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35만 부 기념 스페셜 에디션) - 벌써 마흔이 된 당신에게 해 주고 싶은 말들 42
김혜남 지음 / 메이븐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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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이 된 당신에게 해 주고 싶은 말"



100세 시대, 마흔을 삶의 변곡점이라고 본 저자는 마흔이 된 당신에게 꼭 해주고 싶은 이야기를 엮어 이 책을 냈다. 사십 대는 저자 자신에게도 삶의 방향이 완전히 달라지는 시기였는데, 그 지점을 무사히 잘 보내고 삶의 진짜 가치를 찾으며 살아낸 그녀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이전에는 그저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해내는 것만이 최선이라 생각했던 그녀에게 있어 갑자기 찾아온 파킨슨이라는 병은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는다. 이 일을 계기로 깨달음을 얻은 그녀는 그동안 이런저런 핑계로 미뤄두었던 일들을 가장 우선순위로 진행하게 된다.



총 5개의 챕터로 구성된 이 책은, 마흔세 살 파킨슨병 진단을 받은 저자가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맞게 되면서 느낀 속 깊은 이야기와 인생의 중요한 가치에 대해 담고 있다.


특히 마흔에 찾아오는 마음의 지진을 어떻게 하면 잘 이겨낼 수 있는지, 또 놓치지 말았으면 하는 여러 가지 인생 교훈과 환자들에게 미처 하지 못한 이야기를 함께 엮어 진한 감동과 깨달음을 전한다.



개인적으로는 그 어떤 글보다 진정성이 느껴져 더 좋았는데, 환자를 통해 간접적으로 얻은 경험이나 지식으로만 치장된 글이 아니라 본인이 직접 병을 겪으며 느낀 인생의 비밀에 대해 전하고 있는 것 같아 내심 더 바짝 다가앉아 귀 기울이게 되었다.


자신이 가장 큰 변화를 겪은 사십 대, 그리고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되는 사십 대, 여기에 더해 병으로 인해 갑작스럽게 병원을 닫게 되면서 환자들에게 미처 다 전하지 못한 이야기들을 마음으로 전하고 있는 이 책을 통해 독자들 역시 인생을 재미있고, 후회 없이 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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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혜남


정신분석 전문의로, 두 아이의 엄마로, 시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며느리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던 그녀는 마흔 살까지만 해도 '내가 잘했으니까 지금의 내가 있는 거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2001년 마흔세 살에 몸이 점점 굳어 가는 파킨슨병 진단을 받고 나서 병마와 싸우며 비로소 알게 되었다.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역할을 다 잘해 내고 싶은 마음에 스스로를 닦달하며 인생을 숙제처럼 살아오다 보니 정작 누려야 할 삶의 즐거움들을 너무 많이 놓쳐 버렸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리고 더 충격적인 것인 자신이 없는데도 세상이 너무나 멀쩡하게 잘 돌아간다는 사실이었다.


그녀는 자신에게 들이닥친 불행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세상이 원망스러워 아무것도 못한 채 한 달 동안 침대에 누워 천장만 바라보았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문득 깨달았다. 아직 자신은 죽은 게 아니며 누워 있는다고 바뀌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래서 일어났고, 하루를 살았고, 또 다음 날을 살았다. 대신에 해야만 하는 일보다 하고 싶지만 계속 미뤄 둔 일들을 먼저 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말한다. "하나의 문이 닫히면 또 하나의 문이 열린다. 그러니 더 이상 고민하지 말고 그냥 재미있게 살아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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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예기치 않은 불행이 닥쳐올 때가 있다. 그것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하지만 그 후의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는 내가 어떻게 마음먹느냐에 달려 있다. 똑같은 12년이라도 그 결과가 확실히 다른 것처럼 말이다. 그것이 내가 2001년 2월에 파킨슨병 진달을 받고 깨달은 삶의 진실이다.

2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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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예기치 못한 불행을 겪을 때가 있다. 이때 중요한 것은 그 후의 시간을 내가 어떻게 보낼지 마음먹느냐에 달려있는데, 그 선택에 따라 결과는 확연히 달라질 수밖에 없다.


매일을 불안에 떨며 좌절감과 무력감에 빠져 살 것인가, 아니면 사태를 수습할 방법을 찾아 다시 일어날 것인가.


저자는 자신의 상황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삶을 다시 이어나가는 선택을 하게 된다. 덕분에 지금의 그녀가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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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경험상 틀린 길은 없었다. 실패를 하더라도 실패로부터 무언가를 배우면 그것은 더 이상 실패가 아니었고 길을 잘못 들었다 싶어도 나중에 보면 그 길에서 내가 미처 몰랐던 것들을 배움으로써 내 삶이 더 풍요로워졌다.

(...)

그러므로 가장 빠른 직선 코스로 가야 한다는 강박관념만 버린다면 한 발짝을 떼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가질 이유는 없다.

(...)

그러니 어떤 순간에도 삶을 포기하지 말고 용기 내어 일단 한 발짝만 내디뎌 보라.

(...)

당신이 누구든, 어떤 상황에 있든 한 발짝을 내디딘 순간 알게 될 것이다. 용기를 내기를 참 잘했다는 것을.

3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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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첫발을 내딛는 것이 가장 힘들다. 하지만 조금만 용기 내어 한 발짝만 내디뎌 보면, 별거 아님을 알게 된다.


처음 홀로 가는 해외여행, 홀로 하는 자취, 홀로 밥 먹는 일상 등 세상 처음이 어려운 우리들이지만, 포기하지 않고 시도해 본다면, 더 풍요로운 오늘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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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즐기는 것은 '~해야 한다'는 말을 줄이고, '~하고 싶다'는 말을 늘려 나가는 것이 그 시작이다.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못 당하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기지 못한다. 그리고 의무감과 책임감만으로 살아가기엔 인생이 너무 아깝지 않은가.

5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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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일들로 채워가는 인생, 생각만 해도 즐겁지 않은가? 해야 하는 일에 주목한 나머지 하고 싶은 일들을 미뤄두기 시작하면 인생에는 의무와 책임감만 가득해진다.


때론 꿈과 이상이 더해진 하고 싶은 일에도 시간을 내어줘보자. 살아갈 날들이 보다 행복해질 것이다. 즐거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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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신도 시켜서 하는 공부가 아닌 내면의 호기심에서 비롯된 공부의 즐거움을 느껴 보았으면 한다. 그것이 춤이든, 음악이든, 운동이든, 무엇이든 좋다. 하고 싶어 하는 공부는 호기심의 영역을 점점 넓혀 주고 인생 전반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

죽을 때까지 알고 싶고 성장하고 싶은 게 인간이다. 또 즐기려고만 한다면 공부야말로 기력이 달리고 활동 반경이 좁아지는 노년에도 인생을 재미있고 보람차게 살 수 있는 비결이다. 하지만 이 또한 젊은 시절부터 갈고 닦지 않으면 나이 들어 즐기기가 어렵다. 그러니 너무 늦기 전에 호기심을 발동시켜 공부의 세계를 탐험해 볼 일이다.

15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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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의 호기심에서 비롯된 공부의 즐거움을 맛본 자라면, 이 말에 공감할 것이다. 깊이 빠져드는 몰입감과 즐거움은 어느 누구도 말릴 수 없다. 더불어 그 맛을 알기에 또 다른 기회를 엿보는 하이에나가 될 수 있다.


더 늦기 전에 자신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무언가에 도전해 보자. 그 세계에 빠져드는 순간 얻게 될 엄청난 열의와 성장은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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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연애해 보라! 생각하고 또 생각하면 모두 뻔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생각을 멈추고 그냥 삶을 살아보면, 연애하는 마음으로 기대와 설렘을 가진다면, 세상은 당신이 미처 생각지 못한 새로운 모습을 보여 줄 것이다. 또 재미있는 하루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브라보!"라는 감탄사 하나로도 연주 분위기가 바뀌고 연주를 구경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바뀌는 게 인생이니까 말이다.

17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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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말하는 삶과 연애하는 기분이란 어떤 것일까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개인적으로는 남녀의 연애보다 어린아이가 세상을 처음 알아가는 느낌에 더 가깝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따지고 밀당하는 게 아닌, 처음 보는 것들에 기대감을 가지고 도전해 보는 것, 삶을 보다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것, 매일 새로운 세상을 꿈꿔보는 것, 있는 그대로의 감정을 그대로 내보이는 것.


어쩌면 이것이 저자가 말하는 삶과의 연애가 아닐까 한다. 우리 삶은 아주 작은 무언가로도 순식간에 변화될 수 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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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도 뇌도 때론 쉬어야 한다. 쉬지 않으면 시야가 좁아져 평소에 할 수 있는 적절히 확장된 수준의 사고를 하기가 어려워지기도 한다. 잠시 멈추어 선 시간에 우리는 그동안 경험한 것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더 잘 이해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게 된다.

(...)

그러니 몸은 피곤한데도 계속 쉬지 못하고 있다면 의도적으로 '잠시 멈춤'을 스스로에게 허락해 보라. 잠시 멈추는 시간을 가지면 가질수록 불안함은 줄어들고 더 크게 성장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18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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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조급해지고 불안함을 느낀 적이 있는가? 그럴 때 잠시 멈춤을 선언하고 쉬는 시간을 가져보자. 피로가 누적되면 사고는 좁아지고, 시간은 배로 소요된다. 만약 이때 계속 그 상태를 유지하려고 하면, 갇힌 생각 안에서 빙빙 돌며 상황은 더 악화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잠시 멈춤의 시간을 가지고 휴식을 취하게 되면 불안함을 줄어들고 해결책 또한 발견할 수 있게 된다. 시간이 있어서 여유를 갖는 게 아니라 여유를 가져야 시간을 가질 수 있음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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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워진다는 것은 두 사람이 하나가 되는 게 아니다. 사랑이든 우정이든 두 사람이 친밀해지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상대가 나와 다른 사람이란 사실을 인정하고 존중해 주는 것이다. 그렇게 서로의 영역을 함부로 침범하지 않으면서 서서히 자신을 열고 상대를 이해해 나가야 한다. 그래서 친밀함은 결과가 아닌 과정이고, 이를 지속하기 위해선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

상대가 모든 걸 받아 줄 거라고 기대하지 말고, 상대의 약점을 건드리지 말고, 자존심을 할퀼 수 있는 말은 피하며, 신뢰를 지켜 나가야 하는 것이다.

212~21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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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읽으며 꽤 많은 사람들이 '친밀함'에 대한 정의를 잘못 내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상대를 존중하고 더 소중히 대해야 하는 것이 맞는데, 왜 우리 사회에서는 친할 사이일수록 오히려 더 함부로 대하는 걸까 하는 의구심도 들었다.


친밀한 사이라는 것은, 지속적으로 서로의 영역을 지켜주고 상대방을 이해해나가는 과정이다. 그렇기에 친한다는 말로 관계를 매듭짓기보다, 계속해서 노력해 나가는 하는 관계임을 기억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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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를 만들어 갈 때는 먼저 나의 능력이 어디까지인지, 마음이 상하더라도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감정적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파악해 두어야 한다. 그리고 그 한계선을 기준으로 아무리 가까운 사람이라고 해도 내 삶까지 망가질 것 같을 때는 '미안하지만 더는 도와줄 수 없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자신보다 남을 더 신경 쓰느라 정작 자기 마음이 곪아 터진 것을 보지 못하고, 좋은 관계를 망치고 싶지 않아서 솔직한 감정을 억누르며 혼자 상처받아 온 사람일수록 한계 설정은 반드시 필요하다. 끝까지 사람을 믿고 사람과 더불어 살기 위해 해야 할 최소한의 장치가 바로 한계 설정인 것이다.

223~22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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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것을 말하라고 하면 '관계 맺기'를 꼽을 수 있는데, 이런 관계를 잘 맺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나의 감정적 한계선을 파악해 두는 것이 좋다. 그래야 나도 지키고 상대방과의 적정선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내가 회복할 수 있는 수준, 타인과 더불어 살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로 한계 설정을 해두면 상황에 따라 거절 의사를 표함으로써 미연에 사고를 방지할 수 있다. 덕분에 관계로 인해 삶 전체가 무너지는 일은 방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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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경험을 수없이 해 본 사람과 매일 똑같은 행동만 반복하는 사람의 내일은 다를 수 밖에 없다.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더 많은 실수를 저지르며 살고 싶다. 쏜살같이 지나가는 시간 속에서, 나는 더 많은 도전을 하고 웬만한 일은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쌓인 경험들이 얼마나 값진지를 알기 때문이다.

23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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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만일 인생을 다시 살 수 있다면, 더 많은 것들에 도전하며 살고 싶다 말한다. 두려워 하느라 미처 해보지 못한 일들도 맘껏 해보며 값진 경험들을 차곡차곡 쌓고 싶다 말한다.


우리의 행동 패턴이 얼마나 큰지에 따라 우리의 내일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매일 같은 테두리 안에서 반복적인 삶을 살며 지루한 삶이라 말하지 말고, 더 많은 것들에 도전하며 새로운 매일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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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듦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결국 중요한 것은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노인들은 이제껏 그들의 인생을 살아오면서 크고 작은 굴곡을 지나고 삶의 쓴맛 단맛을 다 경험하며 성실하게 자신의 운명을 개척해 왔다.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나아가면 된다. 우리가 어린 시절부터 쭉 그래왔듯이. 다만 '내 인생은 결국 내 책임'이라는 사실 하나만 정확히 알고 있으면 된다.

24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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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듦에 대해 큰 두려움이나 거부감을 갖는 이들이 있는데 그런 이들에게 전하고 싶다. 나이 듦이란 여태껏 살아온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것이라고. 그저 여태 그래왔던 앞으로도 쭉 그렇게 나아가면 되는 것이라고. 이미 우리들은 태어난 이후로 나이 들어왔고, 그것이 현시점이라고 해서 별반 다르지 않은 것이라고.


다만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하는 것은, 내 인생은 내 책임이기에, 살아온 날들에 대해서는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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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에 미칠 줄 알면 다른 것에도 미칠 수 있다. 열애에 빠진 사람에게 세상이 신비롭고 아름답게 보이는 것처럼. 어느 하나에 미치게 되면 세상과도 연애를 하게 된다. 그리고 내 안에서 피어오른 열정은 나와 다른 사람들과 세상, 그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볼 수 있게 만든다.

(...)

어떤 것에 미친다는 것은 열정을 가진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 열정을 행동으로 옮긴다는 뜻이다.

(...)

그러니 한 번쯤은 일이든, 취미든 인생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일에 당신을 다 던져 보라. 미치도록 무엇엔가 열중했던 경험은 당신이 훗날 무엇에든 도전하고 성취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또한 살아 있음의 환희를 당신에게 안겨 줄 것이다.

255~25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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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돌아보았을 때 한 번쯤 무언가에 미쳐보는 경험은 짜릿함을 선사한다.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준다. 누군가는 시간을 허비하는 일이라고, 허무한 일이라고 말할지 모르지만, 그 경험이 훗날 어떤 식으로 삶에 도전의식과 성취감을 전해줄지는 아무도 모른다.


어떠한 조건도 따지지 않고, 그저 좋아하는 일,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일에 뛰어든다는 것은 평생 마음에 남는 일을 가슴에 새기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죽음을 앞뒀을 때 평생 잘한 일로 기억될 그 무엇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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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믿는다. 지금 겪는 고통이 끝이 없어 보인다 해도 당신은 분명 자신을 추스른 다음 움직일 것이고, 하루하루를 이겨 낼 것이고, 다시금 앞으로 나아갈 거라고. 그러니 힘든 상황을 헤쳐나가고 싶다면 가장 먼저 당신이 스스로를 믿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면 지금껏 그래왔듯 당신 내부에 잠재돼 있던 놀라운 힘을 든든한 지원군으로 삼아 어디든지 갈 수 있을 것이다.

26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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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순간에도 내가 나를 믿어주면 무슨 일이든 헤쳐나갈 수 있다. 하지만 내가 나를 포기해버리면 그다음은 장담하기 어렵다.


삶은 바다와 같아서 잔잔하다가도 불현듯 거대한 파도를 불러일으킬 때가 있다. 이럴 때 내가 나를 믿고 있다면 파도를 뚫고 일어날 수 있는 희망은 언제든 존재한다. 그러므로 어떤 순간에도 나를 믿자. 삶의 키는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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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바로 순간순간의 삶 속에 있다. 지금 이 순간을 충분히 느끼고 감사하면서 살 수 있다면, 내가 세상을 떠날 때 내 손을 잡고 나를 다독여 주며 나의 공포를 나눠 가질 사람을 만들 수 있다면, 그의 손에 내가 이제껏 들고 있던 삶의 바통을 넘겨줄 수만 있다면 죽음이 그리 두렵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죽음은 끝이 아니라 삶의 연속된 한 부분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다면, 죽음은 오히려 내 인생을 최종적으로 완성시키는 과정이 될 것이다.

27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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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는 죽음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그럼에도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마주하는 것에 대해서는 피하려고만 한다.


저자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에 대해 매 순간 삶을 느끼고 감사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것만이 해법이라 말하며, 여기에 더해 죽음을 끝이 아니라 삶의 연속으로 본다면 두렵지 않을 것이라 말한다.


보통 우리가 죽음을 이야기할 때 두렵다 느끼는 것은 살아생전 무언가를 해내지 못한 것, 충분히 누리지 못한 것에 대한 미련, 혹은 알지 못하는 사후 세계에 대한 두려움에서 기인하는 것이므로, 일상 속에서 온전히 삶 그 자체를 느끼며 산다면 두려움 또한 사라질 것이라 말한다.




환자들을 상담하며 느낀 간접경험과 파킨슨병을 앓으며 여러 차례 수술을 감행하며 몸소 느낀 직접 경험이 더해진 이야기는 마음에 깊은 울림을 전한다.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다시 인생을 살 수 있다면 이것만은 놓치지 않으리라 다짐하는 이야기 속에는 진심 어린 깨달음과 어떤 결연함이 느껴진다.


마흔셋, 파킨슨병을 진단받지 않았다면 어쩌면 저자는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자신의 성과에 만족하며 그냥저냥 살았을 것이다. 역할에 충실하며 바쁜 하루에 녹초가 되어도 늘 그렇듯 일상이라 생각하고 살았을 것이다.


하지만, 인생은 마음처럼 흘러가지 않았고 자신을 혹독하게 다루었던 모든 날들이 한꺼번에 몰아치며 파킨슨병이라는 독으로 다가온다.


병마에 대해 알게 되었을 때 어쩌면 여느 누군가처럼 문 걸어 잠그고 모든 것을 포기한 삶을 살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불현듯 누워있는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 저자는 또 다른 삶을 계획하게 된다.


해야만 하는 일보다 하고 싶지만 계속 미뤄둔 일을 우선하게 되면서 책도 내고, 강의도 나가고, 병원 일도 더 열심히 하게 된다. 삶을 더 깊숙이 들여다보며 하루하루를 감사하며 새로운 나날들을 보내게 된다.


덕분에 병의 진행은 더뎠고 22년간 파킨슨병을 앓으면서도 유쾌한 삶을 이어나갈 수 있게 된다.


인간은 어리석게도 이렇듯 큰 병에 걸리거나 죽음이 코앞에 닥치고서야 얼마나 삶을 허비하며 살았는지를 깨닫게 된다. 그제야 중요한 가치가 사실은 우리가 놓친 일상에 있음을 알게 된다.


저자는 이렇듯 나중에 후회할 이들을 위해 자신의 경험에 빗대어 인생 교훈을 전한다. 고민하느라 인생을 허비하지 말라고, 보다 다양한 경험과 도전을 통해 재미있게 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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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내려놓으니 내가 좋아졌다
네모토 히로유키 지음, 최화연 옮김 / 밀리언서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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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삶, 더 잘 사는 삶을 위해 일본의 인기 상담사는 마음 훈련법을 제안한다. 특히 그녀는 일본인들의 특성과 국민성을 언급하며, 가장 나다운 삶,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결국 내 마음을 잘 다스려야 한다고 전한다.


그녀가 제시하는 훈련법을 살펴보면 대체적으로 SNS 시대에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무난하게 참고할 수 있는 부분으로 확인되지만, 특히 일본인들에게는 더 특화된 훈련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저자가 제안한 내용 중에 자신에게 적용되는 비슷한 사례가 있거나 마음을 다스리는데 참고가 될 내용들은 선택적으로 적용해 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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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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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이지만, 일본인 저자가 쓴 이와 비슷한 류의 책들을 여럿 읽으면서 공통적으로 느낀 점은 특징적인 것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훅 파고드는 내용도, 매력적으로 눈에 띄는 요소도 없다. 그저 잔잔하고 무난하게 읽기 좋은 정도의 내용만 담겨있다.


그래서인지 무난하게 다가오지만, 약간의 거리감은 느껴진다. 그냥 지나치고 나면 존재감 없이 잊힐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친구에 비유하자면 확 가까워질 수 없는 친구, 속 이야기는 절대 하면 안 될 것만 같은 친구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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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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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뉴스 등을 접하며 '일본인들은 왜 저럴까?'하는 생각이 문득문득 들 때가 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며 살짝 이해(?) 되는 포인트를 만날 수 있었다. 그런데 이것을 국민성이라고 이야기한다면, 어쩐지 영영 상대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다.


겉껍질은 멀쩡해 보이는데, 속은 이미 썩어 들어간 빚 좋은 개살구 같아서 고치거나 변화시켜보자는 마음보다 그냥 포기해버리는 게 더 낫겠다는 마음이 든다.


만약 대부분의 일본인들의 마음속에 이 책에서 언급한 형태의 국민성이 자리하고 있다면, 그들이 하는 말과 행동, 그들이 쓴 이런 책들조차 모두 허황된 이야기일 뿐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그토록 대를 이어 역사왜곡을 하고 있는 걸까? 항상 친한 척 굴다가 어느새 사기꾼같이 뒤통수 후려치는 일들을 일삼고 있는 걸까? 연이은 의문이 뒤따른다.




총 4개의 파트로 구성된 이 책은, 마음 훈련 방법으로 나를 온전히 받아들이는 법, 내 마음 들여다보는 법, 내 마음 가는 대로 행동하는 법, 나를 사랑하는 법에 대해 다루고 있다.


저자는 현대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이들이 겪는 여러 증상을 바탕으로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하며, 외부로 향해있는 시선을 내부로 가져와 '내'가 중심이 되어야 가장 나답게 행복해질 수 있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타인 눈치 보기, 무리해서 열심히 일하기, 늘 부족하다 느끼기, 내 감정이나 상태 무시하기는 그만 멈추라고 말한다.


그리고 가장 소중한 나를 위해 현실을 수용하고,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것을 해보라고 말한다. 쉬고 싶을 때 쉬기, 부족한 것 인정하기, 내 마음이 원치 않을 때 하지 않는 것 등을 꼽을 수 있다.


만약 지금 SNS에 펼쳐진 지인 혹은 친구의 모습을 보고 위축된 느낌을 받는다면, 남들은 쉬운 것 같은데 나만 힘들다 느낀다면, 성과를 올려도 부족하다 느낀다면, 열심히 일하지만 행복하지 않다고 느낀다면 어쩌면 당신은 기준점을 잘못 세웠기 때문일 수도 있다.


내가 나로서 행복해 위한 방법은 결국 타인이 아닌 '나'에게 있음을 인식하고 방법론 또한 내부에서 찾아보기를 추천한다.



<일본인들의 특징>


▶행복지수가 낮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지나치게 신경 쓰는 편이다

▶체면 차리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일본인들은 대체로 자신에게 지나치게 엄격하다

▶유독 자기 긍정감이 낮고 자기혐오가 강한 국민성을 가지고 있다



일본인 저자가 쓴 책이자, 일본인을 상담하는 상담사이기에 그녀가 언급한 일본인들의 특징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이 특징들이 고스란히 상담 내용에 반영되어 이 책에 녹아든 것은 물론, 이들의 내적 심리 요소가 어디까지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 수 있어 더 그렇다.


일본인들에게만 드러나는 특징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유달리 더 도드라지는 요소임에는 틀림없는 내용으로, 최근 들어 더 민감해지고 날카로워지고 있는 전 세계인들 모두 한 번쯤 생각해 봐야 할 내용이라는 생각도 든다.


개인적으로 일본인에 더 초점을 맞춘 이유는, 최근 불거진 특성이 아닌, 꽤 오래전부터 뿌리 깊이 이어져 온 사실에서 기인한다. 그래서 더 날카롭게 현대사회의 문제점들과 매칭하여 살펴보게 되었다.


특징 없이 읽어나가면 '그렇구나'하고 넘어갈 수도 있지만, 어쩐지 이번만큼은 그냥 그렇게 지나쳐지지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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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의 시선을 행동의 기준으로 삼기 시작하면 '주변에서 어떻게 생각할까?' '주위 사람들이 싫어하지 않을까?'하고 신경 쓰기 시작합니다.

(...)

'내 생각을 솔직히 말하면 다른 사람들이 비난할지도 몰라.'

이런 생각을 하며 자신의 말과 행동을 스스로 제한하기 시작합니다. 자신에 대한 삼엄한 감시가 시작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전혀 자유롭지도 행복하지도 않습니다. 매사 사회의 시선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무난하며' '평범하고' '딱히 해가 되지 않는' 행동밖에 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늘 남의 눈을 의식하며 행동하느라 스트레스가 쌓입니다. 그 스트레스는 결국 어디를 향해 분출될까요?


'내가 이렇게 하니 너도 이렇게 해!'

상대방에게도 자신과 같은 행동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자신의 기준에서 벗어난 사람들을 의미 없이 공격하기도 합니다. 인터넷상의 악성 댓글이나 과도한 비난이 그렇습니다. 이에 더해 코로나19 시대에 많이 등장한 표현이 '동조 압력'이라는 것입니다.


'다들 참고 있으니 너도 참아야 한다.'

이 또한 암묵적 규칙 중 하나입니다. 사회의 시선이 이런 규칙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33~3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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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적 사상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빙빙 돌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물씬 드는 문장이다. 더불어 앞서 일본인들의 사상을 이해(?) 할 수 있을 것 같다 말했던 부분 또한 이 부분으로, 많은 것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게 만든다.


타인의 시선을 신경 씀으로 인해 미치는 영향력이 한 개인에 그치지 않고, 사회 전체로 확산되는 형태로 서술되는 글을 보니 일본인 사회의 어긋난 부조리가 어디에서 기인했는지 알 것만 같다.


보통은 스트레스가 쌓인다에서 끝나고 이것이 개인의 행동반경 안에서 부정적 행동(움츠러들거나 피하거나)으로 나타난다에서 그치는데, 이 책에 서술된 내용을 보면 어긋난 마음이 타인에게 잘못된 방향으로 뻗쳐 나가며 의미 없는 공격과 과도한 비난, 동조 압력을 부추기거나 암묵적 규칙이 만들어져 사회에 퍼진다는 점에서 무섭게 다가온다.


과도한 한혐이나 우기기 등의 모습들이 어쩌면 이렇듯 사회에 기준을 두면서 시작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이로써 외부에 시선을 두기보다 나 자신에게 기준을 두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사회에 기준을 둔다고 해서 모두 다 이런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겠지만, 이미 앞선 사례를 통해 무서운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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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주의자와 완벽주의자는 자기가 할 수 없는 일을 자신에게 요구합니다. '지금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한다'를 바꿔 말하면 '못하는 것을 인정하는 용기'입니다. 이것을 제대로 인식하는 것만으로 마음이 훨씬 가벼워집니다.

5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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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나를 몰아붙이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때로는 못하는 것을 인정하는 용기도 필요하다. 이상적인 것, 완벽을 추구하는 것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나 나의 능력이 닿지 않는 것을 추구하느라 지금 당장의 행복을 포기하는 일은 어리석은 짓이다.


지금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며, 이루어낸 것에 대해 성취감을 갖는 것 또한 중요한 일이므로, 이것을 구분하여 적절히 삶에 적용해 보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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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자기 자신이 미운가요?'

'그렇게 자신에게 상처 주고 싶은가요?'

'그렇게 자신을 벌줘야 하나요?'


나 자신에게 소홀한 배경에는 '죄책감'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죄책감은 나 자신을 죄인으로 만들어 감옥에 가두어버립니다. 스스로에게 중노동을 부과하는 엄벌을 가하며 기쁨과 즐거움을 빼앗아가므로 삶이 재미없어 집니다. 자신에게 그토록 엄격한 것은 자신을 범죄자로 인식하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늘 매서운 눈초리로 자신을 채찍질하는데 어떻게 자신을 소중히 대할 수 있을까요?

소중히 대하기는커녕 끊임없이 자신에게 상처 주고 누구보다 스스로에게 소홀합니다.

이처럼 자신을 소중히 여기지 못하는 사람이 과연 행복할 수 있을까요?

7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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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엄격히 관리하는 것이 가끔 필요할 때도 있지만, 문제는 지나치다는 것에 있다. 타인에게는 오히려 너그러운 면모를 보이면서, 스스로에게는 왜 작은 잘못조차 용납하지 못하는가?


너무 나를 다그치거나 스스로가 만든 규칙에 얽매여 버리면 행복은 날아갈 수밖에 없다. 자신의 실수 혹은 상황 때문에 일정과 생각에서 벗어났다고 해서 세상은 무너지지 않는다. 그것 때문에 하루 종일 죄책감에 휩싸여 하루를 망치는 일은 이제 그만두자.


피곤하면 일정을 취소하고 잠을 더 잘 수도 있고, 마음이 갑자기 바뀌면 예상하지 못했던 일을 할 수도 있다. 그때그때 내 마음이 이끄는 대로, 나를 소중히 여기며 행복을 좇아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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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실하게 노력하는 사람'이라고 하면 당연히 좋은 이미지를 떠올릴 것입니다. 하지만 그 성실함이 자기 마음을 무시하고 자신을 매섭게 채찍질하는 것이라면 무턱대고 좋게만 볼 수는 없겠지요.


지금 스스로를 채찍질하느라 당신의 마음이 비명을 지르고 있지는 않습니까?

7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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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적으로 긍정적 이미지로 인식되는 말이 때로는 한 사람을 채찍질하는 요소로 작용할 때가 있다. 너무 큰 기대 속에 자리한 굳혀진 이미지는 사람을 피폐하게 만든다.


착한 사람, 노력하는 사람, 베푸는 사람과 같은 긍정적 이미지 속에 파묻혀 스스로가 그 이미지 속에 들어가려 하지 말자. 타인이 좀 실망하면 어떤가?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대로 부디 살아가기를 바란다.



=====

장기간에 걸친 일을 할 때 처음 시작 단계에서는 두려움을 활용해도 좋지만 일단 시작한 후에는 목표를 향한 '애정'이 필요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애정은 기쁨, 즐거운, 흥, 유쾌함과 같은 긍정적인 감정을 의미합니다.


(...)

'두려움에서 비롯된 노력'은 실패하기 쉽습니다. 그러니 '어떻게 하면 재밌게 할 수 있을까?'하고 꼭 한 번 생각해 보세요. 분명 스스로 행복해지는 좋은 연습이 될 것입니다.

11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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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을 기반으로 하지 않는 일은 이내 곧 실패하기 마련이다. 특히 장기간에 걸쳐 진행되는 일이라면 더 그렇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일을 하라고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데, 돈이나 의무감, 두려움에 바탕을 둔다면 한동안은 속도감을 낼지도 모르나 이내 엔진이 꺼져버릴 것이 자명하다.


이제는 '지금 다이어트에 성공하지 않으면 평생 연애할 수 없을 거야'라든지, '지금 시험에 합격하지 못하면 평생 실패자가 될 거야'와 같은 두려움에 기반을 둔 노력보다 '다이어트에 성공하면 몸도 건강해지고 원하는 옷 마음껏 입어야지'라던가 '시험에 합격하면 걱정 없이 여행 갈 수 있을 거야'와 같은 행복해지는 생각으로 목표를 향해 나아가 보자.



=====

자기긍정감이 중요한 이유는 '지금 자신이 있는 곳(현재 위치)'을 파악하고 받아들이는 일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자신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해야 목적지까지 최적의 경로를 찾고 어떻게 행동할지를 결정할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에게는 쉬운 일이 지금 내게는 어렵다'는 생각 그 자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그럼 나는 이제부터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목적지를 설정할 수 있습니다. 그럼 목적지를 향해 출발할 수 있는 상태가 됩니다.

(...)

'어쩔 수 없지. 그게 지금의 나니까'라고 우선 지금의 나를 받아들이세요. 그러면 '이제 어떻게 할까? 어디를 향해 나갈까?'하고 다음 행동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152~15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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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내 상태를 명확히 안다는 것만큼 좋은 시작점도 없다. 문제는 아무것도 나 자신에 대해 모른다는 점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내가 가지고 있는 것과 가지고 있지 않은 것들을 명확히 파악하고 있다는 것은, 곧 확실한 방향과 목표 설정을 할 수 있다는 말과 같다.


지금의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사랑하고 인정하자. 이후에는 보다 쉽게 그것을 채워나가는, 방법을 찾아나가는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행복에 가까워지는 마음 습관 훈련을 저자가 이 글을 쓴 배경(일본의 국민성)과 함께 살펴보았다. 단순히 마음 훈련 습관을 보자면, 그저 행복을 찾는 기준을 외부가 아닌 내부에 두자는 것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글이 쓰인 배경과 연관 지어 살펴보면 조금 더 깊게 들여다보게 된다. 스쳐 지나가듯 넘기는 내용들을 다른 각도에서 검토해 보게 된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나 자신을 너무 바닥에 내려두지 않았으면 하고 바라게 된다. 타인의 시선에 신경 쓰느라 나를 내버려두거나, 체면 때문에 내 욕망을 무시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더불어 타인에게 유한만큼 나 자신에게도 유한 태도로 돌보아 주었으면 좋겠다.


나를 사랑하는 것, 나를 좋게 보는 마음가짐을 바탕으로 자기혐오에 빠져드는 일에서 멀어졌으면 좋겠다. 이 모든 것들이 지켜진다면 행복지수는 급격히 상승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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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층 입원실의 갱스터 할머니 - 남몰래 난치병 10년 차, ‘빵먹다살찐떡’이 온몸으로 아프고 온몸으로 사랑한 날들
양유진 지음 / 21세기북스 / 2024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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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이 책의 제목을 보고 어느 힙한 할머니에 대한 이야기인가 보다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책을 읽고 보니 제목은 그저 거들 뿐 10년 동안 난치병 환자로 살아온 20대 저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에세이였다.


그래서인지 어떤 면에서는 힙한 할머니를 연상시키는 제목이 좀 생뚱맞다는 생각도 들었다. 생각하기에 따라 전혀 상관없는 제목이면서 또 한편으로는 완전 상관있는 제목이기도 한 갱스터 할머니에 대한 사연은 본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여태 어떤 책을 읽어도 책 제목에 대해 그다지 궁금하지도 '왜'라는 의문이 든 적도 없는데, 유독 이 책은 내용과 제목의 갭이 커서인지 읽고 난 후에 더 호기심이 일었다. 그래서 제목의 탄생 배경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두 가지로 의견이 좁혀졌다.


첫 번째는 이 책을 출판한 마케팅 담당자 혹은 출판담당자가 임팩트 있는 제목을 고민하다가 갱스터 할머니라는 단어에 꽂히면서 탄생하게 된 제목이 아니었을까 추측해 본다.


두 번째는 저자가 지금의 이 모든 것들을 시작할 수 있게 된 동기가 바로 고층 입원실의 갱스터 할머니였기에 여기에서 착안해 지금의 제목이 탄생한 것은 아니었을까 하고 추측해 본다. 지금의 자신을 있게 한 시작이자 어쩌면 되고자 하는 사람. 저자에게 있어 갱스터 할머니는 어쩌면 시작과 목표라는 정의로 대변되지 않았을까?



총 4부로 구성된 이 책은, 저자의 루푸스 최초 발병 시기부터 치료 과정을 거쳐 현재 이야기로 연결되며 이내 가족 이야기로 마무리되는데, 투병기라고 말하기에는 에너지가 너무 충만해 투병기라는 말보다는 '나를 발견하고, 내 몸과 친해지는 시간'이라고 말하고 싶다.


책에서는 담담히 아무렇지 않은 과거 시제의 일로 유쾌하게 마무리 지었지만, 짤막하게 요약한 한 줄에서 느껴지는 당시의 긴박함과 심각한 상황들은 이루 다 말로 할 수 없을 정도로 고통스러운 시간이었을 것이다. 더불어 현재도 완치가 아닌, 진행 중인 상황이기에 쉽지 않은 기록이었을 거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참 맑고 따뜻하고 밝게 그 모든 시기를 이겨낸다. 한때 가족들에게 짜증을 부리기도 하지만, 자신의 신체조건을 핑계로 도망가거나 포기하지 않는다.


타인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거울처럼 비춰보며 성장과 발전을 이루어 내기도 하고, 꿈을 꾸며 원하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성큼성큼 내딛는 모습에서 강한 에너지가 느껴지기도 했다.


스물다섯! 보통은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할 것들 사이에서 방랑과 방황의 시기를 겪게 되는 나이지만, 그녀는 일찍이 겪은 일들로 인해 오히려 안정세를 이어나가고 있는 상태다.


중학교 3학년, 갑작스럽게 다가왔던 루프스(난치성 자가면역 질환)와의 만남으로 인해 죽을 고비도 넘기고, 많은 것들에 제약을 받기도 했지만 때문에 더 자신과 가까워지고 친해지는 법도 알게 되었다.


배우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까지 끊임없이 크리에이티브 한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는 양유진(일명 빵먹다살찐떡)의 이야기를 통해 움츠러들었던 마음의 날개를 활짝 펴고 날아오를 수 있었으면 좋겠다.



***


이 책은 저자가 10년 동안 난치병 환자로 살아오며 겪은 일련의 일들에 대해 담고 있는 투병기로, 크게 세 가지 주제를 담고 있다.


첫 번째는 루프스(난치성 자가면역 질환) 투병기, 두 번째는 자신을 일으켜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세 번째는 꿈에 대한 이야기를 꼽을 수 있다.


어린 나이부터 꽤 오랜 시간 투병 시간을 보냈음에도 털털하고 쾌활한 면모로 자신이 배운 인생 교훈을 담담히 전하는 그녀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삶을 어떻게 보고 대할 것인가에 대해 숙고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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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프스(난치성 자가면역 질환) 투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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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중학교 3학년 2학기 겨울, 별명이 갑자기 '바나나 소녀'로 바뀌는데, 그 이유는 피부가 바나나처럼 노랗게 익어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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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낮없이 지속하던 공부와 부실한 식습관으로 인해 내 얼굴은 급속도로 바나나가 되어가기 시작했다. 굴하지 않고 여느 날과 같이 학원에 가기 위해 눈을 떴는데 앞이 보이지 않았다. 엄마를 불러 일어날 수 없다고 이야기했지만, 양치기 소년처럼 이전에도 계속 힘들다고 노래를 불러온 업보로 엄마는 대수롭지 않게 넘기며 얼른 일어나라고 다그쳤다.

1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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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마침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이모가 걷는 모습이 이상한 것을 보고 생각보다 심각할 수도 있겠다며 저자를 데리고 집 앞 소아과 병원으로 가게 되고 그곳에서 피검사를 하게 된다.


대기실에 앉아 결과를 기다리고 있던 저자를 향해 간호사 선생님은 휠체어를 밀고 뛰어왔고, 이어 의사 선생님은 저자에게 검사 결과를 보여주며 살아있는 게 기적이라고 말하며, 당장 대학병원으로 가야 한다고 말한다.


이 소식을 듣고 놀란 엄마가 병원으로 달려와 급히 대학병원 응급실로 향했지만, 아쉽게도 당시 병명은 '알 수 없음'으로 판명된다.


정확한 병명을 알 수 없자 입원 후 정밀 검사를 진행하면서 골수 검사까지 받게 된다. 그렇게 온갖 검사 결과 나온 병명은 난치성 자가면역질환 '루푸스'로, 나를 보호할 면역체계에 이상이 생겨 아무 문제 없는 건강한 내 몸을 스스로 공격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바나나와 같이 변한 이유는 황달 때문이었다.


보통 자가면역질환 증상 중 네 가지 이상이 나타나야 루푸스라는 병명으로 불리는데, 당시 저자는 혈액에만 이상 반응이 있었기에 루푸스는 아니었지만 안타깝게도 그 이후로 증상 도장 깨기에 성공해 루푸스 진단을 받게 된다.


루푸스는 난치성이라는 무서운 병명과 달리 생존율이 90퍼센트나 되는 생각보다 온순한 병이었기에 생존해 나가는 과정이 매우 불편하지만 함께 잘 살아가면 되는 질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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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정말 아무렇지도 않았다. 나는 타고나기를 과도할 정도로 긍정적인 사람이었다. 너무 긍정적이야.

(...)

아무리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나도 묵묵히 받아들이고 그 상태에서 즐거움을 찾으려는 내 모습이 사실 때로는 너무 안쓰럽기도 했다.

(...)

하지만 위기를 잘 견뎌내는 나만의 방식이기에 그런 내 모습도 나는 나름 괜찮고 멋지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해소되지 않는 버거움은 창작으로 풀어보려 했다. 다행히 그림이나 영상같이 내가 표현할 수 있는 것들이 있었다.

20~2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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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나이에 루푸스로 진단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씩씩하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면모는 또래 아이, 아니 어른이 된 사람들도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면서 또 한편으로는 그런 자신의 모습이 안쓰러웠다고 말하는 부분에서, 그리고 그런 자신의 모습마저 포용하고 수용하는 자세를 보며 참 멋진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어쩌면 이런 과정들을 반복적으로 겪어나가며 '나'라는 사람에 대해 끊임없이 들여다보고 또 파악해 가는 과정을 겪은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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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작용을 계기로 외모에 대한 내 생각을 고쳐먹었다. 외모로 평가받기 싫은 만큼 나도 다른 사람을 외모로 평가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또한 이런 내 외모도 하나의 특별함이 될 수 있으니 자신감을 갖자고 마음먹었다. 그 외에도 내 안에 있을 여러 가지 장점들을 찾아 나서기로 했다.


꾸준한 운동과 관리를 통해 부작용이 점차 사라지면서 나의 대인기피증과 우울증도 사라졌다. 그 과정에서 오히려 나를 받아들이고 성장시키는 긍정의 힘을 얻었다. 또한 외모가 그 사람의 전부가 아니라는 하나의 깨달음은 사람을 제대로 볼 수 있는 눈을 갖게 해주었다.

28~2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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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푸스라는 병을 앓게 되면서 저자는 급격히 변하는 외모에 한동안 적응하지 못한다. 그렇게 우울증과 대인기피증을 앓으며 자신감이 바닥을 치던 때도 있지만, 생각의 전환을 통해 외모로 사람을 판단하는 어리석은 생각을 과감히 뜯어고치게 된다.


더불어 자신만이 가진 특별함과 장점을 찾고,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방법들을 실천하면서 점차 긍정의 힘을 얻게 된다. 이에 더해 사람을 제대로 보는 눈도 덤으로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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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나의 모습이라도 각자의 취향과 원하는 것에 따라 얼마든지 다르게 볼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내가 나의 그런 구석들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스스로 칭찬한다면 어떨까? 타인의 말 한마디에 콤플렉스가 될 수도 있는 부분을 좀 더 깊이 있는 인식과 사고의 전환으로 잘 지켜낼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러면 나의 콤플렉스를 오히려 사랑하고 예뻐하며 잘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33~3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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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모습을 두고도 어떤 이들은 좋다 말하고, 또 어떤 이들은 나쁘다 말한다. 그렇기에 타인의 시선과 기준에 두고 나를 판단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명확한 기준점이 없기 때문이다.


이럴 때 내가 나의 모습을 깊이 들여다보고 나의 취향과 기준에 따라 판단해 보면 어떨까?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해 주고 자랑스러워하며 콤플렉스조차 사고의 전환을 통해 다르게 바라본다면 어쩌면 나는 있는 그대로 꽤 괜찮은 사람이 될지도 모른다.


더불어 그런 사고로 나를 존중하고 지켜본다는 것은 곧 타인의 시선에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어디서든 당당하고 빛나는 나로서 존재할 수 있다는 말과 일맥상통함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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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는 가장 빛나고 있다. 지금 내 모습을 사랑하면 내일도 사랑할 것이고 지나간 어제도 사랑하게 될 것이다. 내 모습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지금의 내 모습에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면 좋겠다. 여유가 생기면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한마디 해주길 부탁한다.


"너 지금 빛나."

68~6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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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루푸스 병을 통해 절망과 좌절이 아닌, 희망을 엿보게 된다. 그러면서 지금의 나를 사랑하는 것이야말로 후회 없는 삶을 사는 것임을 깨닫게 된다.


저자는 말한다. 지금 당신이 빛나고 있다는 것을 아는 채로 살라고, 그리고 어떤 상황과 상태에 놓여 있더라도 지금을 사랑하고 즐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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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박을 내려놓는 방법을 잘 몰랐던 나는 일단 반대로 생각해 보기로 했다.


무조건 잘해야만 한다는 생각을, 한 번의 실수는 오히려 인간미를 보여줄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으로 고쳤다. 좋은 대학교에 입학해야만 한다는 생각을, 나와 같은 연기 괴물은 연기과 생태계 균형 조절을 위해 운명이 정해줄 거라는 생각으로 돌렸다. 매 순간 완벽한 사람이 아니라 매 순간 완벽하지 않은 사람이 되어보려 했다. 이런 장난스러운 나의 시도들은 생각보다 효과가 좋았다.

9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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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에 걸리면 없던 강박도 생기게 마련인데, 이번이 아니면 다음 기회는 없다는 생각, 외모가 달라 자신감이 없다는 생각, 병 때문에 쉽지 않을 거라는 생각. 이 모든 것은 생각의 전환으로 또 다른 기회를 창출할 수도 있음이다.


건강한 사람들조차 면접이나 오디션, 발표 자리와 같은 남들 앞에 자신을 내보여야 하는 장소에 놓이게 되면 때로 과한 긴장감이나 강박에 사로잡혀 정작 준비한 것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때 잠시 깊게 숨을 내쉬며 반대로 생각해 보자.


이런 생각의 전환은 마음의 여유를, 숨겨진 매력을 이끌어 내어 더 나은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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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 입학한 이후부터 지금까지 나는 뭔가 잘못되고 있음을 감지하면 뒤늦게라도 왜 그렇게 느꼈는지를 파악하려 애쓴다. 나도 모르는 새로운 강박이 생기진 않았는지 혹은 나도 모르게 불편한 뭔가가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한다. 좀 더 편하게 모든 걸 즐기고 싶기 때문이다. 나는 계속해서 A4 용지를 펼치고 해답을 찾으려 한다. 해답이 나오지 않더라도 내 상태를 파악해 보려 적은 여러 가지 문장들을 들여다보면 나라는 사람을 좀 더 깊이 있게 알 수 있다.

9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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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병을 앓게 되면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게 된다. 남들보다 떨어지는 체력을 보완하기 위해 끝까지 버텨보기도 하고, 타인에게 민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 숨기고 숨기다 결국 다시 병원 신세를 지게 되기도 하며, 이상을 감지하지만 무시하며 넘기다 결국 더 큰 화를 입게 되기도 한다.


그렇게 여러 경험을 통해 자신만의 해법을 마침내 발견하게 되는데, 이상이 감지되면 무시하기보다 A4 용지에 문제점을 적고 해답을 찾으려 노력하면서 자신을 더 들여다보게 된 것이다.


그렇게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되면서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어떻게 보이고 싶어 하는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 등을 알게 되면서 비로소 온전히 나를 지켜나갈 수 있게 되었다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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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를 일으켜준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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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고층 입원실의 갱스터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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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볼일 보는 것마저 고군분투해야 하지만 주변 사람들이 번거로울까 봐 애써 도움을 거절하는 모습, 삶에 대한 미련은 없어 보이는데도 알뜰살뜰 생활하는 모습, 주변 사람들이 못되게 굴어도 그럼에도 내 사람이라고 여기는 모습, 아픔과 고통을 끌어안고도 묵묵히 견뎌내는 모습은 나를 한동안 허망하게 했다.


처음 접한 한 사람의 인생 이야기가 이렇게까지 사무치다니. 작은 손길조차 건네지 못한 나의 행동이 못내 아쉬웠다. 할머니들의 인생 이야기는 아직 어린 나에게 조금 벅찼지만, 내 삶의 모양만을 바라보며 아래로 아래로 가라앉고 있던 내게 좀 더 많은 것을 이해할 수 있게 해주었다.

56~5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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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고층 입원실에 머물며 할머니들과 한 병실을 썼던 저자는 커튼을 뚫고 들어오는 할머니들의 대화를 통해, 보고 듣고 느낀 것들로 인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된다.


특히 갱스터 할머니가 삶을 바라보는 태도와 마음가짐에서 많은 것을 깨닫게 되면서 세상을 향한 염세주의는 사라지고, 지금 당장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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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 초라해 보이지만 왠지 모를 단단함이 느껴지는 이분을 저자는 갱스터 할머니라고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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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공감하며 조금이라도 괜찮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방법을 모색하게 되면서, 유튜브와 틱톡,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크리에이터로 성장하는 계기가 된다.


이외에도 각자의 모양에 맞게 살아가는 삶의 모습에 대해 부정적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는 점을 배우게 되면서 한층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2.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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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란 거창한 무엇이 아니다. 그저 같이 있는 것, 다양한 것을 나누는 것, 서로에게 살아갈 힘을 불어넣어 주는 것, 때로는 배우고 때로는 알려주는 것이다. 사회에 나와서도 학창 시절처럼 끈끈한 친구가 얼마든지 생길 수 있다.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미숙한 구석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런 부분을 찾아내 조금씩 채우며 살아가는 것, 그게 진짜 맛있게 사는 것 같다.

19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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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저자는 친구의 범주를 아주 좁게 보았다. 아주 가까이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나눌 수 있는 사람. 그러다 생각의 전환을 통해 친구의 범주를 확장하게 된다. 덕분에 사회 속에서도 다양한 친구를 가지게 된다.


그러면서 같이 있는 것, 다양한 것을 나누는 것, 살아갈 힘을 불어넣어 주는 것, 때로는 배우고 때로는 알려주는 각각의 사람들을 친구의 범주로 넣게 되면서 맛있는 삶을 살게 된다.


덕분에 살아갈 또 다른 힘을 얻게 된다.



3.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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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다 헷갈리는 일이 생길 때면 나는 둘째를 찾아가곤 한다. 내게 없는 진중한 모습을 가진 희수를 볼 때면 나도 동생들에게 모범을 보이고자 노력하게 된다.

(...)

나는 둘째를 생각하면 한없이 고맙고 미안하다. 또 그래서 나의 좋은 자극제가 되기도 한다.

22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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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걱정되었던 유현이가 비로소 하고자 하는 걸 찾은 후에 건강하게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꿈이 주는 힘을 느낀다. 기특한 막내 곁에서 내가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많이 고민한다.

23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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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병을 이겨내고 지금의 자신으로 살아갈 수 있는 데에는 가족의 힘이 컸다. 아픈 맏이로 인해 희생해야 했던 동생들과 이들을 돌보며 힘든 나날을 보냈을 부모님 덕분에 저자는 이제 자신의 꿈을 이루며 살 수 있게 되었다.


한동안은 아마 꽤 힘든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손길이 닿지 않는 곳에서 소외감이나 외로움도 느꼈을 것이고, 날카로운 감정에 베이고 다치면서 방황의 시간도 가졌을 것이다.


그렇게 부딪혀가며 서서히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듯 퍼즐이 완성된 시점에는 이제 하나의 완연한 그림처럼 마침내 편안한 시간이 찾아왔다.


그 과정을 겪으며 저자는 첫째 동생 희수에게는 고마움과 미안한 마음을 가지는 동시에 이제는 든든한 울타리 같은 느낌을 받는다. 둘째 동생 유현에게는 안쓰러운 마음과 동시에 힘이 되고 싶은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일에만 빠져있던 엄마도 루푸스라는 병을 앓게 된 딸과 함께 하며 화해의 시간을 가지게 된다. 엄마와는 완전히 다른 방법으로 세 남매를 품어주는 아빠 덕분에 힘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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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경험은 꿈을 갖게 한다. 내가 살면서 어떤 부분을 채우며 살아가고 싶은지, 나를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게 하고 싶은지 말이다. 나는 이 글을 읽는 분들이 직접경험이든 간접경험이든 많이 해보고 많이 느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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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경험이든, 나쁜 경험이든 경험은 나의 또 다른 면을 보게 만든다. 덕분에 경험은 내가 부족한 부분, 잘하는 부분, 좋아하는 것들을 발견하고 성장시키게 만든다.


두렵다는 이유로, 귀찮다는 이유로 피하기보다, 세상 많은 것들을 해보고 느끼며 나를 알아가는 시간을 가져보자! 그 경험으로 내일의 나는 오늘의 나보다 더 풍성한 경험을 가지고 성장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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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낭만과 취향, 원하는 일, 그리고 삶의 모양 모두 꿈이다. 이것들을 품고 느끼며 살아가는 삶은 매우 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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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단 꿈에 젖어 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단꿈에 젖어 사는 삶은 생각보다 그리 어렵지 않다. 자신의 낭만, 취향, 원하는 일, 삶의 모양을 내가 원하는 방향에 맞춰 살면 그것이야말로 단 꿈에 젖어 사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지금 당신은 어떤 낭만과 취향을 가지고 있는지, 또 어떤 삶의 모양으로 살고 싶은가? 그것을 발견하는 것에서부터 단 꿈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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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 뭐라고 이렇게 상처받고 생각도 많이 꼬이는지 참 요망하다. 그럼에도 나를 끊임없이 성장시켜주는 내 꿈이 너무 좋고 앞으로도 계속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꿈을 현실로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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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덕분에 웃고, 울었던 저자는 때로 꿈 때문에 생각이 많아진다고 한다. 그럼에도 꿈이 있어 너무 좋고, 앞으로도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꿈을 현실로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는 저자의 모습에서 나 역시 비타민 같은 에너지를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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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까 말까, 이럴까 저럴까 고민하는 건 그만큼 잘 살고 싶어서인 것 같다. 손해 없이 실패 없이 완벽하게 잘 살고 싶은 마음에 더욱더 신중해지는 것이다. 그렇지만 만일 그때 내가 생각과 고민에 치여 용기조차 내지 않았다면 지금껏 무엇을 이루었을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할까 말까'가 아닌 '해볼걸'로 후회가 가득가득 남아 있었을 것이다. 물론 '와, 안 해서 진짜 다행이다' 싶은 경우도 있겠지만 여러 경우의 수가 걱정되어 도전하지 않고 있는 거라면 일단은 해보는 게 제일 좋은 선택이라는 걸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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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를 꿈꾸고 있다면, 할까 말까 망설이고 있다면 '해보기'를 권하고 싶다. 물론 안 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일도 가끔 있겠지만, 그럼에도 '해볼걸'하고 후회하는 일보다 많지는 않을 것이다.


해본다는 것은 결국 도전한다는 말이고, 도전한다는 것은 어떤 것을 경험한다는 말로, 이것은 곧 또 다른 기회를 창출한다는 말과도 같다.


도전해야 기회가 생기고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저자가 만약 고층 입원실의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냥 거기서 멈췄다면 과연 지금의 그녀가 있을 수 있을까? 100만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었을까?


개인적으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꿈꾸던 것을 시작함으로써 또 다른 기회 창출을 만들어냈고, 이것이 연결되고 또 연결되면서 지금의 크리에이터 '빵먹다살찐떡'을 만들어 낸 것이다.


당신도 할 수 있다. 꿈꾸는 것에 도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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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복잡해지면 그렇게 커피를 찾는다. 종이와 펜을 들고 가 혼자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면 한 시간 내에 모든 생각이 정리된다. 각성을 위해 한 잔, 생각 정리를 위해 한 잔, 휴식을 위해 한 잔을 마신다. 건강을 위해 마시는 양을 조절해야겠지만, 나에게 커피는 삶을 더 힘차게 살아갈 수 있게 도와주는 음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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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 때 위로가 되어주고, 힘이 되어 주는 나만의 음식이 있는가? 저자는 자신의 삶에 활력을 주는 음료로 '커피'를 꼽는다. 생각이 복잡할 때, 휴식이 필요할 때, 각성이 필요할 때 저자는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자신만의 시간을 갖는다고 말한다.


꿈을 이루어나가는 과정에는 무수한 어려움이 뒤따른다. 이럴 때 나를 위로해 주고, 힘을 주는 힐링 음식을 통해 잠시 쉼을 가져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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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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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내내 자꾸만 무언가를 하고 싶어 엉덩이를 들썩이게 만들었던 이 책은 나에게 또 다른 도전을 하게 만드는 계기를 만들어주는 동시에, 행동하도록 부추겼다.


생사를 오가는 상황을 겪으면서도 꿈을 잃지 않고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이지 않는 저자의 이야기에서 강렬한 에너지를 느꼈다.


무릇 사람은 큰일을 겪고 나면 철이 들거나 삶의 관점이 크게 바뀐다는 말을 하고는 하는데, 어쩌면 저자 역시 그런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저자는 중학교 3학년이라는 어린 나이에 발병한 루푸스로 인해 많은 고생을 하며, 삶의 관점을 다르게 가지게 된다. 가족과도 마음으로 다가설 수 있는 관계를 구축하게 되고, 사회 속에서도 다양한 친구를 가질 만큼 범위가 확장된다.


병이라는 핑계로 도망치지 않음으로써 무언가에 도전하는 것에 주저함이 없고, 생각의 전환을 통해 삶을 보다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가지게 된다. 여기에 더해 올바른 가치관, 이를테면 외모로 사람을 판단하지 않겠다는 결심을 하게 됨으로써 건강한 정신도 갖게 된다.


때때로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틱톡의 유명세로 곤란한 상황에 직면하기도 하지만, 이제는 자신만의 방법(A4 용지에 써보기)으로 문제점과 해결책을 도모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듯 10년의 난치병 환자로서의 삶은 저자를 완전히 바꿔놓았는데, 이 책은 그간의 과정을 담음으로써 자신을 일으켜 세운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을 전하는 동시에, 이 글을 읽는 독자들로 하여금 새로운 삶의 반향을 일으키게 만든다.


살아가는 데 진짜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또 그것을 통해 어떻게 꿈을 이루었는지, 그 꿈이 가져다준 미소가 얼마나 값진 선물이었는지를 담백하고 진솔하게 전하며 독자들에게도 큰 울림을 전한다.


지금 나의 삶을 돌아보며, 나를 가치있게 만드는 것, 나의 꿈, 나를 다독이는 음식이나 공간들을 떠올려보며 미래를 향한 한 발을 내디딜 수 있는 용기도 내보았으면 좋겠다.


그 한 발이 어쩌면 앞으로 살아갈 날들에 전환점을 맞이하는 첫걸음이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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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라는 위로 - 불안과 두려움을 지난 화가들이 건네는 100개의 명화
이다(윤성희) 지음 / 빅피시 / 2024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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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통해 원하는 만큼 쉬고, 고요히 힘을 얻어 다시 자신의 삶을 채우는 시간을 가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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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사람이 좋고, 함께 무언가를 하는 것에 큰 만족감을 느껴 무리에서 어울려 지내던 때가 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사람이 많은 곳은 피곤한 곳이 되면서 홀로 있는 시간을 더 즐기게 되었다.

덕분에 꽤 많은 것을 즐길 시간과 여유를 얻게 되었는데, 이를테면 이런 것들이다. 오래전부터 관심 있던 분야를 탐구해 보는 것, 평소 가보지 못했거나 해보지 못했던 것들에 마음 편히 도전해 보는 것, 눈치 보지 않고 내 스케줄을 내 맘대로 정해보는 것 등을 이야기할 수 있다.

'그림'도 이런 변화 덕분에 얻게 된 즐거움 중 하나인데, 관심 있는 전시회를 가서 보고 싶은 작품을 마음껏 보기도 하고, 책을 통해 명화나 작가 작품들을 살펴보면서 지식의 목마름도 채우고, 힐링과 위로도 얻게 된 것이다.

모르면 모르는 대로, 알면 아는 대로 보는 재미가 있는데, 그 재미를 알고 나니 더더욱 찾게 되는 부분도 있는 것 같다. 이 책도 그런 개인적 호기심과 관심이 이어져 읽게 된 책으로, 눈으로 마음으로 읽으며 깊은 위로를 얻는다. 여기에 더해 새로운 작품을 만나는 기쁨도 누려본다.


위로, 희망, 치유, 휴식 총 4개의 테마로 구성된 이 책은, 100개의 명화를 통해 감동과 위로를 전한다. 화가에 대한 간단한 배경 이력과 함께 대표작들을 선보이며, 독자들이 깊이 빠져들 수 있도록 돕는다.

작가 내면에 깊이 각인된 삶들이 그림을 통해 전해지면서 일상, 꿈, 고통, 죽음, 행복, 불안, 추억, 희망 등이 떠올랐다 이내 마음으로 들이친다. 가만히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휴식이 되고, 힐링이 된다.

그림들은 화가가 가진 스타일에 따라 저마다의 색감과 빛, 모양새로 인물이 되었다가, 불현듯 풍경이 되기도 하고, 그 외에 어떤 것이 되어 그들 안에 깃든 무엇을 마치 선물 꾸러미처럼 풀어놓는다.

마음이 불안한 순간, 위로가 필요한 순간 가만히 명화를 들여다보며 숨죽여보자. 어쩌면 나를 다독이는, 즐거움을 야기하는, 희망을 노래하는, 고통을 이겨낸 순간들을 포착하게 되면서 새로운 긴긴밤을 지내게 될지도 모른다.

개인적으로는 텍스트로 무언가를 대단히 설명하려 하기보다, 오히려 간단한 설명과 대표작으로만 페이지를 채움으로써 더 많은 것들을 건네준다는 생각이 든다.

덕분에 그림을 더 자세히 오랫동안 들여다보게 되고, 더 많은 것들을 상상하게 된다. 나아가 더 알고 싶은 것들은 탐구하고 찾아보게 만든다.



19인의 화가와 100여 점의 작품 중 이번에 나의 눈을 사로잡은 화가와 작품들을 위주로 선별해 보았다. 그저 한없이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아지는 작품들을 이 글을 읽는 누군가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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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마 모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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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명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

▶1860년 미국 뉴욕에서 가난한 농부의 딸로 태어남

▶강과 언덕이 펼쳐진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10남매와 함께 자람

▶12세에 가사도우미로 사회생활을 시작, 이후 토마스 모지스라는 남자를 만나 평범한 가정을 꾸림

▶그녀가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린 시기는 76세

▶전문적인 미술 교육을 거치지 않았기에 데생이나 채색 실력이 뛰어나지는 않지만, 농장 마을 풍경과 이웃과의 소박한 일상을 담은 그림들은 행복했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할머니가 되어서 화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기 때문에 그녀는 본명보다 '그랜마 모지스'라고 불렸다.

▶그녀의 그림들은 엽서와 기념품으로 제작되어 고향과 추억을 그리워하는 미국인들을 위로했으며 그녀의 열정적인 삶은 많은 이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그랜마 모지스, <창밖 후식 밸리의 풍경>, 1946년

(좌) 그랜마 모지스, <5월의 케임브리지>, 1943년
(우) 그랜마 모지스, <시럽 만들기>, 1955년

그랜마 모지스, <7월 4일>, 195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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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물건 하나라도
또 다른 쓸모가 있는 것처럼,
가치를 만들어 내는 데 늦은 시간은 없습니다.

지금껏 열심히 살아왔다면,
앞으로도 열심히 살아갈 힘은
분명 내 안에 차곡차곡 쌓였을 것입니다.

-그랜마 모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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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작품은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추억'과 '그리움'을 떠올리게 한다. 여기에 더해 '편안함'과 '정겨움'도 느껴진다. 작은 액자에 담아 두고, 내내 지켜보고 싶은 시골 전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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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스타브 카유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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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0년대 부유한 파리 상류층 가문에서 자라난 카유보트는 법대를 졸업했지만 화가가 되었다.

▶그는 당시 유행하던 고전적인 주제에서 벗어나 철교와 도로가 깔린 파리의 모습과 도시인의 고독한 감성을 현대적 감각으로 표현한 화가였다.

▶살롱전 낙선 후 드가를 통해 인상파 화가들을 소개받고 이후 인상파 전에 참여하며 재정적인 후원자가 된다. 가난한 모네에게 자신의 화실을 빌려주고 르누아르와 피사로의 그림을 사주는 등의 배려로 그들의 열정을 지지하면서 차츰 화가보다 예술가의 후원자로 여겨졌다.

▶그러나 그는 예술에 대한 열정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자신의 그림을 그렸다.

▶카유보트는 당대에는 주목받지 못했지만 그의 예술적 재능은 1970년대에 이르러 재조명 받게 된다. 근대화 속 지친 도시인을 위로하는 평온한 전원생활의 감성이 돋보이는 그의 그림에는 차분한 여유가 흐른다.

귀스타브 카유보트, <예르, 비의 효과>, 1905년

귀스타브 카유보트, <산책하는 두 사람>, 1881년

전반적으로 여유와 평화로움이 느껴지는 분위기다. 그래서인지 더 오랫동안 가만히 들여다보고 싶은 풍경들이다. 오늘같이 비가 오는 날에는 첫 번째 그림을 들여다보며 비가 주는 차분함과 리듬감을 느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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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드 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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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0년, 파리 9구역에서 태어난 모네는 아버지의 일로 프랑스의 해안 도시 르아브르로 이주한 후 외젠 부댕을 만나 풍경 화가로서의 인생을 시작했다.

▶1890년 이후부터는 하나의 주제로 여러 장의 작품을 그렸는데 <건초더미>와 <루앙 대성당>, <수련>이 대표적인 연작 작품이다. 이 연작들은 빛의 변화에 따라 민감하게 바뀌는 사물의 모습을 탁월하게 표현해냈다.

▶그는 시시각각 달라지는 빛의 변화를 표현하기 위해 직접 야외에 캔버스를 펴놓고 태양이 뜨고 지는 모든 순간, 하루 종일 빛을 바라보면서 작업했고 이 때문에 시력이 크게 손상됐다.

▶<수련> 연작은 1차 세계대전 전사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제작한 그의 생애 마지막 작품이다.

▶만년에는 거의 시력을 잃게 되지만 그는 끝내 붓을 놓지 않았으며, 과학자의 탐구 정신과 예술가의 감성을 모두 보여주며, 길고 긴 시간 동안 신념을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목표를 이루어낸 화가다.

클로드 모네, <수련>, 1906년

(좌) 클로드 모네, <수련>, 1919년
(우) 클로드 모네, <해돋이, 인상>, 1872년

(좌) 클로드 모네, <라방꾸에서 본 센강>, 1879년
(우) 클로드 모네, <에트르타의 절벽>, 1885년

(좌/위) 클로드 모네, <여름의 끝, 아침의 건초더미>, 1891년
(좌/아래) 클로드 모네, <석양 속의 건초더미>, 1891년
(우/위) 클로드 모네, <한낮의 건초더미>, 1891년
(우/아래) 클로드 모네, <눈 위의 건초더미>, 1891년

같은 작품을 오랫동안 지켜봐도 질리지 않는 작품이 있다. 모네의 작품이 그렇다. 어쩜 그렇게 시간의 흐름을 잘 담아냈는지, 눈 깜짝할 사이 지나가는 순간 포착의 힘이 대단하다.

삶의 놓치고 싶지 않은 명장면들이 모네의 그림 속에 모두 담겨 있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소장하고픈 작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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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스타프 클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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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8년 오스트리아 황제의 즉위 60주년을 기념하는 미술전에서 가장 큰 화젯거리는 단연 클림트의 <키스>였다. 관능적인 곡선과 황홀한 장식, 정교한 금세공 기술이 어우러진 독보적인 이 작품을 통해 클림트는 빈 최고의 화가로 인정받았고 '황금의 화가'로 불렸다.

▶그러나 이 작품을 완성하기 4년 전만 해도 사회적인 비난에 시달리다가 주문받은 계약을 자진 반납하고 빈의 중심에서 떠나야 했다.

▶1862년 빈의 외곽에서 가난한 금 세공사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중등교육을 마친 후 빈 장식공예학교에서 장식 미술을 배웠다. 17세부터는 남동생과 동창생 프란츠와 함께 예술가 컴퍼니를 결성해 빈 미술사 박물관의 장식을 맡는 등 빈에서 많은 일감을 소화했다.

▶1892년 아버지와 남동생이 사망한 뒤로, 깊은 슬픔에 빠진 그는 3년간 창작의 위기를 맞았다.

▶그의 고난이 본격화된 것은 빈 대학의 의뢰로 그린 <철학> 등이 공개되면서부터로 빈 대학 교수들과 정면 충돌한 것이다.

▶그러나 클림트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고, 오히려 자신의 장식적인 패턴, 금을 사용한 독창적인 양식을 강화하여 <아델 블로흐 바우어의 초상>등을 내놓으며 이른 '황금시대'를 연 것이다. <키스>는 바로 그 정점에 있는 작품이다.

구스타프 클림트, <키스>, 1908년

구스타프 클림트, <아델 블로흐 바우어의 초상>, 1907년

(좌) 구스타프 클림트, <캄머성의 고요한 공원>, 1899년
(우) 구스타프 클림트, <캄머성 공원>, 1909년

금으로 장식된 그림들은 단번에 시선을 사로잡는다. 클림트의 그림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그 안에 무수히 자리한 색감과 디테일은 자꾸만 더 그림 속으로 빠져들게 만든다. 화려함 속에 감춰진 디테일을 눈으로 좇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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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라르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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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3년 스톡홀름에 위치한 허름한 여관에서 태어난 그는 술과 도박으로 집을 떠난 아버지 때문에 어머니와 거리로 내몰려 노숙자 생활을 해야 했다. 이때 어린 남동생을 잃기도 했다.

▶가난했지만 재능을 알아본 선생님과 친구들 도움으로 스웨덴 왕립예술 아카데미에 다니며 학업을 계속할 수 있었던 그는 장학금을 받고 파리 유학을 떠나게 된다.

▶파리 유학은 가난에서 벗어날 희망의 빛이었지만, 1883년 살롱전에 입선하기까지 9년 동안 가난한 이방인의 삶을 견뎌야 했다.

▶이 시기 그에게는 평생 짝이 되는 여인 카림 베르그가 찾아오는데, 1883년 마침내 결혼식을 올리게 되었을 때 그는 오랜 시간 그를 괴롭혔던 불행의 그늘이 마침내 걷히는 감정에 북받쳐 울었다고 전해진다. 그에게 결혼은 마침내 찾은 삶의 진정한 보금자리였다.

▶8명의 아이를 낳은 두 사람은, 고향 스웨덴으로 돌아와 훗날 '릴라 히트나스'라 불리게 되는 집을 아름답게 가꾸고 돌보았다. 후에 그는 이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한 다양한 순간들을 그림으로 남기기도 했는데, 집안의 러그와 꽃무늬로 장식한 벽난로, 차분한 컬러로 톤을 맞춘 의자와 소파 커버 등의 장식은 부부가 함께 꾸민 것이다.

칼 라르손, <영명 축일의 날>, 1895년

칼 라르손, <자작나무 아래 아침식사>, 1895년

(좌) 칼 라르손, <꽃이 있는 창문>, 1894년
(우) 칼 라르손, <벌 받는 자리>, 1900년

(좌) 칼 라르손, <화실에서 아내와 딸>, 1885년
(우) 칼 라르손, <브리타와 나>, 188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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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함께 꾸민 집,
내 가족에 대한 추억,
이 모든 것이 담겨 있는 그림들이
내 인생 최대의 작품입니다.

-칼 라르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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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동화책에서 볼법한 그림체가 인상적이다. 여기에 더해 더 인상적으로 다가오는 건 자신의 가족의 모습을 담고 있다는 점이다. 일상 속에서 기념하고 추억할 만한 내용들을 그림으로 남김으로써 평생 간직할 앨범이 완성된 셈이다.

그의 집 '릴라 히트나스' 속 유쾌하고 즐거운 가족의 모습에서 그가 얼마나 가족을 애정하고 아꼈는지가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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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귀스트 르누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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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누아르는 마흔 즈음하여 기존의 성공적인 화풍을 버리고 약 10년간의 고투 끝에 자신만의 새로운 화풍을 확립해 낸 위대한 화가다.

▶1841년 프랑스에서 태어난 그는 태어나면서부터 청년 시절에 이르기까지 가난에 시달리면서도 미술의 길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의 예술 인생은 1881년의 이탈리아 여행을 계기로 크게 바뀌게 되는데 인상파에서 이탈하여 다소 고전적인 성향을 띤 작품들을 내놓기 시작한 것이다.

▶49세에 르누아르 특별전에 전시한 <피아노 치는 자매>는 호평 속에서 프랑스 정부에 판매되기도 했다.

▶1900년에는 예술에 기여한 공로로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기도 했다.

▶어려움 속에서도 그리기를 계속한 이유에 대해 그는 이렇게 말한다. "인생의 고통은 지나가지만, 아름다움은 영원히 남기 때문이라네,"

오귀스트 르누아르, <베니스의 도제 궁전>, 1881년

오귀스트 르누아르, <피아노 치는 자매>, 1892년

오귀스트 르누아르, <뱃놀이 일행의 오찬>, 1880~1881년


그가 보고 느끼고 경험한 모든 아름다움이 그림 속에 녹아들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전체적으로 밝고 경쾌하고 사랑스러운 느낌이 들어 볼수록 기분이 좋아지는 작품들이다.

내가 사랑하는 공간에 이 그림들을 배치하고 하루에 한 번씩 마주하며 행복한 기운을 받아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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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하네스 페르메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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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기 네덜란드 화가 페르메이르는 화려하거나 멋진 그림을 그리기 보다, 그저 집안에서 우유 따르는 주방 일에 분주한 여인, 영수증 고지서를 정리하는 여인의 일상을 담았다.

▶처가댁에서 아내와 아이들을 돌보고, 집안일을 거들며 살았던 그의 눈은 평범한 여인들의 내면세계를 향해 있었다.

▶내면도 들여다보면 보석이 있다는 것을 발견한 그가 창조한 걸작이 <진주 귀걸이 소녀>다.

▶렘브란트만큼 유명한 화가는 아니었기에 동시대 사람들은 집안 여인들의 인상을 담는 그림들이 얼마나 특별한지 미처 알지 못했다. 그러나 그가 담아낸 평범함의 가치는 오랜 시간을 거슬러와 지금까지도 은은하게 진줏빛 아름다움을 빛내고 있다.

요하네스 페르메이르, <진주 귀고리 소녀>, 1665~1666년

요하네스 페르메이르, <델프트 풍경>, 1661년

(좌) 요하네스 페르메이르, <물병을 든 젊은 여인>, 1662~1665년
(우) 요하네스 페르메이르, <진주 목걸이를 하는 여인>, 1664년


담담하고 담백한 느낌이 전해지는 페르메이르의 작품들은 당시 여성상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재미가 있다. 평범함이 가지는 가치, 내면의 모습들을 심도 있게 작품에 담아내면서 다른 작품에서는 볼 수 없는 특별함을 가진다.

그림 속 여인의 의복, 머리모양, 분위기, 액세서리, 배경 등을 통해 무엇을 하던 중인지 유추해 보며 재미있는 상상을 해보면 어떨까? 어쩌면 그 상상 덕분에 화가나 작품이 더 친밀하게 다가올지도 모른다.



다양한 작품을 만나다 보면, 나만이 느끼는 특별한 포인트가 있기 마련이다. 컬러가 되기도 하고, 디테일이 될 때도 있으며, 어떨 때는 전체적인 분위기나 특정 형태에 꽂혀 한참을 들여다볼 때가 있다.

어떤 이들은 이론과 배경지식에만 혈안이 되어 정작 작품을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화가나 작품을 제대로 모르면 어떤가? 그냥 내가 보는 느낌을 소중히 하고 있는 그대로 느끼고 감상하면 된다.

음악이 그러하듯, 그림 또한 내면과 직결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슬프고 우울한 날, 혼자 조용히 쉬고 싶은 날, 불안과 두려움에 잠식 당한 날 명화와 시간을 보내보자.

자신도 모르는 사이 위로, 희망, 치유, 휴식을 얻게 될 것이다. 오늘 하루 너무 애쓴 나에게 그림이라는 작은 위로를 건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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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김영민 지음, 이민규 낭독 / 어크로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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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인생을 사는 동안 근심하고 애정한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 책은 사소한 취향부터 일상, 사회, 영화, 정치, 대화 등 많은 주제를 담고 있다.


처음에는 저자의 경험이나 생각들을 하나 둘 살펴본다는 느낌으로 읽었는데, 다 읽고 보니 꽤 괜찮은 선생님 한 분과 일대일로 이야기를 나눈 기분이다.


특히 살면서 한 번쯤 경험해 보는 불합리함, 말로만 하는 입바른 소리들에 눈살이 찌푸려졌던 경험을 해본 사람이라면 저자의 취향과 생각들에 환호를 내지를지도 모르겠다.


개인적으로는 남자 어른 사람 중에 '왜 이런 사람은 없는 걸까' 하고 생각했던 유형을 이번에 만날 수 있었는데, 어쩌면 그동안 드러나지 않아 발견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총 5부로 구성된 이 책은 지난 10여 년간 일상에서, 학교에서, 사회에서, 영화에서, 대화에서 저자가 만나고 경험한 56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우리나라 최고의 대학교수임에도 생각이 고루하지 않고, 오히려 우리 사회에 통용되는 의식을 깨고, 비판적인 사고를 전하는 것에 있어 어떤 면에서는 속 시원함도 느껴진다.


약자의 위치에 있기에 강자들이 부리는 억지스러움을 그저 '네'라는 말로 수용하거나 불공정함이나 불공평함을 알고도 그대로 당해야 하는 이들의 억울함마저 해소시켜주는 소신 있는 글에서 통쾌함을 느낀다. 이와 동시에 사회의 이면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당하는 이들이 당하는 것에 대해 당연하게 여기지 않게 하는 것, 이상하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흔들리지 않고 똑바로 서기 위해 우리가 어떤 행동을 취하고 사고해야 하는지 스스로 점검해 보게 한다.


책을 읽으며 생각을 깨고, 사고한 것을 행동으로 옮기며 무언가를 변화시키기 위해 나는, 우리는, 우리 사회는 어떤 것에 주목해야 하는지 화두를 던진다.



'일상에서, 학교에서, 사회에서, 영화에서, 대화에서' 다섯 가지 주제 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와닿았던 내용은 '일상에서'라는 주제였다. 그 이유는 삶을 보다 견고하고 탄탄하게 해주는 노하우를 얻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또 저자가 건네는 이야기를 통해 '지금의 나는?'과 같은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건네보면서 잘해내고 있는 부분과 부족한 부분도 확인할 수 있었다.


'영화에서' 부분은 관심사가 달라 조금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 저자의 깨어있는 생각과 유머 넘치는 경험담 덕분에 끝까지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인상 깊었던 몇몇 문장들을 통해 흥미로웠던 부분을 공유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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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취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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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도 무척 좋아한다.

■동창회에 안 나가고 경조사에도 잘 안 다닌다.

■몰려다니면서 술 퍼마시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술 대신 디저트를 먹는 편이다.

■미술관 가는 것도 좋아한다.

■노래방도 적극적, 능동적으로 가지 않는다.

■쉽게 말 놓는 사람, 걸핏하면 동문 운운하는 사람도 경계한다.


저자의 취향을 알고 나니 더 관심이 간다. 교수라고 콧대 높게 굴기보다 친근하게 다가온다. 마음에도 없는 예의 차리느라 시간 버리기 보다 취향껏, 소신껏 시간을 활용한다.


술 대신 디저트, 미술관 가는 것, 노래방을 가지 않는 부분은 또래 남성 교수들 사이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장면이기에 신기하면서도 엄지 척을 해주고 싶은 취향이다.


더불어 쉽게 말 놓는 사람, 걸핏하면 동문 운운하는 사람을 경계한다는 점은 반대로 말하면 자신은 그런 행동을 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해석되어 건강한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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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 생각해 보게 만드는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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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다 보면, 자기 안의 관광객이 질문을 던질 때가 있다.

"깨달음을 얻는 곳, 금각사로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죠?" 자기 안의 고지식한 안내자가 천천히 답을 생각하고 길을 가르쳐 주려고 하면 그 관광객은 이미 서둘러 떠나고 없다. 그래서 삶에 대한 진짜 이야기는 대개 허공에 흩어지게 된다. 허공에다 이야기하다가 죽는 게 인생이지. 그러나 이것도 사치스러운 생각일 거야. 병원에 누워 있지 않으면 행복한 것이지.

32~3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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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 끝까지 읽다 보면 좀 허무하다는 생각이 드는 한편, 그럼에도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 볼 필요는 있다고 본다.


우리는 너무 '빨리빨리'시대에 살고 있다 보니, 무언가를 심도 있게 고민하고 천천히 답을 내리는 것이 익숙하지 않다. 그래서인지 어떤 계기로 잠시 잠깐 내면의 나에게 질문을 던지는 일이 발생하더라도 불현듯 답은 듣지 않고 그대로 다른 화두에 빠져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그래서 진짜 중요한 이야기는 정작 아무것도 듣거나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그저 흐트러지고 마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다시 꺼내게 되는 순간은 한참이 지난 뒤 아프거나 죽기 전이다.


그때는 이미 너무 늦는다.


더 늦기 전에 지금 나는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 인내를 가지고 내면의 나와 소통해 보자. 이것이야말로 의미 있는 시간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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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태어나고, 자라고, 상처 입고, 그러다가 결국 자기 주변 사람의 죽음을 알게 된다. 인간의 유한함을 알게 되는 이러한 성장 과정은 무시무시한 것이지만, 그 과정을 통해 확장된 시야는 삶이라는 이름의 전함을 관조할 수 있게 해준다. 그 관조 속에서 상처 입은 삶조차 비로소 심미적인 향유의 대상이 된다. 이 아름다움의 향유를 위해 꼭 필요한 것은 시야의 확대와 상처의 존재다.

(...)

상처도 언젠가는 피 흘리기를 그치고 심미적인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성장이, 예술이 우리에게 주는 구원의 약속이다.

3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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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읽는데, 문득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라는 책이 떠올랐다. 죽음, 인간의 유한성, 깨달음, 예술 등의 키워드가 맥락을 같이 하기 때문인듯하다.


인간의 삶은 유한하다. 그러나 이것을 제대로 깨닫게 되기까지는 꽤 많은 시련의 과정이 존재한다. 그런데 이것을 보다 먼저 엿볼 수 있는 것이 어쩌면 예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이미 세상을 떠난 이들이 자신의 삶과 고통을 갈아 남긴 예술이야말로 우리가 앞으로 겪어나갈 모든 과정이자 결과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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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꼭 읽어야 하나요? 물으면 사실 안 읽어도 된다고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만, 책은 인류가 발명한, 사람을 경청하게 만드는 정말 많지 않은 매개 중 하나죠. 그렇게 경청하는 순간 우리가 아주 조금 나은 사람이 될 수도 있다고 보는 겁니다. 자기를 비우고 남의 말을 들어보겠다는 자세요.

31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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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어야 하는 또 다른 이유 하나를 획득했다. 자기를 비우고 남의 말을 들어보겠다는 경청의 자세를 배우기 위함이다.


지금보다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오늘보다 내일 더 발전할 나를 위해, 책! 책! 책! 을 읽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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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평생 다만 목숨을 부지하는 데 급급하면 불행해지기 쉽다. 살아남는 게 직업이 되면 안 되는데 지금 우리 사회에서 적잖은 사람이 그런 지경에 몰리고 있다. 이때 정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정부가 사회적 안전망을 충분히 구축해야 한다. 그리고 드러나는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재원이 필요하다. 그러자면 국민이 세금을 더 많이 내야 한다. 문제는 많은 사람이 국가 자체를 악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세금이 제대로 쓰이는 곳을 못 봤다는 생각에 증세에 대한 저항감도 크다. 지금 집권한 분들은 이걸 불식할 책임이 있다. 권력이 제대로 작동할 수도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

33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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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의 순기능이 바로 이런 것 아닐까? 최근 이런저런 일로 정치의 중요성과 힘에 대해 깨닫고 있는 중인데, 정치인들이 언제쯤 정신 차리고 제대로 일하는 날이 올까 지켜보고 있는 중이다.


여러 사회 문제가 산재해 있는 지금, 필요한 것은 두 팔 걷어붙이고 발로 뛰는 정치인이다. 제대로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하는 정치인이다.


혈세로 외국 나가 명분만 화려한 해외여행을 즐기는 공무원과 정치인이 아니라, 국민이 고통스러워하는 문제를 해결하고 바로잡아줄 이들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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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만화를 보고 더 많은 사람이 극장을 찾으면 세상이 좀 더 좋아질까. 한국 사회의 고통스러운 단면을 조명한 영화를 본 뒤라 이 질문을 하고 싶어졌다.


"적어도 각자의 삶은 좀 더 즐거워질 것이다. 아니, 즐겁기보다는 풍요로워진다는 표현이 맞겠다. 적어도 내 삶은 좀 더 풍요로워졌다."


김 교수의 답이다.

33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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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때로 우리는 책, 영화, 드라마에서 삶의 단면을 보며 웃고 웃으며 위로받는다. 타인의 모습에서 나를 발견하고, 타인을 이해하며 삶을 더 다채롭게 볼 수 있게 된다.


꼭 행복하고 여유 있는 날들만 이것들에 시간을 내어줄 필요는 없다. 일상의 모든 순간, 이를테면 고통스럽고 괴로운 순간에도 책과 영화, 드라마를 보며 비워진 속을 채워 넣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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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가 돋보였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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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몽의 정점은, 내가 사자 인형 가죽의 아랫도리 앞뒤를 뒤바꿔 입는 바람에, 꼬리를 엉덩이가 아닌 정면에 대롱대롱 매단 채로 한동안 그 짓을 했다는 사실에 있었다. 아무리 사자의 양물이기로서니 그처럼 길고 클 수야 있겠는가. 사람들이 나를 보고 웃으며 뒤로 넘어가기에, 그저 내가 마스코트 노릇을 의외로 꽤 잘하나 보다 생각했다..... 흑흑.

111~11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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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 인형의 탈을 잘못 써서 벌어진 해프닝인데, 만약 내가 그 자리에 있었어도 한바탕 큭큭 거리며 박장대소를 했을 것만 같다.


저자에게는 악몽 같은 일이었겠지만, 그 모습을 보던 이들에게는 모처럼 대차게 웃을 수 있는 일화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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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시간을 너무 많이 잃어버린 나머지, 급기야 머리에 탈모가 진행 중이고, 몸은 근육을 잃어버린 망국의 슬픔으로 폐허가 되었다. 이제 자기만의 사적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쓸 때가 되었다.

13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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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이야기하다가 이렇게 샛길로 빠지기 있기? 없기? ㅎㅎ


너무 현실적이라 웃프다. 실컷 웃고 나서 문득 잃어버린 내 시간을 돌아보게 된다. 왠지 웃고 있을 때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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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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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권위나 위치를 생각하지 않고 솔직하게 자신의 경험담과 생각을 거침없이 쏟아낸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나 누군가에겐 권력의 정점으로 여겨지는 위치에 서 있는 자들에겐 더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저자는 아주 소싯적 이야기까지 꺼내가며 기꺼이 모든 것을 투명하게 내보여준다. 비슷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에게 뒷소리를 듣거나 배척당할 수 있음에도 그다지 신경 쓰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되려 자신이 오래전에 겪었던 부조리에 대해 고발하며 자신과 같은 교수들에 대해 비판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모습은 형태는 다르지만 과거부터 현재까지 너무 흔하게 일어나는 일이라 사실 인지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개인적으로는 읽으면서 꽤 공감이 가는 부분이었다. (예컨대 면접관이 서류도 제대로 보지 않고 면접자를 부르는 상황을 말할 수 있을듯하다.)


또 여전히 한국 사회에서는 그 또래 나이들에게 전혀 남자답지 않은, 이상한(?) 취향이라 불릴 수 있는 것들을 서슴없이 드러내는 모습에서 참 멋진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를테면 남자아이가 핑크색을 좋아한다고 하면 보통 놀림거리가 되어 감추거나 거짓말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럴 때 도리어 남들이 그러거나 말거나 자신의 취향을 떳떳하게 밝히고 즐기는 모습에서 중심이 잘 잡힌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 담긴 56편에 에세이는 이렇듯 저자의 건강한 생각과 가치관이 잘 녹아들어 있다. 그가 고민하고 애정한 것들에서 그의 삶이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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