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부엌
김지혜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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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을 주는 소양리 북스 키친에서 잠시 쉬었다 가세요!"



책, 커피, 휴식, 힐링이라는 키워드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눈독 들일만한 공간이 있다. 바로 '소양리 북스 키친'으로 이곳은 삶에 휴식이 필요한 순간, 자신을 되돌아봄으로써 마음의 허기를 채울 수 있는 여유를 선물한다.


덕분에 이곳에서 앞으로 나아갈 힘을 충전한 사람들은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저마다의 일상으로 돌아간다. 낮이면 푸른 숲과 한적한 공간에서 힐링을 선물받고, 밤에는 별빛을 바라보며 낭만과 전환의 시간을 가지게 된다.


여기에 더해 너른 공간에서 즐기는 맛있는 커피와 한 면을 가득 채운 책과 상품들, 그리고 이곳에서만 열리는 특별한 이벤트는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살면서 문득 막막한 기분이 들 때,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생각이 들 때 <소양리 북스 키친>으로 떠나보자.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조금 느리게 살아도, 살짝 마음을 내어 보여도 괜찮음을 알게 될 것이다.



총 7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소양리 북스 키친에서 만난 사람들의 에피소드를 통해 이야기가 채워진다. 북스 키친의 멤버인 사장 유진을 비롯해 스태프로 일하고 있는 시우와 형준 그리고 이들과 인연이 있는 이들을 비롯해 유명인과 처음 이곳을 찾은 이들까지, 제각각의 사연을 안고 북스 키친은 점점 더 성장해 나간다.


막연함과 공허함을 안고 우연히 찾아온 이들에게 소양리 북스 키친이 주는 의미와 삶에서 정말 필요한 가치는 무엇인지를 되돌아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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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스 키친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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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은 각각의 입맛에 맞는 음식을 추천해 주듯 책을 추천해 주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힐링이 되듯 책을 읽으며, 마음을 쉬어가는 공간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북스 키친'이라고 이름 붙이게 된다.


북스 키친은 책을 팔고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는 북 카페와 책을 읽을 수도, 휴식을 취할 수도 있는 북 스테이를 결합한 복합 공간으로 총 4개의 동으로 구성되어 있다.


북 스테이 공간은 건물 3개 동으로 각각 2층짜리 독채 펜션이다. 북 스테이용이 아닌 나머지 건물의 1층은 북 카페로 사용하고, 2층은 스태프들이 거주하는 공간으로 사용하도록 구성했다. 그리고 이 4개의 동은 중앙 정원에 있는 유리로 된 식물원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다시 말해 정원을 중심으로 십자 모양으로 4개의 동이 들어서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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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이 북스 키친을 열게 된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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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와 스타트업을 창업해 몇 년을 앞만 보며 달려왔던 유진은 회사가 궤도에 오르게 된 순간, 동업자와의 의견 차이로 인해 결국 자산을 매각하고 한동안 집안에서만 생활하며 시간을 보내게 된다.


그러다 우연히 소양리 와플 가게에서 부동산 가게 아저씨와 땅 주인과의 대화를 엿듣게 되면서 이끌리듯 그 땅을 매입하게 된다. 그리고 공사를 거쳐 마침내 그곳에 북 카페와 북스테이를 결합한 복합 공간을 오픈하게 된다.


이렇듯 사장인 유진을 비롯해 이곳에서 일하는 스태프인 시우와 형준, 그리고 이곳을 방문하는 손님들은 저마다의 사연을 안고 이곳을 방문하게 된다. 이들이 말하는 고민과 에피소드들을 들여다보며 잠시 쉬어가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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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보기로 만나보는 에피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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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 다인의 추억>


중학생 때의 다인은 오디션을 보러 다니는 것이 주요한 주말 일과일 만큼 열심이었다. 그러다 작은 음반 제작사를 통해 '다이앤'이라는 예명으로 가수로 데뷔하게 되었는데 아이돌 콘셉트에 맞지 않는다며 초반에는 생각만큼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다 '다이앤'으로 데뷔한 지 3년 만에 국민 여동생 자리를 꿰차게 된다. 다인의 가장 큰 무기는 이야기를 듣고 말하는 재능이었는데, 고정 게스트의 펑크로 우연히 대타로 나가게 된 밤 10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그 주 최고의 청취율을 달성하게 되면서부터다.


그렇게 다인은 유명해졌지만 점점 마음은 공허해져 갔다. 인기가 높아지는 만큼 진짜 자신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인은 할머니가 그리웠다. 다인의 할머니는 다인과 대조적으로 대책 없는 낙관주의자였는데, 그런 할머니의 손길이 닿으면 근심 걱정 없이 보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 불면증이 심했던 다인은 할머니의 손길만 닿아도 꿈도 꾸지 않고 10시간씩 잠을 잘 수 있었다. 아마도 할머니의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가 다인에게 전달되어서였던 것 같다.


그러던 중 다인이 소양리에 온 건 충동적인 결정이었다. 이제 할머니가 소양리에 없다는 건 다인도 잘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어쩐지 다시 이곳을 방문하고 싶었다.


할머니는 3년 전 요양원에 들어갔고, 1년 전에 세상과 작별했다. 할머니가 살았던 150년이 넘은 한옥 4채는 진작에 팔렸다.


그렇게 방문한 할머니의 집은 북스 키친이라는 공간으로 탈바꿈 되어 있었다. 주변을 살피며 할머니와의 추억을 떠올리고 있던 다인은 사장인 유진과 마주치게 되고 대화를 통해 할머니의 옛집이었음을 밝힌다.


이에 유진은 북 스테이 오픈 기념으로 방문하기로 했던 작가의 일정이 취소되면서 준비되어 있던 방을 선뜻 내어주며 그녀가 쉴 수 있도록 배려해 준다.



<ep2. 20대의 마지막 추억>


직장 생활 4년 차인 나윤은 쳇바퀴 같은 회사 생활에 점점 익숙해짐과 동시에 질려가고 있었다. 서른 살에는 성공한 커리어 우먼의 모습일 것이라고 막연히 기대했는데, 현실은 4년 내내 자잘한 업무만 처리하는 막내 자리였다.


그러던 토요일 오전 11시 어느 날, 절친한 친구 둘과 만난 나윤은 무작정 여행을 떠나보자는 친구들의 의견에 따라 마침 대학 때 동아리 친구인 시우가 소양리에서 펜션 스태프로 일한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시우를 만나러 그곳으로 향하게 된다.


나윤, 세린, 시우, 찬욱은 대학교 1학년 때부터 광고 동아리에서 활동하며 절친한 사이로, 일명 사총사 패밀리로 불리며 마지막 학기까지 붙어 다녔다.


시우를 제외한 세 친구들은 그렇게 20대의 마지막 즉흥 여행을 시우가 일하는 북스 키친으로 가면서 오랜만에 연락이 끊겼던 시우를 만나게 된다.


맛있는 것도 먹고, 밀렸던 이야기도 나누며 그들은 그렇게 오랜만에 회포를 풀며 좋은 시간을 보내게 된다. 이때의 인연으로 후에 세린은 소양리 북스 키친과 인연을 이어가게 된다.



<ep3. 소희의 올바른 인생 경로>


지방 대학 교수였던 부모님은 항상 네가 하고 싶은 것을 하라며 소희를 자유롭게 키웠다. 친구들이 학원을 전전하고 있을 때 소희는 도서관에서 닥치는 대로 글을 읽고 살았다.


그러다 중학교 2학년 여름방학 무렵, 주변의 이야기를 통해 사회에서 요구하는 무언의 압박을 깨닫게 되면서 소희는 경쟁에서 밀리면 자신의 존재가치도 그대로 증발하고 마는 거라고 믿게 된다.


소희는 타고난 머리가 좋았던 건지, 경쟁에서 밀리기 싫어하는 성격이 한몫한 건지 모르겠지만, 고등학교 때 전교 1등 자리를 줄곧 지켜냈고 한국대 정치 외교학과에 수시 전형으로 합격한다. 그리고 4년 뒤에 한국대 로스쿨로 진학한다.


이후에도 소희는 탄탄대로를 이어가게 되는데 로스쿨 2학년 여름방학 때 대형 로펌의 입사 제안을 받고 3학년 1학기 때는 법원 재판연구원이 되기 위한 시험에도 합격한다.


이때 그녀는 재판연구원의 길을 선택했는데 업무는 생각보다 방대했다. 컴퓨터 앞에 머리를 박고 숨소리도 안 들릴 정도의 정적 속에서 업무를 봤고 회식도 거의 없었다. 각자 할 일이 끝나면 알아서 퇴근하는 형태였지만, 그래도 소희는 법원이 좋았다.


침묵과 정적으로 가득 찬 하루가 소희는 마음에 들었다. 컨베이어 벨트가 돌아가듯 일정한 속도로 정해진 순서에 도달할 당연한 미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날 건강검진에서 갑상선 암일지도 모른다는 결과를 받게 되면서 소희는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게 된다.


인생이 눈 깜짝할 사이에 흘러간다는 것을 깨달은 소희는 자신이 삶을 제대로 살고 있는 것인지, 진짜 꿈은 뭐였는지를 떠올리며 인생에 급제동이 걸리게 된다.


그러면서 불현듯 갑자기 어디론가 떠나야 할 것 만 같은 기분이 들어 검색으로 알아보던 중 이끌리듯 '소양리 북스 키친'의 이벤트 내용을 보고 이곳에 방문하게 된 것이다.


이곳에서는 무계획으로 지내며 재즈 뮤직 페스티벌 등에 참가하는 등 하루하루를 즐겁게 보낸다. 그렇게 하루의 일상을 일기로 남기던 중 그녀는 문득 <오즈의 마법사>를 떠올리게 되고 여기에서 영감을 받아 자신만의 소설을 써나가게 된다.


이제서야 비로소 자신이 원하는 인생의 길을 찾게 된 소희는 낮에는 판사라는 직업인으로 낮을 보내고, 글을 쓰며 밤을 마무리하는 삶을 살게 된다.



<ep4. 한여름 밤의 꿈>


세린은 지난 4월에 소양리 북스 키친을 다녀오고 나서 동네방네 이곳의 아름다움과 매력에 대해 떠들고 다닌다. 그러다가 SNS에 올린 사진과 동영상을 보고 지훈에게 연락을 받게 되면서 마침내 북스 키친에서 첫 번째 프로젝트를 맡게 된다.


세린은 이 일을 계기로 소양리 북스 키친의 스태프로 합류하게 되는데, 공식적으론 북 카페의 각종 MD 상품을 디자인하고 마케팅 관련 시안을 짜는 역할이었지만, 비공식적으로는 야외 결혼식과 피로연, 세미나 같은 소규모 행사 준비가 세린의 몫이 되었다.


한편 지훈은 첫사랑인 남우 오빠의 사촌 동생으로 독일에 살다가 지금은 한국에서 생활하며 지내고 있다. 연구실 선배의 결혼식장을 북스 키친에서 할 수 있도록 돕게 되면서 지훈은 친분이 있던 세린에게 별도의 부탁을 건네게 된다.


그게 바로 마리에 대한 일이었는데, 마리는 소꿉친구 사이로 독일 베를린에서 알게 된 사이다. 둘은 판이한 가정환경에서 자랐는데, 무늬만 그럴싸한 법적 공동체였던 마리와 아버지의 관계와 달리 지훈의 가족은 단어 그대로 화학적 결합체였다.


마리와는 여덟 살 때 베를린 자연사 박물관에서 마주친 적이 있는데 그게 첫 만남이었다. 표정이 없는 마리가 화목한 자신의 가족을 보고 있었던 것이 인상에 깊게 남았던 것이다.


그러다가 지훈이 열한 살 때 베를린에서 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국제 학교로 전학 가게 되면서 교실 두 번째 줄에 앉아 있던 마리의 얼굴을 기억해 내게 된다.


그렇게 같은 반 친구가 되면서 서로는 자주 왕래를 하게 되고 마리도 자연스럽게 지훈의 집에 들러 부모님과도 가깝게 지내게 된다.


마리는 늘 자신의 가족과 삶에 대해 타인에게 숨기기 급급한 상태로 살았는데, 우월성이나 허세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 단란한 지훈의 가족 앞에서만큼은 편안하게 자신으로 있을 수 있었다.


지훈의 가족은 마리에게 꼬치꼬치 캐묻는 일이 없었고 때문에 마리는 지훈과 함께 있을 때는 완벽하고 특별한 존재로 보여야 한다는 압박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


그렇게 지내다 어느 날 마리는 지훈의 앞에서 자취를 감추고 사라지게 된다. 마리의 삶은 온통 거짓으로 점철되고 있었는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한 거짓말이 점점 더 부풀려지며 어느새 자신이 한 거짓말이 진짜라고 믿게 된다.


그렇게 거짓 속에 파묻혀 결혼을 하지만 이내 여러 복잡한 사건들을 겪으며 마리는 결국 자신이 리플리 증후군에 걸린 것을 알게 된다. 처음에는 인정하지 않았지만, 천천히 자신의 모습을 마주하게 되면서 이제는 자신의 거짓에 대해 인정하고 있다. 물론 지금도 상담과 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지만 많이 안정을 찾게 되면서 심리학 공부도 하고 있다.


지훈은 소식이 끊겼던 마리가 결혼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충격을 받게 되면서 하던 모든 일을 접고 마리를 볼 수 없는 곳으로 한국행을 결심한다. 이후 다시는 마리를 만날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심리학과 연구실 동료로 10년 만에 다시 마주하게 된다.


지훈은 그 후 마리를 위한 북토크에 자연스럽게 참여하게 함으로써 마리가 자신의 삶을 돌아볼 수 있도록 돕는다. 이후 둘만의 시간을 통해 그동안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솔직한 이야기를 나눈다.


지훈은 한국으로 돌아와 마리의 마음이 어떤 건지 궁금해 심리학을 전공했다. 어쩌면 마리 역시 자신의 마음이 궁금해서 심리학을 전공한 게 아닐까 지훈은 짐작만 할 뿐이다.


긴 시간을 돌고 돌아 다시 만난 지훈과 마리의 이야기는 어쩌면 지금부터 시작이 아닐까 싶다.



<ep.5 조각난 삶을 다시 마주하는 순간>


스무 살까지만 해도 민수혁은 그의 삶이 항상 그의 편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인생은 그의 생각처럼 흘러가지 않았다.


수혁은 연희동 저택에서 유치원 시절까지 보냈다. 유명한 사립 유치원에서 다양한 교육 과정을 두루 거치면서 보냈고, 어딜 가든 대장의 자리를 꿰찼다.


그런 수혁이 인생에서 유일하게 두려워하는 존재는 아버지였는데, 사랑이나 우정으로 관계를 지속하는 방식을 코웃음 치며 늘 힐난하는 스타일이었다. 그것이 자녀 교육에도 스며들어 늘 해맑게 자란 첫째 아들을 믿음직스럽지 못한 존재로 여겼다.


아버지는 성악과 출신으로 테너 성악가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하지만 어머니와 연애결혼을 하게 되면서 꿈을 포기하고 경영자의 길로 들어서게 된 것이다.


당시 어머니의 집안이 재계 순위 안에 드는 그룹이었는데, 성악으로 생계를 이어가기 어렵다는 장인어른의 뜻에 따라 경영자가 된 것이다.


아버지는 그에게 딱히 무엇을 요구하거나 혼내지는 않았지만 견고한 성을 닮은 아버지의 인생이 장남에게 은연중에 던지는 메시지로 늘 압박을 가했다. 그에 비해 어머니는 늘 평화로운 바다 같은 존재였다.


그렇게 빛나는 황금과 달콤한 복숭아 향기로 가득했던 수혁의 삶이 조각나기 시작한 것은 자신이 뮤지컬 연출가로서의 자질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깨달으면서 부터다.


초조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수혁에게 한 친구가 뮤지컬 투자 제안서를 가지고 왔고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었던 그는 외할아버지가 물려준 주식을 일부 처분해서 프로젝트에 투자하지만 이내 곧 사기를 당하게 된다.


이후 반강제로 아버지의 회사에서 근무하게 되면서 하루하루를 버티듯 살아가던 수혁에게 결정타가 찾아온 것은 바로 어머니의 죽음이었다.


어머니는 후두 암으로 투병 생활을 했는데 건강검진으로 암이 비교적 빠른 시기에 발견되어서 완치되었다. 그러다 추적 검사에서 폐암을 발견하게 되고, 이후 3개월 만에 세상을 떠나게 되면서 수혁은 조금씩 죽음을 생각하게 된다.


그러다 10개월의 두 번째 주 금요일, 수혁은 회사에 결근하게 된다. 아무도 자신을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았고 자신도 스스로가 이해되지 않았다.


그렇게 막연히 자동차를 타고 떠나면서 우연히 친구 놈의 인스타그램에서 봤던 그림을 떠올리게 되고 뉴욕을 테마로 하는 미술관이라는 코멘트에 그곳을 무작정 도착지로 설정하게 된다.


그렇게 도착한 미술관은 너무 이른 시간인 탓에 오픈전이었고, 느긋하게 기다리던 중 문득 눈물이 쏟아질 것만 느낌이 든다. 가만히 차에 앉아 엔진 소리를 듣던 중 문득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잔이 절실해진다.


이때 미술관 옆에는 북스 키친이 자리하고 있었다.



<ep6. 첫눈, 그리움 그리고 이야기>


어느 날 새하얀 눈길을 밟고 한때 동업했던 선배가 유진을 찾아오게 된다. 회사가 정리된 이후 완전히 잠수를 타버린 유진은 당시의 모든 것을 묻고 살았는데, 갑자기 그런 그녀 앞에 선배가 찾아온 것이다.


이 이야기는 유진이 북스 키친을 시작하기 전의 상황을 담고 있는 에피소드로, 그녀가 마음속에 내내 가지고 있던 상처이자 한편으로는 그리움이 묻어나는 에피소드이기도 하다.


동업자라는 이름으로 선배와 스타트업을 시작하며 약 3년의 고생 끝에 마침내 원하던 궤도에 도달하게 되면서 유진은 매우 기뻐한다. 하지만 그 행복도 잠시, 회사를 인수하고 싶다는 기업의 제안을 두고 서로의 의견이 갈리면서 피 터지게 싸운 둘은 결국 갈라서게 된다.


모든 것을 정리한 이후 유진은 선배와 연락을 차단하고 약 두 달간 방에서 거의 나오지 않게 된다. 그 순간만큼은 숨어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기 때문이다.


이 에피소드에서는 당시 활활 타올랐던 유진의 열정과 상황들에 대해 자세히 전하며, 시간이 한참 흐른 뒤에 다시 만난 둘이 어떻게 용서하고 화해의 시간을 가지는지를 전한다.



<ep7. 크리스마스엔 모두 해피엔딩>


마침내 다가온 크리스마스에는 행복하고 즐거운 일만 가득해야 한다는 인사말처럼, 마지막 에피소드에서는 앞선 이야기들의 해피엔딩을 담고 있다.


지훈과 마리의 다음 이야기, 나윤의 셀프 선물, 소희의 건강과 동화 작가가 된 이야기, 민수혁의 가족 이야기를 전하며 선물 같은 이야기를 전한다.



<에필로그 1, 2>


빼놓을 수 없는 북스 키친의 스태프에 대한 안부도 빠짐없이 전한다. 1년 뒤의 상황을 전하며 유진과 선배의 관계 회복은 물론 유진의 뛰어난 감각과 확장된 커리어에 대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스태프로 근무하던 시우와 형준의 이야기에서 꿈과 낭만을 엿볼 수 있다. 한때는 막막함과 불확실성을 안고 모여들었던 사람들이 마침내 북스 키친을 다녀간 후 모두들 자신만의 인생을 찾은 것 같아 어쩐지 뭉클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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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 깊었던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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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란 건 원래 현실적으로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거라서 자신을 더 근사한 사람이 되도록 만드는 에너지라는 걸. 인생의 미로에 얽히고 설킨 길에서 목적지를 잃어버렸을 때, 가만히 속삭여 주는 목소리 같은 거였어. 꿈이란 게 그런 거였어."

7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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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사람들은 꿈을 꾸는 이들에게 허황된 소리 하지 말라며 타박하거나 무시한다. 꿈이란 건 원래 현실적으로 말도 안 되는 것인데 어째서 그들은 자유롭게 꿈조차 꾸지 못하게 하는 것일까 문득 궁금해졌다.


꿈이 있기에 더 근사한 사람이 될 수 있고, 더 큰 에너지를 가질 수 있는 것인데 어쩌면 그들은 한 번도 그런 꿈을 꿔보지 못해서 그런 말을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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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10년이 지나서 제가 갑상선암 판정을 받으니까 어떤 생각이 들었냐면...

(...)

10년이 이렇게 짧은 시간이었나, 싶었어요.

(...)

이 속도대로 인생이 흘러간다면, 눈 깜짝할 새 쉰 살이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114~11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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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안 간다고 타박하다가 문득 돌아보면 10년이라는 세월이 깜짝 지나가 있음에 놀랄 때가 있다. 그럴 때 우리는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라던가, '변화가 필요해'와 같은 생각을 하게 된다.


삶을 돌아보는 계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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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안전지대에 숨어 살았는지도 몰라요. 다들 제가 제대로 살고 있다고, 제대로 된 인생 고속도로에 접어들었다고 믿어요.

(...)

그런데 정작 저는 이게 제가 정말 하고 싶었던 게임인지, 되고 싶었던 모습인지 돌아보지 않았어요. 경쟁이라는 과정에만 몰두해 있었죠. 길 끝에 뭐가 있는지 궁금해하지 않은 채로요."

(...)

"그러다가 건강검진 결과서가 인생에 급제동을 걸더니 저를 빤히 바라보는 것 같더라고요. 나의 진짜 꿈이 뭐였는지, 나는 어떤 사람인지 알고 살았냐고 묻는 것 같았어요..."

(...)

"어쩌면..... 다행인지도 몰라요."

"인생에 급제동이 걸린 거요. 그냥 직진만 하다가 인생의 마지막 페이지가 넘어가는 게 아니라 멈춰 서서 생각할 기회를 가지게 된 거요."

(...)

"그러니까... 기회인지도 몰라요. 인생에 급제동이 걸린 게 아니라, 진짜 인생을 살아볼 기회를 선물받은 건지도 모르잖아요."

116~11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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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고 있는지,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른 채 경쟁에만 몰두해 살아가다가 문득 턱 걸리는 순간이 있다. 보통 건강에 이상이 생기는 경우인데, 그럴 때 우리는 순간 인생의 급제동을 걸게 된다.


그때 제대로 살고 있는 게 맞는지, 진짜 인생을 살고 있는지 멈춰 서서 생각이라는 것을 하게 된다. 어쩌면 이런 제동을 걸어 주는 순간이 있기에 우리의 삶이 더 빛날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더 가치 있는 삶,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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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딧불이는 1년 중에 불빛을 내며 살아 있는 시간이 고작 해야 2주래. 열네 번의 밤 동안 빛을 발하다가 우주에서 사라지고 말지. 인생에서 진짜 이야기를 나눌 기회는 그렇게 자주 있지 않다는 얘기처럼 느껴지더라...."

15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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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반짝이는 불빛을 황홀하게 쳐다보며 좋아하기만 했던 반딧불이에서도 이렇듯 배울 점이 있다. 어쩌면 우리의 인생도 이처럼 진짜 인생을, 진짜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그렇게 자주 있지는 않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기회는 자주 오지 않는다. 마치 무한의 인생을 사는 것처럼 인생을 낭비하다 보면, 결국 아무것도 남는 것이 없을 것이다. 허무함을 경험하고 싶지 않다면, 부디 기회를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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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우리는 누군가를 사랑하고 사랑받은 흔적에 기대서 살아가는 존재인지도 몰라."

25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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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흔적들을 되돌아보면, 그 가운에 사랑이 자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나를 아껴줬던 존재들, 내가 사랑했던 사람들의 흔적들이 결국 우리를 만들고, 성장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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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들의 부엌>을 읽고 난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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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누구나 겪게 되는 인생의 불안과 어려움은 버틴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때론 익숙한 공간을 벗어나거나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과 같은 이벤트를 통해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소양리 북스 키친'은 사람들에게 위로와 휴식, 힐링을 주는 장소로 매우 적합해 보인다. 향으로, 시선으로, 생각으로, 공간으로, 쉼으로, 체험으로 사람들에게 안정과 여유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무언가 감정적 동요가 일어날 때, 나를 위한 삶의 전환을 시도해 보자. 무언가 대단한 것이 아니어도 좋다. 가까운 곳으로 산책을 가도 좋고, 책을 읽으며 새로운 세상을 만나봐도 좋다. 혹은 입맛에 맞는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기분전환을 해도 좋고, 마음이 통하는 친구와 수다를 떨며 속에 담긴 찌꺼기를 털어내도 좋다. 아니면 홀로 떠난 여행지에서 나와의 대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추천해 본다.


고민과 방황의 시간을 그렇게 서서히 비워내다 보면 어느 순간, 한 발 한 발 내디딜 수 있는 에너지가 생길 것이다. 그렇게 앞으로 나아가다 보면, 성장하고 발전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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