없는 것들일 수도 있다. 실행하면서 조금씩 부족한 부분을 메꿔나가는 방법을 통해 꿈에 가까이 다가가보자!


=====
인생은 남과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어제의 나와 비교하는 것입니다.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입니다.
43페이지 中
=====

사람들이 알면서도 자꾸 잊어버리는 항목들이다. 이제는 밑줄 두 번 긋고 명심 또 명심하자!

인생은 어제의 나와 비교하는 것!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
우리의 가장 큰 문제는
고민에 쓸데없는 생각들을 첨가하여
고민에 대한 문제를 부풀린다는 것입니다.
많은 생각은 더 많은 고민을 낳습니다.
오버 싱킹 하지 마세요.
85페이지 中
=====

땅 파고 들어갈 때 발동하는 오버 싱킹! 고민이 많다고 느껴질 때, 생각이 많아 머리가 복잡하다 느껴질 때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나 지금 오버 싱킹 하고 있는 거 아냐?"라고.

어쩌면 괜한 생각과 관념에 사로잡혀 자신을 학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덕분에 잠까지 설치는 어리석은 행동에 빠지기 전에, 그 사슬을 풀어줄 마법 주문 하나쯤 마음에 새겨놓자.


=====
"떠나고 싶다고 왜 꿈만 꾸고 있는가"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한 번은 떠나야 한다. 여행은 돌아와 일상 속에서 더 잘 살기 위한 풍요로운 사치다."

만약 생각만 하고 멈춰 있었더라면 내 인생의 재미난 에피소드, 많은 생각들, 많은 변화들은 없었을 것이다. 아니, 아무것도 없었을 것이다.
138페이지 中
=====

꿈만 꾸고 있는 이들에게 정신 차리라고 말하는 채찍질 같아 정신이 번쩍 드는 문장이다. 돈이 없다, 시간이 없다는 핑계는 이제 그만 두자. 정말 없는 것은 '실행력'이다.

일단 멈춰있기보다 무엇이든 해봐야 삶의 에피소드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실패나 성공, 여행 이후의 삶과 같은 결말은 일단 미뤄두자.

무엇을 이루기 위해서는 일단 '시작'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하자!


=====
말하지 않아도 알아줄 거라는
생각은 하지 마세요. 말을 해야 압니다.

좋으면 좋다! 싫으면 싫다!
괜찮으면 괜찮다! 힘들면 힘들다!
고마우면 고맙다! 미안하면 미안하다!

말을 하세요!
말하지 않아도 전해진다고 생각한다면 큰 착각입니다.
187페이지 中
=====

나의 삶에 있어 큰 변화를 야기한 것 중 하나는 바로 '말을 하는 것'이었다. 과거에는 알아주겠지라는 생각보다, 그저 '내가 좋아서'라던가, '나만 감내하면'과 같은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이 정도쯤이야 친구 사이에, 가족 사이에, 동료 사이에 등과 같은 이유를 붙이며 쿨~하게 넘기곤 했는데, 어느 선을 넘는 순간 '말'을 하는 것이 서로를 위해 옳은 일임을 알게 되었다.

덕분에 지금은 고마운 건 고맙다, 미안한 건 미안하다, 힘든 건 힘들다, 싫은 건 싫다를 마음껏 말로 표현하는 내가 되었다. 아마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 감정과 생각을 더없이 표현하며 살지 않을까 싶다.

사랑한다면 사랑한다 전하세요! 더 좋은 순간은 없습니다. 지금이 바로 그때입니다!!



망설이는 나에게 이 책은 더 이상 망설이지 말라고, 마음속에 담아둔 그것을 실행해 보라고 부추긴다. 그렇게 미약한 용기를 북돋아 줌으로써 일어설 수 있게 도와준다.

어떤 때는 불꽃을 일으켜 급속충전으로 에너지를 충전해 준다. 덕분에 쭈글쭈끌한 마음을, 미루려는 생각을 저 멀리 보내버린다.

나를 제대로 보고, 올바른 생각을 하도록 유도함으로써 남과 다른 나를 인정하도록 돕고, 나만의 길을 가도록 이끌어 준다.

덕분에 나는 오늘 '어떤 하루'로 채울지 기대가 된다. 용기로 가득한 하루를 보낼지, 미뤄둔 실행력을 발휘함으로써 뜻밖의 행운을 만나는 하루를 보낼지, 아니면 복잡한 생각들을 치워버리고 웃는 하루를 보낼지.

당신은 오늘, 어떤 하루를 보내고 싶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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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데이 - 어느 여경의 하루
지니 지음 / 좋은땅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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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는 소설인데, 어쩐지 소설 같지 않은 소설이다. 읽으면서 내내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현실감이 100% 반영된 스토리를 담고 있다.


비단 내용뿐만이 아니다. 작가의 이력과 소설 속 주인공인 은영은 같은 인물이라고 할 정도로 비슷한 이력을 지니고 있다. 비슷한 나이(한국식 나이와 만 나이를 적용해 보면 같은 나이), 가족관계(두 아이의 엄마), 직업(경찰관) 등을 고려해 봤을 때 오히려 소설이라는 장르를 빌어 그동안 속 깊이 묵혀두었던 이야기를 터트린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특히나 대한민국 경찰이라는 '조직'과 '공직자'라는 신분을 감안했을 때, 더 그렇게 느껴진다. 또 그저 장르가 단순히 '소설'이라는 이유로 묻어두기엔 우리가 생각해 봐야 할 내용들이 너무도 많기에 은영의 하루를 들여다보며, '나'와 '우리 사회'를 다시금 돌아보게 된다.


아들 둘을 키우고 있는 경찰관 은영의 이야기는 두 가지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다. 하나는 워킹맘으로서의 은영이고, 또 하나는 경찰관으로서의 은영이다.

이 두 가지 관점은 한 사람의 인생이기에 서로 교차하며 영향을 주고받았는데, 소설 속에서는 이러한 두 관점을 적절히 잘 섞어 절묘하게 표현하고 있었다. 워킹맘이기에 느낄 수밖에 없는 애환과 죄책감, 그리고 경찰이라는 특수 직업을 가지고 있기에 겪는 현실적인 어려움과 문제점은 그렇게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여기에 더해 은영이 사회문제들을 바라보며 하는 자조 섞인 질문들은 어쩐지 자꾸만 마음을 심란하게 만들었는데, 개인적으로 마음속에 담아두고 있던 질문들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모든 날을 평범함이라는 이름하에 무던히도 열심히 살아냈던 은영. 타인의 일에는 그토록 마음을 쓰면서도 그녀 자신의 신체가 보내는 전조증상들은 가벼이 넘기면서 어느 날 갑자기 눈을 뜰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 그녀의 이야기를 지금부터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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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is ... 송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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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송은영
●가족관계: 초등학교 3학년, 6학년 아들 둘을 키우고 있는 마흔여섯의 워킹맘
●직업: 울산지역 경찰관으로 올해 발령받아 112근무를 하게 됨
●기타
-근무 전 조회시간처럼 갖는 아침 교양 시간을 통해 다른 베테랑 직원들의 생각과 노하우를 배워 업무에 적극 활용하려 노력함
-직장 내 소모임인 독서토론에도 꾸준히 참여하여 매달 약속된 책을 읽고 토론에도 꼬박꼬박 참여하고 있음

안팎으로 참 열심히 살았던 그녀는 두 아들을 독박 육아하게 되면서 산후조리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일선에 복귀하게 된다. 그렇게 시작된 워킹맘으로서의 삶은 서서히 그녀 자신을 좀먹어 가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서서히 나타나던 증상들은 어느 날 한꺼번에 와락 몰려들어 그녀를 무너뜨렸다. 여기에는 자기 자신의 건강에 대한 안일함도 한몫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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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에게 찾아온 뇌졸중 전조증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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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영은 언젠가부터 몸의 이상 증세를 느끼기 시작하면서 손수 해먹이던 가족들의 먹거리마저 더 이상 직접 하지 못하게 된다. 이에 따라 모든 걸 다 잘하려고 하는 것은 욕심이라는 말로 스스로를 다독이며, 많은 것을 내려놓고 절충안을 하나씩 찾아나가게 되는데 그게 바로 분식 데이, 김밥 데이, 라면 데이였다.

거슬러 올라가 갑자기 증상들이 하나씩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작년 가을부터였다.

1. 첫 번째 증상
작년 가을부터 갑자기 손에 원인 모를 통증이 시작되었다. 손가락 관절 마디마다 팥알만 한 혹이 불룩하니 두어 개씩 생겨났는데, 주먹을 쥘 수도 없고 힘을 주어 물건을 꽉 잡을 수도 없었다.

그래서 손을 많이 써야 하는 요리와 같은 일들은 너무 큰 고통이 수반되면서 더 이상 음식을 하지 못하게 된다.

정형외과에 가서 엑스레이를 찍어보니 뼈는 이상이 없었는데, 초음파 기계로 손가락 관절 마디 사이를 들여다보니 관절 마디마다 시커먼 염증 덩어리가 보였다.

일차적으로 주사 치료를 해보고 통증이 계속 있으면 2차로 체외충격파 치료를 해야 했는데, 주사 치료는 생각보다 통증이 심한 반면 한두 달 버틸 수 있어 초반에는 그렇게 버텨나갔다.

2. 두 번째 증상
출근길 운전을 하면서 한참 신호를 보는데 눈이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몇 달 전부터 눈이 침침해서 앞이 잘 안 보이는 것 같아 두 달 전 안경원에서 안경도 하나 새로 맞췄는데도 불구하고 표지판 글씨들이 선명하게 보이지 않는다.

번갈아 가면서 한쪽씩 눈을 가려 보는데, 두 개 나란히 있는 신호등이 하나만 보이고 그것마저 너무 흐릿하게 보인다.

3. 세 번째 증상
책상에 앉아 있는데 콧물이 흐르는 느낌이다. 휴지로 닦아 보니 붉은색이다. 코피인 건가. 휴지로 코를 막지만 멈추질 않는다.

옆자리의 강해영 경사에게 손으로 사인을 보내고 화장실로 간다. 생각해 보니 요즘 코피가 자주 난다.

4. 네 번째 증상
화장실에 간 김에 가슴의 패드를 교체한다. 요즘 젖꼭지에서 분비되는 정체불명의 액체 ··· . 이게 성분이 뭘까. 젖인 걸까? 젖은 아닐 거야. 그럼 이 분비물은 뭐지? 혹시 고름인가? 가슴속에서 불안감이 조금씩 머리를 치켜든다.

5. 다섯 번째 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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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넌 안 더워? 봄인데 겨울 동잠바를 아직 입고 있네?" 한상근 경위님이 잠바를 벗어 의자 뒤에 걸어 두시며 나보고 하시는 말씀이다. 그러고 보니 모두 춘추 잠바를 입고 있구나.

"어라? 근데... 너 얼굴색도 너무 창백해 보이는데? 아니 그냥 피부색이 노란 건가?"
"정말, 듣고 보니 피부색이 노르스름한데요."
11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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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네. 나 온도 조절 기능이 어떻게 됐나 보다. 이 봄 날씨에 나만 아직 겨울 동잠바를 입고 있다. 뜨거운 국밥을 먹는데도 나는 왜 땀 한 방울 나지 않는 걸까? 그리고 보니 집에서도 아직 나 혼자 1인용 전기장판을 켜고 잔다.

그러고 보니 뭔가가 이상하다. 그냥 추위를 좀 많이 타는 정도라고만 생각했는데.

6. 여섯 번째 증상
잠들었다 깨서 다시 자려고 눕는다. 다리가 저리는 것 같은 뭐라 설명할 수 없는 불편함이 느껴진다. 다리를 꼭꼭 주무르는데 손으로 누른 자리가 조금 뒤에 올라온다.

7. 일곱 번째 증상
시끄러운 알람 소리가 꿈결처럼 들린다. 상체를 일으키려는데 몸이 안 움직인다. 어라, 이상하게 캄캄하다. 손가락 하나 움직여지지 않는다. 목소리를 내어 남편을 불러야 하는데 목소리가 안 나온다.

남편이 잠에서 깼는지 나를 부른다. 불러도 내가 일어나지 않자 남편이 일어나서 계속 시끄럽게 울려 대는 알람을 끈다. 내가 곤히 자는 줄 알았던 남편이 일어나 주방으로 가 아침 식사를 준비한다.

큰 아이가 갑자기 무언가에 놀란 듯 갑자기 소리친다. "아빠, 아빠, 엄마 코피 나요. 빨리 와보세요." 나를 흔들어 깨우는 남편과 아이들. 나는 축 늘어져 계속 정신을 못 차린다. 남편은 뭔가 잘못된 것을 느낀 듯하다. 119에 전화를 해서 빨리 와 달라고 요청하는 남편 목소리가 들린다.

그렇게 은영은 긴급 뇌졸중 수술을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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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경찰관으로서 느끼는 고충과 솔직한 심정을 엿볼 수 있는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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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 경찰임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새로 발령받아 근무하게 된 112 신고센터 근무는 은영에게 또 다른 긴장감과 어려움을 선사한다. 그래서 그녀는 아침 교양 시간 소통하는 자리를 통해 얻게 된 베테랑들의 생각과 노하우를 잘 기억해 두었다가,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실수 없이 응대하려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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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신고 112입니다."
접수 멘트는 간단하다. 112상황실에서는 전화를 받을 때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라고 말을 시작할 필요가 없다. 또한, 관등성명을 일일이 댈 필요도 없다. 신고자는 도움이 급박한 상황이었을 테고, 경찰관이 빨리 와서 도와주길 바라는 게 목적이지, 전화를 받는 사람이 친절 여부를 따지거나 수다를 떨자고 전화한 것은 아닐 테니까.
3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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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한 인사말부터 신고전화 하나하나를 신중하게 듣고 대응하려 노력하는 은영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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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강의를 두세 시간 들으라고 하고는 물리력 행사를 위한 기준 교육이 다 끝났단다. 전혀 현장을 모른다. 매달 경찰관은 직장 교육이니 법정 교육이니 들어야 하는 교육이 정말 많은데, 자기 업무하랴 교육 들으랴 정말 실무를 모르는 사람이 만든 건지 말도 안 된다.
(...)
왜 우리 업무는 현장과 동떨어진 탁상행정이 많은 걸까?
42~4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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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직장 생활에서도 빈번히 일어나는 일이지만, 특히 관료주의가 판치는 공무원 사회에서는 더 할 것이라 생각된다. 실무는 실무대로 하고, 교육은 교육대로 모두 이수를 받아야 하지만, 정작 꼭 받아야 하는 실질적인 교육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 현실.

시간은 한정적인데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탁상행정은 쓸데없이 시간만 낭비할 뿐이다. 마지막 문장은 개인적으로도 이해와 공감이 가는 내용이었는데, 현실을 반영한 실리적이고, 실용적인 방식의 교육이 이루어지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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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시민의 불안감을 해소해 주는 것, 이것이야말로 경찰의 중요한 임무는 아닐는지. 지역 사회의 평온을 유지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금 생각해 본다.
6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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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상황을 두고도 다른 대처 방식으로 빠르게 시민의 불안과 안전을 지켜준 경찰관 송은영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장면으로, 사소한 것에도 귀를 기울이며 돌다리를 두드려보는 모습에서 믿음과 신뢰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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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한 하나의 일은 아무 힘이 없다. 하지만 그 우연에 다른 우연이 더해지면 우연이 아니게 된다. 우리는 그 일에 대해 조금 인식을 하게 된다. 그리고 세 번째 우연이 더해지면 우리는 의미를 부여한다. 우연은 필연이 된다. 그 우연한 일들이 모여 사건이 된다. 우리는 매사에 그런 우연을, 어떤 신호들을 놓치지 않도록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우리의 의식은 항상 깨어 있어야 한다.
68~6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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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영은 경찰관으로서 반드시 가져야 하는 사명처럼 이 문장을 적었지만, 어쩌면 이것은 시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모든 종사자들이 가져야 할 의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처음은 우연일 수 있으나, 그것이 반복되면 그것은 우연이 아니게 된다.

그리고 이것이 우연이 아닌 것을 발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어떤 신호들을 놓치지 않는 예민함과 관심뿐이다. 은영의 말에서 우리는 그녀가 경찰로서 가지는 직업의식 또한 엿볼 수 있는데, 이것이 경찰이라는 조직 속에 몸담고 있는 모두의 마음속에 적용되는 말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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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장에 달하는 법 조항들 끝부분에 경찰이라는 단어를 슬쩍 끼워 넣고는 마치 이 모든 게 경찰 업무인 양 뒷짐을 진다. 경찰이 업무 수행 중 불합리한 사항이나 고쳐야 할 부분을 건의하면 제대로 시정하지도 않고 업무를 할 수 있는 권한도 주지 않으면서 말이다.
124~12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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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에 종사하는 한 명의 경찰관으로서 현실적으로 느끼는 고충과 처우에 대한 솔직한 심정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다. 실제 저자 역시 경찰관이기에 어쩌면 더 적나라하게 표현할 수 있는 장면이 아니었나 싶다.

이 문장 외에도 피 토하듯 발설하는 여러 내용들을 통해 그동안 경찰관으로서 얼마나 억울한 부분이 많았는지 짐작해 볼 수 있다.

경찰이라는 조직이 어쩌면 여러 부처에 치여 방패막이 노릇을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남들에게 이야기하지 못했던, 그들만의 속 사정이자 고충이 담긴 문장이라는 생각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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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가 명품이면 조직도 명품이다."라는 광고 문구를 들은 기억이 있다. 경찰에 대한 비난으로 시끌시끌한 요즘 이 문구가 더 가슴에 와닿는다. 경찰의 리더가 명품이었으면 우리 경찰 조직이 이렇게까지 되었을까를 고민하게 하는 문구였다. 훌륭한 리더십으로 우리 경찰 조직을 제대로 이끌어 줄 지휘부가 절실하다.
13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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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여기에 더해 경찰 내부 조직을 이끄는 리더에 대한 솔직한 의견도 개진하는데, 이보다 더 적나라하고 파격적일 수 없다. 경찰 조직이 여기저기 치이는 데에는 이를 제대로 이끌지 못한 훌륭한 리더십의 부재도 한몫했다고 말하며 소설을 빌어 진실을 꼬집는다.

속 시원하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소설이기에 가능한 외침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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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문제들에 대해 그녀가 던지는 질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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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선생님은 학교 폭력의 원인을 왜 피해 학생한테서 찾으려고 했던 걸까?

■성폭행 당한 여성에게 '니가 옷을 그렇게 입고 다니니까 그런 성범죄를 당하는 거야'라고 말하는 게 맞는 걸까?

■성폭력을 당한 여성이 2차 피해를 당하고 있다고 신고했는데 그 여성에게 입 다물고 있으라고 소문 내지 말라고 하는 게 맞는 건가? 왜 피해자는 숨죽이고 입 닥치고 있어야 하는 거지? 우리나라는 왜 가해자의 인권이 먼저이고 피해자의 인권은 뒷전인 거지? 머릿속에 너무나 많은 의문이 생겨난다.


뉴스를 보며 종종 가졌던 의문들을 똑같이 건네는 은영의 물음에서 동질감과 공감을 갖게 된다. 너무 당연하게 피해자의 잘못인 양 치부하는 사람들의 말에 내 일이 아님에도 답답함과 억울한 마음이 들었는데, '아 나만 그렇게 느낀 건 아니구나'하는 생각에 다행이라는 안도감이 든다.

더불어 우리 사회도 변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작은 희망을 가지게 된다. 기회를 엿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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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상의 원인과 실마리, 그리고 깨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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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결과를 듣는 자리에서 비로소 은영은 자신이 그동안 겪어왔던 크고 작은 증상들의 원인을 비로소 알게 된다. 머리에 자리한 뇌하수체 종양으로 인해 두통, 시야장애, 생리불순, 호르몬 변화(유즙 분비), 갑상선 호르몬 수치 이상(피로감), 창백하고 누런 피부, 붓기 등이 발생했음을 알게 된다.

종양 제거 수술을 해야 하는 것은 물론 뇌에 자극을 줄 수 있는 것은 삼가하고, 식사는 채식 위주에 체중조절은 물론 생활 습관 일체를 모두 바꿔야 한다는 진단을 듣게 된다.

수술 후에도 지속적인 검사를 통해 정상수치로 돌아오는지 체크하여 돌아오지 않을 시 호르몬 약을 평생 복용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듣는 것으로 은영은 수술 날짜를 열흘 뒤로 잡고 병원을 나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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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흔히들 괜찮다는 말로 그 순간들을 넘겨 버리곤 한다. 그 말에는 괜찮을 거야, 내 일상은 항상 그래 왔듯이 그대로 별일 없이 잘 굴러갈 거라고 평온한 일상이 계속될 거라 믿고 그러길 바라는 맘이 같이 들어 있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때라도 빨리 알아차렸어야 했다. 그랬다. 그날 무슨 방법을 써서라도 수술 일정을 더 당겼어야 했다. 내가 너무 안이했다.
159~16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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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심각한 증상과 병명을 들었음에도 은영은 사실 괜찮을 거라는 스스로의 위안으로 안이하게 행동한다. 그러다 뒤늦은 후회를 하게 되는데, 이미 그때는 너무 늦은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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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갔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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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휴대전화 벨 소리에 발신자를 보니 동기의 이름이 뜬다.
(...)
주간 근무인 줄 알고 낮에 메신저로 쪽지를 보냈는데 내 메신저가 꺼져 있어서 무슨 일인가 싶어 전화했단다. 오후에 반가를 내고 병원에 다녀온 얘기를 간단히 알렸다.
(...)
병원에서의 일을 대강 말해 주었지만, 대화가 겉돈다. 사람들은 왜 자기가 아는 사실 외엔 다른 건 더 들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걸까? 모든 걸 다 안다는 듯한 느낌. 너에게 닿지 못한 내 말들이 벽에 맞고 튕겨 나온다. 동기는 이미 나의 문제가 별거 아니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듯하다. 그런 상대방에겐 내가 무슨 말을 해도 선입견은 없어지지 않겠지.
(...)
사람들은 남에 대해 말하는 게 너무 쉽다. 이미 선입견이 있는 사람에게 그 선입견을 깨고 어떤 사실을 새로이 설명하고 납득시키는 데까지 시간이 얼마나 필요할까? 처음 나간 소개팅에서 첫인상을 망쳐 버린다면 그 잘못된 인식을 바로 잡는 데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것과 마찬가지겠지.
192~19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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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가장 공감이 갔던 문장으로, 누구나 한 번쯤 겪어 봄직한 이야기라 더 와닿았던 것 같다. 자리에 없어 걱정이 되어 연락했다고 하면서도 타인의 이야기보다 자신의 이야기만 늘어놓고, 타인의 일에 대해 쉽게 별거 아닌 것으로 치부하는 행태를 보며 은영처럼 결국에는 대화를 종결시켰던 과거의 내가 떠올랐다.

자주 만나도, 가까이에 있어도, 마음을 나누었다 말해도 결국 이런 순간에 내 말이 벽에 맞고 튕겨져 나오는 경험을 하게 되면 누구나 큰 실망을 하게 마련이다. 이 관계에 마음을 나눌 '다음'이 과연 존재할까?

<더 데이>에는 워킹맘과 경찰관으로서의 살아가는 은영의 모습이 주를 이루지만, 사실 그 속에는 우리가 무엇을 위해 살아가야 하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와 같은 삶에 대한 깊은 고민이 담겨 있다.

위의 에피소드 역시 그중 하나로, 은영의 삶을 통해 우리에게 끊임없이 질문하고, 또 '나라면?'이라는 관점을 제시함으로써 나 자신과 타인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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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 깊었던 구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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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아이가 속상한 일을 당하고 왔을 때 부모가 자신의 감정을 잘 컨트롤하며 아이가 스스로 깨칠 수 있도록 돕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이 구절은 그런 부분을 잘 캐치해서 담고 있는 장면으로, 아이가 감정이 다치지 않도록 도우면서, 부모로서 아이를 우선하고 있다는 믿음을 주는 동시에 아이 스스로 결정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 현명한 대처가 돋보이는 장면이다.

물고기를 잡아주기보다, 물고기를 낚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은영의 교육방식 덕분에 아이는 자신을 스스로 컨트롤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은 물론, 타인을 대하는 방식도 배우게 되지 않았을까?

워킹맘으로 살아가면서 늘 아이들에게 잘 챙겨주지 못하는 것에 대한 죄책감을 가지고 있는 은영이었지만, 이 모습을 보니 어쩐지 격한 칭찬과 격려를 건네주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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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데이,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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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로서, 아내로서, 딸로서, 경찰관으로서 늘 부족하다 생각해서 최선을 다하는 그녀였지만, 실상은 다른 무엇보다 자기 자신에게 가장 부족한 사람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하나 둘 늘어나는 증상들을 그저 괜찮을 거라는, 별거 아닐 거라는 자기 위로로 대신하며 방치함으로써 결국 스스로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의사는 그녀에게 생활 습관 일체를 모두 바꿔야 한다는 진단을 내리지만, 그것들을 실천할 기회조차 부여받지 못한 채 그날, 그녀는 급작스러운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따지고 보면, 여러 사회문제에 대한 고찰이나 경찰관으로서 갖는 직업의식, 매일을 끊임없이 노력하는 삶 모두 좋지만, 무엇보다 나를 돌보는 것이 가장 중요함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그렇게 아무런 준비 없이 119에 실려간 이후 수술대에 오른 그녀는 과연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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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치고 싶을 때마다 책을 펼쳤다 - 위로가 필요한 모든 순간 곁을 지켜준 문장들
우혜진 지음 / SISO / 2020년 11월
평점 :
절판


'한 아이를 키우는 데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처럼 육아는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만큼 꽤 고되고 힘든 노동이자 정성이 필요한 일이다.


그럼에도 꽤 오랫동안 육아는 여성의 당연한 일이자 너무나 쉬운 일처럼 치부돼 왔는데, 요즘은 이런 육아에 대해 똑바로 직시하고 직면하는 책과 매체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 있어 참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이 책은 직접 육아를 경험한 주부이자 엄마로 살아온 이가 쓴 글로, '처음' 엄마를 경험한 그녀가 육아를 하며 느꼈던 어려움과 고단함을 극복하기 위해 책을 만나게 되면서 느낀 변화의 과정을 담고 있다.


저자는 책을 통해 자신감을 회복하는 것은 물론 새로운 꿈도 꾸게 되었는데, 덕분에 가정의 평화는 물론 온 가족의 생활패턴까지 자연스럽게 긍정적으로 변화되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약 2년 동안 책 읽기 습관을 기르기 위해 노력했던 자신만의 팁과 독서의 이점 등을 전하며 독서가 얼마나 삶의 많은 변화들을 불러왔는지를 함께 전한다.



총 4개의 파트로 구성된 이 책은, 출산과 육아를 처음 겪게 되면서 얻은 혼란과 고단함을 시작으로 이것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선택한 '책'이 전화위복이 되어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를 담백하게 담고 있다.


어쩌면 현실에서 모두가 겪는 감정적, 현실적인 문제들에 대한 내용들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현실 육아로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공감과 도움이 되는 포인트들이 많을 것이다.


또 독서의 중요성은 알고 있지만, 습관으로 기르기 어려운 이들에게 어떻게 하면 자연스럽게 습관으로 굳힐 수 있는지에 대한 내용도 담고 있어 교육뿐 아니라 좋은 습관을 기르는 데 있어서도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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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히 살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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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선택한 삶이고 각오한 일이지만, 막상 현실로 겪어보면 하늘과 땅 차이만큼 다르게 느껴져 혼란과 어려움을 겪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출산과 육아가 아닐까 싶다.


저자 역시 첫 출산과 육아는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고 전하고 있다. 직장을 그만두고 아이만 바라보며 사는 하루하루는 의지할 곳도, 기댈 곳도 없었으며, 그저 고단함과 괴로운 날들이었다고 말한다.


그런 날들이 하루 이틀 반복되면서 힘든 마음에 자존감은 바닥까지 떨어지게 되고 이것을 오롯이 나눌 수 있는 남편에게 풀게 되면서 어느새 남편과의 사이도 소원해지게 된다.


그러던 중에 저자는 책을 만나게 된다. 책이 곧 탈출구였다. 책은 육아의 고단함과 어려움을 해결해 주는 것은 물론 바닥까지 떨어진 마음을 위로하고 응원해 주었다. 또 아이를 키우면서도 꿈을 꿀 수 있게 해주었으며 무한한 발전의 가능성이 있다며 용기를 심어주었다.


책은 그렇게 자연스럽게 삶에 녹아들게 되었고, 저자의 마음가짐은 물론 삶의 패턴마저 바꾸게 되면서 남편과의 사이도 좋아지게 된다. 아이들도 엄마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책과 함께 하는 것에 익숙해지면서 도서관 가는 것을 어느새 반기게 된다.


공간의 변화도 눈여겨볼 만한데, 과거 거실에는 여느 가정과 마찬가지로 TV와 소파가 자리하던 평범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책을 통해 변화를 맞이하면서 어느새 거실에 있던 TV는 작은방으로 옮겨지게 되고, 책장이 자리하게 되면서 온 가족이 함께 하는 공간으로 거듭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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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인트가 되는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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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가 그토록 힘들었던 이유는 엄마인 내가 아이만 보고 있었고, 아이에게 쏟는 에너지를 채울 다른 무언가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1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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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라는 이름에 갇혀만 있었던 나는, 책을 읽으면서 많이 변화했다. 스스로 충분히 인정하고, 격려하면서 나 자신을 돌볼 수 있게 되었다. 아이에서 '나'로, 주변의 시선에서 '나'로, 생각의 중심을 조금씩 바꾸어 갔고, 그렇게 작은 생각의 변화가 내 자존감을 되찾아 주었다.
2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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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에 지쳐있던 저자는 책을 통해 스스로를 돌아보며, 무엇이 원인인지를 되짚어보는 시간을 갖는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이 그토록 힘들었던 이유를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맹목적으로 아이만 바라보는 자신, 그저 엄마라는 이름에 갇혀있던 자신에서 벗어나 '나'를 되찾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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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 자리에 잠시 없어도 아이는 변함없이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좋다. 모든 아이가 그렇다.
아이에게만 꿈을 묻는 엄마 말고, 서로의 꿈을 이야기하고 응원할 수 있는 사이가 되었으면 좋겠다. 어른이어도 부모여도 꿈은 필요하다. 가족들과 그런 사이가 된다면 더없이 행복한 관계로 건강하게 지낼 수 있다고 믿는다.
9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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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육아를 위한 사투는 쉽지 않았다. 육아를 하며 책을 읽을 수 있는 자투리 시간을 만든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자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


산후우울증에 지지 않고, 계속해서 도움이 될 만한 책들을 읽어나가며 모두가 행복해지기 위해 스스로의 행복을 찾고,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나간다.


그렇게 서로의 꿈을 이야기할 수 있는 건강하고 행복한 관계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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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채우고 생각을 정리하는 중요한 과정에서 필요한 것은 독서와 산책이라고 생각한다. 하루에 이 두 가지만 실천할 수 있다면, 자신의 몸과 마음을 잘 관리하여 건강한 삶이라는 든든한 무기를 얻을 수 있다.
11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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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그렇게 자신의 생활에서 마음을 채우고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해 나간다.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한 해결 방법을 마련해두고, 나를 위한 소박한 사치(이를테면 꽃 한 송이 사는 일)도 가끔 즐기며, 산책을 통해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가진다.


또 카페를 방문해 나만의 시간을 확보함으로써 집중적으로 책 읽는 시간을 확보하는 등 나 자신을 되찾는 일 역시 게을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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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 없다는 극단적인 전제를 세웠을 때, 우리는 진짜 선택을 할 수 있다. 죽음이 먼 이야기가 아니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인정하는 순간 우리는 현재 살아가는 것, 살아 있는 것, 살아내는 것에 대한 원초적인 생각을 하게 된다.


가끔은 오늘을 마지막 하루라고 생각하면서 행복한 현재를 살아낸다면 마지막 순간까지 더 많이 웃고 울고 행복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 끝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간절해지는 것. 그 대상이 인생이라면 더 그리워질 것이다.
14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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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자존감이 올라가면서 저자는 비로소 하루하루의 소중함 역시 깨닫게 된다. 어쩌면 덕분에 허망함이라던가 고단함이라는 감정보다 현재, 지금 더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에 더 집중하게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저자는 독서를 통해 이렇듯 스스로를 찾고, 가꾸고, 꿈을 꾸게 되면서 발밑만 내려다보는 삶이 아닌, 인생 전체를 보고 그리는 넉넉한 시야를 얻게 되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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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환경에 자꾸 노출이 되면 처음에는 낯설더라도 차츰 적응을 하게 된다. 책도 마찬가지다.
(...)
아이가 책에 가까워지기를 의도하고 TV를 치운 것은 아니지만, 나뿐만 아니라 아이도 책과 조금은 친해지는 기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
또 부모가 책을 읽는 모습을 자꾸 보게 되면, 아이도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받아들이면서 따라 하게 된다. 아이들은 부모의 습관이나 말투조차도 따라 하는 존재니까.


몇 년 전 거실을 서재로 만든 것은 나에게도 아이들에게도 좋은 선택이었다. 내가 책을 더 읽게 되고 즐기게 된 포인트다.
151~15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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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치고 싶어서 읽게 된 책의 영향력은 어느새 집안 곳곳에 번져 집안의 분위기를 바꾸고, 환경을 바꾸는 계기가 된다. 특히 가까이에서 이를 목격한 남편 역시 동의하게 되면서 거실은 어느새 서재가 된다. 덕분에 저자도 아이들에게도 긍정적인 터닝포인트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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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전하는 T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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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만의 독서 루틴 조성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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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것이 습관만 된다면 읽는 방법은 자연스럽게 찾을 수 있다. 하루의 패턴 중에서 집중적으로 책을 읽는 시간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
책을 읽을 때의 순서도 다양하다.
(...)
책을 읽는 동안에는 밑줄을 그으면서 내 생각과 경험을 함께 써놓기도 하고, 다른 의견이 있다면 물음표로 끄적여놓기도 한다. 내가 당장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일을 책 속에서 발견하려고 애쓴다.


그것이 사실 독서를 끊임없이 하는 이유이다. 저자의 경험 가운데 나에게 적용할 만한 것이나 실천해 보고 싶은 것들을 찾아서 행동한다. 책을 읽고 나를 변화시키기 위한 힌트를 얻는 일, 이것이 결국 독서의 목적이다.


자신만의 독서 루틴이 만들어질 때쯤, 독서를 즐기게 되면서 하나하나의 글들이 소중해진다.
(...)
알려주는 방법과 팁들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한 내공을 쌓으려면, 책을 읽는 것이 제일 좋다. 또한 책 한 권을 읽더라도 제대로 읽어내는 것이 필요하다.
163~16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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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습관 만들기→읽는 방법은 자연스럽게 찾아짐→집중적으로 책 읽는 시간 파악→나만의 책 읽는 순서 찾기→나만의 책 읽는 방식 찾기→독서 루틴이 만들어지면 독서를 즐기게 됨



독서가 익숙하지 않다면 일단 흥미를 유발하는 책을 선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그렇게 10분, 20분씩 차츰 시간을 늘리면서 습관을 만들어보자.


이후에는 책의 장르에 따라 읽는 방법이 자연스럽게 찾아지게 될 것이고, 이를 위해서 집중적으로 책 읽는 나만의 시간을 정해두면 좋다. 그리고 앞표지를 먼저 읽을 것인지, 뒤표지를 먼저 읽을 것인지, 아니면 저자의 소개 페이지인지 등등 책 읽는 순서를 찾아보자.


그렇게 책 한 권을 읽으면서 메모를 하거나, 밑줄을 긋거나, 아니면 나만의 생각이나 의문을 적는 방식 등 내가 실천하고 싶거나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씩 되새겨보다 보면 나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KEY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생활이 하나 둘 쌓이다 보면, 목적이 또 다른 목적을 만들어 내면서 어느새 책 읽기를 즐기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저자는 전한다.



2. 독서에 집중하기 위한 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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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려고 앉으면 제일 먼저 핸드폰을 멀리 둔다. 이것이 첫 번째다. 그리고 집중할 수 있는 장소가 필요하다.
(...)
읽는 책이 늘어날수록 책을 모두 구매해서 볼 수도 없고 집에 보관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도서관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 좋다. 보고 싶은 책을 신청해서 새 책을 읽을 수 있는 방법도 있고, 오래되어서 절판된 책도 도서관에는 구비되어 있어서 다양한 책을 부담 없이 볼 수 있다.
171~17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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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제안하는 독서에 집중하기 위한 팁을 살펴보면 우선 우리의 시선과 시간을 빼앗는 핸드폰을 멀리 두라고 말한다. 다음은 집중할 수 있는 장소가 필요하다고 전한다.


여기에 더해 도서관을 이용하면 다양한 책을 볼 수 있는 것은 물론 경제적인 면, 활용도면에 있어서도 여러 가지 도움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사실 독서의 최대의 적은 '핸드폰'이므로 만약 스스로 제어가 불가능하다면, 저자가 제안하는 방법을 활용해 보는 것을 추천해 본다.



3. 좋은 책을 고르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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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를 시작할 때 어떤 책을 고를지 고민이 되겠지만, 어떤 책이어도 좋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어느 책을 읽든 꼭 독서를 하겠다는 결심과 책의 내용을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자세만 있다면, 그에게 모든 책은 옳다.
17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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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도 책의 선택 기준은 무한하게 두는 것이 좋다고 본다. 단지, 자신에게 잘 맞지 않다고 생각되거나, 간혹 쓰레기 같은 책들은 가볍게 패스하기를 추천하고 싶다.


그렇지만 어떤 책이든 시도해 보는 것은 강력 추천한다. 어디서 어떤 정보와 배움을 얻을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르기에 독서를 하겠다는 결심만큼은 놓지 말기를 바란다.


더불어 유연하게 받아들이되 무조건적인 수용보다는 비판적인 시각으로 '왜'라는 물음과 '나라면'이라는 대입을 통해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의미나 다양한 관점에서 살펴본다면 삶에 있어 더 확실한 '좋은 책'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4. 또 다른 독서의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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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보는 이유는 변화하고 성장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러나 읽는 것만으로는 완성되지 못한다. 스스로 움직였을 때 비로소 이루어질 수 있다.
(...)
책에서 읽은 내용은 그저 저자의 것일 뿐이다. 그것을 자신에게 적용해 보고 자신의 경험을 녹여서 글을 쓰면, 그제야 내 것이 된다. 정말 저자처럼 되고 싶다면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 싶다면, 무작정 따라 해보자. 책을 읽고 글을 쓰고 행동하는 것. 이 3가지를 경험해 보면 누구나 달라질 수 있다.
178~17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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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발휘하는 진정한 마력은 단순히 읽는 것에서는 발현되지 않는다. 읽고 쓰고 행동해야 비로소 이루어진다. 변화와 성장을 원한다면, 지금과 다른 삶을 살고 싶은 욕망이 있다면 읽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야 한다.


내가 기존에 살아왔던 방식과 달라도, 추구하는 방식과 달라도 일단 도전하고 실천해 보자. 그렇게 하나씩 경험하다 보면, 어느새 내가 원하는 삶에 가까워져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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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모르겠다면, 부록에 있는 저자가 추천하는 <추천도서 리스트 100>을 참고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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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무진한 책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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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육아에 지쳐 자존감이 바닥까지 떨어져 있을 때 책을 찾았다. 학창 시절에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책이었는데, 어쩐 일인지 마지막으로 찾은 최후의 보루가 책이었다.


얼마나 절실했으면, 얼마나 간절했으면 싶은 생각이 드는 한편, 왜 하필 도피처가 책이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이럴 때 보통은 좋지 않은 것들에 관심을 가지기 마련인데, 피폐해진 정신과 육체 속에서도 참 건강한 사람이라는 생각도 든다.


우울함에 빠진 기분이 싫어서 책을 놓을 수 없었다고 말하는 부분에서 끝까지 자신을 놓치지 않으려는 강인함도 엿보인다.


그렇게 읽게 된 책은 저자를 배신하지 않았다. 없는 시간 쪼개가며 포기하지 않고 읽기 시작한 책은 저자의 마음을 채워주었고, 꿈을 꾸게 해주었고, 인생을 선택할 수 있는 용기를 주었다.


이제 저자에게 책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무엇'이 되었다. 그래서 매일 책을 읽는다. 그녀의 하루에 독서가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다. 그렇게 책 덕분에 일상도, 가족도, 삶도 바뀌었다.


이처럼 절실하게 책을 찾는 이들에게 책은 자신이 가진 무한의 매력을 마음껏 나눠준다. 받는 사람에 따라 그것이 용기나 격려가 되기도 하고, 또 때론 채찍이 되기도 하며, 배움이나 또 다른 인생의 방향이 되기도 한다.


인생이 무너지는 것 같은 순간, 위로가 필요한 순간 책으로 도망 쳐보자! 책은 당신이 필요로 하는 새로운 탈출구를 틀림없이 내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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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의 변명 정암고전총서 플라톤 전집
플라톤 지음, 강철웅 옮김 / 아카넷 / 2020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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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의 '변론'보다 자기 삶 전체를 향한 물음과 도전에 대해 ‘항변’"



김헌의 <전쟁터로 간 소크라테스>에 추천도서로 올라와 있던 책 중 하나였던 플라톤의 <소크라테스의 변명>. 사실 <소크라테스의 변명>은 예전에 읽은 적이 있는 책 중 하나였는데, 이번 기회에 다시 읽어보면 좋을 것 같아 동일 책이 아닌 다른 출판사의 책을 꺼내들었다.



예전에 읽었던 책에는 <소크라테스의 변명>외에도 전후 사정을 확인할 수 있는 내용들이 함께 실려있어 그다지 황당하다 느껴지진 않았는데, 이번에 읽은 책은 해당 부분만 실려있는 책이다 보니 다시 읽으면서 약간의 황당함과 어이없는 웃음이 살살 베어져 나오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읽는 관점에 따라, 전후 맥락이나 소크라테스라는 인물에 대해 얼마큼 알고 있느냐에 따라 같은 인물이 이렇게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보일 수도 있구나 싶어 다른 한편으로는 놀랍기도 했다.


다행히 오해 없이(?) 읽게 되면서 과연 우리 사회에는 소크라테스 같은 인물이 있을까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도 되었는데, 수많은 사람이 지켜보고 있는 자신의 생사를 결정짓는 재판장에서 이만한 배짱을 지닌 사람은 거의 없을 거라는 결론에 다다랐다.


더군다나 죽음을 무마하기 위한 무죄를 주장하기 보다 끝까지 남들이 회피하고 싶어 하는 정직하고 옳은 말만을 꺼내 꼿꼿하고 당당하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함으로써 끝끝내 대중으로부터 미움과 죽음을 피할 수 없었던 상황을 짐작해 보건대, 다소 엉뚱하면서도 괴짜 같은 사람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 책은 <소크라테스의 변명>을 본문 외에도 주석과 작품 안내 등을 통해 꽤 디테일하게 다루고 있다. 내용을 파악하는 데 있어 도움이 필요하다면 해당 내용들을 참고하면 좋을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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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하면 좋을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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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의 변명>은 플라톤이 스승 소크라테스의 삶과 철학을 옹호하기 위해 쓴 대표적인 증언이요, 기록물이다.


●<소크라테스의 변명>은 기원전 399년 아테네에서 열린 이 재판에서 피고 소크라테스가 행한 연설을 재현하는 형식으로 된 플라톤의 작품이다.


●<소크라테스의 변명>이라는 제목은 이중적 의미로 해석이 가능한데, 첫 번째는 '소크라테스가 하는 변명'을, 두 번째는 '소크라테스에 대한 변명'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전해지는 플라톤 작품 가운데 제목에 소크라테스의 이름이 들어 있는 유일한 작품이며, 소크라테스의 연설을 생생하게 직접화법으로 전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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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가 고발당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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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399년 민주정의 아테네에서 열린 재판에서 불경죄와 젊은이를 타락시킨 죄로 고발당하게 되면서 소크라테스는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이는 곧 민주정의 타락에 의한 희생양의 사례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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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점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소크라테스의 말과 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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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철학자에 대한 이야기라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좋은' 관점으로 보기보다, 제3의 눈으로 작품을 보면 소크라테스는 양이 되기도 하고 늑대가 되기도 한다.


먼저, 첫 번째로 이 작품에 등장하는 시민들의 관점으로 소크라테스를 살펴보면, 그는 '늑대'처럼 보인다. 아니 어쩌면 '양아치'처럼 보일지도 모르겠다. 나름의 죄를 짓고 법정에 섰음에도 그는 한결같이 당당한 태도를 유지하는 것은 물론, 피고이면서 오히려 원고에게 심문을 하는 형태를 취한다.


또 자신의 삶을 뒷전으로 미루고 늘 시민들을 위해 봉사해왔다며 자신은 신이 이 나라에 선물로 내린 사람이라는 말을 자신의 입으로 하는 몰염치함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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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테네인 여러분, 지금 나는 나 자신을 위해서 항변을 하고 있는 게 전혀 아닙니다. 어떤 이는 그렇게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말입니다. 오히려 나는 여러분을 위해서, 즉 여러분이 나에게 유죄표를 던짐으로 해서 신이 여러분에게 준 선물에 대해 뭔가 잘못을 범하지 않도록 하려고 항변을 하고 있는 겁니다. 여러분이 날 죽인다면, 이런 유의 다른 사람을 쉽게 발견하지 못할 테니까요.
(...)
내가 바로 신이 이 나라에 선물로 주었다고 할 만한 사람이라는 걸 여러분은 다음과 같은 것으로부터 알아볼 수 있을 겁니다. 내가 이 숱한 세월 동안 나 자신의 일들은 일절 돌보지 않았고 집안일들을 돌보지 않은 채 방치하고도 견딘 반면, 여러분의 일은 줄곧 해 왔다는 것, 이것은 인간에게 속한 일 같지 않다는 겁니다.
77~7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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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죽이라고 하는 사람들에게는 악담을, 자신을 살리라고 하는 사람들에게는 대화를 나누고 싶다면 찾아오라며 친구로 여겨 지금 자신에게 일어난 일이 의미하는 바를 보여주겠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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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죽인 여러분, 나는 여러분이 나를 죽일 때의 앙갚음보다 제우스에 맹세코, 훨씬 더 혹독한 앙갚음이, 내 죽음 이후에 곧바로 여러분에게 닥칠 거라고 단언하는 바입니다. 여러분은 자기 삶에 대한 논박을 견뎌 내는 일에서 벗어나게 되리라고 생각하면서 이 일을 방금 해냈죠. 그런데 실은 여러분에게 그와 정반대의 일이 일어나리라고 나는 단언합니다.
(...)
반면에 방면 쪽에 투표한 분들과는 바로 이런 일이 일어난 데 대해 기꺼이 대화를 나누고 싶습니다.
(...)
여러분을 친구로 여기고 방금 나에게 일어난 일이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지 보여 줄 의향이 있거든요.
105~107페이지 中
-----


여기에 더해 자신은 오히려 상을 받아야 한다며 너스레를 떠는 모습을 보면서 시민들은 오히려 치를 떨지 않았을까?


그저 아테네의 한 시민으로서 죄인의 심문을 보기 위해 모인 사람의 입장이라면 그의 이런 태도가 어쩐지 곱게만 보이지는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다.



두 번째는 그를 따르고 스승으로 모셨던 플라톤과 같은 이들의 관점이다. 당연히 그들은 평소에 그를 존경하고 함께 대화를 나누며 그의 사상과 가치관을 잘 알고 있었기에, 그들은 죽음을 목전에 두고서도 죽음을 두려워하기보다 자신의 이상과 불합리함을 꼬집는 스승의 발언이 또 하나의 배움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세 번째는 현시대의 '내'가 바라보는 제3의 관점이다. 앞뒤 문맥과 상황을 모두 알고 있는 나, 민주정의 붕괴로 누군가를 희생양으로 삼기 위해 소크라테스를 재판대에 세운 이들의 정치적, 사회적 상황을 모두 염두에 둔 '내'가 보는 관점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누구에게 해를 끼치기는커녕 오히려 토론과 토의라는 확실한 민주정 방식을 통해 철저한 검증을 하고 이를 전파하는 소크라테스의 행태는 어쩌면 당시 모든 이들에게 눈에 가시처럼 여겨졌을지도 모르겠다.


특별히 누군가에게 재물을 받지도 않고 가난한 삶을 살면서도 스스로에게마저 확실한 잣대를 들이대는 그는 완전무결한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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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죽음에 대해서는 눈곱만큼도 관심이 없지만, 부정의한 어떤 일도 불경건한 어떤 일도 저지르지 않는 것, 이것에 대해서는 온통 관심을 쏟고 있다는 걸 말입니다.
83~8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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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기에 그의 기준에 부합하지 못했던 사람들은 불편함을 넘어 오히려 두려운 상대가 되었으리라 짐작해 볼 수 있다. 자신이 갖지 못한 것을 가지고 있는 이에 대한 적대와 시기는 물론 가까이 가고 싶지 않은 소크라테스였기에 부정부패에 절여져 있던 사람들은 어떤 명목으로든 하루빨리 그를 처단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들의 그런 불편함이 점차 퍼져나가게 되고 마침내는 한 마리의 미꾸라지를 없애버리면 평온해질 거라는 생각이 쌓이면서 이유 없는 명분을 들어 그를 고발하고 마침내는 처형하기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덕분에 마녀사냥에 당한 무고한 소크라테스는 그렇게 지혜를 품고 삶을 마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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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앞에서도 끝까지 자신의 신념을 지킨 소크라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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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내가 말들이 궁해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네요. 내가 송사에서 죄를 벗기 위해 무슨 일이든 무슨 말이든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면 여러분을 설득해 내가 위해 동원할 수 있었을 그런 말들이 궁해서라고 말이죠. 천만의 말씀입니다. 그게 아니고 내가 유죄 판결을 받은 건, 물론 궁해서긴 하지만 말들이 궁해서가 아니라 대담함과 몰염치가 궁해서, 즉 여러분이 들으면 가장 달콤해할 그런 말들을 여러분에게 할 의향이 궁해서죠.
(...)
그런데 바로 그런 것들이야말로 여러분이 다른 사람들에게서 듣는 데 익숙해져 있기도 한 것들이지요. 하지만 앞에서도 위험 때문에 자유인 답지 않은 일을 해서는 절대 안 된다고 생각했듯, 지금도 이런 식으로 사느니보다 차라리 이런 식으로 항변하고 죽는 쪽을 택하겠습니다.
10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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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이런 소크라테스의 태도가 그를 이 자리에 세운 이들을 더 자극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아무리 청렴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죽음 앞에 놓이게 되면 없던 말도 만들어내면서 살기 위한 방책을 마련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소크라테스는 죽을지언정, 사람들이 달콤해 할 그런 말은 하지 않겠다고 단언한다. 그러면서 그런 말에 익숙해져 버린 사람들을 꼬집는 말을 함으로써 오히려 부끄럽고 수치스럽게 만들어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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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이것이, 즉 죽음을 피하는 것이 어려운 게 아닐 겁니다. 오히려 훨씬 더 어려운 일은 사악을 피하는 것입니다. 그건 죽음보다 더 빨리 달려오니까요. 지금 나는 느리고 나이 든 사람이라서 더 느린 것에서 잡혔지만, 내 고발자들은 능란하고 기민해서 더 빠른 것, 즉 악에게 잡혔지요.
10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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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자신을 고발한 사람들은 '사악'에 사로잡혀 있다며 신랄한 비판을 이어가게 되면서, 마침내 최후의 순간을 맞이하게 된 것은 아닐까 하는 짐작을 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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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들들이 꽃다운 나이로 자라면, 여러분, 내가 여러분을 괴롭혔던 것과 똑같이 그들을 괴롭히는 것으로 갚아주세요. 그들이 덕보다도 돈이나 다른 뭔가를 우선하여 돌보고 있다고 여러분에게 여겨진다면 말입니다. 또 그들이 아무것도 아니면서 스스로 한 인물 한다고 생각한다면 내가 여러분에게 하듯이 그들을 꾸짖어 주세요.
(...)
여러분이 이런 일들을 해 주면, 나 자신도 내 아들들도 여러분에게서 정의로운 일들을 겪는 셈이 될 겁니다.
11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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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마지막 순간, 자신의 아들들마저 자신이 했던 것과 같은 잣대에 두고 지켜봐 달라며 오히려 부탁하는 말에서 얼마나 그가 대범하고 비범한 인물인지를 알 수 있다.



=====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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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추앙하는 현자이기 때문에 소크라테스를 아무런 잣대 없이 무조건 추켜세우기 보다, 플라톤이 남긴 생생한 연설을 통해 다양한 관점에서 그를 만나보자. 그리고 그가 추구했던 사상과 삶의 가치를 곰곰이 떠올려보며, 우리가 그를 통해 무엇을 배우고 어떤 점을 현실에 반영할 수 있을지를 점검해 보자.


앞선 이야기처럼, 여러 관점에 따라 그는 늑대가 되기도 하고 양이 되기도 할 것이다. 이 판단에는 당시 소크라테스의 전체적인 상황과 그가 추구하고자 했던 사상 외에도 그것을 바라보는 '현재 나'의 또 다른 입장과 가치관에 따라 달라지기도 할 것이다.


죽음 앞에서도 신념을 굽히지 않는 것이 과연 '삶'보다 중요한가라는 물음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고, 세상에는 이처럼 강직한 자가 한 명쯤은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괴팍하지만 우직한 소크라테스를 무조건적으로 지지하는 자도 있을 것이다.


또 어떤 면에서는 '아는 척'을 꼬집는 소크라테스의 행태가 곱지만은 않게 보이는 이들도 있을 것이고, 법과 윤리, 사회질서를 이끄는 이들만큼은 꼭 소크라테스 같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지는 이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개인적으로는 점점 더 이기적이고 어지러워지는 세상 속에서 어쩌면 가장 필요한 것은 소크라테스의 이런 철학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객관적인 시각으로 균형을 잡아주고, 아닌 것은 아니라고 'No'를 외쳐주는 확고한 의지를 지닌 신념 말이다.


무능과 아집 속에서 정치를 하고 있는 정치인들이나 자신의 잣대로만 사물을 재단하고 평가하며 남의 이야기를 듣지 않는 독선과 아집에 빠진 사람들 속에서 유일하게 우리가 찾을 수 있는 지혜는 바로 그런 우직함 속에 답이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대화를 통해 끊임없이 묻고, 검증하면서 합리적인 방식으로 신뢰를 쌓아가는 진정한 민주주의 방식을 통해 건강한 삶과 행복을 찾을 수 있기를 고대하며, 지금 우리가 제대로 가고 있는지,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점검하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겠다. 이를 통해 불합리함이 판치는, 허례허식이 만연한 삶에서 탈출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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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공장 - Cloud Factory
올리비아 지음 / 바른북스 / 2024년 2월
평점 :
절판


기대했던 동화 같은 이야기와는 완전히 달랐던 <구름공장>. 그럼에도 뭔가 다른 방면에서 나의 상상력을 이끌어 줄 것이란 기대감을 가지고 끝까지 읽어나갔다.


그런데 읽으면 읽을수록 미스터리 속에 감금당한 느낌이 드는 건 비단 나뿐인가? 초반에 착! 붙는 느낌이 없어도 중반쯤 되면 소설 속에 빠져들게 마련인데, 이 책은 읽으면 읽을수록 어쩐지 미궁 속에 빠지는 느낌이 든다.


외국 작가의 소설인가 살펴봤는데, 한국소설이란다. 맙소사! 스토리는 물론이고, 대체 뭘 주제로 이야기하는 건지 도통 짐작이 안 간다. 그나마 후반부에 들어 살짝 알듯 말듯 한 느낌의 끈 하나를 붙잡고, 거기에 기대 나의 무한한 상상력과 짐작을 이어 붙여야 겨우 뭔가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듯한 느낌이 든달까?


약 150페이지도 안되는 얇디얇은 책인데, 진짜 어렵게 느껴지는 것도 오랜만이다. 그래서 책 소개와 출판사 서평도 찾아봤는데, 여기에 작성된 글도 애매모호하다.


앞서 쓴 다른 독자들의 서평에는 쉽게 읽히고, 술술 읽힌다는 데 내가 느낀 것과는 완전히 정반대라 더 당혹스럽다. 다른 사람에게 추천은 고사하고, 나 스스로 납득이 안 가는 이야기라 그저 '허허' 웃음만 나올 뿐이다.


어쨌든 평가는 또 다른 후발 독자들에게 넘기고 내가 느낀 이야기를 지금부터 풀어보려 한다.



목차를 살펴보면, 인간세계를 구름 세계에 빗대어 작성했음을 짐작할 수 있는데, 각 과정들은 화자가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배워나가는 과정들을 담은 내용들이고, 상/중/하층운은 우리네 직장 생활을 여지없이 반영한 내용들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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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자인 '나'는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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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유정성
▶나이 : 40대 중반에 접어드는 기혼
▶특징 : 중년 여성으로 중간 키에 중간 몸무게 중간쯤의 세련됨을 가지고 있음
▶직업적 특성 : 현재 AI 디지털 기술에 기반을 둔 전략 기획 업무를 하고 있으며, 약 4년여 재직기간 동안 10번의 팀 변경이 있을 만큼 여러 번 팀을 옮겼지만 모두 성공을 이루어 냄. 보통 남들이 꺼리는 업무에 투입되었으나 항상 성공을 이루어 내면서, 사람들은 그녀의 결과물만을 보고 오히려 부러운 시선을 보내기도 함.


▶구름공장을 방문하게 된 계기 : 이제는 그런 직장 생활에서 벗어나 다시 한번 반짝이는 인생을 살고 싶은 마음에 구름공장을 찾아 구름 스티커를 만들기로 마음먹게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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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한 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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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줄거리로 정리해서 말하기 애매한 부분이 있지만, 간단하게 이야기해보면, 현재 40대 중반에 접어든 기혼 여성인 유정성은 IT 분야의 기업에 근무하며 수없이 팀을 옮기며 프로젝트들을 성공시킨다.


그런데 이 일들은 보통 남들이 꺼려 하는 일로, 덕분에 사람들로부터 왕따를 당하거나, 무시를 당하기도 하는 등 수많은 고초를 겪는다. 또 좋은 결과만을 두고 오히려 부러워하거나 시기를 하는 사람들이 생기기도 하는데, 어느 순간 너무 지쳐버린 그녀는 이제 모든 것을 내려두고 회사를 떠나기로 마음먹는다.


그러면서 구름공장을 방문하게 되고 다시금 반짝이는 인생을 살고 싶은 마음에 맞춤형 구름을 제작하고 체험하게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유정성이라는 인물에 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구름 세계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겹쳐서 서술되어 있는데, 덕분에 모호하게 다가오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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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크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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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스티커를 만들기에 앞서 유정성의 남다른 각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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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작은 실수도 하고 싶지 않았고, 온전히 잘 이해하고, 매우 잘하고 싶었기 때문에 구름이로 선택하였다. 나의 이름은 유정성이다.
2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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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굳이 이름을 언급한 것을 보면 이름을 강조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추측해 볼 수 있다. 그녀의 이름이 갖는 의미를 살펴보면 성을 붙여 유정성이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상태가 일관되고, 변함없는 성질이나 특성을 갖는 것으로, 일관성과 안정성을 뜻하고, 변화가 적고 예측할 수 있는 상태를 뜻한다고 기재하고 있다.


그러면서 유년 시절 부모님이 보는 유정성과 결혼 후 남편이 바라보는 유정성이 매우 다름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는데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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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 말씀에 의하면, 나의 유년기 시절은 한없이 순하지만, 옳고 그름을 논하기에 일등이던 어린아이였다 하셨다.


18년여를 함께 살고 있는 나의 남편은 나를 표현하기를, 어디로 튈지 모르는 자그마한 머릿속에 뭣이 그렇게 꽉 차 있는지 궁금한 사람이라 표현한다. 여느 부부가 그렇듯, 18년을 살고 있어도 어려운 사람이라고 말이다.
2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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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통해 다시금 과거의 자신의 모습을 찾고 싶은, 반짝이는 자신의 모습으로 회기 하고 싶은 절절한 마음을 알 수 있다.



■구름 선택을 통해 삶에 끼칠 긍정적인 영향은 물론 이 기회를 십분 활용할 예정에 들떠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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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일어나는 일도 아니고, 내 기억 속에서만 존재하는 상상을 실제 일어날 일처럼 느끼게 해준다는 것은, 무언가 현실 세계와 구분이 모호해지고, 부수적인 효과들로 인한 주변인들의 변화는 내가 감당하고 싶지 않은 도덕적 경계선이었다. 이러한 바운더리까지 고려하고 싶지 않았다. 이것이 체험을 먼저 선택한 이유였다. 지금 당장, 내 인생에 있어 빅뱅 같은 변화가 일어나길 바라는 것도 아니고, 새로움에 스며들며 변화하고 싶었던 마음이 더 컸다.
(...)
다시 한번 반짝이고 싶은 나의 마음이 더 컸다. 게다가 좀 더 개선된 삶을 살아가는 데에 도움이 된다면 기꺼이 경험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체험 수준으로 먼저 도입해 보고, 실제 비용 지급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면 순차 적용해 보면서, 그로 인한 객관적 결과가 타당하다 결론 내어지면 확장해 나가는 것이 나에겐 더 익숙하다. 아무래도 이런 단계적 접근법은 나의 업무 전략과 맞닿아 있었다.
26페이지 中
-----


자신이 오랫동안 해온 업무 매뉴얼대로 단계적으로 접근하여 자신의 삶을 변화 시키고 싶은 마음이 얼마나 컸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문장이다.


조심스럽지만, 기꺼이 자신의 개선된 삶을 위해 기회를 포착하고 추후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여겨지면 비용을 지불해서라도 확장해 나가겠다는 강한 의지가 느껴진다.



■삶의 '선험적 지혜'를 습득할 수 있는 나만의 구름 스티커


-----
구름 체험만 진행할 수도 있고 체험을 그대로 실생활에 적용하는 '구름 실행' 버튼을 터치할 수도 있다. 체험은 말 그대로, 사용자가 입력한 내용으로 실행되며 실생활에 적용하였을 시에 체험과 동일한 결과로 나타날지, 아닐지는 확답이 불가능하다. 단, 생성형 AI가 모든 경험한 정보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동작하여 실생활에 적용될 뿐이다. 그로 인한 영향도는 예측은 가능하나 자가 학습의 범위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선택과 결과에 대해 받아들이는 것은 오로지 자신의 몫이다.
62~62페이지 中
-----


미래 기반의 생성형 AI 기술이 도입된 구름 체험을 통해 유정성은 새로운 경험을 시뮬레이션 해보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를 통해 그녀는 어쩌면 스스로를 괴롭히던 편견들로부터 탈피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사람은 경험에 의한 학습의 동물이기에 그녀 역시도 어느 순간 편견들에 사로잡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주저했던 선택들이 늘어만 갔을 것이다.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지만, 적어도 과거의 상황들을 되돌아보며, 미래를 바꿔나갈 수 있는 상황은 만들 수 있었으리라 본다.


----------------------------------
※'선험적'이라는 말의 의미
경험과는 상관없는, 경험에 앞서서, 선천적, 타고난 등의 의미로, 여기서는 '경험하지 않고도 판단할 수 있는 지혜' 정도로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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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정선을 지킬 줄 아는 '나'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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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큐물러스를 선택한 것은 정말 잘한 것 같다. 사용하지 않아도 말이다. 모든 것이 리셋되는 것을 선택하기에는, 나 완전히 열심히 살아왔기에, 그보다, 조금씩 더 나은 존재로 다듬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
그 누구보다 잘 활용할 수 있을 만큼 배울 것이라고 했다. 왜 그런지 묻는 구름이에겐 이렇게 대답했다.


"영원히 갖고 있을 거야. 왠지 너처럼 나의 삶에 방향이 되어줄 것 같다. 그걸 없애면 내가 손해지, 이렇게 경쟁력 있는 도구를 잃고 싶진 않아. 실제로 쓰진 않아도 부수적으로 나에게 도움을 주겠지. 왜, 그런 말 있지, 선한 영향력."


구름이는 참 정성 같다는 표현을 나에게 해주었다. 그땐 구름이가 말한 의미를 깊이 생각하지 못하였다.
(...)
농담처럼 보이는 진담이었던 거다. 구름이한테 진심으로 칭찬을 받았던 거라 생각하니 마음이 시큰해졌다. 이런 내가, 심지어 이름까지 정성이어서 참 좋다.
144~14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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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고 고된 삶을 살아왔어도 스스로 너무나 열심히 살아온 자신을 알고 있기에 그녀는 '완전한 리셋'을 꿈꾸기보다, 오히려 곁에 두고 '동기부여의 도구'로 삼기를 자청한다.


내 마음속에 어여쁜 '뭉게구름'을 두고 어쩌면 그녀는 평생을 원하던 반짝이는 삶을 살고 있지 않을까 짐작하게 하는 문장이다.



■인간세계와 너무 닮아있었던 구름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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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세상을 담고 있는 내용들을 살펴보면, 인간 세상과 별반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는데, 마치 암묵의 계급사회, 중산층, 상류층 등으로 비교, 대조됨을 알 수 있다.


똑같은 사람, 똑같은 성분으로 구성된 구름일 뿐인데, 단지 그들이 어디에 위치하느냐에 따라 다른 직급과 계급으로 나누어진다는 점이 어쩐지 씁쓸하게 다가온다.


알토스는 알고 있었다. 보이는 색이 대조될 수밖에 없는 새하얀 흰색과 어둑어둑한 흑색의 차이가 있음에도 구름의 몸이 구성 성분은 동일하다는 것을 말이다. 단지 주변의 대기와 환경의 영향으로 다양한 모양과 색이 띠게 되면서 위치가 정해지고, 이름이 정해지고, 역할이 정해졌다는 사실을 말이다.
98~9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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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사람이지만, 주변의 환경으로 인해 위치가 정해지고, 이름이 정해지고, 역할이 정해지는 인간 사회의 불합리한 모습을 판박이처럼 그리고 있는 듯한 문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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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토스는 님보를 고즈넉이 쳐다보며 안쓰러운 듯 혼잣말을 하기 시작했다.

'하층운에서 반겨주는 단비가 되어줄 수도 있는데, 대체 왜 저러나. 아직 어린아이같이 투명하네, 본심이나 행동이나. 너무 투명해서 탈이네...'
9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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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마다 같은 지역에서 정기적으로 만나는 관계임에도 서로 다른 아집으로 작은 내란의 씨가 싹트고 있었다.
(...)
암흑색의 생활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님보의 입장에선 서베이가 변화의 희망이었고, 갈망이었다. 평화적으로 제위치의 역할을 다하고자 했던 알토스에게는 이런 체계를 계속 유지하기 위한 도구였다. 상층운에 합류하고 싶어 하던 알토 큐물러스에게는 욕망이었다.
10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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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 제 역할과 입장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온전히 제 입장에서만 상대방을 평가하고 비하하는 구름 세계의 모습을 보면서, 너무 흔한 인간 세상의 일상을 보는 듯했다.


-----
중층운의 반란으로 인한 고난을 고스란히 하층운이 받고 있다.
(...)
도대체 무슨 영문으로 이런 비가 내리는지 알길 없는 하층운은 여기저기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11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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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생활이나 사회시스템에서 흔히 보는 광경을 대변하는 문장으로, 팀장들의 내란은 곧 팀원이나 사원들에게 즉각 피해를 입히며, 하층민일수록 영문도 모르고 당하는 일이 부지기수임을 우리는 모르지 않는다.


-----
곧 개최될 구름 축제를 앞두고, 주관 위원장인 씨러스 회장과 주관 위원인 씨시와 씨스가 오랜만에 회동에 나섰다.
(...)
그들을 둘러싼 상층운은 이와는 반대로 분주하면서도 상기된 분위기로 구름 축제 준비의 한창이었다.
12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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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층부와 하층부는 난리가 났음에도 구름 축제를 앞둔 상층부 사람들에게는 그저 남의 일인 양, 축제를 즐기는 여유와 상기된 분위기만 느껴진다.


개회사를 통해 명분만을 내세우는 상층부의 행위에 그저 쓴웃음만 나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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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 깊었던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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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more twinkle things"
(아직 나는, 한 번쯤은 더 반짝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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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장이 어쩌면 이 소설의 핵심 문장이 아닐까 싶다.


이 소설에서는 흔한 40대 중반의 기혼자 여성을 앞세워 닳고 닳은 인간세계를 구름 세계라는 허구 세계에 빗대어 새롭게 인생을 전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아직 살아있기에, 살아가야 할 날이 많기에 그녀는 삶에 작은 변화를 시도할 기회를 찾고자 한다. 그리고 맞춤형 구름 스티커를 제작하고 교육을 받음으로써 그 기회를 잘 활용할 수 있는 내공을 쌓고, 그 내공을 적절히 잘 소비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지나간 과거는 비록 바꿀 수 없지만, 과거를 다시 회기하고 더 나은 방법을 찾음으로써 안정적인 미래, 원하는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다는 점에 있어 '구름 스티커'는 유정성이라는 사람에게 있어 계속해서 동기부여를 주고, 선한 영향력을 주는 도구이자 상징성의 산물이 아닐까 싶다.



=====
마무리
=====


책을 읽고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는 어차피 독자들의 몫이기에, 나의 해석의 옳고 그름을 따지고 싶지는 않다. 그렇지만 적어도 저자의 의도나 방향성은 알고 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게 내 개인적인 생각이다.


적어도 원래 저자가 의도한 내용이나 방향성과 크게 엇나가는 상황을 의도한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그래서 장르가 소설인 만큼 조금 친절하게 내용을 풀어서 담았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철학 책도 아니고 소설책인데 자꾸 찝찝함이 남아 전하고자 하는 본질이나 내 순수한 느낌보다 '이게 맞나?'를 자꾸만 곱씹게 되는 아이러니.


인간 세상과 구름 세상이 뒤섞여 인과관계는 물론, 앞뒤 맥락을 다시금 재정립하여 맞춰야 하는 테트리스 같아 150쪽이 아니라 거짓말 조금 보태서 1500쪽짜리 벽돌 책을 뿌신것 같은 느낌이다.


핵심적 내용 몇 가지는 건졌으나, 편하고 자유스러운 상상력을 방해하는 구조 덕에 어렵고 애매했던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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