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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데이 - 어느 여경의 하루
지니 지음 / 좋은땅 / 2023년 11월
평점 :
장르는 소설인데, 어쩐지 소설 같지 않은 소설이다. 읽으면서 내내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현실감이 100% 반영된 스토리를 담고 있다.
비단 내용뿐만이 아니다. 작가의 이력과 소설 속 주인공인 은영은 같은 인물이라고 할 정도로 비슷한 이력을 지니고 있다. 비슷한 나이(한국식 나이와 만 나이를 적용해 보면 같은 나이), 가족관계(두 아이의 엄마), 직업(경찰관) 등을 고려해 봤을 때 오히려 소설이라는 장르를 빌어 그동안 속 깊이 묵혀두었던 이야기를 터트린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특히나 대한민국 경찰이라는 '조직'과 '공직자'라는 신분을 감안했을 때, 더 그렇게 느껴진다. 또 그저 장르가 단순히 '소설'이라는 이유로 묻어두기엔 우리가 생각해 봐야 할 내용들이 너무도 많기에 은영의 하루를 들여다보며, '나'와 '우리 사회'를 다시금 돌아보게 된다.아들 둘을 키우고 있는 경찰관 은영의 이야기는 두 가지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다. 하나는 워킹맘으로서의 은영이고, 또 하나는 경찰관으로서의 은영이다.이 두 가지 관점은 한 사람의 인생이기에 서로 교차하며 영향을 주고받았는데, 소설 속에서는 이러한 두 관점을 적절히 잘 섞어 절묘하게 표현하고 있었다. 워킹맘이기에 느낄 수밖에 없는 애환과 죄책감, 그리고 경찰이라는 특수 직업을 가지고 있기에 겪는 현실적인 어려움과 문제점은 그렇게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여기에 더해 은영이 사회문제들을 바라보며 하는 자조 섞인 질문들은 어쩐지 자꾸만 마음을 심란하게 만들었는데, 개인적으로 마음속에 담아두고 있던 질문들이기도 했기 때문이다.모든 날을 평범함이라는 이름하에 무던히도 열심히 살아냈던 은영. 타인의 일에는 그토록 마음을 쓰면서도 그녀 자신의 신체가 보내는 전조증상들은 가벼이 넘기면서 어느 날 갑자기 눈을 뜰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 그녀의 이야기를 지금부터 만나보자!=====Who is ... 송은영?=====●이름: 송은영●가족관계: 초등학교 3학년, 6학년 아들 둘을 키우고 있는 마흔여섯의 워킹맘●직업: 울산지역 경찰관으로 올해 발령받아 112근무를 하게 됨●기타-근무 전 조회시간처럼 갖는 아침 교양 시간을 통해 다른 베테랑 직원들의 생각과 노하우를 배워 업무에 적극 활용하려 노력함-직장 내 소모임인 독서토론에도 꾸준히 참여하여 매달 약속된 책을 읽고 토론에도 꼬박꼬박 참여하고 있음안팎으로 참 열심히 살았던 그녀는 두 아들을 독박 육아하게 되면서 산후조리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일선에 복귀하게 된다. 그렇게 시작된 워킹맘으로서의 삶은 서서히 그녀 자신을 좀먹어 가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서서히 나타나던 증상들은 어느 날 한꺼번에 와락 몰려들어 그녀를 무너뜨렸다. 여기에는 자기 자신의 건강에 대한 안일함도 한몫했다.=====그녀에게 찾아온 뇌졸중 전조증상들=====은영은 언젠가부터 몸의 이상 증세를 느끼기 시작하면서 손수 해먹이던 가족들의 먹거리마저 더 이상 직접 하지 못하게 된다. 이에 따라 모든 걸 다 잘하려고 하는 것은 욕심이라는 말로 스스로를 다독이며, 많은 것을 내려놓고 절충안을 하나씩 찾아나가게 되는데 그게 바로 분식 데이, 김밥 데이, 라면 데이였다.거슬러 올라가 갑자기 증상들이 하나씩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작년 가을부터였다.1. 첫 번째 증상작년 가을부터 갑자기 손에 원인 모를 통증이 시작되었다. 손가락 관절 마디마다 팥알만 한 혹이 불룩하니 두어 개씩 생겨났는데, 주먹을 쥘 수도 없고 힘을 주어 물건을 꽉 잡을 수도 없었다.그래서 손을 많이 써야 하는 요리와 같은 일들은 너무 큰 고통이 수반되면서 더 이상 음식을 하지 못하게 된다.정형외과에 가서 엑스레이를 찍어보니 뼈는 이상이 없었는데, 초음파 기계로 손가락 관절 마디 사이를 들여다보니 관절 마디마다 시커먼 염증 덩어리가 보였다.일차적으로 주사 치료를 해보고 통증이 계속 있으면 2차로 체외충격파 치료를 해야 했는데, 주사 치료는 생각보다 통증이 심한 반면 한두 달 버틸 수 있어 초반에는 그렇게 버텨나갔다.2. 두 번째 증상출근길 운전을 하면서 한참 신호를 보는데 눈이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몇 달 전부터 눈이 침침해서 앞이 잘 안 보이는 것 같아 두 달 전 안경원에서 안경도 하나 새로 맞췄는데도 불구하고 표지판 글씨들이 선명하게 보이지 않는다.번갈아 가면서 한쪽씩 눈을 가려 보는데, 두 개 나란히 있는 신호등이 하나만 보이고 그것마저 너무 흐릿하게 보인다.3. 세 번째 증상책상에 앉아 있는데 콧물이 흐르는 느낌이다. 휴지로 닦아 보니 붉은색이다. 코피인 건가. 휴지로 코를 막지만 멈추질 않는다.옆자리의 강해영 경사에게 손으로 사인을 보내고 화장실로 간다. 생각해 보니 요즘 코피가 자주 난다.4. 네 번째 증상화장실에 간 김에 가슴의 패드를 교체한다. 요즘 젖꼭지에서 분비되는 정체불명의 액체 ··· . 이게 성분이 뭘까. 젖인 걸까? 젖은 아닐 거야. 그럼 이 분비물은 뭐지? 혹시 고름인가? 가슴속에서 불안감이 조금씩 머리를 치켜든다.5. 다섯 번째 증상-----"근데 넌 안 더워? 봄인데 겨울 동잠바를 아직 입고 있네?" 한상근 경위님이 잠바를 벗어 의자 뒤에 걸어 두시며 나보고 하시는 말씀이다. 그러고 보니 모두 춘추 잠바를 입고 있구나."어라? 근데... 너 얼굴색도 너무 창백해 보이는데? 아니 그냥 피부색이 노란 건가?""정말, 듣고 보니 피부색이 노르스름한데요."111페이지 中-----그러네. 나 온도 조절 기능이 어떻게 됐나 보다. 이 봄 날씨에 나만 아직 겨울 동잠바를 입고 있다. 뜨거운 국밥을 먹는데도 나는 왜 땀 한 방울 나지 않는 걸까? 그리고 보니 집에서도 아직 나 혼자 1인용 전기장판을 켜고 잔다.그러고 보니 뭔가가 이상하다. 그냥 추위를 좀 많이 타는 정도라고만 생각했는데.6. 여섯 번째 증상잠들었다 깨서 다시 자려고 눕는다. 다리가 저리는 것 같은 뭐라 설명할 수 없는 불편함이 느껴진다. 다리를 꼭꼭 주무르는데 손으로 누른 자리가 조금 뒤에 올라온다.7. 일곱 번째 증상시끄러운 알람 소리가 꿈결처럼 들린다. 상체를 일으키려는데 몸이 안 움직인다. 어라, 이상하게 캄캄하다. 손가락 하나 움직여지지 않는다. 목소리를 내어 남편을 불러야 하는데 목소리가 안 나온다.남편이 잠에서 깼는지 나를 부른다. 불러도 내가 일어나지 않자 남편이 일어나서 계속 시끄럽게 울려 대는 알람을 끈다. 내가 곤히 자는 줄 알았던 남편이 일어나 주방으로 가 아침 식사를 준비한다.큰 아이가 갑자기 무언가에 놀란 듯 갑자기 소리친다. "아빠, 아빠, 엄마 코피 나요. 빨리 와보세요." 나를 흔들어 깨우는 남편과 아이들. 나는 축 늘어져 계속 정신을 못 차린다. 남편은 뭔가 잘못된 것을 느낀 듯하다. 119에 전화를 해서 빨리 와 달라고 요청하는 남편 목소리가 들린다.그렇게 은영은 긴급 뇌졸중 수술을 받게 된다.=====현직 경찰관으로서 느끼는 고충과 솔직한 심정을 엿볼 수 있는 장면들=====베테랑 경찰임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새로 발령받아 근무하게 된 112 신고센터 근무는 은영에게 또 다른 긴장감과 어려움을 선사한다. 그래서 그녀는 아침 교양 시간 소통하는 자리를 통해 얻게 된 베테랑들의 생각과 노하우를 잘 기억해 두었다가,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실수 없이 응대하려 노력한다.-----"긴급신고 112입니다."접수 멘트는 간단하다. 112상황실에서는 전화를 받을 때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라고 말을 시작할 필요가 없다. 또한, 관등성명을 일일이 댈 필요도 없다. 신고자는 도움이 급박한 상황이었을 테고, 경찰관이 빨리 와서 도와주길 바라는 게 목적이지, 전화를 받는 사람이 친절 여부를 따지거나 수다를 떨자고 전화한 것은 아닐 테니까.33페이지 中-----간단한 인사말부터 신고전화 하나하나를 신중하게 듣고 대응하려 노력하는 은영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온라인 강의를 두세 시간 들으라고 하고는 물리력 행사를 위한 기준 교육이 다 끝났단다. 전혀 현장을 모른다. 매달 경찰관은 직장 교육이니 법정 교육이니 들어야 하는 교육이 정말 많은데, 자기 업무하랴 교육 들으랴 정말 실무를 모르는 사람이 만든 건지 말도 안 된다.(...)왜 우리 업무는 현장과 동떨어진 탁상행정이 많은 걸까?42~43페이지 中-----보통의 직장 생활에서도 빈번히 일어나는 일이지만, 특히 관료주의가 판치는 공무원 사회에서는 더 할 것이라 생각된다. 실무는 실무대로 하고, 교육은 교육대로 모두 이수를 받아야 하지만, 정작 꼭 받아야 하는 실질적인 교육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 현실.시간은 한정적인데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탁상행정은 쓸데없이 시간만 낭비할 뿐이다. 마지막 문장은 개인적으로도 이해와 공감이 가는 내용이었는데, 현실을 반영한 실리적이고, 실용적인 방식의 교육이 이루어지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했다.-----아마도 시민의 불안감을 해소해 주는 것, 이것이야말로 경찰의 중요한 임무는 아닐는지. 지역 사회의 평온을 유지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금 생각해 본다.66페이지 中-----같은 상황을 두고도 다른 대처 방식으로 빠르게 시민의 불안과 안전을 지켜준 경찰관 송은영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장면으로, 사소한 것에도 귀를 기울이며 돌다리를 두드려보는 모습에서 믿음과 신뢰가 느껴진다.-----우연한 하나의 일은 아무 힘이 없다. 하지만 그 우연에 다른 우연이 더해지면 우연이 아니게 된다. 우리는 그 일에 대해 조금 인식을 하게 된다. 그리고 세 번째 우연이 더해지면 우리는 의미를 부여한다. 우연은 필연이 된다. 그 우연한 일들이 모여 사건이 된다. 우리는 매사에 그런 우연을, 어떤 신호들을 놓치지 않도록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우리의 의식은 항상 깨어 있어야 한다.68~69페이지 中-----은영은 경찰관으로서 반드시 가져야 하는 사명처럼 이 문장을 적었지만, 어쩌면 이것은 시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모든 종사자들이 가져야 할 의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처음은 우연일 수 있으나, 그것이 반복되면 그것은 우연이 아니게 된다.그리고 이것이 우연이 아닌 것을 발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어떤 신호들을 놓치지 않는 예민함과 관심뿐이다. 은영의 말에서 우리는 그녀가 경찰로서 가지는 직업의식 또한 엿볼 수 있는데, 이것이 경찰이라는 조직 속에 몸담고 있는 모두의 마음속에 적용되는 말이었으면 좋겠다.-----수십 장에 달하는 법 조항들 끝부분에 경찰이라는 단어를 슬쩍 끼워 넣고는 마치 이 모든 게 경찰 업무인 양 뒷짐을 진다. 경찰이 업무 수행 중 불합리한 사항이나 고쳐야 할 부분을 건의하면 제대로 시정하지도 않고 업무를 할 수 있는 권한도 주지 않으면서 말이다.124~125페이지 中-----현직에 종사하는 한 명의 경찰관으로서 현실적으로 느끼는 고충과 처우에 대한 솔직한 심정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다. 실제 저자 역시 경찰관이기에 어쩌면 더 적나라하게 표현할 수 있는 장면이 아니었나 싶다.이 문장 외에도 피 토하듯 발설하는 여러 내용들을 통해 그동안 경찰관으로서 얼마나 억울한 부분이 많았는지 짐작해 볼 수 있다.경찰이라는 조직이 어쩌면 여러 부처에 치여 방패막이 노릇을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남들에게 이야기하지 못했던, 그들만의 속 사정이자 고충이 담긴 문장이라는 생각을 든다.-----"리더가 명품이면 조직도 명품이다."라는 광고 문구를 들은 기억이 있다. 경찰에 대한 비난으로 시끌시끌한 요즘 이 문구가 더 가슴에 와닿는다. 경찰의 리더가 명품이었으면 우리 경찰 조직이 이렇게까지 되었을까를 고민하게 하는 문구였다. 훌륭한 리더십으로 우리 경찰 조직을 제대로 이끌어 줄 지휘부가 절실하다.131페이지 中-----그녀는 여기에 더해 경찰 내부 조직을 이끄는 리더에 대한 솔직한 의견도 개진하는데, 이보다 더 적나라하고 파격적일 수 없다. 경찰 조직이 여기저기 치이는 데에는 이를 제대로 이끌지 못한 훌륭한 리더십의 부재도 한몫했다고 말하며 소설을 빌어 진실을 꼬집는다.속 시원하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소설이기에 가능한 외침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사회 문제들에 대해 그녀가 던지는 질문들=====■그 선생님은 학교 폭력의 원인을 왜 피해 학생한테서 찾으려고 했던 걸까?■성폭행 당한 여성에게 '니가 옷을 그렇게 입고 다니니까 그런 성범죄를 당하는 거야'라고 말하는 게 맞는 걸까?■성폭력을 당한 여성이 2차 피해를 당하고 있다고 신고했는데 그 여성에게 입 다물고 있으라고 소문 내지 말라고 하는 게 맞는 건가? 왜 피해자는 숨죽이고 입 닥치고 있어야 하는 거지? 우리나라는 왜 가해자의 인권이 먼저이고 피해자의 인권은 뒷전인 거지? 머릿속에 너무나 많은 의문이 생겨난다.뉴스를 보며 종종 가졌던 의문들을 똑같이 건네는 은영의 물음에서 동질감과 공감을 갖게 된다. 너무 당연하게 피해자의 잘못인 양 치부하는 사람들의 말에 내 일이 아님에도 답답함과 억울한 마음이 들었는데, '아 나만 그렇게 느낀 건 아니구나'하는 생각에 다행이라는 안도감이 든다.더불어 우리 사회도 변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작은 희망을 가지게 된다. 기회를 엿보게 된다.=====증상의 원인과 실마리, 그리고 깨달음=====검사 결과를 듣는 자리에서 비로소 은영은 자신이 그동안 겪어왔던 크고 작은 증상들의 원인을 비로소 알게 된다. 머리에 자리한 뇌하수체 종양으로 인해 두통, 시야장애, 생리불순, 호르몬 변화(유즙 분비), 갑상선 호르몬 수치 이상(피로감), 창백하고 누런 피부, 붓기 등이 발생했음을 알게 된다.종양 제거 수술을 해야 하는 것은 물론 뇌에 자극을 줄 수 있는 것은 삼가하고, 식사는 채식 위주에 체중조절은 물론 생활 습관 일체를 모두 바꿔야 한다는 진단을 듣게 된다.수술 후에도 지속적인 검사를 통해 정상수치로 돌아오는지 체크하여 돌아오지 않을 시 호르몬 약을 평생 복용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듣는 것으로 은영은 수술 날짜를 열흘 뒤로 잡고 병원을 나오게 된다.-----사람들은 흔히들 괜찮다는 말로 그 순간들을 넘겨 버리곤 한다. 그 말에는 괜찮을 거야, 내 일상은 항상 그래 왔듯이 그대로 별일 없이 잘 굴러갈 거라고 평온한 일상이 계속될 거라 믿고 그러길 바라는 맘이 같이 들어 있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때라도 빨리 알아차렸어야 했다. 그랬다. 그날 무슨 방법을 써서라도 수술 일정을 더 당겼어야 했다. 내가 너무 안이했다.159~160페이지 中-----이렇게 심각한 증상과 병명을 들었음에도 은영은 사실 괜찮을 거라는 스스로의 위안으로 안이하게 행동한다. 그러다 뒤늦은 후회를 하게 되는데, 이미 그때는 너무 늦은 상황이었다.=====공감 갔던 이야기=====-----갑자기 휴대전화 벨 소리에 발신자를 보니 동기의 이름이 뜬다.(...)주간 근무인 줄 알고 낮에 메신저로 쪽지를 보냈는데 내 메신저가 꺼져 있어서 무슨 일인가 싶어 전화했단다. 오후에 반가를 내고 병원에 다녀온 얘기를 간단히 알렸다.(...)병원에서의 일을 대강 말해 주었지만, 대화가 겉돈다. 사람들은 왜 자기가 아는 사실 외엔 다른 건 더 들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걸까? 모든 걸 다 안다는 듯한 느낌. 너에게 닿지 못한 내 말들이 벽에 맞고 튕겨 나온다. 동기는 이미 나의 문제가 별거 아니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듯하다. 그런 상대방에겐 내가 무슨 말을 해도 선입견은 없어지지 않겠지.(...)사람들은 남에 대해 말하는 게 너무 쉽다. 이미 선입견이 있는 사람에게 그 선입견을 깨고 어떤 사실을 새로이 설명하고 납득시키는 데까지 시간이 얼마나 필요할까? 처음 나간 소개팅에서 첫인상을 망쳐 버린다면 그 잘못된 인식을 바로 잡는 데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것과 마찬가지겠지.192~194페이지 中-----개인적으로 가장 공감이 갔던 문장으로, 누구나 한 번쯤 겪어 봄직한 이야기라 더 와닿았던 것 같다. 자리에 없어 걱정이 되어 연락했다고 하면서도 타인의 이야기보다 자신의 이야기만 늘어놓고, 타인의 일에 대해 쉽게 별거 아닌 것으로 치부하는 행태를 보며 은영처럼 결국에는 대화를 종결시켰던 과거의 내가 떠올랐다.자주 만나도, 가까이에 있어도, 마음을 나누었다 말해도 결국 이런 순간에 내 말이 벽에 맞고 튕겨져 나오는 경험을 하게 되면 누구나 큰 실망을 하게 마련이다. 이 관계에 마음을 나눌 '다음'이 과연 존재할까?<더 데이>에는 워킹맘과 경찰관으로서의 살아가는 은영의 모습이 주를 이루지만, 사실 그 속에는 우리가 무엇을 위해 살아가야 하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와 같은 삶에 대한 깊은 고민이 담겨 있다.위의 에피소드 역시 그중 하나로, 은영의 삶을 통해 우리에게 끊임없이 질문하고, 또 '나라면?'이라는 관점을 제시함으로써 나 자신과 타인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인상 깊었던 구절=====
자신의 아이가 속상한 일을 당하고 왔을 때 부모가 자신의 감정을 잘 컨트롤하며 아이가 스스로 깨칠 수 있도록 돕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이 구절은 그런 부분을 잘 캐치해서 담고 있는 장면으로, 아이가 감정이 다치지 않도록 도우면서, 부모로서 아이를 우선하고 있다는 믿음을 주는 동시에 아이 스스로 결정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 현명한 대처가 돋보이는 장면이다.물고기를 잡아주기보다, 물고기를 낚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은영의 교육방식 덕분에 아이는 자신을 스스로 컨트롤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은 물론, 타인을 대하는 방식도 배우게 되지 않았을까?워킹맘으로 살아가면서 늘 아이들에게 잘 챙겨주지 못하는 것에 대한 죄책감을 가지고 있는 은영이었지만, 이 모습을 보니 어쩐지 격한 칭찬과 격려를 건네주고 싶어진다.=====더 데이, 이후=====엄마로서, 아내로서, 딸로서, 경찰관으로서 늘 부족하다 생각해서 최선을 다하는 그녀였지만, 실상은 다른 무엇보다 자기 자신에게 가장 부족한 사람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하나 둘 늘어나는 증상들을 그저 괜찮을 거라는, 별거 아닐 거라는 자기 위로로 대신하며 방치함으로써 결국 스스로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기 때문이다.의사는 그녀에게 생활 습관 일체를 모두 바꿔야 한다는 진단을 내리지만, 그것들을 실천할 기회조차 부여받지 못한 채 그날, 그녀는 급작스러운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따지고 보면, 여러 사회문제에 대한 고찰이나 경찰관으로서 갖는 직업의식, 매일을 끊임없이 노력하는 삶 모두 좋지만, 무엇보다 나를 돌보는 것이 가장 중요함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그렇게 아무런 준비 없이 119에 실려간 이후 수술대에 오른 그녀는 과연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되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