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시태그 나트랑 - 2024 최신판 #해시태그 트래블
조대현 지음 / 해시태그(Hashtag)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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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베트남 남부에 위치해 있는 나트랑은 휴양도시로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미항의 도시다. 넓고 아름다운 해변에서 휴식과 휴양을 즐길 수 있으며 저렴한 물가 덕분에 부담없이 쇼핑과 요리를 즐길 수 있다. 이외에 다양한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어 올여름 휴가지로도 나쁘지 않은 선택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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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들의 부엌
김지혜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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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을 주는 소양리 북스 키친에서 잠시 쉬었다 가세요!"



책, 커피, 휴식, 힐링이라는 키워드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눈독 들일만한 공간이 있다. 바로 '소양리 북스 키친'으로 이곳은 삶에 휴식이 필요한 순간, 자신을 되돌아봄으로써 마음의 허기를 채울 수 있는 여유를 선물한다.


덕분에 이곳에서 앞으로 나아갈 힘을 충전한 사람들은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저마다의 일상으로 돌아간다. 낮이면 푸른 숲과 한적한 공간에서 힐링을 선물받고, 밤에는 별빛을 바라보며 낭만과 전환의 시간을 가지게 된다.


여기에 더해 너른 공간에서 즐기는 맛있는 커피와 한 면을 가득 채운 책과 상품들, 그리고 이곳에서만 열리는 특별한 이벤트는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살면서 문득 막막한 기분이 들 때,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생각이 들 때 <소양리 북스 키친>으로 떠나보자.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조금 느리게 살아도, 살짝 마음을 내어 보여도 괜찮음을 알게 될 것이다.



총 7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소양리 북스 키친에서 만난 사람들의 에피소드를 통해 이야기가 채워진다. 북스 키친의 멤버인 사장 유진을 비롯해 스태프로 일하고 있는 시우와 형준 그리고 이들과 인연이 있는 이들을 비롯해 유명인과 처음 이곳을 찾은 이들까지, 제각각의 사연을 안고 북스 키친은 점점 더 성장해 나간다.


막연함과 공허함을 안고 우연히 찾아온 이들에게 소양리 북스 키친이 주는 의미와 삶에서 정말 필요한 가치는 무엇인지를 되돌아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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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스 키친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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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은 각각의 입맛에 맞는 음식을 추천해 주듯 책을 추천해 주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힐링이 되듯 책을 읽으며, 마음을 쉬어가는 공간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북스 키친'이라고 이름 붙이게 된다.


북스 키친은 책을 팔고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는 북 카페와 책을 읽을 수도, 휴식을 취할 수도 있는 북 스테이를 결합한 복합 공간으로 총 4개의 동으로 구성되어 있다.


북 스테이 공간은 건물 3개 동으로 각각 2층짜리 독채 펜션이다. 북 스테이용이 아닌 나머지 건물의 1층은 북 카페로 사용하고, 2층은 스태프들이 거주하는 공간으로 사용하도록 구성했다. 그리고 이 4개의 동은 중앙 정원에 있는 유리로 된 식물원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다시 말해 정원을 중심으로 십자 모양으로 4개의 동이 들어서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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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이 북스 키친을 열게 된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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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와 스타트업을 창업해 몇 년을 앞만 보며 달려왔던 유진은 회사가 궤도에 오르게 된 순간, 동업자와의 의견 차이로 인해 결국 자산을 매각하고 한동안 집안에서만 생활하며 시간을 보내게 된다.


그러다 우연히 소양리 와플 가게에서 부동산 가게 아저씨와 땅 주인과의 대화를 엿듣게 되면서 이끌리듯 그 땅을 매입하게 된다. 그리고 공사를 거쳐 마침내 그곳에 북 카페와 북스테이를 결합한 복합 공간을 오픈하게 된다.


이렇듯 사장인 유진을 비롯해 이곳에서 일하는 스태프인 시우와 형준, 그리고 이곳을 방문하는 손님들은 저마다의 사연을 안고 이곳을 방문하게 된다. 이들이 말하는 고민과 에피소드들을 들여다보며 잠시 쉬어가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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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보기로 만나보는 에피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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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 다인의 추억>


중학생 때의 다인은 오디션을 보러 다니는 것이 주요한 주말 일과일 만큼 열심이었다. 그러다 작은 음반 제작사를 통해 '다이앤'이라는 예명으로 가수로 데뷔하게 되었는데 아이돌 콘셉트에 맞지 않는다며 초반에는 생각만큼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다 '다이앤'으로 데뷔한 지 3년 만에 국민 여동생 자리를 꿰차게 된다. 다인의 가장 큰 무기는 이야기를 듣고 말하는 재능이었는데, 고정 게스트의 펑크로 우연히 대타로 나가게 된 밤 10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그 주 최고의 청취율을 달성하게 되면서부터다.


그렇게 다인은 유명해졌지만 점점 마음은 공허해져 갔다. 인기가 높아지는 만큼 진짜 자신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인은 할머니가 그리웠다. 다인의 할머니는 다인과 대조적으로 대책 없는 낙관주의자였는데, 그런 할머니의 손길이 닿으면 근심 걱정 없이 보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 불면증이 심했던 다인은 할머니의 손길만 닿아도 꿈도 꾸지 않고 10시간씩 잠을 잘 수 있었다. 아마도 할머니의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가 다인에게 전달되어서였던 것 같다.


그러던 중 다인이 소양리에 온 건 충동적인 결정이었다. 이제 할머니가 소양리에 없다는 건 다인도 잘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어쩐지 다시 이곳을 방문하고 싶었다.


할머니는 3년 전 요양원에 들어갔고, 1년 전에 세상과 작별했다. 할머니가 살았던 150년이 넘은 한옥 4채는 진작에 팔렸다.


그렇게 방문한 할머니의 집은 북스 키친이라는 공간으로 탈바꿈 되어 있었다. 주변을 살피며 할머니와의 추억을 떠올리고 있던 다인은 사장인 유진과 마주치게 되고 대화를 통해 할머니의 옛집이었음을 밝힌다.


이에 유진은 북 스테이 오픈 기념으로 방문하기로 했던 작가의 일정이 취소되면서 준비되어 있던 방을 선뜻 내어주며 그녀가 쉴 수 있도록 배려해 준다.



<ep2. 20대의 마지막 추억>


직장 생활 4년 차인 나윤은 쳇바퀴 같은 회사 생활에 점점 익숙해짐과 동시에 질려가고 있었다. 서른 살에는 성공한 커리어 우먼의 모습일 것이라고 막연히 기대했는데, 현실은 4년 내내 자잘한 업무만 처리하는 막내 자리였다.


그러던 토요일 오전 11시 어느 날, 절친한 친구 둘과 만난 나윤은 무작정 여행을 떠나보자는 친구들의 의견에 따라 마침 대학 때 동아리 친구인 시우가 소양리에서 펜션 스태프로 일한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시우를 만나러 그곳으로 향하게 된다.


나윤, 세린, 시우, 찬욱은 대학교 1학년 때부터 광고 동아리에서 활동하며 절친한 사이로, 일명 사총사 패밀리로 불리며 마지막 학기까지 붙어 다녔다.


시우를 제외한 세 친구들은 그렇게 20대의 마지막 즉흥 여행을 시우가 일하는 북스 키친으로 가면서 오랜만에 연락이 끊겼던 시우를 만나게 된다.


맛있는 것도 먹고, 밀렸던 이야기도 나누며 그들은 그렇게 오랜만에 회포를 풀며 좋은 시간을 보내게 된다. 이때의 인연으로 후에 세린은 소양리 북스 키친과 인연을 이어가게 된다.



<ep3. 소희의 올바른 인생 경로>


지방 대학 교수였던 부모님은 항상 네가 하고 싶은 것을 하라며 소희를 자유롭게 키웠다. 친구들이 학원을 전전하고 있을 때 소희는 도서관에서 닥치는 대로 글을 읽고 살았다.


그러다 중학교 2학년 여름방학 무렵, 주변의 이야기를 통해 사회에서 요구하는 무언의 압박을 깨닫게 되면서 소희는 경쟁에서 밀리면 자신의 존재가치도 그대로 증발하고 마는 거라고 믿게 된다.


소희는 타고난 머리가 좋았던 건지, 경쟁에서 밀리기 싫어하는 성격이 한몫한 건지 모르겠지만, 고등학교 때 전교 1등 자리를 줄곧 지켜냈고 한국대 정치 외교학과에 수시 전형으로 합격한다. 그리고 4년 뒤에 한국대 로스쿨로 진학한다.


이후에도 소희는 탄탄대로를 이어가게 되는데 로스쿨 2학년 여름방학 때 대형 로펌의 입사 제안을 받고 3학년 1학기 때는 법원 재판연구원이 되기 위한 시험에도 합격한다.


이때 그녀는 재판연구원의 길을 선택했는데 업무는 생각보다 방대했다. 컴퓨터 앞에 머리를 박고 숨소리도 안 들릴 정도의 정적 속에서 업무를 봤고 회식도 거의 없었다. 각자 할 일이 끝나면 알아서 퇴근하는 형태였지만, 그래도 소희는 법원이 좋았다.


침묵과 정적으로 가득 찬 하루가 소희는 마음에 들었다. 컨베이어 벨트가 돌아가듯 일정한 속도로 정해진 순서에 도달할 당연한 미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날 건강검진에서 갑상선 암일지도 모른다는 결과를 받게 되면서 소희는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게 된다.


인생이 눈 깜짝할 사이에 흘러간다는 것을 깨달은 소희는 자신이 삶을 제대로 살고 있는 것인지, 진짜 꿈은 뭐였는지를 떠올리며 인생에 급제동이 걸리게 된다.


그러면서 불현듯 갑자기 어디론가 떠나야 할 것 만 같은 기분이 들어 검색으로 알아보던 중 이끌리듯 '소양리 북스 키친'의 이벤트 내용을 보고 이곳에 방문하게 된 것이다.


이곳에서는 무계획으로 지내며 재즈 뮤직 페스티벌 등에 참가하는 등 하루하루를 즐겁게 보낸다. 그렇게 하루의 일상을 일기로 남기던 중 그녀는 문득 <오즈의 마법사>를 떠올리게 되고 여기에서 영감을 받아 자신만의 소설을 써나가게 된다.


이제서야 비로소 자신이 원하는 인생의 길을 찾게 된 소희는 낮에는 판사라는 직업인으로 낮을 보내고, 글을 쓰며 밤을 마무리하는 삶을 살게 된다.



<ep4. 한여름 밤의 꿈>


세린은 지난 4월에 소양리 북스 키친을 다녀오고 나서 동네방네 이곳의 아름다움과 매력에 대해 떠들고 다닌다. 그러다가 SNS에 올린 사진과 동영상을 보고 지훈에게 연락을 받게 되면서 마침내 북스 키친에서 첫 번째 프로젝트를 맡게 된다.


세린은 이 일을 계기로 소양리 북스 키친의 스태프로 합류하게 되는데, 공식적으론 북 카페의 각종 MD 상품을 디자인하고 마케팅 관련 시안을 짜는 역할이었지만, 비공식적으로는 야외 결혼식과 피로연, 세미나 같은 소규모 행사 준비가 세린의 몫이 되었다.


한편 지훈은 첫사랑인 남우 오빠의 사촌 동생으로 독일에 살다가 지금은 한국에서 생활하며 지내고 있다. 연구실 선배의 결혼식장을 북스 키친에서 할 수 있도록 돕게 되면서 지훈은 친분이 있던 세린에게 별도의 부탁을 건네게 된다.


그게 바로 마리에 대한 일이었는데, 마리는 소꿉친구 사이로 독일 베를린에서 알게 된 사이다. 둘은 판이한 가정환경에서 자랐는데, 무늬만 그럴싸한 법적 공동체였던 마리와 아버지의 관계와 달리 지훈의 가족은 단어 그대로 화학적 결합체였다.


마리와는 여덟 살 때 베를린 자연사 박물관에서 마주친 적이 있는데 그게 첫 만남이었다. 표정이 없는 마리가 화목한 자신의 가족을 보고 있었던 것이 인상에 깊게 남았던 것이다.


그러다가 지훈이 열한 살 때 베를린에서 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국제 학교로 전학 가게 되면서 교실 두 번째 줄에 앉아 있던 마리의 얼굴을 기억해 내게 된다.


그렇게 같은 반 친구가 되면서 서로는 자주 왕래를 하게 되고 마리도 자연스럽게 지훈의 집에 들러 부모님과도 가깝게 지내게 된다.


마리는 늘 자신의 가족과 삶에 대해 타인에게 숨기기 급급한 상태로 살았는데, 우월성이나 허세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 단란한 지훈의 가족 앞에서만큼은 편안하게 자신으로 있을 수 있었다.


지훈의 가족은 마리에게 꼬치꼬치 캐묻는 일이 없었고 때문에 마리는 지훈과 함께 있을 때는 완벽하고 특별한 존재로 보여야 한다는 압박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


그렇게 지내다 어느 날 마리는 지훈의 앞에서 자취를 감추고 사라지게 된다. 마리의 삶은 온통 거짓으로 점철되고 있었는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한 거짓말이 점점 더 부풀려지며 어느새 자신이 한 거짓말이 진짜라고 믿게 된다.


그렇게 거짓 속에 파묻혀 결혼을 하지만 이내 여러 복잡한 사건들을 겪으며 마리는 결국 자신이 리플리 증후군에 걸린 것을 알게 된다. 처음에는 인정하지 않았지만, 천천히 자신의 모습을 마주하게 되면서 이제는 자신의 거짓에 대해 인정하고 있다. 물론 지금도 상담과 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지만 많이 안정을 찾게 되면서 심리학 공부도 하고 있다.


지훈은 소식이 끊겼던 마리가 결혼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충격을 받게 되면서 하던 모든 일을 접고 마리를 볼 수 없는 곳으로 한국행을 결심한다. 이후 다시는 마리를 만날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심리학과 연구실 동료로 10년 만에 다시 마주하게 된다.


지훈은 그 후 마리를 위한 북토크에 자연스럽게 참여하게 함으로써 마리가 자신의 삶을 돌아볼 수 있도록 돕는다. 이후 둘만의 시간을 통해 그동안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솔직한 이야기를 나눈다.


지훈은 한국으로 돌아와 마리의 마음이 어떤 건지 궁금해 심리학을 전공했다. 어쩌면 마리 역시 자신의 마음이 궁금해서 심리학을 전공한 게 아닐까 지훈은 짐작만 할 뿐이다.


긴 시간을 돌고 돌아 다시 만난 지훈과 마리의 이야기는 어쩌면 지금부터 시작이 아닐까 싶다.



<ep.5 조각난 삶을 다시 마주하는 순간>


스무 살까지만 해도 민수혁은 그의 삶이 항상 그의 편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인생은 그의 생각처럼 흘러가지 않았다.


수혁은 연희동 저택에서 유치원 시절까지 보냈다. 유명한 사립 유치원에서 다양한 교육 과정을 두루 거치면서 보냈고, 어딜 가든 대장의 자리를 꿰찼다.


그런 수혁이 인생에서 유일하게 두려워하는 존재는 아버지였는데, 사랑이나 우정으로 관계를 지속하는 방식을 코웃음 치며 늘 힐난하는 스타일이었다. 그것이 자녀 교육에도 스며들어 늘 해맑게 자란 첫째 아들을 믿음직스럽지 못한 존재로 여겼다.


아버지는 성악과 출신으로 테너 성악가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하지만 어머니와 연애결혼을 하게 되면서 꿈을 포기하고 경영자의 길로 들어서게 된 것이다.


당시 어머니의 집안이 재계 순위 안에 드는 그룹이었는데, 성악으로 생계를 이어가기 어렵다는 장인어른의 뜻에 따라 경영자가 된 것이다.


아버지는 그에게 딱히 무엇을 요구하거나 혼내지는 않았지만 견고한 성을 닮은 아버지의 인생이 장남에게 은연중에 던지는 메시지로 늘 압박을 가했다. 그에 비해 어머니는 늘 평화로운 바다 같은 존재였다.


그렇게 빛나는 황금과 달콤한 복숭아 향기로 가득했던 수혁의 삶이 조각나기 시작한 것은 자신이 뮤지컬 연출가로서의 자질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깨달으면서 부터다.


초조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수혁에게 한 친구가 뮤지컬 투자 제안서를 가지고 왔고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었던 그는 외할아버지가 물려준 주식을 일부 처분해서 프로젝트에 투자하지만 이내 곧 사기를 당하게 된다.


이후 반강제로 아버지의 회사에서 근무하게 되면서 하루하루를 버티듯 살아가던 수혁에게 결정타가 찾아온 것은 바로 어머니의 죽음이었다.


어머니는 후두 암으로 투병 생활을 했는데 건강검진으로 암이 비교적 빠른 시기에 발견되어서 완치되었다. 그러다 추적 검사에서 폐암을 발견하게 되고, 이후 3개월 만에 세상을 떠나게 되면서 수혁은 조금씩 죽음을 생각하게 된다.


그러다 10개월의 두 번째 주 금요일, 수혁은 회사에 결근하게 된다. 아무도 자신을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았고 자신도 스스로가 이해되지 않았다.


그렇게 막연히 자동차를 타고 떠나면서 우연히 친구 놈의 인스타그램에서 봤던 그림을 떠올리게 되고 뉴욕을 테마로 하는 미술관이라는 코멘트에 그곳을 무작정 도착지로 설정하게 된다.


그렇게 도착한 미술관은 너무 이른 시간인 탓에 오픈전이었고, 느긋하게 기다리던 중 문득 눈물이 쏟아질 것만 느낌이 든다. 가만히 차에 앉아 엔진 소리를 듣던 중 문득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잔이 절실해진다.


이때 미술관 옆에는 북스 키친이 자리하고 있었다.



<ep6. 첫눈, 그리움 그리고 이야기>


어느 날 새하얀 눈길을 밟고 한때 동업했던 선배가 유진을 찾아오게 된다. 회사가 정리된 이후 완전히 잠수를 타버린 유진은 당시의 모든 것을 묻고 살았는데, 갑자기 그런 그녀 앞에 선배가 찾아온 것이다.


이 이야기는 유진이 북스 키친을 시작하기 전의 상황을 담고 있는 에피소드로, 그녀가 마음속에 내내 가지고 있던 상처이자 한편으로는 그리움이 묻어나는 에피소드이기도 하다.


동업자라는 이름으로 선배와 스타트업을 시작하며 약 3년의 고생 끝에 마침내 원하던 궤도에 도달하게 되면서 유진은 매우 기뻐한다. 하지만 그 행복도 잠시, 회사를 인수하고 싶다는 기업의 제안을 두고 서로의 의견이 갈리면서 피 터지게 싸운 둘은 결국 갈라서게 된다.


모든 것을 정리한 이후 유진은 선배와 연락을 차단하고 약 두 달간 방에서 거의 나오지 않게 된다. 그 순간만큼은 숨어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기 때문이다.


이 에피소드에서는 당시 활활 타올랐던 유진의 열정과 상황들에 대해 자세히 전하며, 시간이 한참 흐른 뒤에 다시 만난 둘이 어떻게 용서하고 화해의 시간을 가지는지를 전한다.



<ep7. 크리스마스엔 모두 해피엔딩>


마침내 다가온 크리스마스에는 행복하고 즐거운 일만 가득해야 한다는 인사말처럼, 마지막 에피소드에서는 앞선 이야기들의 해피엔딩을 담고 있다.


지훈과 마리의 다음 이야기, 나윤의 셀프 선물, 소희의 건강과 동화 작가가 된 이야기, 민수혁의 가족 이야기를 전하며 선물 같은 이야기를 전한다.



<에필로그 1, 2>


빼놓을 수 없는 북스 키친의 스태프에 대한 안부도 빠짐없이 전한다. 1년 뒤의 상황을 전하며 유진과 선배의 관계 회복은 물론 유진의 뛰어난 감각과 확장된 커리어에 대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스태프로 근무하던 시우와 형준의 이야기에서 꿈과 낭만을 엿볼 수 있다. 한때는 막막함과 불확실성을 안고 모여들었던 사람들이 마침내 북스 키친을 다녀간 후 모두들 자신만의 인생을 찾은 것 같아 어쩐지 뭉클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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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 깊었던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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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란 건 원래 현실적으로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거라서 자신을 더 근사한 사람이 되도록 만드는 에너지라는 걸. 인생의 미로에 얽히고 설킨 길에서 목적지를 잃어버렸을 때, 가만히 속삭여 주는 목소리 같은 거였어. 꿈이란 게 그런 거였어."

7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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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사람들은 꿈을 꾸는 이들에게 허황된 소리 하지 말라며 타박하거나 무시한다. 꿈이란 건 원래 현실적으로 말도 안 되는 것인데 어째서 그들은 자유롭게 꿈조차 꾸지 못하게 하는 것일까 문득 궁금해졌다.


꿈이 있기에 더 근사한 사람이 될 수 있고, 더 큰 에너지를 가질 수 있는 것인데 어쩌면 그들은 한 번도 그런 꿈을 꿔보지 못해서 그런 말을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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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10년이 지나서 제가 갑상선암 판정을 받으니까 어떤 생각이 들었냐면...

(...)

10년이 이렇게 짧은 시간이었나, 싶었어요.

(...)

이 속도대로 인생이 흘러간다면, 눈 깜짝할 새 쉰 살이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114~11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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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안 간다고 타박하다가 문득 돌아보면 10년이라는 세월이 깜짝 지나가 있음에 놀랄 때가 있다. 그럴 때 우리는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라던가, '변화가 필요해'와 같은 생각을 하게 된다.


삶을 돌아보는 계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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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안전지대에 숨어 살았는지도 몰라요. 다들 제가 제대로 살고 있다고, 제대로 된 인생 고속도로에 접어들었다고 믿어요.

(...)

그런데 정작 저는 이게 제가 정말 하고 싶었던 게임인지, 되고 싶었던 모습인지 돌아보지 않았어요. 경쟁이라는 과정에만 몰두해 있었죠. 길 끝에 뭐가 있는지 궁금해하지 않은 채로요."

(...)

"그러다가 건강검진 결과서가 인생에 급제동을 걸더니 저를 빤히 바라보는 것 같더라고요. 나의 진짜 꿈이 뭐였는지, 나는 어떤 사람인지 알고 살았냐고 묻는 것 같았어요..."

(...)

"어쩌면..... 다행인지도 몰라요."

"인생에 급제동이 걸린 거요. 그냥 직진만 하다가 인생의 마지막 페이지가 넘어가는 게 아니라 멈춰 서서 생각할 기회를 가지게 된 거요."

(...)

"그러니까... 기회인지도 몰라요. 인생에 급제동이 걸린 게 아니라, 진짜 인생을 살아볼 기회를 선물받은 건지도 모르잖아요."

116~11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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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고 있는지,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른 채 경쟁에만 몰두해 살아가다가 문득 턱 걸리는 순간이 있다. 보통 건강에 이상이 생기는 경우인데, 그럴 때 우리는 순간 인생의 급제동을 걸게 된다.


그때 제대로 살고 있는 게 맞는지, 진짜 인생을 살고 있는지 멈춰 서서 생각이라는 것을 하게 된다. 어쩌면 이런 제동을 걸어 주는 순간이 있기에 우리의 삶이 더 빛날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더 가치 있는 삶,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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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딧불이는 1년 중에 불빛을 내며 살아 있는 시간이 고작 해야 2주래. 열네 번의 밤 동안 빛을 발하다가 우주에서 사라지고 말지. 인생에서 진짜 이야기를 나눌 기회는 그렇게 자주 있지 않다는 얘기처럼 느껴지더라...."

15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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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반짝이는 불빛을 황홀하게 쳐다보며 좋아하기만 했던 반딧불이에서도 이렇듯 배울 점이 있다. 어쩌면 우리의 인생도 이처럼 진짜 인생을, 진짜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그렇게 자주 있지는 않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기회는 자주 오지 않는다. 마치 무한의 인생을 사는 것처럼 인생을 낭비하다 보면, 결국 아무것도 남는 것이 없을 것이다. 허무함을 경험하고 싶지 않다면, 부디 기회를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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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우리는 누군가를 사랑하고 사랑받은 흔적에 기대서 살아가는 존재인지도 몰라."

25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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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흔적들을 되돌아보면, 그 가운에 사랑이 자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나를 아껴줬던 존재들, 내가 사랑했던 사람들의 흔적들이 결국 우리를 만들고, 성장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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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들의 부엌>을 읽고 난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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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누구나 겪게 되는 인생의 불안과 어려움은 버틴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때론 익숙한 공간을 벗어나거나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과 같은 이벤트를 통해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소양리 북스 키친'은 사람들에게 위로와 휴식, 힐링을 주는 장소로 매우 적합해 보인다. 향으로, 시선으로, 생각으로, 공간으로, 쉼으로, 체험으로 사람들에게 안정과 여유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무언가 감정적 동요가 일어날 때, 나를 위한 삶의 전환을 시도해 보자. 무언가 대단한 것이 아니어도 좋다. 가까운 곳으로 산책을 가도 좋고, 책을 읽으며 새로운 세상을 만나봐도 좋다. 혹은 입맛에 맞는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기분전환을 해도 좋고, 마음이 통하는 친구와 수다를 떨며 속에 담긴 찌꺼기를 털어내도 좋다. 아니면 홀로 떠난 여행지에서 나와의 대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추천해 본다.


고민과 방황의 시간을 그렇게 서서히 비워내다 보면 어느 순간, 한 발 한 발 내디딜 수 있는 에너지가 생길 것이다. 그렇게 앞으로 나아가다 보면, 성장하고 발전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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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그리고 저녁
욘 포세 지음, 박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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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속의 죽음, 죽음 속의 삶"

삶과 죽음이라는 양 끝단의 내용을 하나로 묶어 인간 삶의 원형에 대해 그리고 있는 이 작품은 읽는 내내 마치 임사체험을 하고 있는듯한 느낌이 들게 한다.

또 탄생과 죽음 직전의 모습만 쓰여있을 뿐 사는 동안의 모습은 생략되어 있지만, 어쩐지 삶 전체를 들여다본 것 같은 착각에 빠져들게 만든다.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진실은 몇 개 없지만, 그럼에도 그의 삶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또 어떤 사람으로 기억될지 공백과 침묵 속에 숨겨진 이야기들이 들리는 듯하다.


짧은 아침(=탄생)과 나머지 시간 전체를 저녁(=죽음)으로 채운 이 책은 제목부터 중의적 느낌을 강하게 풍긴다. 탄생의 순간을 나타내는 아침, 그리고 죽음을 상징하는 저녁.

또 다른 해석으로 보자면, 짧게 다룬 아침의 순간 요한네스는 금방 숨을 거둔다. 그리고 막내딸 싱네가 그를 발견하기까지 하루 종일 영혼이 이승에 머물며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니는 것으로 표현된다.

상징적 표현이냐, 분량의 표현이냐에 따라 여러 의미로 해석이 가능하다. 작가가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이런 것조차 독자의 상상력에 따라 완전히 느낌이 달라진다.

많은 설명을 담고 있지는 않지만, 그래서 오히려 더 하얀 공백과 침묵을 독자가 채워나가게 된다. 덕분에 스토리는 더 흥미로워지고, 묘하게 빠져들게 된다.


이 작품에는 마침표가 거의 쓰이지 않는다.
작가의 다른 책과 마찬가지로 이 책에서도 마침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불필요한 기호는 모두 삭제되었고, 간간이 쉼표가 그 자리를 대신함을 알 수 있다.


요한네스의 짧은 탄생의 순간과 긴 죽음의 순간은 한 사람의 일생을 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딘가 물속을 헤매는 듯한 묘한 표현들과 환상과 착각 사이를 떠돌고 있는듯한 형상은 현실인지 아닌지 헷갈리게 만든다.

그럼에도 갑자기 좋아진 몸 상태와 가벼워진 발놀림 덕분에 제자리에 있기보다 여기저기를 떠돌게 된다. 오랜 친구를 만나 함께 낚시를 가기도 하고, 길거리를 거닐다 여성들과 대화를 나누기도 하며, 미처 거들떠보지 못했던 집안 곳곳을 탐험하듯 둘러보기도 한다.

그러다가 해가 질 무렵, 다시 돌아온 집에서 요한네스는 막내딸을 만나지만 평소와 다른 낯선 풍경을 맞닥뜨리게 되면서 어딘가 이상함을 느끼게 된다. 딸은 자신을 알아보지 못한 채 그대로 지나쳐갔고, 그에게 남은 건 딸아이의 온기뿐이다.

이후 잠시 떨어져 있다 다시 만난 절친 페테르는 요한네스에게 자네도 이제 죽었다며 진실을 전한다. 그러면서 제일 친한 친구인 자신이 저세상으로 가는 것을 돕기 위해 왔다며 마지막을 함께 하는 모습으로 이야기는 끝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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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속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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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멘 섬을 산 올라이는 사랑하는 아내 마르타와의 사이에서 딸 마그다와 아들 요한네스를 낳게 된다. 요한네스라는 이름은 올라이의 아버지 이름에서 딴 것이다.

성인이 된 요한네스는 에르나와 가정을 이뤄 일곱 아이를 낳았고 이들은 홀멘 섬을 떠나 다른 곳에 자리를 잡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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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히 들여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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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네스의 탄생에 대한 내용은 아주 짤막하게 기재되어 있다. 이후 2장에서는 요한네스의 입장에서 그가 겪은 죽음의 순간에 대해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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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나가 죽은 후로는 마치 모든 온기가 그녀와 더불어 떠나버린 듯 집안이 너무도 썰렁해졌다.
(...)
어떻게 해도 집은 온전히 따듯해지지 않았다.
33~3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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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아이를 모두 출가시킨 후 아내마저 세상을 떠나자 홀로 집에 남은 요한네스는 썰렁한 집안에서 생활하며 지낸다. 경제적으로 궁핍한 것도 아니고 불을 때지 않는 것도 아닌데 어쩐지 모든 온기가 빠져나간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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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예고도 없이, 그렇게 느닷없이 떠나야 했다니, 죽기 전날 저녁 그녀는 이 식탁 앞에 앉아 수다를 떨었다.
(...)
그러고 나서 그들은 잠자리에 들었다, 오랫동안 그래왔듯 그는 거실 옆방, 그녀는 위층 다락방에서였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그녀는 아래로 내려오지 않았고 그것이 마지막이었지, 요한네스는 생각한다
4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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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떠난 순간에 대해 회상하는 장면이 있는데, 요한네스의 죽음을 연상시키는 첫 번째 복선이다. 어느 날 갑자기 예고도 없이 떠난 아내의 모습에서 요한네스의 마지막을 떠올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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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는 일어난다 그리고 문득 몸이 너무 가볍다, 무게가 거의 없는 듯하다, 요한네스는 생각한다, 이거 이상한걸, 뼈마디와 근육 어디 아프고 뻐근한 데도 없이, 그는 가뿐하게 일어나 앉는다, 이거 완전히 풋내기 시절로 돌아간 것 같군, 요한네스는 침대 한쪽에 앉아 생각한다,
(...)
오늘은 웬일일까, 몸을 굽힐 때 통증이 전혀 없다, 일어서는 것이 아무 일도 아닌 듯 수월하다, 너무 아무렇지 않으니 이상하군, 요한네스는 생각한다
35~3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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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이른 새벽에 눈이 떠지면서 요한네스는 자신의 몸이 평소와 다르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통증도 무게도 거의 느껴지지 않는 몸 상태에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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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창고 밖으로 나오다 문가에서 멈칫한다, 그리고 문득 그런 느낌이 든다, 뭐라고 해야 할까, 마치 어떤 목소리가 그를 부르는 것 같다, 다시 들어가야 한다고, 다시 들어가, 요한네스, 잘 둘려봐, 목소리는 그렇게 말하고 요한네스는 왠지 그 목소리를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4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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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반복되는 일상의 패턴을 수행해 나가는 듯 보이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의 행동에 착각과 환각이 스며드는 것을 목격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조각난 기억들이 하나둘 덧대어지며 확신했던 일들을 점차 확신할 수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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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문은 사뿐히 열린다, 무게가 전혀 없는 것처럼, 깃털처럼 가볍게, 이렇게 가볍게 열리다니, 요한네스는 생각한다 그리고 다락으로 올라가 둘러보니 물건들은 하나같이 금가루를 덧입힌 듯하다, 그리고 아니 이런 건 정말 처음 보는군, 요한네스는 생각한다, 이거 정말 이상한걸, 그의 연장은 빠짐없이 제자리에 놓여 있다, 대부분이 오래되고 손때 묻은 것들인데 그 모든 것이 금빛으로 반짝이며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4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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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평소 하지 않던 일들을 무심코 행하게 된다. 무게 때문에 열지 못했던 창고 다락을 찾아가 가볍게 문을 열고 오랜만에 내부를 들여다보게 된다.

그런데 생각지 못한 상황들이 전개된다. 물건들이 하나같이 금가루를 덧입힌 듯 금빛으로 반짝이고 있었던 것이다. 이 역시 요하네스가 환상과 착각 속에 머물고 있음을 알려주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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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네스는 언덕을 오르며 생각한다, 어쩐지 모든 것이 너무 다른 걸, 사물들도 더 가벼워 보이고, 뭔가가 땅에서부터 그리고 하늘로부터 집안으로 들어가는 것 같다,
4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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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하네스는 점차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들이 평소와 매우 다름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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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놀림이 조금 둔한 거 아닌가? 감각이 사라지는 것처럼? 그런 것 같은데, 아닌가? 생각하며 팔을 들어보는데 간신히 올라간다 그리고 그의 길고, 앙상한 손가락이 보인다, 손톱이 서서히 푸르스름해진다
아니, 이런, 이게 뭐야, 요한네스는 말한다
정말 이상한걸, 그가 말한다
5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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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새벽에는 분명 몸이 평소와 다르게 가벼웠다. 그런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감각이 둔해지고 손톱이 서서히 푸르스름해진 것을 발견하게 된다. 정말 이상해진 자신을 발견한 요하네스의 모습에서 뭔가 마지막을 향해 가는 느낌이 들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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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늘 아침이 싫었다, 오랜 세월, 아침에 눈을 뜨면 제일 먼저 토해야 하는 게 달갑지 않았다, 속이 거북하고 욕지기가 치솟다가도 대게는 별로 나오는 게 없었다,
(...)
한번 게우고 나면, 그러면 기분이 나아졌다. 그리고 나면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오늘은 게우지 않았다, 원래 아침이면 늘 그랬는데, 에르나가 죽은 뒤로는. 역시 오늘 아침은 아무래도 뭔가 여느 날과 다른 것이다.
5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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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표기되어 있지는 않지만, 증상을 통해 생략된 그의 삶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사랑하는 아내 에르나가 죽은 이후 그는 아침마다 게우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괴롭고 또 괴로웠지만 그렇게라도 해야 기분이 나아졌기에 어쩔 수 없는 패턴이었다. 더불어 꽤 오랜 시간을 아내 없이 혼자 살아왔음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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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 오늘 이 흐린 아침 모든 것이 이토록 크고 선명하게 눈앞에 보일까? 이해가 가지 않는군, 요한네스는 생각한다
7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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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와 다른 가벼운 몸, 토하지 않고 시작한 하루, 여기에 더해 크고 선명하게 보이는 시야는 어쩌면 마지막 불꽃을 태우는 형상이라고 말할 수 있을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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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네스는 페테르에게 얘기해도 될까 생각한다. 루어가 가라앉지 않고 배 밑바닥에서 일 미터쯤 아래 계속 멈춰 있다는 걸, 아무 이유도 없이
8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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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복선 부분이다. 평소 즐기던 루어 낚시가 뜻대로 되지 않는다. 루어가 가라앉지 않고 배 밑바닥에 멈춰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이런 사실에 대해 요한네스는 절친에게 솔직하게 말한다. 그러자 페테르는 바다가 더 이상 자네를 원하지 않는 것이라는 답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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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남는 건 땅분인가, 페테르가 말한다
8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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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으로 돌아가는 것! 죽음을 의미함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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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네, 싱네, 내가 안 보이는 거냐, 그가 말한다
그리고 요한네스는 깊은 절망에 휩싸인다, 싱네가 그를 보지도 그의 목소리를 듣지도 못하고, 그저 그를 향해 똑바로 다가오기만 한다
(...)
그리고 싱네는 마주 다가와 그의 몸 한가운데로 쑥 들어가더니 그대로 그를 통과해 지나친다 그리고 그는 싱네의 온기를 느낀다.
11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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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이야기는 급속도로 전개된다. 막내딸 싱내를 집 앞에서 만나지만, 그녀는 요한네스를 알아보지도 목소리를 듣지도 못한다. 그저 자신의 몸을 통과해 지나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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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네는 아버지의 이마를 쓰다듬는다 이마가 차갑다 손을 잡아본다 역시 차다
(...)
손목을 잡아보니 맥박이 느껴지지 않는다 입과 코에 손을 대보지만 숨결이 느껴지지 않는다, 돌아가셨구나, 싱네는 생각한다
12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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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락이 되지 않는 아버지를 만나러 온 싱네는 침대에 잠든 듯 누워있는 아버지를 마주한다. 차가운 몸, 뛰지 않는 맥박, 느껴지지 않는 숨결을 통해 아버지가 돌아가셨음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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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도 이제 죽었네 요한네스, 페테르가 말한다
(...)
내가 자네의 제일 친한 친구였으니 자네가 저세상으로 가도록 도와야지, 그가 말한다
128~12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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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페테르는 직접적으로 요한네스에게 죽음을 언급하며, 친구의 죽음을 돕기 위해 왔노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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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가는 그곳에는 너도 나도 없다네, 페테르가 말한다
좋은가, 그곳은? 요한네스가 묻는다
좋은 것도 나쁠 것도 없어, 하지만 거대하고 고요하고 잔잔히 떨리며 빛이 나지, 환하기도 해, 하지만 이런 말은 별로 도움이 안 될 걸세, 페테르가 말한다
13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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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기도 들지 않을 거야,
그리고 무섭지도 않고,
자네가 사랑하는 건 거기 다 있다네, 사랑하지 않는 건 없고 말이야, 페테르가 말한다
그렇다면 마그다, 내 누이도, 거기 있나? 요한네스가 묻는다
그럼 물론이지, 페테르가 말한다
어른이 되기도 전에 죽었는데 말인가, 요한네스가 묻는다
그래, 그렇다네, 페테르가 말한다
13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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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후 세계가 두려웠던 요한네스는 자신이 죽었다는 소리에 궁금한 것들을 페테르에게 묻는다. 이에 대해 페테르는 자네가 사랑하는 건 거의 다 있다며, 사랑하지 않는 건 없다고 답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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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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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사후세계에 대해 궁금해하고 또 한편으로는 두려워한다. 어쩌면 이 책이 그것에 대한 답이 될지도 모르겠다.

더불어 태어나고, 살다가, 사랑하고 이내 죽음에 이르는 삶의 원형을 통해 삶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살면서 느끼고, 경험하는 많은 것들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생략되어 있지만, 마지막 순간 요한네스에게 나타나는 증상을 통해, 좋은 반려자를 만나 사랑하며 사는 것, 세상에 둘도 없는 친구와 우정을 나누는 것, 화목한 가정을 꾸려 서로 아끼며 사는 것이 곧 삶을 이루는 구성요소이자, 모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삶의 마지막 순간 방문한 장소, 떠올린 사람, 습관과 행동들은 그가 살아가면서 가지고 있던 기억의 조각들로, 환상 속에서 어쩌면 그것들을 짜 맞추며 떠올리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살아생전 그는 자신의 신념이 옳거나 맞는다고 확신하며 살았을 것이다. 그러나 죽음을 앞둔 시점에 과연 그것들에 대해 확신할 수 있었을까? 아니, 대부분은 아닐 것이다. 그렇기에 아침에서 저녁으로 향해갈수록 확신했던 일들은 점차 불확실해진다.

알 수 없는 인생 속에서 우리는 불확실성을 확실성으로 바꾸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그것이 끝내 확실성으로 향했는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하지만 그럼에도 끝내 버리고 싶지 않은 희망은, 사후세계에서만큼은 페테르의 말처럼 아픔도, 슬픔도, 무서움도 없는 오로지 내가 사랑하는 것들로만 가득 채워져 있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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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30년째 - 휴일 없이 26만 2800시간 동안 영업 중
니시나 요시노 지음, 김미형 옮김 / 엘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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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 없이 운영되는 편의점 24시간 극한 밀착 운영기"


자영업을 하려면 간이고 쓸개고 다 빼놓고 해야 한다는 말이 있는데, 직접 편의점을 30년간 운영한 저자의 글을 읽고 보니 '정말 쉽지 않구나'하는 생각이 더 강렬하게 와닿는다.

아르바이트로 편의점에서 일해본 경험이 있어서 편의점 내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대충 눈에 그려지기는 했는데, 직접 운영하는 점주의 입장에서 세세히 들여다보니 알고 있던 것보다 훨씬 더 고되고 고달프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라별 문화적 차이나 프랜차이즈별 운영 방침이 조금씩 다르긴 하겠지만, 전반적인 운영방식은 비슷할 것이기에 저자의 편의점 생존기는 어쩌면 현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모든 편의점 점주들의 삶을 대변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총 4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저자가 남편과 함께 약 30년간 직접 편의점을 운영하며 겪었던 일련의 에피소드들을 담고 있는 에세이로 허둥지둥하던 초창기부터, 변화와 성장을 겪었던 시기를 비롯해 편의점을 통해 만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를 통해 편의점의 전반적인 운영방식이나 SV의 역할, 수익 배분 문제, 아르바이트 고용문제, 24시간 운영에 대한 어려움, 가지각색 손님들의 유형까지 다양한 편의점의 실상을 알 수 있었다.

또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인테리어와 시대착오를 겪으며 달라지는 운영방식, 여기에 더해 10년 계약 갱신시마다 함께 진화하는 편의점의 모습까지 살펴보며 지금 우리 주변에 자리하고 있는 편의점의 모습을 떠올려보게 된다.

아주 사소한 것에서부터 충격적일 만큼 큰 사건사고까지 다양한 에피소드를 담고 있는 저자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가까이에서 24시간 자리를 지켜주고 있는 편의점에 대한 고마움과 색다른 면모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국도변에서 30년 넘도록 편의점을 경영하며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편의점 점주가 다시 한번 계약 갱신을 앞두고 쓴 편의점 생활은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

매장 내 보유하고 있는 수만 가지 상품을 익히고, 다양한 결제방식을 능숙하게 다루고, 예상치 못한 손님을 다루는 데까지 쉽지 않은 여정을 보낸다.

안정기가 올 때쯤이면 마치 놀리듯 팡팡 터지는 불행은 도저히 안심할 수 없게 만든다. 덕분에 늘 마음 졸이며 제대로 잠 못 드는 날이 여러 날, 그 와중에 하나뿐인 아들도 번듯하게 자라 어느새 직장인이 되었다.

이 책에 담긴 여러 에피소드들을 살펴보면, 변화하는 편의점만큼이나 성장하는 점주 부부의 모습을 보는 재미도 있다.

절대 좋아지지 않을 것 같던 편의점 일이 어느새 익숙해지고 좋아하는 감정까지 느끼게 된 저자에게 있어 편의점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일이자 삶, 그 자체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저자의 사람 보는 관점과 태도까지 변하게 만든 24시간 편의점의 다사다난한 에피소드 중 특별히 더 기억에 남았던 몇 가지를 소개해 보려 한다.

그럼 이제 쉬지 않고 돌아가는 노동의 현장 속에서 우리가 몰랐던 편의점의 면면을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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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을 운영하며 괴로웠던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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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일을 시작하면서 내 마음이 더럽혀져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계속 소리치는 손님에게 겉으로는 머리를 숙이면서도, 마음속으로는 "가정 교육도 제대로 못 배워먹은 것들이", "천박한 것이" 같은 욕지거리를 하고 있었다. 내가 차별과 편견으로 똘똘 뭉친 인간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무엇보다 슬펐던 것은 그런 내 마음을 객관화하는 나 자신이었다. 난 정말 저열한 사람이구나, 그 사실을 매일 사무치게 느끼는 나날이었다. 그리고 알고 싶지 않았던 진실과 대면케 한 이 일이 너무나 싫었다.

나를 괴롭게 만드는 일이 한 가지 더 있었다. 바로 식품 폐기 문제다.
(...)
쓰레기봉투 안에서 입도 한번 대지 않은 음식들이 영수증 쓰레기, 가게에서 나온 쓰레기, 손님이 버린 쓰레기와 함께 마구 섞인다. '얼마든지 먹을 수 있는 식품'이 '쓰레기'로 변하는 순간이다. 이때의 기분,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버리는 죄책감을 뭐라 표현하면 좋을까?

나는 종종 이렇게나 많은 음식을 버린 업보로 언젠가 아사하는 게 아닐까 두려워질 때가 있다. 편의점을 시작하면서 느낀 이 괴리감은 3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하다.
98~9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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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편의점을 운영하며 두 가지 괴로웠던 점에 대해 토로한다. 첫 번째는 스스로 알고 싶지 않았던 자신의 저열함에 대해 깨닫게 된 점, 두 번째는 얼마든지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본사 시스템에 의해 폐기해야 하는 점이었다.

첫 번째 부분은 후에 단점이 장점이 된 부분으로 소개하고 있는 부분인데, 왜곡된 시선을 가지게 된 배경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설명한다.

편의점을 운영하기 전까지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 일했던 저자는 아이들의 부모님이 자신에게 고개 숙일 일은 있어도 자신은 고개 숙일일이 없어 스스로 잘못된 우월감을 가지게 된 것 같다고 털어놓는다.

때문에 자신의 기준에 부합하지 않거나 꽉 막힌 관점에서 봤을 때 마음에 차지 않는 손님들을 잘못된 시선으로 봤던 것 같다고 말하며 오히려 편의점 일을 통해 이런 관점이 달라졌다고 전한다.

두 번째 부분은 편의점 정책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한국에서도 실제 벌어졌던 일이다. 나 역시 버리면서도 아깝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는데 지금은 어떻게 처리가 되고 있는지 궁금하다.

저자의 경우 초반에는 본사의 말에 곧이곧대로 따르느라 그대로 폐기했지만, 후에는 따로 빼두고 아르바이트생이 먹거나 저자의 가족들이 끼니를 때우는데 사용했다고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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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을 운영하며 좋았던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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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령과 직업이 제각기 다른 불특정 다수의 사람과 접촉하는 이 일은 내 인생의 경험치를 높여주었다. 초반 몇 개월은 손님에게 세 개 이상의 말을 들으면 머리에 들어오지 않아 새파랗게 질려버렸던 내가 반년 후에는 1시간에 50명 이상의 손님을 상대하면서 다양한 요구를 아무런 문제 없이 처리할 수 있게 되었다. 틀림없이 젊었을 때 보다 뇌세포가 훨씬 활성화되었을 것이다.

함께 일하는 알바생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마음을 다잡는 데 도움이 되었다. 그들이 쉬는 시간에 이야기해 주는 장래의 꿈과 가족을 생각하는 애틋한 감정에 대해 듣고 있노라면, 듣기 좋은 허울이 아니라 정말 초심으로 돌아갈 수 있었고 배울 점도 많았다.

나는 암중모색을 거듭하며 편의점 점주로서 앞으로 나아갔다.
10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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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향적이었던 저자는 처음에 모르는 사람들과 말을 섞거나 접촉하는 것이 꽤 어려웠다. 하지만 오랜 시간 편의점을 운영하게 되면서 불특정 다수를 상대하는 일은 물론, 동시에 여러 일을 처리하는 일도 능숙해진다.

더불어 많은 알바생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그들을 통해 초심으로 돌아갈 수 있었고, 다양한 것들도 배울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사람 보는 안목도 생긴듯 하다. 후에 부부 사이에서 그녀가 전적으로 알바생 채용에 대한 위임을 갖게 된 것을 보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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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적이었던 에피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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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낮 1시가 되면 편의점을 찾아와 계산대 근처에서 잡담을 나누다 가시는 할머니 계셨는데 그녀는 항상 같은 시간에 나타나 식료품과 생필품을 몇 개 구입한 다음 아르바이트 여사님이나 저자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항상 활짝 웃으시면 말씀하셨는데 편의점에서 나누는 대화가 즐거우신 듯했다. 저자나 아르바이트 여사님도 그분과 사이가 좋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장을 보고 난 할머니는 1만 엔권을 내밀었다. 저자는 우선 지폐로 8000엔을 거슬러 주었고 다음은 잔돈을 줄 차례였는데, 그때 할머니가 언제나 그렇듯 말을 거는 바람에 대답하는 사이 이미 8000엔을 건네주었다는 것을 깜빡하면서 잔돈과 함께 다시 8000엔을 할머니에게 건네주게 된다.

몇 시간 후에야 잔액에서 8000엔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게 된 저자는 서둘러 CCTV를 확인했고 이를 통해 두 번째로 할머니에게 8000엔을 건네던 순간 할머니의 '응?'하는 표정이 스쳤다가 곧바로 교활한 얼굴을 하고는 서둘러 지폐를 챙긴 뒤 가게를 떠나는 할머니의 모습을 포착하게 된다.

저자는 그녀가 알고도 그랬다는 것을 눈치챘고 가까운 사이라고 생각했기에 더욱 실망감이 컸다. 다음날 할머니가 오시면 실수로 두 번 거슬러 드린 것 같다며 운을 뗄 생각이었는데 할머니는 그 이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리고 3개월이 지난 시점에 예전과 마찬가지로 할머니는 오후 1시가 지난 무렵 다시 가게를 방문하게 된다. 저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평소와 같이 대했다.

그리고 할머니의 귀갓길, 가게에서 가장 가까운 횡단보도의 신호를 기다리는 게 귀찮았는지 할머니는 20미터 떨어진 곳에서 국도를 무단횡단을 하게 된다. 그리고 빠른 속도로 달려오고 있던 트럭에 치여 돌아가셨다.

저자는 자신의 뇌리에 박혀 있는 할머니의 모습이 몇 년에 걸쳐 친근하게 이야기를 주고받던 주름 가득한 함박웃음이 아니라 CCTV에 포착된 교활한 미소라는 사실이 슬펐다고 전했다.
218~22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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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에피소드를 읽는데 어쩐지 권선징악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나름 친하다고 생각했던 이웃이 어느날 돈에 눈이 멀어 거스름돈을 더 준 것을 알고도 모른척하고, 그렇게 행방을 감췄다가 3개월이 지나 다시 나타나서는 사과 한 마디 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러다 결국 그날 자신의 실수로 그날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었다는 것이 어쩐지 우연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영화나 드라마에나 나올법한 이야기 같아서 읽는데 순간 섬찟한 느낌도 들었는데, 저자의 입장에서 그렇게 돌아선 할머니의 모습이 가히 좋게만 보이지 않았으리란 것도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이런 것을 보면 '왜 손해 보면서 착하게 살아야 해?'라고 말하지만, 착하게 사는 게 정답이라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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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한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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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객만래라는 말이 있다. 편의점은 24시간, 온갖 종류의 손님을 받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때로는 도망치고 싶을 만큼 무섭다.

※천객만래
천 명의 손님이 만 번씩 온다는 뜻으로 많은 손님이 번갈아 계속 찾아옴을 이르는 말.

23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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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이해가 가는 말이다.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예상치 못한 사람들을 내내 응대하며 견뎌야 한다는 것이 실상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30년 동안 단 한 번도 도망가고 싶은 순간이 없었다면 그게 오히려 거짓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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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설명으로 만나보는 비하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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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에피소드 중 추가 설명이 필요하다 생각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별도 페이지를 통해 설명을 곁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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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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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사람들이 드나드는 편의점이라는 공간을 다각도에서 생각해 보게 된다.

한밤중 누군가에게는 불빛만으로도 안심이 되는 장소가 될 것이다. 퇴근길 만나는 어떤 이에게는 동네 편의점이 휴식과 쉼의 장소가 될지도 모르겠다. 주변을 수색하던 경찰이나 형사들에게는 CCTV를 확인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증거 수집 장소가 될 것이다.

반면, 어떤 이들에게는 약탈하기 좋은 장소가 되기도 할 것이다. 자신의 감정을 알바생에게 내뱉는 감정 쓰레기통으로 여기는 사람도 있을 수 있고, 좋은 마음으로 내어준 화장실이나 물건을 함부로 사용하는 이들도 있을 수 있겠다.

이처럼 언제, 누가, 어떤 식으로 이용하느냐에 따라 편의점은 좋은 장소가 되기도 하고 때론 좋지 못한 장소가 되기도 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이 공간을 더 가꾸고 소중히 대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보게 된다. 아니 적어도 알바생에게 폭언을 일삼거나 술 먹고 행패를 부리는 등의 일은 삼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의 편의를 위해 24시간 환하게 불을 밝혀주고 있는 편의점이 점점 더 진화하고 있는 만큼, 그 속에 자리하고 있는 알바생도 점주도, 그리고 이곳을 방문하는 손님도 모두 성숙한 면모를 지녔으면 좋겠다.

이 공간이 따뜻한 공간으로 자리매김했으면 하고 바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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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 (블랙에디션) 마음시선 클래식 1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박선주 옮김 / 마음시선 / 2024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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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고전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어린 왕자>를 꽤 오랜만에 꼼꼼히 다시 읽어보았다. 어릴 적에는 어린 왕자의 지구별 여행기 혹은 애어른 같은 이야기를 하는 신기한 소년이라는 컨셉에 초점을 두고 가볍게 읽었었던 것 같은데, 한참이 지난 후에 다시 읽어보니 새롭게 다가온다.

순수한 어린아이 같은 면모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생각하고 학습하는 부분에 있어서만큼은 여느 어른보다 훨씬 나은 어린 왕자를 보며 '어른'이라는 이름 뒤에 가려진 어른의 모습을 다시 돌아보게 된다.

그러면서 누군가와 관계를 맺는 것, 책임지는 것, 나만의 유일한 것에 대해 곱씹어 보게 된다. 더불어 잃어버린 낭만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된다.

구성: 블랙에디션 도서+초판 한정 엽서 2장
여태껏 수많은 <어린 왕자> 책들이 출간되었지만, 이 책만큼은 마주하는 순간 소장 욕구가 뿜뿜 솟아날지도 모르겠다.

특별한 블랙에디션 바탕에 고급스러운 금박으로 디자인된 표지는 보는 순간 반할 만큼 예쁘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부드러운 촉감과 초판 한정으로 구성된 2장의 엽서는 어쩐지 특별한 선물을 받는 느낌이 든다.

사이즈도 일반 도서에 비해 커다란 판형으로 제작되어 글씨 또한 큼지막하고 그림도 한 면을 채울 만큼 크게 들어가 있는데, 때문에 아이들도 읽기 좋게 구성되어 있다.



<어린 왕자>는 사하라 사막에 불시착한 조종사가 소행성 B-612 호에서 여러 별들을 거쳐 지구에 도착한 소년을 만나 겪은 일을 6년이 지난 후 추억하며 쓴 이야기로, 순수함을 잃어버린 어른들의 세계를 돌아보게 하는 한편,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수많은 인간의 본질적인 주제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이야기다.

이 이야기를 통해 어른이 되면서 잃어버린 것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진짜 우정이란 무엇이고 책임을 진다는 것은 무엇인지와 같은 것들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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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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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0년 6월 29일, 프랑스 리옹에서 태어났다. 1920년 공군에 입대해 비행기 수리하는 일을 하다가 군용기 조종 자격증을 땄다. 제대한 뒤 민간 항공 회사에서 근무하면서 아프리카 북서부와 프랑스를 잇는 우편 비행을 담당했다.

비행을 하면서 틈틈이 글을 썼는데, 이때 페미나 문학상과 아카데미 프랑세즈 소설상을 받으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자 다시 종군하여 군용기 조종사가 되었다. 1944년, 연합군 반격 작전에 참가하기 위해 정찰을 떠난 후 돌아오지 않았다.

1943년 발표한 <어린 왕자>는 그의 대표작으로, 260여 개의 언어로 번역되고 전 세계 1억 부 이상 판매되며 현재까지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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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를 쓰게 된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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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가 나치 독일에 점령당했을 때 북아메리카에서 망명 중이던 생텍쥐페리는 프랑스에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절친한 친구 레옹 베르트를 생각하며 <어린 왕자>를 썼다고 한다.

※레옹 베르트는 생텍쥐페리와 10여 년간 우정을 나눈 절친한 친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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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의 일곱 번의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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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로 방문한 별에는 왕이 살고 있었다.
자만심 강한 사람들에게는 다른 사람들이 다 자신의 숭배자로 보였다.

●두 번째로 방문한 별에는 자만심이 강한 사람이 살고 있었다.
자만심이 강한 사람들은 칭찬하는 말 외에 다른 말은 결코 듣지 못했다.

●세 번째로 방문한 별에는 술꾼이 살고 있었다.
술꾼은 술 마시는 게 창피한 나머지 잊기 위해 술을 마시고 있었다.

●네 번째로 방문한 별에는 사업가가 살고 있었다.
사업가는 스스로가 중요한 일을 하는 사람이자 정확한 사람이라 말하며 반복적으로 별들을 관리하며 세고 있었다.

●다섯 번째로 방문한 별에는 가로등 지기가 가로등을 관리하고 있었다.
다섯 번째 별은 무척이나 신기했는데, 방문한 별 중 제일 작았다. 가로등 지기는 아침이면 가로등을 켰다가 저녁이면 불을 끄는 일을 성실히 수행하고 있었다.

어린 왕자는 그 별을 떠나기가 유독 아쉬웠는데, 그건 그 별이 해지는 광경을 날마다 1,440번이나 볼 수 있는 축복 받은 별이라는 점 때문이었다.

●여섯 번째로 방문한 별에는 지리학자가 있었다.
그 별은 그전 별보다 열 배는 더 컸는데, 아주 커다란 책을 쓰고 있는 나이 든 신사가 있었다. 주로 하는 일은 책상 앞에 앉아 탐험가들의 이야기를 듣고 질문하며 그들이 본 것을 기록하는 일을 했는데, 때때로 흥미로운 게 있으면 탐험가의 됨됨이를 조사하기도 했다.

그 신사의 추천으로 어린 왕자는 '지구'로 가게 된다.

●이렇게 해서 일곱 번째로 방문한 별이 지구였다.
지구는 보통 별과는 달랐다. 수많은 왕과 지리학자, 사업가들과 술꾼들, 그 외에도 자만심이 강한 사람들을 포함해 20억 명의 어른들이 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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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 깊었던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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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는 해 지는 광경을 마흔네 번이나 봤어!"
잠시 뒤에 너는 또 이렇게 말했어.

"있잖아 ···. 나는 몹시 슬플 때면 해 지는 광경을 보고 싶거든 ···."
"마흔네 번이나 해 지는 걸 봤던 날, 넌 그렇게나 슬펐던 거야?"
어린 왕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32~3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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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에 도착하기 전 다섯 번째로 방문한 별에서 어린 왕자는 유달리 그 별을 떠나는 것을 아쉬워했다. 그 이유는 해지는 광경을 무려 1440번이나 볼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었는데, 어쩌면 이때도 어린 왕자는 자신의 별에 홀로 두고 온 장미를 그리워하며 슬퍼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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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누군가가 수백수천만 개의 별 중에 단 한 곳에만 피어 있는 꽃 한 송이를 사랑한다면, 그는 별들을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거야. '내 꽃이 저기 어딘가에 있어.' 생각할 거야. 그런데 양이 그 꽃을 먹어버리면, 그건 그 사람에게는 갑자기 모든 별이 꺼져버리는 거나 마찬가지야! 그런데 그게 중요하지 않다고!"
3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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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에 애정을 갖는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문장이었다. 수많은 물건과 사람이 존재해도 결국 내가 마음을 내어준, 사랑하는 단 하나의 존재만이 유일한 의미가 있음을 우리는 모르지 않는다. 그리고 이것은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사항이다.

그런데 어른들은 아이라는 이유로 이것을 묵살하거나 가볍게 여기는 경우가 더러 있다. 울분을 토하며 '그게 중요하지 않다고!'라고 외치는 어린 왕자의 말에서 어쩐지 비통함과 억울함이 느껴지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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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물어보면 대답을 들을 때까지 절대로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는 어린 왕자가 다시 물었다.
5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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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한 건 묻고 또 묻는 아이들의 습성이 떠올라 어쩐지 웃음이 배어 나온 문장이다. 더불어 무엇에 대해 탐구하고, 알고자 노력하는 아이들의 열정이 느껴져 귀찮다는 이유로 넘기기보다 정성스레 답변을 해주어야겠다는 각성을 하게 만든 문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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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들인다'는 게 무슨 뜻이야?"
"그건 사람들이 소홀히 여기는 것인데, '관계를 맺는다'는 뜻이야. 나한테 너는 아직은 수많은 사내아이 중 하나에 불과해. 네가 필요하지 않지. 그리고 너에게도 내가 필요하지 않아. 너에게 나는 수많은 여우 중 하나에 불과하니까. 그렇지만 네가 날 길들이면 우리는 서로가 필요하게 돼. 나에게 너는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존재가 되고, 너에게도 나는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존재가 되지."
8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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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초적인 물음에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설명하는 여우의 답에서 관계를 맺는다는 것의 의미와 이것이 가지는 무게감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한다.

누군가를 그냥 '아는'것과는 다른, 서로에게 '길들여진다'는 것이 가지는 깊은 유대감은 어쩌면 평생에 단 하나의 사랑 혹은 평생의 우정을 뜻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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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탁이야. 날 길들여줘!" 여우가 말했다.
"나도 몹시 그러고 싶어," 어린 왕자가 대꾸했다. "하지만 나는 시간이 별로 없어. 친구들을 찾아야 하고, 이해하고 싶은 것도 많거든."
"누구든지 자기가 길들인 것만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어."
여우가 말했다.
"사람들은 이제 뭔가를 이해할 시간이 없어. 가게에서 다 만들어진 것들만 사니까. 하지만 우정을 파는 가게는 없어. 그래서 사람들에게 이제 더는 친구가 없는 거야. 친구를 원한다면 날 길들여줘."
"널 길들이려면 어떻게 해야 되는데?" 어린 왕자가 물었다.
"참을성이 아주 많아야 하지." 여우가 대답했다. "처음에는 나랑 조금 떨어져서 앉아. 그래, 거기 풀밭에. 내가 곁눈으로 널 볼 건데, 넌 아무 말도 하지 마. 말은 오해를 낳기 딱 좋거든. 대신에 날마다 내 옆으로 조금씩, 좀 더 가까이 와서 앉아."

(...)
"예를 들어, 네가 오후 네 시에 온다면 나는 세 시부터 행복할 거야. 그리고 네 시에 가까워질수록 점점 더 행복해지고, 네 시가 되면 몸을 들썩이며 네가 보고 싶어 안달이 날 거야. 그때의 내 모습이 얼마나 행복해 보일까! 그런데 네가 아무 때나 온다면 나는 몇 시에 널 맞아야 할지 마음의 준비를 할 수가 없어. 그래서 뭐든 적절한 의식을 따라야 하는 거야."

"의식이 뭐야?" 어린 왕자가 물었다.
"그것 또한 사람들이 소홀히 여기는 거야." 여우가 말했다. "그건 어느 하루를 다른 날과, 어느 시간을 다른 시간과 달리, 특별하게 만드는 거야."
88~8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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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에게 '길들인다'는 의미를 가르쳐 준 후 이내 여우는 선뜻 자신을 길들여 달라 청한다. 친구가 되고 싶다는 말이다.

이에 어린 왕자는 시간이 없다며 거절하지만, 여우는 자신이 길들인 것만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말로 다시 한번 친구가 되기를 청한다. (시간이 없다는 말에서 현대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 모습이 문득 떠올랐다)

그러면서 우정을 파는 가게는 없다며 여우는 친구가 되는 방법도 자세히 알려준다. 먼저 참을성을 기를 것, 그런 후 적절한 의식을 따를 것을 권한다.

서로의 관계를 좁히는 데 있어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지, 또 선을 지키며 천천히 다가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자세히 알려준다. 또 함께 하는 시간을 특별한 시간으로 만드는 것이야말로 진짜 우정을 키우는 방법이라 전하며 '찐 우정'에 대한 중요한 가치에 대해 설명한다.

이 글을 읽으며 문득,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에게 있어 우정이란 무엇인지, 또 우리는 지금 어떤 방식으로 특별한 인연을 만들어가고 있는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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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비밀을 알려줄게. 아주 간단해. 그건 오직 마음으로 봐야 올바로 볼 수 있다는 사실이야.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
(...)
"네 장미꽃이 너에게 그토록 소중한 것은 네가 장미꽃을 위해서 들인 시간 때문이야."
(...)
"사람들은 이 진실을 잊어버렸어." 여우가 말했다. "그러나 너는 잊으면 안 돼. 너는 네가 길들인 것에 영원히 책임이 있어. 네 장미꽃에 책임이 있어 ···."
91~9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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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 있어 또 다른 중요한 가치가 언급되는 문장이다.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 소중한 것은 내가 들인 시간 때문이라는 것, 길들인 것에 대해서는 책임이 있다는 것.

물질만능주의에 살고 있는 우리는 눈에 보이는 것에 보다 큰 가치를 두며 살고 있다. 그렇기에 어쩌면 이렇듯 엉망진창인 세상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진짜 중요한 것은 보이지 않는 점, 그리고 마음으로 봐야 보인다는 점을 명심하자.

더불어 소중한 것의 가치는 내가 들인 시간에 비례한다는 점도 꼭 기억하자. 시간을 들인 만큼 애정이 깃들고, 그만큼 소중한 존재가 되기에 우리에게 의미로 남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길들인 것, 관계를 맺은 것에 있어서 만큼은 반드시 책임을 지자. 책임지는 자세야말로 인연을 오래 지속할 수 있는 꿀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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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은 내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우면서도 가장 슬픈 풍경이다. 앞의 그림과 같은 풍경이지만 여러분의 인상에 깊이 남기려고 다시 그렸다. 바로 이곳에서 어린 왕자가 지구별에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11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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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흔적만 남은 그림을 통해 과거 어린 왕자가 자리했던 풍경을 다시 떠올려 본다. 그리고 이내 다시 나만의 풍경으로 채워 넣어 본다.

그 속에는 활짝 웃고 있는 어린 왕자와 유일무이한 친구가 된 여우, 그리고 활짝 피어난 장미 한 송이가 자리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어른이지만 보이지 않는 것을 마음으로 보는 조종사와 수리된 비행기의 모습도 함께 그려 넣어 보고자 한다.

그래서 외롭지 않은, 슬프지 않은 어린 왕자의 모습으로 가득 채워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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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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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읽었던 고전을 어른이 된 이후에 다시 읽어보면 왜 고전을 꼭 다시 읽어봐야 한다고 말하는지 알 수 있다. 고전이 주는 맛이 있다.

읽은 시점에 따라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기도 하고, 크게 다가왔던 것이 작게 보이기도 하며, 감동이 두 배로 다가오기도 한다. 또 단순히 재미있는 이야기로만 생각했던 스토리에서 인생의 의미와 가치를 발견하기도 한다.

그래서 어른이들에게 말하건대, 어릴 적 재미있게 읽었던 그림책이나 동화 등을 다시 한번 꼭 읽어보라고 말하고 싶다. 취향에 따라 위인전이나 전기문도 좋고, 고전이 담긴 이야기도 좋다.

어릴 적 쉽게 술술 읽혔던 책이 다시 보일 것이다. 대신 그냥 스토리만 읽기보다는 생각을 조금 비틀어서 다른 관점에서 읽어보거나, 왜라는 물음을 붙여보자. 읽는 방식만 바꿔도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게 될 것이다.

어쩌면 우리가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놓치고 살았던 정체성이나 중요한 가치, 혹은 삶의 지혜를 다시 다시 발견하는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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