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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공장 - Cloud Factory
올리비아 지음 / 바른북스 / 2024년 2월
평점 :
절판
기대했던 동화 같은 이야기와는 완전히 달랐던 <구름공장>. 그럼에도 뭔가 다른 방면에서 나의 상상력을 이끌어 줄 것이란 기대감을 가지고 끝까지 읽어나갔다.
그런데 읽으면 읽을수록 미스터리 속에 감금당한 느낌이 드는 건 비단 나뿐인가? 초반에 착! 붙는 느낌이 없어도 중반쯤 되면 소설 속에 빠져들게 마련인데, 이 책은 읽으면 읽을수록 어쩐지 미궁 속에 빠지는 느낌이 든다.
외국 작가의 소설인가 살펴봤는데, 한국소설이란다. 맙소사! 스토리는 물론이고, 대체 뭘 주제로 이야기하는 건지 도통 짐작이 안 간다. 그나마 후반부에 들어 살짝 알듯 말듯 한 느낌의 끈 하나를 붙잡고, 거기에 기대 나의 무한한 상상력과 짐작을 이어 붙여야 겨우 뭔가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듯한 느낌이 든달까?
약 150페이지도 안되는 얇디얇은 책인데, 진짜 어렵게 느껴지는 것도 오랜만이다. 그래서 책 소개와 출판사 서평도 찾아봤는데, 여기에 작성된 글도 애매모호하다.
앞서 쓴 다른 독자들의 서평에는 쉽게 읽히고, 술술 읽힌다는 데 내가 느낀 것과는 완전히 정반대라 더 당혹스럽다. 다른 사람에게 추천은 고사하고, 나 스스로 납득이 안 가는 이야기라 그저 '허허' 웃음만 나올 뿐이다.
어쨌든 평가는 또 다른 후발 독자들에게 넘기고 내가 느낀 이야기를 지금부터 풀어보려 한다.
목차를 살펴보면, 인간세계를 구름 세계에 빗대어 작성했음을 짐작할 수 있는데, 각 과정들은 화자가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배워나가는 과정들을 담은 내용들이고, 상/중/하층운은 우리네 직장 생활을 여지없이 반영한 내용들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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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자인 '나'는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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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유정성
▶나이 : 40대 중반에 접어드는 기혼
▶특징 : 중년 여성으로 중간 키에 중간 몸무게 중간쯤의 세련됨을 가지고 있음
▶직업적 특성 : 현재 AI 디지털 기술에 기반을 둔 전략 기획 업무를 하고 있으며, 약 4년여 재직기간 동안 10번의 팀 변경이 있을 만큼 여러 번 팀을 옮겼지만 모두 성공을 이루어 냄. 보통 남들이 꺼리는 업무에 투입되었으나 항상 성공을 이루어 내면서, 사람들은 그녀의 결과물만을 보고 오히려 부러운 시선을 보내기도 함.
▶구름공장을 방문하게 된 계기 : 이제는 그런 직장 생활에서 벗어나 다시 한번 반짝이는 인생을 살고 싶은 마음에 구름공장을 찾아 구름 스티커를 만들기로 마음먹게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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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한 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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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줄거리로 정리해서 말하기 애매한 부분이 있지만, 간단하게 이야기해보면, 현재 40대 중반에 접어든 기혼 여성인 유정성은 IT 분야의 기업에 근무하며 수없이 팀을 옮기며 프로젝트들을 성공시킨다.
그런데 이 일들은 보통 남들이 꺼려 하는 일로, 덕분에 사람들로부터 왕따를 당하거나, 무시를 당하기도 하는 등 수많은 고초를 겪는다. 또 좋은 결과만을 두고 오히려 부러워하거나 시기를 하는 사람들이 생기기도 하는데, 어느 순간 너무 지쳐버린 그녀는 이제 모든 것을 내려두고 회사를 떠나기로 마음먹는다.
그러면서 구름공장을 방문하게 되고 다시금 반짝이는 인생을 살고 싶은 마음에 맞춤형 구름을 제작하고 체험하게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유정성이라는 인물에 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구름 세계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겹쳐서 서술되어 있는데, 덕분에 모호하게 다가오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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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크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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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스티커를 만들기에 앞서 유정성의 남다른 각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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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작은 실수도 하고 싶지 않았고, 온전히 잘 이해하고, 매우 잘하고 싶었기 때문에 구름이로 선택하였다. 나의 이름은 유정성이다.
2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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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굳이 이름을 언급한 것을 보면 이름을 강조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추측해 볼 수 있다. 그녀의 이름이 갖는 의미를 살펴보면 성을 붙여 유정성이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상태가 일관되고, 변함없는 성질이나 특성을 갖는 것으로, 일관성과 안정성을 뜻하고, 변화가 적고 예측할 수 있는 상태를 뜻한다고 기재하고 있다.
그러면서 유년 시절 부모님이 보는 유정성과 결혼 후 남편이 바라보는 유정성이 매우 다름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는데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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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 말씀에 의하면, 나의 유년기 시절은 한없이 순하지만, 옳고 그름을 논하기에 일등이던 어린아이였다 하셨다.
18년여를 함께 살고 있는 나의 남편은 나를 표현하기를, 어디로 튈지 모르는 자그마한 머릿속에 뭣이 그렇게 꽉 차 있는지 궁금한 사람이라 표현한다. 여느 부부가 그렇듯, 18년을 살고 있어도 어려운 사람이라고 말이다.
2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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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통해 다시금 과거의 자신의 모습을 찾고 싶은, 반짝이는 자신의 모습으로 회기 하고 싶은 절절한 마음을 알 수 있다.
■구름 선택을 통해 삶에 끼칠 긍정적인 영향은 물론 이 기회를 십분 활용할 예정에 들떠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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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일어나는 일도 아니고, 내 기억 속에서만 존재하는 상상을 실제 일어날 일처럼 느끼게 해준다는 것은, 무언가 현실 세계와 구분이 모호해지고, 부수적인 효과들로 인한 주변인들의 변화는 내가 감당하고 싶지 않은 도덕적 경계선이었다. 이러한 바운더리까지 고려하고 싶지 않았다. 이것이 체험을 먼저 선택한 이유였다. 지금 당장, 내 인생에 있어 빅뱅 같은 변화가 일어나길 바라는 것도 아니고, 새로움에 스며들며 변화하고 싶었던 마음이 더 컸다.
(...)
다시 한번 반짝이고 싶은 나의 마음이 더 컸다. 게다가 좀 더 개선된 삶을 살아가는 데에 도움이 된다면 기꺼이 경험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체험 수준으로 먼저 도입해 보고, 실제 비용 지급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면 순차 적용해 보면서, 그로 인한 객관적 결과가 타당하다 결론 내어지면 확장해 나가는 것이 나에겐 더 익숙하다. 아무래도 이런 단계적 접근법은 나의 업무 전략과 맞닿아 있었다.
2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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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오랫동안 해온 업무 매뉴얼대로 단계적으로 접근하여 자신의 삶을 변화 시키고 싶은 마음이 얼마나 컸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문장이다.
조심스럽지만, 기꺼이 자신의 개선된 삶을 위해 기회를 포착하고 추후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여겨지면 비용을 지불해서라도 확장해 나가겠다는 강한 의지가 느껴진다.
■삶의 '선험적 지혜'를 습득할 수 있는 나만의 구름 스티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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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체험만 진행할 수도 있고 체험을 그대로 실생활에 적용하는 '구름 실행' 버튼을 터치할 수도 있다. 체험은 말 그대로, 사용자가 입력한 내용으로 실행되며 실생활에 적용하였을 시에 체험과 동일한 결과로 나타날지, 아닐지는 확답이 불가능하다. 단, 생성형 AI가 모든 경험한 정보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동작하여 실생활에 적용될 뿐이다. 그로 인한 영향도는 예측은 가능하나 자가 학습의 범위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선택과 결과에 대해 받아들이는 것은 오로지 자신의 몫이다.
62~6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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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기반의 생성형 AI 기술이 도입된 구름 체험을 통해 유정성은 새로운 경험을 시뮬레이션 해보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를 통해 그녀는 어쩌면 스스로를 괴롭히던 편견들로부터 탈피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사람은 경험에 의한 학습의 동물이기에 그녀 역시도 어느 순간 편견들에 사로잡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주저했던 선택들이 늘어만 갔을 것이다.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지만, 적어도 과거의 상황들을 되돌아보며, 미래를 바꿔나갈 수 있는 상황은 만들 수 있었으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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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험적'이라는 말의 의미
경험과는 상관없는, 경험에 앞서서, 선천적, 타고난 등의 의미로, 여기서는 '경험하지 않고도 판단할 수 있는 지혜' 정도로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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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정선을 지킬 줄 아는 '나'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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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큐물러스를 선택한 것은 정말 잘한 것 같다. 사용하지 않아도 말이다. 모든 것이 리셋되는 것을 선택하기에는, 나 완전히 열심히 살아왔기에, 그보다, 조금씩 더 나은 존재로 다듬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
그 누구보다 잘 활용할 수 있을 만큼 배울 것이라고 했다. 왜 그런지 묻는 구름이에겐 이렇게 대답했다.
"영원히 갖고 있을 거야. 왠지 너처럼 나의 삶에 방향이 되어줄 것 같다. 그걸 없애면 내가 손해지, 이렇게 경쟁력 있는 도구를 잃고 싶진 않아. 실제로 쓰진 않아도 부수적으로 나에게 도움을 주겠지. 왜, 그런 말 있지, 선한 영향력."
구름이는 참 정성 같다는 표현을 나에게 해주었다. 그땐 구름이가 말한 의미를 깊이 생각하지 못하였다.
(...)
농담처럼 보이는 진담이었던 거다. 구름이한테 진심으로 칭찬을 받았던 거라 생각하니 마음이 시큰해졌다. 이런 내가, 심지어 이름까지 정성이어서 참 좋다.
144~14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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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고 고된 삶을 살아왔어도 스스로 너무나 열심히 살아온 자신을 알고 있기에 그녀는 '완전한 리셋'을 꿈꾸기보다, 오히려 곁에 두고 '동기부여의 도구'로 삼기를 자청한다.
내 마음속에 어여쁜 '뭉게구름'을 두고 어쩌면 그녀는 평생을 원하던 반짝이는 삶을 살고 있지 않을까 짐작하게 하는 문장이다.
■인간세계와 너무 닮아있었던 구름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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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세상을 담고 있는 내용들을 살펴보면, 인간 세상과 별반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는데, 마치 암묵의 계급사회, 중산층, 상류층 등으로 비교, 대조됨을 알 수 있다.
똑같은 사람, 똑같은 성분으로 구성된 구름일 뿐인데, 단지 그들이 어디에 위치하느냐에 따라 다른 직급과 계급으로 나누어진다는 점이 어쩐지 씁쓸하게 다가온다.
알토스는 알고 있었다. 보이는 색이 대조될 수밖에 없는 새하얀 흰색과 어둑어둑한 흑색의 차이가 있음에도 구름의 몸이 구성 성분은 동일하다는 것을 말이다. 단지 주변의 대기와 환경의 영향으로 다양한 모양과 색이 띠게 되면서 위치가 정해지고, 이름이 정해지고, 역할이 정해졌다는 사실을 말이다.
98~9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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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사람이지만, 주변의 환경으로 인해 위치가 정해지고, 이름이 정해지고, 역할이 정해지는 인간 사회의 불합리한 모습을 판박이처럼 그리고 있는 듯한 문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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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토스는 님보를 고즈넉이 쳐다보며 안쓰러운 듯 혼잣말을 하기 시작했다.
'하층운에서 반겨주는 단비가 되어줄 수도 있는데, 대체 왜 저러나. 아직 어린아이같이 투명하네, 본심이나 행동이나. 너무 투명해서 탈이네...'
9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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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같은 지역에서 정기적으로 만나는 관계임에도 서로 다른 아집으로 작은 내란의 씨가 싹트고 있었다.
(...)
암흑색의 생활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님보의 입장에선 서베이가 변화의 희망이었고, 갈망이었다. 평화적으로 제위치의 역할을 다하고자 했던 알토스에게는 이런 체계를 계속 유지하기 위한 도구였다. 상층운에 합류하고 싶어 하던 알토 큐물러스에게는 욕망이었다.
10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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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 제 역할과 입장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온전히 제 입장에서만 상대방을 평가하고 비하하는 구름 세계의 모습을 보면서, 너무 흔한 인간 세상의 일상을 보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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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층운의 반란으로 인한 고난을 고스란히 하층운이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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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무슨 영문으로 이런 비가 내리는지 알길 없는 하층운은 여기저기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11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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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생활이나 사회시스템에서 흔히 보는 광경을 대변하는 문장으로, 팀장들의 내란은 곧 팀원이나 사원들에게 즉각 피해를 입히며, 하층민일수록 영문도 모르고 당하는 일이 부지기수임을 우리는 모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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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개최될 구름 축제를 앞두고, 주관 위원장인 씨러스 회장과 주관 위원인 씨시와 씨스가 오랜만에 회동에 나섰다.
(...)
그들을 둘러싼 상층운은 이와는 반대로 분주하면서도 상기된 분위기로 구름 축제 준비의 한창이었다.
12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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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층부와 하층부는 난리가 났음에도 구름 축제를 앞둔 상층부 사람들에게는 그저 남의 일인 양, 축제를 즐기는 여유와 상기된 분위기만 느껴진다.
개회사를 통해 명분만을 내세우는 상층부의 행위에 그저 쓴웃음만 나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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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 깊었던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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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more twinkle things"
(아직 나는, 한 번쯤은 더 반짝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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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장이 어쩌면 이 소설의 핵심 문장이 아닐까 싶다.
이 소설에서는 흔한 40대 중반의 기혼자 여성을 앞세워 닳고 닳은 인간세계를 구름 세계라는 허구 세계에 빗대어 새롭게 인생을 전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아직 살아있기에, 살아가야 할 날이 많기에 그녀는 삶에 작은 변화를 시도할 기회를 찾고자 한다. 그리고 맞춤형 구름 스티커를 제작하고 교육을 받음으로써 그 기회를 잘 활용할 수 있는 내공을 쌓고, 그 내공을 적절히 잘 소비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지나간 과거는 비록 바꿀 수 없지만, 과거를 다시 회기하고 더 나은 방법을 찾음으로써 안정적인 미래, 원하는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다는 점에 있어 '구름 스티커'는 유정성이라는 사람에게 있어 계속해서 동기부여를 주고, 선한 영향력을 주는 도구이자 상징성의 산물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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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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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는 어차피 독자들의 몫이기에, 나의 해석의 옳고 그름을 따지고 싶지는 않다. 그렇지만 적어도 저자의 의도나 방향성은 알고 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게 내 개인적인 생각이다.
적어도 원래 저자가 의도한 내용이나 방향성과 크게 엇나가는 상황을 의도한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그래서 장르가 소설인 만큼 조금 친절하게 내용을 풀어서 담았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철학 책도 아니고 소설책인데 자꾸 찝찝함이 남아 전하고자 하는 본질이나 내 순수한 느낌보다 '이게 맞나?'를 자꾸만 곱씹게 되는 아이러니.
인간 세상과 구름 세상이 뒤섞여 인과관계는 물론, 앞뒤 맥락을 다시금 재정립하여 맞춰야 하는 테트리스 같아 150쪽이 아니라 거짓말 조금 보태서 1500쪽짜리 벽돌 책을 뿌신것 같은 느낌이다.
핵심적 내용 몇 가지는 건졌으나, 편하고 자유스러운 상상력을 방해하는 구조 덕에 어렵고 애매했던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